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정직하지 못한 대책회의 온건파 리더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그러나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제정된 특별법을 성과라고 과장하는 것은 겸연쩍다. 11월 1일 세월호 참사 2백 일 범국민추모대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반감을 샀다.


참사 이후, 부패와 무책임의 실상이 드러날 때마다 분노가 커져 왔다.


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특별법 서명에 동참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충격이 얼마나 큰지, 운동의 저변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 줬다.


민영화 반대, 작업장 안전사고 등을 ‘제2의 세월호’라고 부르며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세월호 운동에 동감했다.


그러나 온건파 리더들은 특별법 투쟁을 국회에 압력 넣는 입법 청원 수준으로 제한하려 노력했다.


이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기대는 것으로 귀결됐다. 새정치연합 박영선이 7월 19일 집회에 나와 기소권은 이미 포기했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비판하지 않고 묵인했다. 이런 태도가 운동의 김을 뺐다.


기회 유실


그러나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 문제를 주되게 국회 내 입법 협상의 과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입법을 위한 동력이란 점에서 봐도 무기력한 정치다. 세력관계에서 우리가 밀리면 있는 법도 지키지 않는 것이 지배자들이다.


진상 규명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을 생죽음으로 몰고 가고, 구조를 외면한 이윤 경쟁 체제의 기득권 집단과 싸우는 문제다. 이들은 치부가 드러날까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그러므로 ‘원내 협상’이 아니라 조직 노동계급의 동원에 초점을 둬야 했다. 박근혜 퇴진 같은 급진적 견해들도 반영해야 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도 기회를 놓쳤다. 아마 하루 파업도 가능했을 6~7월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휴가철을 지나자(김영오 씨의 단식으로 분위기가 올랐던 8월 중순에는 금속노조가 투쟁에 기여할 기회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참가 열기도 점차 식어 버렸다.


결국 가족대책위는 ‘여야 합의가 미흡하지만, 이에 따른 입법화를 막기 힘들다’며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권의 마녀사냥과 박대, 9월 이후 동력 쇠퇴 속에서 지친 탓일 것이다.


특히 대책회의 온건파 리더들의 후퇴도 유가족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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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진실과 책임을 밝혀내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10월 25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원통해 했다.


“힘없는 부모라서 너희들을 죽게 했다”며 지은 죄도 없이 자책감에 시달리던 학부모 유가족들은 “진상을 못 밝히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며 넉 달 넘게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끝내 유가족과 수백만 대중의 바람을 뿌리쳤다. 여야가 11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진상규명 ‘특별법’은 죽은 사람의 원통함을 풀기에도, 산 사람들이 안전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에도 턱없다.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오히려 진상조사기구의 부실한 권한 때문에 진실의 알맹이를 덮고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절차적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독립적 조사를 위한 권한 자체를 애초에 배제한 것이 문제다. ‘조사의 결과’와 ‘수사의 결과’는 애초에 공신력과 무게감이 다르다.


조삼모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준다지만, 위원회 자체의 권한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행명령이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을 때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원회의 재정과 인력을 총괄하는 사무처장을 새누리당 몫으로 해 그나마도 효과가 반감되게 생겼다. 조사위원의 자격 기준을 높여 놔 유가족 지지 위원이 과반수가 될 보장도 없다.


위원회 조사 대상을 기관이 아니라 장소로 해 놓은 것도 제약 요소다. 개인의 사생활과 재판 중인 사건을 청문회 대상에서 배제해 놓아 조사 범위의 폭을 좁혀 놓았다. 조사 기간도 최대 1년 6개월로 애초 요구한 최대 3년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위원회의 한계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검사제로 보완할 수 있고, 이 특검 임명시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분명하지 않다.


위원회가 무력해지면, 차후에 구성될 특검은 더욱 효과가 떨어질 것이다. 특검은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유가족에게는 기껏해야 후보 추천시 비토권만 준 것도 문제다.


용두사미 된 진상조사기구의 최근 사례



노무현 정부는 민주 개혁의 일환으로 과거사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우익의 거센 반발로 과거사 청산은 매우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대표적인 과거사 재조사 기구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들 수 있다.


두 기구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 없이 조사권만 있었다. 이 위원회들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허약한 권한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


한홍구 교수는 8월 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권만으로는 ‘꽃삽으로 난지도를 파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에 참여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위원회의 3분의 2가 시민사회단체 몫이었다.


면죄부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역임한 안병욱 교수도 부족한 권한으로 부실한 조사를 하면 자칫 절차적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토론회)


두 위원회 모두 정부 차원의 지지를 받아 과거 정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구였다. 그런데도 권한 부족과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직 정권을 수사해야 하는 기구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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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반년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접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36호 | 발행 2014-10-20 | 입력 2014-10-18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 야합 이후 세월호 항의 운동은 일시적 소강 상태다.


