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후불 임금)을 대폭 깎았다. 국회가 법으로 특정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이런 폭거가 어딨나. 8:1 헌재랑 233:0 국회가 다른 게 뭐 있나. 다들 같잖다.

결국 청년들에게 일자리 1백만 개가 예전보다 더 나쁜 일자리가 됐다. 앞으로 공무원, 교사들은 국민연금 개선 어쩌고에 눈길도 돌리기 싫어질 것이다. 그걸 누가 뭐라 하랴? 그들은 국민연금 재원을 위해 자기 임금(공무원연금)이 깎인 사람들인데.
이런 결과가 계급 내 연대인가?
참 꼴좋은 '사회연대전략'이다.

“생산성 향상에 협조해 임금을 올린다.”
“임금을 깎아 고용을 보장받겠다.”
이런 주고받기를 어떻게 평가하든, 양보하는 주체, 그리고 그 양보의 대가로 무언가를 돌려받는 주체가 동일한 집단이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깎아 국민연금 상향하는 것은 누구는 양보하고 누구는 혜택받는 프로젝트다. 주는 주체와 받는 주체가 다르게 설정돼 있는 것이다.
참으로 고약한 ‘사회연대전략’이다. 

노동운동 상층이 국가를 매개로 자본과 대타협을 이루는 조건으로 노동계급 일부를 고립시켜 속죄양 삼는 것. 이것이 경제 위기 시대의 사회연대(노사정대타협)전략의 본질이고 핵심 내용이다.

사회연대전략의 구현 방식은 이렇다. 노동계급이 소득(시장임금)을 양보(임금 삭감, 보편증세, 보험료 인상 등)하는 대신 선한 국가(세금)를 매개로 한 사회임금(복지)을 늘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은 소득 있는 모든 계급이 내는 것이므로, 이 프로젝트는 ‘사회연대’인 것이다. 즉, 사회연대전략은 계급과 국민을 조화시키려는 개혁주의 프로젝트의 한 버전이다.

그 모델로 알려진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도 국가경쟁력(노동생산성) 협조를 매개로 수익성 높은 부문의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해 두 마리 토끼(계급 간 연대 = 계급 타협, 계급 내 연대 = 동일임금)를 모색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당연히 국가적 차원의 노사정 협약이 필수적이다. 

이 제도는 임금 억제 기능 때문에 자본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고수익 자본 일부는 임금 통제가 숙련 노동력의 유인(노동력의 수요 쪽 경쟁력)을 제약한다고 보고 부정적이었음), 경제 침체기에 노-자 양쪽 모두의 압력 속에서 파탄났다. 

논리상으론 선양보를 통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하나, 결과적으론 자본의 이간질에 힘만 실어주고 노동계급 분열시켜 사회개혁의 동력만 약화시킬 뿐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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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월 6일 작성한 글을 참고 삼아 올려 본다. 7년 사이에 관련 법과 제도가 개악돼 구체적 비율 등은 지금과 다르다. 7년 전 글이라 지금 보면 아쉬운 점들이 적지 않다. 적립식이 소득비례원리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과식도 소득비례성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립식과 부과식의 제도 차이를 실제보다 과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글이라서 설명이 불성실한 것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기본적 원리와 쟁점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ABC
 
 
아마 이 글을 읽는 노동자들은 보험이나 연금 상품, 또는 주택 구입 등을 통해 노후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현존하는 국민연금제도를 이해하고 개혁하는 투쟁을 통해 개인적 해결책이 아니라 집단적 해결책을 추구하자는 글이다.
국민연금이 만60세 이상의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하여 이를 노인 복지의 한 분야로만 협소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정부의 개악안은 단계적으로 수급연령을 만 65세까지 올리려 한다) 노령 인구에게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그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 물론, 사회 내에서 어떻게 재정 부담을 배분할지는 또다른 문제다. 또한, 충분한 연금 급여는 연금 지급 연령에 도달하기 이전의 노동조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보편적인 공적 연금제도의 존재는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1880년대 비스마르크식 연금제도가 유럽에 확산된 것을 제도상 연금제도의 기원으로 보지만, 진정으로 공적 연금제도가 보편화된 것은 양차대전 이후다.
 
