[2020.4.23]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인데, 민주노총 중집의 결정은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알려고 한 것이 연대 단절의 핵심 사유다. 그 결론이 거짓 비방의 손을 들어준 것.
노동자연대의 입장을 지지한 것도 아니고 단지 연대 단절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개진한 임원들에게까지 담당 실무자들이 2차가해 운운했다는데, 기가 막힐 뿐이다.
무리에 껴서 어울리려고 같이 바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저들은 급진페미니즘과 사회적 대화에 이견을 가진 것 때문에 투쟁적 노동자 연대의 필요성을 깡그리 무시하고서는 그 결정이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고 설명한다. 그 결정을 만일 분열이 아니라 결합이라고 부른다면, 노동계급 연대의 결합이 아니라 중간계급 급진페미니즘이 노동계급의 운동을 정복하는 결합이다.
(전지윤 거짓 비방은 굳이 다루지 않는다. 전지윤의 친구들조차 그를 믿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전지윤의 거짓말은 민주노총 결정에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이야말로 거짓말과 자작극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극도로 실용주의적인 도덕관이 그런 접근법(수단)들을 정당화해 주므로.)
앞으로 불편한 일들이 생기겠지만, 새 친구를 사귀면 된다. 같이 양심불량 바보가 되자는 친구를 사귀어서 남는 게 뭐가 있겠나. 저들의 협박이 가당찮은 이유다.
물론 저들은 그것도 방해하러 뛰쳐 오겠지. 연대 단절의 갑질만으로도 불안해서 아예 고사시켜 입을 막겠다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심장 한가운데 진실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줄 뿐이다.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라고 할 수 있는 태도가 진실을 추구하는 훌륭한 자세라고 다들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따돌림과 평판 저하의 위협에 처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과 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은 조국 국면에서 받은 충격(서초동에 놀란 게 아니라 노동계 대표 조직들이 논리도 전통도 팽개치고 바보들처럼 조국 변호에 동조한 것에 놀람)이 더 커서 면역력이 생겼는지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당시에 확인했듯이, 상식과 일상이 크게 손상을 입는 시대에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걸렸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도덕적 공황이 위선적 도덕에 열광하거나 또는 침묵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초유의 위기 앞에서 기꺼이 체제와 협력할 준비가 된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정부와 사용자에게 대화를 제안하자고 결정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반대한 단체를 따돌리자고 결정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들은 상황에 걸맞는 책임을 짊어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며 동요를 노출한다.
사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게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준 교훈 아닌가? 민주노총 중집과 일부 세력들은 이런 시대 풍조를 잘 배워서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그들 자신이 그 풍조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혼돈의 시대는 진영론과 확증편향, 즉 정치적 맹목의 시대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대중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속는 것도 대중이고, 잘못된 것에 열광하는 것도 대중이지만, 각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대중일 수밖에 없다.
이론적이고 정치적이면서도 추상적 선전주의나 선전종파주의를 경계하며 개입주의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격동의 시대가 열렸다.
https://workerssolidarity.org/p/2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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