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부패 우파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 공동 발의’에 합의했다. 

두 당이 사실상 두 의원의 의원직 박탈에 합의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선거 부정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부당하게 얻은 것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와 비리의 온상인 자들이 적반하장으로 정의를 내세우는 위선이 역겹기만하다. 

두 당은 성추행 혐의의 김형태나 논문 표절로 교수가 된 문대성 같은 자들에 관해선 의원직 박탈의 ‘박’자도 꺼내지 않는다.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새누리당은 17대 최연희와 18대 강용석 등 성추행 당사자들의 의원직 박탈을 대놓고 막은 바 있다. 강용석 제명안 표결 때는 “이만한 일로 제명되면 우리 중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얼마나 되겠냐”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윤리적 자격이 아니라 선출 과정에서 생긴 국회의원 자격 시비를 심사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지금 새누리당은 당원명부가 유출돼 당내 불공정 경선 의혹이 불거져 있고, 돈을 주고 입수한 것이 분명한 당원명부의 도움으로 무려 다섯 명이 국회의원에 당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선 당선자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백여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예정인 상황에서 입건도 되지 않은 이석기와 김재연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은 앞뒤도 맞지 않는 억지다. 게다가 이들 선거법 위반자들의 압도 다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출신 아닌가. 

이들이야말로 부패와 부정으로 정치적 기득권열 유지해 온 자들로서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되는 자들인 것이다. 양 당은 왜 이런 자들의 자격심사는 논의하지 않는가. 범죄자가 범죄자를 심판할 수는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처럼 두 의원 제명 시도가 명분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는 것은 실제 의도가 선거 부정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은 ‘민주주의’와 ‘정의’에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다. 

사실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은 선거 부정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3월부터 ‘통합진보당=종북 주사파=간첩’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놓고는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 

당시에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포함된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이라고 공격했고,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진보진영을 중상모략했다. 

총선 뒤에도 우파들은 통합진보당의 내부 경선 부정 문제를 통합진보당 ‘종북좌파’ 마녀사냥 공세의 지렛대로 삼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마녀사냥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정권 심장부의 치부와 비리를 감추는 방패막이가 돼서 우파의 숨통을 터 주는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지배계급 우파들은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이용해 진보진영을 위축·분열시키고, 남한 국가와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을 들이는 한편,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앞으로 고통전가 정책에 대항하는 분노의 초점이 될 수도 있을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5월부터 ‘종북주사파가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제명 추진을 해 왔고,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유신 독재와 사법부조차 내란죄로 판결한 전두환 독재를 여전히 고무·찬양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국가관’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 아닌가. 

‘신군부의 막내’인 하나회 출신 강창희를 국회의장으로 임명하는 데 합의한 양 당이 무슨 자격으로 진보정당 의원들의 사상을 문제 삼는가. 

따라서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합의한 민주당이 마치 선거 부정 문제 때문인듯이 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게 두 의원을 제명하라는 우파의 압력을 전달하는 벨트 구실을 했고, 색깔론 공격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사실 늘 대선을 앞두고 ‘국가관을 검증하자’는 우파의 압력에 굴복해 온 것이 민주당의 역사다. 지배계급 주류가 안심할 만한 집권세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다. 

바로 그 때문에 민주당은 “통진당이 섞인 야권연대가 선거를 이긴다[면] … 북한 김정은 왕조와 공동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파의 황당한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이참에 진보정당을 위축시켜 양당 구도를 확립하는 데 더 관심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일까.

우리는 ‘종북좌파’란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에서 제명되는 것에 반대한다. 새누리당과 우파의 위선적이고 비열한 마녀사냥을 규탄한다.

우파들이 오늘은 ‘종북’을 문제삼지만, 진보진영이 이런 비열한 공격을 묵인한다면, 내일은 진보진영에게 더 많은 것을 후퇴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유약하게 우파의 마녀사냥에 야합한 민주당의 작태도 강력하게 규탄한다. 

진보적 사상과 정치 활동의 자유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합심단결해서 정치·도덕적 ‘무자격자’들의 국회의원 사상 검증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상 문제는 진보운동의 정치적 권리를 제약하려는 우파들의 관점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따라서 진보진영 안에서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할 문제다[각주:1]

정치적 논쟁의 문제든 의원직 사퇴 여부든, 선거 부정 진상 규명과 재발 방치 대책 수립이든 모두 진보진영과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일이다. 