생산수단
 
노동자들은 그 이전 시대 생산자들과 달리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어느 순간 생산현장에서 물러나게 될 때, 생계를 유지할 수단 또한 잃게 된다. 노인 복지와 공적 노후 연금의 문제는 자본주의에서 비롯한 노동계급의 쟁점인 것이다. 따라서, 원천징수되는 연금에 대해 노동자들이 불만을 느끼더라도 그 불만은 공적 연금의 취지를 부정하고 국민연금을 약화시키고 싶어하는 기업주와 자영업자들의 캠페인과는 이해관계가 전혀 다르다.
대량생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이전 시대보다 개인적 숙련도는 덜 필요하게 됐다. 노령의 노동력은 점차 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평균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노년층의 비중이 늘어났고, 특히, 노동시장 퇴출 이후 생계 수단이 없는 노년 노동자의 복지 문제가 노동계급에게 중요한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
노동계급의 영향력이 강력하고 거대한 대중투쟁이 체제를 크게 위협했던 스웨덴 등 북구 유럽의 국가들에서부터 보편적 공적 연금이 시작됐다.
특히, 스웨덴의 국민연금제도의 특징은 직장 가입자(피고용자)의 보험료를 사용자(기업주)가 전액 납부하며, 사회보험 재정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로 국가 부담이 높았다는 것이다. 정부 재원은 누진적 세금을 통해 조달되므로 소득 재분배 성격이 매우 강했다.
 
이연 임금
 
물론, 스웨덴 공적 연금제도의 강점은 198~9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으로 훼손되고 있지만 그 최초 원리는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에 맞서는 구호로 삼을 만하다.
일생을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데 기여한 노년 노동자들에게 국가와 기업주들이 생계를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 전문위원의 주장처럼 노동자들이 복지제도 수혜(사회임금)을 위해 자신의 임금에서 별도 기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연금 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단지, 그것이 국가의 관리 하에서 나중에(노년에) 지급되는 것일 뿐이다.(이연 임금) 
따라서 연금 재정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업주의 부담 증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 정상적인 임금 인상 요구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동당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나 노무현 정부의 보험료 인상-급여 인하 개악안 모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과 같다.
 
보편성과 재분배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 수급 대상의 보편성과 소득 재분배성이다. 이는 반복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비롯한다. 농민이나 자영업자들과는 달리 퇴직 연령의 제약을 받고 별도 생계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노령 인구 비중이 15 퍼센트가 넘어가고 노년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아가는 추세다.
여러 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이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 존재만으로 노년 노동자들의 필요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연금 수혜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 연금 급여는 기여 능력이나 수준과 별개로 모든 대상자에게 충분히 지급되게 하여 소득재분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주, 부자들의 기여가 대폭 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보편적 연금 제도가 아니면 개별 가족에게 그 부담이 떠넘겨 진다. 이는 현 세대의 노동자들의 부담까지 늘리게 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성이 강한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다.
 
