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역대 최대규모로 하루 파업을 벌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박근혜의 협박이 잘 안 먹혔다


<노동자 연대> 181호 | 입력 2016-09-23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반대 하루 파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오전 9시부터 집결하기 시작한 금융노조 조합원 4만여 명이 참가했다.(주최측 최종 발표 7만 5천 명, 전체 조합원 9만 5천 명)


파업 집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한 총회에서는 10월 이후 2, 3차 총파업을 비롯해 쟁의행위를 계속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정부는 노동부장관, 금융위원장, 박근혜가 번갈아 가며 파업을 압박하고 모든 지부에서 무지막지한 불법 협박을 해, 사상 초유의 전국적 영업점 마비는 막았다. 그럼에도 금융노조 파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다음 주에 벌어질 민주노총의 공공·보건 등의 파업에도 상징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예상대로 NH농협지부와 기업은행지부, 씨티, SC제일은행지부 등이 두드러지게 참가했다. 그 밖에도 부산 등 지방은행 지부들, 신용보증기금 등 공기업 지부들, 수협중앙회지부 등도 할당된 구역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공언한 목표인 영업점 마비 수준에는 못 미쳤다. 파업 경험이 별로 없는 조합원이 다수라 애초에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그럼에도 제일 규모가 큰 ‘빅4’ 지부들의 참가가 저조한 것은 매우 아쉽다.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파업 선포식과 본대회에서는 조합원들의 함성과 열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등 간부들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 등 민주노총 중집 성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금융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이 노동개악에 맞서는 파업을 벌이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도 연대 발언을 했는데, 이들은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의원들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오후 집회에서는 오늘 파업을 적극 조직한 기업은행지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등이 투쟁 발언을 했다. 지부 위원장들 모두 박근혜 정부를 향한 날 선 폭로와 비판을 쏟아냈다.(기업지부는 전날의 기습적인 탄압에도 근무 조합원의 73퍼센트에 해당하는 6천1백여 명이 참석함.)


조합원들은 연사들이 박근혜를 정조준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오늘 파업이 고통전가의 주범인 박근혜에 맞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의 일부임을 노동자들도 잘 아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판매대에서 기업은행 조합원들은 지점장을 앞세운 사측에 맞서 파업에 참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얘기해 줬다. 그중 한 노동자는 금융·공공이 함께 파업하는 것이니 어렵지만 꼭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과연봉제를 당장 막기는 어려워도 계속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중은행 빅4의 5개 지부(우리, 국민, 하나/외환, 신한)가 저조한 참가율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일단 산별 파업에서 조직력이 있는 대형 지부의 파업 참가도가 낮은 것은 노동자 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파업이 고무적인 규모와 열기였음에도 아쉬움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시중은행 사측도 이런 결과를 노리고 산별교섭을 파탄 내고 부당노동행위를 무리하게 자행했을 것이다.


투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이런 탄압을 이겨 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파업 전날 퇴근 불허 등 극렬한 압박을 받았던 기업은행지부나 비슷한 압박을 받은 NH농협지부가 대거 참가했다. 오히려 조합원의 자신감이나 의식이 충분치 않을수록 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형 지부 지도부의 파업 조직 책임 회피는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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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81호 | 발행 2016-09-21 | 입력 2016-09-21



금융노조는 ‘9월 23일 은행 영업점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는 실질적인 총파업을 만들자’고 현장에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노조 전체 지부 대의원들이 9월 10일에 합동 대의원대회를 열고 최대한의 파업 참가 조직화와 2·3차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정세와 열기로 봐서는 금융노조의 역대 최대 산별 파업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늘 그렇듯이 파업 조직화 과정에서 지부별 편차가 있는 듯하다. 올해 말에 금융노조와 각 지부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것도 부분적으로 파업 조직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듯하다. 금융권은 성과주의가 많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일부 후진적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찬성할 수도 있고, 꼭 파업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사측은 이런 점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이간질시키고 파업 참가 열기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각 지부 위원장들이 사측의 개별 교섭 방침에 맞서 ‘절대 개별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 서약을 하고 파업 참가를 약속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투쟁으로 막으려 하지 않은 것이 올해 성과연봉제 도입 강공에 길을 터 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지금껏 호소해 온 대로, 현재의 성과연봉제는 단순한 임금체계 변경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를 임금 삭감과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큰 그림 속에서 시도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9·23 총파업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수백만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이다.

