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올해 2월 13일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돼 폭발이 일어난 사고가 있었다.


빙그레는 암모니아 탱크에서 가스가 새는 걸 알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사고 후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요원들이 출동했지만, 화학물질 분석 차량이 없어 5시간이 넘게 가스 누출이 방치됐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한 명이 죽고 노동자 여러 명이 다쳤다. 가스 누출로 공장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화학 사고가 최근 대형사고의 60퍼센트를 넘는다는 게 중앙119구조본부의 발표다.


문제는 화학 사고는 작업장의 노동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첫째,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안전한 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이다.(이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재화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서 노동자들이 하는 결정적 구실(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암모니아 가스 유출과 폭발사고가 일어난 경기도 남양주 빙그레 제2공장의 사고 당시 모습.



둘째, 세월호 참사와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이윤을 위해 사고를 은폐하고, 안전 장비에 대한 투자에는 국가와 기업 모두 인색하기 짝이 없다. 


(안전보다 돈 벌이와 군사력 경쟁이 우선인 사례의 으뜸은 핵발전소다. 부산 기장군의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의 수명 연장 결정으로 계속 가동되고 있다. 고장이 잦고, 최근 불량부품 사용 비리들이 적발됐는데도 ‘원자력 르네상스’ 돈벌이를 위해서 낡은 핵발전소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1년 전 충남 태안 속칭 해병대 캠프에 입소했다가 사망한 학생들 사건. 무자격 교관들이 안전 조치도 없이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주다가 파도에 휩쓸려 다섯 명이 죽었다. 관심에서 멀어지니 진실은 다시 은폐되고 책임자들은 책임의 굴레서 빠져나간다. 장례식이 끝나자 정부는 말을 뒤집고 진상규명과 보상 모두 발뺌을 하고 있다. 

사고 업체는 변칙을 써서 다시 영업을 한다. 그 사이에 군사훈련에 학생들을 몰아넣게 한 경쟁교육 시스템, 이런 군사훈련을 부추긴 교육관료들과 이들과 유착해 돈 벌던 업자들은 모두 오늘도 안녕하시다!)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봐도 그렇다. 이 분야에도 국가 소속이 아닌 민간 응급차들이 들어와 있다. 이 중 9년을 넘은 노후 차량이 28퍼센트나 된다. 영세 민간업자들이라 응급환자 이송에 필수인 응급 구조사나 약품과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응급 의료장비가 없는 응급차를 응급 운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는 빨리 오는 콜택시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 때문에 그나마라도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민간 구급차의 사용연한을 9년으로 제한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가 막아 좌절시켰다. 기업의 영업 노력에 방해되는 규제 강화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직접적인 작업장 안전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한국의 노동자들은 4~5시간마다 한 명씩 죽는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맡기는 것이다. 


(조선소, 건설, 택배·퀵서비스 등 작업과정의 위험만이 아니라 실적 부담과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이 주는 신체적 위험성이 중요한 사상 원인인 것이다.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일터’인 것이다. 자본의 회전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이윤 전투’의 희생자들이다.) 


(이러고도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반면, 산재사망률은 최상위다. 이것은 기업들이 죽지 않은 사고는 은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등 산재 다발 기업들이 그렇게 작업장 사고를 은폐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이 지난 5년간 각각 5백억 원이 넘는다.)


박근혜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은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 이슈는 이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돼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또한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 투자’ 같은 것은 자본가들의 안중에 없다는 걸 보여 준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열어놓은 지옥문이 곳곳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있다.)


위험이 구조화되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오로지 부와 권력에만 관심 있는 자들에게서 노동 대중을 위한 진정한 안전 대안을 기대할 순 없다. (대안 구축은 물론 진상규명조차 저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다.)




<노동자 연대> 130호(발행 2014-07-14 | 입력 2014-07-12)에 실린 글에 분량상 포함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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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과 박근혜 퇴진은 한묶음 요구다



최근 <뉴스타파>는 배가 기울고 가라앉기 시작한 사고 시점이 해경과 검찰의 발표보다 한 시간가량 더 앞선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JTBC <뉴스9>도 급변침 시점을 진주관제센터가 완전히 놓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한편, 해경 등이 사고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이미 삭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어떤 이유든 관련 국가기관들의 구조 방기가 참사(구조 실패)의 핵심일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었다는 뜻) 구조는 물론이고, 이 자들은 진상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경 등이 이미 선박의 복원력 상실 대처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완화에 더해 관리당국이 불법 과적과 무리한 출항 등을 눈감아 준 결과로 말이다.