그동안 고비마다 원칙 있게 분투했던 가족대책위가 안타깝게도 애초의 특별법 요구 기조에서 후퇴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배신하며 저질러진 두 주류 정당의 야합에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듯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이를 추수하며 투쟁의 정당성과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이 진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므로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은 단시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또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기회를 잡으려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몇 가지 쟁점에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를 요구해 온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길이다.


둘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서 공범임이 드러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 박영선은 기소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7월부터 말했지만, 대책회의는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셋째,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구조를 외면한 계급 차별 문제이기도 하므로 조직 노동계급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반대 등 안전과 생명을 의제로 한 투쟁들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을 손톱 만큼도 지지 않겠다는 박근혜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겹다는 말은 마세요. 어떻게 자식이 지겨울 수 있습니까?”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5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으로 죄를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 ‘국가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광범한 분노를 집약해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책회의의 리더들 다수는 이참에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하는 특별법 요구를 정리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추가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10월 안에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기저하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단견이다.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일부 활동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린다. 


반면에 운동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협소한’ 법 조항에 매몰된 것이 한계였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여우가 못 먹게 된 포도를 신 포도일 거라며 자기 위안하는 이야기)’처럼 후퇴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 들린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후퇴를 정당화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평가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동행명령권’이 발동됐는데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권한들이 어찌어찌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쳐도, 그 권한을 행사할 특별검사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임명된다는 보장도 거의 없다.(새누리당은 그런 방식의 합의를 어떻게든 거부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그런 입장을 추수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대한변협마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험담했다. 특별법 합의에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왜 기존의 진상규명 특별법 요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첫째, 여야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 진상 규명의 적들끼리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운동은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설사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라도 밝혀질 수 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1980년 광주 학살 등의 진실이 수십 년 뒤에 확인됐듯이 말이다.


둘째,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 특히 진상규명 국면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서 기만적 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에게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결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라’ 하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이 끝났다는 인식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정권의 국면 전환을 수용하는것처럼 비쳐 동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애초에 특별법 요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였다. 검찰과 국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야합 과정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준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요구를 포기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일은 안전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기조를 지켜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 의제를 협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윤지상주의) 체제의 비정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일각에선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 운동에 나서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강제권이 없으면 이 참사에 연루된 사회 상층부 인사들을 강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의도치 않게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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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더라도 원칙을 지켜 싸우자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9월 이후 운동이 다소 소강 국면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9월 27일 노동자대회를 취소하는 등 동원 노력을 소홀히 한 책임도 작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은데다 집회 동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망을 둘러싼 견해들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일부 NGO 지도자들은 특검 수준으로 요구를 후퇴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국회 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주요 NGO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30일 발표한 ‘제안문’이 그런 것이었다. ‘탈진영론’이 새정치연합의 배신적 타협을 정당화해 주는 맥락에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국회 파행에 가족대책위의 원칙적 태도도 한몫 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용될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로 가족들이 특검 추천권으로 후퇴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모욕뿐이었다. 이른바 화해(중재)파들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일부는 공식 입장도 아닌 ‘원로’들의 ‘제안문’을 대책회의 사이트에 올리고 온라인에서 홍보했다가 항의를 받고 내렸다.


한편, 일부 급진좌파는 특별법에 갇히지 말고 ‘안전 사회’나 ‘박근혜 퇴진’ 같은 더 폭넓은 의제로 투쟁하자고 말한다.(물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전선이 첨예하게 형성돼 있다. 이를 건너뛰어 다른 의제로 가자는 것은, 말은 좌파적이지만 실은 뜨거운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다.


이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가족대책위나 운동 참가자들이 고립감이나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완강히 버티는 국가 권력을 상대로 원칙을 지키며 싸우는 일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당장 어렵다 해도 원칙을 지키며 싸워야 더 많은 대중에게 그 올바름을 입증받아 운동을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하반기 2대 핵심 투쟁 과제로 “세월호 참사 대응”을 꼽고, “현장 투쟁과 세월호 국면 적극 결합 기조를 실현”하겠다고 한 민주노총이 정말로 실질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박근혜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9월 30일 아침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에서 유람선 좌초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전원 구조됐다. 이번에도 먼저 도착해 구조를 시작한 것은 인근 어민과 유람선들이었다.

문제는 사고 선박이 27년 된 중고 선박을 수선하고 증축해 올해 5월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뒤에도 폐기 처분해야 할 낡은 배의 취항을 목포 해경이 허가해 준 것이다. 당시 홍도 주민들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세월호 운동이 해 온 경고가 옳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이윤이라는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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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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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규명의 적들에게 또다시 배신당한 세월호 유가족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박근혜는 9월 30일 각료회의에서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국정과 경제 살리기가 표류한다’고 했다. 특별법 타협 불가는 물론이고 단독 국회도 불사하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 전한 것이다.


