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박근혜·황교안 둘 다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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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정치적 변화를 일궈 냈다. 무엇보다 운동의 핵심 목표인 박근혜 정권 퇴진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왔다. 박근혜는 지금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점차 현실화하는 크고 거센 대중 운동의 등장은 지배계급 전반에 당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지배자들은 한국의 경제·안보 위기 국면에서 자신들의 제1선호 정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정권을 통해 고통전가와 우파적 통치를 구현하려 해 왔다. 박근혜를 박정희 ‘신화’의 계승자로 포장하고 후원이나 동맹의 관계를 맺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한국 자본주의의 유력 기업인들이 대거 연루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운동이 승승장구하는 듯하면서도 정책 철회와 인적 청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이라는 대중의 염원에는 (정책과 제도, 인적 청산 모두) ‘박근혜 제거’를 넘어서는 급진성이 함축돼 있다.


한편, 박근혜 정권 아래서 경제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증가해 왔다. 이 두 요인 모두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업인들의 실망과 불만이 커질 만한 요인이다.


위기 대처 방식을 둘러싼 지배계급 내 불신과 암투는 은밀한 치부들의 ‘대폭로’로 이어졌다. 정권을 지지하며 단단하게 얽혀 있는 듯했던 지배계급이 분열한 것은 불만에 찬 대중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의 일방적 노동 개악에 맞서 9월 말부터 일련의 파업과 대중 시위를 이어가던 노동자 운동은 이런 정치 상황과 상호 작용하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탄생 초기에 그 구심점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퇴진 운동은 6주 만에 박근혜의 국회 탄핵을 이끌어 냈다. 


강력한 ‘즉각 퇴진’ 염원은 자본주의 정치인들이(개혁파는 물론 다수의 수구파도) 탄핵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울에서만 2백만 명 가까이, 전국으로는 2백30만 명이 넘게 시위에 참가한 12월 3일 다음 주에 결국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처럼, 어떻게든 ‘파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 보려던 자본주의 야당들이 탄핵안 가결을 선택한 것에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지배계급 다수가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결과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배계급의 다수는 가장 부패하고 증오받는 박근혜 일당을 제거해 체제 안정을 재구축하려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이 점이 더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

그리하여 기업주들과 유착 관계가 매우 밀접한 인물들을 포함해 집권 여당이 분열했다. 새누리당 잔류파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이것이 친박의 건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잔류파의 적어도 3분의 1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특검도 전례를 깨고 검찰의 협조를 받았으며, 꽤 강한 수사를 펼쳐 왔다.(물론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유화적이 될지 두고봐야 하지만 말이다.) 보수 언론과 종편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에 대한 폭로를 여전히 지속한다.


무엇보다 재판관 구성이 보수 일색이던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탄핵심판 심리를 서둘러 진행한다. 탄핵 결정 지연 작전을 펴는 박근혜 측 대리인단에 이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황교안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이 헌재소장 퇴임사에서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핵심 기반이 오래도록 체제의 권력층과 수혜자층을 이뤄 온 세력이기 때문에 박근혜 제거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종기를 제거하려면 불가피하게 생살을 파 내고 피를 봐야 하는 것이다. 


법원이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혹한의 날씨에도 집회 참가자가 다시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 뒤 법원은 대신 김기춘과 조윤선을 구속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변명하는 전 청와대 수석들에게 핀잔을 줬고, 특검 수사는 우병우에게 접근하고 있다. 특검은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이 끝날 때까지 유효한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내 2월 3일부터 영장 집행 시도를 했다. 예상대로 박근혜가 거부하자 황교안에게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퇴진 운동에 참가한 대중의 정서 밑바탕에는 불평등과 부당함 등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깔려 있다. 지배계급으로서는 박근혜를 제거하면서도 이런 불만이 표면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즉, 박근혜는 제거해도, 박근혜가 추진하던 정책들은 계속 수행하고자 한다. 기업 경쟁력 보호·강화를 우선순위로 하고 고통전가를 국민적 담론으로 삼는 정치 말이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황교안 대행 체제의 안정은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를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황교안과 국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누리당과 개헌 협의체를 구성하려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요인들 때문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밑거름이 됐던 운동들 중 말끔하게 요구가 해결된 투쟁은 아직 없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세월호 참사, 노동 개악, 사드 배치,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교과서, 언론 장악 등을 6대 긴급 해결 과제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요구들은 야당들이 다수파인 국회에서도 전혀 긴급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등에서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말이 아예 후퇴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지배계급이 노동자·민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 ‘박근혜 일파 처벌 말고는 바뀌는 것이 없다’일 것이다. 제물을 던져 줄 테니 곧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최근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지지율이 더 높은 반기문이 낙마하고 대신 황교안이 보수 우파의 대표 주자가 되는 듯한 모양새에서 지배계급 내의 혼란스러우면서도 일정한 동향을 엿볼 수 있다.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에 부응해 주류 야당들도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 체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주류 야당들은 전통적인 양날개 전략을 펴면서도 최근 중도 보수층 포섭에 골몰해 왔다. 사실, 중도 보수층 확보 경쟁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기까지 했었다.

정권 교체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는 또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년 병장처럼 처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과 안희정은 노무현 정부의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에 한몫했던 당시 실세들이었다.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요인을 정권이 지지층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기대가 ‘과했던 것’에서 찾는다.


이런 전도된 관점의 실천적 결론은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보다 문재인의 복지 공약이 별볼일없어 보였던 이유이고, 그래서 패인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2012년에도 너무 진보적으로 보였다고 후회한다.


운동의 성장 덕분에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거리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고, 문재인도 운동 때문에 지지층의 기대가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 그저 운동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용은 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당이 분당해 나간 이후 확연히 ‘문재인당’(친노당)으로 굳어져 온 민주당 안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벽에 부딪힌 배경으로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친노 출신도 아니고, 민주당 주류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으로 엔지오와 노동운동 일부에서 기반을 구축하려 노력해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 박원순과 이재명의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점차 하락한 것은 앞서 말한 공식정치의 흐름과 민주당 내 세력 관계와도 관계 있을 것이다.


박원순은 1월 초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득권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촛불 민심의 청산 대상이지 주체는 될 수 없다”고 했다가 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박원순에게 불리한 당내 경선 룰을 밀어붙였다.


이는 운동이 그 근저에는 체제의 적폐에 대한 불만을 깔고 있지만, 지도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이데올로기는 주류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층에 혁명적 좌파가 단단히 자리 잡고 대중을 조직하는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 운동이 강력하면서도 헤게모니는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퇴진 운동 내 온건파가 퇴진 운동의 목표를 단계론적으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한정하고, 운동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지우려고 해 온 것은 운동의 정치적 한계가 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보다 선거를 중심에 놓게 되면, 대중은 정치적으로 수동화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당선에 도움되도록(광범위한 득표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래로부터의 행동과 요구를 일정 수준 아래로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근시안적 효과에 정신 팔려 운동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금세 세력관계가 동요하는 것을 볼 것이다. 이제는 운동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와 우파 세력이 설 연휴 직전에 준동했다. 운동 내 약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석달 넉달을 싸운 대가가 겨우 노무현 정부의 재탕이라면 그중 상당수는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원은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을 시작으로, 이화여대 총장 최경희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한일 간 화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할 때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사모들은 집회 동원을 강화했고, 같은 날 박근혜와 최순실이 특검을 비난했다. 헌재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은 대리인단 사퇴설을 흘리며 지연 작전을 펴려 했다.


헌재 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도 임기 만료(3월 13일)로 사퇴해 재판관이 7명만 남으면 탄핵 기각 가능성도 조금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조기 탄핵 인정을 촉구하는 요구가 강하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우파 일부는 헌재소장 박한철 후임(대통령 몫)을 황교안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꼭 친박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이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우파들도 있을 것이다.


‘분노의 산’

박근혜와 우파 일부는 2월 말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황교안이 거부해야 한다고도 강변할 듯하다. 박근혜가 <한국경제> 주필 정규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방향을 암시한다. 사실, 정치적 유폐 상태에 있던 박근혜가 난데없이 박정희 참배를 할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이런 수작을 통해 박근혜는 일말의 탄핵 기각 가능성을 붙잡으려 함과 동시에, 탄핵되더라도 특검과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인정 않고 정치적으로 불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장차 우파의 재기를 위한 발판을 놓으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황교안으로 대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정치적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 차기 대선과 총선을 대비한 정치적 구심점을 형성하려 한다. 경제·안보 위기가 심해져 차기 정권도 오래 못 가 정치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교안은 트럼프와 단독 통화를 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한미동맹 유지·강화라는 전통적 우파 의제를 부각하는 등 우파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황교안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따라서 대중 정서의 꽁무니를 좇느라 황교안 사퇴 요구나 황교안과의 대결에 소극적이었던 운동 내 온건파는 최근 황교안의 부상에 일부 책임이 있다.


이렇게 보면, 탄핵안 가결 이후, 특히 1월에 운동의 성장세가 멈춘 듯한 지금, 예전의 세력 균형을 공식정치에서 야금야금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퇴진 운동의 정치적 한계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우파의 반격 시도가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거리 시위 규모는 줄었지만, 대중의 분노와 자신감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거리의 운동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으로 집중해 중앙 국가에 대한 압박을 다시 높여야 한다. 우파의 압력이 집중되는 헌재에도 대규모 행진과 포위로 2월 내 탄핵 인정 결정을 촉구해야 한다.


2월 집회들이 크고 분노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만방자한 박근혜와 그 잔당들에게 ‘거대한 분노의 산’이 건재함을 보여 주자. 지금부터 투쟁을 강화해 2월 25일 민중총궐기도 성대하게 치르고 일격을 날리자.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


박근혜 즉각 퇴진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2월 1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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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주저 말고 탄핵을 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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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을 둘러싼 정치 갈등은 역설이게도 지배계급에게 박근혜 제거의 시급성을 일깨워줬을 것이다. 특검이 빠르게 박근혜를 조여든 것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심리를 초고속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지배계급 다수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대중에게 가장 증오받는 자를 제거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빨리 식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중의 박근혜 퇴진·구속 염원을 보여 주는 상징물. ⓒ사진 이미진

노무현 탄핵 때와 비교하면, 헌재의 7차 변론까지 걸린 시간이 절반이다. 6, 7차 변론기일에는 박근혜 변호인단이 문제 삼은 증거들을 상당히 빼고도 많은 증거들을 채택했다.


이는 박근혜 측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심리를 빨리 진행하겠다는 헌재의 의사 표시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채택된 증거만으로도 탄핵 결정을 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 행위들이 추가로 폭로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압박, 세월호 참사 등 여론 조작용 우파 집회 등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 청와대였다. 우파 집회 동원 자금은 전경련에서 나왔다.


박근혜의 지시 아래, 김기춘이 기획하고 조윤선(정무수석)이나 우병우(민정수석) 등이 연출의 일부를 맡은 공작 정치 작태였다. 조윤선은 청와대에서 초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와서 그 실행도 맡은 것이다.


박근혜의 ‘유신 DNA’를 보건대, 문화예술계 단속에 사용한 블랙리스트 작업이 노동계나 사회운동에 적용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구속, 세월호 유가족 탄압, 진보당 해산, 진보당 관련자들과 ‘노동자의 책’ 대표의 국가보안법 구속 등이 그런 사례들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도 총리실 산하로 위장한 청와대·국정원 주도의 민간인 사찰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런 가증스런 정권은 하루빨리 끝장나야 한다. 황교안이 우파 전열 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조처의 하나로, 퇴진 운동이 헌재에 더 강하게 탄핵 결정을 압박하는 것도 포함된다.


정치적 재판

국회의 탄핵소추안 압도적 가결이 거대한 민중 운동의 압력 때문이었듯이, 헌재의 탄핵 결정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헌법 재판 자체가 형사재판과 달리 정치적 재판이기 때문이다.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3권분립론자들의 한가한 소리처럼 사법권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절차 안으로 대중 투쟁의 잠재력을 가두는 문제도 아니다.


포악무도한 정권에게 민중이 투쟁으로 내린 정치적 심판을 국가기관이 수행하라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활력 있는 대중 운동이 자기 힘에 바탕해 헌재와 특검을 압박하는 것은, 주류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운동을 제도권으로 수렴시키는 것과 다르다. 매우 상이한 운동의 동학이다.


퇴진 운동 초기에 주류 야당들이 운동을 지지하는 시늉을 하며 탄핵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에는 명백하게 운동의 활력을 국회로 수렴해 주류 정당들 간의 협상 문제로 바꿔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럴 때에는 운동이 국회 주도 탄핵을 지향해서는 안 되고, 거리 운동에 참여하는 진보정당이 이에 찬성하는 것은 야합이라고 비판한 것은 옳았다.


거리의 독립적인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겠다는 수단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투쟁 방식이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민중의 힘을 올곧게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많은 사람들은, 새누리당 정권 9년 동안 별 쓸모도 없게 행동한 주류 야당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도 했다.(물론 차기 대선에서는 대중적으로 검증된 진보·좌파적 정치 대안이 없다고 대중이 판단해 차선론(또는 차악론)에 근거한 선거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실제 벌어진 일은 주류 야당들이 운동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분노와 힘에 제도정치권이 떠밀리고 심지어 집권당은 둘로 쪼개지며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이었다.(그 이후로도 주류 야당들은 운동에 한 발 걸치고는 자신들 지지율 향상에 운동을 이용하려고만 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니, 탄핵 가결로 결과가 돌아 온 셈인데, 이는 혁명과 개혁의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한데, 한 국면의 이런 귀결은 운동이 제도적 수단을 이용해야만 강제 퇴진을 시킬 수 있는 수준에 아직은 머물렀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 투쟁의 힘 덕분에, 헌법재판관 인적 구성이 보수 일색이라는 문제도 부차화되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된 정치적 맥락이 운동 초기 주류 야당들의 의도와 달라진 것이다. 퇴진 운동이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었지만, 일단 시작된 특검이 기층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는 독립적으로 이재용·김기춘 등의 구속 기소 촉구 등 압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과 같다. 물론 이는 특검을 응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헌재의 탄핵 결정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금 헌재에 꾸물대지 말고 탄핵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려는 황교안 내각과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우파에 맞서는 정치 투쟁의 성격을 띤다. 좌파는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려낸 지형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파와 쟁투가 벌어지는 곳에 개입해야 한다.


