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주가조작유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3.14 외환은행 파업투표 ― MB/론스타/하나금융 공모에 맞서라
※ 15일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군요. 총원- 4,700명, 투표- 4,697명(99.9%), 찬성- 4,516명(96.2%).  (3.16)
   현재 매각 관련 쟁점에 관한 제 의견은 http://enlucha.tistory.com/106를 보시오.

1.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합병할 때, 의도적인 주가 조작을 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가 10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외환은행과 외환은행 대주주 LSF-KEB Holdings,SCA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죠. 이 사건은 그동안 1심 유죄 → 2심 무죄 → 3심 무죄 파기환송 순으로 엎치락뒤치락을 해 왔습니다.

명백한 사안인데도 재판 결과가 왔다갔다한 것은 거대 자본을 처벌하기가 참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003년 11월 론스타펀드 경영진들이 ‘Project Squire(시골 대지주)’라는 작전명[각주:1] 아래 고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을 앞두고 고의로 외환카드 거짓 감자설을 유포해서 주가를 폭락시키고 이득을 챙긴 사건입니다. 

론스타는 당시 단순한 주식 차익 따위가 아니라 합병 과정에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고 주가를 조작한 것이었죠. 당시 주가대로 합병하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이 50퍼센트 밑으로 떨어질 수 있어 감자설을 유포해서 주가를 폭락시키고, 외환은행의 계열사 지원을 끊어 외환카드를 경영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이 조작은 씨티그룹,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과 함께 공모해 이뤄졌습니다. 외환은행 불법 인수 작전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이때 작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당시 인수 허가의 담당 국장이 지금 금융위원장인 김석동이었죠.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과 기업이 유착한 권력이 더 강한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주식 합병 비율을 조작하고, 경영권 프리미엄(향후 주식을 팔 경우 시가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이득)을 갖는 대주주 자격을 유지한 것이죠.

이번에 대법원 재판부는 “성실히 감자 여부를 검토,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자검토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는 주가하락을 통해 론스타 펀드 등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감자발표 감행을 공모한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각주:2].

이 판결의 파장이 큰 것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패턴 하나가 단죄를 받게 됐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던 노동자들이 탄압당하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됐습니다. 그런데 합병 자체가 부도덕한 기업주의 손으로 이뤄진 불법이기 때문에  당시 합병에 반대한 노동자들의 정당성을 다시 인정해야 하고,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원직 복직시켜야 합니다.


2. 이 판결로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물로 넘기고 수조 원의 돈을 챙겨 나가려던 계획에 큰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의혹투성이인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과정이 사실상 불법이라면, 외환카드를 인수한 외환은행도 장물이 됩니다. 도둑이 장물을 제값 다 받고도 프리미엄까지 챙겨 가는 거죠. 

아무리 한국 자본주의가 이익공유 같은 개념도 모르는 개판이라지만,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외환은행 노동자들도 론스타의 인수 후 인력 감축을 당했습니다. 지금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가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감당 못해 국제 사채=투기자본에게서 돈을 꿔왔습니다. 인수합병후 기본적인 인력감축 말고도 경영 부실로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몇 달째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2월 28일에도 서울시청 광장에서 외환은행 노동자 4천여 명이 촛불집회를 했었습니다. 거의 전 직원이 다 왔다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텐데, 분위기도 매우 뜨거웠습니다. 

그날 한국노총,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등 몇몇 분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대체로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결론 내릴 의사가 크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석자 모두 자신감은 있어 보였습니다. 

그날 인상적인 연사는 민주노총 소속인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의 연설이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몇 년 전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자체가 부실 위기에 빠졌습니다.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은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이라, 당시에도 금융권에선 이 인수합병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인수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처음엔 인수합병의 기본 수순인 피인수 합병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감축)이 진행됐는데, 인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쓴 대가로 결국 인수한 모(母) 그룹 소속 기업들도 부실해져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했습니다. (관련 기사 ☞금호타이어 1천3백77명 대량해고 계획 철회하라 금호타이어는 대량해고를 중단하라)

권수정 위원장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인수되는 기업의 노동자 뿐아니라 인수하는 기업의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인수합병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노동자가 함께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이 현실적 사례인 것이죠.

그것은 합병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일 뿐아니라 하나은행의 노동자들에게도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무리하게 투기자본(사실상 국제 사채)을 끌어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지주회사에게 ‘승자의 저주’를 경고하는 것이 외환은행 노동자들만은 아닙니다. 하나은행의 인수자금에서 절반이 빚입니다. 반대로 론스타는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막대한 돈을 챙겨 유유히 한국을 떠납니다.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론스타는 돈 벌어 떠나고 또 새로운 투기자본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아쉽게도 하나은행노조는 공식적으로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같은 은행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켜 함께 살자는데, 응당 지지와 연대로 답해야 합니다.