이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 체제의 야만적인 실상을 폭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있었든 없었든 체제의 우선순위가 잉태한 국가기관들의 구조적 무책임과 무능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순 없다.


따라서 국가기관들은 모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공범들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참사의 공범들에게 맡길 수 없다. 


특별법으로 수사권을 위임받은 민간기구가 진상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안)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서명은 시작한 지 2주 만에 1백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된 정책들을 강행하겠다는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천 번 만 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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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에 이어 진상규명 책임도 방기하는 냉혹한 통치자들




사고 예방 안전 조처를 방기하고 구조도 방기해 애꿎은 목숨 수백여 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제 국가는 진상규명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은 지난 두 달여 동안 세월호 참사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윤 경쟁을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이 어떻게 부패와 특권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지, 이 고리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위험으로 내모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경쟁 체제와 그 체제의 수혜자들이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 물론 체제가 만들어 낸 필연적 사고이기도 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1년에 2천여 명이 죽는 산업재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될 수 있었고, 또 1년에 청소년 수백 명을 자살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이름도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체제의 수호자들이 통치의 정당성을 해칠 진상 규명에 진심으로 협조할 리 없다. 부패에 물든 주류 정치인들은 체제와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기업주나 국가관료들(‘관피아’) 못지 않게 두려워한다.


치부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끝에 6월 2일 출범한 국정조사특위가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임시 반상회를 열고 생중계 체포 쇼까지 벌이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어떻게든 유병언 일가의 탐욕 문제로 한정하려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질까 봐 어떻게든 실체적 진실 파헤치기를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만 피해가려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있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예산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소방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에 징계 협박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그 수혜자ㆍ수호자들이 우리를 계속 지배하는 한 노동계급에게 세월호 참사는 계속해서 진행형이다.



※ <노동자 연대>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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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배의 흔적을 지우려는 박근혜의 도발




박근혜가 지방선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박근혜는 지배계급의 정치ㆍ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여권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무시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박근혜는 6월 10일 의료민영화 조처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이 아니라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척 시늉하기도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효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지속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계획도 같은 날 발표했다.


역시 같은 날 철도공사는 민영화 반대 파업과 1인 승무 저지 투쟁 등을 이유로 1백95명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철도 민영화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러 청와대 앞으로 가려던 행진을 원천 봉쇄하더니 결국 69명을 연행했다. 일부에겐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11일에는 경남 밀양에서 고압 송전탑 공사 강행을 위해 경찰 폭력을 휘둘렀다. 대부분 70대인 어르신들, 수녀 등 신체적 약자들 수십 명을 끌어내려고 남성 경찰 2천여 명을 동원했다.


이런 조처들을 상징적으로 모아서 보여 준 것은 극우 논객을 국무총리 후보에, 공작정치 전문가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지명한 일이었다. 연이어 발표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개편에서는 강경 신자유주의자들과 공안검사 출신이 중용됐다.


그러나 박근혜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


민영화, 규제 완화, 저질 일자리 확대, 복지 삭감, 노동운동 탄압 등은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다. 그것이 경제 위기 속에서 우파 지배자들이 똘똘 뭉쳐 박근혜를 지지ㆍ지원한 이유다.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가 언제 한국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의 조급함은 더 커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약화도 미국 중심의 정치·경제·군사 질서 속에서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 왔던 한국 지배자들에게 당황스런 상황이다.)


최근 김용판(국가기관 대선 개입) 무죄 판결이나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직 박탈 대법원 판결은 이런(위기감에 따른 조급함과 신경질적 여론 단속) 지배계급의 정서가 부분적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 박탈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일영)가 6월 12일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2011년 11월 새누리당이 한미FTA 국회 비준을 폭력적으로 통과시키려 할 때 국회의장석에 최루탄을 터뜨린 일이 유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기업주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를 제약하는 친기업ㆍ반노동 협약이다. 그것은 농촌 구조조정도 획책한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진보정당의 의원이 한미FTA를 막겠다고 행동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상징적 퍼포먼스 수준의 행동이었다.


