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습 개시일은 바로 8년 전에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날입니다. 날짜만 같은 게 아니죠. 그때처럼 폭격은 추악한 의도로 시작됐습니다. 벌써 민간인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제국주의 국가들끼리 분열해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다만 미국 등이 역량과 향후 전망 문제로 예상보다 소극적이고,진보진영이 분열한 게 차이라고 있습니다. 8년 전에 미국 지배자들은 거침 없었고, 전쟁반대로 진보진영이 단결해 있어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공동 행동을 곧바로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전략이 실패한 것,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한 것, 군사력 동원 자체도 쉽지 않은 것, 카다피는 서방과 화해한 지도자라는 점에서 그들은 제 개인적인 에상보다 좀더 뜨듯미지근하게 보입니다. 애초에 원하지 않은 개입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그들의 폭격 의도가 더 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다피와 맺은 석유 개발 계획을 보호하고, 국내 정치 위기를 전쟁으로 돌리며(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전형적인 술책이기도 한), 중동 혁명으로 손상된 지역 패권을 유지하는 방편(특히 유럽 열강들의 패권)으로 개입했다는 의도가 더 선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국내 진보진영에 관해 말하자면, 지금은 진보신당은 비행금지구역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리비아 폭격 반대 집회에 불참했고 참여연대 등 엔지오들은 아직 입장을 내지 못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사실상 폭격을 지지했습니다.

그래서 . 이날의 집회는 더 중요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단체와 개인들 다수는 진정으로 중동 항쟁을 지지하기 때문에 다국적군의 서방 폭격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습니다[각주:1].

서방 강대국들이 민주화를 지지한다며 공습을 시작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동 혁명을 지지하는 좌파들이 폭격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중동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자 민중은 대체로 서방 제국주의가 후원해 온 독재자들에게 반대해 들고 일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혁명 지지와 서방 군사 개입 반대를 연결해야 합니다. 서방 지배자들이 혁명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민중 혁명이 제국주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중동의 민중에게도 도움되지 않고, 제국주의를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생각만 키워줄 뿐입니다. 한국의 우익들도 리비아 사례를 통해 북한 군사 압박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폭격 지지는 우익들의 반동적 의제에 힘을 실어줄 뿐인 것이죠. 

무엇보다 서방 폭격은 혁명을 방해하고 더 큰 인도적 재앙을 낳을 것이 분명합니다. 일부 언론이 리비아 민중이 서방 개입을 환영하는 듯 보도하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너무 억압받던 일부 이라크 민중이 미군을 환영했지만, 곧 점령의 진실이 드러났고 이들은 대미 항전으로 나섰습니다.

전쟁에 내재한 논리에 따라 서방이 지상군 개입으로 나아가거나 리비아와 중동의 민중 저항이 서방의 군사 개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게 될 때 일관되게 혁명을 지지하는 운동을 건설하려면, 지금 올바른 견해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앞으로 혁명이 더 진전돼 다른 나라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질 때도 이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도 큽니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폭격 규탄 집회’가 26일 오후 4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나눔문화, 대학생사람연대, 전국학생행진, 경계를넘어, 사회주의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평화재향군인회,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등 열두 개 단체에서 2백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다국적군의 폭격에 반대하는 것이 리비아 항쟁을 돕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진

참가자들은 “다국적군은 리비아 폭격을 중단하라!”, “폭격 반대! 서방 개입 반대!”들을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반전평화연대(준) 공동간사 김어진 씨는 오늘 집회에서 다양하게 준비한 발언들을 들으면서 구호 소리가 더 커지길 바란다며 구호를 선창했다.

민주노동당 최창준 자주통일위원장은 미국 정부의 위선을 규탄하며, 리비아 폭격과 한반도 평화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비행금지구역에 많은 이들이 헷갈렸지만, 실상을 보니 미국이 맘 놓고 폭격하는 곳이었다.

“미국은 사상 최대의 군사 훈련을 지금 한국에서 하고 있다. 리비아 폭격을 용인하면, 한반도 평화도 못 지킬 것이다.”