바로 그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구와 3차 합의를 했다.


합의 내용은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 후보군 4인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하고, 유족 참여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박영선은 야당 몫의 추천권에 유가족의 의사를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뒤통수만 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겠는가.


유족 참여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진실 규명에 적극적인 인사는 (중립성을 추구한답시고) 배제할 근거를 만들어 놨다. 정권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길 바라는 유가족과 지지자들에게 합의문이 ‘최악의 공수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족대책위는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특검 후보 추천에서 배제되어야 할 주체는 여당이지 유가족 대표가 아닙니다. … [합의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특검의 범위를 정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9월 30일 가족대책위 기자회견문)


사실,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라는 주장을 완화[해서라도] …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고 싶”어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를 배신할 절호의 기회로 악용했고, 이는 또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자신감을 키워 줬다.


권영국 변호사의 말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가 특검의 독립성과 실효성이 실제로 담보되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이 될 것”(<한겨레>)이었는데도 말이다.



유가족 음주 시비에 구속영장 청구? 이건 마녀사냥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조직을 총동원해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민생이 파탄 난다는 식의 흑색 선전을 해댔다. 이것이 먹히는 데에는, 유가족을 정략적으로만 이용해 온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위선이 도움이 됐다.


결국 경찰은 가족대책위 전(前)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쌍방 폭행이냐, 아니냐’로 상호 진술이 엇갈리고, CCTV 화면에서도 불분명한 점이 있으며, 도주 우려도 없는 경미하고 흔한 음주 시비 사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괘씸죄이자 여론몰이를 통한 가족대책위 압박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 일반인대책위도 가족대책위와 반목하고 사실상 여권에 유리한 언행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야비한 책략으로 ‘강요된 타협’을 이끌어 내려 한 것이다. 야합 이후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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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넉 달 반]

‘진실 파묻기’와 ‘친기업 경제 살리기’는 동전의 앞뒷면



세월호 참사의 감춰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진다면, 기업들과 국가 기관(국정원 포함)들의 부패와 무책임도 드러날 것이다. 민영화, 규제 완화 등과 연관된 유착과 무책임성도 드러날 것이다. 구조 지휘 책임을 내팽개친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7월 30일 재보선 승리 이후 세월호 참사 진실 파묻기와 ‘친기업 경제 살리기’로의 국면 전환에 올인해 왔다. 마치 유가족이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 호도했다. 8월 26일 경제부총리 최경환, 29일 국무총리 정홍원 등이 나서서 경제 살리기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영산대 한성안 교수가 구체적 수치를 들어 반박했듯이, 세월호 참사와 경기 위축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말하는 ‘민생’은 평범한 노동자와 서민의 생계를 뜻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기업 이윤 등 부자들의 수익을 가리키는 기업주들과 그 정치인들의 코드명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안달하는 ‘민생’ 대책은 카지노와 영리 병원 허용, 크루즈산업 육성 등 기업주 돈벌이에 관한 것들뿐이다.


박근혜는 심지어 이번 일을 “재난재해 보험상품 개발 촉진 … 안전 산업 육성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안전’ 부문 민영화 등 재난을 본격적으로 상품화ㆍ시장화하자는 것이다. 8월 12일 내놓은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 민영화 등 이윤과 시장 지향적 정책들로 가득하다.


바로 그런 정책들이 세월호 참사의 일부 원인들이었다. 참사를 낳은 지옥문을 더 크게 열어젖히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사고가 나든 말든, 구조를 하든 말든 보험 상품만 많아지면 되냐”며 울분을 토한다. 도대체 보험 가입을 안 해서 애꿎은 목숨이 가라앉았다는 말인가.


이처럼 노동계급 자녀들 구조에는 관심도 없던 정부가 기업주들 구조에는 전력을 다한다.


이런 방향 전환을 위해 박근혜는 경찰력을 이용해 민주주의도 더 억압하려 한다. 박근혜는 지난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습격한 강신용을 새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그는 8월 25일 취임식에서 “도로 점거 [같은] … 불법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사전에 경찰력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우선순위


결국 세월호 참사 넉 달 반 동안 우리가 목격한 것은, 이윤 경쟁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은 전혀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속에서 이 우선순위를 바꿀 수 없다고 선언하며 지금의 야비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재ㆍ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최대한 밀어붙여 보겠다는 의도이다. 체제의 위기를 강조해 정치적 위기를 단속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경제 살리기’ 기치는, 특히 박근혜가 “의회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부디 경제활성화와 국민안전, 민생안정을 위한 핵심 법안들을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한다]”고 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진영 내 자유주의ㆍ개혁주의 정치세력들 ― 체제의 우선순위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의사와 의지가 없는 정치세력들 ― 을 겨냥한, 특히 ‘장외투쟁’을 겨냥한 압박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당연한 요구다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ㆍ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는 결코 비현실적이거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 법안 자체는 사회 주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협이 함께 만든 것이다. 법학자 수백 명도 법리상으로든 사법제도상으로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의회 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한국 같은 경우가 오히려 흔치 않는 경우다. 검찰이 법무부장관 직속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소권 요구가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반대 논리는 정권의 보위가 걱정된다는 말의 가증스런 앞가림일 뿐이다.


