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에 대한 모든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등 83개 시민ㆍ사회단체가 만든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이하 G20대응민중행동)은 기자회견에서 G20 회의가 가까워 오면서 일어나는 민주적 권리 억압 사례들을 폭로하고 규탄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G20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장소를 빌려주기로 한 서강대 당국이 갑자기 장소 대여를 불허한 것이다.

이 행사는 G20대응민중행동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기로 해 이미 10월말에 서강대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았고, 11월 1일에도 “서강대 강의실 운영계획에 민중회의 일정이 명시되어 있[었다.]”(G20대응민중행동이 서강대 이종욱 총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그런데 11월 2일 서강대 이종욱 총장이 약속을 뒤집고 행사를 불허해 버린 것이다. “정치적 성격의 행사”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G20 정상회의가 ‘정치’ 지도자들의 회의인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행사는 정치적이면 안 된다는 것은 위선이다. 사실상 정부와 G20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예 틀어막겠다는 뜻이다.

서강대 당국은 11월 6일로 예정된 학생들의 학술행사도 “G20에 맞선”이란 표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불허 통보를 했다[각주:1].

서강대 학생 김윤영 씨에 따르면 마포경찰서가 총장과 학생회에 연락해, ‘토론회가 시위로 둔갑할 우려가 있어서 학교 안에 경찰을 깔겠다’고 했다고 한다.

G20 국제민중회의는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마다 해당 도시에서 열렸다. 세계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G20 정상들이 내놓는 것과 다른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에도 국제노총과 비아캄페시나, 지구의 벗 등 다양한 단체와 해외 인사 들이 참여해 지구촌 빈곤 해소와 기후 대응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G20대응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서강대 총장이 벌벌 떨 정도의 고위층 압력이 아니면 하지 못할 부끄러운 짓”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정희성 부위원장은 그밖의 탄압 사례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파키스탄과 네팔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입국을 불허했다. 특히 파키스탄 “여성 노동자의 전화” 칼리크 부슈라 사무총장은 “테러 연관 가능성 국가” 출신이라 불허됐다. 정 부위원장은 부슈라 총장이 미국과 일본도 제약 없이 방문해 활동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G20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 관련 기사 모음) 때문에 경찰이 G20경호특별법을 내세워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중단할 것을 통보한 사례[각주:2]도 발표했다.

내가 좋아하는 만평이다. 누구가 이해하기 쉽게 매우 쉽고 위트있는 용어로 G20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밖에도 11월 10일 종로구 내자동에서 하려던 “론스타 투기자본, 삼성재벌 비호하는 김&장 규탄대회”도 G20경호특별법 상 경호안전구역이라는 이유로 불허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서강대 당국의 불허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G20을 빌미로 기본적인 표현과 학술 토론의 자유마저 가로막는 작태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G20과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이 곳곳에서 반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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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쉽게도 학생들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마포서는 홍대입구역 거리판매자들에게, 서초서는 강남역 거리판매자들에게 거리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둘 모두 집회신고서를 제출해 놓았는데도 그렇다. 마포서가 압박이라면, 서초서는 경호특별법상의 경호안전구역이라며 정식 금지 통보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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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문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6인의 첫 재판이 916일 오전에 열렸다.

6인은 57일 서울 강남역 앞에서 <레프트21> 정기 거리 판매에 참여했다가 “사상 검증” 운운하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연행된 바 있다.

그뒤 약식 기소된 6인은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했다는 죄목으로 벌금형 총 8백만 원을 선고 받았다.

부당한 연행과 판결에 굽힐 수 없다고 판단한 <레프트21> 판매자 6인은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6인 대책위)”를 꾸려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각계 인사 1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항의서한을 제출하는 등 활동해 왔다.

오늘도 이들은 재판이 열리기 전인 940분에 법원 앞에서 “<레프트 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언론 자유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는 미디어행동·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다함께·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이 공동 주최했다[각주:1].

“억지 수사와 반민주적 판결은 정부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이 집회에서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은 “<레프트21>의 신문 판매는 기성 언론과 다르다. 우리는 판매 과정에서 독자와 소통하려 하므로 거리와 작업장, 대학에서 직접 대화하며 판매를 한다. 검찰이 이를 집회로 규정해 탄압하려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를 가로 막는 것으로 이런 의견 교환의 자유마저 막는 것은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조차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은 “<레프트21>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일관되게 비판하며 진실을 말해 온 신문”이라며 “세계적으로 빈익빈부익부를 만들려는 게 G20인데, 이 정부가 G20 개최를 계기로 민주적 권리를 심각하게 탄압하려 한다. 그래서 <레프트21> 탄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 이백윤 지회장도 “<레프트21> 판매자들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발언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은 56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촛불집회 도중 연행됐다가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레프트21> 판매자들을 만난 바 있다.