살인ㆍ폭력 진압이라면 뒤지지 않는 이 나라 통치자들이 이 정도를 두고 ‘무법천지’ 운운하며 의원직을 박탈한 것은 가증스럽고 짜증나는 일이다.


KBS 파업 승리


그런데 이런 고통전가 드라이브가 여태 본격 시동을 걸지 못한 것은 조직된 노동운동이 버티며 저항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기업 규제 완화를 말하면서 한 말, ‘쳐부술 원수’는 본질적으로 조직노동운동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근혜의 공세는 선거를 의식해 미뤄 오거나 저항 때문에 지연돼 온 우파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제는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선거 승리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박근혜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같은 노동계급 전반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쟁점에서는 노골적으로 우파적으로 나오질 못한다.


선거 다음 날 의결된 KBS 이사회의 길환영 해임제청안에 박근혜는 군소리 없이 서명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요구를 말로는 수용한 상태다.


KBS 파업 승리는 벌써 효과를 냈다. 은 11일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의 과거 교회 강연을 특종 보도했다. 밀양 진압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현상들은 (공세로 가려는) 박근혜의 앞길에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난관이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아래로부터의 도전이 거세지면, 집권당 내분이 조기에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문창극 망언 보도 이후, 각계 여론은 물론 집권당 안에서도 총리 후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선원 재판이 시작된 것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노동운동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저항에 앞장서자


보건의료, 철도, 공공부문 노조들이 박근혜의 신자유주의 공격에 맞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금속노조도 통상임금 등으로 임단투를 준비하고 있다. 새물결인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방송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주 동력도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작업장 투쟁들과 세월호 참사 항의가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경제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노동자들과 싸워야 하므로 박근혜는 강성 우파, 신자유주의, 친박 등의 세박자 코드 인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박근혜와 맞서는 데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세력은 역시 조직 노동자들이다. 노동운동 스스로 자신의 힘을 총동원해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맞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1996년 김영삼 정부처럼 노동계급 전반을 동시에 공격하다가는 일반화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때처럼 지배계급이 대처 방법을 놓고 분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제대로 저항 태세를 갖춘다면, 박근혜는 칼자루를 쥔 게 아니라, 칼날 위에 선 처지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통치자들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끌어올린 지금, 노동운동은 노동계급 고유의 (즉, 착취에 저항하는) 방법을 사용해 싸워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우선순위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계급 고유의 경제적 힘을 발휘하는 투쟁(파업)을 벌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계급 문제도 적극 항의해야 한다. 6월 말 총궐기가 하루 행동에 그치지 않고 노동계급의 파업에 기반한 투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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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윤 시스템에 도전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국면 전환 시도, 위기를 맞다




6ㆍ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박근혜의 국면 전환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끝에 5월 29일 밤 집권당의 양보를 받아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조사 대상 기관의 장들이 조사에 나오며, 조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5월 초에도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농성으로 KBS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믿었던 안대희 카드가 실패한 뒤 군색해진 박근혜의 처지가 드러난 것이다.(집권당의 지방선거 승리 전망도 썩 밝지 않은 듯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 정국에서 탈출하려고 박근혜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해 왔다.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충격 요법을 곁들인 대국민 담화 ‘눈물 쇼’도 보여 줬다. 


언론이 만들어 준 청빈ㆍ강직 이미지의 안대희를 총리 후보에 내정했다. 국정원장 남재준과 청와대 안보실장 김장수도 물러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유병언 일가”라며 속죄양 삼기도 하고 있다.(물론 이들은 죄 없는 속죄양이 아니다.)


박근혜는 예민해진 노동계급 사람들의 분노를 이런 조처들로 피해가려 한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저항에 대해서는 칼을 세웠다. 


경찰을 이용한 탄압을 부쩍 강화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연행했다. 참사 항의 교사 선언에 징계의 칼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다가 들켰다. ‘바다 경찰 해체’라더니 육지 경찰은 더 바빠졌다.


이런 대응은 예상됐던 것이다. 애초에 자본주의의 “적폐”가 쌓이고 쌓인 끝에 일어난 사고인 만큼 기업주들의 대변자 박근혜가 무엇을 해결할 수는 없다. 


박근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역이용해 의료와 철도 등의 민영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까 하며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국면에서 반동의 추진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나 부패였다. ‘관피아 척결에 앞장서겠다’던 안대희 본인이 전관예우(‘법피아’)의 ‘국가대표’였던 것이다.


