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지도부는 118G20에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진보신당의 제언 ― G20 서울정상회의에 보내는 진보신당의 의제 제안서”(이하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이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환경 정의의 실현’, ‘더 좋은 일자리’ 등을 G20이 논의하고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G20 회의를 규탄하고 반대하지만 말고, G20의 논의에 개입해서 의제를 제안하고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생각을 보여 준다.

그러나 G20은 개입해서 진보적 의제를 채택하라고 요구할 기구가 아니다. 항의하고 반대해야 할 기구다.

지난 네 차례 회의의 결과는 G20이 상호 경쟁하면서도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빈민 들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을 보호하는 기구임을 보여 줬다[각주:1]. G20 정상들이 각 나라에서 바로 이 일들을 하고 있다.[각주:2]

진보신당 지도부도 제안서의 첫 문단을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세계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 간 당사자들이 그 해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도 없다”면서 시작한다. G20 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금융체제를 극복할 가능성도, 민중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G20이 대표성도 없고, 위기 해결 방안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G20 회의가 금융규제 등을 합의하는 ‘좋은’ 회의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셈이다.

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은 G20 정상회의 지지 국회 결의안에 반대 투표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실천은 진보신당 지도부의 개혁주의를 보여 준다. ‘책임 있는 공당’이 정책 대안 없이 ‘거리 정치’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G20 회의가 간단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제안서로 위기의 나락에서 사람들의 삶을 구원할 수는 없다.

만약 G20이 실효성 있는 회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규탄이 아니라 응원하며 회의를 단순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다.[각주:3]

그래서 투쟁보다 ‘명망’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정치는 일관되고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 .

지배계급이 진보적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게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G20의 반동적 대안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저들이 거짓 선전과 무장 경찰의 위협으로도 우리의 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우리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 참고 기사

▶정부 홍보가 보여 주지 않는 G20의 진정한 실체

G20, 한심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기구

“G20 합의는 세계 민중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G20 비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이명박 정부

내가 G20에 반대하는 10가G 이유

▶ 긴축도, 부자를 위한 경기부양도 위기 해결책 아니다

G20 대국민 토론회: G20의 성격과 운동의 방향을 토론하다

G20 ‘맞짱 토론회’: 정부 측 논리의 군색함과 위선이 드러나다


■ 관련 포스트: 진보신당 논쟁과 대표 선거 ― 실패한 전략 반복하기?


  1. G20은 세계자본주의의 최고 정치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에 책임있는 자들이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가 G20이다. 이명박은 G20 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론 레임덕 탈출 기회로 삼고 한국내 고통전가 정책의 명분을 구하려 한다. 국제적으론 한국 지배계급의 지위(국격)를 상승시키려 한다. 결코 국민 대중의 격을높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G20에 반대해야 하는 핵심 이유들이다. [본문으로]
  2. 게다가 G20은 이명박의 4대강 죽이기를 녹색성장투자라고 칭찬해 줬다. [본문으로]
  3. 진보신당은 11월 3일 논평에서 G20이 “우스꽝스런 수준”에 불과한데 이명박이 “환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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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에 대한 모든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등 83개 시민ㆍ사회단체가 만든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이하 G20대응민중행동)은 기자회견에서 G20 회의가 가까워 오면서 일어나는 민주적 권리 억압 사례들을 폭로하고 규탄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G20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장소를 빌려주기로 한 서강대 당국이 갑자기 장소 대여를 불허한 것이다.

이 행사는 G20대응민중행동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기로 해 이미 10월말에 서강대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았고, 11월 1일에도 “서강대 강의실 운영계획에 민중회의 일정이 명시되어 있[었다.]”(G20대응민중행동이 서강대 이종욱 총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그런데 11월 2일 서강대 이종욱 총장이 약속을 뒤집고 행사를 불허해 버린 것이다. “정치적 성격의 행사”라는 이유를 내세워서.

G20 정상회의가 ‘정치’ 지도자들의 회의인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행사는 정치적이면 안 된다는 것은 위선이다. 사실상 정부와 G20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예 틀어막겠다는 뜻이다.

서강대 당국은 11월 6일로 예정된 학생들의 학술행사도 “G20에 맞선”이란 표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불허 통보를 했다[각주:1].

서강대 학생 김윤영 씨에 따르면 마포경찰서가 총장과 학생회에 연락해, ‘토론회가 시위로 둔갑할 우려가 있어서 학교 안에 경찰을 깔겠다’고 했다고 한다.

G20 국제민중회의는 G20 정상회의가 열릴 때마다 해당 도시에서 열렸다. 세계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G20 정상들이 내놓는 것과 다른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에도 국제노총과 비아캄페시나, 지구의 벗 등 다양한 단체와 해외 인사 들이 참여해 지구촌 빈곤 해소와 기후 대응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G20대응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서강대 총장이 벌벌 떨 정도의 고위층 압력이 아니면 하지 못할 부끄러운 짓”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정희성 부위원장은 그밖의 탄압 사례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파키스탄과 네팔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입국을 불허했다. 특히 파키스탄 “여성 노동자의 전화” 칼리크 부슈라 사무총장은 “테러 연관 가능성 국가” 출신이라 불허됐다. 정 부위원장은 부슈라 총장이 미국과 일본도 제약 없이 방문해 활동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G20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 관련 기사 모음) 때문에 경찰이 G20경호특별법을 내세워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중단할 것을 통보한 사례[각주:2]도 발표했다.

내가 좋아하는 만평이다. 누구가 이해하기 쉽게 매우 쉽고 위트있는 용어로 G20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밖에도 11월 10일 종로구 내자동에서 하려던 “론스타 투기자본, 삼성재벌 비호하는 김&장 규탄대회”도 G20경호특별법 상 경호안전구역이라는 이유로 불허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서강대 당국의 불허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G20을 빌미로 기본적인 표현과 학술 토론의 자유마저 가로막는 작태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G20과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이 곳곳에서 반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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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쉽게도 학생들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마포서는 홍대입구역 거리판매자들에게, 서초서는 강남역 거리판매자들에게 거리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둘 모두 집회신고서를 제출해 놓았는데도 그렇다. 마포서가 압박이라면, 서초서는 경호특별법상의 경호안전구역이라며 정식 금지 통보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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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북한 3대 세습을 비판하면서 삼성과 <조선일보>, 대형 교회 등의 세습도 비꼬았다.

남한도 그러니 북한도 문제삼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면, 소수 지배자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세습하는 행태는 남북이 다르지 않다는 이런 통찰은 정확한 것이다.


그런데 자칭 ‘민주·진보’라는 사람들 일부가 이런 비교를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사회민주주의연대는 “정권의 세습이라는 문제와 기업 경영권이나 재산이나 직업의 세습이라는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뒤섞어 물타기하는 궤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주대환은 이런 비교가 “더 나쁜 경우”라고 단정한다.

국민참여당 유시민은 “기업은 사적 권력”으로 “한 기업이 세습 때문에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니까 간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은 우리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유재산’이므로 이를 ‘상속’하는 것은 ‘공공의 것’인 정치 권력을 ‘세습’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들으면, 삼성과 <조선일보> 등이 그 이른바 사적인 권력과 부를 이용해 선출된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해 온 일들이 떠오른다. 이들의 범죄는 단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데 있지 않다.

이들은 정치권력과 유착돼 있고 자신들이 로비로 만든 법을 위반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결코 ‘관용’하지 않는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과 세습을 위한 불법을 가리고, 이른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 수조 원대 비자금으로 행정·사법부 관료들을 관리해 왔다. 

