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자 우파 진영은 이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잃었던 정국 주도권과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되찾으려고 나서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를 빌미로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을 조장하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 영리병원 확대 등을 강행하려 한다. 언론 파업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수원 여성 살해 사건을 빌미로 범죄 공포를 부추기며 법 질서 강화 등 우파 의제를 강화하려고도 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파는 무상급식을 막으려다 서울시장 자리를 잃었고, 이명박은 공정사회를 위한 ‘재벌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말해야 했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도 복지국가를 내세워야 했고, 새누리당은 어울리지도 않는 ‘경제민주화’를 정강에 넣어야 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는 보수 논객 전원책에게 “보수의 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렸던 집권당이 오히려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만큼 우파는 그동안의 수모를 되갚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 총선 개표 방송에서 전국을 뒤덮는 붉은 물결을 보면서 의회에서의 세력관계 뿐아니라 실제 사회 세력 관계도 우파들이 압도하는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파들은 첫째,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말로나마 ‘좌클릭’했던 민주통합당을 흔들어서 내부 분열과 우경화를 압박하고 있고, 둘째,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로 마녀사냥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이 두 공격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이런 의제들을 내놓고 투쟁을 모아나가는 구실을 해야 한다. 지금도 언론 파업, KTX 민영화 반대 등 가장 선두에서 反우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집단이 민주노총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로켓 발사 직후 통합진보당이 ‘북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논평을 내자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 통합진보당과 손잡은 민주통합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하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통합진보당을 ‘종북’ 좌파로 공격하면서 동시에 민주통합당의 우클릭을 압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평’화와 복지’ 대신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적 의제를 다시 사회에 강요하려 한다.


사실 우파 결집과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 덕분에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전국적 득표수에서 새누리당이 앞선 것은 아니다. 실제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경화된 것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파는 선거 결과를 과장해 계급세력 균형의 반동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우파의 공세에 뒤로 물러선다면 기성 정당들이 모두 ‘좌클릭’에 나설 정도로 진보진영에게 유리했던 정치 지형이 후퇴할 수도 있다. 이것은 피억압 대중의 사기와 투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시도를 저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주통합당은 ‘엑스맨’ 구실을 하며 우파들의 공세에 굴종하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중도층 유권자에게 안보 문제 등에서 불안감을 준 탓이라며 이를 부추겼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의 주요 인사들은 과거 민혁당 사건에 연루된 종북좌파’라며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행위 규탄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친제국주의 정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다. ‘엑스맨’ 김진표는 16일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문재인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감 있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선거가 끝나자 청와대 불법 사찰 건에서도 한마디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제주 해군기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떠들더니 KTX 민영화나 영리병원 확대 저지에도 열의가 없다. 


진짜 문제는 통합진보당 등이 우파의 공세에 단호히 맞서면서, 우파에 굴종하는 민주통합당을 비판하며 독자적 투쟁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다.


책임 전가


이런 태도에는 일부 자유주의 언론의 선거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새누리당에게 밀린 것은 중도층을 박근혜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파의 공세에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는 ‘박근혜는 중도층을 끌어들여 승리한 반면, 야권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에서 너무 과격한 입장을 취한 게 문제였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김용민 막말’ 책임론, ‘해적기지 발언’ 책임론 등 온갖 적반하장식 책임전가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겨레21>는 “유권자들에게 쇄신하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현 정부와 전면적인 결별을 통해 전쟁으로 가지 않고 조화시킨 것”(경희대 교수 김민전)이 박근혜가 중도층을 끌어들인 “훌륭함”이었다고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박근혜의 이런 기만적이고 어정쩡한 비MB 차별화는 그의 정치 수완을 보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곤란한 처지를 보여 준다. 지금 박근혜는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이명박과 차별화도 해야 하지만, 또 우파 결집을 위해 이명박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모순에 처해 있다.


사실 박근혜가 중도층 유권자를 흡수했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에서도 맞지 않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는 642만여 표였다.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의 정당 득표를 더하면,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85만 표였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9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981만 표다. 충청권 지역구 약진도 절반은 충남에서 자유선진당의 의석을 뺏어온 것이다.


그 결과, 18대 총선에선 우파 정당 당선자수가 185명이었는데, 이번엔 157명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과반 확보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집중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도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우파의 여왕인 것이다. 


