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당대회 이후

좌파 정당으로 남는 것이 노동자 투쟁에 더 낫다


<노동자 연대> 152호 | 발행 2015-07-06 | 입력 2015-07-04



■ 노동당 당대회 이후

[당대회 이후] 좌파 정당으로 남는 것이 노동자 투쟁에 더 낫다  

당대회 유감 : 국민연금하나로 특별결의문 채택 

[노동당] 좌파 개혁주의의 위기와 모순




6월 28일 노동당 당대회에서 진보결집파가 내놓은 당원총투표 안건이 부결됐다. 이 안에 재석 대의원 2백86명 중 1백18명(41퍼센트)이 찬성했다.


이로써 국민모임,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정의당 등 4자 대표의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이 주춤하게 됐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노동당 대의원들에게 진보 재결집 정당이 현재의 정의당보다 더 왼쪽의 정당으로 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관련 기사인 151호 온라인 기사 ‘노동당 당대회에 부쳐 ─ 급진좌파 정당인 노동당이 정의당과 통합하는 것은 오른쪽으로의 이동이다’를 참조하시오.)


노동당 자체의 정치 노선은 주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의당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적 개혁주의라 할 수 있다. ‘통합 대 독자’ 갈등이 오른쪽으로 향하는 통합 움직임에 합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물론 가장 중대한 문제인 당의 통합 문제를 다루는 것이므로 일반으로 당원 전체의 토론과 총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더 폭넓은 의견 수렴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경채 대표 등이 내놓은 총투표 안은 당원들에게 통합 여부의 결정권을 주는 안이 아니었다.(결정권은 당대회에 있었다.) 이미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추진”에 대표자 간 합의까지 한 마당이었다.


따라서 우경적 통합 결정을 위해 당대회를 무력화하려고 총투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파의 의심을 풀 수 없었다. 결집파 지지 대의원들의 일부도 총투표 안건의 취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4자 통합보다 좌파적 정당으로서 투쟁 건설에 초점을 둔 총투표 반대 발언이 더 지지를 얻었던 이유다.


이런 불신에는 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천호선 대표는 “통합 신당은 두 자릿수 지지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이렇게 진보정당이 기반을 다진 후 …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 연합 … 정권교체 후에는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4자 통합에 반대하는 쪽이 경계해 온 우경 노선이다.


천호선 대표를 당대회에 초청한 나경채 대표 등 결집파 지도자들은 이날 자신들을 더 곤혹스럽게 한 천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누구도 나서서 비판하지 않았다.


4자 통합은 우경화


어쩌면 천 대표의 인터뷰는 노동당 내 좌파를 4자 통합 주도자들이 반기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치 2011년 진보대통합 논의 때 진보신당 좌파들의 합류를 꺼린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9월 진보신당 당대회를 앞두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일을 떠올리게 한다.


심상정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천호선과 대조적으로 노동당 당대회를 앞두고 함께하자며 옛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레디앙>, 6.24). 


그럼에도 독일 사민당의 고데스부르크 강령(실천은 물론이고 말에서조차 자본주의 변혁과 계급투쟁을 포기하고 반공주의를 표방한 강령)을 새 ‘이정표’로 내세워 급진좌파 정당인 노동당과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천호선, 심상정 두 지도자는 이미 ‘헌법 내 진보론’이나 ‘튼튼한 안보’론으로 좌파와 선을 그은 바 있다.


따라서 급진좌파의 일부인 노동당이 앞으로 우경화하지 않는 한, 4자 통합에 참여할 명분은 갈수록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당 내부에서 제동이 걸린 당대회 결과 때문에 진보 재결집 운동의 주도권은 지금보다 더 정의당 지도부에 쏠릴 것이다. 그래서 노동당 분열 위기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이 글을 쓴 직후, 통합을 추진했던 나경채 대표와 권태훈·김윤희 부대표가 사퇴했다.)


다급해진 나머지, 노동·정치·연대와 연계된 민주노총의 중앙파·국민파 지도자들이 통합 정당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경화한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의당과의 통합 때문에 좌파 정당인 노동당이 분열하는 것은 (선거적 성과는 거둘지 몰라도)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2012년,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지만, 경제적·지정학적 위기가 강요한 정치적 분화 탓에 다시금 분열로 이어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좌파가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정치를 날카롭게 벼리며 기층에서 투쟁 건설에 기여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노동운동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동당도 우경적 4자 통합에 합류하기보다 ‘운동 정당’으로 남아 노동자 투쟁, 각종 삭감, 세월호 등 여러 쟁점에서 공동전선 방식으로 단결을 추구하는 게 전체 노동운동에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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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 안철수 열풍, 한미FTA 반대 투쟁의 급부상 등 성난 민심의 쓰나미가 한나라당을 덮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도 살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를 더는 믿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공생경제’는 서민고생경제가 됐고, ‘공정사회’는 신분고정사회가 됐다.

