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 현장 소식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1백만이 청와대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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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1백만 명의 민중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권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본대회가 마무리되고 곳곳으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7시 30분 현재 주최측은 1백만 명이 광화문과 시청광장 일대에 모였다고 발표했다. 행진 코스가 이미 인파로 가득차 행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박근혜 퇴진 운동은 아직도 꼼수와 거짓말, 증거 은폐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에 다시 강력한 일격을 가했고, 또 한 번 정치적 도약을 이뤄냈다.

지금 광화문 사거리와 서울시청 광장 두 점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모든 도로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인파로 가득찼다. 경북궁역을 중심으로 사직터널부터 종로경찰서까지, 경복궁으로 향하는 세종문화회관 뒷편 길, 세종로, 태평로, 종로, 서대문 방향 도로, 청계천 1가의 양쪽 도로, 을지로 입구 도로 등. 사람이 너무 많아 시청역, 광화문역은 집회에 온 사람들이 나올 수 없을 정도다. 서울시는 광화문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서대문역 등 인근역에서 내려서 집회장에 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미처 상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 집회를 열었다.

‘하야’가 아니라 ‘하옥’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거의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십만이 박근혜의 모든 악행들을 규탄하고 있다. 노조를 파괴하고 임금 삭감을 강요당한 세월, 청년들을 좌절케한 불평등한 현실, 너무나 끔찍하고 야비했던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방해 공작,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진압, 청와대와 연결된 거의 모든 상층의 부패와 뻔뻔함이 오늘 분노와 항의의 도마에 올려졌다.

오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가장 많았고 교복 입은 청소년, 친구들과 무리 지어 나온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이 특히 눈에 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인상적이다. 모두모두 박근혜 퇴진 손팻말들을 받아 들고 곳곳에서 열린 사전 대회들, 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참가했다.

이미 전국의 전세버스가 동나고 있다는 소식 때부터 짐작됐지만, 오늘 낮 12시 전국의 교통 흐름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천안 부근의 경부선, 서해고속도로 등에서 서울로 향하는 상행선이 하행선보다 더 밀리고 지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지난 며칠간의 폭로가 사람들을 끌어낸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전국 노동자대회 ― 백만 시위의 선두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다

오늘의 수십만 집회와 행진의 선두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서 있다. 강성 우익 정부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당황해 하고 있을 때부터 저항의 선두에 서 왔던 노동자들이다. 금속 노동자들, 학생들과 함께 나온 전교조 교사들, 올 가을 파업 투쟁으로 오늘의 이 투쟁에 징검다리가 된 철도를 포함한 공공 노동자들, 보건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자리잡은 노동자들도 많았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2시부터 시작됐다. 10만 명이 훨씬 넘는 조합원들이 시청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가득 메운 채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계속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 국민의 요구가 됐고 국민의 명령이 됐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민중항쟁을 만들어 냈다! …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의 투쟁이 대통령 얼굴 바꾸고 집권당 색깔 바꾸기 위한 항쟁인가? 재벌과 새누리당 권력이 망쳐 놓은 것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 노동개악 폐기하고 재벌체제 해체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고립됐고 두려워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나서면 농민, 빈민, 청년학생들이 함께 나서겠다고 한다. …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노동자대회 내내 계속 깃발을 앞세운 노동자 대열이 사방에서 시청광장으로 모였고, 광장에 앉아서는 그 끝을 알기 힘든 대열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가장 큰 동력이 누구인지를 웅변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오늘 집회에서 보여 준 노동자들의 사기와 분노를 고무하려면 약속대로 대규모 거리 시위와 파업을 계속해서 조직해야 할 것이다. 퇴진 투쟁을 이끌어 온 노동자들이 이 국면에서 투쟁으로 더 선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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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시민 행진

대학생 1만 5천여 명은 대학로에서 집회를 하고 시청을 향해 행진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대학생들이 모여 도심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은 수 년만의 일이다. 대학로 청년총궐기 집회에 7~8천여 명이 모인 것도 대단했는데, 행진하면서 또 급속히 숫자가 불어났다.

수십 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동아리, 청년 · 학생 단체 등 1백 여 곳의 깃발이 휘날렸다. 서울 소재 대학뿐 아니라 전남대, 부산대 등 지방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새벽 첫차를 타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학생들은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외쳤고, “오늘 당장 우리 힘으로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단 하루도 더 박근혜의 통치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안 내려 온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계속 모이자고 했다. 학생들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함께 행진한다는 것에 서로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너무나 선명한 이 사회의 불평등에 크게 분노했다. 집회에서 한 발언자는 오늘도 새벽 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왔다면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우리에게 이 나라는 너무나 살기 힘들지만 정유라 같은 자는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를 얻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생들이 종로 대로변에 들어섰을 때, 거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행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대학로 다른 한편에서 모인 1만 여 명의 ‘시민대행진’ 대열도 대학로에서 시청까지 행진했다. 416가족협의회의 유가족들도 노란색 잠바를 입고, “하야하라”가 적힌 띠를 등에 메고 1백50여 명이 행진했다.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더 박근혜가 물러나기를 오랫동안 바랐을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관련 전 과정에서 보인 잔인함과 야비함은 오늘 집회와 행진에 나온 모든 사람에게 응어리진 분노로 남아 있다.