3. 김대중 정부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 대형화 전쟁이 계속돼 왔습니다. 지금 대형 시중은행 4강권에 있는 은행들은 모두인수합병으로 그 자리에 올라 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은행 대형화로 각 은행들은 서로 영업 분야가 똑같아졌습니다. 경쟁 심화는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인수합병으로 인력 감축이 반복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줄었고, 그 결과는 다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두세 사람이 하던 일은 이제는 한 사람이 하면서, 더 많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그러니 은행권 고임금이란 건 어쩌면 허상일 수 있습니다. 일이 는 만큼 임금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노동자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시적인 인력 감축 압박에도 시달리게 됐습니다. 

은행간 경쟁의 심화는 돈 되는 영업으로 은행들을 몰리게 했는데, 그것이 서민금융의 위축과 가계대출 시장의 비대화를 낳았습니다. 가계대출 확대와 카드/부동산 거품은 이 결과이기도 했는데, 이쪽으로 돈이 쏠린 이유는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이 불충분하게 이뤄지고, 1997년 이후 한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한 배경 속에서 기업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금융정책은 한국의 저축률을 심하게 떨어뜨렸는데, 이는 지금의 숫자 상의 경기회복이 빚더미 위에서 이뤄진 것이란 뜻입니다. 

집권 직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기업과 부자 감세도 기업 투자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근본에서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만 쌓아 놓은 거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경기부양 정책은 이런 패턴으로 오히려 돌아간 것이었고, 이것은 폭락 위기에 있던 한국 부동산 시장을 빚으로 되살린 것이고, 이것이 한쪽에선 전월세 대란을 낳고, 한쪽에선 저축은행 파산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 지배자들의 신자유주의 경제(금융) 정책은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4.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내일(15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합니다. 12일 전 직원 집회에서 결의한 것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예상대로 16일 하나금융의 인수계약을 승인하면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찬반투표는 정부에 대한 마지막 압박이자 경고입니다. 

사실 이 시점에선 지금 때를 놓치면 승리는 물 건너 갑니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인수합병을 막기 힘들 것입니다. 이명박과 하나금융 회장 김승유의 관계 때문에 하나금융이 능력도 안 되는데 인수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죠. 

이 투쟁은 사실상 청와대를 향한 싸움입니다. 

은행 대형화 정책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재경부 모피아들, 대형 금융자본(투기자본을 포함한)과 합작해 추진해 온 것이라는 점, 이명박 정부가 은행 대형화의 한 줄기로서 하나은행에 특혜를 주려는 합병이라는 점, 그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은행 부실과 노동자 인력 감축,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고, 더 길게는 대형 은행들이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내달려 금융의 서민 배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나쁜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합니다. 이 싸움이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2003년에 론스타에 맞선 싸움을 석연찮게 접었던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랍니다. 이제는 여론전이 아니라 노동자 고유의 힘을 동원한 힘 대결의 국면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외환은행 국내 임원들이 한 편인듯 하지만, 그들이 어느 경우든 자리를 잘 보전하려면 정부와 하나은행에 밉보여선 안 됩니다. 그들은 파업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내부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는데, 이에 맞설 주체는 노동자와 노조 뿐입니다. 

하나금융의 부실 문제, 론스타의 먹튀와 불법 주가 조작 문제 등으로 정부와 금융위원회도 쉬운 결정이 아닐 겁니다. 1백만 명이나 외환은행 합병 반대 서명에서 보듯 국민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나은행보다 재정 상태가 더 좋은 국민은행도 3년 전 비싼 가격과 (부차적이지만) 여론을 이유로 합병 직전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해도 론스타가 먹튀하고, 인수 승인을 하지 않아도 론스타가 또 고배당으로 먹튀한다고 딜레마라고 합니다. 사실 이는 핑계입니다. 

하지만, 온 좋게도 대법원이 답을 줬습니다. 론스타는 금융 불법 행위자입니다. 이들에게서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주식 거래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외환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독자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

파업 찬반 투표는 아마도 압도적으로 가결될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승인 심사를 다시 유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수록 하나금융지주는 무리한 계약조건 때문에 불리해지겠죠.

그럼에도 정부가 이 마지막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명박은 그토록 경계했던 민주노총이 아니라 점잖은(?) 은행 노동자들에게서 한방 먹고 레임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려면,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스스로 칼자루를 쥐어야 합니다. 저들의 일정에 맞춰 파업 경고만 하지 말고 유리한 기회를 잡았을 때 밀어붙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2월 28일 집회 같은 대규모 도심 집회로 말이죠.



※이 주제 관련한 최근 기사 ☞ 외환은행 매각 저지 투쟁 ― ‘먹튀 자본’ 론스타의 지분을 몰수해야 한다


  1. “이 작전의 실체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가 2006년 9월 씨티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러났다. 씨티그룹증권(옛 살로먼스미스바니)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자문을 맡았던 자문회사였는데, 검찰이 이 회사와 론스타 관계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관계자들이 주가조작을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주도로 열린 론스타 처벌 요구 기자회견문 가운데서 인용. [본문으로]
  2. 2008년 1심 재판부도 "실제 감자 의사가 없으면서 감자계획 검토를 언론에 발표해 외환카드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인정해 유회원에게 징역 5년을, 외환은행과 대주주인 LSF-KEB Holdings, SCA에 각각 벌금 250억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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