금융노조는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산별 파업과 주요 지부들의 화끈한 파업의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이 새 세대 노동자들의 불만·분노와 더 융합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영업점을 마비시키는 단호한 파업으로 9월 말~ 10월 초 금융·공공 파업의 물꼬를 트자.


△물꼬 금융·공공파업의 스타트를 끊는 금융노조 파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9월 10일 대의원대회 모습. ⓒ사진 제공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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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측의 성과연봉제 강행 시도에 맞서는 금융노조

9·23 총파업은 정당하다



<노동자 연대> 180호 | 발행 2016-08-31 | 입력 2016-08-3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시도에 맞서 9월 23일 하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민간금융기관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행장들이 주도해 금융노조와의 산별 임단협 교섭을 파탄냈다. 8월 26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의 23개 기관이 모여 탈퇴를 결의한 것이다.


사측이 밝힌 탈퇴 이유는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고 총파업을 방해하기 위해 금융노조 각 지부별로 각개격파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이 단체는 산별 임단협 교섭의 ‘제도화’(정착)를 위해 2010년 노사 합의로 만든 사용자측 연합이다. 34개 기관이었으나 올 봄에 금융공기업 7곳이 탈퇴해 27곳이 남아 있었다.


지난 3월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이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후 한 일을 보면, 사측 도발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공기업 사측은 정부가 정한 성과연봉제 도입 공기업 가이드라인 시한에 맞추려고 대대적인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노조와 합의를 추진하는 대신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동의서를 직원 개개인들에게 받아내려 한 것이다. 승진, 인사고과, 인간관계, 왕따 등을 이용한 협박이 가해졌다. 그 과정이 어찌나 강압적이고 모욕적이었는지 산업은행 한 노동자는 “정신적 강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치욕”, “모멸”, “희롱”, “부담”, “당혹”으로 묘사했고 “솔직히 .. 너무 무서워요. ㅠㅠ” 라고도 했다. “일제시대”, “유신”, “공산주의”에 비유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그 금융공기업 일곱 곳의 CEO 연봉이 최소 2억 5천만 원을 넘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3억 7천, 3억 6천만 원이 넘는다.(기본급은 다들 비슷해 2억 원가량이다.) 시중은행 행장들은 이보다 연봉이 훨씬 더 세다. 연봉은 물론이고 ‘지성과 품위’를 갖춘 최고 엘리트 행세를 하던 금융권 CEO들이 노동자 임금을 쥐어짜는 데선 먼지 풀풀 날리는 그 옛날 구로나 청계천의 배불뚝이 사장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심지어 노조가 그런 행위의 부당성을 입증하려고 찬반투표를 해 압도적으로 반대가 나왔는데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노동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직원 과반이 노조로 조직돼 있으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다.


더민주당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자산관리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이 대법원까지 갈 불법(의 소지가 분명한) 행동이라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직원 개개인들부터 지부 집행부에게까지 가해진 전방위적 압박은 일부 취약한 공기업 지부를 흔들었다. 한국감정원지부는 집행부가 총사퇴해야 했고, 주택금융공사지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하고는 금융노조를 (징계 직전에) 탈퇴했다.


원칙


정권과 사측이 그렇게까지 막무가내인 것은 세계경제가 언제 금융 위기에 처할지 모르니 미리 임금을 낮추고 인력 감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놓으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고려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사측의 부당한 탄압에도 금융노조와 노동자들이 단호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힘을 보여 줘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조합원들의 분노는 커져 왔다. 금융노조와 대부분의 지부도 지금껏 성과연봉제 반대라는 원칙을 지켜 왔다.