<한겨레21> 기사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30퍼센트 미만이고, 정권심판론,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그 두배”였다.


결국, “부동층의 4분의 3 가량이 야권 성향인데 이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서강대 서복경 교수)은 민주통합당의 약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진보적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새누리당과 뭐가 다른지 신뢰를 주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에서 사람들이 진정성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진짜 문제다. (그래서 반MB 성향의 30대에서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조사도 나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도 불분명한 중도층을 확보하려 ‘우클릭’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을 추수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중도화 전략은 오히려 우파적 의제를 강화해 우파의 주도권 회복에 이용될 뿐이다.


박근혜당의 불안정한 승리는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에 잠재적 갈등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해 놨다.


진보적 의제로 계속 저들을 압박할 때만 우파들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투쟁에서도 선거에서도 지금보다 더 유리한 기회가 조성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적 좌우 양극화와 그 속에서 통합진보당이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보다 더 성장한 것은 우파 정권 아래서 진보정치의 대안과 실천에 대한 기대감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경우에 선택적 야권공조를 하는 유연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대안과 투쟁을 중심으로 우파의 공세에 맞서야 하며, 무엇보다 언론 파업 등 각종 투쟁을 연결시켜 계급투쟁적 방식의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약간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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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선거의 특징은 새누리당과 야권연대로 표의 좌우 양극화 현상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선거와 달리 무소속 당선자가 거의 없는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새누리당이 선전한 결과 이면에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희생이 있었다. 야권연대에 참여하지 않았던 진보신당도 몰락했다. 
실제 전국 범위에서 정당비례나 지역구 득표수를 따져 보면,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표가 얼추 비슷하거나 야권연대 득표 총합이 살짝 앞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는 민주당의 말바꾸기, 진보적인 듯하나 속내는 그렇지 않은 점을 이용해 과거 민주당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되살린 것이다. 또 통합진보당을 색깔론으로 공격해 反새누리 표를 분열시키려 줄기차게 시도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의 약점이 박근혜의 술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선거판이 더러워지고, 민주당의 대안적 매력을 못 주고 노무현 향수에만 의존하는 듯하자, 진보 성향 유권자 일부의 투표 참가 의지가 약해진 듯하다. 

그렇지 않겠는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명박근혜의 당이 싫어서 투표하려는 것인데, 별다른 비전을 못 보여주니 말이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까지 몰렸을 때 거리의 한미FTA 반대운동과 통합진보당을 배제하면서 양당 구도를 복원해 주고, 양당 구도 아래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멍청한 전술을 썼다. 

정권심판론의 진정한 동력은 거리에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反우파 투쟁이었는데, 이 투쟁의 섟을 죽이니 우파의 사기만 올려줘 우파 결집을 막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민주당 관점에서 보면 자업자득이다

야권연대 덕분에 18대의 참패를 상당히 만회했는데도,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사실상 진 선거라고 보는 이유다. 

야권연대의 일부였던 통합진보당은 역대 최대 의석을 얻고 제3당으로 부상했는데, 反새누리 야권연대 지지 세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정당의 지지가 성장세에 있다는 걸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색깔론 공격을 이겨내고 말이다.
양극화 추세 속에서 야권연대에포함된 진보정당이 약진하고, 새누리당이 약진한 상황은 이전부터 유력한 구도였던 反새누리非민주 정서의 오른쪽 정서에 공백을 만들었다. 친노가 밀던 문재인의 파괴력도 단기적으로 약화했다. 민주당 보수파는 대선을 위해서 다시 우클릭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만도 하다. 이 점이 내가 선거 직후 제기한 안철수 조기 등판 가능성의 전제다. 


※ 전국과 서울 득표 비교는 선거 직후 쓴 내 글의 표를 참고하시오. (바로가기)


2. 박근혜당의 과반 확보는 중도층 흡수나 민주당 지지율을 뺏어온 결과가 아니다.  

사회 전반이 보수화해 우파 지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우파가 위기감 속에서 색깔론, 안보 위기론, 지역주의 등을 동원하며 결집한 결과다. 즉 이전 선거들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다른 우파 정당들을 잡아먹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우파 정당들의 득표 추이를 살펴 보면 드러난다. 