다함께 전지윤 운영위원은 민간인 희생을 막으려면 서방 군사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리비아 민주화를 폭격한다는 것은 MB가 친서민하겠다는 말보다 더 큰 거짓말이다.

“프랑스는 알제리 독립을 막으려고 2백만 명을 죽였고, 이탈리아는 리비아를 식민 지배하면서 인구의 3분의 1을 죽였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백만 명이 넘게 학살했다.

“카다피의 악랄함은 바로 이 제국주의자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제국주의가 카다피를 막고 인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서방의 군사 개입과 동시에 바레인 등에서 유혈 진압이 시작됐다. 지금 군사 개입은 제국주의 반혁명의 시도인 것이다.

“중동의 민중 혁명과 국제연대를 결합해 중동을 거짓말 금지구역, 독재 금지 구역,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금지 구역으로 만들자.”

△8년 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날, 리비아에서 서방의 공습이 시작됐다. 리비아 공습의 폭력적이고 반혁명적 성격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이미진

전국학생행진을 대표해 발언한 서울대 지윤 총학생회장은 “리비아 민중의 해방은 리비아 민중의 힘으로 이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를 넘어’의 수진 활동가는 1990년대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은 미국의 명분과 달리 억압받던 쿠르드족과 시아파 민중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폭격 후에 오히려 쿠르드족은 후세인에게 학살됐고, 폭격으로 망가진 삶의 터전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은 평범한 이라크인들이었다. 오히려 미국의 군사 개입은 2003년 전쟁으로 이어졌다. 같은 일이 발칸의 코소보에서 반복됐다.

“지금 리비아 민중을 구한다고 폭격을 지지하는 것은 이런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방법이 결코 아니다. 서방은 리비아에서 민중이 죽어가는 화면을 계속 내보내며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프레임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왜 서방은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이스라엘에게 비행금지구역을 말하지 않을까. 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대화로 해결하라고만 할까. 폭격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거를 잊었느냐고. 리비아 민중이 정말 자기 해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나눔문화 김재현 활동가는 이 전쟁이 세계 평화를 더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은 리비아 민중이 카다피에게 고통받고 있을 때, 무엇을 했는가. 오랜 경제 제재로 리비아 민중을 고통스럽게 해 왔다. 카다피에게 오히려 무기를 팔아 왔고 지원해 왔다.

“이번 전쟁은 인류 평화공존에 중대한 도전이다. ‘국민보호책임’은 전쟁의 문턱을 더 낮췄다. 이제 언제든 북한을 공격할 수 있게 됐고, 북한은 이 때문에 핵무장을 더 재촉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 개입이 세계 민중에게 좋은 결과를 낳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미진

사회진보연대 수열 활동가는 ‘민주화를 위한 군사 개입’이 고리대금업자의 광고와 같다고 비판했다.

“다급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처럼 말하지만 대출업자들은 오히려 민중을 갈취한다.

“악덕 고리대금업자를 찾는 것처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군사개입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민중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줄 것이다.

“1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은 민중이 요구한 자유와 전기, 수도는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서방의 리비아 공습을 두고 한국 진보진영이 분열해 있지만, 이날 집회 연사들은 매우 인상적으로 서방 군사 개입의 본질과 효과를 폭로했다.

리비아와 중동의 민중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왜 서방 지배자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군사 개입에 반대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사회자의 바람대로 집회가 끝나갈수록 참가자들의 구호 소리는 높아지고 있었다.

폭탄은 해방을 가져올 수 없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 평범한 진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줬다.

※ 출처: http://www.left21.com/article/9486





 

  1. 제가 볼 때,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에서 불분명합니다. 당 논평에서 리비아 민중항쟁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가 없습니다. 이날 집회에서도 미국을 규탄하고, 이를 한반도 평화와 연결했지만, 리비아 항쟁을 지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3세계 민족주의 관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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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공습 이후 벌써 조중동 등 우파 언론들은 ‘카다피 제거를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을 압박할 선례를 리비아에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이런 호전성을 비판할 법한 자유주의 언론과 진보진영 일부도 서방의 군사 개입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두 차례나 사설에서 서방의 군사 개입을 지지했다.