대학 동문회, 지역별 모임들, 합창단, 동호회, 연구회, 협동조합 등 전국에서 온 수백 개 시민 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참가했다. 이른바 ‘386 세대’로 불린 중장년층이 많았다. 자신들이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았을 이들에게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와 민주적 권리 침해는 자기 인생을 부정당하는 듯한 충격이었을 것이고, 이는 분노와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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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오늘 낮 곳곳에서 사전 집회들이 열렸다.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농민들 3만여 명이 남대문 중심으로 피폐해진 농민들의 삶과 백남기 농민을 죽게 한 살인정권을 규탄했다. 빈민, 노점상들도 자신들의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적인 고통전가, 복지 축소 정책에 항의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도 2천여 명이 청계천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만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지도부와 의원들이 나왔다. 이틀 전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한 국민의당은 박근혜 하야 서명을 받았고, 민주당은 당원 수천 명과 청계천변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늘 대중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면 두 당은 박근혜에게 더는 시간 벌기 할 시간을 주거나 국회 협상으로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본대회

“몸통은 박근혜”, “박근혜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2선 후퇴 말도 안 돼”, “박근혜는 범죄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호 등을 외치며 민중총궐기 집회가 오후 4시에 시작됐다.

시청광장 중심에 수많은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이 자리 잡은 가운데, 삼삼오오 온 수많은 학생, 청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민중총궐기에 함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이 무렵 시청 광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대 위에서 소개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자신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선동한 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데, “지금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이 한 명 한 명 감옥에 들어오고 있다”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우병우는 왜 소식이 없는지 궁금하다. 몇 백 명이 되더라도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을 남김없이 엄벌해야 한다. 불법 통치자 박근혜는 언제 들어올까? 11월 안에 박근혜 끌어내리고 구속시켜야 한다.”

한 위원장은 공범인 재벌들도 문제라면서 “불법 재벌들도 1.5평 독방으로 들어와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그리고 11월에 박근혜 퇴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동맹휴업, 동맹철시 등 국민파업을 만들어 달라면서 말이다.

살인정권 물러나라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백4명은 이 나라 주인이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 정부는 그 고귀한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사람들을 정부가 탄압해 온 것을 규탄하며, 그러던 정부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때 “광기 어린 폭력 진압과 공격으로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연내 인양이 어렵다고 한 것을 규탄하며, “이 모습이 바로 현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보여 준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하고 말했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강조한 전 위원장은 “돈과 권력으로 국민의 안전까지 위험에 내몰며 정권만 지키려고 했던 박근혜 정권에게 이제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깨워 주자” 하며 세월호 가족협의회 부모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음색으로 연설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이 대회에 참석하고 사고를 당하셨다. 1년이 지났지만 정말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현실은 점점 나빠져 가는 것 같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오늘도 경찰이 전국에서 물탱크를 서울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박근혜의 사드 배치 발표로 지금까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해 온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성주 주민들이 김천 시민, 원불교와 함께 사드 배치를 막으려고 싸워 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록히드마틴과 최순실의 커넥션 의혹을 상기시키며 사드 배치 강행을 규탄했다. 이 시국에 박근혜와 국방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마저 밀어붙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하나다. 그리고 그 몸통은 미국의 엠디(MD)다.”

광장에 노동, 세월호, 백남기, 사드 등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벌인 악행과 그에 맞선 저항이 모두 모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칼끝은 일제히 청와대를 겨눴다. 김충환 위원장 말대로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볼 때”가 왔다.

마지막 순서로 민중총궐기 결의문을 낭독한 후, 사회자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크게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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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행진은 시청광장에서 소공동로 방향, 을지로 방향으로 시작됐다. 광화문 방향은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공공운수노조가 이끈 대열은 조계사를 거쳐 안국역을 돌아 효자동 입구까지 진출했다. 금속노조가 이끈 대열은 소공동로, 퇴계로를 거쳐 안국동에 도착했다. 이 행진 대열은 모두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서대문 방향에서 광화문으로 온 사람들과 태평로 대열은 광화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뒷편 도로 등을 통해 경복궁으로 향했다. 충무로를 거쳐 안국역으로 진출한 대열은 안국동 삼청각 입구 사거리에 멈춰 있다. 이미 경북궁 앞 도로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행진 대열은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더 많은 시민들을 행진 대열로 끌어당겼다. 워낙 사람이 많아 이동하지 못한 대열들은 시청광장 무대 등 곳곳에서 집회와 자유 발언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경복궁역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 입구에 차벽을 쳤다. 7시 현재 차벽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앞을 향해 그곳까지 간 대열답게 이 집회에서는 주류 야당들의 온건함과 눈치 보기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많고, 박수도 많이 받고 있다.

끝도 없이 늘어선 대열은 곳곳에서 해일처럼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구호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다. 경복궁역 앞 도로가 좌우로 늘어선 대열이 수 킬로미터가 되도록 가득찼지만, 대열의 말미이던 태평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박근혜 일당이 빼돌린 재산을 환수하고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는 구호와 주장도 일주일 전보다 더 많았다.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광화문광장 무대의 공연과 발언에 집중했고, 상당수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이 처져 있는 경복궁역 앞 방송차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갔다. 광화문 본 집회가 끝나갈 무렵, 낮에 수 년 만에 최대 1만5천여 명이 강력한 도심 행진을 벌였던 대학생들이 경복궁역 앞으로 행진해 와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가서 7시간의 행방을 물어야겠다며 경찰 차벽 맨 앞에서 경찰에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늘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불과 3주 만에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강력한 행위자 중 하나가 됐음을 보여 줬다. 이제 새누리당은 당분간 오늘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저마다 목청껏 외치는 박근혜 퇴진 함성이 꿈에서까지 나타날 것이다. 주류 야당도 운동이 강력해서 쉽게 올라탈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박근혜가 설사 또 사과를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은 기만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기만과 책략이 도통 분노한 대중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5퍼센트대에 머물렀다. 한 정치평론가는 임기가 1년도 넘게 남은 대통령이 지지율 5퍼센트면, 지지층 재결집조차 안 된다는 뜻이고, (여론조사 오차범위까지 생각해 봐도) 이 정도면 지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독설을 했다.