우파가 완전히 찌그러든 채 선거를 치렀던 17대 총선(2004)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정당 득표를 더하면, 820만여 표가 나온다. 우파가 득세했던 17대 대선(2007)에서 이명박 혼자만 1천149만 표를 얻었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642만여 표를 얻었고,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더한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85만 표였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당이 얻은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9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우파 2당의 득표 합계는 981만 표다. 

새로운 표의 확장은 전혀 없었고, 우파를 초결집한 결과인 것이다. 반대로 야권연대 두 정당들의 정당비례 합계는 997만여 표다. 지역구 득표수도 야권연대가 전국적으로 더 많다. 

이 점에서 박근혜의 승리는 지역주의 등을 자극하고, 민주당의 자체 삽질로 얻을 걸 못 얻은 결과로 생긴 불안정한 어부지리다. 

박근혜가 잘 한 것은 우파 결집+민주당 약점잡기였다. 박근혜의 비MB 차별화는 이명박에 실망해 사기저하한 우파와 보수적 대중을 다잡았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선거 승리로 이명박 책임론을 통한 이명박 제거 기회가 유보되면서, 여전히 이명박과의 단절 문제라는 아킬레스 건을 지니고 가게 됐다. 또 박근혜 개인으로나,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으로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지금 박근혜는 이명박과 차별화도 해야 하지만, 우파 결집도 유지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3. 서울을 보자. 2007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인 이명박(약 269만 표)과 이회창이 서울에서 얻은 표는 무려 330만여 표다. 

그것이 이듬해 총선에서 우파 정당들이 얻은 정당비례 득표는 203만여 표로 추락했는데, 여기에는 투표율 저하와 함께 ‘고소영’ 등으로 반감을 사기 시작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을 주무대로 벌어진 3개월 간의 촛불시위의 조짐을 보였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야당의 득표율이 더 추락해서 서울에서 의석 다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2당이 얻은 정당비례 득표도 203만여 표다. 그럼에도 의석 분포가 역전된 것은 그 반대편 정당들의 득표가 4년 전과 비교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나라당과 야권연대 후보로 표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첫 전국 선거인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은 208만 표를 얻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지상욱 표를 더하면 214만 표가 된다. 당시 두 당의 서울광역 정당비례는 195만여 표(44%)였다. 

무리한 주민투표 실패와 후보의 각종 부패 혐의로 패색이 짙던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나경원이 186만여 표를 얻었다. 참고로 16대 대선(2002)에서 이회창이 얻은 서울 표가 244만 표였다. 우파가 찌그러진 17대 총선(2004)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얻은 정당 득표는 175만 표였다. 

결국 이번 서울에서 박근혜당이 얻은 것은 나경원 선거 때 사기저하로 분산된 우파 표를 재결집해 2008년 수준으로 복원한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통합진보당은 [사전 여론조사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을 이기고 올라가거나, 민주당 탈당파와 겨뤄] 최초로 지역구 두 석을 얻었고, 서울에서 정당비례득표 48만여 표(10.56%)를 얻었다. 여기에 진보신당 정당비례를 더하면, 55만여 표(12%)가 된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 서울에서 정당비례로 175만여 표를 얻었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 서울광역 정당비례보다 4만여 표 줄어든 결과다. 

당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을 모두 더한 표가 55만 표였다. 이중 참여당 지지표가 분산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성적표는 단일 진보정당으로 출마한 17대 총선(2004)의 민주노동당이 얻은 역대 최대치 60만 표에 근접하는 수치다. 18대 총선의 민주노동당 13만여 표, 진보신당의 14만여 표와 비교하면 완연한 회복과 성장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통합진보당 지지표를 계급투표와 무관하게만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이렇게 봤을 때, 서울에서는 2010년 이후 야권연대 소속 정당과 후보가 전반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다는 특징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더 성장했다. 지역구에선 지지표 결집과 야권연대의 도움으로 지역구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4. 노동자 도시라는 울산을 보면 어떨까. [창원 성산구(옛 창원을 선거구로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는 명백히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 합계가 새누리 후보보다 높았으므로 진보정당 간의 반목과 분열 때문에 낙선한 것인데, 이를 통합진보당의 노동자성 후퇴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아전인수 해석이다.) 

특히 진보정당이 구청장과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당선 경력이 있는 울산 북구와 동구를 보자. 

이 두 곳에서 통합진보당은 애석한 패배를 했다. 그런데 이곳들은 2008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했던 곳들이므로 당시의 민주노동당 후보 득표수와 비교하면, 좀더 선명한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북구에서 2만 5천여 명, 동구에서 1만5천여 명의 투표자가 늘었다. 