결의문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가 대표 낭독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 408호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6인대책위 김지태 대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모두진술 전문 보기)

그는 검찰이 기소장에 정당한 신문 판매 행위를 집회로 규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며, 유료로 판매하는 신문을 유인물 배포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사실 조작이라고 폭로했다.

김지태 대표는 독자와 소통하려는 <레프트21>의 판매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서른 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김지태 대표의 통쾌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형사22단독 소병진 판사는 갑자기 모두진술을 중단시켰다.

다른 재판도 진행해야 하니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재판이 계속 될테니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에게 부당하게 기소된 이들이 첫 재판에서 기소 내용 전반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밝히는 모두진술과 재판 과정의 심문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모두진술권은 피의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판사는 자신의 법정에서 정부 비판적인 변론이 계속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결국, 판사는 모두진술 재개 1분 만에 발언을 다시 제지하고 항의하는 김지태 대표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김지태 씨는 청원경찰에 의해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갔다[각주:2].

이렇게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법의 권위가 설 리 없다. 결국, 판사는 변호인의 항의를 받아들여 다음 재판에서는 김지태 씨의 모두진술을 보장하기로 했다. 김지태 대표와 5인의 당당하고 단호한 태도와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21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1. 공동 주최 단체는, 6인 대책위, <레프트 21>, 미디어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연대, 촛불네티즌 공권력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구속노동자후원회, 다함께, 참여연대. [본문으로]
  2. 불구속 재판에서 피고인을 퇴정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판사 자체가 재판을 거부한다는 것인데, 참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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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24호가 새로 나온 지난 목요일 저녁 몇 분 독자들이 4면의 "노조법 개악의 주범 추미애는 중징계를 당해야 마땅하다"는 기사의 주장이 적절하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제목을 추미애 징계 요구로 뽑아야 했냐는 의견도 있었고, 민주당에게 추미애 징계를 요구하는 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견의 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민주당 지도부나 추미애나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놈이 그놈'인데, 한쪽에 '징계권'을 주는 건 민주당 지도부가 노조법 개악 저지에 진지했던 것처럼 포장해 주는 건 아니냐는 거죠. 그날은 짧게 토론하다 보니 제 생각을 적절히 전달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추미애 징계는 국회 차원의 징계와 민주당 차원의 징계 두 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등은 국회 차원의 징계도 정식으로 요구했죠. 환노위 진행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겁니다. 국회 차원의 징계란 결국 의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민주당의 징계 수위에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결국, 민주당의 징계 문제가 핵심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분명히 노조법 개악 저지에 진지하지 않았습니다.[각주:1] 그래서 민주당 안에선 추미애 징계 논란이 차기 지도권을 둘러싼 다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겐 분명히 다른 성격의 쟁점이라고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동운동과 좌파의 추미애 징계 요구는 '추미애 노조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애초 추미애 징계 논란의 발단이 '개악 노조법날치기한 행위'입니다. 추미애는 직위를 이용해 복수노조의 자유로운 설립을 막고 노동조합에 전임자를 둘 권리를 사용자의 의사에 맡기는 개악 노조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추미애 덕분에 한나라당은 매우 쉽게 개악 노조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추미애 중재안 - 지금은 통과돼 현행 법이 된 - 을 지지한 한국노총 지도부는 추미애 징계에 반대하며 민주당 지도부에 항의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추미애를 편들었습니다. 마치 추미애가 민주당 무능 지도부의 책임전가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하더군요.

반면, 개악 노조법에 반대하는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은 추미애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주저하면서도 말로는 '중징계' 운운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이제는 제일 큰 야당으로서 진보단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국회에서 대리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민주당 내부의 추미애 중징계론은 그 동력이 민주당 바깥에 있습니다.

가관이게도 추미애는 자신이 주도한 노조법이 지금 상황에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신장한 최선의 법안이었다고 '거리에서' 강변하고 있습니다. 친사용자 일간지인 <한국경제신문>은 전교조가 개악 노조법을 찬성한 듯 왜곡 보도했습니다.[각주:2] 민주당 안에서도 더 보수적인 의원들은 '소신'을 징계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맞불