<조선일보>는 상속세 폐지 등 꾸준히 부자 감세를 부르짖으며 보편적 복지 염원을 매도해 왔다. 면세 혜택과 신도 성금으로 덩치를 키운 대형 교회들은 진보 개혁에 반대하는 일에 신도를 동원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호응해 1백조 원이 넘는 부자 감세를 실시하고 부동산 부자를 위해 4대강죽이기를 강행하며 대기업을 위한 알짜 공기업 매각과 의료 민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사적 권력들이 공공의 것인 권력을 사실상 사유화하려 온갖 방법을 다 쓰는 현실에서 시장과 사기업은 ‘사적 영역’이므로 공적 논의의 장에서 다룰 필요 없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각주:1].

오히려 이런 분명한 사례들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돈과 권력이 결코 분리돼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세습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억대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220명이다. 이 가운데 열두 명은 보유 총액이 각자 1백억 원을 넘는다. 모두 재벌가의 자식들이다. 이들이 재산을 세습하는 것은 그것이 보장해 주는 권력()까지 세습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식도 주요한 세습 대상이란 점에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들이 인정했으므로 삼성 세습 같은 일이 북한 세습과 다르고, 별 문제 없다는 주장도 틀렸다[각주:2].

사실 주주들은 배당금과 차익으로 투자의 대가를 모두 받아간다. 그러고도 세습 받은 주식으로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한다는 건 불공정한 일이다[각주:3]

이처럼 소수 지배자들이 세습을 통해 평범한 다수를 지배할 특권을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남한 자본주의도 북한의 정치·경제 구조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기업주의 권력과 부를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문제삼지 않는 종류의 개혁주의 정치로는, 아무리 북한 세습을 비판해도, 막상 지금 여기에서 우리 삶을 개선하거나 기업의 횡포에 맞서 삶을 보호할 힘을 발휘할 수 없다[각주:4]. 주대환이나 유시민 등은 기껏해야 시장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북한 세습을 비판할 뿐인 것이다[각주:5].

그것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자조한 노무현 정부 수준의 개혁이 처참하게 실패한 까닭이다[각주:6].

물론 국가와 자본이 항상 유착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삼성의 비자금과 로비, <조선일보>의 악다구니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사적 세습 권력들이 단순히 정부를 지배하는 관계라면 뭐하러 그렇게 애를 쓰겠는가.

무엇보다 삼성 같은 거대기업들을 개인의 소유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늘날 거대기업들이 조직하는 생산은 세계적 규모에서 협력적 노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각 기업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이다[각주:7]

사실, 개인 소유로 감당할 수 없게 커진 경제단위당 생산력을 자본주의 방식으로 조직한 게 주식회사다. 마르크스는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그것의 한계 안에서 사적 소유로서의 자본을 철폐하는 것”[각주:8]라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국민 세금으로 특혜도 준다. 2008년 한 해 삼성전자 혼자만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감면 받았다. 이 돈이면 1년간 서울에 있는 모든 유치원···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삼성그룹 자체가 파산 위협에서 국가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노동자의 노동과 국가의 보호가 없다면 이건희 일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각주:9]. 이건희 없는 삼성은 존재할 수 있어도, 노동자 없는 삼성은 그럴 수 없다.


기업과 경제를 세습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적 소유와 민주적 계획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레프트21>43호에 실은 내 기사에 몇 가지 내용과 각주을 덧붙인 글이다. 바뀐 글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기사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753)

※ 격주간 신문의 특성상 약간 뒤늦은 감이 있다. 지난 번처럼 이 글도 보론을 써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1. 신자유주의의 탈정치화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인데, 형식과 달리 매우 보수적인 실천을 낳는다. [본문으로]
  2. 주주총회는 1주식 1표다. 얼마나 자본주의적인가. 즉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가. 재산 액수대로 표 수가 정해지는 ‘주주 민주주의’를 인정한다면, 북한 세습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본문으로]
  3. 세습받을 정도로 규모 있는 지분이 돼야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경제 위기 시대에 보편 복지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사유재산과 사유기업이 정치의 영역 밖이라면 무슨 수로 부자 증세를 할 것인가? [본문으로]
  5. 시장자본주의가 더 우월하다, 시장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두 생각 모두 취지는 달라도 시장 자본주의가 최선이고, 이걸 벗어나는 체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북한 비판은 시장자본주의 틀 안에 있다. [본문으로]
  6. 요즘 들어 좌고우면하며 우경화한 진보정당들이 대안정당으로 부상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7. 삼성전자의 거대 수익은 순전히 반도체 노동자들의 땀값, 목숨값이다. [본문으로]
  8. 사적 소유와 사회적 생산의 모순을 지적한 것으로서 발전하는 생산력이 갈수록 사적소유라는 자본주의의 형식(생산관계)과 모순(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9. 국가의 보호라는 것도 상당수는 노동자들의 수행하는 노동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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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동네 시장 품목까지 판매하면 되냐는 비판에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이 “이념적 소비를 하느냐”고 조소하면서 “윤리적 소비” 논쟁이 불거졌다.(관련 글 ☞ 신세계·이마트와 정용진의 ‘이념적 소비’)  

조국 교수는 ‘윤리적[착한] 소비’ 운동으로 오만한 대기업에 본때를 보여 주자고 호소했다. 

오늘날 ‘윤리적 소비’(또는 ‘착한 소비’) 운동가들의 목표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추구나 개인의 자기 만족만은 아니다. 이들은 공정무역, NPO(비영리은행),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기업, 생협, 지역화폐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이들은 ‘나쁜’ 대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벌이는 불공정 거래와 착취ㆍ환경파괴 등에 분노한다. 이들은 기업 이윤보다 인권과 환경,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초콜릿 회사를 비난할 때, 그것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등의 카카오 농장에서 인신매매로 팔려온 아동들이 다국적 식품회사를 위해 노예노동을 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들이 폐지 재활용 소비를 권장할 때, 그것은 다국적 기업이 브라질이나 칠레에서 막대한 삼림을 파괴해 지구 기후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막으려는 호소다.

자본주의를 변혁하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분노에 공감한다. 이랜드 등 ‘나쁜’ 기업의 노조 탄압에 맞선 보이코트(불매운동)를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 바 있다.

△ 삼성 불매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랴마는 삼성이 지배하는 시장은 한국경제에서 핵심적인 시장들이다. 삼성과 그 아이들=나쁜 대기업들이 지배하는 시장들이라는 것이다. 그놈이 그놈인 시장에서 불매운동하기 참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일차적으로 다른 점은 자본주의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방법의 차이에 있다. 

“소비 투표”

이들은 자본주의에서 기업들은 결국 상품 판매에 성공해야 이윤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윤리적 소비”가 기업에 진정한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소비는 돈으로 하는 투표”라는 말로 요약된다. (투표라는 상징을 사용한 것은) 경제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소비 투표”로 시장을 민주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방법의 차이는 대안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들이 ‘나쁜’ 기업을 길들여 만들려는 세상은 ‘윤리적(착한)’ 자본주의다. 

그런데, 이 방법은 점진적 목표를 이루는 데서조차 몇 가지 난점을 낳는다. 

첫째, 현실에선 ‘나쁜’ 대기업들이 필수적인 소비 시장을 지배한다. 예를 들어, 무노조 삼성의 가전 제품이 싫다고 노조 탄압 LG 제품을 사는 것을 누구도 ‘윤리적 소비’라 부를 수 없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공정무역 등 윤리적 소비 품목이 대체로 커피, 초콜릿 등 기호품[각주:1]에 한정돼 있는 현실이 이것의 방증이다.(각주 꼭 보세요)

둘째, 이윤 그 자체가 목적인 기업들은 ‘윤리적 소비 시장’도 창출해 낸다. 창업자[각주:2]가 극우 시오니스트고 아프리카 커피농장 착취로 대표적인 불매 대상 기업이던 스타벅스가 겨우 전체 구매량에서 5퍼센트만 공정무역 커피를 쓰고도 ‘공정기업’으로 불린다!