<한겨레>는 유엔 안보리 결의 후 “국제 사회가 좀더 일찍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었을 터”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유엔 결의안에서 “지상군 투입 문제는 … 사실상 배제됐다[.] … 이는 … 리비아 시민들의 학살과 고통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불평했는데 사실상 지상군 개입을 주장하는 셈이다.

진보신당은 17일 “국제 사회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할 것”이라며 “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을 촉구했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26일 반전평화연대(준) 주최로 개최 예정인 리비아 군사 개입 반대 집회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사회당은 18일 “유엔 안보리가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제국주의가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여론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압박을 하는 것에 밀려 불필요한 타협을 한 것이다. 진보정당들이 반제국주의라는 진보의 중요한 과제를 외면한 것이다.

△총격당한 동료를 안고 절규하는 바레인 민주화 시위대 이것을 묵인ㆍ방조한 서방이 카다피의 학살을 막겠다는 것은 순전한 거짓말이다.



그러나 ‘급한 불부터 끄자’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지금 다국적군의 목적은 ‘리비아 민중의 보호’가 아니다. 폭탄으로 불을 끌 순 없는 법이다.

우선, 서방이 내세운 ‘국민 보호 책임의 원칙’은 1990년대 냉전 이후 제국주의가 만든 ‘인도주의 개입’ 이데올로기의 변형일 뿐이다.

그것은 세계화가 진정돼 국가 주권보다 보편적 인권이 더 우선하므로 ‘국제 사회’가 인도주의적 목표를 위해 각국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대항해 강제 개입할 수 있는 ‘국제 사회’는 현실에서 서방 강대국들밖에 없다. 결국 이른바 ‘국민 보호 책임의 원칙’은 서방 강대국들에게 어느 곳이든 자기 입맛에 따라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주는 허울 좋은 포장지일 뿐이다.

인도주의 개입의 국제적 첫 사례인 1992년 소말리아부터, 1990년대 내내 이어진 이라크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경제봉쇄, 1999년 나토의 세르비아 침략전쟁 등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서방의 ‘인도주의’ 폭탄과 총탄에 희생됐다.

특히, 코소보 전쟁이 좋은 사례인데, 당시 미국과 나토는 세르비아 밀로세비치 정부의 코소보 지역 알바니아계 인종청소를 인도주의 개입 명분으로 삼았다. 그런데 실질적인 인종청소는 공습 시작 후에 벌어졌다. 폭격이 양쪽의 증오를 부추겨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거주민 수십만 명이 모두 상대편에 의해서 쫓겨났다. 세르비아 민간인 2천5백여 명이 나토 폭격으로 사망했다. 


반대로 서방 지배자들은 동맹국의 만행에는 침묵한다.

21일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폭격한 일은 유엔안보리에 회부하거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를 하지 않는다. 1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군대가 바레인에 진격해 민주화 시위대를 진압한 일에는 ‘국민 보호 책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우디의 독재도, 예멘의 발포도... 저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자들이 살인 진압을 하는데도, 독재자들의 퇴진을 촉구하는 데 주저했다.

서방 지배자들은 교활하게 반군이 가장 약화된 시점에서 개입했다. 자신들을 반군 보호, 민주화 지지 세력으로 포장하려던 것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벵가지의 혁명 세력에게 동결된 카다피의 자산을 제공해 무기와 필수품을 구입하는 등 직접적으로 혁명 세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거부해 왔다.

힐러리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리비아 과도정부위원회가 보낸 특사[각주:1]의 무기 판매 요구를 거절했다. 리비아 무기 금수 조처 때문이라는데, 이것은 카다피 때문에 내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양쪽에 모두 적용된다는 것은 서방 지배자들은 양 편을 모두 경계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직접적으로 반군을 자기 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방 열강의 공습 목표가 “민간인 보호”에 있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반군이 위험에 처했다는 벵가지가 아니라 트리폴리 도심이 공습 대상이 된 것이다.