그래서 추미애 중징계 요구로 개악 노조법이 내용과 형식 모두 잘못 됐고 반드시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추미애 중징계는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매우 상큼한 출발점이 될 겁니다. 민주노총과 왼쪽의 압력으로 추미애 징계를 요구해 관철되면 경고도 되고 우리 편 사기도 올라갈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불리할 건 없습니다. 민주당이 추미애를 중징계 하면, 개악 노조법의 권위와 신뢰는 상처를 크게 받을 겁니다. 우리 운동에 해를 입힌 정치인이 군색한 처지가 되는 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징계를 어설프게 하면, 민주당의 정치적 신뢰도는 다시 추락할 겁니다. 반mb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본질을 자백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에 추미애 징계를 요구하는 건,이명박에게 김석기 파면을 요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추미애 징계 공방의 초기에 제가 썼던 기사(추미애 징계 공방 - 민주당, 참 별 볼 일 없다)를 다시 봤습니다.  그때 추미애 중징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봤지만, 나온 기사에는 그 표현들이 빠졌습니다. 양비론에 가깝습니다. 그때는 연말 국회도 일단락한 마당에 진보 쪽의 과도한 반mb연대 집착을 비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틀 후 이 블로그 포스트('추미애 핑계로 민주당 면죄부 줄 수 없다' )에서도 비슷한 각도에서 다뤘죠. 다만, 추미애의 출당과 국회 징계를 요구하자고 했네요. 전 분명하게 추미애 징계를 요구해 개악 노조법을 찬성하며 추미애를 옹호하는 자들에게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24호에 새로 기사가 실린 것은 이 점이 충분하지 않아서일 겁니다. 그래서 예리한 토론들이 자주 있어야 합니다. <레프트21> 독자들이 구체적으로 피드백해 주는 게 소중한 이유죠.
 
  1. 민주당의 최종 당론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추미애 핑계로 민주당 면죄부 줄 수 없다' 글을 참조해 보십시오. [본문으로]
  2. 전교조는 특별법으로 교섭권을 제한하는 정부에게 일반 노조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얄궂게도 법 개악으로 일반 노조법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전교조의 오랜 이 요구가 오해를 낳고 있습니다. 전체가 단결할 요구를 만들기 위해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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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추미애와 민주당 지도부 노동법 날치기 책임 공방 - 민주당, 참 별 볼 일 없다


야4당 의원들이 추미애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당내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 출입까지 막고 날치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는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을 날치기했다는 점에서 추미애가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국회 징계와 민주당 출당 정도는 돼야...) 그러나 통과된 개악 노조법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 역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 구실을 했습니다. 진보 야당들과 반MB 언론들, 그리고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책임 문제를 간과하는 건 잘못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김상희 안'을 12월초 당론으로 정했고, '김상희 안'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도 노사 자율로 하도록 하는 상대적으로 나은 개정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이 안은 민주당의 최종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총까지 열어 확정해 전달했다는 민주당의 노조법 당론은 '감상희 안'이 아니라 사실상 한국노총-노동부-경총이 합의한 '야합안'의 나쁜 핵심을 그대로 인정하는 안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이 12월 26일 마지막 8자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를 보면, 참여 단위의 최종안이 다음처럼 정리돼 있습니다.

○ 각계 기본입장

<노동부>

- 교섭단위 분리문제는 노동위원회가 결정케 하는 현재의 한나라당안으로도 충분히 소화가능함

- 창구단일화 절차 관련, 당초 의도는 대통령령을 통해 3단계방안을 조합원 투표 방식이 아닌(즉, 반대) ▲연합과반수 인정, ▲노동위 관장 공동교섭단 구성(노조 규모 등 일정조건 검토 등)이었음. 이를 통해 소화가능함.

- 전임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가에 대한 부노 조항은 너무 포괄적인 적용이 가능하므로 반대함.

- 시행시기 관련 전임자를 먼저, 복수노조를 후에 실시하는 시차 설정이 합리적임.

- 위원회 설치를 통한 타임오프 상한 방식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하겠음(유보)

- 통상적 노조활동관련해서는 좀더 명확히 하겠음.


<사측, 한나라당, 한국노총>

- 기존안에서 변함 없음.


<민주당 수정제안>

- 창구단일화 수용하되, 산별노조 및 조직대상 같이하는 노조는 제외

- 타임오프 수용하되, 단협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 내에서 활동가능 명기


<민주노총 의견>

- 복수노조 문제는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함.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 그리고 복수의 노조 설립에 따른 현장의 가능한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 산별교섭 제도화가 해법임. 산별교섭 제도화가 전제될 경우 창구단일화는 불필요함.

- ‘노사공동의 이해에 기초한 노조관리 업무’가 대단히 불명확할 수밖에 없으며, 사유와 시간 이중규제의 타임오프는 반대함.

- 민주노총은 24조 2항에, 현행 ‘전임자의 임금지급 수령불가’를 “사용자의 전임자 임금지급 의무 없음”으로 바꾸어 명기하고, 81조 4호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삭제할 것을 주장함. 또한 노조재정자립방안을 구체화한 후 일정기간 시행할 것을 주장함. 노조전임비용을 노조가 자체 충당하게끔 유도하되, 법적으로는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조항을 전체 삭제함을 주장함.