권력과 자본의 외압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구성된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해서 문제라는 비난도 옳지 않다. 


새누리당은 ‘자력 구제 금지 원칙’을 운운하는데, 피해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에 따른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므로 유가족들의 요구는 자력 구제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자력 구제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학살당하던 민중이 국가권력을 봉기 등으로 심판하는 혁명적 자력 구제는 정당하다.)


오히려 (사고 원인의 일부인) 규제 완화와 구조 방기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하고, 조사 대상이 돼야 할 박근혜의 충복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수사권을 갖겠다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비문명적인 야만이다.


결국 저들이 거부할수록 진실과 책임 규명의 알맹이가 통치자들의 부패와 무책임을 밝히는 문제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진상규명 기구가 꼭 필요하고, 이 기구가 설립된 뒤에도 엄청난 방해 공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정권과의 (정치적인) 정면 대결을 감수할 태세를 갖춘,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조직 노동운동이 중추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노동자 연대> 133호에 실림. http://wspap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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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넉 달 반]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에 

조직 노동자 계급이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단식 46일째 만인 8월 28일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했다. 진상 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져서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한 건 “여당하고 유가족하고 대화하는데 진전도 없고 … 장기전이 될 것 같아서”였다( ‘김현정의 뉴스쇼’).


정부와 우익의 음해 공작이 노모의 건강과 둘째 딸 사생활까지 위협하는 것도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는 “[진도 체육관] 이틀째부터 정부가 나를 밥 먹는 데까지 계속 따라다녔다”며 정부의 통제 시도도 폭로했다.


그러나 “단식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극한 대치를 누그러뜨리고 타협의 물꼬를 트는 측면이 있[다]”며 국회 협상에 기대를 걸자는 자유주의적 진단은 자의적인 것이다. 


바로 그런 해석을 우려해 김영오 씨는 단식 중단 기자회견 도중 가족대책위 대변인에게 문자를 보내 “문재인 의원 등 단식 중인 의원들에게 국회로 돌아가라는 것이 장외투쟁 중단하시라는 게 아니고, 단식이 아니라 또 다른 방법으로 힘을 모아 달라는 뜻”이라고 거듭 밝혔다.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진실 규명 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뻔뻔하다. 단식 중단이 자신들의 면담 등 소통 노력 때문이란다. 가족대책위는 곧바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축했다. 새누리당과의 면담은 예상대로 별 무소득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국가정보원이 김영오 씨 주치의를 불법 사찰한 일도 들통났다. 심지어 박근혜는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면담 요구도 외면했다. 생존 학생들은 자신들이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고 말한다. 눈앞에서 구경만 하던 해경들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적반하장으로 박근혜는 참사 원인의 일부인 친기업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도리어 확대하려 한다.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의 생명 구조를 외면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살아남은 유가족과 나머지 노동계급의 삶도 유린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영오 씨가 병원에 실려간 6일 동안 동조단식자가 전국에서 약 3만 명에 이르렀다. 


8월 27일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파업 후 광화문으로 집결해 ‘김영오 조합원 생명살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노조는 29일 파업을 하고 세월호 특별법 촉구 집회를 하고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조직 노동운동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고 참사 책임자들 모두에게 크고 작은 책임을 묻는 일은 정의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다.


또,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작업장 안전, 민영화, 핵발전 등의 문제도 의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조직 노동자들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에 내 일처럼 나서야 한다. 실제로 내 일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이런 참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의 원인이 이윤 경쟁에 있는 만큼 파업이라는 수단이 사용돼야 효과적이다. 파업으로 자본가들의 이윤을 공격해야 지백계급에게 최대한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내 일처럼 분노한 상황에서 하루 총파업 정도가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금속노조의 28일 상경 파업 대오 다수가 민주노총의 광화문 집회로 오지 않고 귀향한 것은 아쉽다. 파업과 세월호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특히 그날 주력 대오였던 현대차와 기아차지부 집행부들의 협소한 경제주의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 <노동자 연대> 133호에 실림. http://wspap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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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극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올해 2월 13일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돼 폭발이 일어난 사고가 있었다.


