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하자는 분들은 국민참여당이 5.31 합의문에 동의했으니 합당 대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참여당은 지난 7월 중앙위원회에서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5.31 합의문이 정당에게 요구한 것은 권한 있는 의결기구에서 승인을 받아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합당 결정 권한이 있는 당대회를 여는데, 참여당이 공지한 당대회 안건과 9월 17일 상임중앙위원회 결과 공지를 보면, 이번 당대회에 5.31 합의문 승인 안건은 없습니다. 즉, 참여당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달리 합당을 결의할 권한이 있는 의결기구인 당원대회에서 5.31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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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전국당원대회 소집공고(2011. 9. 14)
o 일시 : 2011년 10월 1일(토) 17:00
o 안건 :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 및 수임기관 구성의 건
-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을 통해 한국사회의 진보와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진보개혁세력과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한다.
- 신설합당과 관련하여 정당법 제19조와 20조의 규정에 따른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수임기관의 역할을 상임중앙위원회가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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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은 17일 저녁 서울 마포 중앙당사에서 유시민 대표의 주재로 제18차 상임중앙회의를 열어, 10월 1일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에 대한 안건이 가결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의 당명·당헌·강령정책 등에 대한 민주노동당과의 최종합의안을 11월 중 임시전국당원대회를 통해 결정할 것을 중앙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키로 결의하였다.
― 2011.9.18 참여당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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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대회 개최를 확정한 참여당 제5차 중앙위원회의 자료집의 내용, 그리고 이의엽 정책위 의장의 인터뷰 발언을 볼 때,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이 5.31 합의문을 법적 효력을 갖는 단위에서 승인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래 링크의 글과 거기에 링크된 본문들을 따라가 보시면, 5.31 합의문에 동의한다는 참여당의 본심과 실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지금 참여당이 5.31 합의문 동의 세력이라고 우길 게 아니라, 참여당 강령정책 담당자와 만난 간부가 누군지, 무슨 대회를 했는지, 이의엽 정책위 의장의 발언 진의는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입니다.
관련 보기 ☞ http://enlucha.tistory.com/164
현재 참여당 새진추의 강령정책분과위원회(위원장: 노항래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자당 웹사이트 당원대회 토론방에 올린 공지사항 글에서5.31 합의문이 기초가 된 진보 양당의 8.28 강령 잠정 합의문을 고쳐야 한다며 비판하는 의견을 올려달라고 떠 있더군요.
승인 문제가 아니라 동의도 하지 않고 있으며, 통합 가결만 되면 5.31 합의문을 남김없이 뜯어 고칠 태세네요.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mbstop/New/3341799
이런 여러 행위가 이번 임시당대회 안건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5.31 합의문이 금과옥조의 문서라서가 아닙니다. 진보대통합을 위한 수임기관이 진보신당의 부결 사태에도 해산하지 않고 곧바로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근거가 국민참여당의 5.31 합의문 동의라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니라면 참여당과의 통합을 ‘진보’대통합이라고 우기는 억지스런 상황은 발생할 수 없죠. 5.31 합의문 수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세력과 진보대통합(합당)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참여당은 여전히 당 차원에서 노동, 민중, 자본주의 비판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당입니다. 이 당이 그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자유주의적 친자본가당이라는 방증입니다. 당의 인적 기반보다 지지 대중(미조직 노동자, 청년층 등)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한나라당도 노동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습니다.이념과 기반, 실천을 종합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여당의 당원 해설 자료를 보면, 우리 당을 계급 편향적인 당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강령 폐기를 긍정적 변화로 해석합니다. 아울러, 대중적 진보정당이란 중도적인 유권자들로부터 지지 받는 정당이라고 말합니다.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mbstop/New/3341889
자유선거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 자본가당이 표를 자본가에게만 얻으면 정치권력을 잡을 수 없죠. 그래서 보수정당들이 실제로는 계급정당이면서 서민, 국민, 시민 찾으면서 국민정당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계급간 이해 충돌은 화해할 수 없으므로 진보정당은 계급정당임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정당이 노동계급 중심 정당(노동자로만 구성되진 않으므로)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 당은 정체성에 기초해 자본주의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장 참여당은 한미FTA가 국회 외통위에 상정됐는데, 한줄 논평도 없죠.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들은 이명박이 재협상한 것 말고 노무현 정부가 합의한 원안에 찬성합니다.
관련 보기 ☞ http://www.handypia.org/?vid=mbstop&mid=brief&search_target=content&search_keyword=%EC%9D%B4%EB%B0%B1%EB%A7%8C&document_srl=2939538
이미지 출처: atopy님의 블로그. http://atopy101.com/entry/freetrick
무상급식 같은 문제와 달리 FTA 원천 반대 여부는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준의 쟁점입니다. FTA 자체가 민중의 삶을 희생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보가 말하는 한미FTA의 독소조항이란 것들은 모두 원안 자체에 있던 것입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한미FTA 체결 과정에 관해 폭로한 내용을 보면, 모두 원안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죠.
불행하게도 이정희 대표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FTA는 어떤 나라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미 FTA의 경우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독소조항’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 우리가 갈 바가 못 된다고 본다.” 라는 위험천만한 인터뷰를 한 바 있습니다. 야권연대/참여당과 합당에 대한 열의가 지나쳐 그 당들과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나온 잘못이 아닌가 합니다. 이명박 표 FTA는 반대한다니 그 문제에 한정해 연대하면 되지, 합당 대상은 아닙니다.
관련 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10822/39700369/1
또 유시민은 자신이 복지부 장관일 때 의료 시장화 정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데,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 http://enlucha.tistory.com/160 사실 그가 2007년 대선용으로 내놓은 저서 ‘대한민국개조론’(2007)에서는 의료 시장화에 대한 확신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바 있습니다. 유시민이 장관시절, 입법예고했다가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은 이명박 정부에서 통과 시도했던 의료법 개정안의 그것들과 같습니다. 유시민과 참여당 자체를 진보로 감싸다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것도 일관되게 할 수 없다는 거죠.
이처럼 과거와 현재에 명백하게 결이 다른 차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멋듯이 참여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면 진보 운동의 분열을 낳을 위험성이 대단히 큽니다. 민주노동당은 당분간 우경화 우려와 혼란에 시달릴 테고요.
안철수 신드롬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면, 그 기성정치권과 뼛속부터 다른 진보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세력을 키워야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겁니다. 백번 양보해 참여당 지도부의 좌선회 가능성을 열어둔다 하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실천의 변화를 통한 입증 과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들에게 그럴 의사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으로서 임시당대회 참여당 통합 안건은 부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노동당 당원토론방에 9월 20일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