이 현실에 가장 큰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게 바로 노동계급 청년세대들이다. 이들이 지금의 반한나라당 정서와 계급투표 정서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친재벌 이미지를 털어보려고 최근 SK 비자금 수사 등 재벌들을 압박해 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자는 동반성장위조차 여당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확하게도 계급간 분배를 이 정권에서 기대할 순 없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10·26 재선거와 내곡동 사저 의혹 폭로, SLS와 부산 저축은행의 권력형 측근 비리 등 몇 가지 계기로 폭발하고 있으니 정권의 추진력은 망가지고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1퍼센트 정권의 FTA 추진은 오히려 99퍼센트의 분노에 기름을 붙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몸을 낮춘 이명박이 필사적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10월 안에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심지어 박근혜도 나서서 돌격 명령을 내렸지만 별 반응도 없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다. 

농민들이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위협하자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비준안에 반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래서 비밀투표 얘기도 나온다. ‘FTA 찬성 의원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사람 많다”는 관찰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이러는 동안 이명박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를 흉내내 추진한 드림콘서트도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거절해 망신만 당했다. 

지금 뭘 해도 안 되고, 뭘 해도 불안한 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처지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분당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누구도 서로를 못 믿는 공황 상태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있다. 

‘고령 의원 물갈이론’이 나오자, 친이계는 이상득 제거 음모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친박계는 박근혜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목청 높여 ‘복지망국론’을 외치더니, 이제는 “쇄신 차원으로 내년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것”(정책위 부의장 김성식)이라며 무상보육 전면 확대 공약을 내놓는다.  

방금 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하며 우익의 선봉에 섰던 박세일은 이제 민주당 손학규도 함께할 수 있는 ‘大 중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친박계는 ‘박세일 신당’이 청와대가 개입한 박근혜 죽이기 음모라고 의심하며, 친박신당 얘기도 흘린다. 이미 한나라당의 실세인 박근혜와 친박이 굳이 한나라당에서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친박신당’ 설은 사실상 이명박에게 ‘나가 달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친이계에서는 안철수를 영입해 친이신당을 만들자는 망상도 흘러나온다. 

이런 정신분열증적 상황은 조전혁 같은 꼴통우파적 인물이 ‘쇄신파’라고 설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집권여당을 뒤흔든 위기감은 외부, 즉 기층 대중의 계급적 분노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될수록 분열은 깊어질 것이다.

(지금 저들의 내부 알력 관계는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가는 종속 변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이 궁지에 몰리면서 위장 행보와 함께 친위체제 구축과 몇 가지 반동 조처를 취할 텐데, 쫄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고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행동으로 밀어붙여 꾀죄죄한 반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두려움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쉬운 것은 대중투쟁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꼼수가 뻔한데, 국회에 이명박이 와서 날치기 명분을 쌓게 민주당이 도와 준 것 자체가 문제다.



한편 민주당은 이명박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동반 추락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끊임없이 동요한 탓에 11월 들어 민주당은 도리어 지지율이 떨어졌다.  
 
민주당은 한미FTA 체결 원조 당답게 입장을 몇 번씩 번복하며 비난 받았다. 민주당은 15일 이명박의 국회 방문과 면담에 응하면서 다시 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김진표 등은 ‘한나라당 2중대’, ‘트로이의 목마’라고 욕먹고 있고, 한미FTA 때문에 민주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동요는 FTA 반대, 부자 증세, 보편 복지 등을 일관되고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자본가계급 기반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기와 동요로 야권연대 주도권을 상실하자, NGO인사들과 문성근, 문재인 등 친노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바깥에서 야권대통합연석회의를 소집하며 야권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한 창당 논의는 지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결국 민주당이 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당이 ‘손학규+문재인’에 그친다면 이 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으로 비춰질 게 뻔하다. 그것은 애초에 야권통합 압력의 뿌리인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손학규, 문재인 등은 이 통합정당을 “민주진보통합정당”으로 부르며 안철수와 박원순, 진보정당, 한국노총 등이 좌우로 폭넓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진보정당들이 분열돼 있어, 당분간은 야권통합정당론이 최근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는 대중적인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모순되고 불완전한 구심점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모순 때문에 이 통합 시도는 민주당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각주:1] 어설프게 진보정당이 이곳을 기웃거리다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의 섟을 죽인다면 진보진영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독립적으로 기층의 불만을 행동으로 조직하고 원칙있게 이 분노를 대변한다면 지금 상황을 파고들 여지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미FTA 저지 투쟁 국면에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각주:2]