빙그레는 암모니아 탱크에서 가스가 새는 걸 알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사고 후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요원들이 출동했지만, 화학물질 분석 차량이 없어 5시간이 넘게 가스 누출이 방치됐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한 명이 죽고 노동자 여러 명이 다쳤다. 가스 누출로 공장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화학 사고가 최근 대형사고의 60퍼센트를 넘는다는 게 중앙119구조본부의 발표다.


문제는 화학 사고는 작업장의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첫째,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안전한 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이다.(이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재화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서 노동자들이 하는 결정적 구실(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암모니아 가스 유출과 폭발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의 사고 당시 모습.



둘째, 세월호 참사와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이윤을 위해 사고를 은폐하고, 안전 장비에 대한 투자에는 국가와 기업 모두 인색하기 짝이 없다. 


(안전보다 돈 벌이와 군사력 경쟁이 우선인 사례의 으뜸은 핵발전소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의 수명 연장 결정으로 계속 가동되고 있다. 고장이 잦고, 최근 불량부품 사용 비리들이 적발됐는데도 ‘원자력 르네상스’ 돈벌이를 위해서 낡은 핵발전소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1년 전 충남 태안 속칭 해병대 캠프에 입소했다가 사망한 학생들 사건. 무자격 교관들이 안전 조치도 없이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주다가 파도에 휩쓸려 다섯 명이 죽었다. 관심에서 멀어지니 진실은 다시 은폐되고 책임자들은 책임의 굴레서 빠져나간다. 장례식이 끝나자 정부는 말을 뒤집고 진상규명과 보상 모두 발뺌을 하고 있다. 

사고 업체는 변칙을 써서 다시 영업을 한다. 그 사이에 군사훈련에 학생들을 몰아넣게 한 경쟁교육 시스템, 이런 군사훈련을 부추긴 교육관료들과 이들과 유착해 돈 벌던 업자들은 모두 오늘도 안녕하시다!)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봐도 그렇다. 이 분야에도 국가 소속이 아닌 민간 응급차들이 들어와 있다. 이 중 9년을 넘은 노후 차량이 28퍼센트나 된다. 영세 민간업자들이라 응급환자 이송에 필수인 응급 구조사나 약품과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응급 의료장비가 없는 응급차를 응급 운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는 빨리 오는 콜택시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그나마라도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민간 구급차의 사용연한을 9년으로 제한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가 막아 좌절시켰다. 기업의 영업 노력에 방해되는 규제 강화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직접적인 작업장 안전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한국의 노동자들은 4~5시간마다 한 명씩 죽는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맡기는 것이다. 


(조선소, 건설, 택배·퀵서비스 등 작업과정의 위험만이 아니라 실적 부담과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이 주는 신체적 위험성이 중요한 사상 원인인 것이다.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일터’인 것이다. 자본의 회전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이윤 전투’의 희생자들이다.) 


(이러고도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 산재사망률은 최상위다. 이것은 기업들이 죽지 않은 사고는 은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등 산재 다발 기업들이 그렇게 작업장 사고를 은폐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이 지난 5년간 각각 5백억 원이 넘는다.)


박근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은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 이슈는 이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돼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또한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 투자’ 같은 것은 자본가들의 안중에 없다는 걸 보여 준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열어놓은 지옥문이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다.)


위험이 구조화되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오로지 부와 권력에만 관심 있는 자들에게서 노동 대중을 위한 진정한 안전 대안을 기대할 순 없다. (대안 구축은 물론 진상규명조차 저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다.)




<노동자 연대> 130호(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에 실린 글에 분량상 포함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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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석 달

여야의 기만적인 특별법 합의 시도 반대한다





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백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구조 늑장과 무능ㆍ무책임으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관련 국가기관들과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필수적인 안전 규제를 해체하고 구조 책임을 방기해서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에게 지옥문을 열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들은 이제 문을 가리고 숨기는 데에 급급하다. 범여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여야 합의 한 달 만에 겨우 시작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당 기관들이 요청대로 자료를 제출한 비율이 3퍼센트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7월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말실수를 빌미로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일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명분은 ‘대통령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다.


청문회 파행


당시는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중이었고, 청와대와 해경의 사고 당일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의 청문회 파행은 박근혜 정부 책임론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술책이었던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심재철은 유가족들의 청문회 모니터링을 한 명으로 제한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은 국정조사 파행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나서지 말라’는 폭언도 했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와 결합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여당 견제 구실도 못 한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권 내 통제력이 다소 약화된 박근혜를 돕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새누리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준비만 부실한 것이 아니라 여권의 조직적 방해에도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공작정치 전문가 이병기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에 사실상 동의해 줬다.