☞ 출처: 노조법 개정 다자간 협의체 최종 회의 결과, 민주노총, 12·28

한마디로, 노조법 '개악의 핵심'인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수용하는 안입니다.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과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간의 협상에서 제시된 민주당 최종안도 같은 내용입니다. 추미애 안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산별노조에겐 창구단일화 의무를 두지 않는 점 뿐입니다.[각주:1]

따라서 민주당이 노조법 개악을 막으려 했는데, 추미애가 당론과 다르게 행동해 막지 못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착각'이며 사실이 아닙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최종 당론'을 추미애가 수용했더라도 결과는 '개악 노조법'입니다. 결국, 추미애의 날치기가 역설적으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이자 예산 날치기를 무력하게 용인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을 가려준 셈입니다.

이런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대중적 반감이 크기 때문이고, 한편에서 민주당이 MB 독주에 브레이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감이 계속 유지되는 배경에는 진보진영이 제대로 싸움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현실이 크게 작용합니다.[각주:2]


민주당은 지난해 연초에 미디어법 협상에서 언론노조를 곤란하게 하는 협상 결과를 내놓고 투쟁을 교란했고, 피눈물을 흘린 쌍용차 투쟁을 외면했으며, 부자 감세 유예의 껍데기에 환호하면서 4대강 예산안 통과에 협조했습니다.(관련기사: 부자 감세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

그런데도 여름,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명박이 비정규직법을 더 개악하려 하자 민주당과 함께 (민주당이 만든) 현행 악법을 고수하는 주장을 펴 현행 악법에 반대하며 싸워 온 비정규직 투사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관련 기사: 악법 유예도 현행법 시행도 대안이 아니다 / 왜곡된 구도를 깨고 안정된 고용의 권리를 주장하자)

13년 전,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도 막지 못했던 김영삼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철회시킨 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한 달 가까이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규모 파업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김영삼을 산 송장으로 만든 대중투쟁)

민주당이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야당으로서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나 행동에서 별 볼 일 없는 건 민주당이 말과는 달리 기업주를 위한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집권당 시절의 과오는 결코 실수가 아닙니다. 그게 본모습입니다. 그들은 표를 주는 노동자는 좋아해도 스스로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미애 공방은 민주당을 향한 착시가 아직 크다는 점을 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점을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오히려 이런 착시를 조장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그래서 큰 문제입니다.(요즘 개콘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빌면, "말이 안 되잖아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1. 창구 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한 타협안. 기업 내 복수 노조가 있을 때, 특정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다면 해당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 간접적으로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겁니다. 이 안은 사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산별노조 교섭권이야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현행 법에선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산별노조 기업지부에까지 복수노조 금지 조항 적용에 포함시키는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창구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산별노조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항이 요구하는 바는 사실상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자유로운 복수 노조를 설립하고 싶으면 산별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결사의 자유"라는 복수 노조 허용 주장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 일찍 꼬리를 내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니다. 아울러, 창구단일화를 피하려고 어느 산별노조를 강제로 선택해야 한다면, 자생적인 신생 소수파 노조에겐, 경우에 따라서 창구단일화와 다를 바 없는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주적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힘에 부쳐 어쩔 수 없이 산별노조 교섭권이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제안은 불필요한 제안힙니다. 만약,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취지라면 산별 교섭의 제도화가 아니라 산별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을 제도화하는 게 답입니다. [본문으로]
  2. 예를 들어, 이 글에서 인용한 회의 결과를 더 살펴 보면, 각주1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노총 임성규 지도부도 협상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노조법 개악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노조법 개악 저지 국면에서 진지하지 않았던 민주당과 불철저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제가 많은 '창구 단일화시 산별노조 교섭권 인정' 문제로 접점을 찾았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반면, 추미애 중재안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의중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날치기 이후 두 노총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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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은 격주 신문입니다. 그래서 신문이 나오는 주는 정신이 없죠.

월요일과 화요일은 기자들이 기사 마감하고, 기자들이 쓴 기사와 각 칼럼 기고문, 독자편지, 외부 기고 글들을 교정·교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수요일엔 마지막 교정·교열과 디자인 제작, 사진 찾기 등을 합니다. 거의 새벽까지 가는 작업이죠. 그러고 나면 목요일 오후에 인쇄된 신문이 나오고 우편 발송과 배포가 시작됩니다.

오늘 나온 <레프트21>20호는 비운의 호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호 <레프트21>은 애초에 철도 파업 지지 기사를 1면 헤드라인 기사로 정했습니다. 보충 기사가 3면에 실렸구요. (이 녀석은 세상 구경도 못해보고 폐지가 되는...)