반대로 진보진영이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야권통합 기웃거리기로] 민주당ㆍ친노세력과 구분되는 독자적 가치와 정책을 약화시키면 대중투쟁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보수진영에 기력을 회복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계급연합으로는 각성하고 있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계급적 분노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투쟁 등 대중투쟁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도약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긴급 광고]

No! FTA! 모여라 촛불아!  ― 11월 19일(토)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

모여서 분노를 드러냅시다! 우리의 미래를 저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합시다!
한미FTA를 폐기시킵시다! 이명박을 그로기로 내몹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9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물론 투쟁이 고조되고, 민주당이 그 압력으로 분열하면 변증법적 역사 법칙에 따라 그것이 보수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004년에 그랬듯이 그 연합은 대중에게서 외면받는 보수대연합일 것이다. 사실 1990년의 보수대연합인 민자당도 막상 바로 다음 선거인 1992년 총선에선 의석이 더 줄었고 정주영의 국민당 창당으로 대연합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문제는 그때보다도 보수파 주류들의 구심력이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참여당과 끼워팔기 진보통합을 하느니 진보 연합을 추구하면서 지금 상태로 가는 게 차라리 미래를 도모하는 데서는 더 낫다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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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 재보선에서 진보정당은 위기와 가능성을 모두 보여 줬다.

우선 진보정당과 후보들은 무대 위에서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다.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얻은 표는 2퍼센트 남짓이었다. 야권연대를 위해 ‘어차피 사퇴할 후보’라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조차 최규엽 후보 선거운동이 아니라 당선이 유력한 박원순 후보와 선을 대고 약속을 받아내기 바빴다.[각주:1]

진보의 독자성을 훼손해서라도 의회에 진출하는 게 실질적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온 게 민주노동당 지도부였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거둔 성적을 보면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민주당과 단일화하지 않고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11~27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다. 이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거의 모두 낙선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노원구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당선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것과 대조된다. 양천구에서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표의 70퍼센트도 채 가져가지 못했다.

반MB ‘계급’투표를 한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민주당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으며 이들 중 의미있는 수가 진보정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실체인 것이다[각주:2]

만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이 성공했다면 이 가능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강령까지 후퇴시키며 친자본주의적인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진보대통합을 망쳐 버렸다.

그 결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주도권을 안철수ㆍ박원순 등에게 내주게 된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는 진보정당이 제대로 공백을 메꾸지 못한 탓도 있는 것이다. 

노동자ㆍ청년들이 계급적 각성을 하며 진보를 갈망하기 시작하는데, 노동자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약해지는 역설을 자초한 것이다. 진보정당 지도자들의 뼈아픈 패착이 아닐 수 없다[각주:3].  
 

계급적 분노
 
한편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그토록 그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던 유시민과 참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각주:4]. 참여당이 여전히 구 집권세력인 민주당의 아류[각주:5]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분열까지 조장하면서 참여당과 통합하려 한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정당성은 더욱 약화됐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은 또다시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에게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회찬ㆍ심상정 등 통합연대 지도자들도 이 압박에 무원칙하게 타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각주:6] 사실이라면 유감스런 일이다. 

민주당의 아류로 비치는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진보정당이 흡수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고, 민주노총에서 불필요한 분열을 재연할 것이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냉소와 환멸을 일으킬 것이고, 결국 진보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 약화될 수 있다.

그리 되면
 ‘혁신과 통합’ 등 NGO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야권통합 정당에 진보정당들이 들어오라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친노의 주도력은 많이 약화됐지만, 야권연대의 선거적 힘은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번째 역설인데, 야권통합의 실질적 대주주인 민주당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야권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당과의 통합을 고집하면 일관되게 이 압력을 거스르기도 힘들다. 참여당은 진보정당과 ‘소통합’ 이후에 ‘혁신과 통합’과 함께 야권대통합으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당과의 통합이든 야권통합이든 모두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을 위태롭게 하는 퇴행적 시도다. ‘노동 없는 정치’가 정치 불신의 근본 배경인데, 그 정치를 해야 할 당의 독자적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청년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1퍼센트 특권층이 지배하는 기성 정치 구조가 이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계급적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각성은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희망버스’와 최근 한미FTA 저지 운동이 그 사례다[각주:7]. 이들은 조직 노동운동의 투쟁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진보정치세력은 급진적인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미FTA 저지 투쟁이나 ‘99퍼센트의 저항 운동’ 등을 건설하며 이들의 분노를 행동으로 조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각주:8] 