동구의 이은주 후보는 늘어난 투표자를 모두 흡수했다. 북구에선 늘어난 투표자의 80%인 2만여 표를 흡수했다. 이것은 야권연대의 효과이기도 할 테고, 계급투표의 성장이기도 할 것이다. 

아쉽게도 북구에선 늘어난 약 5천 표가 양당 구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가는 바람에 석패했고, 동구에선 새누리당 표가 18대 수준을 유지하는 바람에 석패했다. 

양 구에서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동구에선 우파 정당들의 총 득표 합계가 새누리당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북구에선 오히려 늘어난 투표자의 5분의 1인 5천여 표를 추가했다. 

울산 전체 정당비례로 가면, 18대보다 진보정당 합계는 1만 9천여 표가 늘어 8만 7천여 표(18.3%)었다. 통합진보당이 2만 5천여 표 늘었고, 진보신당이 6천여 표 줄었다. 득표율은 양당을 합치면 0.4% 줄었다.

2010년 지방선거와는 직접 비교하기 힘든데, 당시에 민주당이 울산에서 광역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광역비례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의 정당득표를 더하면, 이번 선거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울산 북구로 보면, 18대 총선의 진보 양당 득표(1만 2천여 표+3천여 표)보다 통합진보당 득표만 4천여 표 늘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을 더하면 18대 양당 합계보다 6천여 표 성장한 것이다. 득표율로 하면, 2% 하락했다. 예외로 볼 수 있는  2004년과 비슷한 수치다.

동구에선 18대 총선에서 약 9천 표+5천여 표이던 것이, 약 1만 6천 표+약 1천5백 표로 늘었다. 득표율로 하면, 그대로다. 2004년 2만 1천여 표보단 적다. 

이를 통해서 울산에선 투표의 좌우 양극화가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으로 표현됐다. 두 구에서 통합진보당은 상당한 득표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무장한 우파 결집도 상당했던 데다가, 진보정당이 분열해 지지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석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울산에서 통합진보다의 정당비례 득표수가 최대치인 2004년과 비교해 준 것은 주로 남구와 중구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예외적 최대치였던 2004년과 비교해도 울산 북구와 동구의 정당 득표는 거의 줄지 않았고, 이곳에서 진보정당 득표율 하락의 주요 양상은 진보신당의 지지율 대폭 하락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울산에서 진보정당을 향한 계급투표는 여전히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울산의 선진노동자들은 두 선거정당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보고, 다수 속에선 통합진보당으로 쏠림 투표가 일어났고, 일부에서는 분열상에 실망해 기권한 듯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부는 통합진보당의 예비 후보로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이경훈이 나왔던 것 등을 이유로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듯하다. 

사실적 근거를 놓고 봤을 때, 일각의 주장처럼 진보정당을 지지하던 울산 노동자들 사이에서 계급투표 현상이 사라졌다거나, 크게 후퇴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찾기 힘들다. 

한편, 김창현 후보에 대한 상당한 우파적 색깔론 공격이 울산 북구에선 당선으로 가는데 큰 걸림돌이 됐을 거라고 본다. 후보가 조승수였다면? 그건 확답할 수 없다. 





5.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묻지마’ 야권연대는 문제가 있었다. 통합진보당으로선 어느 정도 우클릭을 감수해야 했다. 야권연대에 정신적으로 종속된 나머지 야권연대가 원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자, 의기소침해져 민주당 일부 보수파의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 무용론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못하는 모순도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패퇴시키려면 어느 정도 진보적 후보들끼리의 선택적·제한적 야권연대의 불가피성은 인정할 필요도 있다.

또 묻지마 전면 야권연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과 선거에서 실리가 있었느냐 하는 것은 별개다. 전자는 가치판단 문제지만, 후자는 실증의 문제다. 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에게 야권연대는 확실한 선거적 실리가 있었다.

그리고 전면적·전략적 야권연대 즉 인민전선 전략의 약점은 계급 연합 때문에 노동계급의 투쟁이 발목 잡히는 데 있지, 선거 부진에 있지 않다. 이 둘을 구분 못 하고 비판하는 좌파는 오히려 ‘내 안의 선거주의’를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점에선 나도 선거 직후 불명료했는데, 득표 결과를 실증적으로 살펴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야권연대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얻은 표는 단순히 민주당 표를 거저 먹은 것이라고 볼 수 있나.