10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국정 협의 모양새를 취한 것은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따위로 신자유주의적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박근혜에게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소통 이미지만 제공해 줬다.


노동계급의 분노에 직면해 난관에 처한 박근혜를 새정치연합이 구해 주려는 것은 이들이 현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국가적 위기’라는 식이다.



가족대책위의 특별법을 수용하라



이처럼 공식 정치 영역에서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사고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제출한 것은 정당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가 구성돼 임무를 맡아야 한다. 기구 성원의 절반은 피해자 가족이 추천하는 인물들이어야 한다.(검찰과 경찰 등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립기구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검찰과 똑같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이 수립돼 실제로 실행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에 바탕해 이 기구가 내놓은 대안들이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기구의 활동시한은 최대 3년까지 보장돼야 한다.


수사권·기소권


그러나 기존 국가기구, 특히 검찰과 행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가족대책위 측의 특별법을 양대 정당이 요구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두 당 모두 이런 국가기관들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착해 있다. 이미 두 당의 논의가 가족대책위를 배제한 채 이뤄져 왔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이 낸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안)도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특별법 제안을 지지하는 서명이 벌써 3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대책위는 민주노총 노조들의 공장 안까지 들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안전 관리와 구조 과정의 새로운 비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주류 정당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두 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별 실효 없던 특검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중적 압력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7~8월 임단투 등 개별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결합해, 파업과 시위를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130호 |  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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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과 박근혜 퇴진은 한묶음 요구다



최근 <뉴스타파>는 배가 기울고 가라앉기 시작한 사고 시점이 해경과 검찰의 발표보다 한 시간가량 더 앞선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JTBC <뉴스9>도 급변침 시점을 진주관제센터가 완전히 놓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해경 등이 사고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이미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어떤 이유든 관련 국가기관들의 구조 방기가 참사(구조 실패)의 핵심일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다는 뜻) 구조는 물론이고, 이 자들은 진상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경 등이 이미 선박의 복원력 상실 대처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에 더해 관리당국이 불법 과적과 무리한 출항 등을 눈감아 준 결과로 말이다.


이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 체제의 야만적인 실상을 폭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있었든 없었든 체제의 우선순위가 잉태한 국가기관들의 구조적 무책임과 무능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순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들은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공범들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참사의 공범들에게 맡길 수 없다. 


특별법으로 수사권을 위임받은 민간기구가 진상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안)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서명은 시작한 지 2주 만에 1백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된 정책들을 강행하겠다는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천 번 만 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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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에 이어 진상규명 책임도 방기하는 냉혹한 통치자들




사고 예방 안전 조처를 방기하고 구조도 방기해 애꿎은 목숨 수백여 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제 국가는 진상규명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세월호 참사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윤 경쟁을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이 어떻게 부패와 특권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지, 이 고리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위험으로 내모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경쟁 체제와 그 체제의 수혜자들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 물론 체제가 만들어 낸 필연적 사고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1년에 2천여 명이 죽는 산업재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될 수 있었고, 또 1년에 청소년 수백 명을 자살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이름도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체제의 수호자들이 통치의 정당성을 해칠 진상 규명에 진심으로 협조할 리 없다. 부패에 물든 주류 정치인들은 체제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기업주나 국가관료들(‘관피아’) 못지 않게 두려워한다.


치부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끝에 6월 2일 출범한 국정조사특위가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임시 반상회를 열고 생중계 체포 쇼까지 벌이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어떻게든 유병언 일가의 탐욕 문제로 한정하려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질까 봐 어떻게든 실체적 진실 파헤치기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만 피해가려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있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예산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소방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징계 협박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그 수혜자ㆍ수호자들이 우리를 계속 지배하는 한 노동계급에게 세월호 참사는 계속해서 진행형이다.



※ <노동자 연대>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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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거리로도 나와야 한다




이윤이 창출되고 분배되는 산업 현장에서 투사들이 팔짱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5월 28일에 일어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 사건은 시사적이다. 사망자만 1백92명이 발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사건이었다.


달랐던 것은 비상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한 노동자들의 존재였다.


마침 현장에 있던 서울메트로 노동자가 신속하게 초기 화재를 진압했다. 상황을 파악한 기관사와 도곡역 역무 노동자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상하행 열차 운행을 중지시키고 안내방송을 하며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반면, 2003년 대구에선 기관사의 미숙한 대처뿐 아니라 서로 보완해 상황에 대처할 인원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사례는 평소에 작업장을 잘 파악하고 있고, 효과적인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충실히 훈련한 노동자들이 충분히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각종 민영화 중단과 작업장 안전 확보,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들을 내놓고 각 작업장에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이 소중한 이유다. 물론 이런 투쟁은 거리의 항의와 병행돼야 한다.