이런 사회세력 간 쟁투에서 형성되는 세력균형이 이후 정국, 가령 대선과 차기 정권의 초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사람들은 일터를 비롯해 삶의 터전 곳곳에서 스스로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즉각 퇴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2월 4일(토)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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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법원이 “돈도 실력”임을 확인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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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꼭두새벽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판사 조의연)는 삼성 총수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실수로 2천4백 원 입금을 누락한 버스 운전 노동자는 횡령으로 해고되는 게 정당하다는 사법부가,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모욕적으로 구속했던 사법부가 4백억 원대 뇌물죄에 위증과 증거 인멸 혐의까지 있는 기업 총수는 풀어 준 것이다.


4백30억 원 뇌물은 이재용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회사 돈을 빼 쓴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날, <뉴스타파>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정부 관료 포섭을 위한 관리 리스트를 내부자 제보로 입수해 폭로했다. 삼성이 가장 잘하는 일이지만, 대기업들이 행정 관료·검찰·경찰·법원까지 관리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판사들이 퇴직 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률 고문으로 들어가 기업을 변호하는 전관예우 폐단은 고질적인 부패다. 그런 미래를 대비해 검사나 판사는 현직 시절부터 대기업에게 유리한 수사와 판결을 하며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총리 황교안이 바로 그런 부패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무마하고, 오히려 노회찬 의원, 이상호 기자 등 폭로자들을 유죄로 기소했다. 이 기가 막힌 일의 대가로 그는 퇴직 후 1년에 십수억 원을 받는 대형 로펌에 발탁됐다.


기각 결정을 한 판사 조의연에게 ‘퇴직 후 삼성 특채를 축하한다’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이유다. 법원 내 진급 코스로 알려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서 스스로도 지배계급 다수의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는 이미 1천7백억 원 배임·횡령 혐의의 롯데 신동빈,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은 옥시 전 대표, 배기가스 조작을 한 폭스바겐 전 대표 등 최근 물의를 빚은 기업주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전력이 있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뇌물죄 소명도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은 가당찮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건으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 문형표가 이미 구속돼 있으니 말이다. 삼성이 뇌물도 강제로 뜯기고, 경영권 세습 혜택도 강제로 받았다는 말인가?


뇌물을 받은 상대에 대한 수사가 부족하다는 영장 기각 사유도 파렴치하다. 박근혜는 지금 재임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는 대통령 특권 뒤에 숨어서 검찰 수사 단계부터 조사를 거부하고 수사 방해와 지연 책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용의 뇌물죄 입증은 박근혜의 뇌물죄 입증과 연결되므로,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이재용 구속을 막은 것은 박근혜와 이재용이 서로를 핑계 대며 빠져나가는 것을 돕는 짓이다.


최고위 권력층의 부패 범죄에 사실상 협조하는 판결을 내린 자에게 “원칙주의자” 운운한 보수 언론들이 꼴사납다. 연루된 삼성 경영진 중 이재용 1명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특검의 무리수’ 운운하는 것도 역겹다.


게다가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는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가 포함됐다. 이재용의 생활환경을 고려해 구속하지 말라는 건 대놓고 부자들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뜻일까?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태는 결국 이 사회 상층부의 구조적 부패의 일면을 보여 줬다. 정권과 검찰, 기업주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얽히고설켜 법치의 이름으로 지배계급 편향적 판결을 자행해 온 사법부도 적폐의 일부다. 따라서 정권 퇴진 운동이 박근혜 개인 제거에 머물지 않고, 정권의 퇴진과 적폐 청산을 요구해 온 것은 옳다.

△삼성 이재용은 감옥이라는 "주거 및 생활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미진

재벌 총수 단죄는 대중 투쟁에 달렸다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이전부터 재계와 우파, 보수 언론들은 ‘경제 활동 위축’ 운운하며 이재용 구속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재계 리더인 삼성의 새 총수 이재용 구속은 상징성이 너무 크고, 이후 박근혜 뇌물죄 수사에서 롯데, SK 등의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될 위험도 커진다고 보고 처음부터 차단하려 한 것이다. 롯데가 중국의 보복 위협에도 사드 부지 제공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들이 오히려 정치권력과의 유착으로 안팎의 위기를 대처하려는 방향을 보여 준다.


그러나 현 정국의 한 핵심축인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도 재벌 총수 구속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바로 직전 주말인 1월 14일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13도인데도 재벌 총수 구속을 주요 요구로 부각한 서울 광화문 집회에 13만 명이 참가했다. 이는 운동의 밑바탕에 우파 정권과 기업주들이 유착해 불평등과 부정의의 ‘헬조선’을 만들어 온 것에 대한 분노가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운동은 확대일로의 파죽지세에서 지금 숨 고르기 상태로 전환해 있다. 일시적 안도감과 피로감, 대선 국면의 사실상 시작, 특검 수사가 주목받는 상황 등이 고루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반면, 박근혜의 졸개들 때와 달리 이재용의 구속을 놓고는 지배계급의 저항이 거셌다.


이 때문에 양 세력의 힘겨루기가 팽팽해져서 일부 언론에서 “진격의 특검”이라 불리던 특검팀도 삼성 최고 경영진 처리를 놓고는 양쪽 눈치를 보며 며칠을 주저했다. 특검이 진격을 멈추자 우파들은 더 기가 살았다.


조직 노동운동의 주도력

결국 이재용만 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타협책을 썼다. 현직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사주들을 초점으로 한 수사는 세력균형을 풍향계 삼는 ‘정치적’ 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장판사인 조의연이 가장 활동량이 뜸한 새벽 4~5시경을 택해 구속영장 기각을 발표한 것도 결정의 파장을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태는 조기 대선 국면에 순진하게 휩쓸리기보다는 투쟁의 신발끈을 다시 묶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박근혜·황교안 정권 퇴진, 각종 개악 정책 철회, 기업 총수들 단죄 등 과제들도 남아 있다.


이처럼 적폐가 곳곳에서 운동의 공세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거리 운동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적폐가 뿌리 깊다는 건 운동이 그만큼 더 급진적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만방자하던 박근혜 정권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붙인 동력이 바로 대중 투쟁이었다. 독립적으로 헌재의 조기 탄핵 결정, 특검 철저 수사·기소를 압박해야 한다.


따라서 거리 시위가 유지돼야 하고, 작업장이나 대학 등 곳곳에서 적폐에 맞서며 투쟁의 폭을 더 넓히고 심화시켜야 한다.


정권과 기업주들에게 타격을 줄 힘이 있는 조직 노동운동이 더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자들 자신의 요구도 미해결 상태다. 좌파의 정치적 개입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1월 21일 사전 집회들로 좌파와 조직 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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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은 박근혜와 공범이다

이재용은 물론 다른 재벌총수도 구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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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1월 둘째 주는 지난해 말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리 행태가 터져 나오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양상은 다르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의 뇌물죄 혐의 수사에 진전이 있어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등도 위기에 몰렸다. 


배임과 횡령죄로 수감돼 있던 SK의 최태원(회장)·최재원(부회장) 형제를 석방시키려고 SK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1백11억 원을 냈다는 정황 증거들이 나왔다. 지난해 최태원과 최재원은 각각 광복절 특사와 7월 말 가석방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삼성 이재용도 곤경을 겪고 있다. 8년 만에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특검이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진작부터 정유라에게 투자해 왔고, 박근혜와 이재용의 독대 자리에서 정유라 지원 등의 구체적 대화가 오갔으리라는 것이다. 삼성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도 투자했다.


이재용은 박근혜의 강요로 돈을 낸 것이라며 줄곧 뇌물죄를 부인해 왔는데, 반대 증거들이 나오면서, 뇌물죄를 계속 부인하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뇌물죄를 인정하면 구속은 피해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다. 뇌물죄면 박근혜도 불리해진다. 게다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자체의 배임죄 혐의가 추가될 거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런 뇌물의 대가로 삼성은 정권의 보호와 지원을 받았다. 회장 이건희가 쓰러져 그룹 승계 문제가 고민이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실행된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해 줬다. 그 덕분에 합병안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메르스 늑장 대응도 삼성병원을 보호하려는 것 때문이라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박근혜가 자기 주치의 서창석을 서울대병원장에 임명한 것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창석의 서울대병원은 최근 나온 청와대 불법시술 의혹 연루 병·의원들에 납품 허가 등 도움을 줘 왔다. 서울대병원은 경찰 물대포 살인진압에 희생된 백남기 농민 사인 조작 스캔들에도 연루됐다. 


박근혜의 비리 수사와 폭로가 기업주들에게까지 옮겨 간 것은 나머지 지배계급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불쾌한 일일 것이다. 특검이 롯데, CJ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박근혜가 시간을 끌수록 나머지 지배계급은 시간을 잃는 것이라는 관측이 정말로 옳았다. 만일 박근혜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자진 사퇴했다면, 박근혜 개인은 구속을 면치 못했더라도 곧바로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기업주들에게까지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가령 찰떡 궁합처럼 여겨지던 1년 전 만큼 단결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은 둘로 쪼개졌고, 친박 본당인 새누리당도 자중지란 속에 있다. 언론들이 여전히 박근혜 일당의 비리를 경쟁적으로 폭로하고 특검이 연일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실제로 뇌물죄가 기소까지 갈지,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지는 앞으로의 쟁투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


궁지

이런 점에 비춰 봐도, 오만방자한 박근혜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그에게 협력한 지배자들 일부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 처한 것은 연인원 1천만 명이 넘게 참가한 퇴진 운동 덕분이다.


그러므로 (비록 이 운동이 지금 당장은 혁명 수준으로 도약하지는 않겠지만) 운동을 대선(정권 교체) 등 공식정치의 보조 수단으로 치환해 잠재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


운동 내 일부는 대선에서 지지할 야당의 보조자 구실로 운동을 제한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반기문 지지율이 높은 걸 보면서 이솝 우화의 ‘신 포도’ 얘기처럼 운동의 잠재력을 무시한다.


그것은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그런 접근법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운동의 잠재력을 훼손해 공식정치에서도 성과가 줄게 마련이다. 지배계급이 왼쪽으로 밀린 정치지형을 돌려 놓으려고 반격을 꾀할 것이고 그것을 막을 힘은 지금 거리 운동에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이 권한대행 한 달 동안 한 일을 보자. 각종 노동 개악 같은 친기업 정책,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합의 같은 친제국주의 정책의 유지를 공언했다.


일종의 인터넷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를 구속했다. 11일에도 “헌법 가치 부정 세력과 안보 저해 세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의 경찰은 매주 촛불집회에도 무장한 진압 경찰을 전진 배치하고, 박사모 집회가 박근혜 퇴진 집회보다 많이 왔다는 턱없는 거짓말을 한다. 


이 모두 운동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또한 단기 세력균형 회복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파의 재활을 위한 포석들이다. 박근혜의 버티기도 마찬가지다.


탄핵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항전하는 모습을 지지층에게 보임으로써 바뀐 정권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우파 대오를 유지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안보 위기라는 악조건은 다음 정권 아래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활의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전망에 타격을 주려면, 거리 운동의 폭과 깊이가 더 확대돼야 한다. 정치가 중요하다. 섣불리 전선을 옮기지 말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청와대와 헌재를 압박하는 것 못지 않게 황교안 내각과의 대결이 중요하다. 노동계급 대중의 자기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좌파는 이를 위해 끈기 있게 개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궁지로 내몬 힘은 주류 야당이 아니라 대중 운동에서 나왔다.  ⓒ사진 조승진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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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우파 본색 ─ 그에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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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박근혜의 자칭 ‘신년 간담회’는 일종의 도발이었다. 카메라와 녹음기도 못 들고 오게 해 놓고는 기자들을 자신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는 발언의 통로로 삼았다.


정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서는 사실 해명을 충실히 안 하는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해명성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유폐돼 언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과 자기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준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 보자.’


가랑비에 옷 젖을라 출판·사상의 자유 보장하라! ⓒ사진 조승진


5일 헌재 심리에서 박근혜 변호 대리인단은 촛불 운동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며 주체사상을 따르는 운동으로 국민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 역대 정권도 다 측근 비리가 있었다’ 하고 나불댔다.


박근혜 특유의 우익 결집 시도와 운동 갈라치기, 피장파장 물타기 수법을 다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의도가 뜻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박근혜의 입지는 줄고 있다.(대오를 유지해 퇴각하려는 이런 전술이 장기적 재생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5일 〈CBS〉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가 거짓말한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전 문화체육부장관 유진룡은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에 항의했다가 자신이 경질됐다고 폭로했다.


5일 헌재 심리에 증인으로 나온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는 최순실이나 청와대 전 간호장교 신보라 등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언을 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끼리도 아귀가 안 맞는다.