이 질문의 경우, 한국사회 전체의 정치지형에서 진보정당의 입지를 판단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친북와 민주노총 꼬리를 약화시키려고 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으로 탄생한 당이지만, 다수 사람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의 확장판으로 비춰졌다. 게다가 우익들은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로 줄기차게 공격했다.

그런 조건에서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 과정에서도 독자적 성장을 했다. 급진화 수준이 ‘민주당 왼쪽, 그러나 진보정당은 아직 아닌’ 수준이므로 야권연대로 反새누리 표가 결집하는 속에서도 진보정당이 성장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게다가 울산과 창원 등에서 절대 득표수가 성장한 것은 계급투표에 기반해 야권연대의 실리를 챙겼다고 볼 수 있게 한다.

일부에서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이 단일 후보라 할지라도 통합진보당 지지를 곳곳에서 거부하고 이탈한 마당에 통합진보당의 지역구 성적이 민주당과 직접 겨룬 호남에서조차 고루 올라간 것은 그런 해석이 무리라는 것을 보여 준다



6. 그럼에도 진보정당간 분열 때문에 창원과 거제처럼 당선이 유력한 선거구에서 패배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고 이는 앞으로 노동운동의 단결, 진보정치의 단결이란 과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이를 야권연대 탓에 계급투표가 실종된 결과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통합진보당의 득표수 성장이나 진보신당의 몰락에서 보듯 사실이 이런 가설을 전혀 뒷받침하지 않는다.

게다가 부르주아 의회 선거란 어차피 주어진 선택지에서 고르기다. 통합진보당의 일부 우경화 행태나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감이 있더라도 노동계급 운동의 다수를 대표하는 정당에 소극적으로나마 투표해서 전체의 이익 증진을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진보정당들’이 선거에서 분열하는 것은 바라지는 않는 것이다. 그게 투표와 관련한 노동 대중의 정서이기도 했다.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득표수 성장과 진보신당 득표수의 추락으로 뒷받침된다.

그 점에서 야권연대 때문에 계급투표가 부진했고,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영남에서 몰락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통합진보당의 영남 노동벨트 당선 실패는 진보진영의 분열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진위를 가리려고 더 살펴 본 울산의 선거 결과를 통해 통합진보당을 향한 계급투표가 여전히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필자들이 득표율을 놓고 대폭 지지 감소 얘기하는데, 선거마다 투표율이 다르므로 득표‘율’만 놓고 증감을 말하는 건 상황을 잘못 볼 수 있다. 득표‘수’와 득표율을 동시에 놓고 비교해야 한다. 전국 범위나 광역 단위로 볼 땐 정당비례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통합진보당 지역구 후보들은 역대 최고의 득표를 기록했다.

민주당 표를 일부 흡수했다 해도, 이것은 상대적으로 지역구 지지세가 민주당보다 더 센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이어진 계급투표가 지속됐다는 전제를 하지 않고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세에 따른 증감이 그동안 있었는데, 실제로 역대 최고치이던 2004년의 정당비례와 비교해도 정당비례에서도 질적인 후퇴를 찾긴 힘들다.

총선 결과를 이렇게 해석하면, 우리는 여러 아쉬움과 조짐에도 진보정치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일부 초좌파적·종파적 선거 결과 분석은 오히려 이런 긍정적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보수화 같은 잘못된 신화의 유포를 의도치 않게 도울 수 있다.

해적기지 발언이 문제가 됐다는 우파들의 해석도 우습다. 정치적으로 문제는 많았지만 어쨌든 해군기지 강행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이 제주에서 모두 지역구 당선했고, 제주기지 전면 반대를 내세운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후보 하나 안 내고도 정당비례에서 자신의 정당득표 전국 평균보다 높은 12%를 득표했다.(여러 후보를 내고 선전한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줄었는데도 당시 민주노동당의 정당비례 득표 규모를 유지하면서 득표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득표수가 크게 하락했고, 참여당 지지표는 분산된 듯하다. 2008년과 비교하면, 통합진보당 득표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더한 것보다 많다. 이곳에서도 역대 최대치인 2004년 결과보다는 4천여 표 적다.)