△ 스타벅스 문제는 일종의 딜레마다. 윤리적 소비로 점진적 기업 변화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보면 스타벅스의 조그만 변화는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여전히 이스라엘 국가를 후원한다는 의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보이콧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억압에 맞서 이스라엘과 하는 모든 교역에 반대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셋째, 윤리적 소비를 하려면 대체로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신세계 정용진을 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마트에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김규항의 말처럼 “생존 자체가 숙제인 비정규 노동자들이 ‘착한 소비’를 촉구받는 건 공정한 일일까?”[각주:3]

반대로, 마르크스주의는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자본주의를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소비 시장에서 누구나 품목을 선택할 순 있지만(윤리적 소비를 하려 할 수 있지만)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에서 소비 자체를 거부할 순 없다.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무엇을 생산할 지 결정하는 기업주들이 권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자원을 배분하고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기호는 부분적 고려 사항일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개별 기업은 시장 경쟁의 압력에 종속돼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를 쥐어짜고 산업안전이나 환경보호 등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시장을 지배하는 ‘나쁜’ 기업들은 이 ‘경쟁적 축적’ 과정[각주:4]의 필연적 산물이다.

윤리적 소비 운동가들이 대체로 대안으로 삼는 소생산자 경제도 이 시장 경쟁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도로 독점체들의 과점 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사실 소생산자나 소상인이, 또는 그 제품이 특별히 더 윤리적이라고 할 이론적 근거는 없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큰 소비자는 바로 기업들이기도 하다. 기업의 투자가 수요를 창출한다. 원료(구입과 운송), 토지(또는 사무용빌딩, 물류창고 등의 부지 매입과 건축), 노동력 등을 구매하는 데 쓰는 비용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말은 노동소득(임금)을 모두 합쳐도 총투자와 맞먹을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재에 대한 ‘소비 투표’가 기업권력을 통제하기에는 표가 애초부터 너무 적다. 

눈을 돌려 소비 시장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거대 기업들의 이윤 활동은 전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활동에 의존한다. 이들의 노동은 자신의 임금몫 말고도 막대한 부를 생산한다.

노동자들은 소비자로서보다 생산자로서 더 큰 잠재력을 가진다. 현대자동차 소비자 수백만 명을 모으는 것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4만 명이 파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파급력이 크다[각주:5].

따라서 진정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소비’ 과정이 아니라 ‘생산’과정이고, 그 주역은 원자화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행동이다.

이것만이 ‘나쁜’ 기업들이 지배하는 경제 구조를 민주적 계획이 기초가 되는 사회로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 

진심으로 기업 횡포가 만연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착한’ 소비에 머물지 말고 노동계급의 집단적 투쟁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이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레프트21> 42호에 기고한 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윤리적 소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보충한 것이다.(그래서 간결한 속도감은 좀 줄었다.) 오늘날 윤리적 소비 운동은 세계무역부터 동네 소비까지 방대한 영역을 다루므로 짧은 칼럼에서 완벽히 다룰 순 없다. 그 점에서 이 주제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서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논평할 계획이다. 우선, 이 기사의 부연 설명 글을 주말쯤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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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호품 공정무역은 또다른 중요한 논점을 낳는다. 제3세계 국가의 기호품 수출은 해당 지역 농업을 거대 농장의 단일 경작으로 바꿔 버렸고, 그것은 해당 지역의 식량 위기를 낳았다. 이런 식의 농업 구조 변화 때문에 커피 등 기호품 생산이 과잉돼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더 악화됐다. 이 플랜테이션 노예노동은 제국주의 수탈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기호품 공정무역은 이런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가격만 좀더 주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잘못된 농업 구조를 영속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본문으로]
  2.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1950년대 뉴욕 빈민가 출신으로 스타벅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자수성가 신화의 스타 CEO다. [본문으로]
  3. 김규항의 칼럼에서 이 구절이 가장 날카로운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4. 즉 자본주의 경쟁에서 소비재 판매는 부분적 본질이라는 것을 뜻한다. 자본주의 경쟁의 본질은 경쟁적 축적이다. 그래서 내부 시장이 금지됐던 소련 등에서도 자본주의 경쟁이 사회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문으로]
  5. 삼성을 두고 아직 이런 예시를 들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 안팎에서 싸우는 모든 분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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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하게 우익을 조롱하고 비판해 인기를 얻어 온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이하 존칭 생략)가 최근 “앞으로 진보 같은 거 안 할 [것][각주:1]”이라며 진보신당을 탈당했다[각주:2].

6ㆍ2 지방선거 후 진보신당 진로 논쟁에서 진중권은 민주대연합을 위해 중도 사퇴한 심상정 전 대표를 옹호해 왔다.

그의 탈당은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심 전 대표 쪽이 정치적 타격을 입고 당 대표 출마를 접은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진중권의 온건개혁주의는 노동계급의 집단적 행동에 바탕한 근본 변혁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불신한다.

진중권은 이번 논쟁에서 진보신당의 위기 책임을 당내 좌파들에게 떠넘기려 했다.

심상정을 비판하는 것은 대중과 동떨어진 “이념적 깡패짓”이고, 진보정당의 정체성 논쟁은 “진짜 참기름, 진짜 진짜 참기름, 진짜 진짜 진짜 참기름 구별하는 놀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이미 무덤에 들어간” 마르크스주의를 고수하는 “덜 떨어진 사고방식”이 진보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해 왔다.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은 이런 방식의 좌파 속죄양 삼기를 “반공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진중권이 “자신을 뺀 거의 모든 좌파들을 모조리 ‘닭짓’하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각주:3].

적대시

사실 급진좌파에 대한 진중권의 반감은 뿌리가 깊다. 비록 그가 속시원히 우익들을 공격한 덕분에 우익 지배자들의 미움을 사 중앙대, 한예종 등에서 해임되고 촛불집회 때 연행되는 등 고초를 겪었지만 그의 과도한 좌파 모욕 행위까지 인정할 순 없다.

그는 2004년초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에서 자주파가 당권을 쥐자, 자주파를 비난하며 탈당했다. 그는 자주파를 거의 적대시하고 증오했다.

2008년 일심회 논쟁 때에는 <중앙일보>에 “‘주사파’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라는 명분 [즉]… 북한이 … 인민의 낙원이라고 ‘헛소리할 자유’를 억누르기 때문”이라고 기고했다. 누구 편을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북한에서 인민을 억압하는 국가 관료와 남한 민중운동의 일부이며 국가 탄압을 받는 자주파 활동가를 구별할 줄 몰랐다[각주:4].

자주파에 대한 혐오감으로 민주노동당 분당을 지지한 그는 진보신당 입당 후 당내 좌파인 ‘전진’ 그룹 등을 강경하게 비난하는 공세를 주도했다[각주:5].

진중권은 이런 급진좌파 혐오증을 ‘좌파도 상식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당화한다[각주:6].

마르크스는 ‘일상적 시기에 사회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진중권이 좌파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상식[각주:7]”은 때때로 지배계급의 흑색선전과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는 ‘사회주의는 스탈린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스탈린주의는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와 같다’고 말한다.

냉전 우익이 만든 이 반공주의 ‘상식’은 모든 사회주의 운동을 전체주의와 동일시하면서 자본주의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또, 이런 생각은 오늘날 진정한 위협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스탈린주의는 세계적 수준에서는 국가체제로나 운동으로나 거의 소멸했지만(한반도 북쪽에는 여전히 스탈린주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매우 취약해진 상태라서 좌우 누구에게도 위협적이진 않다), 자본주의 위기의 산물인 파시즘은 부활의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사실 최근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급진좌파의 대다수는 스탈린의 관료적 억압과 반동성에 반대하며 그 대척점에 있던 트로츠키주의 진영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스탈린주의와 똑같다고 취급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매우 부당한 이 동일시는 스탈린 집권 이전의 러시아혁명 자체가 독재였다는 것인데, 이는 러시아혁명 직후 이뤄진 정치·사회적 권리의 발전 폭과 제국주의 연합군의 반혁명 침략이 가져온 파괴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부당한 동일시를 근거로 촛불항쟁 때 정치적 지도(정치단체의 주도적 구실)와 대중의 자발성을 부당하게 대립시켰다. 필연적으로 독재를 낳는 전위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발휘하려는 행위(지도) 자체가 대중 속에서 각 당파 사이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지도와 자발성은 원리상 대립되지 않는다. 그람시의 말처럼 순수한 기계적 자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각주:8].

