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單刀直入]

  • 홈
  • 태그
  • 미디어로그
  • 위치로그
  • 방명록

'김어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3.19 미투와 공작? 친노·친문계 진영 논리의 오만함
  2. 2011.11.05 ‘나꼼수’ 열풍과 청년세대의 급진주의
  3. 2010.04.13 진보신당 2년, 《진보의 재탄생》과《리얼진보》

미투와 공작? 친노·친문계 진영 논리의 오만함

기사들 2018. 3. 19. 16:35


미투와 정치 공작?

친노·친문계 인사들 진영 논리의 오만함


  • 241호
  •  
  •  2018-03-15
  •  
| 주제: 
  • 공식정치
  •  
  •  주류정치
  •  
  •  차별
  •  
  •  여성
  •  
  •  여성운동

미투 운동이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에게로 번지자 논란이 커졌다.

발단은 친노 방송인 김어준이 2월 말 ‘미투 운동은 지지하지만 젠더 문제가 복잡해 분열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 뒤 얼마 안 돼 유명 친노 정치인들을 포함해 민주당 정치인들이 미투 폭로 대상이 됐다.

현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자 현직 광역단체장(충남도지사) 안희정이 보좌관 성폭행 의혹 폭로 다음날 직위를 사퇴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중진 의원 민병두도 7년 전 노래방에서의 신체 접촉 관련 익명 폭로가 나오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겠다고 했다.

전 의원이자 ‘나꼼수’ 방송으로 유명한 정봉주도 서울시장 출마 준비 과정에서 익명의 폭로에 부딪혔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13일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최초·지속 보도한 〈프레시안〉의 기자들을 고소했다.(피해호소인을 고소하지는 않았다.) 성추행 당일 행적에 관한 진술들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어서 법정에서야 사실관계가 확인될 것 같다.

성 문제를 이용한 흑색 선전이나 음해 등 정치 공작이 없었던 일은 아니므로, 미투 운동을 이용한 허위사실 폭로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여성들이라고 해서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어준의 주장은 (친문 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해) 앞으로 미투 운동을 친노 vs. 비친노의 진영 논리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3월 12일 전직 노무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조기숙이 좋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하고 나선 것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조기숙의 프레임대로라면, 노무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노동자들이 저항한 것을 두고 친노·친문 인사들이 노동운동과 좌파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망하고 그 결과로 이명박근혜 정부가 등장했다고 호도해 온 것이 떠오른다.

미투를 음해하는 각종 음모론은 대부분 검증하기 어렵고 우연히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인과관계로 엮는 식이다.


분열?

그러나 미투는 압도적으로 음모가 아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친노 정치인들이 여성들이 겪는 성적 차별·괴롭힘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스스로 가해자 짓을 한 것이 그들을 믿었던 지지자들을 분노케하고 서로 분열시킨 것이다.

가령 안희정은 피해호소 여성이 검찰에서 조사받는 시간에, 소환되지도 않았는데 조사를 받겠다고 검찰을 찾아갔다. 권력형 성폭력(성적 갑질)인 사건의 성격상 안희정의 행동은 피해호소 여성을 압박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위력이나 위계의 존재를 부인하며 뻔뻔스럽게도 이제 ‘피해호소 여성보다 자신의 부인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보수 우파의 방어를 바라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폭로 직전까지도 미투를 지지하고 충남인권조례의 폐기를 막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한 사람의 실체가 이토록 위선적이라니.

이런 안희정과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자제돼야 할 일일까? 무책임하게도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만을 생각하고 그를 제명해 버려, 진상 조사 후 징계를 내리는 책임은 피해 가고 있다.

설사 진실이 정봉주 편에 있는 것으로 판명될지라도 정봉주 본인을 포함한 나꼼수 멤버들도 ‘비키니 발언’ 등 여성 비하 언사를 가끔 해 왔던 점을 반성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수십만 명의 지지를 받는 그들이 마초 느낌 물씬한 대화를 방송에 내보낸 것은 무책임한 처사였다.