벌써 미군의 민간인 공격도 있었다. 23일 벵가지 외곽에서 자체 결함으로(?) 추락한 미군 F-15 조종사 둘을 보호해 주던 민간인들에게 미군의 구조 헬기가 폭탄 두 발을 쏘는 등 공격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인 여섯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마을 뒷산에 떨어진 전투기 잔해를 보고 조종사 둘을 구해줬다. 돌아온 것은 미 헬기의 공격이었다. 미 사령부는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이들이 리비아 민중을 바라 보는 인식이 이렇다.



결국 서방 열강은 혁명으로 위협 받는 석유 패권을 유지하고, 중동 혁명의 확산을 막으려고 리비아에 군사 개입을 하는 것이다.

카다피가 서방 군대와 정면으로 맞서고 공습으로 카다피를 무너뜨릴 수 없다면, 서방 열강은 지상군 투입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의 위신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국주의의 리비아 점령이 되는 것이고, 또 다른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될 것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더 큰 인도적 재앙으로 발전할 것이다. 독재정부를 제거했다는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에서 지금 민주주의가 생겨나고 있는가. 한국의 중소도시 인구가 몰살당하는 규모의 학살이 있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카다피는 ‘반제국주의 항쟁’이라는 거짓 선전을 강화하며 오히려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반대로 항쟁 세력은 위축되고 분열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규모 병력이 묶여 있어 지상군 투입이 현실 군사 역량으로만 보면 쉽지 않다. 아마 뒤에서는 중재 시도도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 경우 카다피가 서방과 적당히 타협해 휴전을 할 순 있겠지만, ‘리비아 민주화’라는 애초 목표는 사라자는 것이다. 항쟁 세력은 서방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 한 보호막 없는 고립 신세가 될 것이다. 카다피 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은 미국의 꼭두각시가 서방 군대에 의존하는 민주화와 해방은 모래성일 뿐이다.

어느 경우든 리비아 민중의 진정한 바람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리비아 민중의 안전과 해방을 바란다면 서방의 군사 개입을 지지해선 안 된다. 카다피의 학살을 막으려는 심정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에게 칼날을 쥐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겨레>나 <경향> 등이 혁명의 운명을 ‘민주적’ 제국주의에 맡기자는 것은 사실상 이들이 지지하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즉 형식적 민주화만 있고 민중의 삶과 자유를 보장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목숨 걸고 혁명에 나선 중동 민중은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중동 혁명을 지지한 이유는 그것이 억눌려 왔던 민중 스스로 사회를 만들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민중을 억압하기만 해 온 서방의 군대에게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혁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민중의 힘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이 내게 가져다 줄 해방은 무엇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많은 분들이 주장에 공감하지만, 서방 군사 개입이 아닌 혁명 승리의 구체적 대안을 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레프트21의 다른 기사들에도 있고, 제 글 안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리비아 혁명 세력이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정책을 펴라고 요구합니다.
카다피의 동결 자산을 항쟁세력에게 주고 그들이 무기와 필수품을 사도록 해야 합니다. 용병이 못 들어오도록 리비아의 남쪽 국경을 봉쇄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방 지배자들이 거부한 일들입니다.
혁명 세력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사회 혁명적 방식으로 항쟁을 이끌어야 합니다. 즉 중간적 대중이 항쟁을 지지하고 참여하도록 더 많은 민주주의와 복지, 서방 개입 반대를 더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동에서 흔들리는 제국주의를 약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서방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여론과 운동을 건설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중동에서 이집트 등의 혁명이 더 진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 보호 책임 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 R2P)

자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부를 국제 사회가 제재할 수 있다는 것. 2005년 제60차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원칙은 사실상 무력 개입 능력을 가진 강대국이 자기 입맛대로 약소국에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유엔은 리비아가 이를 공식 적용한 첫 사례라고 한다. 그러나 세르비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이런 개입은 이뤄져 왔다. 다만, 유엔이 이 원칙을 공식 천명한 것이 이들 전쟁 뒤였고, 사실 이 전쟁들은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이다. 이 R2P 원칙은 앞으로 벌일 군사 개입 뿐 아니라 , 이전 침략전쟁을 사후에 정당화해 준 것이기도 한 것이다.