관행대로 목요일 오후에 모든 기자들이 우편 발송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옵니다. '철도 파업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충격과 공포' 속에 일손을 멈추고 이리저리 아는 채널들을 동원해 확인한 결과, 최종 결정을 위한 회의 중이며 6시쯤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결국 철도 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전해지고 기자들은 허탈감 속에서 새 판 작업을 시작합니다. 한상률게이트와 두바이 몰락을 1면을 대체할 기사를 정하고 논설 포함 철도노조 파업을 언급한 관련 기사들 모두 내용을 손 봐야 했습니다. 1면과 3면을 대체하는 기사들의 사진을 새로 찾습니다. 인쇄소가 정해준 시한에 겨우 맞춰 일을 끝냈습니다. 배송이 하루 늦었기 때문에 금요일(오늘) 오전까지 신문이 나와야 했으니까요.

결과는 수천 부의 신문이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 결과적으로 에너지 낭비, 돈 낭비 한 셈이 됐습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난 오늘 오전, '새 20호'의 우편 발송을 모두 마치고 신문에 큰 실수가 생긴 걸 발견합니다.

1면을 대체한 두바이 기사의 3면 나머지 기사에서 무려 여덟 단락이 반복된 것입니다. 한 기사 안에서 기사의 3분의 1가량이 중복된 것이죠.(좋은 글은 반복해 읽어도 좋긴 합니다) '새 20호' 너마저... 또다시 찾아온 충격과 공포. 모든 기자들이 큰 실수에 대해 낭패감과 독자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오늘 남은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게 철도노조 파업은 왜 중단해서리... 하는 원망이 계속 든 게 사실입니다. 모든 게 철도 탓이다 하고 싶지만, 저희들의 실수를 누구에게 떠넘길 순 없잖아요. 

신문이 아깝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탄압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8일간 버텨온 철도노조였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얻은 것 없이 후퇴한 건 잘못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 해서 파업한 건데, 저들이 양보 안 하니 파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그냥 스스로 죽겠다는 것 아닙니까.


※ 이 글을 쓴 후 한 달 간의 사태 추이와 토론을 거쳐 스스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바뀐 내용은 엮인 글을 따라 가서 읽으시면 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 증거 차원에서 수정하진 않습니다. 더는 글쓴이 스스로 보증하지 않는 내용이므로 굳이 읽으실 필요 없기도 합니다. 위 내용만 해도 충분한 이야기 꺼리가 됐다고 봅니다. 참고하십시오.

험난한 운명을 겪은 20호 신문에 새로 실린 철도 파업 평가 기사는 신속한 평가 노력은 좋았으나 내용에선 문제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기사는 철도노조가 처한 상황을 공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로 방어적 차원에서 파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파업 사흘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실상 파업 파괴를 진두지휘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합법 파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불법으로 바뀌고 지도부 체포영장,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손배 청구 협박, 무려 8백여 명의 직위 해제, 보수언론의 총공세 등이 숨가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기사는 이런 사실들을 언급하면서도 철도노조 지도부에게 왜 유리한 정세에서 후퇴를 했냐고 다그칩니다. 객관적인 정치 상황이 노동운동에 유리한 건 사실이었지만, 철도노조 자체로는 지배계급 전체의 총공세를 받고 있었고,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으로 민주노총도 잠시 주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철도노조 자체로나 상급단체 차원에서도 연대 파업 등 철도노조를 엄호할 준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는데 불법을 감수하며 속전속결 전술을 사용하라는 것은 한 지인의 표현처럼 "철도노조 혼자서 이명박을 뛰어넘으라"는 주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광폭한 탄압에도 처음으로 8일간이나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용기를 고무하고 지도부가 3차 파업을 선언한 마당에 다음 파업을 잘 준비하도록 독려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전 이 점을 강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한다면, '(예상치 못했을) 강경한 탄압에 어떻게 맞서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까' 하는 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협 해지라는 부문적 요구로 시작한 파업이 의도치 않게 정치 파업으로 '내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도공사 사장 허준영의 탄압이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애초에 정치적 성격이 부분적으로 있었습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상황을 회피하지 않는 게 중요했습니다.

공기업 선진화 철회, 노조탄압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저들의 '정치파업' 협박에 진정한 정치파업으로 맞불을 놓는게 진짜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투쟁의 요구가 진짜 '우리 모두'의 것이 될 때 연대투쟁을 호소하고 건설하기가 더 쉬웠겠죠.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단협해지 철회와 대화 재개에만 머물렀습니다. 이 점이 저는 지도부의 실책이라고 봅니다. 시야가 협소하니 탄압의 효과가 더 커보인 듯합니다. 합법 파업도 불법이라고 난도질 탄압을 하면서 마치 파업을 유도한 걸로 보일 정도로 몰아부치는데 불법 파업 전술을 사용하는 게 관건이라 보지 않습니다.

