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법원이 “돈도 실력”임을 확인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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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꼭두새벽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판사 조의연)는 삼성 총수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실수로 2천4백 원 입금을 누락한 버스 운전 노동자는 횡령으로 해고되는 게 정당하다는 사법부가,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고 민주노총 위원장을 모욕적으로 구속했던 사법부가 4백억 원대 뇌물죄에 위증과 증거 인멸 혐의까지 있는 기업 총수는 풀어 준 것이다.


4백30억 원 뇌물은 이재용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회사 돈을 빼 쓴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날, <뉴스타파>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정부 관료 포섭을 위한 관리 리스트를 내부자 제보로 입수해 폭로했다. 삼성이 가장 잘하는 일이지만, 대기업들이 행정 관료·검찰·경찰·법원까지 관리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판사들이 퇴직 후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률 고문으로 들어가 기업을 변호하는 전관예우 폐단은 고질적인 부패다. 그런 미래를 대비해 검사나 판사는 현직 시절부터 대기업에게 유리한 수사와 판결을 하며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총리 황교안이 바로 그런 부패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을 무마하고, 오히려 노회찬 의원, 이상호 기자 등 폭로자들을 유죄로 기소했다. 이 기가 막힌 일의 대가로 그는 퇴직 후 1년에 십수억 원을 받는 대형 로펌에 발탁됐다.


기각 결정을 한 판사 조의연에게 ‘퇴직 후 삼성 특채를 축하한다’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 이유다. 법원 내 진급 코스로 알려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서 스스로도 지배계급 다수의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는 이미 1천7백억 원 배임·횡령 혐의의 롯데 신동빈,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은 옥시 전 대표, 배기가스 조작을 한 폭스바겐 전 대표 등 최근 물의를 빚은 기업주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전력이 있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뇌물죄 소명도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은 가당찮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건으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 문형표가 이미 구속돼 있으니 말이다. 삼성이 뇌물도 강제로 뜯기고, 경영권 세습 혜택도 강제로 받았다는 말인가?


뇌물을 받은 상대에 대한 수사가 부족하다는 영장 기각 사유도 파렴치하다. 박근혜는 지금 재임 중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는 대통령 특권 뒤에 숨어서 검찰 수사 단계부터 조사를 거부하고 수사 방해와 지연 책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용의 뇌물죄 입증은 박근혜의 뇌물죄 입증과 연결되므로,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이재용 구속을 막은 것은 박근혜와 이재용이 서로를 핑계 대며 빠져나가는 것을 돕는 짓이다.


최고위 권력층의 부패 범죄에 사실상 협조하는 판결을 내린 자에게 “원칙주의자” 운운한 보수 언론들이 꼴사납다. 연루된 삼성 경영진 중 이재용 1명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특검의 무리수’ 운운하는 것도 역겹다.


게다가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는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가 포함됐다. 이재용의 생활환경을 고려해 구속하지 말라는 건 대놓고 부자들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뜻일까?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태는 결국 이 사회 상층부의 구조적 부패의 일면을 보여 줬다. 정권과 검찰, 기업주들만이 아니라 그들과 얽히고설켜 법치의 이름으로 지배계급 편향적 판결을 자행해 온 사법부도 적폐의 일부다. 따라서 정권 퇴진 운동이 박근혜 개인 제거에 머물지 않고, 정권의 퇴진과 적폐 청산을 요구해 온 것은 옳다.

△삼성 이재용은 감옥이라는 "주거 및 생활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미진

재벌 총수 단죄는 대중 투쟁에 달렸다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이전부터 재계와 우파, 보수 언론들은 ‘경제 활동 위축’ 운운하며 이재용 구속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재계 리더인 삼성의 새 총수 이재용 구속은 상징성이 너무 크고, 이후 박근혜 뇌물죄 수사에서 롯데, SK 등의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될 위험도 커진다고 보고 처음부터 차단하려 한 것이다. 롯데가 중국의 보복 위협에도 사드 부지 제공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들이 오히려 정치권력과의 유착으로 안팎의 위기를 대처하려는 방향을 보여 준다.


그러나 현 정국의 한 핵심축인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도 재벌 총수 구속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바로 직전 주말인 1월 14일에는 체감 온도가 영하 13도인데도 재벌 총수 구속을 주요 요구로 부각한 서울 광화문 집회에 13만 명이 참가했다. 이는 운동의 밑바탕에 우파 정권과 기업주들이 유착해 불평등과 부정의의 ‘헬조선’을 만들어 온 것에 대한 분노가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운동은 확대일로의 파죽지세에서 지금 숨 고르기 상태로 전환해 있다. 일시적 안도감과 피로감, 대선 국면의 사실상 시작, 특검 수사가 주목받는 상황 등이 고루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반면, 박근혜의 졸개들 때와 달리 이재용의 구속을 놓고는 지배계급의 저항이 거셌다.


이 때문에 양 세력의 힘겨루기가 팽팽해져서 일부 언론에서 “진격의 특검”이라 불리던 특검팀도 삼성 최고 경영진 처리를 놓고는 양쪽 눈치를 보며 며칠을 주저했다. 특검이 진격을 멈추자 우파들은 더 기가 살았다.


조직 노동운동의 주도력

결국 이재용만 영장을 청구하는 것으로 타협책을 썼다. 현직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사주들을 초점으로 한 수사는 세력균형을 풍향계 삼는 ‘정치적’ 과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장판사인 조의연이 가장 활동량이 뜸한 새벽 4~5시경을 택해 구속영장 기각을 발표한 것도 결정의 파장을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태는 조기 대선 국면에 순진하게 휩쓸리기보다는 투쟁의 신발끈을 다시 묶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박근혜·황교안 정권 퇴진, 각종 개악 정책 철회, 기업 총수들 단죄 등 과제들도 남아 있다.