그 과정에서 반한나라ㆍ비민주당 개혁주의의 현재 수렴점인 진보적 NGO들과도 개방적으로 협력해 급진화하는 청년 대중과의 소통과 공동 실천을 강화한다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이 계급적 각성의 급진적 정서에도 부합하며, 정치적으로도 더 급진화시킬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지지해 선출한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것이든 나쁜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든] 그런 대중행동으로만 개혁을 성취하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 서울시장 재선거 과정이나 박원순 시장 선거운동, 그리고 안철수 현상에 관한 내 논평은 이전 포스트를 보세요. 

 
  1. 박원순 선본은 나경원에게 역전당한다고 경고등이 켜진 시점에서 노조들과 협약을 맺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박 선본의 집토끼가 아니라며 협약을 해야 선거운동과 조합원 투표를 조직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2. 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이 흐름의 현재 정치적 수렴점은 NGO·의회 개혁주의로 보인다. 일부에서 민주노동당 대표냐, 야권연대당 대표냐 하는 비판을 듣는 이정희 대표가 당 바깥에서 인기가 높은 것도 이정희 대표가 상징하는 포지션이 여기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수렴이 고정불변인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3.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존재감 이 약돠되지 않았다면, 정치 지형상 급진화 속도는 더 빨랐을 가능성이 높다. [본문으로]
  4. 민주당도 출마한 두 곳에서 민주노동당 등과 단일화해 나갔으나 4퍼센트, 8퍼센트를 득표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때부터 보이는 참여당의 득표력 부진은 회복 기미를 찾기 힘들다. [본문으로]
  5. 어떤 이들은 본류로 보기도 한다.참여당 지도부가 주로 노무현 정부의 친위 정치인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6. 통합연대가 최종 결정한 결정문의 문구로만 봐서는 참여당과의 원샷 통합에 찬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약간 섣부른 비판이었다. [본문으로]
  7. 더 멀리 가면 2008년 촛불항쟁도 그럼 흐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8. 다른 야당과는 필요하고 서로 의견이 같은 쟁점에서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사안별 연대를 하면 된다. 통합과 사안별 연대는 다른 문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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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항쟁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결집해 표현된 계기였다. 그때 광장에서 민주당과 달리 진보정당 정치인들을 환영을 받았다. 강기갑 의원 등은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9월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야권에선 “적수가 없다”(<국민일보>)고 할 만한 지지를 받고 있고 차기 대선주자 중 박근혜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하며 앞서기도 하는 유일한 인물이 됐다.

이런 안철수 현상을 두고 정치인과 평론가들은 대부분 “정치 불신”, “정당 실패”,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분석한다.

지금 정치에서 일차적인 불신의 대상은 누구보다 실패했고 불신받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장악하고서 소수 부자를 위한 정책만 펴고 있기 때문이다. 

1퍼센트 정치가 99퍼센트 평범한 다수의 일자리와 복지, 즉 미래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늘어나는 배경이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의 출발점은 반한나라당(MB·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다. 안철수 원장 스스로도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 집권 세력 … 나는 …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KSOI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 지지층의 정당 지지도(복수응답)를 보면, 민주노동당(72.5%), 민주당(62.7%), 무당파(46.6%) … 이념 성향도 진보(57%), 중도(45.7%), 보수(23.2%) 순이었다.”[각주:1]

 
그래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상되는 … 가치의 방향은 공익, 경제정의, 공정으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는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의 지적은 옳다.

그러므로 박근혜처럼 단순히 “한국 정치 전체의 위기”라고 뭉뚱그려 규정하는 것은 일면적일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우파의 실패를 물타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반MB 정서를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박원순 등을 통해 표출하는 것일까. 그것은 민주당이 집권한 경험과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보여 준 모습 때문이다.

노무현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명박 ‘비지니스 프렌들리’의 예고편이었고, MB 4년 동안 민주당은 “싸울 듯 하다가도 결국엔 무릎을 꿇[] … 갈짓자 행보”(시사평론가 김종배)를 보였다. 당장 한미FTA도 비슷하게 가고 있다.