※ 이 글은 애초 원문을 축약해 실은 <레프트21>53호에 실린 기사를 보완한 것이다. ☞ 기사 보기




  1. 그때 특사였던 마흐마드 지브릴은 지금 임시정부 총리로 발표됐다. 아마 전투의 열세와 서방의 개입으로 반군 내 친서방파의 목소리가 커진 듯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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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혁명이 서방의 군사 개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간교하게도 서방 열강들은 군사 개입 목표를 카다피 제거와 민주화 시위대 보호로 삼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글을 써 왔는데, <레프트21>에 실린 독자편지에 여러 관련 기사들과 겹치지 않는 내용으로 답변을 해 봤습니다.

리비아 혁명에서 서방 개입이라는 난제

배상진

지난 호 기사에서 리비아 혁명에 대한 두 편향, 즉 독재 국가를 옹호하는 한심한 주장과 민주주의의 'ㅁ'도 가져오지 못할 서방의 개입을 지지하는 어리석은 주장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주장은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한 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만약 서방이 실제로 군사적 개입을 통해 카다피 세력을 공격할 때다. 원칙적으로는 카다피와 서방세력에게 모두 반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혁명적 시기에 이러한 충돌이 벌어질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이것은 이후 북한이나 쿠바 등에서 벌어질 혁명의 중요한 전략, 전술 문제가 될 수 있다.

리비아 민중들은 제국주의 세력과 제휴해 카다피를 우선 축출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하는가? 아니면 카다피 세력과 우선 협상하면서 서방 세력부터 몰아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두 세력을 동시에 축출하는 전략을 써야 하는가? 셋째라고 한다면 원칙상 옳을지는 모르지만 역량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효과적인 전략인지에도 다소 의문이다.

어떤 전략을 쓰고 어떤 세력과 일시적으로 제휴를 하든, 서방과 카다피 모두 궁극적으로는 리비아 민중의 적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폭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폭로와는 별개로 리비아 민중의 권력 장악을 위한 시도에서 이 문제를 건너뛰고 생각할 수는 없을 듯하다.

<레프트21> 52호 | 독자편지 online 입력 2011-03-17



사실, 이 문제를 놓고 <레프트21>이 여러 기사를 싣고 있으니 먼저 이 기사들을 참고하길 바라며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중동의 민중 반란 기사 모음: 여기누르세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하자마자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곧바로 전투기 출격과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정확히 8년 전, 미국과 그 동맹들이 이라크 침략을 개시했던 날이다.

이제 리비아 주요 도시는 서방 전투기와 함대의 폭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비행금지구역이 평화 조처가 아니라 리비아 전역을 향한 군사 작전이라는 비판자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미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있다. 전례를 볼 때 민간인 사망은 필연적이다. 1999년 세르비아 공격 때 나토(NATO)가 자랑한 ‘정밀폭격’은 방송국, 병원, 발전소 등을 부숴 버렸다.


카다피는 민중 혁명이 서방 제국주의 사주를 받은 것이고, 자신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거짓 선전을 정당화할 기회를 얻었다. 서방의 폭격으로 카다피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전쟁 그 자체의 논리에 따라 공중 폭격은 지상군 투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1999년 나토의 코소보전쟁(세르비아 공격) 때도 78일간 무차별 폭격을 했지만 결국 지상군이 투입돼서야 코소보를 점령하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상군 투입은 더 큰 인도적 재앙을 낳을 것이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명분과 발언권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당분간 혁명 세력은 주변화될 것이다. 이것이 민중 혁명에 도움이 될까.