7. 선거 결과는 좌우 양극화를 보여 줬고, 그 왼쪽 극의 다수당 실패는 민주통합당 중심으로 反우파 정권심판론을 다수화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진보정당 성적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을 일부 보여 준 것이고, 이 잠재력은 제대로 된 투쟁을 건설할 때 현실적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정체성과 노동 중심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선거는 실제 계급투쟁의 한 시점과 한 단면만을 보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선거 결과가 통합진보당의 오류를 다 덮어주는 것으로 봐선 곤란하다. 단지 객관적 조건이 비관적이지 않다는 걸 밝혀낸 것 뿐이다. 앞으로 야권연대로 얻을 민주당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해 진보정치의 날을 무디게 하는 것은 패착이 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영남 진보벨트(또는 노동벨트)라 불리는 지역에서조차 당선 안정권을 고정표로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울산 북구에서조차 2000년 이후 구청장 포함 아홉 번 선거에서 4번을 이겼을 뿐이다. 충성도가 아직 다져지지 못한 지지층은 영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지역주의, 색깔론에 흔들릴 수 있고, 정당의 실수, 후보의 선호도 등에 따라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진보진영의 단단한 결속과 노동중심성에 기반한 진보적 대안 추구, 투쟁 건설에 실천적으로 진지하게 임하기 등으로 정치지형 자체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려 노력해야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박근혜의 딜레마를 극대화하는 길은 이명박에 줄기차게 맞서며, 이들의 1% 정책에 도전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전략을 다하는 길이다. 이런 투쟁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때, 우파는 분열하게 돼 있다

이것 없이 선거공학적 야권연대에 매달리면, 이번처럼 오히려 보수대연합에 포위될 수 있다. 1988년 총선 이후 야권 주도력을 쟁취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이 당시 전투적 학생운동과 민주노조운동과 거리를 두며 이 운동들의 섟을 죽이고 이 에너지를 의회로 흡수해 자파의 입지 강화에만 이용하려 했고 진보진영이 독립적이지 못한 결과, 민자당이라는 보수대연합에 포위됐다가 결국 19915월 투쟁의 덕으로 간신히 숨통을 확보했던 역사가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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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9대 총선 단상 메모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민주통합당의 한계와 실패

통합진보당의 성장과 아쉬움


1. 강력한 위기감과 반한나라 정서를 반MB 정서로 국한시키려는 박근혜의 쇄신·희석 사기극, 우파 결집용 의제 몰입 등으로 보수적 대중이 새누리당으로 결집. 친박연대 흡수통합, 자유선진당 몰락, 국민생각 유명무실 등 다른 우파 정당이 그 과정에서 희생됨.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살려고 자유선진당 등을 몰락시키면서 우파 결집을 했는데도, 새누리당의 성적은 18대 때보다 한 석이 줄었다. 

그 결과, 18대와 비교하면 우파 정당들의 의석도 줄었고, 투표율이 올라갔는데도 비례 득표수는 18대 수준.(18대 한나라+친박연대+자유선진19대 새누리+자유선진)  

→ 양극화의 오른쪽이 새누리로 집결해 과반 확보했지만, 우파의 질적인 성장과 승리는 아닌 이유. 이는 여전히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불안과 분열 요인을 안고 있다는 뜻. 축구로 비교하면, 야권은 이명박만 전담 바크하다가(反MB만 하다가), 박근혜를 놓친 것. 


2. 문제는 민주당 중심의 MB 야권연대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경제 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 양극화의 왼쪽 극을 수렴하기엔 야권연대를 주도한 민주통합당이 부족한 당이라는 것. 

그동안의 선거 실적과 광범한 반한나라당 정서를 고려할 때, 결국 새누리당에게 과반을 허용한 것은 대중이 여전히 도로열우당에 불신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 줌.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도움을 얻어 18대보다 의석를 대폭 늘렸지만, 적극적 투표 동기를 줄 만큼의 대안적 매력은 없다는 한계가 드러남. 호남 지역에서 통합진보당의 선전도 이를 방증

박근혜는 이 약점을 이용, 노무현과 이명박 모두와 거리를 둔 이미지 형성에 주력했음. 첨예한 양극화를 배경으로 봤을 때, 이런 과정에서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 일부는 박근혜에게 옮겨갔을 가능성 있음.(광주의 이정현 선전이 그 사례?)