안대희는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해 1년도 안 되어 수임료를 최대 27억 원이나 챙겼다. 개업 두 달 만에 십수억 원짜리 롯데캐슬을 산 것도 의심스러운데, 이마저도 탈세를 노리고 구입가를 축소 신고했다.


안대희는 2003년 차떼기 수사 때, ‘미래 권력’인 박근혜를 무혐의 처리했었다. 대가성이 명백했는데도 말이다. 박근혜가 안대희를 보은성 중용한 것 자체가 부패다.


결국 안대희는 박근혜 정부의 ‘관피아 척결 1호’가 됐다! 바로 이런 일이 두려워 ‘지방선거 전 내각 총사퇴’ 카드를 쓰지 못하고 총리만 교체했던 박근혜로서는 타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탄압을 강화했는데도 저항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KBS 두 노조가 어용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열기도 세고 지지도 높다. 민주노총은 6월 총궐기 시위를 예고했고, 약 1백30명의 교사들이 ‘박근혜 퇴진’ 선언을 했다.


이런 때야말로 친자본주의적 반동에 맞서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외치며 싸워 왔던 조직노동자들이 제 힘을 발휘할 때다.


KBS 노조들처럼 세월호 참사와 각 작업장의 고유한 쟁점들을 서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투쟁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정부와 기업주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다.


※ <노동자연대> 127호에 실림.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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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세월호 참사를 역이용해 

민영화, 규제 완화, 노동조건 후퇴 추진하려 한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는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따른 계급 차별 문제가 있다.

이윤지상주의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명을 내팽개친 것이다.

그래서 한국 자본주의의 최상위 통치자로서 박근혜는 책임전가로 일관해 왔다. 오히려 ‘이번 사고로 소비심리가 위축돼선 안 된다’며 기업주들 돈벌이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박근혜가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마음에도 없는 눈물을 짜냈다. ‘국민 검사’로 불리던 안대희를 새 국무총리로 임명하고, 국정원장 남재준 등을 교체하기로 했다.

계급적 분노가 정권 책임론으로 번져 대중적 저항으로 발전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뒤로는 경찰 탄압도 늘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연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시신을 탈취하고 지도부를 구속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교사선언에 징계의 칼을 들이대고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다가 들켰다. 해경은 해체한다더니 육지경찰은 더 바빠만졌다.

박근혜가 밝힌 “국가 개조”도 기만이다. 국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연금 삭감 등 애먼 하위직 공무원을 때려잡으려 한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 노동조건 후퇴 등을 알맹이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부문 ‘정상화’도 가속화하겠다고 한다. 이런 친기업 정책들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인데도 말이다.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규제한다는 것도 조삼모사다. 박근혜는 대신 관료직 자체에 더 많은 ‘민간’(사실상 기업 경영자들이나 친기업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정경유착을 합법으로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국가 개조는 사실상 신자유주의적 개조(구조조정)다. 이것은 우리 삶을 위협하는 이윤지상주의를 국가 전반에서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자를 그대로 두고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운운할 수 있겠는가!) 

새 총리 내정자 안대희는 2003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수사 때 유독 박근혜만 무죄로 풀어 준 전력이 있다. 관피아 척결한다는 내각 개편에 법피아 전관예우로 특혜 받아 온 인물을 앞세운 것이야말로 국민 우롱이다.

대국민 담화 이후 국면을 전환하고 위기에서 빠져나가려는 박근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이미 박근혜 퇴진 투쟁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 정부를 더 깊은 정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힘을 동원해야 할 때다.

 



속죄양 만들고 국면 전환?

그러나 박근혜에게 커다란 책임이 있다

 

박근혜는 말로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진짜 책임은 철저히 외면했다.

박근혜는 “해경의 구조업무가 실패”라며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의 구조 업무는 박근혜가 ‘해체’했다. 올해 초 정부의 예산 삭감 지시로 각 지방 해양경찰청의 수색구조계가 없어졌다. 이 부서는 ‘인명 구조, 수난구호명령, 선박 좌초·전복 대처’ 등을 맡고 있었다. 현 정부야말로 역대 최초로 재난관리 예산을 줄여 왔다.

박근혜는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박의 과적과 화물 결박 현장 점검을 문서 제출로 하게 해 감독 기능을 없앤 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다. 선장의 선박 안전관리 보고 의무도 없앴다.