진중권이 대중의 자발성을 옹호하면서 “노마드적 대중”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각주:9] 맥락은 (급진적 자율주의라기보다)개혁주의의 급진좌파 혐오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자발성 옹호는 지배적 사상을 추수하는 “상식”론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길바닥에 나가 대기업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외쳐 보세요. 돌 맞습니다” 하고 주장한다[각주:10]. 그런데 계급 착취가 여론조사로 확인될 일이던가!

그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소득이 높아 보수화했고 그 결과 계급투쟁이 더는 실현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오래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노동계급은 투쟁을 통해 생활 수준과 정치의식을 함께 높여 왔다. 오늘날 유럽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은 누려보지도 못한 권리를 지키려고 파업을 하고 타락한 사회민주주의 정당 왼쪽에서 좌파적 대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산업혁명의 이데올로기”인 마르크스의 계급 분석은 “정보혁명의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그의 주장도 피상적이다.

“상식”

마르크스는 임금노동자를 ‘생계를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산업 구조가 바뀜에 따라 노동계급이 사라진다는 주장은 마르크스주의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정보혁명’으로 발달한 인터넷 전산망은 통신시설을 만들고 설치ㆍ관리하는 2차 산업 발전에 의존하고, 인터넷 쇼핑은 배송 서비스라는 새로운 물질노동을 확산시켰다.

종합해 보면, 좌파를 적대시하는 진중권 정치의 핵심은 개혁주의에 있는 듯하다[각주:11]. 진중권 자신도 ‘사민주의자’를 자처하며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시장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도 비판해 왔다.(그러나 노무현의 죽음 직후 진보신당 게시판에 가장 먼저 추모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선거를 중시하고 대중 투쟁을 경시한다. 불가능한 혁명 대신 체제 안 개혁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선거적 방식으로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런 선거 중심 전략은 결국 득표력 있는 정치 엘리트들에 의존한다. 그가 유시민 지지에 동의하지 못한다면서도 심상정을 변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점에서 그가 거부하는 것은 정치 엘리트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성향을 가진 정치활동가, 즉 마르크스주의 등 급진좌파 정치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급진좌파가 온건좌파적 선거정치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성공회대 강연에서는 촛불항쟁이 이명박을 퇴진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면서 “대안은 거리에서 찾아질 수 없습니다” 하고 주장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결국 달랑 표 하나 던지는 것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촛불항쟁 한복판에서 “민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소규모로 준법시위를 벌여야 한다”거나, 최근 신자유주의자인 한나라당 이한구를“여야를 통틀어 제 정신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 중의 한 사람[각주:12]”이라고 묘사하는 것도 이런 개혁주의의 발로일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에 실은 내 기사에 몇 가지 내용과 각주을 덧붙인 글이다.  기사 원문 주소는http://www.left21.com/article/8626.
  1. 그렇다고 진중권이 진보 인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본인은 싫어하겠지만. [본문으로]
  2. [추가] 최근 진보신당 중앙당 당직자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10월 9일 현재 탈당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9월 17일 트위터로 “탈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본문으로]
  3. 기본으로 김규항의 비판이 옳다고 본다. [본문으로]
  4. 흔히 냉전시대에 소련을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못한 체제로 보기 시작한 극좌파 출신, 개혁주의로 변신한 옛 스탈린주의자들, 그리고 냉전 체제를 지지하며 정치 생명을 되찾은 유럽 사회민주당 등이 반공주의를 적극 내세웠다. 진중권도 이런 사례의 하나로 보인다. [본문으로]
  5. 이 점에서 그는 단순히 친북 자주파를 싫어하는 차원이 아니라 급진 좌파 전반을 혐오한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6. 개혁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이 주장은 자본주의의 지배적 상식에 도전하길 꺼리는 개혁주의의 습성을 반영한다. [본문으로]
  7. 상식은 누구나 그럴 법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엄밀하게 보면 지배적 사상의 다른 표현이다. 그람시는 그래서 상식과 양식을 구분하기도 했다. 한편에서 노동자들에게 상식인 것이 자본가들에게는 비상식인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은 대체로 파편적인 개인의 경험들과 지배적 사고방식의 결합인 경우가 많다. 핏줄은 못 속인다든지, 전라도 놈은 원래 그래, 여자는 원래 그래 등 말이다. [본문으로]
  8. 그는 촛불항쟁 때 칼라TV에서 활동하며 지도가 아닌 중계 활동을 선보였는데, 칼라TV라는 매체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매체였고, 그의 중계는 자신의 가치관을 담은 멘트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그도 마찬가지로 촛불항쟁 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획득하려는 행위(지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9. 진중권은 지식인이지 사상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성향으로만 규정하기 매우 힘들다. 자기 논지에 도움이 된다면 이것저것 유행하는 사조의 단어와 개념들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10. 사실 김규항에게 지식 없이 지식인 행세한다고 비판하는 진중권이 이런 조야한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가 물론 일관된 반지성주의라고 하는 건 섣부르겠으나 이런 경험주의적 진술은 그가 대중의 지적 능력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문으로]
  11. 진중권이 여러 문제에서 자유주의적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김규항이 진중권의 정치를 자유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본문으로]
  12. 이한구는 십 년 째 긴축 정책을 주장하는 거의 오리지날 신자유주의자다. 그의 주장이 가끔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그가 이명박의 경기부양책을 비판하는 게 제 정신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처럼 소득이 줄고 서민 가계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긴축정책은 공공서비스의 후퇴와 가계 파산을 불러올 것이다. 문제는 긴축을 못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부자만을 위한 경기부양이라는 데에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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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문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6인의 첫 재판이 916일 오전에 열렸다.

6인은 57일 서울 강남역 앞에서 <레프트21> 정기 거리 판매에 참여했다가 “사상 검증” 운운하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연행된 바 있다.

그뒤 약식 기소된 6인은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했다는 죄목으로 벌금형 총 8백만 원을 선고 받았다.

부당한 연행과 판결에 굽힐 수 없다고 판단한 <레프트21> 판매자 6인은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6인 대책위)”를 꾸려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각계 인사 1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항의서한을 제출하는 등 활동해 왔다.

오늘도 이들은 재판이 열리기 전인 940분에 법원 앞에서 “<레프트 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언론 자유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는 미디어행동·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다함께·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이 공동 주최했다[각주:1].

“억지 수사와 반민주적 판결은 정부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이 집회에서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은 “<레프트21>의 신문 판매는 기성 언론과 다르다. 우리는 판매 과정에서 독자와 소통하려 하므로 거리와 작업장, 대학에서 직접 대화하며 판매를 한다. 검찰이 이를 집회로 규정해 탄압하려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를 가로 막는 것으로 이런 의견 교환의 자유마저 막는 것은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조차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은 “<레프트21>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일관되게 비판하며 진실을 말해 온 신문”이라며 “세계적으로 빈익빈부익부를 만들려는 게 G20인데, 이 정부가 G20 개최를 계기로 민주적 권리를 심각하게 탄압하려 한다. 그래서 <레프트21> 탄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 이백윤 지회장도 “<레프트21> 판매자들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발언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은 56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촛불집회 도중 연행됐다가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레프트21> 판매자들을 만난 바 있다.