금융노조는 노동절과 6월 18일에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로 정권과 사측에 항의했다. 지부별로 사측을 고소하기도 했다. 휴가 중인데도 87퍼센트가 참가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95.7퍼센트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9월 10일에는 전 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9월 23일에 하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파업에 각 지부별 90퍼센트 이상 참가 지침을 내리는 등 총력 동원을 선언했다.


조합원들이 집회에 대거 참가하고 파업 지지가 높은 것은 성과주의의 폐해를 경험으로 이미 알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대량 감원 폭탄을 맞았던 금융 산업은 20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그리고 어느 정도 후에는 금융회사들 스스로 경쟁체제를 강화해 왔다.


△단결 투쟁 사측이 산별 교섭을 거부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조승진


은행 간 실적·비용 경쟁이 심화하면, 경쟁적 인력 감축, 직원 간 경쟁과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는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과다 대출이나 불완전판매 같은 금융 사고 등을 초래하기 십상이다.(2008년 ELS 펀드 사태 등) 이런 배경에서 성과연봉제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집단성과급이나 비조합원 상위직급부터 개별성과급을 도입하는 형태로 조금씩 도입돼 왔다.


그래서 오후 4시에 영업점 철문을 내려도 해피콜이니 뭐니 하면서 개별 영업 행위를 해야 하고, 줄어든 인력 탓에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해야 한다. 대략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빨라도 저녁 9시가 넘어야 퇴근을 하니, 성과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적어도 하루 열두 시간을 직장에 잡혀 있는 셈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가 무엇을 뜻할지는 뻔한 일이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것은 집단적 투쟁뿐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두드러졌던 시중은행들의 전면 파업들은 더한층의 구조조정을 막는 효과를 내 왔다.


올 봄 공기업 인권유린 행위들이 벌어질 때, 조합원들은 노조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장난 아님. 점거농성이라도 해야 투쟁의 힘 받지 무너질 듯”,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모두 들고 있는 인사팀 직원과 독대하면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사람 몇 안 됩니다. 꼭 와 주세요” 하며 도움을 요구했다.


이런 메시지를 보면, 당시 금융노조와 지부들이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측 압력에 개별로 노출되면 노동자들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지부 집행부가 찬반투표에 패배한 것도 집행부 자신이 원장에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사측의 입김이 더 먹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사측의 교섭 해태는 이미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파업 조직화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한 산업의 노동자들이 동시에 일을 멈추는 파업은 확실히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9월 하루로 안 되면, 10월 파업 등 계속 파업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시중은행 행장들의 집단적인 교섭 거부는 역으로 총파업 성공의 관건이 시중은행에 있음을 보여 준다. 시중은행 빅4(국민, 우리, 하나/외환, 신한)와 NH농협, 기업은행 등 대형 지부들이 파업을 제대로 조직해 전국의 점포 수천 곳이 영업을 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 전체를 고무할 수 있다. 금융노조와 지부들은 정권과 사측의 이간질에 넘어가지 말고 약속대로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공동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들이 투쟁을 단호하게 조직해서 양 노총의 투쟁이 서로를 고무한다면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개별 교섭 압박에 넘어가지 말고 파업 건설에 집중해야


 


금융산별에 속한 사측의 행보를 보면,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계획대로 움직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한통속인 것이다.


막강한 권한의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의 선봉장이다. 상반기에 금융공기업을 직접 압박하던 금융위원장 임종룡은 하반기에는 은행연합회를 통한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민간 시중은행을 압박해 왔다.


더민주당 조사에서 공개된 자산관리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회사와 노조가 합의를 해야 하는 안이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사회에서 개정안 또는 정부 권고안을 의결해야 할 필요성,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 “정부는 조기 도입기관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도입이 부진한 기관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여하겠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즉 불법인 줄 알지만, 일단 정부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회의 내용인 것이다.