미투 운동은 더는 눈치 보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선언이다. 극소수 예외가 허위사실을 폭로한 것일지라도 전체적인 미투 운동에 진영논리를 들이대고 감별사 노릇을 하려는 것은 여성들에게 다시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부당한 압박이다.

물론 사실관계를 다투는 경우에 개인들끼리의 모호한 감정이 수반된 관계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피해호소인을 존중하면서 사안의 경중과 정황 등 각종 증거들을 잘 따져 가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주관주의적 “피해자 중심주의”나 과잉 확장된 성폭력 개념, 무분별한 공개 폭로 방식, “2차가해” 논란 등의 문제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면 이 경험들을 균형있게 평가해야 한다.


보수 진영

역겹게도 자유한국당 홍준표는 ‘미투 운동이 나를 겨냥한 줄 알았더니, 민주당과 좌파들만 걸리고 있다’고 했다. 진영 논리로는 이런 궤변을 반박하기 어렵다.

공개 폭로 후에 자신을 응원해 줄 주변 환경이 없는 보수 진영 피해자들은 나서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보수 권력자는 대개 더 큰 권력을 가졌으며 보복도 확실해, 설령 수사를 해도 별 바뀔 게 없다는 생각도 한몫할 것이다.

이 사회의 최고 기득권층을 대상으로 한 공개 폭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자연 리스트나 이건희 성매매 영상, 2013년 박근혜의 법무차관 김학의의 고위층 성접대 파티 등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 하지만, 수사조차 되지 않거나 수사 결과 무혐의로 모두 묵살됐다.

이런 상황은 미투 운동의 방식, 즉 개인의 용기로 뒷받침되는 운동이 반드시 만나게 될 계급 사회의 벽을 보여 준다. 계급 구조의 상층일수록 저항이 거세다. 개인의 용기 있는 폭로와 응원만으로 이런 저항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나도 고발한다”는 공개 발언 운동이라는 특성상 미투 운동은 또한 불가피하게 언론 의존성이 크다. 그러므로 발언자나 폭로 대상이 유명인이라거나 하는 자극적 요소가 부족하면 힘을 받기 쉽지 않다.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헐리우드에서 시작된 건 단지 우연은 아닌 듯하다.

가령 언론이 유명인 안희정과 정봉주 등 유명인들의 의혹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사이에 서울의 모 여중학교에서 8년 전 일어난 교사의 지속적 성추행을 폭로한 일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거의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보도됐다. 피해 여성은 부모가 알게 되는 게 너무 미안하다며 8년을 가슴앓이 했는데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도 평범한 개인들의 용기에만 맡겨 놓으면 운동의 지속이나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윤택이나 안희정처럼 당장은 사과해 비난의 해일은 피해 놓고는 언론이 덜 주목하는 법적 다툼에서는 위력이나 위계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피해자 개인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집단적 투쟁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 노동단체 같은 상시적 조직이 버팀목이 될 수 있다. 2000년 롯데호텔 노조는 파업 과정에서 남녀 노동자들이 함께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요구하며 집단 항의운동을 벌였다. 이런 일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차별 반대 운동은 노동계급의 대중운동과 만나야 한다ⓒ조승진

힘을 갖춘 운동의 뒷받침을 받는 개인이어야 더 자신 있게 “No”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계급 운동으로 계급 세력균형이 바뀌고, 노동계급 운동의 보호를 받으면서 더 많은 개인들이 이런 태도들을 보이면 새로운 관행들이 생겨나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래야 기득권층 안에서도 전과 다른 태도가 나타날 것이다. 사실 미투 운동도 어찌 보면 촛불 운동 여파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남성이 성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고, 성차별적 편견이 남아 있다고 해서 모두 그런 범죄 행위나 비행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 노동계급은 여성을 적대하고 차별해서 궁극적으로 얻을 게 없다. 남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과 대중운동 속에서 단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구조적으로 차별받는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하나의 단일체인 것은 아니다. 남성을 적대시하면서 모든 여성이 단일한 것처럼 가정하다가는 한두 명의 허위 폭로만 밝혀져도 모든 여성이 거짓말을 한다는 식의 편견이 힘을 얻는 것에 맞서기가 힘들어진다.