바로 그 상황을 박근혜 퇴진 운동이 만들어냈다. 9월 말부터 이어진 노동자 파업들이 마지노선이라는 30퍼센트 벽을 허물었고, 이것이 안 그래도 경제 위기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 지배계급 내 암투를 심화시키고 박근혜의 치부가 마침내 폭로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9일부터 시작한 퇴진 운동의 단단한 강도가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로 내몰고 있다.

오늘 전국에서 모인 1백만 대열의 강력한 분노와 기세는 이 운동이 12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줬다. 수도권 바깥에서도 이제 이 운동은 더 커질 것이다. 반드시 우리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박근혜가 부패한 관료들과 비선실세들, 기업주들, 제국주의 강대국들과 함께하려 해 온 온갖 악행들을 중단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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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


초유의 국정농단,
비호한 검찰도 공범이다!
검찰 규탄 집회와 행진

11월 17일(목) 오후 6시 30분, 강남역 8번출구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11월 19일(토) 전국동시다발, 수도권은 서울 집중(오후 6시 광화문)


박근혜 퇴진! 영남 노동자 대회

11월 23일(수) 오후 4시,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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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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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운동의 쟁점들박근혜의 꼼수와 주류 야당의 타협주의를 경계하라

 <노동자 연대> 184호 | 2016-11-01




검찰은 10월 31일, 혐의를 부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최순실을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로 보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까지 오느라 힘드니 집에 가서 쉬라고 그냥 보내 준 지 하루 만이다. 이미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검찰이 이제 와서 강경하게 나오는 척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은 1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부정 평가는 80퍼센트대를 넘어섰다. 주류 정치학에서도 임기 말에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건 민란 수준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넘게 퇴진이나 탄핵을 바란다.

실제로, 급하게 잡힌 10월 29일 ‘박근혜 내려와라’ 서울 집회와 행진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3만여 명이나 모였다. 세종로 일부와 종로1가 전 차선과 인도를 꽉 채우고도 넘칠 정도였다. 이 대열은 청와대로 향하며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를 줄기차게 외쳐댔다.

전국에서 이 집회에 보인 관심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범국민적 분노이고 총체적 불신이다. 박근혜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민심 때문에 금요일 밤부터 여권은 급하게 움직였다. 심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속보가 나왔고, 토요일 오전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됐다.

일요일(30일)에는 청와대 비서진 사표가 수리되고 새 민정수석이 발표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최순실이 전격 귀국했고 하루 뒤 검찰 조사에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구치소에 가게 된 것이다.

토요일을 전후로 여권의 급박한 대처를 보면, 성난 민심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의 규모와 강도는 지금 기층 민심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을 제공해 반박근혜 여론을 더 지속·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발톱은 단지 감췄을 뿐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아직은 크게 물러선 게 아니다.

검찰이 청와대에서는 경호실 요원들과 압수수색 문제로 대치까지 했지만, 정작 우병우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개편하고 있지만, 우병우가 맡았고 검찰 통제 등을 하는 민정수석 자리에는 최재경을 임명했다. 최재경은 검찰 특수부 출신(최순실 수사는 특수부가 담당)으로 현 검찰총장과 매우 가깝고 검찰 조직 내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검찰 장악, 최순실 수사 개입 의지가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최재경은 박근혜의 비선 멘토 그룹 7인회와 인연이 깊다. 김기춘과 가깝고 최병렬의 조카다. 김기춘, 최경환 등이 추천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재경은 이명박의 BBK 사기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맡아 무혐의로 결론 내어 ‘면죄부 검사’라는 별칭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을 여야 합의로 호선한 총리에게 이양하는 것이 거국내각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방안에는 대통령 권한에 관해서는 말이 없다.

10월 31일 거국내각론을 포함한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자던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새누리당 정진석이 뜬금없이 먼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서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의 거국내각론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용도다.


성난 파도

그럼에도 요즘 박근혜 지지율은 거듭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평일 촛불집회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11월 5일과 12일은 더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다. 특히 12일 민중총궐기는 수십만 명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분열이 공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다. 이미 대변인 등이 사퇴를 하며 지도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초점은 박근혜의 마름인 이정현이다. 이정현이 당대표로 있으면 박근혜와 차별화를 제대로 못해 비박계 대선 주자들에게 불리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숨통을 틔워 주는 것이 주류 야당들이다. 더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과 특검을 요구해 왔다. 정의당이 박근혜 하야 촉구 운동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상호는 아예 정의당의 하야 촉구 운동과 함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특검이면 된다며 검찰의 부실 수사를 압박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재 여권 추락의 반대급부로 더민주당과 문재인의 지지율이 올라가니, 자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지금 수준에서 현상이 유지되길 바라며 오른쪽 눈치 보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공상이다. 이런 정치 상황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 운동이 더 나아가거나, 아니면 여권이 반격해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퇴진(탄핵 포함) 요구와 선을 그었으니 더민주당은 이제 여당과 협상을 벌일 카드도 없게 됐다. 10월 31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진석이 ‘그럼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소리냐’고 우상호를 압박한 것에는 이런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지율 10퍼센트대의 정부를 상대하면서도 협상 주도권조차 못 잡는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다가는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에너지, 이를 결집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반면, 정의당은 ‘박근혜 하야’를 공식으로 내걸고 전국에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반박근혜 투쟁의 선두에 서 왔던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경북대, 영남대 등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이 나온다. 정의당의 박근혜 퇴진 캠페인이 민주당의 꾀죄죄함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몸통은 박근혜, 최순실은 깃털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근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둘의 관계가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인 점들도 있지만, 국가 운영의 수장인 박근혜를 단지 사인(私人) 최순실의 꼭두각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흐린다.