노동부는 4월에 노조의 동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7월말에는 정부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악해 성과연봉제 도입의 길을 열었다. 그러자 시중은행 사용자들은 법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총파업이 관건


금융노조는 시행령이 임직원을 ‘임원과 금융투자업무담당자’로 규정하면서도 오직 성과보수 지급대상에서만 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했다고 정부의 꼼수를 지적했다.


애초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경영진의 지나친 성과 보수가 금융 불안정을 높이는 걸 막으려는 취지의 법이다. 모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시행령 개악을 한 것이다. 물론 너무 명백한 무리수라서 임종룡조차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해당 시행령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규정이 아니며, 성과연봉제는 노동법에 따른 노사 합의 사안이라고 답해야 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경영진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정부의 조처를 이용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법의 명령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정부와 사측이 한통속이라는 것은 산별로, 양대노총 연대투쟁으로 맞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가 된다.


이제 사측은 개별 동의서, 불법 이사회, 개별 집행부 회유 등 온갖 공작을 벌일 것이다. 특히 이런 압박은 파업 전에 집중될 것이다. 9·23 총파업이 무력화되면 성과연봉제 반대 투쟁의 구심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개별 교섭에 절대 응하지 말고 오로지 산별 총파업 건설에 복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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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 금융노조가 하루 파업에 들어간다. 8 26일 진행된 파업 조합원 86퍼센트가 투표해 90퍼센트가 찬성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 총파업결의대회에는 조합원 2만여 명이 참가해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관치금융으로 조합원의 고용안정이 위협받는 현실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면서 전 조합원의 총파업 참여를 호소했다.


사실 금융 작업장 곳곳에서 정부와 사측의 도발이 있기 때문에 뭉쳐서 싸워야 할 이유는 많다.


외환은행 조기 통합 시도 분쇄, KB금융 낙하산 인사 퇴출, 복지 축소 등 가짜 정상화 저지, 우리은행 민영화 문제와 MOU 폐지, NH농협 신경분리 부족자본금 지원, 외국계 은행 구조조정 저지 등.


산별 임단협도 사측의 협상 회피로 진척이 별로 없다. 사용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복지 축소가 관철되면 이를 이용해 민간 금융기관들로 이를 확대하려고 고의로 임단협 교섭에 불성실하게 나왔다. 2009년 신입 직원 임금(초임) 삭감도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 기관으로 확산한 바 있다.


그래서 올해 금융노조의 산별 임단협 핵심 요구들인 임금 인상,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 철폐, 정년 60세로 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노동시간 축소 등에서 넉 달 동안 별 진전이 없었다.


금융 노동자들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 왔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시달려 왔는데도, 2008년 이후 임금 인상도 억제돼 왔다. 금융 노동자들의 항의 파업은 정당하다.


파업일이 다가오자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가 다급하게 나섰다. 25일에는 노동부 노사정책협력관이 찾아오더니, 26일에는 경제부총리 최경환까지 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그러나 금융노조는 정부가 먼저 정책과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금융노조 중앙위원회는 산별 파업 성사를 위한 기강 확립 차원에서 독단적으로 복지 축소를 합의한 수출입은행지부 등 공기업지부 세 곳의 지부장들을 노조에서 제명했다.


최대한 많은 조합원이 하루 파업에 참가해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경고를 주길 바란다.(다만, 외환지부가 교섭권 위임 문제로 산별 파업 합류가 어려워져 자체 총회를 할 계획인 것은 아쉽다.) 그러나 2, 3차 파업의 전망도 커져야 정부와 사측도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 곳곳에서 위협 당하는 금융 노동자들