파업 중단 문제는 아쉽지만, 지방 지역 복귀율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도 있고 하니 좀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개인적으론 파업을 더 지속하면서 앞서 말한 전술을 구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차피 상황은 재파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결정적 실책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조합원들이 대체로 집행부 결정을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국 집결 집회(사실상 총회)에서 진퇴 여부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게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번엔 제대로 준비해 연대 파업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연대 건설에서도 양 노총 공공부문이 함께 한 집회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의 공세가 더 다급하게 이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연대파업 일정을 왜 당길 수 없었는지는 더 알아봐야 겠습니다.

좀더 상황과 정서를 파악해 보고 <레프트21>에 기자가 아니라 애독자의 자세로 독자편지를 보내볼 생각입니다. 부족하고 단편적이지만 제 생각에 의견 있으신 분들은 주저없이 댓글 달아 주세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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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노동자대회 후기 글에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사실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그제 항복 선언은 이런 우려가 현실로 된 것입니다. 최악의 결과가 됐습니다.

쟁점이 된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의 경우, 전임자 임금 지급은 사용자 쪽에서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계 쪽에서 요구했던 사항입니다. 이것이 패키지로 엮이면서 서로 유예에 합의해 왔던 겁니다. 때문 암묵적으로 때론 공개적으로.

그런데 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만 따로 떼서 밀어붙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대기업들이 두 쟁점을 놓고 이해관계를 달리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내세웁니다.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면 주동자를 납치하고 잽싸게 두세 명이 가입한 가짜 노조를 설립 신고합니다. 어느 곳은 아예 미리 가짜 어용노조 설립신고를 미리 해놓기도 합니다. 기업별 복수노조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런 '무노조 정책'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은 무너집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탄압과 검경의 비호 속에서도 지금도 삼성에 노조를 만들겠다는 노력[각주:1]이 안팎에서 끊이지 않으니 기업별 복수노조의 허용은 삼성 신화에 균열을 일으킬 겁니다.

반면, 현대차그룹 같은 경우, 이미 강력한 초대형노조가 조직돼 있기 때문에 복수노조 금지가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노조를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지요.

현대차 정도의 조직력이면 복수노조가 생겨도 친사측 노조가 다수파 노조가 되긴 쉽지 않습니다. 사측 탄압으로 무너진 노조들도 많지만 훨씬 더 많은 노조들이 온갖 음모와 분열 술책, 탄압을 뚫고 민주노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행부야 간혹 엉터리로 바뀌기도 하지만요.

반면 복수노조 금지에 관심있는 삼성은 기업 내에 강력한 노조가 없기에 전임자 임금 문제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별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가 동시에 허용되면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바라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둘 다 유예가 되면 삼성이 바라는 상황이 됩니다. 그 점 때문에 이 패키지를 그동안 정부가 밀어붙이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복수노조 설립시 창구단일화 방안은 그래서 이런 대기업들 간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밀어붙이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한국노총이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면서 전임자 임금은 노조에서 지급한다고 하니 기업주들 입장에선 "이게 웬 떡이냐?" 할 상황이 되버린 겁입니다. 정부와 기업주에게 반대한다더니 난데없이 정부와 삼성, 현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안을 노동계에서 먼저 내놓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번 항복 선언으로 얻을 수 있다는 그 어떤 실리도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부담해야 한다"는 선언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그 항복 선언으로 정부와 경총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대국민선언이 배신이자 굴욕적인 항복문서인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장 조합원의 처지에서 그렇습니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저버리고 노동자대회와 찬반투표로 모인 조합원들의 분노와 투지를 비민주적으로 짓밟았습니다.

복수노조 허용을 사실상 반대하며 조합비보다 정부 지원에 더 의존해 왔던 노총 지도부 주류파로선 '항복'이 아니라 절묘한 타협책이었을 겁니다.