같은 날 재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죄다 부인하는 최순실에게 ‘나라의 격을 생각해 공소장에 최소한의 사실만 담았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과의 공모(뇌물죄 혐의) 등으로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이 나라 지배계급이 박근혜를 보호하는 게 자신들의 위신 지키기에도 더는 걸맞지 않고 정치체제 안정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연히 정권 퇴진 운동의 규모와 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배자들이 박근혜 정권에게 기대한 바,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그것을 위한 우파적 사회 단속이라는 지배계급의 필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권한대행 황교안이 우파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내각의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고, ‘김정은 참수’ 부대를 조기에 창설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례 관련 대통령 훈령을 고쳐, 국민의례에서 세월호 희생자나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금지하려고도 한다.


또한 5일에는 검찰이 사회과학 도서 정보 제공·공유 사이트인 ‘노동자의 책’을 운영했다고 대표 이진영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진영 씨는 철도노조 조합원이기도 하다.


사상 표현물을 공유하는 것조차 구속될 범죄라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악법성을 보여 준다. 또한 박근혜·황교안 체제의 우파적 본질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들인 친제국주의 정책, 고통전가, 민주적 권리 억압을 어떻게든 더 이어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퇴진운동은 박근혜뿐 아니라 황교안 내각 사퇴 등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매주 수십만 명 규모를 유지하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국회 탄핵소추 가결 이후 맹렬하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이다.


야당들도 국회는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운동과 거리를 둔다. 황교안의 적폐 행각을 견제하기보다는 대선 정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의 동맹을 염두에 둔 운동 내 일부 세력들도 대선 정국 대비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황교안은 그 잠깐의 틈을 타 반격의 잽을 날린 것이다. 대선 정국 전에 세력 균형을 조금이라도 우파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내각은 구성원도, 하는 일도 모두 적폐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이 처음부터 박근혜 개인 제거가 아니라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옳았다. 1월에도 광장과 거리에서의 시위가 여전히 중요하다.


황교안 내각에 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조기 탄핵의 압박을 더 키우는 효과도 낳는다.


대중 투쟁이 유지돼 정치 지형이 조금씩이라도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1천 일을 맞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등 적폐 청산에도 유리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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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박근혜의 적폐를 밀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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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심판이 조기에 이뤄질 듯하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새누리당은 지지율 폭락과 함께 둘로 쪼개졌다.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연인원 1천만여 명이 참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두 달여 만에 만들어 낸 정치적 변화다. 민중의 투쟁과 분노가 오만방자한 집권당을 극심한 위기에 빠뜨렸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역설이게도 정권 퇴진 운동이 아직 그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에서 멈추려고 그 많은 사람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고 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사실 박근혜의 ‘비선’ 통치가 문제가 된 마당에, 박근혜의 ‘공식’ 업무가 정지됐다고 정권의 악행이 멈출 거라고 생각할 근거가 애초에 없었다. 박근혜는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 것이다. 우파는 여전히 호시탐탐 역전 기회를 노린다.

그럴수록 운동은 황교안과의 대결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적 유폐 상태의 박근혜를 대신해 권한대행 황교안이, 잠시 멈춘 강성우파 정권의 시계를 다시 돌리려 한다. 황교안 내각이 설사 은밀한 부패의 몸통은 아닐지언정, 그 부패와 융합해 박근혜 정권이 벌인 반민중·반민주적 학정의 몸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박근혜 퇴진이 기정사실화됐으니,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입법·개헌 과제 목록 작성과 정권 교체를 위한 야당 후보 암묵적 지원에 더 신경을 쓰자는 일부 세력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등극한 황교안

황교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정원 권한을 늘려 공작정치를 부분 합법화할 국가사이버안보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 입법을 발의한 것이다.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가 여소야대 국회에 어떻게 맞서려 하는지는 잘 알 수 있다.

그는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답게 국가보안법 위반 신고자 포상액도 20억 원(종전 5억 원)으로 대폭 올렸다.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서는 “[이보다] 더 좋은 합의가 어떤 것이냐”며 기존 합의를 옹호하고, 차기 정권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적폐 청산 요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한 종편 채널은 경찰청이 11월 19일 퇴진 운동 주말 행진을 경복궁역까지 허용한 것을 황교안이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후, 경찰이 주말 시위에 더 전진 배치된 것이나, 부산에서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경찰 폭력으로 막으려 한 것도 황교안의 우파적 통치 유지 기조와 연관돼 있을 것이다.

이런 황교안 아래서 적폐 장관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든 문화체육부의 장관 조윤선은 ‘내부 제보자를 데려와 봐라’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가임기 여성 전국 지도를 만들어 지자체별 경쟁을 시키겠다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추가 ‘진상 규명’에 반대했다. 노동개악을 추진해 온 노동부, 한일 ‘위안부’ 협상을 옹호하는 외교부 등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일부 우파 언론과 논평가들은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며 황교안을 우익의 새 아이콘으로 치켜세운다. 심지어 정통 보수의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한다. 벌써 황교안을 대입한 대선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황교안 내각을 겨눈 투쟁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한통속 황교안 내각과의 전투나 헌재 압박 등에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거두게 한 바로 그 힘을 여전히 중시해야 한다. 그것은 독립적인 대중 투쟁의 힘이다. ⓒ이미진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본질 흐리기다

애초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는 경제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이를 잘 관철하려고 우파적 통치를 실행하는 것에 있었다.

지배계급 다수는 더는 보호하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를 제거하고 고통전가 기조를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이를 ‘국정 정상화’라고 부른다. 탄핵 인용 결정이 1월 말에 나올지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특검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강도도 세지고 있다(물론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전경련의 기관지라 할 만한 〈한국경제〉는 “모두가 경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며 운동의 압력 때문에 기업 규제 완화가 늦춰지는 것에 짜증을 부렸다.

그러나 폭발적인 대중 저항 때문에 노골적인 우파 통치 기조를 대놓고 유지하기는 힘이 드니, 현 상황에서는 황교안 체제를 지지하면서 여야정 협치를 주문한다. 더는 기존 정치체제의 안정을 흔드는 일들(야당들이 운동을 지지하며 그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하는 일)은 중단하라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박근혜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버리고 이제는 지배계급이 큰 틀에서 단결(협치)하자는 것이다.

그 방안 하나가 개헌 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12월 30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역사적 개헌특위 출범, 통치 끝내고 협치 열어 달라”이다. 탄핵안 가결 직후 야당들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이나, 1월 30일 여야 주류 4당(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이 1월 임시국회를 열고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위기 속 단결(협치)’을 주문한 지배계급 여론에 부합하는 행위다.

그러나 현행 헌법 아래서, 군사독재 정권의 핵심 일원인 노태우가 집권해서도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강력할 때에는 “물태우” 소리를 들었고, 한때 지지율 90퍼센트를 구가하던 김영삼은 “산 송장” 소리를 들었으며, 김대중은 임기 초 반 년이나 총리를 임명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그 스스로 “권력은 시장에게 넘어 갔다”고 푸념했다.(그럼에도 노동계급을 향한 공격은 줄기차게 계속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대통령과 국회 모두 새누리당이 지배하고, 우파 지배자들이 이 정권을 전폭 지지하는 상황이 이른바 제왕적 권력 현상의 실체다. 계급적 이익(과 정권 존속)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서로서로 감싸 주고 덮어 준 것이다. 이명박의 ‘4자방’ 비리를 박근혜(의 검찰)가 덮어 준 일이 한 사례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의 조문 때문에 박근혜 게이트 따위가 생겼다고 보는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잘못(적폐와 책임)을 가리고 면제해 주는 허구적 담론에 가깝다. (피억압 대중에겐 헌법이 국가권력을 더 제약하고 기본권을 더 많이 보장하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권리로 보장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강력할 때이다.) 퇴진 운동 일각에서 특정 지지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개헌 정국에 섣불리 부화뇌동하다가는 운동이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오히려 불평등 사회를 더 공고히 해 온 박근혜의 학정 때문에 민중이 겪은 좌절과 분노, 투쟁이 적폐 청산 요구에 더 반영돼야 한다.

헌재가 박근혜를 조기 탄핵할 수도 있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 무더기 사실조회 신청을 내며 시간을 끌고 있다. 최순실도 거의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 탄핵 결정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 친박 우파도 헌재 앞 시위를 벌이며 “탄핵 무효”를 외친다.

그러나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형사재판 식으로 탄핵심판을 하자는 것은 세력 균형 변화를 꾀할 시간을 벌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도 박근혜 탄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헌법재판관 구성인데도,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자신 있다면, 우주 최강급 독점욕을 가진 박근혜가 헌재 심리를 빨리 해서 권좌로 복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왜 시간을 끌려고 하겠는가?

이는 헌재 탄핵심판이 단순히 사실 심리가 아니라 정치 재판임을 알기 때문이고, 그것이 정치·사회적 세력 균형에 영향을 받게 됨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수백만의 거리 투쟁이 국회를 압박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를 가결토록 만든 것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거대한 압박이 헌재에 가해져 있음을 뜻한다.

이런 세력 균형 때문에 지배계급 다수도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의 존재를 부담으로 여기고 빨리 털어 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애초 빠르면 3월초에나 결정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헌재소장인 박한철의 퇴임 전인 1월 말(설 연휴 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대두되고 있다. 헌재는 주 2회 심리를 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비선의 농락이 문제의 본질인가?

기존 정치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박근혜와 연계된 소수 비선 실세들의 농단과 농락이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은 피상적이다.

박근혜의 특수한 개성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드러난 이 권력형 부패의 실체에서 그런 문제들은 부차적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만의 특수성도 아니다. 계급 사회의 고위층 중에 자기 연설문을 직접 쓰는 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 대의기구와 대중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밀스런 측근들과 정책을 상의하는 일도 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저질스런 자들에게 박해를 받고 힘겹게 지내왔다는 것이 노동자·민중 운동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다. 그들의 부정 축재와 특권은 국민적 박탈감도 자극했다.

일각에선 노동운동과 좌파를 겨냥해 ‘초점을 흐리거나 참가자들을 불편하게 할 요구는 자제하고 쟁점을 최소화하자’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박해받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지지 호소는 광장에서 큰 지지를 받는다. ‘노동 의제는 시민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아전인수식 주장을 펴거나, 민주당 등을 곤란하게 할까 봐 노동 의제를 일부러 배제하려는 사람들만 광장에서 노동이 외면 받는다는 (실제 경험과도 다른) 주장을 한다.

그러나 1천만 넘는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에 눈비 맞아가며 광장에 모여 청와대로, 총리 관저로, 헌재 앞으로 행진하는 것은 단지 박근혜 일당의 은밀한 사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에 가진 자들을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민중을 천대하는 정책들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 온 자들을 향한 반감과 증오가 그 전부터 전개돼 온 노동자 투쟁을 발판 삼으면서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뛰쳐 나올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박근혜가 시녀에게 지시받거나 농락당한 것’이 아니다. 정권이 자신의 권력(검찰 등)을 이용해 국가예산, 친기업 정책들을 대기업들과 부당 거래하며, 상호간에 부당한 재산과 특권을 챙겨 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작정치 수단도 동원됐다.

가령 세월호 참사에 관해 정부 대응 잘못을 지적한 감사원 보고서가 청와대를 거치며 윤색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의 항의를 묻어 버리려고 다양한 여론 조작 방법이 동원됐다.

국민연금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는데, 엉뚱한 학생들을 탈락시키며 최순실의 딸을 이화여대에 보내는 것에 그 삼성이 수십억 원을 들여 협조한 것도 그런 사례다. 그런 주고받기 속에서 이들은 고통전가와 세월호 참사 항의 탄압하기 등 온갖 악행에 서로 협조해 왔다.

지금도 구속된 최순실은 국정조사를 당당히 거부한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최순실 혼자만 식수와 온수로 샤워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정권의 비호를 받는 이런 특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들이다.

따라서 주범은 박근혜 정권인 것이고, 정권의 존재 자체가 적폐인 것이다. 이는 적폐 청산이 결코 몇몇 개혁 입법(당연히 개헌)으로 환원될 수 없고 많은 정책들의 폐기와 함께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운동이 황교안 퇴진과 내각을 향한 공격을 강화해야 하고, 이것이 적폐 청산 투쟁의 알맹이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어느 정도의 피로감과 안도감, 목표의 일차적 성공에 따른 낙관 등으로 운동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여전히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지만, 12월 9일 이후 조금씩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증오가 겨우 박근혜의 직무정지 정도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박근혜 일당이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헌재에서 시간 끌기로 나오는 것이 분명해지자, 12월 17일 행진에서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헌재 앞 행진 대열이 (전 주와 다르게) 크게 형성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운동이 혁명이나 항쟁 수준은 아직 못 되기에 제도상 방법인 헌재의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것으로 표출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지겨운 자들을 끝장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이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다수 굴곡을 겪더라도 올곧게 대중의 염원을 대변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리더십 발휘를 회피할수록 이 운동을 차기 대선에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주류 야당의 보조물로 운동을 조율시킬 뿐이다. 그것은 이 운동의 잠재력을 갉아먹어 전진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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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의 동력은 대중 운동으로부터 나온다 12월 17일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탄핵 소추 사유’는 …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마땅 … [헌법은]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낮고, 1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 임기를 무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 [세월호 구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대어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

12월 16일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 답변서 일부다. 박근혜는 거대한 박근혜 퇴진 여론을 또다시 바보 취급했다.

다른 일당도 대장을 잘 따랐다. 재판과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 핵심 실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잡아뗐다.