→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는 정치 양극화의 왼쪽을 담기엔 부족하고 부적절한 구조. 친노를 앞세운 반MB 연대 전략의 명백한 한계. 기대만큼 높지 않은 투표율도 이 문제. 진보정당은 선택적·제한적 야권연대로 대처했어야.


3. 약점의 내용: FTA, 해군기지는 물론이고, 여러 문제에서 실행은 없이 말만 번지르르해 오던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선거전에 돌입하자 말조차 아끼면서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할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

특히, 선거 막판 최대 호재일 수 있던 불법 사찰 문제에서 완벽한 무능을 보여 줬다. 사찰 원죄가 있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명박의 자해공갈에 무기력하게 꼬리를 내렸고, 야권연대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비판할 수 없어, 이 문제에서  이슈 주도력조차도 발목잡혔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는 ‘나도 피해자’라며 물타기 시도하며 이명박과도 차별화하는 꼼수 발휘. 


4. 진보정치 전체로 보면, 반새누리·비민주당 급진화 속에서 성장 가능성 확인.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도움을 얻어 수도권과 호남에 지역구 교두보를 마련호남에서 민주당과 맞붙어 지역구 당선과 정당비례 약진을 이뤄낸 것도 성과. 8년 만에 열 석을 돌파해 13석을 얻었다. 정당비례도 18대와 비교하면, 득표수 크게 성장. 

정당비례를 보면, 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11.91%(254만여 표). 최고치였던 17대 13.2%(277만여 표)보단 못해도 18대 민주노동당+진보신당=8.62%(147만여 표)보다 득표수 크게 증가. (득표율은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지지율 합계 약 17%보다 저조무원칙한 통합이 정체성이 다른 대중의 지지율 단순 합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경고가 옳았음을 보여 줌)

진보정치가 양극화의 왼쪽 중심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 것. 


4-1. 통합진보당의 수도권 약진에는 야권연대의 실리적 측면이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진보정치 스스로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 온 지역들에서, 오래도록 진보진영을 대표하던 지도자들의 당선이란 점에서 단순히 야권연대 수혜라고만 할 수 없다. 영남 진보벨트의 노동자 밀집지구에서도 득표 수준을 보면, 분열로 낙선은 했지만, 계급투표는 꽤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호남에선 민주당과 경쟁해 당선했다.


5. 반면에 야권연대 의존 노선은 정치의 내용을 후퇴하게 했다예를 들어, 불법 사찰의 본질이 노동운동 감시·통제라고 봤을 때,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 눈치를 보느라 정권심판 투쟁 건설로 이어가지 못한 것은 문제다. 특히, 앞으로 박근혜당 과반 국회에는 투쟁 구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유감스럽다. 

야권연대를 맹신해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하다가 막상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에서는 실망감을 낳기도 했다. 


5-1. 일부 지역에선 후퇴도 함. 영남 노동벨트가 그곳이다. 우경적 통합으로 노동중심성이 후퇴한 영향, 진보정당간 분열과 불신(이건 진보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 진보 일부의 종파주의도 문제다.)이 이곳에서 전패하는 뼈아픈 결과 낳음. 분열과 함께 전국적으로 출마 후보가 너무 적은 것도 정당 득표의 더 큰 성장에는 제약이 된 듯. 


5-2.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 수준이나 제도상의 제약을 고려할 때, 당선을 목표로 하는 선거주의 진보정당의 분화는 시기상조인듯. 진보신당의 몰락과 녹색당의 저조한 성적을 보니 그렇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불필요한 갈등으로 거제와 창원에서 최소 두 석을 날려 버렸다. 그 점에서 지난해 [서로 다른 이유지만]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진보신당의 사실상 진보통합 회피와 태업은 여전히 유감스럽다. 


6. 단상을 급하게 메모한 형식이라 조금 중언부언한 감이 없지 않은데, 종합적으로 볼 때박근혜의 어부지리 부상으로 더는 반MB만으로는 유의미한 진보라 할 수 없다. 그런 순진한 태도가 오히려 욕심에 못 미치는 지금의 총선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 어리버리함을 배경으로 안철수의 조기 등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명실상부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가는 것은 우파나 반우파 진영 둘 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총선 득표수를 계산하면, 우파 본색 전략·‘이명박근혜’ 동맹은 박근혜에게도 위험하다.