결의문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가 대표 낭독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 408호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6인대책위 김지태 대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모두진술 전문 보기)

그는 검찰이 기소장에 정당한 신문 판매 행위를 집회로 규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며, 유료로 판매하는 신문을 유인물 배포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사실 조작이라고 폭로했다.

김지태 대표는 독자와 소통하려는 <레프트21>의 판매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서른 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김지태 대표의 통쾌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형사22단독 소병진 판사는 갑자기 모두진술을 중단시켰다.

다른 재판도 진행해야 하니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재판이 계속 될테니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에게 부당하게 기소된 이들이 첫 재판에서 기소 내용 전반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밝히는 모두진술과 재판 과정의 심문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모두진술권은 피의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판사는 자신의 법정에서 정부 비판적인 변론이 계속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결국, 판사는 모두진술 재개 1분 만에 발언을 다시 제지하고 항의하는 김지태 대표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김지태 씨는 청원경찰에 의해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갔다[각주:2].

이렇게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법의 권위가 설 리 없다. 결국, 판사는 변호인의 항의를 받아들여 다음 재판에서는 김지태 씨의 모두진술을 보장하기로 했다. 김지태 대표와 5인의 당당하고 단호한 태도와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21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1. 공동 주최 단체는, 6인 대책위, <레프트 21>, 미디어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연대, 촛불네티즌 공권력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구속노동자후원회, 다함께, 참여연대. [본문으로]
  2. 불구속 재판에서 피고인을 퇴정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판사 자체가 재판을 거부한다는 것인데, 참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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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 종로통 일대는 주황색 풍선과 붉은 손팻말을 든 사람들로 북적댔다. 풍선과 팻말에는 “흘러라! 강물, 들어라! 청와대” “생명 파괴 민생 파괴 4대강 공사 중단”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시민사회·노동·종교·정당 등 단체들은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국민행동’을 개최했다.

경찰청장 ‘조혐오[각주:1]’ 취임 후 첫 대중 시위였다.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고,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 동화면세점 앞 등에 모인 시민들을 에워싸고 이동을 가로막았다. 광화문 우체국 근처에선 인간띠잇기를 하는 시민들을 방해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항의는 넘쳐났다.

많은 시민들이 “집회의 자유도 없는, 이런 게 공정 사회냐”고 항의했다. 인터넷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는 한 시민도 “이명박 정부는 수백억 원을 들여 홍보하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방송 장악한다고, PD수첩 막고, 낙하산 사장 보내고 하면서 우리는 모여서 목소리도 못 내게 한다”고 말했다.


산발 시위가 끝나고 시민들은 이날 유일하게 허가가 난 보신각 앞 문화제 장소로 모였다. 집회가 시작하자마자 비가 쏟아졌지만, 장소를 꽉 메운 시민 2천여 명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야 5당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민주당 사무총장 이미경, 국민참여당 대표 이재정 등이 연단에 섰다.

이들은 모두 국회 차원의 ‘4대강 사업 검증 특별위원회’(검증특위) 구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매우 정당한 요구다. 4대강 사업의 효과와 진행 절차가 모두 의혹투성이기 때문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4대강 사업 적자가 투자 예산의 4분의 3이나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각주:2].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30만 개 창출도 실패했다. 현재 공사 시작 후 늘어난 일자리는 24백 개에서 13백 개(이 중 정규직 130) 사이로 추정된다[각주:3].

그러나 검증특위가 국회 내 기구라 해서, 야당의 협상에 맡겨 놓고 국회만 쳐다 보고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첫째, 검증특위 자체는 4대강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도 참여해야 하는 기구다. 따라서 검증특위 구성을 두고 한나라당과 벌이는 전투는 정부의 시간끌기에 이용되는 소모적인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각주:4].

둘째, 검증특위가 공사 중단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검증특위가 구성돼 폭로를 효과적으로 하더라도 대중행동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 이미 4대강 공사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데도 이명박 정부가 강행을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말처럼 “4대강 사업마저 못하면 완전히 레임덕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대강 공사 반대 운동은 어떤 요구든 국회에 압력 넣기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은 4대강 문제를 다른 운동과 연결시키며 운동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이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4대강 예산] 22조 원이면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4대강 예산을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 명에게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운동 등과 4대강 반대가 결합되는 것도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한 서울지역 당원은 “4대강 공사 반대 여론이 높지만 이명박을 막는 힘이 부족한 것은 반대 여론이 표출될 공간이 없어서인 듯하다”고 대중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저녁 문화제 연단에서 4대강 모두에서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영산강과 금강을 관할하는 민주당의 전남도지사(박준영)와 충남도지사(안희정) 등이 4대강 공사를 찬성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좀더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의 모호함을 볼 때 진보진영은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서도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



  1. 나는 이게 그 자의 본명인 듯 느껴진다. [본문으로]
  2. 정부와 우익들은 정부 재정 적자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공공요금 인상,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기업 민간 매각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을 흘린다. 그러나 진정한 예산 낭비는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안그래도 부채덩어리가 된 수자원공사에 8조 원이나 되는 부채를 새로 안기는 것도 4대강 죽이기의 ‘성과’(?)다. [본문으로]
  3. 어제 집회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2천4백 개를 인용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1만 3백 개를 언급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새로 생긴 일자리가 3천여 개라고 밝혔다. [본문으로]
  4.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은 검증특위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상황 봐서 불리하다 싶으면 못 이기는 척 협상을 하는 척 하면서 지역 토호들의 압력에 야당 시도지사들의 입장이 후퇴하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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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주도적 인사들이 소속 단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관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논쟁 /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입장 비판(우석균)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동중 사회보험노조(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위원장은 집행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내부 회의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부자와 재벌 들은 양보할생각도 않는데 왜 우리가 알아서 보험료를 40퍼센트나 인상해야 하느냐는 기층의 반발 때문일 것이다.

시민회의의 제안에 비판적인 보건의료운동 단체들은 부자와 기업에 물리는 사회보장세 신설과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1년에 의료비가 1백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1백만 원의 개혁”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진보 양당 지도부가 시민회의의 “1만 1천 원 더 내기”에 지지 의사를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점 사업으로 삼자고 강조하면서 그 재원 마련 방식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시민회의 방안을 지지해서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각주:1].

진보신당 지도부는 더 적극적이다. 8월 21일 열린 전국위원회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추진 중인 ‘광역단위 시민회의’와 ‘기초단위 지역 모임’ 건설에 적극 함께한다”고 결정했다.

분열과 사기 저하

시민회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국민, 기업, 정부가 동시에 부담을 더 하든지, 모두 부담을 더 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만 가능합니다” 하고 밝힌다.노무현 정부 아래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소폭 향상됐던 것도 당시에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계급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관주의와 후퇴 논리를 받아들이면, 진보정당들은 앞으로 복지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노동계급이 사회복지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후퇴는 진보진영의 분열과 대중의 사기 저하를 낳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의식해서인지[각주:2] 진보 양당 지도부가 이런 양보 정책을 기웃거리는 동안 민주당 정동영조차 특권층 1퍼센트에게 부유세를 매겨 사회복지 재원 10조 원을 만들자고 나섰다[각주:3].

예전 민주노동당 부유세 공약보다 온건한데도 이 제안이 두드러져 보이는 건 진보정당들이 그동안 후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부자 감세만 원상 회복해도 이보다 많은 재원이 나온다.

분당 전 민주노동당의 복지국가 공약은 기업과 부자들이 그 재원을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건강보험만 해도 재정구조 개혁으로 병원과 제약회사에게 지급할 수가 등 공급자 통제를 강화하면 훨씬 더 적은 액수로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

양극화를 조장하는 시장경쟁을 통제하고, 누진세 등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두 가지 조치가 모두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보험은 공립병원 확대 및 대형 병원 국유화로 조세 방식의 무상·공공 의료서비스 제도로 바꿔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짜 진보 개혁을 쟁취할 대중적 정치투쟁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정부와 기업주의 부담을 늘려 무상의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암 치료에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는 등 보장성이 확대된 것은 이런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다.