사각지대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시작되어, 1995년에 농촌, 1999년에 와서야 도시 지역으로 전면 확대됐다. 그래서 남성은 27세, 여성은 25세면 자동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된다.
그럼에도 30대 초반 인구의 51.4%가 연금 납부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출산 등으로 연금 납부가 어려운 탓이 크다.
이처럼 지금 국민연금에서 노동계급의 개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절반이 넘는 사각지대 해소, 소득재분배성 강화,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연금제도 개악의 저지 문제다.
사각지대 문제는 한국의 국민연금제도가 태생부터 안고 있는 문제다. 보험원리, 즉 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고, 낸 만큼 돌려 받는 원리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 납부금을 보험료라 부르는 것이다) 실업이나 저임금 노동자 등 저소득층은 연금제도 편입에서 아예 배제되거나 아니면 보험료를 내도 푼돈 수준 밖에는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4년도 12월말 현재 연금 가입자 중 납부 예외자는 27.4% 468만 명에 달한다. 지역가입자의 49.8%다. 사업장 가입자는 자동 납부이므로 납부 예외자가 없지만 2004년 조사대상 사업장의 41.6%가 국민연금에 아예 미가입 상태다.
예를 들어, 영세 사업장이나 대기업 하청 또는 파견 노동자,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소득이 적거나 직장 가입이 안 돼 사용자의 절반 부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험료 납부 영역에서 이미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문제에서 사각지대 해소 문제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즉, 조직노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충분한 급여
 
이를 위해서는 연금 보험료 납부와 수급 두 과정 모두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직장가입자의 자율신고제를 의무가입으로 바꿔 모든 고용노동자가 직장 가입자로 연금제도에 편입돼야 한다. 직장 가입자 보험료는 사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이연 임금)
노동법을 개정해 상시업무의 파견 도급 등은 모두 원청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미취업, 비자발적 실업, 의무 군입대, 출산 등은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내주거나 보험료 납부 기간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현재 연급 수혜가 가능한 최소 가입 기한이 10년이다. 10년간 안정적인 보험료 납부가 힘든 이들에게 이 기한을 줄여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연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액수도 충분한 생활비 개념으로 조정해야 한다. 낸 만큼 받는 보험 원리를 폐기하고, 필요에 따른 급여라는 복지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은 만 40년을 납부해야 연금 수혜 최대치인 평균소득의 60% 연금을 지급받는다. 최근 노동자들의 취업 연령과 퇴직 연령 추세, 그리고 국민연금 평균 가입연수 추정치인 만 21.7년에 비춰봤을 때, 이 기준치를 20년 이하로 대폭 낮추는 게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의 충분함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급여에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는 재원 문제를 야기하므로 수혜 대상의 보편성과 더불어 소득재분배의 문제를 불러온다.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 소득의 상한액이 턱없이 낮은 월 360만 원인 것을 고쳐야 한다. 이는 연봉 5천만 원 직장 가입자와 이건희가 같은 연금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얘기다.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의 특혜 독점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다.
소득 상한선을 없애고 월 소득 7,8백만 원 이상으로는 강력한 누진보험료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보험료가 필요없는 부자들은 향후 지급된 급여를 연금세 등으로 모두 환입해 저소득층의 급여를 위한 재원 마련에 써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부와 기업, 우익 언론들이 현재 국민연금의 최대 급여율인 60%를 기준으로 과도한 급여나 재정 부담 고갈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사기극이다. 신자유주의 연금 개악을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60%(보험료 기준이 되는 평균 소득의 60%라는 뜻)은 만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정한 비율이므로 실제로 평균소득의 60%를 매달 급여로 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사실상 없다. 만 40년을 납부하려면 고졸로 취업해 쉬지 않고 만 58세 정년을 채워야 한다. 현재 21.7년이 평균 가입 기간으로 예상 추정치다. 이 경우, 자신이 납부한 평균 소득의 30% 언저리가 실제 급여율인 셈이다. 오히려, 지금 현재로도 국민연금의 노후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우익들이 기금 고갈 위협을 하는 이유는 뭘까.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을 위해서다.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 목표의 핵심은 막대한 연기금과 사보험 시장의 확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각 국에게 ①적립방식 전환을 통한 상당 규모 연기금 유지 또는 신설 ②15% 수준의 기초연금제 도입 ③기존 국민연금의 보장성 약화 및 소득비례성 강화 ④사적 연금 시장 활성화 ②와 ③은 공적연금의 전체적 보편성과 소득보장성을 약화시켜 ④를 활성화한다.
따라서 당장 연금 수혜 총량의 변화가 적다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나 한나라당의 국민연금 개악을 전제로 한 기초연금제 도입 제안에 느슨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현재 당 지도부와 오건호 위원 등이 이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당 방식의 무기여 기초연금제 도입을 요구하려면 재원이 다른 국민연금과 별개로 논의하거나 국민연금을 기초연금화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연기금 적립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이 연금 재정방식 중 적립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먼저, 적립방식은 가입자들이 낸 돈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저축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저축 방식이므로 내가 낸 만큼 돌려 받는다는 원리로 운영되어 사실상 소득-납부-급여가 비례 운영되므로 젊어서 가난이 늙어서 가난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급여구조에서 소득재분배를 강화하기 어렵고, 우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반대하기도 용이하다. 서유럽의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이 모두 적립 방식 도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 막대한 적립 기금이 쌓이므로 자본가들은 이 기금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족한 투자분을 메우려 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4대 개혁 입법에 실패하면서도 연기금 주식 투자 제한을 철폐하는 법안은 끝내 통과시켰다. 현재 주식 시장은 사실상 연기금이 떠받치고 있으며,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시 국민연금이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서기도 했다. 연금이 하나의 펀드가 되고 이 펀드의 운용을 사적 금융기관들이 맡게 되면 노동자들의 이연 임금을 모아놓은 연기금 적립금이 금융투기자본의 손아귀에 내맡겨지는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 적립기금 규모는 2035년에 1715조 원,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2054년에 5819조 원에 달한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적립금의 최대 시점에서 GDP의 65%, 정부 예산의 3배가 넘는다. 이런 기금을 급여 지불에 사용하려면 기금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낮은 실질 급여율과 사각지대 문제가 국민연금의 해결 과제인데도 적립기금 수백조 원을 쌓아놓고 대주주 자본가들의 주가 떠받치기에 쓰는 거야말로 자본가들의 도덕적 해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은 수정적립방식이다. 즉, 적립방식으로 운용되다가 연기금이 고갈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금 고갈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정부의 사기다.
그렇다면, 정부가 기금 고갈을 전제로 설계된 방식인데도 기금 고갈 가능성을 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5년마다 기금 재정 추이를 계산하여 보험료와 급여액을 조정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5년마다 조정을 통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적립방식을 사실상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급여율을 낮추고, 보험료는 더 올리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계급간 재분배
 