누구를 통해서든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자행해 온 온갖 악행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기업주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었다.


연결고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더 쉽게 자를 권리를 기업주들에게 주려는 것, 세월호 참사의 배경, 구조와 진실 규명 등 모든 과정에서 저지른 사악한 행위들, 친제국주의 군비 증강, 복지 삭감 등의 고통전가까지.

이런 일들이 박근혜, 또는 최순실 일당의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인가?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에 기업주들과 기득권층, 그리고 새누리당은 한마음으로 지지하지 않았던가.

박근혜가 대통령 권력을 얼마나 개인 재산처럼 여겼으면, 단지 수십년 친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출도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고 특혜를 챙겼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최순실이 박근혜를 일부 대신해 정경유착 부패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부패는 단지 최순실 개인의 농단으로 환원될 수 없다.

또한 정권의 정치적 위기(때로는 경제 위기를 포함해) 때문에 여권 내 분열이 일어나고 그것이 상호 폭로(주로 부패 사건)를 자극해 위기가 증폭되는 것은 한국의 역대 정권 임기 말에 흔히 보던 일이다.

그리고 매번 ‘시종 권력’을 휘두르던 측근(대체로는 가족)이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을 뒤집어 써 왔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경우도 그런 듯하다. 그런데 측근 구속은 오히려 정권을 더 약화시켰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수사 방해와 역습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최순실은 깃털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출처 <포커스뉴스>


박근혜-최순실의 헌정 유린?

지금 운동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폭로 이후에는 ‘국정 농단’, ‘헌정 유린’에 대한 규탄이 많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위해 퇴진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국정공백론에 맞서 박근혜 통치 자체가 오히려 헌정 유린이고 국정 문란이라고 퇴진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헌정수호론은 일관되기가 힘들고 국정 정상화에 목적을 두므로, 자기제한적 전술에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헌정유린론은 박근혜와 최순실 개인의 부패와 무능 문제로 지금 사태의 본질을 축소시켜 보게 하기 쉽다. 즉, 대한민국 국가시스템은 정상인데, ‘(혼이) 비정상’인 여성 둘이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과정이 아무리 비밀스러워도 박근혜 정부의 객관적인 정책은 완전히 계급적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시스템 자체가 정경유착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박근혜 퇴진 요구에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정책들, 가령 노동 개악, 복지 삭감, 민주적 권리 침해,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국정 정상화는 이런 염원에 아무런 보증을 해 줄 수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시간벌기용 사기다

거국중립내각론의 핵심은 총리를 여야 합의로 뽑아 대통령 대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총리가 국회와 협의해 장관도 뽑아(어차피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므로) 국정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사퇴시 국정 공백을 우려한다며 더민주당의 문재인이 제안하고, 10월 말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국수습 방안으로 제시했다.

두 당의 쟁점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보유한 통치 권한을 포기할 것이냐,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는 통치권을 양보하거나 축소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데다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봤듯이) 대통령 권력을 자기 사유물처럼 써 온 박근혜가 권한 이양을 할 것 같지도 않다.

이미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검찰 통제 의지마저 드러냈다.

따라서 박근혜를 그대로 두고 새누리당과 거국내각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표적과 쟁점을 흐리는 것이다.

노동 개악, 복지 축소, 교육 개악, 친제국주의, 민주적 권리 약화 정책들은 한국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정책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악행은 새누리당의 악행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한통속으로 서로 감싸며 저질러 온 악행들이 이미 총체적 불신을 받는 마당에 왜 그들과 국정 수습 협상을 해 면죄부를 주고 반격의 시간을 벌게 해 주려 하는가?

따라서 지금 여권의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응하는 것은 부패 공범인 여권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는 배신적이고 반동적인 짓이다.


대선관리 중립내각?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악행을 심판하는 일을 철저하게 국회 내 협상으로 한정시켜 대중의 불만이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대중은 최악과 차악이 정치권력을 분점하는 양당 체제의 구경꾼으로 있으라는 얘기다.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이런 미래를 예시한다.

여권은 분노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고 몇몇 파격적인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관망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대중의 즉각적 분노가 식기 시작하면 우파가 다시금 반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정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이 국가 재산을 빼먹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박근혜는 나라를 자기 재산처럼 생각한 것 같다.

박근혜를 퇴진시켜 그 악행을 중단시키려면 국회가 아니라 일터와 거리에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

매일 오후 7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주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2016 전국 노동자대회 / 민중총궐기

11월 12일 2시 / 4시 시청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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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박근혜 퇴진” 함성으로 가득 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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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

두 구호가 청계광장에서 종로 1가, 그리고 광화문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다.

10월 29일 5시 철도노조의 결의대회부터 청계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한 행렬은 거리 행진을 시작한 7시 반경에도 끊이지 않았다.

노인들, 동료들과 함께 온 직장인들, 어린 아이와 손잡고 나온 부부와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나온 청년·청소년들까지 참가자들의 구성은 참으로 다양했다. 특히 집회와 시위에 처음 나온 듯한 10~20대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밤늦게까지도 ‘역사적 순간에 함께하자’며 친구들과 자리를 지켰다.