노무현 추모 정서와 별개로 그 시절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무려 73퍼센트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자신의 가치와 이해를 대변해 줄 정치적 대안을 못찾는 것이다

한귀영 씨는 노무현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 때까지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대중의 정치•경제적 인식은 이미 ‘좌클릭’하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은 여전히 보수 편향에 머물러 있다”[각주:2]고 지적한다.

결국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의 ‘통치’가 소수 특권층을 위해 다수의 삶을 고통에 빠뜨린 경험 때문에, 부패 소굴이 된 기성 정치 질서 바깥에서 “사회 공헌의 성공 신화”(<한겨레21>)를 써 온 안철수 원장, 박원순 후보 같은 이들이 지지를 받는 것이다.

김어준의 표현을 빌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 부자들의 집단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 온 양식있는 인물들은 대칭의 존재로 보이게 마련이다. 

사실 이 MB 정서와 민주당 불신(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밑바탕에는 계급 문제가 놓여 있다.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는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 불신과 정당정치의 위기는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대선 투표율은 89.2퍼센트나 됐지만,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퍼센트였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은 과반도 안 되는 46.1퍼센트였다. 청년층의 투표율은 평균의 절반이었다.


계급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이를 두고 “노동자의 정치적 이해가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 ‘안철수·박원순 현상’을 초래했다. … 지금 갈등의 축은 세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동과 고용의 문제”라고 정확히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진보정당은 노동계급의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최 교수는 진보정당이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한 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기존 정당과 타협[했다면] … 상당한 힘을 갖는 주요 정당”이 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급 대중정당 노선에서 더 멀어져 “기존 정당과 타협”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의 ‘묻지마 야권연대’나 강령 후퇴,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야말로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존재감만 후퇴시켰다.

서울시장 야권후보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것은 이런 방향의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각주:3]. 최근 야권연대로 쏠쏠한 선거 실적을 거든 민주노동당은 역설이게도 2008년보다 정당지지율이 낮다. 운동권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며 민주노동당에서 분열해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추구하려던 진보신당의 추락도 눈여겨 봐야 한다[각주:4].

대중의 정치 불신이 계급 문제라면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의 단견과 달리] 진보정당이 “노동자가 중심에 선 진보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제3세력으로 출발해 10년 이상 … 뿌리 내려온 정당이 있는가? … 진보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잠재적 세력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존재한다.”(노회찬) “2004년 민노당의 역사적인 의회 진출 때도 국민들이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열광했다.”(김영훈) 따라서 “민주노총 중심의 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권영길)

그러므로 문제는 애초의 좌표가 아니라 실제로 진보 개혁을 실현할 힘을 모으고 발휘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각주:5].

그 점에서 ‘노동 없는 진보정치’로 후퇴하는 걸 막으려면최 교수의 제안[각주:6]보다는 “‘도로 민노당’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권영길 의원의 말이나 “진보의 개념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원래 설정된 좌표[] …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노회찬 전 의원의 말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진보대통합 차별화된 정책과 담론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권과 재벌을 무력화시킬 유일한 사회세력으로서 노동계급의 파업과 시위 건설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진보정치의 신뢰 문제는 계급의식 문제일 뿐아니라 개혁 쟁취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각국의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저항과 불만이 자라나고 있다.

