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와 여가부(정부)의 지침에 따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광기어린 진영논리적 논쟁 때문에 말을 아꼈다만, 민주당이 받아들였으니 이제 한마디 한다.
나는 피해자, 피해 호소인 모두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 의혹 건도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 서울시, 경찰청, 청와대가 모두 피의사실을 박원순 전 시장에게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권력기관 모두 의혹의 대상이 된 것인데, 이는 그만큼 박 시장이 막강한 권력자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피해 사실 공개나 해결이 어려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생애를 걸쳐서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하지, 말년의 추행 의혹으로 그 삶 전체가 재단돼서는 안 된다. 그 반대로 마찬가지다. 박원순 전 시장은 나름 한국 NGO 개혁주의의 거목이다. 진보에 미친 긍정적 결과물이 없지 않다. 물론 NGO 개혁주의 특유의 온건함이 문제를 낳기도 했다. 생애 말년 10년을 최상급 권력자 지위에 올라서 이런저런 개혁적 행보도, 배신적 행보도 보였다. 그러나 큰 줄거리는 국가를 개혁적으로 바꿔보겠다고 했으나 10년간 그런 변화를 못 만들어냈고, 오히려 그와 그의 친구들이 변했다.(국가에 맞춰졌다.) 이번 의혹도 그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또한 그의 이전 삶에서 보여 준 것 때문에 충격적이고 잘 안 믿어지는 점도 있다.
삶의 복합성 때문에, 또한 박원순 인생이 미친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추모 자체가 2차가해라는 비판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았다. 성추행 의혹 피해 호소인만 존중받아야 하는 게 아니다. 자식 잃고 박근혜에 업신여김 받을 때 박 전 시장에게 도움받은 세월호 유가족의 추모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 둘을 비교할 수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이 이번 피해 호소인보다 더 적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박원순 전 시장을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그만큼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 죽었을 때는 긍정 평가, 부정 평가 등 사회가 배워 남기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한 사회의 정치적 토론이라는 게 이토록 빈곤하다면, 내가 볼 때, 여전히 둔감한 이 사회 곳곳에서 나올 결론은 펜스룰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사회를 파편화, 파탄내는 것일 뿐이다.
제3자가 인정할 만한 어떤 사실적 증명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가 피해자라면 피해자인거야, 다들 입닥쳐 라는 것 따위의 말이 이토록 증폭되는 것의 효과가 그런 역효과 말고 뭐가 있겠는가. 아래 기사가 겨우 올해 4월 기사이다.
진심으로 피해자의 호소로 사회적 검증의 단계가 생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피해자측은 진상 규명은 왜 요구하는가? 자신들 앞뒤가 안 맞는지도 모르는 건지, 고의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폭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진실을 알려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치유와 재발 방지가 목표라면 한방에 끝내 진정한 논점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금처럼 진영논리로 확증편향적 논쟁만 비합리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그리고 가해지목인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까서 언론의 집중도를 높이려는 숙달된 언론플레이는 반감과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관한 공론화를 비난한다.
이번 민주당의 경우처럼, 피해자/피해호소인 명칭이 순간의 여론으로 결정된다면, 말그대로 진실이 여론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일까? 그런 사회에 어떤 좋은 변화가 가능할 것 같은가? 역사에서 왜 진실이 소수가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로 드러나고 보존되고 밝혀져 왔는지 다들 깊이 숙고해 볼 때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81&aid=000308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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