1천 명 이하 노조는 노사 자율로 한다는 한나라당 중재안이 나왔다는데 중소기업 노조가 많은 한국노총 지도부로선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저버린 것입니다. 한국노총 소속 대기업노조를 포함해 나머지 노조와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결사의 자유를 제물로 바쳐 자신들의 안위와 입지를 굳히려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황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쉬이 흘러가진 않을 겁니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항복 선언은 내부적으로도 큰 반발에 부딪혀 있습니다. 특히 경총과 논의 과정에서 1만 명 이상 대형 노조는 즉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실행하고 나머지는 유예 기간을 두고 단계별로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정보가 흘러 나오자, 한국노총 소속 대형 노조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노동자대회에서 각각 수천 명을 동원했던 은행권 대형 노조들[각주:2]에서는 조합원들이 한국노총을 탈퇴하라고 난리입니다. 이들 노조의 집행부는 이명박의 노동탄압의 본질이 결국 '대기업 노조 죽이기'였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석춘 지도부의 선언은 전임자 임금 노사 자율 쟁취와 총파업이라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연맹들과 지역에서 임시 대대 소집과 지도부 사퇴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토요일(11.28) 공공부문 양 노총 공동집회도 개최했던 공공연맹 노조들도 반응이 안 좋습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은 소속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총 중앙은 연락도 잘 안되고 지도부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무총국 간부들도 통화하기 힘듭니다. 이번 굴복 선언이 한나라당 점거 농성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조합원들은 "항의하라고 농성 보냈더니 그 안에서 포섭되서 돌아왔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노총 지도부도 자신들의 존재 근거 뿐 아니라 현장의 불만 때문에 투쟁을 시작했지만 양보 없는 정부와 노동운동 안의 압력에 샌드위치가 되서 갈팡질팡한 듯합니다. 재정을 크게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에게서 독립해 억압적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은 두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예전부터 한국노총이 투쟁 노선을 펼 때 노총의 보수파 지도부에겐 뿌리 깊은 딜레마가 있습니다. 투쟁을 해야 할 때 안 하면 불만을 품고 소속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갑니다. 그래서 그들을 품으려고 투쟁에 나서면 투쟁으로 자신감이 오른 노조들이 또 민주노총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복수노조 반대 논리는 경총의 논리와 같지만 보수파 지도부 자신들의 딜레마(이자 이해관계)기도 합니다.

이번 노동법 투쟁이 중요했던 이유는 수 년 만의 양 노총 공조 투쟁이라는 점, 전반적인 노동탄압 기조에 저항하는 성격을 띤 점, 공기업 부문 공동 투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특히 이명박이 4대강, 세종시, 한상률게이트, 철도 등 노동자 저항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 노총 투쟁은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석춘 지도부의 항복 선언은 아쉽고 열받습니다.

공교롭게도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열중하던 이명박은 또 노무현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노총과 손잡고 민주노총을 배제·고립시키는 정책 말입니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굳건히 제 길을 가면서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을 이 투쟁으로 견인해야 노총 내부에서 반발이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역시 한국노총은 안 돼."라는 냉소가 아니라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후퇴하는 지도부가 아니라 현장 단위노조와 조합원들에게 말입니다.


  1.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씨를 비롯해 울산 삼성 SDI공장이 꽤 오래 버텼고, 거제 삼성중공업은 법외 단체인 노동자협의회가 준 노조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2. 은행권엔 조합원 1만 명 이상인 노조가 셋이나 됩니다. 농협, 우리, 국민. 이밖에도 한전, LG전자 등이 한국노총 안에서 조합원 1만 명이 넘는 노조들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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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20만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다


주말 양 노총 노동자대회를 모두 다녀왔습니다. 이틀 연속 여의도공원을 누비고 다녔더니 주초엔 몸살이 나서 이번 주 개인 연구와 집필(?) 계획이 모두 늦춰졌습니다.ㅋ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아는 이들이 좀 있는 편이라 인사하느라 입구 쪽에 서 있었는데, 끝도 없이 밀려드는 조합원들을 보며 '인파(人波)'라는 단어가 처음엔 얼마나 신선하고 적절하며 놀라운 표현이었을지 생각했습니다.

아프간 파병 반대 서명하는 부스의 아는 분, <레프트21> 판매 부스의 동료들이 아는 사람 만나면 서명과 신문을 권하라고 압박을 넣는데 밀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악수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러질 못했습니다.


여의도공원이 노동자 집회로 그렇게 꽉꽉 들어차고도 사람이 넘친 건 제가 지금껏 본 중엔 처음입니다. 대단했습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꽤 큰 규모였는데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물론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열기 있었고 규모가 컸습니다. 특히 언론, 공무원, 전교조 등 이명박 정부와 최전방에서 대치하는 노조들이 적극적인 투지를 밝혀 많은 참가자들을 고무했습니다.