지난해부터 금융권은 인력 감축 바람이 불어왔다. 가장 두드러진 곳이 증권사들이었지만, 은행들도 꾸준히 점포와 인력을 줄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 씨티은행은 6백여 명을 희망퇴직시켰다. 한국 영업 축소 의혹이 있는 SC은행에서도 고용 불안감이 크다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둔 산업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의 강제 합병 시도에 직면한 외환은행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불안감을 낳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에서는 공공부문 가짜정상화 시행을 위해 자녀 학자금 같은 복리후생비를 20~50퍼센트 깎으려고 한다비용 삭감은 인력감축 우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 외환은행노조와 3자 합의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한 2년 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심지어 지난해 합의한 무기계약직 정규직 합의조차 지금껏 이행하지 않고 있다. 뻔뻔하게도 사측은 한 술 더 떠 최근 조합원 집회를 사찰하고 불법 파업 고소 협박 등 노조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금융 노동자들이 노동 귀족인가


민간 은행과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 노동자들이 노동자 평균보다 더 많은 임금과 사내복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시적 고용불안 속에서 평균보다 훨씬 높은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속에서 일한 결과일 뿐이다. 2011년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2572시간이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1년에 그 해 한국 평균보다 47, OECD 평균보다 12일을 더 일한 것이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은행 노동자 수도 크게 줄고, 은행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더 치열해진 은행간 경쟁 때문에 살아남은 시중은행들의 지점 수는 더 늘어났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더 적은 인원이, 더 격한 성과 압박 스트레스과 상시적 고용불안 속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최근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지점수가 줄고 고용불안이 더 심화돼 왔다. 그러나 금융권 경영 위기에 일선 노동자들은 아무 책임도 없다. 열심히 일을 안 해서 오는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노동자들이 사용자에게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 복지 축소 반대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금융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비정규직이나 세월호 참사 문제 등에도 나선다면 노동귀족론은 약화되고, 노동자 연대는 더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는 현재의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깎아 이를 전체 노동자에게 확산하려 한다. 고용을 위축시켜 이런 공격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 정규직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비정규직이나 더 열악한 작업장의 고용 불안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 사이에 이간질을 하고, 정치 파업, 연대 파업은 불법 딱지를 매겨 탄압을 한다. 노동자 연대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나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를 부도덕한 철밥통 취급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한편, 박근혜는 8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기업들에게 주주 배당률을 더 높이고, 배당소득 대한 세금은 깎아 줬다. 이제 공기업들은 이 정책을 따를 것이다. 지금도 기업은행은 민간 은행보다도 배당률이 높다. 주식 부자들한테 기업 이익을 퍼주는 것은 좋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복지는 아깝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체제의 통치자들은 노동계급을 이간질시키면서 노동계급 전체를 박대한다. 노동귀족론 같은 이간질에 속지 말고 노동자 단결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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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준비

금융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요구를 지지하자


금융노조 노동자들이 7월 30일 예정된 파업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투표율이 87퍼센트인데, 파업 찬성률은 91.3퍼센트나 된다. 실질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으로 쌓인 분노와 투지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금융노조는 7월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30일에는 1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12년 만의 금융 산별 총파업으로 금융노조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구조조정을 막으려 한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을 KB국민은행에게 팔려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반대한다. 농협을 상업은행으로 만들어 투기 영업과 노동조건 악화를 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 또 금융노조는 은행이 대학생 20만 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에 나설 것과 야만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2.5.15. 금융노조 집회.(서울광장)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며 비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천5백72시간에 이른다. 

※ 사실 한국 노동계급 전체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천1백9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4백44시간이나 많다. 그런데, 은행 노동자들은 이처럼 긴 한국 평균보다도 3백79시간이나 더 일하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한국 평균보다 47일을, OECD 평균보다 102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여기에 주5일제를 적용하면, 한국 평균보다도 두 달, OECD 평균보다도 약 다섯 달을 더 일한다. 12개월 임금을 받고 말이다.) 