보통의 남녀가 단결하려면 남성 노동자들 일부의 태도 변화도 동반돼야 하는데, 그런 변화를 촉구하고 교육을 하는 것도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 노동단체처럼 조직된 운동이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녀가 단결한 집단 행동은, 개인의 의식 개혁이나 입법 캠페인으로 이룰 수 없는 변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요컨대, 지금 미투 운동이 악용되거나 과격해서 문제인 건 아니다. 미투 운동은 더 근원적이고 정치적이며 집단적이어야 한다. 미투 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면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저항하는 집단적 투쟁과 연관을 맺어야 한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기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재인 개헌안: 자본주의 국가의 통치 안정을 위한 것  (0) 2018.04.02
새 의혹 제기, 하나금융 노조들 부패 경영진 사퇴 촉구  (0) 2018.03.19
[논평] 박근혜, 군부 무력 진압 시도?  (0) 2018.03.19
노조의 김정태(KEB)와 윤종규(KB) 사퇴 요구는 정당하다  (0) 2018.02.20
알바노조와 ‘언더 조직’ 논란 ― 노동당이 잘되길 바라며  (0) 2018.02.19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나꼼수’ 열풍과 청년세대의 급진주의

기사들 2011. 11. 5. 18:13
정치풍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다운로드 수는 이미 국내 1위를 넘어섰고[각주:1] 진행자인 김어준의 저서 《닥치고 정치》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20여 분 만에 매진된다고 한다. 

이 방송의 매력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1퍼센트’ 특권층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깨알같이 ‘꼼꼼한’ 폭로와 신랄한 야유다. 

<나꼼수>는 이명박의 BBK 의혹 총정리로 첫 회를 시작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나경원의 고가 피부 관리도 이 방송에서 폭로됐다. 이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특권층은 머리 속에 ‘자기 먹을 것’밖에 없는 “순결한 동물”이고 그 점에서 이명박은 “뇌가 완전 청순”하다고 야유한다. 

이런 속 시원한 폭로와 입담은 특권층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과 반민주 행태(와 보수 언론)에 질린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과 반보수 정서에 부합한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하는 진행자들의 말은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의 벽 앞에서 위축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도 하다.[각주:2]

김어준은 이명박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은 국가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투표로 나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각성과 맞아 떨어진다.

이들의 폭로가 풍자적 음모론의 형태를 띠는 것도 흥미롭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공식정치와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와 접속하기 

진행자들의 친노 성향이 듣는 이에게 크게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니다. 어차피 1퍼센트 특권층에 대한 반감은 그와 관계 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그 점에서 진중권이 폭로 저널리즘의 형식을 문제 삼아 “너절리즘”이라고 비판한 건 지나쳤다. 오히려 문제는 대안이다. 그것이 이 ‘나꼼수’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 지지자들의 진정한 기대에 그 대안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각주:4]에서 민주당이 “욕심만 많고 … 멍청한 큰 형”이라고 하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와 자기들을 분리해 내겠다는 나홀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중은] 진보 보수도 헷갈리고 …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엘리트적 관점에서 김어준은 문재인의 “타고난 애티튜드”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개혁적’ 엘리트가 주도하는 범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는 것이다.[각주:5]

그런데 “문재인은 노 정권[의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강준만)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거의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

그는 올해 나온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미FTA 체결 결과와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김현종을 극찬한다. 그 김현종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FTA를 하려고 애썼다는 게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됐고, 지금은 FTA로 가장 덕을 볼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사장으로 가 있다. 

그래서 최근 <나꼼수> 26회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이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을 겨냥해 “엉뚱하게 타협[해] … 진보라는 가치를 망쳐” 버렸다고 직설로 비판했을 때 ‘이빨’과 ‘깔때기’를 자처하는 진행자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못 했다.  