또다른 재정 방식인 부과 방식은 그 해 걷은 돈을 그 해 연금 수급 대상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원리상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계급간 재분배 방식(소득 누진율 등)을 도입하는 게 용이하면서도 급여율을 소득-납부액과 비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제도 자체가 그 모든 것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과방식인 의료보험이 재분배성과 보편성이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큰 점을 보더라도 적립방식보다는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연금 개혁에 이 방식이 용이하고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진보적 개혁을 위한 재정은 국가와 대기업, 부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의 사회복지지출(2001)은 GDP 대비 8.7%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국가였으며, 2002년에는 분야별 지출 통계를 발표한 독일·영국·일본·프랑스 등 18개 나라의 평균인 37.4%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방 부문 재정지출 비중도 10.2%로, ,OECD 주요 회원국 평균인 3.2%의 3배 이상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이 낮은 사회복지 지출 중에서도 공적 연금 지원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친다. 연금제도가 발전한 나라들이 한국보다 두세 배 높은 사회복지비 지출 구조에서도 60 퍼센트에 가까운 연금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충분한 급여, 계급간 소득 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들, 주식과 투지 부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지라고 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대기업 법인세를 인상하고, 22조 원에 달하는 군비를 대폭 감축하고, 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토지,주식 투기 등의 불로소득에 부유세(또는 자본이득세, 연금세 등)를 매겨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은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데 써야 한다.
 