이들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고 박근혜 헌재 심리와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을 연계해 시간을 끌어 보려 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다르고 형사재판의 사실 다툼에 종속돼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성과 해고제, 성과 연봉제를 강요하며 피눈물을 흘리게 하던 자들이 정작 자기들이 쫓겨날 때가 되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물러나라고 하면 되냐’고 한다. 이 꼴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박근혜가 뻔뻔한 답을 내놓는 것은 시간 끌기뿐 아니라, 자신의 우익 지지층에게 헌재를 압박할 논리와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11월부터 우익 기독교 세력과 접촉해 대형 기도회 등을 촉구했다는 의혹을 〈CBS〉가 폭로했다. 17일에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연 박사모 등 우익 동원에 돈이 살포되고 있다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왔다.

따라서 정권 퇴진 운동이 헌재에 조기 탄핵 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박근혜의 대타로 나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황교안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더러운 대선 개입 정치 공작(이것도 부패의 양상)에 힘입어 출범했다. 우파 전체와 기업주들은 똘똘 뭉쳐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다.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돈인 걸 다 알면서도 꼬박꼬박 더러운 돈을 입금했다. 심지어 같잖은 아이를 말에 태워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수십억 원씩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고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익을 수호하려고 탄생한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그 자체가 적폐다. 이 정부가 온갖 악행을 일삼으면서 내세운 것이 바로 ‘법과 질서’였다. 박근혜의 법치주의는 가진 자들에게서 못가진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특권과 횡포에 항변하지 못하게 때려잡는, 가진 자들의 주먹이다.

바로 이 법치주의를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시작해 국무총리로서 떠받쳐 온 것이 황교안이다. 따라서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이끄는 것도 그 자체로 박근혜의 적폐다. 퇴진 운동은 황교안과 장관들의 사퇴를 분명하게 주장하면서 싸워야 한다. 야당(특히 민주당)과의 협력을 위해 이를 전면에 내세우길 꺼려서는 안 된다.

△운동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제약하면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 ⓒ조승진


야당의 동요

박근혜가 시간을 끄는 동안 황교안은 국정 역사교과서, 사드 배치, 노동 개악, 한일군사정보협정 등을강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협치’를 하자며 야당과의 개별 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공작 정치의 재탕이다. 법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헌재소장 박한철의 임기 연장설을 흘린 것도 되치기 시점을 잡으려는 간 보기다. 지난 17일 서울 집회는 전과 달리 무장한 진압 경찰들이 경복궁역과 안국역 등에 전진 배치됐다.

지배계급은 거의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대중 투쟁에 놀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이제는 박근혜 개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듯 보인다. 그런 혼란과 당혹감 속에서도 그들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 있다. 대부분 노동계급 성원인 시위 참가자와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힘에 대한 자기 확신을 유지하고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폭발적인 거리 시위는 (바라는 바를 아직 충분히 이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등장 두 달 만에 파죽지세로 박근혜의 공식적인 직무정지와 집권당의 분당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제는 곳곳에서 제동을 걸려 한다.

지배계급이 우파 언론을 통해 박근혜 개인의 치부는 계속 폭로하면서도 야당들에 황교안 내각의 안정에 협조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대통령과는 달리 황교안은 야당 의원수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한데도(총리는 과반이면 탄핵소추 가능) 공식 야당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황교안에게 여야정 협의체를 주문한다. 주류 야당도 자본주의 수호 원칙은 새누리당과 공유하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자본가 계급에 국정 수습 능력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공식 야당들에게는 우파들과 타협해 공정한 대선 관리 내각이 돼 주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할 것이다.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를 조율할 시간도 필요하니, 대체로 3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도 별로 바라지 않을 수 있다.

야당과의 공조가 우선돼선 안 된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번 정점을 찍은 뒤로, 운동 초기에 있었던 지배계급의 부분적 용인이 줄어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이 운동에도 정치적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박근혜 개인만을 제거하길 원하는 자들과 박근혜 정권을 제거하길 원하는 더 급진적인 자들 사이의 분화 말이다.

엔지오들은 민주당의 개혁파 정치인들을 밀어 정권 교체를 이루고 싶어하는 자신들 고유의 프로젝트 때문에라도 운동이 이제는 민주당(특히 박원순) 대선 승리의 보조물로 가기를 바라는 듯하다. 운동이 더 자신감을 얻고 급진적이 되는 것은 민주당(심지어 박원순)에게도 불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야당들과 계급을 초월한 국민 연합 정권에 참여하길 바라는 자민통계는 거리 운동을 강조하면서도, 야당 비판을 삼가고 그들과 동맹하길 바라는 점에서는 엔지오들과 보조를 맞춘다.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염두에 두느라 말을 아끼고 있다. 황교안 사퇴 요구와도 분명한 선을 긋고, 정략적 개헌 논의를 대놓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새만금에 카지노를 유치하려 한 국민의당을 비판한 정의당 전북도당을 중앙당이 견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레디앙〉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 한 의원은 전북도당에 “굳이 이 국면에서 이렇게(국민의당과 대립하는 것을 뜻함) 해야 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민중의 힘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이나 노동운동이 한사코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수하는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세운다는 계획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는 그 수호자들로 하여금 가차없는 착취자·억압자가 되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이므로, 진보 세력이 포함된 민주당 정부조차 고통전가 정책을 추진하라는 지배계급의 압력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박근혜의 권력 농단이 현행 헌법 상 대통령 권한이 너무 커서 벌어졌다고 하지만, 같은 헌법 아래서 노무현은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무기력을 호소하고 지지층을 배신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진보 세력이 그 정부 안에 머물려고 하면, 투쟁 대상에 대한 정치적 혼란을 줘 노동자·민중이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데에 해가 된다.

지금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안에서 이런 전략은 ‘운동의 성공을 위해 야당 지지가 필요하니, 운동의 요구와 수위를 낮추자’는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틀린 주장이다.

첫째, 꼭 온건한 주장이 운동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처럼, 박근혜 개인뿐 아니라 그의 정부에 증오심을 갖고 불만과 분노가 분출하는 상황에서는 투쟁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 강력한 거리 운동이 (‘역풍’론 걱정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박근혜 정권 퇴진”을 기치로 탄생했듯이 말이다. 조직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를 처음에 제안해 성공을 거둔 배경이다.

둘째, 대중보다 오른쪽에 있으려는 정책은 패배를 자초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퇴진 운동의 동력인 거대한 분노와 자신감을 운동이 온전히 표현하지 않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운동 자체가 가라앉고 그렇게 될수록 주류 야당들조차 운동의 요구에 냉담해질 것이다.

벌써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퇴진행동의 온건파들이 야당들을 압박하려고 22일 국회에서 연 “6대 긴급 현안 연내 해결 촉구 토론회”에 주류 야당 지도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은 야 2당의 원내대표들이 올 것을 기대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 놨다. 운동을 민주당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정치적 독립성을 추구하며 대중 투쟁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즉각퇴진! 조기탄핵! 적폐청산!
송박영신:10차 범국민행동의 날

12월 31일(토) 오후 7시(본집회),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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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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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존재 자체가 적폐황교안과 각료들 사퇴하고 온갖 개악들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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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16일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했다.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긴 친박 정우택은 ‘개헌을 추진하고 좌파 집권을 막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다.

사실상 정권 자체가 국민에게서 정서적 정치적으로 탄핵 당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새누리당 분당이 가속되고, 정권에 대한 원망과 증오도 커지겠지만, 지금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박은 권력 유지라는 이해관계를 위해 체면이나 여론의 눈치를 볼 여력도 없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로 가득찬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다. ⓒ사진 출처 코리아넷

어떻게든 정치적 패퇴를 최소화해 재기를 도모하려면 그나마 남은 우파 지지층이라도 결집할 시간과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력구조 개편 개헌으로 정국이 흐르면, 만에 하나 박근혜의 명예 퇴진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비박계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건 없다. 비박계는 황교안의 박근혜 정책 유지 기조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탄핵 소추위원 구실을 할 법제사법위원장 새누리당 권성동은 박근혜 탄핵에 부정적인 인물을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총괄팀장으로 임명했다.


계급적

집권 여당이 이토록 추한 모습들을 보이는 까닭은 이들이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온갖 반동적 정책들은 그저 측근 실세들의 사익 추구인 것이 아니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등 고통전가 공격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의 계급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책들이었다.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은 미국 제국주의에 더욱 편승해 미국 중심 질서에서 한국 국가(즉 지배계급)의 위상을 높이고, 또한 이를 통해 기업들의 국제 경쟁에도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런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 난제 속에서도 박근혜 지지율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비록 이런 꿈들이 미·중 갈등이나 경제 위기 회복 실패 등으로 모순과 위기를 겪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키워 왔지만 말이다.

드러난 사실들로 보건대, 세월호 참사는 침몰 원인부터 구조 실패까지 모두 ‘기업주 경제 살리기’와 ‘친제국주의 정책’이 결합되면서 낳은 비극이었다. 여기에 민중의 삶에 극도로 냉소적이고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박근혜의 개성이 덧붙여졌다.

이런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고 청와대는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수사를 가로막고, 운동을 탄압해 온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정책 철회와 더불어 인적 청산(처벌)도 해야 한다. 박근혜의 해괴망측한 개성과 행태를 알면서도 지배계급이 이를 감싸고 포장해 주며 대통령에 앉힌 이유를 이해하고 분쇄해야 한다. 그러려면, 재벌과 언론도 표적에 넣어야 한다.

단지 거리에서 국회로 장을 옮겨 새로운 입법을 하거나,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개혁 강령을 제시하는 문제로 적폐 청산 수단을 돌리면 이런 일들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실패한 사례는 청산 대상도 포함된 기존 국가기관에만 의존해서는 최소한의 청산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구속과 처벌에도 여러 해에 걸친 강력한 대중 투쟁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야당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지닌 이런 계급적 성격 때문에 주류 야당들의 태도도 일관되지 않다. 애초 거리 운동의 거대한 압박에 밀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그것이 민중의 뜻을 온전히 대변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주류 야당들은 탄핵안 추진을 피할 수 없는 게 분명해진 상황에서야 움직였다. 이들은 이 과정을 자신들이 ‘민심’을 국회로 수렴시켰다는 식으로 포장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주류 야당들은 역대 최대의 시위 이후에야 탄핵 절차를 밟았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에도 야당들의 스텝이 꼬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야당들은 국회 탄핵안 가결 뒤엔 할 일을 다했다며 정작 황교안 내각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적폐 공범 황교안과 새누리당에게 박근혜 이후 국정 운영에 관해 협상을 하자고 채근하고 있다.

개헌 논란도 기껏해야 대선주자들의 유불리 차원에서 제기될 뿐이다.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둔 개헌 논의는 박근혜의 명예 퇴진과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

박근혜의 악행과 적폐는 권력구조 문제가 아니라 경제 위기와 계급의 문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신자유주의 개악과 노동운동 억압을 자행한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었는가?

한마디로 주류 야당들은 진정한 적폐 청산에 진지하지 않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더더욱 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거리 투쟁에 의존해야 한다. 황교안과 반동적인 장관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야당을 비판하고 폭로해야 한다. 국회에게 한 것처럼 헌재에도 투쟁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

적폐 청산의 과제도 대중 투쟁의 성장과 유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적폐 청산의 내용물은 야당의 사회 개혁 과제가 아니라 대중이 그 청산을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요구들(행동강령)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작업장 투쟁과도 연결돼야 더 강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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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은 민중의 투쟁이 낳은 성과즉각 퇴진 투쟁은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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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2백34표로 가결됐다. 국회 재적 대비 78퍼센트 찬성이고, 새누리당 의원의 절반 가까이가 탄핵소추에 찬성했다. 무기명 투표의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권당도 거의 절반이 등을 돌려 박근혜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외쳐 온 민중의 투쟁에 국회가 압박당한 결과다.

지은 죄로 말하자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때 이미 두 번 세 번 탄핵됐어야 할 자다. 퇴진 운동은 여기서 멈추거나 조기 대선 준비로 휩쓸리기보다 고삐를 더 당겨야 한다.

지도자의 추락에 전전긍긍한 공범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주류 야당들도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주류 야당들은 즉각 퇴진이 압도적이었던 거리의 운동과 처음에 거리를 뒀다. 박근혜 ‘2선 후퇴’, ‘거국 내각 구성’ 따위로 거래하려 하면서 말이다. 그 뒤 운동에 발을 걸치며 박근혜 퇴진 당론을 정하고 탄핵소추 추진을 선언해 놓고도 새누리당 일부와 밀실 거래를 하는 등 기회주의적 처신을 거듭했다.

이런 틈새를 노려 지난 주 박근혜는 검찰 수사도, 자진 사임도 거부한다는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즉각 퇴진" "구속 수사" 박근혜에 대한 노동계급 대중의 증오가 상징하는 것은 정경유착 특권층 사회와 불평등 구조에 대한 반감이다. ⓒ이미진

박근혜의 몸부림에 크게 한 방 먹인 것은 성난 민중이었다. 역대 최대 시위로 답했다. 주최 측 추산으로 전국 2백30만 명, 최초로 청와대 담벼락 1백 미터 앞까지 진격한 서울에서는 1백60만 명이 넘게 나왔다. 이날은 ‘단 하루도 꼴 보기 싫다’는 분노가 더 두드러졌다. 여전히 뻔뻔하게 버티는 박근혜의 모습에 민중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강력한 거리 운동이 의회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칫하다가는 자신들에게도 분노의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성난 여론을 국회 탄핵으로 제도권 안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그는 ‘헌재 심판에 담담히 대비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추진해 [달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민정수석 최재경의 사표를 수리하고 세월호특조위를 내파하려 한 조대환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아마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 심리 대비일 텐데, 이미 박근혜는 변호사들을 선임해 그 준비를 시작했다. 검찰과 헌재 재판연구관 등 고위직 출신들로 알려져 있다. 총리 황교안도 2004년 고건 직무대행 당시의 자료를 검토하며 탄핵소추 가결 상황에 대비해 왔다.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청와대 비서진은 총리실로 출근하며 박근혜에게는 비공식적 보고를 계속할 것 같다. 박근혜는 수렴청정을 하면서 막판 뒤집기를 획책할 것이다. 황교안은 복지 축소와 민주적 권리 침해 등 온갖 개악에 앞장서 온 박근혜 ‘내각 원년 멤버’다. 노동개악, 각종 민영화 등 악행에 앞장선 장관들도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고,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 권좌에 앉아 있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바꾸길 바라는 많은 적폐들이 청산되지 않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하게끔 만든 그 힘, 박근혜 즉각 퇴진 대중 투쟁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박근혜 내각 '원년 멤버' 황교안 이 자도 쫓아내야 한다. 