오히려 이 운동의 약점은 노무현 정부가 보장성 확대의 대가를 다시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있다. 보험료 인상분은 병원과 제약회사의 수가 인상으로 새 나갔다.

따라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할 일은 “1백만 원의 개혁” 같은 급진적 제안을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주들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조직 노동자 운동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보험료 인상 등의 양보를 주장하며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투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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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점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 이유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입장을 채택하는 게 민주노동당의 기존 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공노조 등 민주노총 일부 노조들의 거부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 공약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공급자 통제와 정부와 기업주 부담 확대를 주장했다. 둘 모두 하나로시민회의의 주장에서는 보험료 인상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본문으로]
  2. 최근 이란 민중이 아니라 한국 기업주들을 걱정하는 이란 관련 논평이나 헌정회 관련 이정희 대표 해명에서 드러나는 ‘유연한’ 발상들을 보면, 근묵자흑이라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를 스스로 흐린 대가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정체성 약화다. [본문으로]
  3.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전 대표인 정세균은 부유세에 반대하는 게 당론이라며, 부자 감세를 원상 회복하면 된다고 반박해 논쟁이 됐다.이 논쟁은 최근의 빈곤 확대 추세에 비춰 볼 때, 부자 감세 회복과 부유세, 부자 증세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민주당 포퓰리즘의 한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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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단결 해치는 금융노조 지도부의 비정규직 외면

 

6월 하순경 우연히 금융노조 규약을 살펴 보던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 차윤석 위원장은 깜짝 놀랐다.

올해 1월 20일 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지부의 조합원 자격을 위협하는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산별노조답게 포괄적으로 조합원 가입 자격을 유지해 왔다.

“금융업, 금융관련 서비스업 및 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자”는 물론이고,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및 금융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자”면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왔다.

이 덕분에 계약해지와 재취업이 빈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시적인 해직 상태에서도 비정규직지부에 가입해 금융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며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뀐 규약은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및 금융관련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자” 등 포괄적인 가입자격 조건을 모두 삭제해서 상당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조합활동 관련하여 해고된 자”와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 된 자”의 조합원 자격은 살아 있다.

그러나 기간제 노동자들이 해고될 때는 대체로 기간 만료에 따른 개인별 계약 해지 형식을 띠므로 조합 활동이나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계약해지와 재취업이 반복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의 경우 조합원 자격이 있었다 없었다 하게 돼 노동조합의 보호를 일관되게 받기 어렵게 됐다. 특히, 파견제가 조금씩 도입되는 현실에서 이런 규약 개정은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바뀐 금융노조 규약 아래서 기간제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해고무효소송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소송에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는 재판 기간과 블랙리스트에 찍혀 재취업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도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차윤석 위원장은 금융노조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하고 내용 증명 질의서를 보냈다.

3주 가까이 답변을 미루던 금융노조는 7월 27일 답변을 보내 “금융산업에 근무한 경력”으로 조합원이던 사람은 바뀐 규약에서 “필연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비정규직 조합원 자격 박탈한 금융노조의 공문. 질의 2 관련 답변을 보시오.

결국, 차윤석 지부장 등 서른 명이 넘는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 바뀐 규약에 따라 사전 협의나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금융노조 조합원 자격을 잃게 됐다.

금융노조 집행부는 2007년부터 내부적으로 비정규직지부 해산을 추진해 오다 여의치 않자 올해 비정규직지부를 사실상 없애는 수준의 규약 개정을 한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 취지에도 거스르는 것인데 예를 들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규약에서 “금속산업과 금속관련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구직중인 실업자”와 “기타 제조업에 근무하는 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비정규직지부 차윤석 위원장은 “금융노조 규약 개악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므로 조합원들과 충분한 토론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지부는 8월 9일 규약의 원상 회복과 비정규직의 유니온샵[각주:1] 적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투쟁은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대의를 저버리고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조작된 분열의 씨를 뿌리고 있는 집행부를 향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항의다. 

 

한편, 금융노조의 하나은행지부(정규직) 지도부도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


그동안 하나은행 시급제 노동자들은 사측을 대상으로 미지급임금반환소송(☞관련기사: 쥐꼬리만한 시급마저 훔쳐간 은행들)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하나은행지부 지도부가 재판부에게, 단체협약(보충협약)이 규정한 “전 종업원”의 범위에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노조가 앞장서 ‘비정규직은 우리와 같은 하나은행 종업원이 아니다’ 하고 매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금융노조와 하나은행지부 집행부의 이런 태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크게 해치는 잘못된 행동이다. 금융노조 안에서 2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지만, 국민은행지부와 몇몇 지방은행지부를 제외하면 이들을 정규직지부로 가입시키는 일도 감감무소식이다[각주:2]. 금융노조 지도부가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악법을 더 개악하려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기업주들은 어떻게든 비정규직 차별로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경제 위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특히, 금융산업은 이명박 정부의 메가뱅크 재추진 입장과 우리은행 민영화 발표 후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의 공포에 젖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행위에 금융노조 지도자들이 앞장서는 것은 노동자 단결을 해치는 것으로 용서받기 힘들다[각주:3].

금융노조 지도부는 규약을 재개정해 과오를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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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노동조합에 가입이 되는 제도. 금융산업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현재 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지부 가입에 유니온샵을 적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내부적이지만 자신들이 방침으로 정하고 내가 비정규직지부장 직무대행일 때, 통보했던 내용이다. 자기가 한 약속도 지키지 않더니... 이들은 노동운동의 큰 오점이다. [본문으로]
  3.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는 등 노동운동의 큰 길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계속 보여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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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MB”가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7·28 재보선의 쓰디쓴 교훈을 직시해야

7ㆍ28 재보선에서 ‘묻지마’ 반MB 야권연대 노선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는 7월 30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유연한 진보”와 “[반MB]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유연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습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더 폭넓은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개표 다음 날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7ㆍ28 재보선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며 실패한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그것을 새 지도부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는 두 달 새 두 번이나 후보를 사퇴하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지만[각주:1] 단 한 번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각주:2].

이것은 첫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표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호소를 따라 민주당 지지로 고스란히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각주:3].

둘째, 진보정당의 분열과 “묻지마 반MB연대”에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진보적 유권자들은 결집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각주:4]. 사회당의 왜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금민 후보가 0.55퍼센트 득표에 그친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 아닐까[각주:5].

한마디로 진보정치의 ‘제1당’인 민주노동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추구한 노선이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갉아먹으며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MB 진보 대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광주와 인천, 강원 등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완주하며 진보적 목소리를 낸 곳이었다.

따라서 7ㆍ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선거에서 [정책과 세력 모두] 반MB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진보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찬물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가 취임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도 없이 또다시 “더 폭 넓고 수준 높은 야권연대”를 강조한 것은 이런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 사진 위 케익에 써진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면, 새 지도부는 지금의 전략 노선을 확실히 변경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최근 “당 우선 강화와 외연 확대 병행 추진”이라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내놓았다. 노회찬 대표는 “그동안 민노당의 통합 제안에 수세적이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각주:6].

이것은 진보의 재단결과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보여 준다. 금민 후보의 득표 결과도 더 폭넓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신임 지도부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말로만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천으로는 반MB 민주연합에만 매달리며,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조차 민주연합을 더 효과적으로 하려는 ‘옵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우선적인 연대나 연합보다 계속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우선대상자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거래하듯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 진보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레디앙>)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정희 새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명목 삼아 “작은 차이”와 “거친 구호”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대안없는 …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막말[각주:7]하는 게 “작은 차이”일까. ‘집권 민주당’이 추진한 한미FTA, 파병, 비정규직 악법, 의료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등을 비판하고, 아직도 이런 정책과 단절 못한 민주당과 하는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게 “거친 구호”일까.