(2007.2.6 작성)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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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고임금이 문제인가




최근 노동부의 임금 개악 매뉴얼이 임금체계 개편 논란을 촉발하는 가운데 노동운동 일각에서 노동자들도 연공급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핵심 취지는 상대적 고임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늘려 노동계급 내부의 형평성과 단결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의도를 떠나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와 날카롭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임금 인상은 자본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계급 내부 격차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신에 따라 꾸준히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투지와 조직 상태에 따라 비슷한 조건 하에서도 임금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산업 간, 기업 간에 규모와 생산성 등의 불균등 때문에 노동조건과 임금의 격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더 나은 조건의 노동자들을 끌어내릴 생각이 아니라면, 진정한 쟁점은 임금과 노동조건의 평준화가 상향으로 이뤄지느냐 그렇지 않으냐다.


더 따낼 힘과 조건이 있는 노동자들이 굳이 자신의 요구를 억제하는 것이 노동계급 전체에 이로운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결국 상향 평준화에 부합할 때만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적합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임금을 평균 수준으로 통일시키려 한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 제도는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 상승보다는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는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대기업 사용자들만 이득 본 제도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연대임금제는 대기업 기층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너졌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간부는 “임금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중소기업에 오려는 인력도 적고, 어렵게 뽑아놔도 금방 대기업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필요 인력을 붙잡으려면 임금을 올려 줘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바 중 하나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이 노동계급 전체의 동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향 평준화


물론 기업별 격차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남는다. 여기서도 원인과 책임은 자본가들의 정책에 있다는 것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노동자도 ‘하청과 비정규직들 임금이 내렸으니 이제 내 임금이 올라갈 거야!’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지킬 확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야 나 대신 누군가 희생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노동계급 내부의 차별에 대한 조직 노동자 운동의 대처에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별히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는 진정한 노동자 단결을 위해 노조 관료의 개혁주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주의적 정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조직 노동운동이 국가복지 확대에 앞장서는 것도 필요하다. 노후 연금, 실업수당뿐 아니라 교육비, 주거비 등에도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런 복지는 간접적인 임금 인상이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효과를 확실히 내려면 보편 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상대적 고임금이 우월한 조직력과 투쟁력 덕분이라면, 그 수령자들의 경제적 희생이 아니라 그들이 승리하도록 연대하면서 그 강력한 힘을 노동계급 내부 연대와 그 밖의 피억압 대중을 보호하는 일에 쓰도록 고무하는 것이 옳고 현명하다.


노동계급을 단결시켜 자본가들의 권력과 효과적으로 대결하게 할 진정한(사회주의적)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올해 민주노총은 성과주의 임금체계에 반대하고, 생활임금이라는 관점에서 표준생계비를 계산해 이에 기초한 임금인상 요구를 내놓았다. 복지 삭감에도 반대하고 있다. 


격차 해소를 빌미로 상대적 고임금 작업장의 임금인상 투쟁을 경시하는 노동운동 일각의 주장은 이런 요구들을 제대로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에게 임금 인상이 중요한 이유


첫째,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력 말고는 팔 것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사실상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실질임금이 높을수록 노동자들이 누릴 것도 많아진다.


둘째, 노동력은 노동자의 신체에서 분리할 수 없으므로 노동력 생산비는 결국 노동자 생산비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 임금은 생계를 유지할 최소한의 밑으로 떨어져선 안 되고(‘최저임금’), ‘생활임금’이 돼야 한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유지하며 생활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기준은 그 사회의 경제와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적정 임금 수준이란 경제 법칙의 영향도 받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임금노동자와 자본의 힘겨루기를 반영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는 필수적이고 정당한 것이 된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액수가 고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충분한 임금에 기초해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갖는 것은 세상을 변혁하는 데 앞장설 정치적 ㆍ문화적 소양을 노동계급이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임금은 고용이 돼야만 획득이 가능하다. 고용과 임금을 지키려면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 자본가의 이간질과 노동계 지도자들의 개혁주의를 뛰어 넘을 진정으로 변혁적인 정치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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