4년간 누적된 반감과 저항이 박근혜를 코너로 몰다

여론조사는 변하는 사람들의 정서의 단면을 잘라 보는 것이고, 설문 문항의 구성에 따라 같은 시기에도 다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간접적으로, 서로 다른 조사들의 비교를 거쳐 시간 변화에 따른 추이 등을 봐야 한다.

이 점에서 최근 폭발적인 반박근혜 여론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물론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를 동시에 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반박근혜 여론이 갑자기 최순실 등 몇몇 폭로로만 폭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박근혜가 당선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이 얻은 1천5백만여 표는 비우파 후보가 얻은 최대치였다. 이는 인구 증가나 문재인의 인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과거 반성 없는 독재자의 딸이 구 세력과 함께 돌아오는 것에 반감을 표한 반박근혜 투표였던 것이다. 박근혜의 초기 내각 구성이 대중의 반발 덕에 한 달 이상이나 걸린 것을 떠올려 보자.

이후 상황은 〈한국갤럽〉이 집권 1년차부터 조사한 추이를 바탕으로 살펴 보자.(다른 조사들도 추이가 대강 비슷하다.) 박근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대체로 낮을 때도 40퍼센트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돼 왔다. 그래서 콘크리트 지지율이란 말도 나왔다. 그러나 임기 첫해,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0’에 가까웠음도 봐야 한다.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박근혜의 악행이 본격화하지 못해서 지지율이 유지된 것이다.

철도 민영화를 본격화하려다가 이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이 2013년 12월에 3주가량 진행되자 부정 평가도 30퍼센트를 넘기며 결집하기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부정 평가가 40퍼센트 후반에서 50퍼센트 중반대를 유지해 왔다.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하고 냉소적인 대응 때문에 2014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측근 부패의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격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관철된 2015년 상반기에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당시까지 가장 큰 격차로 앞섰다. 그 때는 바로 민주노총이 한상균 팀 하에서 노동개악 반대 파업을 벌이며 저항을 재개한 때이기도 하다.

결국 온갖 반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제 실패도 확연해지자, 올해 총선에서 박근혜는 참패했다. 그 뒤로 정권의 불안정은 본격화됐다. 노동개악 반대 공공·금융 파업이 시작된 가을에 마침내 지지율이 3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다. 정권이 가장 취약해진 순간, 그토록 꽁꽁 싸매왔던 해괴망측한 부패상이 줄줄이 폭로됐다. 부정 평가도 늘었다.


분수령

결국 10월 29일 박근혜 퇴진 집회가 시작됐다. 참가 규모는 주최 측 예상보다 거의 열 배나 됐고, 사람들은 너나 없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종로, 광화문을 행진했다. 이 시위는 일종의 분수령이었고, 퇴진 운동이 커지는 속도만큼 박근혜 지지율은 급속히 추락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때, 사상 최대의 반박근혜 시위가 벌어진 뒤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지지율은 최저치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최대치로 올랐다. 결국, 파죽지세로 성장한 퇴진 운동이 청와대 1백 미터 앞까지 이르자, 박근혜는 온갖 몸부림도 소용 없이 대통령 직무를 정지당하는 탄핵소추 상태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단지 몇몇 부패 추문 때문에 일어난 운동이 아님을 보여 준다.(물론 그런 추문은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박탈감을 한층 더 자극했다.) 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주류 야당들과 그 당들의 대선주자들이 수혜자가 됐지만, 이 운동은 단지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심에는 시작부터 좌파와 조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들로 보이는 30~40대들이 가족과 함께 대거 참가했고, 청소년들의 참가도 비교적 초기부터 두드러졌다.

즉, 거리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반박근혜 여론이 강력하게 조성되고 있었고, 노동자 투쟁이 이 여론을 이끌고 있었으며, 퇴진 운동의 사회적 구성도 노동계급 중심의 민중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대기업과 특권층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사회, 평범한 민중보다 강대국 지배자들과의 협력을 더 중시하는 정부, 무고한 아이들의 생명보다 대통령 개인의 심기 경호가 더 중시되는 정치 등에 대한 불만들이 결합한 것이다.

게다가 이 정부는 더러운 공작 정치를 일삼아 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방해와 모욕, 노동운동 와해 시도 등이 모두 정권의 공작과 관계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더러운 일들이 재벌과의 끈끈한 유착 속에서 이뤄졌음도 드러났다.

친특권층, 친기업, 반노동, 반민주, 반생명 정책들에 맞선 여러 투쟁과 경험 속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감은 총체적 증오로 성장했다. 물론 권력자들과 기업 성장을 위해 노동자·민중을 옭아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박정희 신화’에 대한 거부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와 그 체제는 아직은 죽지 않았다. 탄핵소추 가결 선포 후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국회의장 정세균의 말과 달리, 거리의 민중은 할 일이 남아 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이 운동이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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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죄죄한 헌법재판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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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김기춘이 훤히 들여다본 헌재를 믿을 수 있나?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돼서 헌법재판소가 꼼수를 부리기는 덜 쉬워졌다. 지금의 탄핵소추가 단지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대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 대결은 정권과 민중의 대결이고, 아래로부터의 힘을 국회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동을 여기서 멈추자는 압력이 위로부터 생길 것이므로 헌재를 경계해야 할 이유를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개헌으로 1988년에 신설된 국가기관이다. 명목은 독재 권력의 헌정 유린을 예방하고 국가기관 간 견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헌법의 성격 자체가 지배계급 내부에 일종의 통치 질서를 명문화한 것이다. 그래서 헌재는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법률심판, 국가 고위직 인물에 대한 탄핵심판을 주 기능으로 한다.

이는 헌재의 핵심 기능이 지배계급 내 기존 질서 합의를 유지하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구실을 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그래서 개인적 인권 개선에는 드물게 괜찮은 판결들이 나왔어도,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문제, 부자들의 사유재산권 문제에서는 일관되게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게다가 헌재는 사법부 내에서조차 후발 기관으로서 탄생 초기부터 입지가 취약했다. 사법부의 중추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법원 체계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더욱 헌재는 민감한 현안에 뒷북을 치거나 정치 풍향계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판결 내용이 행정부나 국회, 검찰로 유출되는 일은 초기부터 다반사였다. 여기에는 9명 헌재 재판관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헌재 재판관이 기존의 법관이나 검찰 출신자 들에서 충원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 부연하면, 헌재 재판관 9명이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균형있게 헌재 구성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재가 헌법을 다루는 만큼, 겉으로는 이들의 위에 있는 듯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실은 그 반대, 세 기관 사이의 타협체라는 것으로 독립적인 사법부의 형식조차 못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는 10년 이상 집권하면 여당이 최소 7인을 자기들 입맛대로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 이미진

헌재가 역사와 구성에서 기존 사법부의 일부로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 사법부의 추악한 역사와 전혀 단절된 존재가 아님을 뜻한다. 한국 사법부는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역사로 점철돼 있다. 온갖 조작 증거와 고문으로 만들어진 간첩단, 이적단체 사건에서 사법부는 철저히 정권(안기부, 검찰 등)의 지침대로 판결해 왔다.

여기에는 조봉암 사형, 인민혁명당 사형, 강기훈 유서 대필 유죄 사건, 숱한 민간인 간첩단 사건 등이 모두 사법부와 정권의 유착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1975년의 인민혁명당 재판은 법원 판결 전에 이미 사형 집행 지시가 떨어지는 등 짜고 치는 재판에 사법부가 부역한 전형적 판결이었다. 이는 기소·수사와 판결을 분리시킨 근대 사법 원리를 부정한 것으로 국제법학자 협회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사형집행일을 ‘사법사 암흑의 날’로 선언할 정도의 사건이었다. 최근에서야 이 사건들 상당수가 재심으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사법부 차원의 과거 청산과 공식 사과는 없다.

인혁당 사건, 강기훈 사건 등에는 공안검사와 공작 정치의 대부 김기춘이 연루돼 있다. 김기춘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거치며 이런 구조가 온존하는 데 기여해 온 인물이다. 박근혜가 그를 중용한 것은 초록이 동색인 탓이다.(노무현 탄핵소추 당시 소추위원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바로 김기춘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에도 온존해 온 한국 국가의 어두운 관행들도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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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변명 말고 즉각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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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참겠다. 당장 퇴진하라." 지난 5주간의 촛불의 요구는 즉각 퇴진이었다. 11월 26일 5차 범국민행동 거리 행진 ⓒ 사진 조승진

12월 1일 더불어민주당은 이튿날 탄핵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켜 민심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대표 추미애가 그날 오전 김무성을 만나 모종의 협상을 시도한 것이 알려지며 허세임이 드러났다.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추미애는 ‘1월 말 퇴진 약속’ 방안과 ‘탄핵 가결 협조’ 두 방안을 놓고 김무성과 거래를 시도한 듯하다.

국민의당은 부결 우려를 이유로 1일 발의를 반대해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두 야당 모두 탄핵 부결 가능성에 움츠러들어, 용두사미 꼴이 됐다. 부결되면, 자신들이 운동을 통제하며 국회 안으로 수렴할 수단이 약화된다는 걱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운동 초기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 상황을 꺼렸다.

민주당이 탄핵 표결 강행에 정치적 부담(부결 가능성, 의회 내 협상 구조 파탄 가능성 등)을 느낀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박근혜에게 ‘4월 말 퇴진 6월 대선’을 약속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이뤄지면 탄핵 표결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분이 일시 봉합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는 야당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물론 일시적 봉합이 될 공산이 크다. 민중의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새누리당도 탄핵안 부결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 보수 언론에 “요즘 토요일이 가장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가결도, 부결도 부담스러우니 여론 반전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자는 것이다. 비박계도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

결국 여론의 압력에 밀린 야 3당 원내대표들은 ‘2일 발의, 9일 무조건 표결’ 일정에 합의했다. 


퇴진운동 vs 박근혜

12월 1~2일 국회 탄핵 해프닝은 지금 정국의 기본 대립 구도가 ‘여 vs 야’가 아니라 ‘박근혜 퇴진 운동 vs 버티는 박근혜’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 대립을 국회 협상으로 조정(중재)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 안에서 온건파들이 난데없이 운동의 타깃을 국회로(즉, 새누리당으로) 맞추고자 하는 것은 틀린 상황 분석이다. 다수가 미조직 노동계급 배경으로 보이는 백수십만 명이 광화문으로 모여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은 단지 주최측의 유도라기보다는 이 싸움의 적이 박근혜임을 계급적 직관으로 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도 나오지 않는 주말 국회 앞으로 투쟁의 무대를 옮기는 것은 운동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민중의 항의 운동을 국회 보조 수단쯤으로 격하하는 일일 뿐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집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늦게까지 최대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것이 아래로부터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박근혜의 꼼수는 대중의 부아를 돋울 뿐

박근혜가 위기 때마다 즐겨 이용한 방법이 집토끼, 즉 우파 결집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탄핵안 발의 논란이 있던 12월 1일 대구 서문시장을 기습 방문한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근혜로서는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세월호 막말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앉힌 것도 그런 경우다.

임기 단축을 포함해 “진퇴”를 국회 절차에 맡기겠다고 한 것도 새누리당 비박계에게 당 잔류의 명분을 주려는 것이다. 어떻게든 뭉쳐서 같이 사는 방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4월 총선 때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서슬퍼렇게 오만을 부리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사면초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꼼수다. 인생 자체가 거의 사기임이 드러난 박근혜의 중도 퇴진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도 거의 없다. 따라서 국회가 박근혜의 덫에 걸렸다느니 하면서 그 효과를 과장하는 것은 야당의 자책골 책임을 흐리는 것이다. 야당들의 딜레마는 대중의 즉각 퇴진 요구를 국회 탄핵 절차로 가져간 것이다.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정권을 크게 타격해 검찰의 이반 등 국가기구를 분열시킨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근혜는 11월 29일 담화에서도 자기는 잘못이 없고, 별도로 해명할 기회를 갖겠다고 얘기했다. 특검을 핑계로 검찰 수사를 거부한 박근혜가 특검 수사도 거부할 명분을 쌓는 것이다. 이미 특검 출범으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작 특검은 준비 기간만 20일이나 돼 박근혜는 한 달 이상 수사를 피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었다.

특검에 누가 임명되고 포함되는지는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부차적이다. 시간과 인력이 제한된 특검으로는 뭘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 세력균형이 누구에게로 기우느냐가 결정적 변수다.

야당의 탄핵 딜레마와 연동되지 말고 독자적으로 투쟁을

야 3당이 박근혜 탄핵을 추진한 명분은 박근혜의 대통령 권한을 즉시 중지시키는 것이 거리에서 표출된 민심을 국회가 받아안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 자체가 성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말 집회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지난주 <중앙일보> 조사, 이번 주 박근혜 담화 이후 <노컷뉴스>와 등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즉시 퇴진”을 지지하는 사람이 “탄핵”보다 몇 배 더 많았다.