  1. 나는 두 의원이 다른 당선자나 후보들과 함께 내부 정화 차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비례경선 참가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범행에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었다. 선거 전체의 신뢰성이 추락했으므로 모두 사퇴해서 진보정당의 자정 의지와 능력을 보여 주자는 집단적 해결책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의 타락상과 정치적 우경화에 관해서 구 당권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이 져야 할 책임에는 이 문제가 다른 후보보다 추가되긴 해야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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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파와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당내 선거 부정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눈이 벌개져 있다. 새누리당이 5월 6일부터 6일 동안 낸 논평 16개중 6개가 통합진보당 비난 논평이었다.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의 선거 부정은 명백히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지만, 사실 새누리당의 부정부패에 대면 코끼리 앞의 비스킷이다. 


같은 기간에 벌어진 일을 보자. 울산에선 새누리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이 뇌물을 받아 먹고 구속됐다. 이명박과 오세훈이 서울시장을 할 때 저지른 파이시티 건설 비리가 드러나고 있고, 이명박의 ‘멘토’ 최시중과 ‘왕차관’ 박영준이 구속됐다. 


전당대회에서 대놓고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것도 새누리당이었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방해한 깃털들도 새누리당 보좌관들이었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코끼리가 비스킷 뒤에 숨어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역겨운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패원조당’은 이 공세를 색깔론 마녀사냥으로도 이어가려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북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파쇼적 행태”라며, 자진해서 ‘검찰수사를 받으라’고 비난한다.



비스킷 뒤에 숨은 코끼리


조중동과 공안당국은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가 민혁당 재건에 연루됐다’고 흘리며 ‘통합진보당=종북 주사파=간첩’ 공식을 만들어 마녀사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부를 가리고 재재집권에 유리하도록 정치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누구도 이런 마녀사냥에는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이런 우파적 공세 속에서 새누리당은 갈수록 ‘박근혜 유일 체제’로 가고 있다. 원내 대표와 정책위 의장에 박근혜가 암묵적으로 지원한 친박 이한구와 진영이 뽑혔다. [이 글을 쓴 뒤, 예상대로 친박 황우여와 이혜훈이 나란히 당대표 선거 1,2위를 차지했다.]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조차 ‘좌파’라고 공격한 ‘원조’ 우파 신자유주의자 이한구가 ‘박근혜당’에서 득세한 것은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거짓이라는 걸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우파 표를 ‘누룽지까지 긁어서’ 겨우 1당이 됐지만, 수도권과 청년층에서 명백한 한계를 보인 박근혜가 우파적 공세에 치중하는 것은 그 약점의 모순만 키울 것이다. 


게다가 이 와중에도 이명박 일가와 측근 비리는 꾸준히 터져 나오고 있다. 


이국철 SLS 접대 의혹, 불법 사찰, CNK 주가조작 의혹 등 권력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돼 온 박영준 구속은 이명박에게 위험 신호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온갖 추잡한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데, 그중 불법 대출로 예금 수천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김찬경과 임석은 각각 이명박과 이상득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진보진영의 공세는 안타깝게도 무디기만 하다. 통합진보당은 선거 부정으로 정치적 마비 상태가 돼 있다. 그동안 무원칙한 통합과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 때문에 민주당에 발목을 잡힌 탓도 크다.  


또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박근혜가 총선에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일당의 비리 폭로가 “박 위원장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우리의 딜레마”(<한겨레21>)라는 식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 회피성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근시안적 시각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명박을 때려야 박근혜도 괴롭다


터져 나오는 이명박의 부패는 집권당을 장악한 박근혜에게 [정권심판론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더 강력한 차별화(숙청)를 하라는 압력을 주지만, 우파 결집으로 간신히 총선에서 승리한 박근혜에게 이명박과의 단절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자칫 차별화 강도를 높이다가 우파 분열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쪽에서 계속 문제가 터지면, 조만간 정몽준 등 비박계 대선 후보들과 이명박과의 차별화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이 돼 갈수록 박근혜도 정권심판론의 대상이라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에 대한 공격이 박근혜에 대한 공격과 구분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총선 전후로 박근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같은 문제에서 이명박과 한몸으로 움직여 왔다. (18대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 정도를 빼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충돌하는 표결은 한 적도 없다.)


이런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였다면, 그것은 오로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대중의 분노치에 한참 모자라 차별성을 찾기 힘들어서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민주당이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경력과 그 기반 때문에 “원래 한미FTA는 공격 사안인데 수비 사안이 돼 버렸다.”(문성근) 당장 미래저축은행의 임석이 박지원 등 김대중 정부 실세 출신들과 연줄을 이어 왔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이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도 이명박의 부패에 대한 대중의 공분을 언론 파업, 쌍용차 투쟁,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과 결합시킨다면 우파를 분열시키며 우리 편이 전진할 수 있다.


진보진영은 더는 ‘묻지마 야권연대’와 민주당 중심의 선거심판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중적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81호에 “통합진보당 위기 뒤로 숨으려는 부패 우파 ― 끌어내서 타격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일부 축약해 실렸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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