바로 이틀 전 대규모 집회를 한 탓에 이날 공공부문 노조들의 참가가 적었던 게 조금 아쉬웠죠. 그 날 1만5천여 명이나 왔었다는 데요. 전야제 주점에선 옆 테이블의 기아차 조합원들 표정이 지난 여름과 달리 환하고 생기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철도노조는 분위기는 고조돼 있는데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부담이 아직 있는 듯합니다. 조합원 개인들에게 손배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한국노총과 인연이 있다보니 저한테 왜 이렇게 한국노총 집회에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노선을 펴면서 정부와 갈등을 될수록 피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땐 이날 인파는 이명박의 노동정책에 불만의 저변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기업 부문에선 단협 해지와 비정규직 해고, 임금 삭감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사기업 부문에서도 해고와 임금 삭감, 노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도 2년 만에 가장 많은 동원을 했습니다. 양 노총 모두 '간만에' '많이' 20만 명이나 모였고 사기가 이전보다 높았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여당의 내분이나 양 노총의 공동투쟁 선언도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그 점에서 공동투쟁을 약속한 양 노총 위원장이 서로 상대 집회에 참가해 연대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좌파 일각의 습관적 '어용' 지칭과 달리 한국노총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인지라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과 분노가 점점 자라는 데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구요. 이날도 집행부는 행진 거리가 너무 짧아 조합원들이 불만을 제기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노동계는 대체로 한국노총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더 큰 피해를 볼 거라고 봅니다. 중소기업 노조들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수가 3백 명 언저리로 겨우 상근간부 한두 명 두는 곳에서는 노조 상근자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한국노총 소속 작업장들에선 평소에 노조 활동에서 집행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날 만난 분들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노조 말살 정책"이라고 보는 정서가 강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집행부의 동원 의지도 진지했고 조합원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열의있게 참가한 것입니다. 한국노총 대박 동원의 교훈은 민주노총도 진지하게 조직하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대형노조는 9년 전 파업 후 최초로 조합원 10분의 1을 동원했습니다. 늘 노조의 주요 쟁점이 '혹사 노동 완화'이고 전국에 조합원이 산개한 조건에서 주말 집회에 조합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전국에서 올라오는 차비와 식대, 기념품까지 일체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날 하루 집회 참가를 위해 1억 원이나 썼다고 합니다.

평소 집회 동원이 잦은 민주노총 노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나 집회 참가 기회가 적기 때문에 집행부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긴 합니다만, 불만의 강도와 쟁점의 성격, 집행부의 의지라는 주요 조건이 잘 맞으면 한국노총의 동원력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김태환 열사가 죽음을 당했던 4년 전엔 평일 4만 명 파업 집회를 연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다른 진보 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조합원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고 주장을 해야죠. <레프트21>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반전평화연대(준), 다함께 등만 눈에 띄었습니다.

오히려 쌍용차노조 동지들이 여러 명 참가해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파업에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양 노총 집회에 모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스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편,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는 또하나의 쟁점인 복수노조 문제가 크게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노총 지도부의 일부는 복수노조 허용도 계속 유예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노동법 개악 야합에서는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 조합원이나 현장 간부들도 복수노조 허용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더군요. 이날 대회 주요 연사들은 복수노조 허용시 창구 단일화만 언급하면서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지 않은 점에서 다행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묶여서 얘기되니 헷갈리는 분들도 계시던데 복수노조 허용은 애초 노동계가 요구해 입법한 것입니다. 그래놓곤 일방적으로 유예해서 지금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기업 내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강제로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복수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헌재 판결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군요. 복수노조는 허용하지만 복수 교섭은 안 된다니??? 이건 복수노조를 허용한 것도 아니고, 허용 안 한 것도 아니여~ 얼쑤~

노조는 단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각자 자유로운 결사권을 가질 때 그 단결이 공고해 질 수 있는 겁니다. 복수노조를 금지해 단결을 유지하자는 건 관료적 형식적 단결에 불과합니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 금지로 고통 받는 건 주로 비정규직노조들이거나 집행부가 정말 우파적인 곳들입니다. 반면 노조 와해 목적으로 복수노조를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노조 자체를 없애려는 데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죠. 복수노조 설립으로 기존 노조 와해가 가능하다면 탄압을 해 집행부를 장악하는 게 더 빠른 길일 겁니다.

<레프트21>은 주말 노동자대회에 '풀(full)'로 참여했습니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레프트21>의 주요 독자층이기 때문입니다.


정기구독 홍보물을 나눠주며 신문 판매도 했는데, 1천1백27부가 이틀 동안 판매됐습니다. 저도 홍보물 나눠주기를 잠깐 했었구요, 간만에 만난 지인들(노동자대회 아니면 만나기 힘든)에게 한 부씩 권해 열 부 가까이 저도 기여했네요.ㅋ

참가자 2백명 당 1부씩 구입한 건데요. 고무적인 결과지만 만족하기엔 부족하네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언론, 더 많은 곳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문, 더 많은 사람들이 기고와 판매까지 참여하는 언론으로 발전하려면 더 빡세게 굴러야 겠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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