지금 국회 세력관계에서 탄핵을 하려면 박근혜와 공범인 새누리당 일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설령 가결돼도 헌법재판소 판결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크다.

가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 헌법재판소에서 검사(소추위원) 구실을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새누리당)은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참사 등의 제외를 요구했다. 국민의당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는데, 헌재가 심사할 내용을 최대한 줄여야 탄핵심판 결과가 신속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커서 2일 발의된 탄핵소추안에는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 등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이런 안을 가결시키려면 비박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11월 30일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연 민주노총. ⓒ조승진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나?

그런 상황에서 각 정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선 시기를 따지면서 퇴진 시점을 거래하다 이탈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 운동이 수그러들 조짐만 보여도 순식간에 자신들만의 이익에 운동을 종속시키려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운동 내 일부 지도자들이 탄핵 가결을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양 여기는 것은 운동보다 국회적 해결책을 중시하는 것이다. 가결을 내세워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줄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애시당초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회 탄핵 동조가 나오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말로는 ‘임기 단축’에 동의하게 된 것도 박근혜 퇴진 운동의 기세 때문이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의 11월 30일 박근혜 퇴진 하루 파업 집회는 의미가 있었다. 11월 26일 1백90만 집회의 기세와 12월 3일 집회를 잇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경제적 효과는 내지 못했어도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 파업을 한 것은 정치적 상징이란 면에서 좋은 일이다. 또한 이 판국에도 노동개악 시도가 멈추지 않고 있으니, 노동자 운동 측으로서도 위력 과시가 필요했다. 그런데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핵심 사업장들에서 노조 지도자들이 4시간 파업조차 꺼리며 매우 소극적으로 파업에 임한 것은 아쉽다.

국회가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에서 투쟁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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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 전국 190만 참가150만이 청와대를 포위하다 ― 박근혜의 발악에 분노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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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즉각 퇴진’을 위한 거리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파죽지세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과를 거두려면 ‘즉각 퇴진’ 요구와 대규모 거리 투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 조승진

ⓒ조승진

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이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로 마무리됐다. 주최측 공식 발표는 서울  연인원 150만, 전국 190만(서울 포함) 명 참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2주 만에 1백만 명을 넘어섰고(민중총궐기), 이후 3주째 규모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26일은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운동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박근혜의 이런저런 반격 시도가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잘 써먹던 검찰도 이제는 뜻대로 제어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인용도인 것이 분명한 의약품들을 세금으로 청와대가 구입한 것이 또 새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박근혜는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주말 대규모 집회로 표현되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가 박근혜에 반기를 들게 만들고, 여권 내 분열을 앞당겼다. 자신을 얻은 야당은 국회 탄핵 절차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다시금 박근혜 퇴진 여론에 새로운 기름을 부은 것 같다. 새로운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5퍼센트 벽을 3주 만에 밑으로 돌파해 박근혜 지지율은 4퍼센트가 됐다. 중도 퇴진 지지가 80퍼센트가 넘는다.

정치 상황들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법원이 경찰의 금지 통고를 계속 취소하며 수십만 행진과 집회가 점점 청와대와 가까워지는 것도 사람들을 고무한 듯하다. 26일은 실제로 청와대가 역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1백만 명 넘는 사람들과 그들의 구호, 노래, 야유와 함성으로 둘러쌓였다.

부산과 대구 같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수만 명 집회가 2주 연속 열린 것도 시사적이다. 박근혜가 정치적 고향으로 삼아 온 대구에서는 26일에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같은 구호들을 외쳤다.

그래서 26일 집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정서는 ‘낙관’이었다. (좀 때 일러 보이기도 하지만)  청운동 길, 효자동 길, 삼청동 길 청와대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감격해 하는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낙관은 빽빽한 그 공간들, 진눈깨비가 날리는 추위에서도 운동 지지자들 사이에 우애와 배려를 낳는다. 집회 말미에 곳곳에서 세대와 성별을 넘어 목청껏 합창을 하며 함께 춤을 추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대중 투쟁이 피억압 민중의 축제라는 걸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고 표현하고 있다.


낙관

그런 낙관 밑에는 강력한 분노가 있다. 워낙에 사악한 정권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직접 벌인 나쁜 정책들에 분노가 크다. 4년 전 박근혜 당선 직후 개봉돼,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 영화라고 불렸던 <레미제라블>의 수록곡들이 매주 인기 공연곡인 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그럼에도 그것만은 아니다. 경제 위기 시대에 더 악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분노의 대상이다. 그런 현실에 전혀 공정하게 대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불만도 매우 크다. 사람들은 앉아서 무대 발언과 공연만 얌전히 보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맘에 드는 퇴진 팻말들을 골라 들고, 밤 늦게까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한다.

가난해서 서른 살 넘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는 청년이 정유라를 보며 억울해 눈물이 나더라고 말하다가 진짜 울어버리는 장면은 이 운동이 왜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지를 가슴 찡하게 보여 줬다. 

10~20대의 발언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거의 빠지지 않았다. 국민 전체를 아끼고 대표해야 한다(고 믿어지)는 대통령이 바다에 빠진 (‘자기 국민’) 수백 명의 목숨을 도대체 무엇으로 여긴 것일까. 태반주사 한 대 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겼을까. 26일 집회 여러 사전 집회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던 게 세월호 행진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심에 있다.

다양한 투쟁과 캠페인들이 박근혜 퇴진 운동 안에 수렴돼 있다. 사드, 위안부 문제처럼 제국주의 강대국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모욕한 사건들에도 참가자들은 관심이 많다. 기업 특혜 정책에 대한 불만도 많다. 검찰 공소장에서는 재벌이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재벌은 부패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공동정범이다.

물론 이런 불만과 분노는 생생하지만, 아직 즉자적이다.(앞으로 운동이 더 지속되고 사회·경제적으로 그 내용이 더 깊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의제들을 적극 결합시키며 운동 안에서 진보정당과 좌파들이 능동적 구실들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적어도 거리 시위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가 저 정도로 나라를 망칠 동안 야당은 뭐했냐’는 비판을 오히려 자주 들을 수 있다. (거리의 퇴진 운동을 초기부터 지지한 몇몇 정치인들은 예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맞선 저항의 가장 선두에 서 왔던 조직 노동운동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꽤 크다. (임금과 고용 조건 악화를 핵심으로 하는 박근혜의 노동 개악은 경제활동인구에서 7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임금노동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직 노동자들은 이 운동에서 환영받는 존재다. 연단에서도, 행진에서도. 이들은 26일도 청와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행진을 이끌었다.

그래서 61일째 파업을 하는 철도 노동자는 자유발언대에서 소개만 받아도 박수를 받았다. 민주노총의 11월 30일 박근혜 퇴진 파업도 곳곳에서 관심과 지지의 대상이었다. 특히, 공무원과 교사가 정부의 불참 강요를 거부하고 30일 민주노총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발언할 때마다 진심어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등 일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이 파업을 접으려거나 또는 예정된 파업 조직을 해태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다.


민주노총

특히. 이런 전혀 불가피하지 않은 후퇴가 국회의 야당들의 움직임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불길하다. 야당들은 이 운동을 지지하고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탄핵 절차를 개시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믿고 운동이 자기 동력을 식혀 버린다면, 한 달 여간 피억압 대중에게 점진적으로 열려왔던 정치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즉각 퇴진을 위한 대중 투쟁을 지속한다는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박근혜의 온갖 개악 정책 철회로까지 나가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투쟁을 이끄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즉각 퇴진 운동 지속 기조를 재확인했다.(아쉽게도 국회 탄핵 논의로 즉각 퇴진 요구를 희석시키려는 주류 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이런 맥락이 있는데도, 26일 본집회(와 행진 시작) 후 본무대를 이용한 자유발언대를 진행한 사회자가 공식적인 기조와 합의를 어기고 임의로 ‘국회 탄핵’을 지지하는 구호를 선창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다.

26일 집회와 행진, 청와대 에워싸기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낙관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검찰은 27일 공개한 차은택 공소 내용에서 또다시 박근혜를 ‘공모’ 관계의 피의자로 명시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한 26일 집회의 대성공은 역설적으로 이를 국회와 제도 내 절차로 안고 들어가려는 주류 정당들의 국회 탄핵 절차를 앞당길 듯하다. 이번 주에 표결까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사 밀리더라도 탄핵소추안은 곧 발의가 될 것이다. 이제는 박근혜도 다시 입장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물론 수사 거부(방해?)는 계속되겠지만, 일각에선 3차 대국민담화도 거론된다. (어떤 개악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차피 기만일 텐데) 사실 ‘즉각 사임’ 말고 그 무엇이 성난 대중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 11월 30일 민주노총 파업이 중요해졌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후 평일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파업과 시위 모두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그러면, 박근혜 퇴진 운동만이 아니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도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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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논쟁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 투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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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제4차 범국민행동은 전국에서 9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 연 2주째 수십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인 것이다.

여전히 노동조합과 좌파가 행진을 이끌고 있다. 수능을 끝낸 청년들을 포함해 중·고교생도 열정적으로 참가한다. 밤 늦게까지도 수십만 명이 청와대 방향 행진에 동참해 퇴진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즉각 퇴진”, “구속”, “새누리당 해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시위가 거의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3주째 5퍼센트였다가 이번 주에는 4퍼센트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도 최대치인 93퍼센트이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12퍼센트로 추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나 <중앙일보> 조사를 봐도 박근혜 퇴진 지지는 80퍼센트에 이른다. ‘즉각 하야’와 ‘탄핵’ 등을 구분해서 물어 본 <중앙일보> 조사에선 ‘즉각 하야’가 40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이런 압력 때문에 여론과 정권 사이에서 눈치 보며 고심하던 검찰은 결국 20일 박근혜를 사실상 피의자(내용상 ‘주범’)로 규정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 청와대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수사 내용 자체는 기만적인 내용을 여럿 품고 있고 ‘정치 검찰’을 전혀 믿을 수 없지만, 이 발표가 박근혜에게 타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이 공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의 철저한 하수인이었다.

결국 검찰의 이례적 태세 전환으로 청와대가 휘청거렸고, 국회에서의 탄핵 국면이 시작됐다.

청와대의 검찰 통제 라인인 민정수석과 검찰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잇달아 사표를 냈다.

검찰총장에게도 동반 사퇴 압력을 가한 의도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검찰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박근혜는 닷새 동안 사표를 수리하지도 반려하지도 못하고 있다. 사표 반려 오보 소동까지 벌어졌다.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12월 초순에 표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도 한 적 없는 김무성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탄핵의 선봉으로 나섰다. 유승민은 “청산 대상과 야합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습다. 김무성은 개헌을 고리로 현재의 야권을 쪼개는 정계 개편을 시도해 집권 연장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유승민은 지난해 초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이라는 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친박”이라고 아부했던 자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분열하기 시작한 것은 운동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왜 탄핵 절차에 종속되면 안 될까?

2주 연속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박근혜가 물러나길 거부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 등을 추진하고 노동 개악 등을 포기하지 않는 걸 보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바라며 거리에 나온 사람들 중엔 갑갑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운동 일각에선 국회 탄핵으로 ‘강제’로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박근혜 퇴진 운동과 여론의 중심이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박근혜 폭로를 쏟아 내던 언론 보도들에서 국회 동향 보도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탄핵을 하려면 새누리당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일부가 정치적 주체로 나서는 것을 용인하게 되고 이는 박근혜 악행의 공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영광을 누리던 새누리당 지도자들이 뻔뻔하게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사람들마냥 비장한 모습을 연출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런 비박계 인사들을 붙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 등 밀약들이 벌어질 것이다. 여권의 공개적 분열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도 봐야 하는 것이다.

김무성은 ‘뉴스룸’ 인터뷰에서 탄핵 추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모여서 분노를 표시 ... 국가가 불행한 상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 빨리 탄핵의 틀 속에 집어넣어야 국민들의 분노도 좀 줄어들 것이고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새누리당이 탄핵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새누리당에 표를 구걸하지 말라고 다른 야당들에게 요구한 것은 옳다. 그러나 심 대표가 야 3당이 공조해 국회 탄핵 절차로 가기로 합의한 것에 이미 이런 문제들의 씨앗이 있었다는 점도 봐야 한다.

△박근혜와 나쁜 정책들을 패퇴시킬 힘은 거리와 작업장에 있다. ⓒ조승진

헌재로 넘어간 뒤에도 마찬가지로 운동의 추이를 헌재 절차에 종속시킬 수 있는 압력은 여전할 것이다.

둘째, 지금 국회 탄핵으로 즉각 퇴진 요구를 희석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탄핵소추가 가결될 경우, 박근혜의 권한이 정지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로는 박근혜의 임기 중도 퇴진이나 온갖 개악의 철회가 하나도 보장되지 않는다.


겹겹의 안전판

우선, 탄핵심판 절차는 국회가 원고(검사)가 돼서 헌법재판소에 박근혜를 탄핵해 달라는 것이다. 그때 헌재에서 검사 구실(소추위원)을 맡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지금 이 자리는 새누리당 권성동이 맡고 있다. 탄핵소추안 자체를 새누리당과 협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죄목이 단순한 측근 비리나 직권남용으로 협소화될 수 있다.

또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그리고 노무현 탄핵시 헌재 판례를 종합할 때,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법률상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근거로 하고 있다. (노무현도 선거법 위반은 인정됐다.)