집회 후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에서 거리로 나오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행진 과정에서 더 불어난 행진 대열은 5만여 명에 이르렀고, 행진 선두가 세종문화회관 앞에 이르는 동안 종로1가 차도 전체와 인도까지 가득 메운 인파는 종각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충격적인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본격적으로 폭로된 지 일주일 만에 수만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는 박근혜 퇴진 요구가 단지 최순실 사건에 대한 불만에서만 비롯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최순실 게이트의 몸통도 사실 따져 보면 박근혜다.) 퇴진 요구는 4년 내내 노동자·서민을 쉴 새 없이 못살게 군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이자 노동 개악과 교육 개악, 고통전가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주말 집회에서 성난 민심이 표출될 것을 걱정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을 하고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 사표를 받고 정호성 등 문고리 권력들까지 압수수색을 하는 쇼를 벌였지만, 이미 봇물 터지듯 분출한 분노를 잠재울 순 없었다.

오히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그새 증거 인멸을 어느 정도 해놓고 이제 와서 쇼를 한다고 반응했다. 박근혜의 어떤 말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사들이 내보낸 인터넷 생중계마다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몰려 이 집회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음도 알 수 있었다.

하루 전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 재청구를 포기한 경찰은 급변한 정치 상황 속에서 곤혹스런 처지를 드러냈다. 차벽이나 물대포 협박을 하지도 못했다. 해산 방송을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운운하는 저자세의 표현도 썼다. 수만 명이 순식간에 광화문광장까지 진출해 박근혜 퇴진을 외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맨몸의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쏘는 등 비열한 본능을 감추진 못했다. 심야까지도 수천 명이 “비켜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청계광장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대회는 오후 6시에 시작됐다. 6시를 한참 앞둔 이른 시각부터 시청역, 종각역, 광화문역 방면에서 사람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 들면서 집회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됐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고조됐다. 주최측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대열 뒷편에서는 무대 발언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참가자가 적을 것이라던 경찰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청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가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진

연단에 선 발언자들이 박근혜 퇴진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마다 대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 직후부터 경찰의 부검 시도에 맞서왔던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인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백남기 농민을 지켜냈다"면서 "더이상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지 말고 박근혜 정부는 즉시 퇴진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퇴진 보건의료인 선언을 주도한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재벌들을 폭로했다. "재벌들은 박근혜 정권의 공범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원을 삥 뜯긴 듯이 얘기하지만, 그 돈을 바친 직후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악, 의료민영화, 공공서비스 민영화 담화문을 발표했다"면서 "사유화된 국가권력으로 노동자 서민 등쳐서 재벌에 돈을 갖다준 것이 최순실게이트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33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응원해 준 덕분에 파업을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 투쟁을 이어겠다고 해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진보 정치인들도 집회를 지지하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민주노총 의원단의 김종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함께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는 것이 해법이며 싸워서 퇴진시켜야 한다고 호소해 참가자들의 자심감을 북돋웠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특혜에 연루된 총장을 학내 투쟁으로 사퇴시킨 이화여대의 김승주 학생(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의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승주 학생은 박근혜가 그리 떠들던 법과 질서를 스스로 박살냈다며 사퇴만이 유일한 사과라며 퇴진 투쟁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행진

행진은 장관이었다. 청계광장에서 종각사거리로 나가 광화문으로 향한 대열은 순식간에 세종문화회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를 가득 메웠다. 맨 앞의 대열이 경찰 저지선과 대치하는 동안, 중간 대열에서는 주최측의 방송차를 이용한 자유발언대가 마련됐다.

△행진 시작 3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청계광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진

자유발언대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분노한 청소년들이 줄을 이었다. 분노한 대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이모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어른이 나왔다며 박근혜 ‘이모’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의 발언이 많아 많은 사람이 고무됐는데,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고 기염을 토했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왔고 중학교 때 또 엄마와 함께 세월호 집회에 나왔다는 고등학생의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엄마의 오빠가 서해 페리호 사건으로 돌아가셨는데, 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면서 “잘못된 세상이 바뀌지 않아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집회가 기획되고 홍보된 지 3일 만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가득 안고 모인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한 부패하고 추악한 실상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들에 치를 떨며 지내 온 4년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29일 집회와 행진은 박근혜가 심화시킨 불평등과 불안정, 고통전가에 대한 항의였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 요구가 정당하며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음도 보여 줬다. 즉 운동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청계광장 집회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오늘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 약속을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노동운동이 실질적인 투쟁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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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에 메모처럼 쓴 글. 다시 보니, 흥미롭다.
다만 ‘박근혜 퇴진’ 슬로건 자체를 물신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조금 과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시나 지금이나 이 슬로건을 지지하지만 말이다. 

슬로건은 구체적 행동 목표나 당장 성취하려는 요구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중장기적 전략 목표로서 선전 차원에서 내놓거나, 분노의 표출을 상징화해 내놓을 수도 있다. 다만 전술에서 각각의 슬로건의 성격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1980년대 전반기에 ‘군사독재 타도’ 슬로건을 당장의 성취 요구 성격의 슬로건으로 여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전략 목표였고,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래서 슬로건과 관련해서는 특정한 슬로건이 어느 시점에서는 추상적(당장 성취하려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슬로건일 수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구체적 슬로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87년 6월항쟁 한복판에서 ‘독재 타도‘, ‘전두환을 몰아내자‘가 단지 선전 차원의 슬로건이기만 했을까. 이를 현실화하려고 하지 않은 부르주아 야당이나 좌파 내 계급동맹론자들이 문제 아니었을까.