박근혜는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 …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익 추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들을 “쳐부술 원수”라며 ‘전쟁을 벌이자’고 선동한 것은 바로 박근혜다.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을 회피한 삼성을 감싸며,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공약을 저버린 것도 박근혜다. 독재 통치의 유산으로 차지한 정수장학회, 영남대재단 등에서 사익을 위해 노조 탄압을 일삼아 온 것도 바로 박근혜다.

 

기업 이윤도 분노의 대상이 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이윤지상주의 시스템이 정당하냐라는 사회적 물음이 제기됐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이윤을 우선해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던진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는 그동안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을 외쳐 온 노동자투쟁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보여 줬다.

노동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 작업장 안전 등은 모두 이윤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문제들이며,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노동자들은 이런 투쟁에서 승리했을 때 진정으로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예컨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민영화를 막아내고 일자리를 지켰을 때 공공서비스를 방어할 수 있고, 화물 노동자들은 적정 운송료를 보장받을 때 과적, 과속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러려면, 거리 시위에 참가해 항의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윤 우선 정책을 후퇴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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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이 잠재적으로 지닌 사회적 유대와 협력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자본가들은 시간과 돈의 낭비로 여긴다. 자신들의 이윤 동기가 잘만 실현된다면 그런 것들은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 수익을 늘리려 한다. 당장의 저비용으로 이윤을 얻으려던 동기 때문에 광우병이나 기후변화 같은 재앙들이 생겨났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이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들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맞지만 말이다. 


1년에 한 번 대형 사고가 날 확률이 있다고 했을 때, 자본가들은 그 하루를 대비해 나머지 364일 동안 안전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정기 훈련을 반복하는 것을 쓸모없는 짓으로 여긴다. 


이런 돈을 줄이면서 정부와 기업은 그것을 ‘비용 절감’과 ‘합리화’라고 부른다.


이제 기업들은 안전 업무를 별도로 떼어 내어 국가에 맡기거나, 별도의 업체를 만들어서 안전 업무를 외주화한다. 그럼으로써 기존 기업들은 ‘사고 없는 364일’에 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이제 각 기업마다 365분의 1일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이 새로운 시장이 된다. 과거 정유회사들이 연합해 기름유출 사고에 대비한 방제 회사를 세운 것이 그런 사례다.


정부도 민영화(와 외주화)를 촉진한다. 이번에 드러난 선박 안전 관리와 구조작업의 민영화가 딱 그 사례다. 민영화는 재정 적자를 만회하려는 수단이기도 하고, 특혜를 받는 일부 대기업과 국가가 유착하는 부패 문제이기도 하다.


부패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드러나지 않는 효과도 있다. 국가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언딘이 구조 책임에 대한 비난을 나눠 가졌듯이 말이다. 


지금 정당성 위기를 겪는 박근혜 정부의 처지를 보면, 국가 책임의 ‘분산’이 통치자들에게는 꽤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자본가들은 원활한 이윤 획득을 보장해 줄 경비성 지출(진정한 낭비)은 낭비로 보지 않는다.


거대 비자금을 형성해서 고위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기업주들이 나누는 것은 그들에게 낭비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붙박이장 같은 ‘부패한 정경유착’은, 국가자본주의 시대에도, 신자유주의 민영화 시대에도 형태만 바꿔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 원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회가 대중의 민주적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 극도로 비민주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노조를 허용하고 교섭해서 임금을 올려주는 데 써도 충분한 돈을 삼성이 노조 설립을 막는 데 쓰는 것도 낭비가 아니다. 


(그들에겐) 돈 없다고 8천여 명을 일시에 쫓아낸 KT가 소모적인 광고·마케팅 비용으로 수조 원씩 쓰는 것도 낭비가 아니다. 


기업 간 경쟁의 규모와 범위가 해외로 확장돼 국가 간 경쟁으로 발전하고 온갖 살상무기, 핵발전 같은 야만적인 지출을 해도 지배자들에겐 결코 낭비가 아니다.


생지옥이 바다에서 펼쳐졌지만, 지옥문은 육지에서 열려 바다로 이어지고 있었다.


※<노동자 연대> 126호 게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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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첫날 이미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 ‘강남 (부촌의) 아이들이었다면 이렇게 하겠냐’며 분통 가득한 하소연이 나왔다.