물론 이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는 것이 사실  <나꼼수>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표방하지 않는 언론매체로,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해결의 단초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청년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주체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세력화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이 <나꼼수>로 모아지는 불만의 급류를 어떻게 포용해 진보적 대안으로 흐르게 할 수 있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나꼼수>에 호응하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제안하고, 그 안에서 급진적 대안을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연대에 매달리고 한미FTA 체결 주역들의 일부가 만든 참여당과 통합하는 등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미 이 청년들은 최근 희망버스와 계급투표, FTA 반대 운동, 99퍼센트 행동 등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일부는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회고적 대안을 뛰어넘을 급진적 잠재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진적인 것이, 저들에 대한 도발과 저항이, ‘입담’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매회 청취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음모론도 이들 논리 전개의 특성인데, 이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과정이긴하다. BBK 같은 것은 설득력도 무지 높다. 이런 음모론의 배경은 정부와 특권층의 비밀주의와 보수언론의 보도 독점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무현이 빈농의 상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도 1퍼센트 특권층에게서 처음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친노가 아닌 내게도 매우 역겨운 현실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가 이 책 제목을 본따 10·26 재보선에서 닥치고 투표를 SNS 등에서 구호로 내세웠는데, 심정을 공감하는데, 현명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 구호라고 하는 것도 오버다. 닥치고 ~하라는 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구호에서 적절할 듯하다. 닥치고 해고 철회, 닥치고 정규직화, 닥치고 FTA 폐기 등으로 말이다. [본문으로]
  5. 김어준은 자신이 친노라서 문재인을 미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반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는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무의식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기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황 상태인 이명박과 우파, 행동으로 몰아붙여야  (0) 2011.11.17
박원순 공약 이행 환영! 전진을 계속하려면  (0) 2011.11.12
10·26 이후 야권통합과 진보정치  (11) 2011.11.05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0) 2011.10.21
서울시장 선거 ― 박원순과 진보정치  (0) 2011.10.05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진보신당 2년, 《진보의 재탄생》과《리얼진보》

책과 생각 2010. 4. 13. 08:00

10년 만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그 충격으로 진보정당이 분열한 2008년, 촛불항쟁과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터졌다. 이 대사건들은 진보진영이 이념과 대안, 가치와 세력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요구했다.

‘진보의 재구성’을 내세우며 창당한 진보신당도 이 과제에 더 몰두했다. 그 중간 평가가 내로라하는 진보 명사들의 대담과 글로 출판됐다.《진보의 재탄생》과《리얼진보》가 그것이다.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과의 대화》는 홍세화·진중권·변영주·김어준·우석훈 등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이하 존칭 생략)와 진보의 미래를 놓고 대담한 기록이다.

노무현의 유고 《진보의 미래》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보신당 상상연구소가 기획한 《리얼진보》는 김대중·노무현의 진보는 가짜라며, ‘진짜 진보’의 모습을 제시하려 한다. 강수돌·김상봉·정태인 등 지식인과 노회찬·장석준 등 진보신당 논객들의 글을 망라했다.

진보의 재구성에 관한 진보신당의 고민

‘진보의 재구성’을 내세운 진보신당은 촛불항쟁에선 수천여 명이 가입했고, 생태를 중요한 의제로 부각하는 등으로 진보의 의제와 외연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유하자면, 정치의식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있으면서 민주당에 실망한 층을 목표대로 잘 수습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창당 2년이 지난 지금, ‘진보의 재구성’의 성과를 다시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층의 유입과 진보 좌파적 지향이 제대로 갈마들지 못해 좌충우돌의 진원지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반MB 단일화 압력이 커지면 (민주당과 급진좌파 사이에서) 모호한 진보신당의 입지는 스스로 찬 족쇄가 될 수 있다.

《진보의 재탄생》 대담자들은 대중과 만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김어준과 변영주는 세련되고 개방적인 진보로 변화할 것을, 홍세화는 “민중의 집” 같은 “일상의 정치”를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진중권은 “한국경제 자체를 한 단계 도약시킬 대안”을 요구한다.

《리얼진보》의 필자들은 상대적으로 “근본적 성찰과 고민”을 강조한다.
 

“진보와 개혁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입장”(김상봉, 《리얼진보》)이기 때문이다.