1997년 이후 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5만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쫓겨난 뒤, 그 만큼의 일을 남은 노동자들이 감당해 온 결과다. 이처럼 은행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을 더 일하는데, 이는 법정 노동시간만 지켜도 지금 인력의 3분의 1 즉, 2~3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도 늘리고 기존 노동자들은 주말과 평일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고임금을 빌미로 은행들에선 지난 4년간 사실상 임금이 동결돼 왔다. 전세 대란과 식류품 가격 폭등 등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크게 삭감돼 온 것이다. 게다가 신입 직원의 초임은 삭감된 채 원상 회복될 기미도 없다. 

결국 은행 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은행 노동자를 덜 주고 더 일 시키며, 젖은 수건이 마른 걸레가 되도록 쥐어짠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은행 경영진들을 노동자 파업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귀족스럽게 고소득을 올려온 것은 은행 경영진들과 대주주, 정부였다.
 
은행들은 2009년부터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를 올려 왔다. 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전세 대란에도 은행들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피땀과 99퍼센트 대중의 한숨을 쥐어짠 대가로 은행들은 매년 10조 원가량 순익을 올려왔다. 이 수조 원의 돈이 아무 한 일도 없는 대주주의 배당과 경영진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들어 갔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 한국 은행의 배당성향(40.5%)은 다른 상장사들(16.2%)에 비해 두 배를 훨씬 넘으며, 주요 신흥국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다(한국은행, 2012. 4. <금융안정보고서>).

따라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 같은 공익적인 일에 은행이 쓸 돈은 차고도 넘친다. 주주 배당보다 천만 배 정의로운 요구를 하는 것은 바로 금융 노동자들인 것이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아홉 곳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를 CD 금리에 연동한 가계대출은 2백78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리 1퍼센트만 따져도 3조 원 가까운 돈을 폭리로 취한 셈이다.  

대량 해고 

이번 금융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실질적인 동력은 국민•우리 지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7월말 1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가뱅크 설립이란 망상을 버리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려 한다. 

국내에서 영업점이 가장 많은 두 은행을 합치면, 전국 영업점의 무려 70퍼센트가 500미터 이내로 중복 대상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1만여 명이 잘릴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 위협이다. 그러나 합병이 평범한 99퍼센트 대중에게 이득이 될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그런데도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 전폭적으로 지원 … 절대 손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CD 금리 담합 문제는 감독도 못한 자가 구조조정에는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우리금융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재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다.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은행 민영화 1차 입찰 마감일인 27일 오전에 열리기로 했다가 이틀 먼저 이사진 간담회를 연다는데, 내부 격론의 증거라 하겠다. 
정부(특히, 모피아)와 금융산업 대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낙하산인 어윤대가 대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애로가 있는 듯하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론 검토를 이미 마치고 정치적 판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 결과가 26일 집회나 30일 총파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최근 KTX 민영화 관련해서 연기 발언을 번복하는 이명박 정부 행태를 볼 때, 이들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계획된 투쟁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옳다. 물론 KB 이사회가 민영화를 접는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일차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사탕발림을 믿기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번 기회에 아예 쐐기를 박는다는 생각으로 투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명박은 온갖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이것이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마저 군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새누리당파들이 민주당 지지마저 문제 삼으며 내분을 일으킨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세력들이다. 

금융노조는 이들을 단호하게 비판하며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식을 가졌는데, 협력할 건 협력하되, 독립적 태세를 취하는 게 옳다.   

다행히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사용자 측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더라도 7월 30일 총파업은 반드시 성사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부는 버스 대절 등 실무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투쟁 먼저, 그리고 투쟁의 힘으로 협상을 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유지해야 한다. 

7월 30일 파업은 월말이라 파업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다. 관건은 26일 총진군대회의 성공에 달려 있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으로 ‘메가뱅크 MB’를 ‘멘붕 MB’로 만들어 버리자.  


※ 이 글은 이영일 동지와 함께 쓴 글이다. 그러나 최종 교열을 내가 봤기 때문에 내용 상 오류나 오타/맞춤법 오기 등은 모두 내 책임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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