그토록 수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한 달을 보내며 분노한 것도 이 사건에 대한 계급 본능적 직관 때문이었다. (좌절감, 모욕감, 원통함, 분노 같은 모든 감정들)


박근혜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계급 본능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에 도움 안 되는 사회 분열’을 각별히 강조한 까닭이다.


경쟁자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이윤을 얻어야 하는 기업주들은 다수의 안전을 위한 비용과 노력을 아까워한다. 기업들과 우선순위를 공유하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돈 안 되는’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애시당초 관심과 의지가 없었다. 


그들은 달리 가진 것 없어 자녀가 유일한 ‘재산’이고 삶의 낙인 노동계급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도 없었다.


진실


사건 초기에 해경 관리는 사고 해역의 물살이 세서 해경 구조요원들의 희생이 우려돼 잠수부대 투입을 못했다고 했다. 


‘양성 비용이 (적어도) 수천만 원 들어간 구조요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이 승객들이 값어치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국가 관료들과 기업주들 그 누구도 ‘그렇다’ 하고 명령하지 않았다.


이것이 노동계급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무슨 거대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물어야 할 정도인, 진실의 알맹이다.


이런 우선순위 문제는 다른 자본주의 나라의 재난 사고에서도 거듭 드러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허리케인 카트리나, 런던 패딩턴역 열차 사고 등등등등)



※ <노동자 연대> 126호 게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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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윤 경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재연될 수 밖에 없다 

-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5월 9일 새벽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 주저앉았다.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진상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고도 싶었다.


그러나 ‘부모를 흉탄에 잃은 사람으로서 가족의 아픔을 이해한다’던 박근혜가 하소연하러 온 유가족들에게 들이댄 것은 따뜻한 위로와 환대가 아니라 방패 든 경찰 1천여 명과 경찰 차벽이었다. 


‘무능한 엄마ㆍ아빠여서 미안하다’며 땡볕을 가릴 천막도 양산도 마다하고 길바닥에서 면담 요청 결과만 기다린 유가족들에게 박근혜는 물 한 모금, 방석 하나 주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각에 박근혜는 각료들을 모아 놓고 민생대책회의라는 것을 열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서민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은 국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유가족과 서민 대중(민중)을 이간시키려 한 말들이다. 또한 ‘많은 아이들 목숨보다 기업주들의 돈벌이가 더 중요하다’고도 선언한 것이다. 


이 말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의 비통한 심장에 가시를 박아넣었다. 이 가시는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빼낸 기업주들의 손톱 밑 가시였을 것이다.


박근혜의 발언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 국가의 우선순위는 기업 이윤에 있지, 평범한 다수의 생명과 안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을 위한 맹목적 돌진 과정에서 국가와 자본의 탐욕ㆍ부패ㆍ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노동계급의 자녀들, 승객과 일부 선원들을 직접ㆍ간접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는 작업 중에 다친 노동자에게 들어갈 산업재해 보험료를 아끼려고 119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든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사고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은폐 범죄와 다르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진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수백만 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간 나오토 일본 정부의 범죄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의 발언은 이윤 지상주의에 대한 지배자들의 강박적 집착을 보여 준다.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는 박근혜의 발언은 가증스럽게도 국가 불신 정서를 역이용해 공무원과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분노


청와대 앞 농성이 정권책임론을 더 자극할까 봐, 박근혜 정부는 KBS 사장의 사과를 지시하는 양보 제스처도 취했다. 


그리고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와 일부 선원들을 살인죄로 기소해 속죄양 삼고 있다.(물론 모든 속죄양이 죄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진정이 안 될 것이므로 해경에서도 속죄양이 일부 나올 것이다.


이런 일들은 참사 전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과 달리 이 정권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5월 10일 안산과 서울 등지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합쳐서 3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5월 17일 서울 집회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는 5월 14일, 쌍용차 대한문 농성 시위자들에게 불법 시위 3진아웃제를 적용하겠다고 협박했다. 명백히 참사 항의 시위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등의 민영화 반대, 작업장 안전, 핵발전 중단,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의 의제들은 하나같이 이윤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문제들이다.


자본의 이윤 동기에 제동을 걸 능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법을 사용하며 저항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다. 노동계급은 자신의 의제들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 <노동자연대> 126호 게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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