더 크게는 2008년 위기로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가 파산했으므로, “긴 호흡”으로 과제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장석준은 “이윤 확보의 자유”에 “의문”을 던지자고 하고,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자본주의 극복 의지”를 강조한다. 한재각은 “환경·생태 분야를 다루면서 끊임없이 사회적 평등 같은 주제와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자유주의 정치와 선 긋기를 강조한다. “시민의 이익과 충돌하는 기업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도 “노동계를 통제하고 배제하는 것에서도 [노무현과 이명박] 두 정권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회찬은 이런 의견을 대체로 조합해 ‘국가가 개입하는 성장 전략’을 포함한 “서민중심형 복지동맹”(《리얼진보》)을 만들자고 한다. 이것이 “반MB 대안연대”다.

이를 위해선 “한나라당-민주당 체제를 극복”해야 하며, “보수와 진보의 양대 축으로 가려면 민주당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진보의 재탄생》)

진보와 개혁의 근본적 선 긋기를 강조하는 것은 반갑다. 얼핏 보아 급진적인 이런 ‘진보의 재구성’론이 결정적으로 장벽에 부딪히는 곳은 다름 아닌 “(행위) 주체” 문제다.

상상연구소 명의 글은 “노동운동의 힘이 중심에 버티지 않는 한” 전진이 불가능하다고 정확하게 지적한다. 그러나 상상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필자들은 현재 조직 노동자운동을 불신한다.

이런 불신이 생긴 건 “복지를 통한 증세는 정규직 노동자 또한 …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 … 민주노총은 이를 정면으로 반대”(김정진, 《리얼진보》) 하기 때문이다.

행위 주체

오건호의 말처럼, 조직 노동자들이 더 많은 복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요구를 집중하는 선도적 실천”(《리얼진보》)이라면, 이들이 말하는 노동운동의 ‘재구성’은 노동계급에게 계급투쟁 대신 ‘계급 양보’를 요구하는 셈이다.

“사회연대전략”은 더 열악한 집단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조직 노동자들의 양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친기업 정부에겐 직설적으로 요구하길 회피하는 것이다. 장석준의 “이상주의”도 이런 양보론의 냄새를 풍긴다.

여기서 이들이 노동운동 안에서 새 “주체”를 쉽게 못 찾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조직된 행위주체인 노동운동을 불신하는 탓이다. 

그 뿌리에는 노동계급의 투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게 문제 아닐까. 사실이라면 진보신당의 명망가·선거 중심 활동은 진보신당 2년 평가에서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노회찬도 이렇게 털어놓는다.

“지금은 [진보정당 안에서도] 목표가 … 자신이 국회의원 한번 되는 게 거의 전부인 경우도 있고 … 집권하면 세상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느냐, 거기에 대한 확신도 없는 거예요.”(《진보의 재탄생》)

노회찬은 홍세화와 한 대담에서 “진보신당의 좌표, 공식적인 노선은 여전히 사회주의적 경향에 있다고, 또 그래야 한다”(《진보의 재탄생》) 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가치로 자본주의의 폐해와 맞서 싸우려면, “좋은 진보정당”(노회찬) 만으론 부족하다. 노동계급의 힘을 동원해 자본과 벌이는 계급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주의 가치가 정치에 반영될 것 아닌가.

그러려면, 조직 노동자들이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 선도적 실천”을 해야 한다.


두 책이 강조하는 ‘진보의 재구성’에선 바로 이것이 빠져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가며 환경 의제와 조직 노동운동의 만남 가능성을 중시한 한재각(
《리얼진보》)을 예외로 하면 말이다. 

시장의 민주적 통제?

그래서 비록 이 책들이 진보신당 2년을 솔직하게 돌아본다는 장점이 있고, 다른 보수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내는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진지하다 할지라도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그 아쉬움의 실체는 여전히 진보와 중도개혁 사이에 존재하는 실천적 차이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행위 주체(노동계급)의 문제는 대안(자본주의 극복)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때에도 이를 산업조직과 연결시키지 못”했고, 이는 “국가가 개입하는 성장동력을 통해서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전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진중권, 
《진보의 재탄생》 )은 다소 당황스럽다.

좌파가 자유주의 우파에게
“성장전략”이 없다고 비판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밥 먹여 주는 진보'의 재구성일까.