미국 유력 주간지 <타임>의 여론조사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 지지가 54퍼센트로 우익단체인 티파티나 오바마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진영이 ‘반한나라·비민주당의 진보적 제3 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급진적 대안을 분명히 하되, 대중과 유연하게 대화[각주:7]하며, 진보 대중의 단결을 추구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버스’는 그처럼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한국에서도 보여 줬다. 좌파가 지금 후퇴하는 계급정치를 다시 전진시키려면 이런 과정에 개입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 이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7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9월 19일 한겨레 보도. [본문으로]
  2. 최근 한귀영 씨가 박사 논문을 다듬어 출판한 ‘진보대통령 vs 보수대통령’은 참고할 만하다. [본문으로]
  3. 예를 들어, 국민참여경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는 17,891명 참여자 중 467명만 지지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이 참가자를 조직했는데도 그 수치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진보정당 지지자들도 최규엽을 찍지 않았다는 것인데, 어차피 사퇴가 사람들의 인식에서 굳어지니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골수 지지자라도 어차피 사퇴할 후보를 적극 지지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본문으로]
  4. 어떤 이들은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에서 노회찬이 완주해 한명숙을 떨어뜨린 게 진보신당 추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때 노회찬을 찍은 사람의 평가라면 줏대 없는 사람이고, 한명숙을 찍은 사람의 평가라면, 자기 능력을 과대망상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특정세력이나 인물의 지지율을 올릴 순 있지만 내릴 순 없다. 그리고 한명숙의 패배는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 결과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참패한 것은 이후 추락의 원인이 아니라 이전의 추락 과정을 확인시킨 계기에 불과했다. 의회적 사민주의로 가려던 목적의식적 기획인 진보신당 창당은 사실 2008년 총선에서 대표주자들이 낙선하면서 시작부터 일그러졌다. 조승수 전 대표의 당선조차 민주노동당의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자력으로 선거에서 주요 포스트를 확보할 수 없는 당의 능력을 최종 확인한 것이 2010년 6·2 선거인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바로 독자파를 위축시키고, 진보신당의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진보대통합의 실패, 민주노총의 무기력, 참여당 논란 등이 최근의 신뢰 추락과 존재감 상실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본문으로]
  6. 최장집 교수는 정치란 의회정치이고, 따라고 정치의 핵심은 정당이라고 본다. 그래서 최 교수는 2008년 촛불항쟁이 정당정치를 위협한다며 정권퇴진으로 가지 말고 의회정치로 복귀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3년 후 당시 논쟁을 결산하면, 틀린 것은 최장집 교수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본문으로]
  7. 이것은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기도 하다. 예전부터 운동권 사투리에 대한 자각과 냉소는 있어 왔다. 문제는 진보의 논리적 개념들을 쉽게 표현하는 게 그 의미와 가치를 속류화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자유주의를 다른 어떤 단어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라고도 많이 사용하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이 장기적 경제 위기 대응책이긴 하나, 단기적 호황 때도 신자유주의 전략은 지속되니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기도 하다. 자조적으로 보면, 이런 것이 상상력과 능력의 문제이기도 한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계급이란 단어가 그렇다. 매우 쉽지 않고 낯선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것처럼 계급을 대변하는 정치, 사회의 문제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개념)은 없다. 지난해와 올해 유럽과 미국 시위에서 계급투쟁이라는 단어가 보편화하는 걸 보면 계급 같은 단어를 쓰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니다. 자주 써서 금기를 깨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 점에서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의 의원단 활동에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전략적 시각을 지닌다면, 계급 정치를 그 단어대로 선명하게 강조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계급 분단선이 더 커지고 계급투쟁도 고양되고 있으므로 더 쉬운 일이 됐따.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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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는 노동자 진보정당의 대표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713일 유시민과 함께쓴 책의 출판기념회 참가 여부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고민을 토로했다.

이 보도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 출판기념회가 문제가 된 것은 진보정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행보냐가 쟁점인데, 당기구나 당원게시판이 아니라 왜 페이스북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척하냐는 것이다. 그것도 출판기념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말이다.

여러 당원들이 당대회 때도 국민참여당 문제로 질문과 의견을 많이 냈고, 당원게시판에도 비판적인 글들과 학생위원회 유시민 초청 논쟁이 벌어졌다. 당대표라면 당연히 당기구와 당원게시판에서 먼저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묻고 토론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정희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의문은 이정희 대표의 개인적 행보를 보면서 더 짙어진다.

공개된 612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번 책의 출판 여부는 당 최고위원들도 몰랐던 듯하다.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의 변으로는 이미 올해초부터 이 책의 기획은 진행돼 왔다.

이정희 대표는 이 책의 서문에서 “꽃길을 내고 길 폭을 넓혀 함께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610일치 공개편지에서도 빨리 국민참여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자며 채근하기까지 한 바 있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최근에 진보정당과 반 년 넘게 통합에 관한 대화를 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정기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지도부들은 반복되는 질문에 국민참여당과 통합 등 관계 문제는 당에서 공식으로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답했는데, 막상 당 대표는 국민참여당과 거리좁히기를 개인적으로 지속해 왔던 것이다.

사진 출처: 국민참여당 웹사이트.


이정희 대표는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과거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의 본인의 경험이 그러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에 반대하는 많은 당원들과 진보 활동가들이 문제삼는 ‘과거’는 단지 옛날의 안 좋은 기억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지향과 기반에 관한 문제이고, 현재의 정치적 과제 문제.


과거는 묻지 마세요?