민주당이 이번에 반MB 대안의 일부가 될 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기업주에 기반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라는 민주당의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신 때문에 은평에선 이미 지역 단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도 민주당 중심 단일화에는 비판적인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제한된 쟁점의 전술적 단기 연대는 물라도) 진보ㆍ개혁 염원 대중의 사기 저하와 냉소를 낳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 전략 노선은 재고돼야 한다. 그 노선이 “친기업ㆍ반노동ㆍ반민주 정책 반대”라는 반MB의 ‘알맹이’를 빼먹는, 본말이 전도되고 불충분한 가짜 반MB이기 때문이다[각주:8].

이번 재보선으로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 그 결과 수도권에선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명숙과 장상. 그래서 온갖 곳에서 '사퇴 전문 후보', 이젠 '사퇴 및 낙선 전문 후보'라고 불리게 됐다.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행위 자체는 엄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본문으로]
  3.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바람이 불었지만, 오세훈-한명숙 표차보다 노회찬의 표가 더 많았다. 여기에 나를 포함한 민주노동당 지지 표가 섞여 있는 것이다. 정당의 지도력이 지지자와 엇갈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위기에 빠질 것이다. [본문으로]
  4. 은평과 충주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압도적으로 한나라당 실세 후보들이 승리한 것은 이게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 번(지방선거)은 통했지만, 두 번은 안 통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사회당의 2007년 대선 득표율은 0.1퍼센트도 안 됐다. 세력으로선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6·2 지방선거 서울 은평구에서 광역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노동당=6,352표, 진보신당=7,484표, 사회당=163표. 이번 금민 후보의 표 458표도 순전히 독자 힘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6. 진보신당 발전특위의 결론과 노 대표의 언급은 약간 강조점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데에는 진보신당 안의 의견차가 있다. 이 의견차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심의 강도차가 포함돼 있다. [본문으로]
  7. 한나라당이나 할 법한 색깔론을 다른 곳도 아닌 광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했다는 것은 민주당이야말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본문으로]
  8. 사실 반MB 정서의 뿌리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권위주의 정책에 있다. 그 점에서 민주당 중심의 반MB 연합이란 게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별 차이 없는 민주당 판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반미 사건에서 보듯, 구 집권당 답게 충분히 권위주의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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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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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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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ㆍ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모두 네 곳이다(표 참조). 이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 이명박 정부의 우파 정책들에 반대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 줄 때다.

 선거구  진보 후보
 서울 은평을  사회당 금민(민주노동당 이상규는 사퇴[각주:1])
 광주 남구  민주노동당 오병윤(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창조한국당과 단일화[각주:2])
 인천 계양  민주노동당 박인숙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민주노동당 박승흡

네 후보 모두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진보 대안을 주장하며 완주하고 있다.

사회당 금민 후보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전국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를 이루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오병윤ㆍ박인숙ㆍ박승흡 후보들도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한다.

네 후보 모두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성 주류 정당 후보와는 다른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반MB 진보 대안

7월 24일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6ㆍ2 지방선거 때] 야당 구호에 친북 성향 젊은이들이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하며 대놓고 막말을 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6ㆍ2 지방선거 패배 후 찾아 온 레임덕 위기를 여론 무시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작심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은 6ㆍ2 선거 패배에도 4대강 공사를 독려하고 의료민영화 등 온갖 반서민 정책들을 강행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등 이명박의 심복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은 강력한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남는 문제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어떤 반MB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반민주주의 정책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정한 반MB 대안이 될 수 없다[각주:3].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은 정작 자기 당 소속 전북 고창군수의 성희롱은 못 본 척하고 재공천해 당선시켰다. 횡령 혐의를 받는 강성종을 보호하려고 한나라당과 협력해 방탄국회를 열어 온 것도 민주당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에 속시원히 반대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지역 내 가장 큰 방해 세력은 민주당이 다수파인 전북도의회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게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형 못지 않은 아우 같은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네 명의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선 ‘반MB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더 급진적인 대안을 바란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각주:4].

둘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더 노동계급 친화적인 진보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ㆍ반민주 정책에 맞선 대중행동 건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수록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말로나마 진보적 언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포퓰리스트 후보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다.

넷째, 진보 후보들에게 던지는 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얻을수록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광주 남구에선 단지 미래를 기대한 투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평을

그럼에도 서울 은평을에서 이명박의 오른팔이라는 이재오를 꺾으려면 범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오를 꺾겠다며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다. 8년 전 대통령 지명을 받고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장상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도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을 딴 김활란상(賞)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행여라도 이재오가 당선한다면 이런(반MB 정서를 결집시킬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각주:5].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진보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MB 범야권 단일화로 달려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은평에서 후보를 양보했는데도 정작 광주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미 낙인찍기가] 해도해도 너무 하”지만 “민주당 장상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짐했다.

이상규 후보는 “장상이면 어떻고 천호선이면 어떻고 이상규면 어떠냐. 모두 다 반이명박 반이재오 전선에서 한몸, 한 몸뚱아리 아니냐”며 스스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깎아 내렸다.

이상규 후보는 야 3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대표 경력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묻게 만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후보는 묻지마 범야권 단일화에 쓰는 에너지의 1백 분의 1도 진보 후보 단일화에 쓰지 않았다. 야3당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와 정책 반영이 논의된 것도 아니다.

물론 사회당 금민 후보도 이상규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진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6].

그럼에도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치고 민주연합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은평을에서는 진보신당과 진보적 지식인 ㆍ활동가들의 지지[각주:7]를 받는 사회당 금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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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27


  1. 민주당 장상과 국민참여당 천호선과 단일화 논의 끝에 사퇴. 장상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본문으로]
  2. 여기에 국민참여당이 낀 단일화라고 문제 삼는 부류도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 중심의 단일화였다. 국민참여당은 은평을 고려해 깎두기 후보를 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진보 양당이 손을 잡은 게 이 단일화의 핵심이며, 나머지 당의 참여가 진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3. 자격 뿐 아니라, 능력도 안 된다. 더는 민주당 중심의 반MB 단일화가 바람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본문으로]
  4. 가능하면, 한나라당-민주당의 표차보다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많은 게 미래를 위해 더 좋다. [본문으로]
  5. 이 때문에 은평 지역 단체들도 민주당의 후보 선정에 격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 테이블을 만들어, 비민주당 단일 후보를 추진했다. [본문으로]
  6. 그 경계심을 표현하는 건 옳았지만, 사실상 기반도 취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조건 후보 양보를 요구한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을 준 건 사실이다. 그 자체는 분명히 실수다. 사회당과 금민 지지파는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는 제안을 했어야 한다. [본문으로]
  7.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 후보라 하기엔 그 지지세가 약하고 부분적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장상을 찍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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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서울 강남역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된 김지태 씨 등 6명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이 오늘 확인됐다.

이 사실은 당시 연행된 김모 씨에게 1백85만 원을 청구하는 검찰의 벌금고지서가 발부돼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6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23부가 김지태 씨 등 6명에게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반민주적인 판결이며 부당한 것이다.

<레프트21>은 등록된 정기간행물이다. 이를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집회’로 간주해 판매자를 연행하고 유죄 판결까지 내리는 것은 정치권력이 정부 비판적인 진보 언론을 탄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이미 지난해 9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올해 7월부터는 효력을 잃은 조항이다.