서방 열강은 중동 혁명을 차단하고, 석유와 패권을 지키려는 전쟁을 시작했다. 저들은 동결된 카다피의 재산을 혁명세력에 제공하는 등 혁명세력을 직접 강화시키는 방안은 수행하지 않았다. 저들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중동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 민중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탄이 민중을 해방시킨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배상진 씨는 서방의 개입을 반대하는 주장이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옳다’고 지적하면서도 카다피와 서방 군대에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 주장’의 “맹점”이라고 주장한다. 역량이 분산돼 혁명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리비아 혁명 세력이 초기보다 위축된 상황을 보고 하는 주장인 듯하다. 이해할 만한 그 사정에도 이 주장은 좀 혼란스럽다. 원칙적으로 옳은 주장이 그 주장이 반대한 실제적인 상황이 오면 쓸모없어진다는 말이니까.


나는 배상진 씨가 먼저 자신의 원칙을 따라 “제국주의 군대가 카다피를 물리치는 것을 ‘자기해방’을 뜻하는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질문해 보길 바란다.

서방 군대가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은 결코 혁명이 아니다. 그래서 서방 개입에 침묵하거나 용인하는 것이야말로 ‘일관된 혁명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다.

서방 지배자들은 리비아 해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들이 사우디아라비아·UAE 군대가 미군 제5함대 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 바레인의 민주화 시위 진압을 위해 바레인에 진격한 것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동결한 카다피의 재산을 혁명 세력에게 제공하거나 심지어 무기를 제공하는 등 혁명세력을 직접 강화하는 정책은 한사코 거부했다.

서방의 군사 개입과 절친 동맹인 사우디 등의 바레인 진격 시점이 유사한 것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와 아랍의 그 동맹자들이 반혁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게다가 리비아는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군사 개입을 주도할 미국은 1986년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해 민간인 수백 명을 죽였다. 서방 강대국들은 20여 년 동안 경제 제재로 리비아에 가난을 강요했다.

서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가 지금 보다시피, 단지 카디피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 민중의 머리 위에서 서방의 폭격이 벌어지는 것을 뜻한다.

혁명 역량에 관해 말하자면, 민중 혁명의 힘은 단순히 군사력의 크기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제가 아무리 잔인해도 그 옹호자들은 결국 피억압 민중 안에서 반혁명 군대를 모집하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혁명의 힘은 우리 편을 확고하게 단결시키고 구 체제에 묶여 있는 민중을 혁명의 편으로 끌어당겨, 저들을 약화시키고 우리 편을 강화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는 리비아의 진정한 혁명가들이 혁명의 사회적(계급적) 내용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혁명이 더 많은 정치ㆍ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중동의 민중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대혁명에서도 러시아혁명에서도 구체제를 지지하는 제국주의의 군대는 혁명의 대의로 단결한 민중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이것은 혁명세력의 강령과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체제가 아니라 혁명에 가담하는 것이 진정한 이익과 해방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베트남과 2006년 레바논에서도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춘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대는 각각 베트남 인민 게릴라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리비아 혁명세력은 군사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서방 강대국의 방해와 구체제 이탈 인사들의 존재 때문에 혁명을 더 심화시키거나 서방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는 듯하다. (비록 구체제 이탈 인사들의 존재는 혁명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폭격이 시작된 지금 리비아 혁명가들이 서방 개입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면, 독재자도 싫어하지만 식민 지배 경험과 강대국들의 경제 봉쇄 때문에 제국주의도 혐오하는 민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 당기거나 단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리비아에서 온갖 “난제”를 해결할 혁명 전략은 서방의 군사 개입에 일관되게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혁명의 사회적 내용을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공개 포럼 안내]
○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 ― 누구에게 이익인가? _24일(목) 7:30 대학로 한성대 에듀센터 807호

○ 서방 군사 개입은 왜 중동 혁명의 걸림돌인가? _24일(목) 7:30 강남역 8번출구 모임전문공간 모토 S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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