울부짖으며 저항하는 국회 밖의 민중과 의사당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내팽개치고 저들이 통과시킨 악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리해고 도입, 한미FTA, 비정규직 등 노동악법, 공공서비스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해외 파병 등 민주당 정권 10년이 만든 죄악이 이명박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직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데, 이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진보정당이 그들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면 어떻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배경에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이 대중의 환멸을 낳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진보정당이 질적으로 그들과 다른 정치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했던 대가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기회로 바꿔놓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에서 진짜 배워야 하는 교훈은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자본가당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흐리는 게 아니라 분명히 하면서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국민참여당이] 진보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어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한다.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기존 진보정당들을 ‘계급적[이념적] 진보정당’이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선긋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정희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그런데 유시민과 참여당 지도부의 이 용어법은 우리를 소수의 골방분자로 매도하려고 의도된 것이다.


계급 vs 대중?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은 대립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대변하고 설득해야 할 노동계급 대중이 17백만 명에 이른다. 집권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저들의 용어법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탄생한 민주노동당을 경멸하는 편견의 표출이고 진보대통합을 교란하려는 의도된 상징 조작에 불과하다.

유시민은 건방지게 진보정당에게 ‘정부에 반대하고 민주당과 차별화’하면서 투쟁하고 계급을 내세우는 ‘소수파 전략’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한나라당이 살아나게 한 것에 진보진영도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동의한다면서, 이 합의문의 지향·정책과 정면 충돌하는 자신들의 강령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어떤가. 노동‘계급’과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면서 진보대통합 합의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강령을 바꿔 버렸다. 유시민이나 국참당 지도부의 같잖은 충고에 단 한마디도 반론하지 않는다. 국민참여당과 가까이 하려다가 당 안팎에서 반발이 생기고, 애초 기획했던 진보 양당 통합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참여당과 통합 논의 때문에 정작 자기 위치를 잃고 있는 정당은 어느 정당인가? 어느 당이 어느 당에게 끌려가고 있는가?[각주:1]

이정희 대표는 《미래의 진보》 서문에서 “참여정부가 시도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진보진영이 참여와 비판의 방법을 고루 활용하며 정부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강력하게 밀고 가도록 해야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과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전체에서 잇닿아 있다”고 썼다.

얄궂게도 참여당 대변인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백만이 이 문구 그대로 이정희 대표의 말이라며 인용해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왜 그랬을까.

문제는 이것이 완전히 그릇된 평가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2005 정부에 참여해서 친노동 정책을 견인하겠다 그 무리수를 둬가며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악법이라는 철퇴를 맞았을 뿐이다.

한미FTA와 제국주의 전쟁 파병,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 운운하는 정부에 진보정당이 어떻게 참여하나. 노동자 농민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 맞아 죽는데, 진보정당이 그 정부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정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가.


FTA 반대? 재협상?


이정희 대표가 그렇게 평가하는 까닭은 결국 연립정부를 꾸리자는 결론을 유도하려는 셈법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실패에 진보도 책임있다는 평가야말로 유시민 등이 자신들의 반성(성찰)을 전제로 진보정치세력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저들이 반성 시늉을 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할 문제다.

저들의 반성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사실은 진보정치세력을 함정에 빠뜨리는 길이다.

연합을 고려하는 지금에도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후퇴하는데, 연립정부를 본격 추진한다면, 이런 압력은 통합 진보 정당이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투쟁을 가로막는 구실을 하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왜 ‘한미 FTA 반대’가 당론인 당이 야권공동 요구 작성 때 ‘FTA 재협상’에 합의하는가.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FTA 반대는 독자적으로 투쟁하고, ‘일방 비준 강행시 실력 저지’만 합의해서 그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취하는 정책이야말로 기층 투쟁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정권 참여가 중요하다 해도 어떤 정권인지가 더 중요하고, 어떤 정권인지보다 노동 대중의 각성과 자주적 행동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진보의 힘이니 말이다.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 힘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려 마비시키는 길이다.

호위호식하며 민중을 억누르고 탄압한 참여정부 고위관료 출신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 말고 기층의 대중투쟁을 조직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

이정희 대표는 기층 민중의 투쟁의 전통을 이어받겠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탄생한 정당의 대표라는 것을 다시 되새겨 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토론방에 올린 글(☞ 바로가기)을 다듬어 <레프트21> 온라인 기사(☞ 바로가기)로 실은 것을 보완한 것이다.

참고: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들 1 (☞ 바로가기)



  1. 국민참여당(과 민주당)과 연합하려고 그들의 문제점에 눈감는 행태는 마치 1920년대 제국주의 국가들과 우호적으로 동맹하려던 소련 지배자들과 코민테른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가 아이작 도이처는 당시 “코민테른은 동맹을 숭배하는 병에 걸린 듯했다”고 쓴 바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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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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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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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을 넘어 미국 민주당식의 연합정당 모델을 …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야 5당이 민주당으로 뭉치자는 이른바 ‘빅 텐트’론이다. 