노동자 투쟁이라는 대안이 추상적인가



세월호 참사가 던진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는 그동안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을 외쳐 온 노동자운동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보여 줬다.


노동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 작업장 안전 등은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요구들은 모두 이윤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것들이다.


노동자들의 이런 요구들은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한다. 예컨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 민영화를 막아 내고 일자리를 지켰을 때 공공의료를 방어할 수 있고, 화물 노동자들은 적정 운송료를 보장받을 때 과적, 과속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러려면, 거리 집회에 참가해 항의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윤 우선 정책을 후퇴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진보정당들이 이런저런 안전 규제 강화 정책을 6ㆍ4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부분 필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할 진짜 힘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추모와 항의가 정치적이면 안 되는가



정부와 우파는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에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거나 노동운동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불순한 의도로 추모 분위기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조직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듯이, 안전 문제조차도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가 낳은 참극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과 가난한 대중에게는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고, 사고가 나면 구조를 못 받을 확률도 높다. 자원을 어디에 먼저 더 많이 배분할지는 노동계급에게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세월호 참사로 이윤 지상주의 시스템이 정당하냐라는 사회적 물음이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의 지배자들인 대통령과 재벌, 고위 관료, 집권당(부차적으로는 제1야당도)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안 듣거나 듣는 척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사회 운영 시스템에 도전해야 하고, 진상을 파헤쳐 기업들과 박근혜 정부의 관련자들과 구호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윤을 우선해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 의식과 운동, 조직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야말로 박근혜와 우파에겐 재앙이다. 그래서 항의자들을 이간시키려는 것이다. 조삼모사식 행정 조직 개편이나 특정 제도 찬반 같은 문제로 공적인 논쟁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주범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위선과 뻔뻔함을 자칫 용인해 줄 수 있다. 


우파의 협박에 위축돼, 진실을 외면한다면 계속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돼 온 대형 사고들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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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본질과 음모론


국가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가 갈수록 또렷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사실상 잠수 구조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점점 밝혀지고 있다.


해경과 유착해 구조 작업을 독점한 언딘의 기술이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구조가 아니라 배 인양을 위해 갔으며, 해경이 지시한 첫 잠수는 침몰 다음날(4월 17일) 오전이었다’고 밝혔다.


해체 방침으로 자기 방어가 힘든 해경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언딘의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해경의 구조 방기는 다른 여러 증거들과 일치한다.


침몰 당시 45명을 구하고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진도 인근 어민 김현호 씨도 ‘해경이 구조 작업에 열의가 없었고 오히려 세월호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정부”다.



‘국가는 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고, 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지배적 상식이 참혹한 진실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정당성 위기).


바로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직 채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음모론은  세상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외된 처지를 반영한다. 음모론이 자라는 배경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 음모론은
사회적 위기를 배경으로 자라난다. 예를 들어, 프랑스대혁명 전야는 온통 미확인된 루머의 시대이기도 했다. 지금 세계적 차원의 경제 위기는 시장과 경제성장에 대한 지배적 믿음을, 세월호 참사 등의 사건은 국가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자면, 애초의 지배적 상식이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결코 국민 모두를 대변할 수 없다. 자본과 노동이 화해할 수 없는 적대 관계를 이루고 있는데, 어떻게 둘 다의 이익을 동시에 대변할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의 지배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개별 자본과 국가가 충돌하는 것은 어떤 것이 더 체제 안정에 효과적인지를 두고 다투는 것일 뿐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힘이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이전 시절에도 성장지상주의가 이런 비극적 사고들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와우아파트, 남영호, 삼풍백화점, 서해훼리호, 성수대교 등)


자본이 원활하게 노동자를 쥐어짜고 다른 나라들의 자본과 경쟁해 이기는 것 말이다. 국가 안보는 바로 이 과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 안보도 간접적으로 이윤 지상주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해경 예산은 대형 경비정에 치우쳐 있었고, 해경의 인력 배치가 구조보다 유족 감시에 맞춰졌던 것이다. 찾아 달라는 시신은 못 찾으면서 엉뚱하게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강탈해 유골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게 해 버리는 게 경찰의 본질이다.


해경만이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안전 예산도 총 예산의 1.7퍼센트에 불과했다. 정부 전체로 보면, 안전과 재난 대처를 위한 예산은 1퍼센트도 안 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찰(9.1조 원), 법무부ㆍ검찰(3조 원), 헌법재판소(1.6조 원) 등이 포함된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 15조 원을 ‘안전 예산’이라며 눈속임하려다가 망신만 당했다.(예산 항목이 시사적이다. 공공질서 및 안전인데, 압도적으로 공공질서 예산이다.)