또 반대로 운동의 발전이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더 급진적 구호로 가게 되기도 한다. 2008년 촛불운동 때, 운동이 계속 커지는데 이명박이 소고기 재협상은커녕 고시를 강행하려고 하자, 사기가 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퇴진이 인기 구호가 됐다. 당시는 그것이 가능해 보였다. 또한 ‘이렇게 국민이 반대하는데 강행해? 우리 말을 안 듣겠다면 네가 물러나라’ 식의 상황 전개는 운동 성장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춰, 지난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초기에 운동의 공식 요구로 ‘퇴진’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 당시의 결정적 걸림돌은 아니었다. 물론 박근혜를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필요했고, 그 점에서 ‘박근혜가 책임져라’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봤을 때, 진정한 문제는 퇴진 구호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 한 것이었다. 운동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퇴진 구호로 갈 수 있고, 초기에조차 분노의 표현과 선전 차원의 슬로건으로서 퇴진 구호가 가능했는데도, 이를 아예 금지시키려 한 것은 운동의 시작점부터 스스로 제약과 한계를 설정하고 가는 것이다. 이래서는 운동이 어느 수준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왜냐면, 미리 자기제약을 해 버리면, 운동의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어떻게 더 성장하게 할 것이냐 하는 각도에서 전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퇴진 요구는 자연스럽다. 이렇게까지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데 대통령이 물러나야 진정한 진실 규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상황 발전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인 점이 있다. 누구보다 유가족이 앞장서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하겠다, 물러나라 하고 얘기한다. 

물론 아직 구체적 목표는 아니다. 11일 집회가 고무적이었어도 아직 1만 명도 안 되는데, ‘퇴진’이 손에 잡히는 목표는 아직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운동의 리더들 다수가 이를 언급하기 꺼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도 정당성이 있다는 점, 박근혜 책임론을 강력하게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퇴진 구호를 지지한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을 현실화시킬 힘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상적 슬로건은 공허한 소리가 될 것이고, 추상적으로만 옳은 스로건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파업 성공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박근혜 퇴진 요구가 유가족들을 분열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2014.6.18)



1.진정으로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안 마련이라면, 참사의 책임자로서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하다.(이 요구 자체는 유가족만의 요구가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근원적 원인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자본주의의 현 최고위 통치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 책임의 수준이 무엇이냐가 문제일 텐데, 침몰과 관련한 책임(민영화, 규제완화, 이와 연관된 부패 등), 구조 방기와 실패에 관한 책임(예산삭감 등으로 구조역량 파괴, 컨트롤타워 실패 등), 진상규명 노력 방해(언로 통제, 집회 탄압 등), 재발방지 대안 거부(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가속화 등) 등을 볼 때, ‘적폐’의 뿌리를 대변하는 박근혜가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항의 슬로건의 두 기둥은 진상규명/책임자처벌과 박근혜 퇴진이어야 한다.)

그동안의 행태, 박근혜 세력의 본질을 볼 때, 박근혜가 정권을 계속 쥐고 있어서는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 대안 마련조차 무망하다.


2.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것은 자본주의 이윤경쟁체제가 노동계급과 평범한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더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 모두의 문제다. 

물론 유가족들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정치적 요구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애초에 정치적 견해도 다를 것이다. 정부와 우파도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의도’, ‘순수 유족’ 등의 용어를 써 가며 유가족들을 위축시키고 분열시키려 한다. 

그러므로 유가족의 분열(=위축, 정치적 대응 회피)을 이유로 박근혜 퇴진 요구를 회피하는 것은 정부와 우파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며, (일부 개량주의 세력은 ‘국민’이란 이름으로 후진적 생각에 영합하는 것) 운동의 자연스런 발전을 억눌러 도리어 우리 편을 분열시키게 된다. 


3.이는 운동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협조를 하면서도 유가족을 설득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유가족과 우호적 협력을 하는 것은 필요하고 유용하다. 다만, 운동이 노동계급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가장 강한 설득력은 운동, 특히 노동운동이 실제로 박근혜 정부를 패퇴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럴 때, 보통 사람들의 여론과 유가족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그때조차 일부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나 세력관계가 진실 규명에 유리해지면 입장을 고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책임은 물론 지방선거 패배 결과도 뒤집어 엎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지금, 운동이 더 급진적으로 가야만 동력을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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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백 일과 여야 특별법 제정

정직하지 못한 대책회의 온건파 리더들


<노동자 연대> 137호 | 발행 2014-11-10 | 입력 2014-11-08




그러나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제정된 특별법을 성과라고 과장하는 것은 겸연쩍다. 11월 1일 세월호 참사 2백 일 범국민추모대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반감을 샀다.


참사 이후, 부패와 무책임의 실상이 드러날 때마다 분노가 커져 왔다.


5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특별법 서명에 동참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충격이 얼마나 큰지, 운동의 저변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 줬다.


민영화 반대, 작업장 안전사고 등을 ‘제2의 세월호’라고 부르며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세월호 운동에 동감했다.


그러나 온건파 리더들은 특별법 투쟁을 국회에 압력 넣는 입법 청원 수준으로 제한하려 노력했다.


이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기대는 것으로 귀결됐다. 새정치연합 박영선이 7월 19일 집회에 나와 기소권은 이미 포기했다고 밝혔는데도 이를 비판하지 않고 묵인했다. 이런 태도가 운동의 김을 뺐다.


기회 유실


그러나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 문제를 주되게 국회 내 입법 협상의 과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입법을 위한 동력이란 점에서 봐도 무기력한 정치다. 세력관계에서 우리가 밀리면 있는 법도 지키지 않는 것이 지배자들이다.