노동계급의 힘을 동원하는 걸 꺼리니 자본주의를 [자체든 그 폐혜든] 극복하려는 전략도 모호해 지는 것이다.

노회찬은 홍기빈과 대담에서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말하면서도 “반(反)시장, 반(反)기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시장을 최소화하는 과거의 사회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이 다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진보의 재탄생》)

물론 노회찬이 과거의 사회주의라 부른 것들, 옛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의 관료적 국가자본주의가 실패하고 검증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홍기빈이 대담에서 지적하듯이 온건한 시장 규제 정책으론 자본주의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집권 경험으로 이미 검증됐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공개적으로 짓밟는 기업이 한 나라의 최고 기업(기업인)으로 대접받는 사회에서 [진보] 정부가 주류 엘리트들에게서 반(反)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고 진보적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선 진보신당의 강령 전문(前文)이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보는 듯하다.

“자본은 암세포가 숙주를 파괴하고 자기도 소멸하듯 총체적 파국을 향해 질주한다. 우리는 이 위기를 오직 자본의 지배 자체를 극복함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 인류가 이 문제를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 개척 또는 군사력으로 해결하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전쟁과 죽음밖에 없다.”(진보신당 강령 전문 2항, 강조는 기자의 것)

 
세계자본주의 핵심부에서 시작한 경제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좌파의 재구성은 자본주의의 우선 순위에 도전할 대안과 전략, 세력을 구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려는 '현실주의'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려고 그 현실의 조건을 직시하는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진보의 재탄생》과《리얼진보》에서 때론 급진적이기도 한 문제의식이 대안과 행위 주체에서 부딪히는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후자의 '현실주의'를 회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이 서평은 <레프트21> 29호에 실린 기사(아래 링크)에 추가로 내용을 덧붙인 글입니다.

[서평:《진보의 재탄생》, 《리얼진보》] 진보의 재구성에 관한 진보신당의 고민

<레프트21>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영리금지를 따릅니다.

ⓒLeft21.com

호소글ㆍ정기구독하기ㆍ후원하기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책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배한 혁명》제대로 이해하기  (0) 2012.07.24
《허수아비춤》 독서 단상  (0) 2011.01.14
짧은 논평: 《파레콘》과 민주적 계획경제  (2) 2010.10.19
[서평] ‘악의 제국 삼성’과 용기있는 고발자들  (0) 2010.03.18
《삼성을 생각한다》와 '돈'병철 - 삼성은 무적이 아니다  (8) 2010.02.15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이전 1 다음

블로그 이미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인간이 만든 세상, 인간이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도직입[單刀直入]
  • 삭제된 글로 표시될 때
  • 관리자
  • 글쓰기

카테고리

전체 보기 (622)
기사들 (291)
박근혜정권퇴진운동 (37)
내 기사 이야기 (72)
생각 좀 해볼까 (134)
세월호 참사와 항의 운동 (40)
광주항쟁 30주년 (6)
책과 생각 (12)
주고받는 생각들 (19)
동영상 (7)

태그목록

  • 한나라당
  • 통합진보당
  • 민주노동당
  • 노동당
  • 안철수
  • 이정희
  • 이명박
  • 자본주의
  • 새누리당
  • 민주당
  • 유시민
  • 진보신당
  • 노동운동
  • 문재인
  • 세월호참사
  • 국민참여당
  • 경제위기
  • 국가보안법
  • 마르크스주의
  • 제국주의
  • 진보대통합
  • 정의당
  • 적폐청산
  • 민주노총
  • 노동자연대
  • 민주통합당
  • 신자유주의
  • 심상정
  • 박근혜퇴진
  • 박근혜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달력

«   2025/06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링크

  • 〈노동자 연대〉 신문.
  • 격월간 마르크스21.
  • 노동자연대.
  • 맑시즘 블로그.
  • atopy님의 블로그.
  • Total :
  • Today :
  • Yesterday :
티스토리 초대신청
TISTORY
rss

지역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단도직입[單刀直入]'s Blog is powered by Daum / Designed by Tistory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