이처럼 적폐가 곳곳에서 운동의 공세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거리 운동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적폐가 뿌리 깊다는 건 운동이 그만큼 더 급진적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만방자하던 박근혜 정권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붙인 동력이 바로 대중 투쟁이었다. 독립적으로 헌재의 조기 탄핵 결정, 특검 철저 수사·기소를 압박해야 한다.


따라서 거리 시위가 유지돼야 하고, 작업장이나 대학 등 곳곳에서 적폐에 맞서며 투쟁의 폭을 더 넓히고 심화시켜야 한다.


정권과 기업주들에게 타격을 줄 힘이 있는 조직 노동운동이 더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자들 자신의 요구도 미해결 상태다. 좌파의 정치적 개입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1월 21일 사전 집회들로 좌파와 조직 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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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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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강부자, 병역기피, 탈세 … 고위 관료는커녕 통반장 자격도 없다




박근혜정부가 장관 한 명 없이 출범했다. 새 행정부가 개점휴업인 셈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절반이 지난 정부 같은 느낌도 준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강력한 정치양극화 속에서, 복지공약 뒤집기로 득표층마저 흔들리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고, 뒤이어 내각 후보로 내놓는 인물들이 죄다 문제투성이라는 게 강력한 반작용을 낳은 것이다. 분노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당도 대충 넘어가주기 매우 힘든 것이다.


[※ 3월 4일 아침에 앵그리버드보다 화난 얼굴에 스타카도 말투로 대국민 위협 담화를 박근혜가 했는데, 민주당이야 엄청난 압박을 받겠고 그래서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좀더 수월해질 수 있겠지만, 상황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물론 박근혜의 초기 위기를 과장해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는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정치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다.] 


명진스님은 인사청문회를 보고 “누가 더 더러운 걸레인지, 방걸레인지 똥걸레인지, 걸레 경연대회같다”고 힐난했다


탈사모(탈세 사랑 모임)’, ‘전사모(전관예우를 사랑하는 모임)’ 같은 말이 나오는 박근헤 1퍼센트 특권층 우익 내각 후보 명단을 보는 “보통사람들”의 마음도 명진스님과 같을 것이다.   


[첫 지명자가 낙마한 ‘덕분에’] 가까스로 총리가 된 검찰 출신 정홍원은 한보그룹의 서울 수서지구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한 뒤에, 바로 그 한보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경제부총리 후보 현오석은 2001년 당시 고위층 특혜 분양 비리가 터졌던 경기 분당 파크뷰아파트를 분양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장관 후보 김병관은 군 재직 시절, 군사보호구역 해제 예정지를 미리 헐값에 매입했다가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익이 무려 80배나 된다. 손자병법을 3백 번이나 읽었다는 실력이 투기와 위장전입에서 드러나는 듯하다.


안전행정부 내정자인 유정복은 자기 형이 있는 회사에 특혜를 주는 개입을 한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 못 하고 있다. 


특히, ‘전관예우’ 관행이 사법, 경제,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러났난 것이 시사적이다. 고위관료 집단과 기업주, 각종 이익단체 등 1퍼센트 세력이 권력과 특권을 매개로 얼마나 단단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 준다.


검찰 출신인 정홍원과 법무장관 후보 황교안도 퇴직 후 대형 로펌에서 매달 수천에서 1억 원씩 보수를 받았다외교부 관료 출신인 윤병세도 대형 로펌에서 큰 돈을 받고 재산을 불렸다., 


경제기획원을 거쳤던 현오석도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해 재정경제부에서 1억 원이 넘는 특혜를 받았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 서남수도 퇴직 후 사학재단에서 전관예우 혜택을 크게 받았다. 


김병관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했던 전력을 이용해 국방부를 상대로 무기수입상의 브로커로 활동했다. 현 고위장성 연루 의혹까지 나올 정도다.


지갑만 썩은 게 아니라 생각도 썩었다. 반민주·반노동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홍원은 “국기 경례 거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고 하는 자고, 황교안은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는 자다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어야 하므로 노동 관련 입법이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모두 불법이라고 한 바 있다.


김병관은 제대 후 “종북세력 척결의 결사대가 되겠습니다” 하고 떠들고 다녔다. 교육부장관 후보인 서남수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 유정복은 청문회에서 5·16이 쿠데타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 토요일(2일)에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재준은 육사-육참총장 출신이다. 군 회식 때마다 애국가를 불렀다는데, 노무현 초기에 ‘정중부의 난’ 운운하며 나댔던 인물이고, 국정원의 방첩업무가 죽었다고 벼르고 있는 인물이다. 금융위원장 내정자 신제윤은 한미FTA 협상팀이었고, 2004년 전경련 파견 근무 후 친재벌 정책을 펴겠다고 호언했던 모피아 출신이다.]


한편, 국토부장관 후보 서승환과 통일부장관 후보 류길재는 박정희 쿠데타를 지지하고 동조해 고위직을 지낸 자들의 아들이다. 현오석은 유신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에 직접 참여했던 자다. 심지어 CIA 요원이라는 의혹을 받는 김종훈까지 신설 공룡부처[각주:1]에 내정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하는 말이 나오겠는가. 당 지도부에서조차 일부 인사의 자진 사퇴 얘기가 나오자, 원내대표 이한구는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맞섰다.(누가 진정으로 파당적인가???)


여야를 떠나 이런 자들에게 장관이 적격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입들에 걸레를 물리고 싶다.



※ 이 글은 <레프트21> 99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여기에 주말 사이 드러난 내용을 약간 보충해 넣었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12655


  1.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로 개인정보관리, 전자정부 관련 사항이 집중돼 이 새 부처가 ‘빅브라더’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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