진상 규명은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을 생죽음으로 몰고 가고, 구조를 외면한 이윤 경쟁 체제의 기득권 집단과 싸우는 문제다. 이들은 치부가 드러날까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그러므로 ‘원내 협상’이 아니라 조직 노동계급의 동원에 초점을 둬야 했다. 박근혜 퇴진 같은 급진적 견해들도 반영해야 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도 기회를 놓쳤다. 아마 하루 파업도 가능했을 6~7월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휴가철을 지나자(김영오 씨의 단식으로 분위기가 올랐던 8월 중순에는 금속노조가 투쟁에 기여할 기회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참가 열기도 점차 식어 버렸다.


결국 가족대책위는 ‘여야 합의가 미흡하지만, 이에 따른 입법화를 막기 힘들다’며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권의 마녀사냥과 박대, 9월 이후 동력 쇠퇴 속에서 지친 탓일 것이다.


특히 대책회의 온건파 리더들의 후퇴도 유가족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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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과 박근혜 퇴진은 한묶음 요구다



최근 <뉴스타파>는 배가 기울고 가라앉기 시작한 사고 시점이 해경과 검찰의 발표보다 한 시간가량 더 앞선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JTBC <뉴스9>도 급변침 시점을 진주관제센터가 완전히 놓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해경 등이 사고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이미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어떤 이유든 관련 국가기관들의 구조 방기가 참사(구조 실패)의 핵심일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다는 뜻) 구조는 물론이고, 이 자들은 진상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경 등이 이미 선박의 복원력 상실 대처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에 더해 관리당국이 불법 과적과 무리한 출항 등을 눈감아 준 결과로 말이다.


이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 체제의 야만적인 실상을 폭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있었든 없었든 체제의 우선순위가 잉태한 국가기관들의 구조적 무책임과 무능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순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들은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공범들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참사의 공범들에게 맡길 수 없다. 


특별법으로 수사권을 위임받은 민간기구가 진상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안)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서명은 시작한 지 2주 만에 1백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된 정책들을 강행하겠다는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천 번 만 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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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참사의 주요 책임자다

박근혜 퇴진 요구 정당하다




박근혜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진짜 자기 책임은 모두 떠넘겼다.


박근혜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실패”라며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구조ㆍ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 조직 ‘해체’는 부분적으로 박근혜가 이미 한 일이었다. 올해 초 정부의 예산 삭감 지시로 ‘인명 구조, 수난구호명령, 선박 좌초ㆍ전복 대처’를 담당하던 지방 해양경찰청들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역대 최초로 재난관리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도 박근혜 정부다. 올해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절반에서 방화두건 등 소방관 개인안전장비 예산을 줄였다. 중앙정부는 국비 지원을 회피했다.


박근혜는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박의 과적과 화물 결박 현장 점검을 문서 제출로 하게 해 감독 기능을 없앤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선장의 선박 안전관리 보고 의무도 없앴다.


박근혜는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 …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익 추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들을 “쳐부술 원수”라며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한 것이 바로 박근혜다. 바로 이 때문에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시행령이 유보된 사이에 전남 장성 요양병원의 참사가 일어났다.


박근혜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보상을 회피한 삼성을 감싸며,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공약을 저버렸다. 독재 장물이자 유산으로 물려받은 정수장학회, 영남대재단 등에서 돈벌이를 위해 노조 탄압을 일삼아 온 것도 바로 박근혜다.


항의운동과 작업장 투쟁의 연결


결국 한국 자본주의의 최고위 통치자로서, 친기업 규제 완화의 주범으로서 박근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대상자다. 박근혜 정부는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걸림돌일 뿐이다.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조차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고)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회에 찾아온 유가족들을 피해 숨기까지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요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러니 민간기구가 수사권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주요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정권 퇴진 요구에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운동의 전진에 장애가 돼 왔다. 


그렇다고 ‘거국 내각 구성’이나 ‘대한민국 안전사고 노동자 조사위원회를 만들자’는 식으로 첨예한 쟁점을 피해 가는 것도 무기력해 보인다. 


박근혜가 유병언 일가를 속죄양 삼아 책임론을 피해 빠져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실소유주 처벌’을 강조하는 것도 실속 없긴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박근혜에게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참사 항의 투쟁을 자극제 삼아 자신들 고유의 투쟁들(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반대, 작업장 안전 확보 등)을 연결시킨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KBS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신자유주의적 개조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오히려 반노동ㆍ친기업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과 제도들, 인물들이야말로 참사를 재앙으로 만든 원흉인데도 말이다.


박근혜의 정책 기조는 이렇다.


첫째, 국가기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ㆍ공공부문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부문 ‘정상화’가 국가 개조 방향이라고 못 박았다.


이 계획들에 담긴 온갖 민영화, 규제 완화 등의 친기업 정책들이야말로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 낸 주요 요인들이다. 의료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도 굳건히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 노동자들에 대한 칼날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국민담화 다음날 공무원연금을 20퍼센트나 깎는 개악안을 내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둘째, 박근혜는 관료직 자체에 더 많은 전문경영인과 친기업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이것이 박근혜가 ‘민관유착’(정경유착) 근절 대안으로 공직 개방을 하겠다는 것의 본뜻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대체로 기업)에서 공직으로 영입됐다가 본래 자기 기업으로 돌아가는 것(회전문 인사)을 누가 막겠는가. 이 ‘신형 관피아’야말로 정경유착의 합법화다. 이런 제도는 국가 운영에 친기업 원리를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 아래서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가 장관으로 임명돼 삼성 특혜 시비가 있었는데, 이런 인사를 국장, 과장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분명해지는 ‘구조 방기 의혹’



국가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가 갈수록 또렷해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사실상 잠수 구조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점점 밝혀지고 있다.