박근혜를 포함한 反우파 투쟁으로 가야 한다. 反우파 투쟁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성장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선 그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이 방향은 민주당과 상당한 긴장을 낳을 것. 


6-1. 득표로만 보면, 야권연대론자들에게는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더 강화해야하는 걸로 보이겠지만, 지금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야권연대’는 이명박근혜 정권 심판의 민심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을 끌어당기려다 급진화하는 청년층을 실망시킨 것이다. 여전히 반새누리(우파)·비민주당 급진화 정서가 유력하고 중요한 축이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청년세대의 정서이기도 하다. 이들의 세대공감에는 계급적 불만이 깔려 있고,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약점과 불신 요소는 여기에서 나온다. 

애초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야권연대는 이런 정서의 민주당 왼쪽 대중(특히 청년세대)이 민주당만으로는 계급적 불만이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반우파 승리가 힘들다는 생각에서 요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정당으로서 자신의 좌우를 살피는 민주당의 ‘좌클릭’은 불안정과 동요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1 구도에서도 민주당이 충청과 강원, 야심차게 도전했던 부산 등에서 재미를 못 본 것은 민주당 오른쪽 지지자들을 박근혜에게 빼앗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좌우 양극화인 것이다.

이는 총선 후 민주당의 명목상 ‘좌클릭’조차 내부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진보진영이 야권연대에만 의존하는 것이 갈수록 불편해지는 이유다.

진보정당은 민주당에 발목잡히는 ‘묻지마 야권연대’와 연립정부 전략 맹신을 버리고, 주요 쟁점에서 진보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재확립하고, 노동중심성 복원과 진보진영의 단결에 주력해야 한다. (진보적 투쟁 중심의 반박근혜 연대?) 

야권연대의 부정적 측면에서 우리는 투쟁이든 선거든 진보가 잘 하려고라도 정치적 쟁점들에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중요한 쟁점들에서 일관되고 차별성있는 진보의 대안을 제시하며 인내심있게 투쟁을 건설해 올해 ‘이명박근혜’ 정권과 맞서도록 해야 한다.



■ 18대와 19대 총선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수 비교 


□ 18대 


*우파 정당

한나라당 6,421,727(37.48) / 지역구: 131 비례: 22  총 153석

자유선진당 1,173,463(6.84) / 지역구: 14 비례: 4  총 18석

친박연대 2,258,750(13.18) / 지역구: 6 비례: 8  총 14석


18대 비례 의석을 얻은 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853,940 / 총 185석


*비우파 정당

통합민주당 4,313,645 (25.17) / 지역구: 66 비례:22  총 88석

창조한국당: 651,993 (3.80) / 지역구: 1 비례: 2  총 3석

민주노동당 973,445 (5.68) / 지역구: 2 비례:3  총 5석

진보신당 504,466 (2.94)


18대 비례 의석을 얻은 비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5,939,083 / 총 96석

18대 비우파 4개 정당 정당비례 총계: 6,443,549

18대 진보 양당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 1,477,911 (8.62%) / 총 5석



□ 19대


*우파 정당

새누리당 9,129,226 (42.80) / 지역구: 127, 비례: 25 총 152석

자유선진당 689,843 (3.23) / 지역구: 3, 비례: 2 총 5석


19대 비례 의석을 얻은 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818,569 / 총 157석


*비우파 정당

민주통합당: 7,775,737 (36.45) / 지역구: 106, 비례: 21 총 127석

통합진보당: 2,198,082 (10.30) / 지역구 7, 비례: 6  총 13석

진보신당: 242,995 (1.13)

녹색당: 103,811 (0.48)


19대 비례 의석을 얻은 비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973,819 / 총 140석

19대 비우파 4개 정당 정당비례 득표 총계: 10,320,625

19대 진보 3당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 2,544,888 (11.91%) / 총 13석


■ 서울의 득표수 비교 


18대 총선 한나라+친박연대+자유선진 203만여 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2,086,127)+지상욱(00,032)=2,176,159

19대 총선 한나라+자유선진 203만여 표


18대 총선 통합민주당(1,037,469)+민주노동당(138,751)+창조한국당(169,787)+진보신당(148,363)=148만여 표 

2010 서울시장 선거 한명숙(2,059,715)+노회찬((143,459)=2,203,174

19대 총선 민주통합당(1,751,344)+통합진보당(484,735)+진보신당(67,826)=230만여 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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