김 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이 오히려 진보정치를 유지ㆍ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텐트’론은 민주당 수혈론에 불과할 뿐 결코 진보정치 유지ㆍ강화의 전략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다름아닌 미국 민주당에 개입한 좌파의 경험과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미국 좌파의 정치적 존재감이 원래 미약했던 건 아니다. 1912년 유진 뎁스가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서 6퍼센트를 얻을 즈음, 이 당은 연방 하원의원 두 명과 시장 70명, 지방의원 1천여 명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때 민주당은 노예소유주들의 당에서 시작한 자본가 당이었다. 

그러나 사회당 좌파는 미국노동총동맹(AFL) 소속 백인 숙련 노동자 사이에 퍼진 인종차별 의식과 정치적 실리주의에 진지하게 도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당 우파가 민주당 대통령 윌슨과 동맹 정책을 추구해 당이 분열할 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공산당으로 분리해 간) 일부 사회당 좌파를 포함해 좌파들이 민주당에 흡수되지는 않았기에 1930년대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세계 대공황의 고통 속에서 노동자 투쟁이 부활한 것이다. 1932년에 ‘뉴딜’을 내세워 집권한 루스벨트가 복지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노조 결성권과 임금 인상을 허용한 것은 이런 투쟁에 밀려서였다. 

그러자, ‘신’이민ㆍ흑인ㆍ여성 노동자들도 자신감을 얻고 투쟁에 동참했다. 투쟁 속에서 노동계급의 폭넓은 단결이 이뤄졌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주들은 1936년 재선에 나선 루스벨트를 ‘친노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공산당은 루스벨트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공산당이 조직과 전략마저 민주당에 종속시킨 것이었다. AFL과 산업별조직회의(CIO)도 민주당 투표부대로 전락했다. 

그때 공산당은 스탈린의 인민전선 지침으로  루스벨트의 충실한 동맹자가 됐다. 민주당을 진보정당인 듯 분칠한 것도 모자라 충성을 증명하려고 1938년에는 기관지를 폐간했고 1944년엔 아예 공산당을 해산했다. 

공산당이 이렇게 정치ㆍ조직상으로 무장해제되자 루스벨트는 손쉽게 탄압으로 돌아서 본래 기반인 기업주들을 달랬고 제2차세계대전을 핑계로 그동안의 양보를 일부 거둬들였다.


신좌파 운동

그 뒤 민주당 정부는 한국전쟁을 벌이며 냉전 매카시즘을 일으켰고 곧이어 베트남전쟁을 시작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미국 좌파와 노동운동은 대안적 진보정당을 만들지 않고 흑인 민권 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폭발한 1960~1970년대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 시기에 신좌파운동이 정치에서 한 일은 1972년 ‘반전’ 후보 맥거번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것뿐이다. 이에 민주당 주류는 사실상 공화당 닉슨을 지지했고 맥거번은 참패했다.

△“부시 복귀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 미국 반전운동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 낙선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못 이겨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를 지지했다.

이로부터 신좌파운동은 오히려 민주당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끌어냈다. 이들은 1984년 대선에서 AFL-CIO 지도부와 함께 민주당에서도 보수파인 먼데일을 지지했다. 레이건의 보수혁명에 맞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흑인운동 등은 무지개연합을 꾸리고 제시 잭슨 목사를 먼데일의 당내 경쟁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잭슨이 레이건 낙선을 위해 민주당의 ‘단결’에 이바지한 결과, 무지개연합의 좌파 개혁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은 후퇴했다.[각주:1] 

결국 잭슨은 당내 경선에서도 패하고는 먼데일의 당선을 돕는 보수적 선거 캠페인에 동원됐다. 

2004년에도 무브온 등 풀뿌리 단체들은 반전후보 하워드 딘을 지지했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실패하자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요즘도 미국 노동조합의 정치기부금은 90퍼센트 넘게 민주당에게 가지만, 이는 민주당이 받은 기부금에서 10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민주당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대기업주들에게 받는다. 민주당은 ‘연합정당’이 아니라 대기업주들의 당이었던 것이다. 

좌파가 미국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파산했다. 좌파는 민주당 안에서 질식당했다. 독립적 진보정당 없이 대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두 개의 신자유주의ㆍ제국주의 정당만이 존재하는 미국의 암울한 정치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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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진보진영이 참조할 모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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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당 주류는 당선가능성을 위해 민주당이 좌파라는 공격을 받으면 안 되니 잭슨의 선거강령을 온건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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