해경과 유착해 구조 작업을 독점한 언딘의 기술이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구조가 아니라 배 인양을 위해 갔으며, 해경이 지시한 첫 잠수는 침몰 다음날(4월 17일) 오전이었다’고 밝혔다.


해체 방침으로 자기 방어가 힘든 해경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언딘의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해경의 구조 방기는 다른 여러 증거들과 일치한다.


침몰 당시 45명을 구하고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한 진도 인근 어민 김현호 씨도 ‘해경이 구조 작업에 열의가 없었고 오히려 세월호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정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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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윤 시스템에 도전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국면 전환 시도, 위기를 맞다




6ㆍ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박근혜의 국면 전환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끝에 5월 29일 밤 집권당의 양보를 받아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조사 대상 기관의 장들이 조사에 나오며, 조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5월 초에도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농성으로 KBS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믿었던 안대희 카드가 실패한 뒤 군색해진 박근혜의 처지가 드러난 것이다.(집권당의 지방선거 승리 전망도 썩 밝지 않은 듯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 정국에서 탈출하려고 박근혜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해 왔다.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충격 요법을 곁들인 대국민 담화 ‘눈물 쇼’도 보여 줬다. 


언론이 만들어 준 청빈ㆍ강직 이미지의 안대희를 총리 후보에 내정했다. 국정원장 남재준과 청와대 안보실장 김장수도 물러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유병언 일가”라며 속죄양 삼기도 하고 있다.(물론 이들은 죄 없는 속죄양이 아니다.)


박근혜는 예민해진 노동계급 사람들의 분노를 이런 조처들로 피해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저항에 대해서는 칼을 세웠다. 


경찰을 이용한 탄압을 부쩍 강화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연행했다. 참사 항의 교사 선언에 징계의 칼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다가 들켰다. ‘바다 경찰 해체’라더니 육지 경찰은 더 바빠졌다.


이런 대응은 예상됐던 것이다. 애초에 자본주의의 “적폐”가 쌓이고 쌓인 끝에 일어난 사고인 만큼 기업주들의 대변자 박근혜가 무엇을 해결할 수는 없다. 


박근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역이용해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까 하며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국면에서 반동의 추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나 부패였다. ‘관피아 척결에 앞장서겠다’던 안대희 본인이 전관예우(‘법피아’)의 ‘국가대표’였던 것이다.


안대희는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해 1년도 안 되어 수임료를 최대 27억 원이나 챙겼다. 개업 두 달 만에 십수억 원짜리 롯데캐슬을 산 것도 의심스러운데, 이마저도 탈세를 노리고 구입가를 축소 신고했다.


안대희는 2003년 차떼기 수사 때, ‘미래 권력’인 박근혜를 무혐의 처리했었다. 대가성이 명백했는데도 말이다. 박근혜가 안대희를 보은성 중용한 것 자체가 부패다.


결국 안대희는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 1호’가 됐다! 바로 이런 일이 두려워 ‘지방선거 전 내각 총사퇴’ 카드를 쓰지 못하고 총리만 교체했던 박근혜로서는 타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탄압을 강화했는데도 저항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KBS 두 노조가 어용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열기도 세고 지지도 높다. 민주노총은 6월 총궐기 시위를 예고했고, 약 1백30명의 교사들이 ‘박근혜 퇴진’ 선언을 했다.


이런 때야말로 친자본주의적 반동에 맞서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외치며 싸워 왔던 조직노동자들이 제 힘을 발휘할 때다.


KBS 노조들처럼 세월호 참사와 각 작업장의 고유한 쟁점들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투쟁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정부와 기업주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다.


※ <노동자연대> 127호에 실림.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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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매도와 ‘순수 유족’론

저들이 두려워하는 계급적 분노와 박근혜 책임론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이 자는 과거 국내 정치에 관련한 정보를 미국 CIA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는 자다)은 “순수 유족” 운운하며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농성을 매도했다. 가짜 유족 쇼를 했던 정권이 가증스럽게도 ‘순수 유족’을 운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체제의 우선순위가 노동계급 사람들과 그 자녀들을 대거 희생시킨 사건이다. 


그래서 계급적 공분이 크다. 이번 참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비정치적으로 여겨졌던 안전 문제가 계급과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우파의 협박은 계급적 각성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분노한 노동계급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면, 그것은 매우 ‘정치적’일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는 대정부 분노가 커지는 것도 시위 운동이 커지는 것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적반하장격 협박을 통해서 분노한 사람들을 이간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 책임론은 단지 대통령이어서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의 원인 중에 이 정부도 포함된다.


박근혜야말로 (안전, 건강, 환경 등에 관한) 기업 규제를 “쳐부술 적”, “암 덩어리”라며 ‘규제 완화를 위해 전쟁을 치르자’고 ‘정치 선동’을 해 왔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최초로 재난관리 예산을 줄이고 있다. 화물결박 점검 완화도 박근혜가 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것이 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이 시스템의 현재 최고위 통치자인 박근혜를 향해 (퇴진이든 무엇이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이 경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두 죄인’이라는 식의 추모에 머물고 만다면 진정한 악을 제거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집회에서 정치적 구호와 주장이 나오면 ‘역풍’이 분다는 수세적 태도도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세월호 참사를 이루는 선박 전복과 구조 방기의 원인들이 모두 정치적인 문제들이고, 더구나 사회 시스템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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