박근혜 퇴진이든, 탄핵이든 그것은 명백히 정치적 사안인데, 형식적 법 위반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헌법재판소 구성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도 봐야 한다. 최근에만 해도, 전교조 법외노조 합헌, 진보당 해산, 동성애 차별 군형법 합헌, 낙태 처벌 합헌, 몇 년 더 거슬러 가면 물대포 직사 합헌 등 쓰레기 같은 우익적 판결의 본산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보수적 판결 내역 (크게 보기) ⓒ조사·정리 이재환

이들은 검찰 수사나 특검 수사에 불명확한 점이 많다고 시간을 끌 것이고, 최악의 경우 심판 절차를 중지시키고 재판을 지켜보자고 할 수 있다. 이미 증거를 상당히 인멸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근혜가 대면조사까지 계속 거부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재판은 시간을 마냥 잡아먹을 수 있다. 박근혜와 우파에게는 겹겹의 안전판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이 상황에서도 정부와 헌재 등을 압박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당을 무비판적으로 대하며 대중 동원과 투쟁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권한대행인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다. 황교안은 망신살이 뻗칠대로 뻗친 박근혜보다는 더 자유롭게 나쁜 정책들을 지속하고 공안탄압 등 역습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 추진으로 가는 것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들은 탄핵소추를 가결해 박근혜의 권한을 정지시킨 것으로써 자신들이 운동의 요구를 국회에서 대변한 것으로 체면을 세우고 정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인 사태의 책임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헌재에 넘겨 버리는 것이다.

총리 교체에 목매면서 퇴진 요구와 거리를 두고 영수회담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던 민주당이 총리 교체보다 탄핵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박근혜 임기가 길어지고 반박근혜 반감이 유지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는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속내일 공산이 크다. 바로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운동 초기에 박근혜 중도 퇴진을 반대했다.

그래서 무책임한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온갖 개악들을 철회·중단시키자는 염원이기도 한데, 주류 야당들의 탄핵 프로세스에선 그런 전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야당들도 일정하게 운동의 성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자기들이 대 여권 관계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쥔 것은 운동이 급부상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운동을 자신들의 정국 주도를 위한 부속물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회 탄핵 절차는 위험한 도박이다. 만에 하나, 도저히 쓸모없어진 박근혜를 지배자들이 중도 퇴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72년 미 의회의 닉슨 탄핵 시도는 결국 닉슨 체제의 광범한 부패망이 아니라 닉슨 개인의 거짓말만을 문제 삼아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광범하게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범한 운동을 건설해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이 체제의 광범한 문제들을 제기하며 스스로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주류 야당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국회 논의와 무관하게 계속 “즉각 퇴진” 운동을 건설하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국회 탄핵 공조에 합류한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까

한국의 검찰은 태생부터 ‘산 권력에 충성하고, 죽은 권력에는 칼을 대는’ 정치검찰이었다. 더군다나 현직 대통령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를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것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에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으로 보여서 만에 하나 차기 정권에서 개혁 대상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국가기관 하나의 이반으로 박근혜의 권력 누수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체제 수호의 전위부대인 검찰이 개과천선한 것은 전혀 아니다. 검찰은 아직 뇌물죄, 제3자뇌물죄 적용 등을 회피했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죄질과 형량은 매우 낮게 된다.(탄핵심판은 ‘중대한 헌법적·법률적 위반’을 요건으로 한다.) 그래서 현재의 검찰 공소장으로는 박근혜가 심지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뇌물죄 배제는 뇌물을 바치고 온갖 특혜(정의당 추산 3조 7천억 원)를 받아 온 삼성, 현대, SK, 한화 등 주요 기업주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박근혜가 검찰을 통제하는 인적 가교 구실을 해 온 김기춘과 우병우는 혐의조차 안 걸고 있다.

검찰이 지금 여론의 압박 때문에 뇌물죄 혐의 적용을 위한 수사를 하겠다는 둥, 우병우를 수사하겠다는 둥 말을 흘리고 있지만 온전히 믿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운동의 지속적 압력이 있어야만 뇌물죄 기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설사 뇌물죄로 기소하더라도 수사를 부실하게 해 놓으면 사법부가 재벌들의 혐의를 벗겨 줄 수 있다. 검찰은 면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 사건으로 정권마다 대통령의 친형, 아들 등이 옥고를 치렀지만, 재벌들이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살펴볼 것은 있다. 검찰이 그동안 운동과 여론이 더 큰 압력을 가할 때마다 조금씩 수사를 진전시켜 왔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근혜 퇴진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10월 27일에야 비로소 7명짜리 수사팀을 특별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29일 집회 다음날에 이를 중수부급으로 격상시켰고, 그 주에 최순실을 구속했다. 11월 5일 집회 전날 검사 32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고, 집회 다음날 우병우를 소환하고 안종범과 정호성을 구속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다음날에는 박근혜 조사 방침을 밝혔고, 11월 19일 집회 다음날에는 박근혜를 피의자 신분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세력균형을 살피는 ‘정치’ 수사라는 방증이다. 운동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여권의 역습에 허를 찔리면, 검찰은 금세 발을 빼려 할 수 있다.

박근혜 퇴진(과 구속)의 핵심 열쇠가 국회나 수사와 재판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더 강해지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전자는 뒷북치기일 뿐이다.


특검은 양날의 칼

지난주에 국회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은 검찰에 대한 불신과 더 철저한 수사를 명분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구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박근혜가 명시되지 않았고, 출범에만 사실상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점, 수사 기간이 70일밖에 안 되고, 그나마 연장이 가능한 30일은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

검찰이 그나마 늦게라도 확보한 증거들을 모두 특검에 전달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동안의 특검이 권력의 심장부를 제대로 찔러서 유죄 처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검찰 권력의 주된 수단은 기소 독점주의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에 반하는 특검에 반감이 많다.

지금도 특검은 박근혜와 검찰 양쪽에 시간 끌기의 핑계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를 받겠다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특검 출범 전에 면피용 결과를 내놓으려고 서두르고 있지만,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면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반발이 박근혜와 싸우게 하려면 특검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박근혜 퇴진 6차 범국민행동

12월 3일(토)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
11.30. 총파업

11월 30일(수) 전국 동시(수도권 오후 3시 서울 도심)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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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제4차 범국민행동 현장 소식박근혜 반격에 맞서 95만 명이 모이다 ― 촛불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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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종합] 26일에는 서울로 다시 모이자

오늘 주최측 추산 서울 60만, 전국 35만, 도합 95만 명이 오늘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모였다. 대도시들만이 아니라 소규모 시, 읍에서도 집회들이 소집됐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박근혜 퇴진의 함성이 메아리친 것이다.

박근혜는 15일 검찰 수사 거부 의사 표명, 16일 엘시티 엄정 수사 지시, 그리고 주말에는 국무회의 복귀 의사를 표명하면서 반격의 신호를 확실히 보냈다. 이런 지시를 받아 오늘 박사모가 서울역에서 전국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집회는 초라한 실패작이었고, 그나마 참가자들에게 알바비를 지급하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초라한 저들의 알바 집회와 달리, 오늘 집회는 규모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성공이었다. 예상대로 수능을 끝낸 청년들이 대거 참가한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 노동자 2만여 명이 자신들의 요구 노동개악 반대 요구와 박근혜 퇴진 요구를 결합해 조직적으로 참가했다. 부산 등지에서도 조직 노동자들이 대열의 축을 형성했다. 여전히 가족 단위로 손잡고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거리 행진은 곳곳에서 환영받았고, 대열이 늘어났다. 촛불은 바람에 꺼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들불로 자라나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의 반격은 교활하게, 때로는 역겹게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판돈은 오히려 커져갈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확인한 박근혜 퇴진의 의지를 다음 주에도(26일) 다시 한 번 보여 주자. 서울 집중으로 중앙 정치권력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자. 박근혜 정권의 심장부에 또 한 번 정치적 타격을 가하자.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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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보] 오후 11시 공식 행사 마무리, 박근혜 반격이 먹히지 않았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사직로와 율곡로 일대 곳곳의 방송차를 중심으로 진행하던 자유발언대들이 모두 마무리됐다.

마지막 자유발언대에는 단원고 재학생이 올랐다.

“사고라고요? 웃기지 마세요. 당신은 살인자에 불과해요. 변명할 시간에 반성하고 책임지시길 바랍니다. 4월 16일 이후부터 저는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매일밤 언니 오빠들이 저의 꿈에 나타나 살려달라고 소리칩니다. 당신은 살인자에요. 이걸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은 여자이기 이전에 대통령입니다. 사생활이라고요? 그런 것 챙기실 거였으면 그 자리에 서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 무게를 견디실 수 없으면 내려놓으십시오.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외치겠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리멤버 20140416’”

너무나 처절하고 선명한 메시지가 듣는 이들의 심장을 때렸다.

△광화문 북단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향하는 행진 대열. ⓒ이미진

ⓒ이미진

[제4보] 서울 도심 행진 끝, 경복궁역 방향으로 집결해 자유발언대 진행중,

주최측, 전국에서 95만 명 참가 공식 발표

부산과 광주에서 각각 주최측 추산 10만여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부산은 서면 도로를 가득 채웠다. 서면에서 연산로터리까지 6킬로미터 넘게 행진도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행진 대열을 보고 환호를 보냈다. 그중 일부는 행진에 합류했다. 고무적이게도 10만 명 중 1만여 명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이었다.

광주는 옛 전남도청광장부터 금남로5가까지 가득찼다고 한다. 

현재 주요 도시들의 집회 참가 현황을 종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 10만, 광주 10만, 대구 2만, 창원 1만, 충북 청주 8천, 울산 7천, 강원 춘천 7천 등.

박근혜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에서 수만 명이 모인 것도 상당한 사건이다.

강원 춘천은 인구 30만 명인 도시로 서울로 치면 20만 명이 넘게 모인 숫자다.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의 발언 때문일 듯하다. 집회 후 7천 명은 김진태의 지역 사무실로 행진을 했다.

울산도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노동자들도 많았고, 청년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울산. ⓒ김지태

서울은 본대회를 마치고 행진을 했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 북단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전 차선을 가득 메우고도, 곳곳의 골목과 인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각 방향의 종로1가를 채웠던 인파가 시청 방향, 종로 방향, 경복궁 방향 등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대열이 나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학생들은 종로3가까지 직진해 창덕궁 앞을 거쳐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오늘도 대거 참가한 노동자들은 종로 방향, 시청을 거쳐 을지로 방향으로 두 대열로 나뉘어 행진을 했다. 시청 방향 대열이 명동 인근을 지날 때는 수많은 시민이 차로변으로 나와 박수를 쳤다. 일부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다가 다시 나와서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각 수만의 행진 대열들이 종로에서 서로 교차하며 환영의 함성과 박수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파업 54일차인 철도노조 대열과 만난 나머지 노동자 대열은 “철도노조 힘내라” 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감격이었다.

경복궁역 근처 방송차 자유발언대에서는 분노한 청소년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이 꺼지나 박근혜가 먼저 꺼지나 두고 보자”, “야당은 정신 차려라.”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게 자동으로 야당 지지가 될 거라고 안심하지 말라는 발언도 있었다.

[제3보] 오후 8시 본대회 끝, 행진 시작, 주최측 서울만 60만 명 참가 발표(집계 종료)

ⓒ이미진

ⓒ이미진

오후 6시 5분,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본대회가 시작됐다.

첫 발언은 대구에서 “하야 버스”를 타고 상경한 고3 여학생이었다.

“박근혜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선택할 시간은 충분히 준 거 같은데 말입니다. 당신은 언제까지 귀막고 눈감고 그 자리에 있을 예정입니까?

“당신이 꼭두각시지, 국민은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 날 광화문에서는 발언자와 비슷한 또래로 친구들과 함께 나온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특히 환호했다. “나도 어제 수능 봤다!” 하고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뒤이은 시민단체 활동가는 박근혜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며 수사 받으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수많은 여성들이 이곳에 남성과 함께 촛불을 들고 모였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 받는 시위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도 당부했다.

이어서 사회자는 매주마다 수천만 원의 모금이 걷힌다고 전했다. 또한, 정작 1백만 명이 모인 지난 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금함이 움직이지 못해 평소보다 더 적게 모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하며 모금을 당부했다. 여기저기서 모금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위원장이자 “단원고 2학년 7반 전찬호 아빠”인 전명선 씨가 발언하자 참가자들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 수년 간의 세월호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저변을 이루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자리잡은 부부들이 유독 발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눈에 띠었다.

전명선 씨는 다음과 같이 발언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분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입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는 물 대포로 국민을 향해 조준 가격해서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그들은 살인을 했습니다.”

이어서 박근혜가 진상조사 시도를 번번이 방해한 것과 최근 세월호 인양을 미룬 것을 폭로하며 끝까지 싸울 테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다 같이 “세월호를 인양하라”, “7시간 밝혀내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하고 외쳤다.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내일 검찰이 최순실을 기소할 텐데 만일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인 뇌물죄를 빼고 기소한다면 검찰도 응징하자고 주장했다. 뒤이은 권정호 변호사는 박근혜가 이 와중에도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밀어붙이는 것을 비판했다.

