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지도부는 11월 8일 G20에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진보신당의 제언 ― G20 서울정상회의에 보내는 진보신당의 의제 제안서”(이하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이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환경 정의의 실현’, ‘더 좋은 일자리’ 등을 G20이 논의하고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G20 회의를 규탄하고 반대하지만 말고, G20의 논의에 개입해서 의제를 제안하고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생각을 보여 준다.
그러나 G20은
개입해서 진보적 의제를 채택하라고 요구할 기구가
아니다. 항의하고
반대해야 할 기구다.
지난 네 차례 회의의 결과는 G20이 상호 경쟁하면서도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빈민 들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을 보호하는 기구임을 보여 줬다 1. G20 정상들이 각 나라에서 바로 이 일들을 하고 있다. 2
진보신당 지도부도 제안서의 첫 문단을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세계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 간 당사자들이 그 해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도 없다”면서 시작한다. G20 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금융체제를 극복할 가능성도, 민중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G20이 대표성도 없고, 위기 해결 방안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G20 회의가 금융규제 등을 합의하는 ‘좋은’ 회의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셈이다.
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은 G20 정상회의 지지 국회 결의안에 반대 투표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실천은 진보신당 지도부의 개혁주의를 보여 준다. ‘책임 있는 공당’이 정책 대안 없이 ‘거리 정치’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G20 회의가 간단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제안서로 위기의 나락에서 사람들의 삶을 구원할 수는 없다.
만약 G20이 실효성 있는 회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규탄이 아니라 응원하며 회의를 단순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다. 3
그래서 투쟁보다 ‘명망’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정치는 일관되고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 .
지배계급이 진보적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게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G20의
반동적 대안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저들이 거짓 선전과 무장 경찰의 위협으로도 우리의 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우리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 참고 기사
▶정부 홍보가 보여 주지 않는 G20의 진정한 실체
▶ G20, 한심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기구
▶ “G20 합의는 세계 민중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G20 비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이명박 정부
▶ 내가 G20에 반대하는 10가G 이유▶ 긴축도, 부자를 위한 경기부양도 위기 해결책 아니다
▶G20 대국민 토론회: G20의 성격과 운동의 방향을 토론하다▶G20 ‘맞짱 토론회’: 정부 측 논리의 군색함과 위선이 드러나다
■ 관련 포스트: 진보신당 논쟁과 대표 선거 ― 실패한 전략 반복하기?
- G20은 세계자본주의의 최고 정치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에 책임있는 자들이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가 G20이다. 이명박은 G20 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론 레임덕 탈출 기회로 삼고 한국내 고통전가 정책의 명분을 구하려 한다. 국제적으론 한국 지배계급의 지위(국격)를 상승시키려 한다. 결코 국민 대중의 격을높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G20에 반대해야 하는 핵심 이유들이다. [본문으로]
- 게다가 G20은 이명박의 4대강 죽이기를 녹색성장투자라고 칭찬해 줬다. [본문으로]
- 진보신당은 11월 3일 논평에서 G20이 “우스꽝스런 수준”에 불과한데 이명박이 “환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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