이렇게 보면, 왜 세월호 침몰 당시(‘골든타임’)에 왜 구조가 방기됐는지 (음모론의 도움 없이도, 설사 일각의 잠수함설이 사실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왜냐면, 직접이든 간접이든 체제의 우선순위가 노동계급과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 구조에 있지 않았다는 구조적 요인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 문제에서 드러난 무능, 부패, 무책임은 저비용 고수익이라는 자본의 십계명과 통치자들의 일상적인 노동계급 천대와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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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적폐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대중적 관심사를 좇는 언론의 상업성 탓에 이제야 안전사고 보도가 늘어난 탓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사고처럼 이런 사고들이 하나같이 이윤을 위한 비용 절감을 위해 이용자들과 작업 노동자들의 안전을 내팽개쳐 일어난 사고들이라는 것이다.


5월 28일 전남 장성의 한 노인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죽었다. 그 이틀 전엔 경기도 고양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화재가 나서 8명이 질식사하고 58명이 다쳤다.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은 비용을 아끼려고 간호사를 한 명밖에 두지 않았다. 노인 환자를 재빨리 대피시키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스프링클러도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박근혜의 규제 완화 ‘전투’의 흔적이 발견됐다. 시행만 하면 됐던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조처의 실행이 규제 완화 방침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고양터미널에선 지하 매장 조기 개장을 위해 공사를 서두르며 소방설비를 꺼 버렸다. 방화벽도,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 탓으로 보인다. 지하에서 불이 났는데, 지상 2층에서 질식사가 일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터미널 건물 전체에서 화재 대피 안내 방송도 없었다.


건물주인 맥쿼리 투자신탁운용과 매장주인 CJ푸드빌이 사고의 주범인 셈이다.


서울 지하철 상왕십리역 등에서 벌어진 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 설비를 제때 교체하지 않고 각종 신호시스템이 통합 운영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철도에서는 작업 중인 노동자가 죽는 사고도 났다. 인력 감축과 강제 전출 등으로 말미암은 무리한 초과노동 끝에 일어난 참사였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올해에만 노동자 8명이 작업 중에 사망했다.


이 나라는 산업재해 처벌도 약하다. 2011년 이마트 탄현 냉동창고에서 사측의 잘못으로 노동자 4명이 죽었을 때 이마트는 겨우 1백만 원을 벌금으로 냈다.


이윤(결국 수익성)이 최고 우선순위인 체제에서 안전을 위한 비용은 거의 낭비로 취급된다. 소방대원 한 명이 안전장갑을 두 개 구매할 수준도 예산이 안 돼 사비를 써야 할 형편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적폐’야말로 ‘안전불감증 사회’의 주범이다. 노동자는 작업자로서, 서비스 이용자로서 이중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박근혜야말로 이 자본주의 적폐를 수호하고 앞장서 대변하는 인물이다. 또 그 수혜자이기도 하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의 동맹이 지키려는 사회의 운영 원리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제일’이다.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는 근원적인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원이 다수의 필요가 아니라 극소수의 이윤과 특권을 위해 사용되는 현실을 바꾸려 애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압도 다수의 필요가 우선순위가 되도록 아래로부터 노동계급이 저항해야 한다.



한국 국가와 자본의 천민성이 문제인가



세계 어느 자본가도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강제하지 않는 한, 작업장과 이용자들의 안전을 알아서 염려해 주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 일본 같은 선진자본주의에서도 그렇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지점 반경 20킬로미터 이내 주민 대피령을 발동하는 데 5시간이나 걸렸다. 이토록 늑장 대응을 한 일본 정부도 인터넷 등의 ‘유언비어 단속’은 신속하게 시작했다. 진실 은폐를 위해 항의 시위도 탄압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지만, 둘 모두 진실 은폐에는 한 마음이었다.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속이고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 제거 작업을 하도록 시켰다.


무엇보다 실제 핵폭탄의 피해를 어느 나라보다 잘 아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 일본이 핵발전에 열중하고, 그 안전에 그토록 소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 자본가들에게도 자본 간, 국가 간 경쟁이 노동계급과 민중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다.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작업장 안전 문제는 어떨까.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제국주의 패권을 위해 벌인 살육 전쟁이었다. 그런데 1969년 당시 노동부장관 (훗날 벡텔 회장과 국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는) 조지 슐츠는 “[전쟁 개시] 4년 동안 베트남에서 죽은 미국인들보다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미국인들(1만 4천여 명)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다음 해 ‘직업 안전 및 건강법’을 제정했지만, 그로부터 2006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35만 명이나 된다.


작업장 안전 문제 처벌도 약하다. 안전 법규를 어겨 직무 중 노동자의 사망을 초래한 사용자가 가장 세게 처벌 받을 수 있는 한도가 6개월 징역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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