갑을오토텍 노조의 이재헌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함께하면 역풍 맞는다는 주장이 있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자도 국민이고 함께 하겠다” 하고 말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갑을 자본이 비리 경찰, 전직 특전사를 위장 채용해서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노조를 공격하는 것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투쟁 소식을 전했다. 유성기업 등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런 일들이 만연한데 사장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재벌들의 청탁 때문이고 최순실 게이트는 그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그가 “동의하십니까” 하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옳소!”하고 화답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차원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연대체 대표들의 발언이 있은 후, 사회자는 지금 수도권뿐 아니라 그 밖의 전국에서도 25만명이 지금 촛불을 들고 있고, 광화문에만 또다시 50만 명이 모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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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보] 본대회 시작, 오후 6시 30분 현재 서울 35만 명 넘어서

△또다시 수십만이 모였다. ⓒ출처 사진공동취재단

[주최측 발표 현재 지방 대회 참가 현황]
대구 1만 명. 
광주 4만 명.
대전 2만 명. 
울산 5천 명. 
강원 원주 1천5백 명, 춘천 2천 명, 동해 5백 명. 
경남 창원 5천 명, 진주 2천 명. 
세종시 1천 명. 
충북 청주 6천 명. 
전남 여수 1천 명. 
전북 전주 6천 명.
제주 2천5백 명. 
 
부산의 경우, 청소년 시국대회를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됐는데, 본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5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부산. ⓒ박준희


오후 5시 자유발언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본대회까지 시민 자유 발언대가 이어졌다. 자유 발언 신청이 너무 많아서 미처 발언을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한다. 집회 주최자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저녁 행진 후에도 곳곳에서 행진 방송차에서 자유발언대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 온 반올림 활동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대학생, 고등학생 등이 발언을 했다.

경기도 의정부 시에서 온 고등학생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번 주에 대입 수능을 치룬 고3 학생이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이 이사장(새누리당 홍문종)으로 있는 의정부 학교에서 왔습니다. 학교에서 박근혜 퇴진 자보 들고 1인 시위하니까 '어린 게 어른들 흉내내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어립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말하는 그 정치적 책임감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나라 망치는 데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것입니까?(큰 환호와 박수) …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치할 자신이 없으면 정치하지 마라!"

외국어대 학생이자 노동자연대 회원이라고 소개한 대학생의 발언도 시원한 폭로와 규탄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수능이 끝나자 학생들이 '수능 끝, 하야 시작'하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존경스럽습니다! 

왜 학생과 청년들이 이렇게 분노합니까? 우리는 잠이 와도 찬물에 발 담그고 밤새도록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장시호, 정유라는 '아는 이모 빽'으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박근혜 4년 내내 노동자들에 쉬운 해고 시키겠다고 협박했는데, 이제 우리가 박근혜를 해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김진태, 너나 꺼져. 촛불은 바람 불면 옮겨 붙는다!"(큰 박수)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 이재용을 처벌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것이 명백한데도, 삼성은 겨우 5백만 원으로 피해자들을 입막음하려 했다. 그런 삼성이 기업 특혜를 위해서는 수백억 원을 정권에 갖다 바치고 정유라에게 10억 짜리 말을 사 주는 등 부도덕한 일을 벌였다. 그 댓가로 삼성그룹 3대 세습 과정이 탈세 혐의 등 의혹을 받기는커녕 대주주 국민연금의 도움까지 받아 원활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표해 나온 분도 "불량 정권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며 문제 해결과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규제 완화 정책은 우리 삶을 위험하게 만들어 왔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이 모두 그런 정책 드라이브를 배경으로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이처럼 강성 우파 정권의 온갖 개악에 대한 반대들을 흡수하고 있다.


[제1보] 본대회 시작도 전에 광화문광장 주변에 25만 명!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4차 범국민행동에는 6시 현재 25만여 명이 모였다.(주최측 추산) 광화문 북단부터 태평로까지 전 차선과 인도가 인파로 가득 찼다. 전국 동시다발이고 집회가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다. 박근혜의 반격 시도가 성난 대중에게 별로 먹히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예상대로 청소년, 청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청소년들 1천여 명은 종각에서 별도 사전 집회를 열고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왔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집회와 행진에 참가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오후 3시경 인근 서울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행진해 온 한국노총 노동자 수만 명 대열이 들어올 때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고 박수를 치는 등 관심을 보이고 환영해 줬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박근혜의 악행에 각자 저항해 온 여러 운동들을 결합시키고 있다. 광화문 곳곳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를 위한 특별법 촉구 서명, 우체국 비정규직 노동자 밥값 보장을 위한 예산 촉구 서명, 핵발전소 반대 서명, 삼성전자 반도체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캠페인 등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도 다양한 박근혜 퇴진 손팻말들이 배포됐다. 사람들은 강력한 퇴진 여론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수사 회피와 한일군사협정, 사드 배치, 노동 개악 등 개악 정책들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한편에서는 박근혜가 물러서기는커녕 반격으로 나오는데, 운동이 이를 물리치고 퇴진을 이뤄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12일 총궐기에 약 7천 부가 팔렸던 <노동자 연대> 신문이 오늘도 상당수 참가자에게 관심을 끈 것은 그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조승진


박근혜 퇴진! 노동탄압 분쇄!

한국노총 2016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결의한 한국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금속, 공공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과 노동탄압 분쇄를 주요 구호로 외쳤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최근의 부패 게이트를 “박근혜 최순실 일당과 재벌대기업의 탐욕이 빚어낸 합작품 … 더러운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경련 해체, 노동개악과 탄압 중단을 위한 투쟁을 주장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국민 대항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며, 서울 평일 촛불 결합, 26일 5차 국민행동의 조직적 참가, 양대노총 공동투쟁 등을 약속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야 3당 대표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대 발언을 했다. 이전과 달리, 올해는 한국노총 임원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럿 있는데도, 옳게도 마이크를 주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퇴진과 노동개악 중단을 위해서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사전에 예고되지는 않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도 발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박근혜 퇴진 투쟁이 노동자를 위한 사회 개혁을 위한 시작이 돼야 한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정치인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였다. 심 대표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이날 유일하게 박근혜의 대대적 반격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1월 26일에 전국에서 서울로 모이자고도 했다.

박근혜 퇴진과 노동개악 중단을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2만여 명 노동자들 모두 오후 3시경 태평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갔다. 본 대회가 시작하기 세 시간 전인 이 시각에도 이미 광화문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깃발과 갖가지 박근혜 퇴진 현수막을 앞세워 행진해 오는 한국노총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치는 등 호의를 보였다.

행진 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던 사전 행사 무대에 올라 한국노총이 박근혜 퇴진 운동에 앞장서겠다고 해 모인 시민들에게 박수를 많이 받았다.


'퇴진서울행동'과 서부 행진

'대학생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은 서울지역 네 곳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향한 행진 중 서부 지역행진에 참가했다. 서부대행진은 홍대입구역에서 모여 출발했다.

학생회, 학생단체 깃발로 모인 대학생 수백 명과 시민 1천 명이 함께 행진했다.

청소년 자녀와 함께 온 사람들, 연인들, 수능 끝낸 청소년들, 진보정당과 시민 사회 단체들, 아이를 업고 안고 온 젊은 부부 등 다양했다. 이 운동의 폭이 대단히 넓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홍대입구역에서 광화문까지 긴 구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쉼 없이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쳤다. 확성기가 없는데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돌아가면서 구호를 선창했다.

번화가인 신촌을 지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함께 구호를 외치는사람들도 있었고, 지나던 자동차들이 호응의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세월호 시국강연회

19일 광화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열렸다. 누구나 다 알고 분노했듯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시간 뒤에야 박근혜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당시 상황이 어떤지 파악조차 못한 채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가 애써 숨기고 있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참사 직후 구조 지휘를 안 하고 뭐했냐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토록 숨기는 건가!”

박영대 세월호 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도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과 언론의 무능, 무책임을 차분히 짚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언론 또한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권미화 어머니(단원고 2학년 오영석)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미안해, 우리 아들. 수능 또 한 번 지나갔다. 졸업도, 대학도, 꿈도 다 사라진 우리 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그 시각 광화문광장으로 점점 더 모여드는 인파 속에는 이제 막 수능을 끝내고 거리로 나온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누구랄 것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청소년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고 공감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기자 근처에서는 한 여학생이 유가족의 얘기를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권미화 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우리와 여러분이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민심을 저버리고 생명을 저버린 정부를 끝내버리길 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

세월호 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난 2년 넘게 세월호 참사는 많은 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섬광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며 정치적 각성의 계기가 돼 왔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촛불 청소년들을 보며,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이후 자유 발언들과 본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진

△19일 광화문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물러나야 할 정권이 무슨 협정이냐 
즉각 퇴진! 한·일군사정보협정 강행 중단! 
가자! 청와대로 
11월 21일(월) 행진은 청와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11월 26일(토) 오후 4시 광화문


박근혜 퇴진! 영남 노동자 대회

11월 23일(수) 오후 4시,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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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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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 깔수록 커지는 박근혜의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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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가 직접 받아 본 국가정보원의 대응 보고서가 공개됐다. 참사 이후 실제 벌어진 일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공식 대응을 위해 ‘채택한’ 보고서라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시종일관 ‘여객선 사고’라 지칭한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고, 진상 규명 운동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보고서는 “맞대응 집회 여론전”, “지탄 여론 조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진상 규명 방해뿐 아니라, ‘과식’ 시위, ‘세월호는 교통사고’ 막말이 모두 청와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공작정치의 본산이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의 작품일 것이다.)

△박근혜에게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밝히고 구속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들. ⓒ이미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희석시키려고 최순실과 짜고 ‘해경 해체’ 같은 황당한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도 박근혜는 7시간 의혹을 감추려고 노심초사다.

이런 공작에 당시 우파가 모두 합심했었으므로, 기업주들과 우파 언론 등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우주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성 우파 정권의 성공은 자본가 계급에게는 더 없는 소망 아니겠는가.

박근혜는 이런 추악한 결탁을 배경으로 권력욕을 만끽한 야비한 통치자일 뿐이다.

박근혜가 미르, K스포츠재단의 건립과 기업 모금을 지시하는 등 부패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가 중심이 돼서 은폐를 지시하고 실행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이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고 사회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정치공작들을 실행한 정황들도 드러났다.

이런 자들이 일부라도 지지층을 복원해 보려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와 기업들이 파괴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의 사생활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게 모욕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무상보육 후퇴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런 정권을 창출한 새누리당과 협상해 거국 내각 총리를 세운다는 게 합당한 기대인가? 박근혜 정권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

박근혜가 반격을 시작했다. 15일 꼴통 검사 출신인 유영하를 변호사로 선임해 검찰 수사를 대놓고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부산 엘시티(LCT) 부당거래 의혹을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탄핵해 볼 테면 해 봐라’는 말도 나왔다.

엘시티 개발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작됐고 한나라당 소속 부산시장들과 연루 의혹이 있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 집안 단속부터 해서 전열 재정비를 해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산 지역 야당 연루설 등을 흘리고 있다.

△반격을 시작한 박근혜. ⓒ사진 공동취재단

이를 이어받아 이정현과 김진태 등이 연이어 망언을 했고 박사모가 19일에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반공 궐기대회를 여론 조작용으로 이용했던 박정희의 딸다운 발상이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대규모 동원 집회를 열었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게 당장은 잘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당황한 검찰이 18일에 박근혜를 범죄 혐의 수사 대상이라고 흘렸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주요한 국가기관이 박근혜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퇴진 집회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할 듯하다. 기세와 규모 모두에서 12일 시위는 성공했다. 그 압력 때문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에서 “새누리당 해체”, “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박근혜는 더는 저자세를 가장한 기만책이 안 먹힐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현재 수준의 시위만으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한일군사정보협정, 노동개악, 교육 개악 등 온갖 악행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박근혜의 반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낙관적 전망이 최고조일 때 시작됐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은 느슨하게 주말 집회만 조직하고 대중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박근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퇴진 이후 전망으로 논의를 옮겨가자’는 허망한 낙관론도 위험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가 사임을 선언하고, ‘사표’는 적절한 선거 일정에 맞춰 낸다는 방안인데 공상이다. 도대체 박근혜가 남 좋으라고 자기의 권력을 내줄 성싶은가?

게다가 ‘질서’라는 표현은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사태 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관리·수습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는 인상도 준다. 결국 새누리당(비주류)을 포함한 주류 여·야당에 주도권을 넘기게 돼 정의당의 부상을 도운 거리 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자신을 주변화시키는 ‘수습책’인 셈이다.

△11월 12일 1백만 명이 운집한 박근혜 퇴진 시위. ⓒ조승진


탄핵 vs 퇴진

운동은 순식간에 강성 우파 정권을 궁지로 내몰았다. 그러나 박근혜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반(反)박근혜 진영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이냐도 그중 하나다. 탄핵론은 박근혜가 버티니 강제로 퇴진시키려면 국회에서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국민적 결속을 위해 국회는 국회대로(탄핵과 특검, 국정조사), 거리는 거리대로(즉각 퇴진) 각계각층이 할 수 있는 수단을 각자 쓰자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그러나 탄핵론은 퇴진 투쟁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우왕좌왕도 못 믿겠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30명 가까이 합류해야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조승진

설사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해도, 부패와 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과 손잡고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수다.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도당과 차별화해 손쉽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국회에서 새누리당(비주류)과 합작해 탄핵소추를 의결한다고 해도 또 난점이 생긴다. 진보당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산시키는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사실상 범국민적으로 정서적 탄핵을 선고 받은 박근혜의 임기 중단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 상황에서는 박근혜의 형식적인 위법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이고, 검찰은 비협조적일 것이고 운동은 최순실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 등에 매달려야 한다. 세월호에서 이미 목도했듯 박근혜와 여당은 다시금 철저하게 방해하려 들 것이다. 지금의 기회를 만들어 낸 거리 투쟁은 주도권을 잃고 국회와 특검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보다 박근혜가 더 바라는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다 해도 우파의 손을 빌리는 과정에서 박근혜 퇴진은 그 진보적 내용을 상당히 잃어버릴 수 있다.

이렇듯 국회 탄핵론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퇴진론은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수단만 다른 게 아니라, 행위 주체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노한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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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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