연행 당시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신문의 기사를 문제 삼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일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집시법과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된 신문만 팔 수 있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레프트21>은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이명박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북풍몰이에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와 경찰로서는 이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된 진보언론 탄압

<레프트21>은 부패한 우파 정부의 위기 탈출용 작태에 앉아서 순순히 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의 진보언론 탄압은 분열과 부패로 지리멸렬해진 정부가 위기 탈출용 희생양을 만들려는 수작일 뿐이다.  

그래서 <레프트21>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상적인 간행물 판매 행위를 임의로 ‘집회’로 간주한 것은 경찰력 남용이며 이에 따른 유치장 구금은 불법 구금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마찬가지로 <레프트21>은 직원과 독자가 포함된 6명의 시민들이 죄없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이들에게 반민주적 유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단독 23부와 이들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을 규탄한다.

<레프트21>은 정부의 진보언론 탄압에 맞서 6명의 정식 재판을 힘써 도울 것이며, 진실을 알리고 읽을 자유, 즉 진보언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 민주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유죄 판결을 받고 퇴장당해야 할 자는 바로 MB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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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진보언론 탄압] <레프트21> 판매 시민에 대한 벌금 선고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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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19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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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ㆍ연구자모임’을 주도하는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MB심판,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다. 그러나 … 신자유주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보수적 심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진보적 심판이 되어야 한다[각주:1]”고 주장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지금이 진보진영이 “[민주대연합이나] 개별 약진 시대를 끝내고 진보정치세력들의 통합과 연대로 나아가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는 “[PD] 좌파가 계속 [국민승리21(민주노동당의 전신)에] 남아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민주노동당 운동에 참여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각주:2]”며 비판적으로 지난 시기를 평가한다.

자주파와 공동행동에 거리를 둬 왔고, 민주노동당 분당 때는 “범좌파세력당[각주:3]”을 제안했던 김세균 교수의 이런 변화는 반MB 정서를 수용하면서도 진보의 독자성과 폭넓은 단결 염원을 모두 대변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긍정적이다.

다만, 김 교수가 진보대통합의 범위를 민주노동당보다 ‘왼쪽 세력’(김 교수의 분류법[각주:4]에 따르면,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위 등)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아쉽다. 이 구상대로면 ‘진보대연합’의 또 다른 과제인, 민주당의 왼쪽과 민주노동당의 오른쪽에 포진한 진보 성향 대중을 진보정치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에는 약점이 생길 수 있다.

국민참여당 등 민주당의 아류는 배제돼야 하지만 진보적 NGO와 개인 들은 진보연합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김 교수 등이 주도한 진보적 지식인과 노동자들의 금민 후보 지지 선언[각주:5]과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후보를 안 내는 것이 옳”다는 요구도 협력과 신뢰가 중요한 진보연합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어 아쉽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2 
관련 기사: 7·28 재보선: 반MB 민주연합 아닌 진보진영 단결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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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렬히 공감합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좀 귀를 기울여 주세요. [본문으로]
  2. 옛 PD 좌파들은 1997년 대선에서 정치연대(준)로 결집해 국민승리21에 들어갔다. 권영길 선거 포스터에 “일어나라 코리아” 문구가 들어간 문제로 갈등해 국민승리 21을 탈퇴하고, 정치연대 자체도 원 각자 노선대로 다시 흩어졌다. 지금으로 치면 사노위와 진보신당 일부, 사회당 등이 이들이다. [본문으로]
  3. 이는 진보신당의 분리와 창당이 좌경적 분열이라고 본 김세균 교수의 착각이었다. 본인들도 그렇게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분당의 리더들은 민주노동당보다 더 온건한 정당을 만들려는 목적의식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노총당과 친북당을 비난한 것이다. 친북 노선은 당연히 진보의 성장에 제약이다. 그러나 내부 노선 투쟁이 아닌 국가보안법과 조선일보를 이용한 친북파 공격은 좌파라면 당연히 해서도 안 되고, 용납할 수도 없는 행위였다. 그렇다고 이 과거가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패권주의 등을 가리는 것, 또는 진보재단결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본문으로]
  4. 물론, 나는 김 교수님의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실천과 정강정책에서 이들이 민주노동당보다 항상적인 좌파라고 할 수 있는 걸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대중투쟁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가끔 민주노동당보다 더 온건하고 의회주의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진보 3당은 비슷한 스펙트럼으로 봐야 하고 지향하는 기반(목표)에선 진보신당이 오히려 민주노동당보다 오른쪽인 면이 크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선거방침과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금민 후보 지지가 아니라 진보 단일 후보로 금민 후보를 지지한 것은 섣불렀다고 본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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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7월 28일 국회의원 재ㆍ보궐 선거에서도 6ㆍ2 지방선거 때와 같이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에서 지고도 대중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열망은 더 커지는 듯하다.

정부는 ‘4대강 죽이기’ 공사를 강행하고, 상속세 폐지를 운운하는가 하면,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를 마녀사냥하기도 했다.

물론 이명박의 반동 엔진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집권당 내부 분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오가 당의 도움 없이 혼자 선거를 치르겠다며 선을 긋겠는가.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패배한다면 이명박의 레임덕과 여권 분열은 더 가속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6ㆍ2 지방선거 때처럼 범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이런 흐름은 이명박의 오른팔이던 이재오에 맞서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이 모두 후보를 낸 서울 은평 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8곳에서 모두 사실상 양보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서울 은평구 시민단체ㆍ촛불모임 등 주민 수백 명이 서명해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사회당)의 단일화를 공개 촉구했다[각주:1].

오른팔

“[이재오의 지역구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 대의를 생각해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달라”는 주문이다. 물론, 이들 다수는 “동의할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에 불만을 털어놨다[각주:2].

이런 불만에는 민주당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도 깔려 있다.

광주 남구에선 시민사회단체들이 야 4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을 모아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비민주당] 시민사회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사실상 집권당 노릇을 하며 문제를 일으켜 온 민주당에게 이번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반이명박 정서 속에서도 존재하는 민주당 불신 정서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복지를 말하지만 부자 증세를 말하지 않고, 4대강 반대를 말하지만 4대강에 찬성한 후보를 공천하며, 반MB를 말하지만 일관되게 이명박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이런 모순은 기업주들의 당이라는 근본 성격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고쳐질 수가 없다.[각주:3]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 집권당의 패인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라는 사람은 2.4퍼센트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번 재보선을 진보 단일화와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 진보 대안을 건설할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다.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이명박 정부와 기성 정당들에 진정한 압력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반MB 야권 단일화로 민주당을 당선시켰다가 그들이 이명박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 민주당의 10년 집권 경험이 바로 이것 아닌가.

진보 후보가 진보적 주장을 날카롭게 펴고 의미 있는 득표를 했을 때, 누가 당선하든지 진보의 만만치 않은 힘을 의식해 함부로 공격이나 배신을 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다.

그동안 반MB 민주연합 때문에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의존한 결과, 진보진영은 이명박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반년간 민주당을 추수하며 독립적 투쟁을 미루다 통과를 막지 못한 타임오프제가 대표 사례다.

압력

그래서 설사 당선 못 하더라도 진보 후보의 의미 있는 득표가 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독립적 진보 정치대안 건설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수록 이런 미래를 더 앞당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당 금민 후보의 진보 단일화 논의 제안에 응하겠다는 이상규 후보의 말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마침 진보신당도 은평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서울 은평 을 사회당 금민 후보 개소식. 진보 단일화를 하려면 민주노동당이 먼저 반MB 단일화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진보 단일화’가 맞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두 진보 후보 사이에 커다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권 혁신이 아니라 야권 교체"(금민)라는 말이 호소력 있다.

두 후보는 정부 재정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의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진보적 가치와 운동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범야권 단일화 미련을 버리고 은평에선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유일한 진보 후보가 된 나머지 세 곳에서는 독립적 진보 대안 건설을 위해 완주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유감스럽게도 “어떤 살신성인 다해서라도 야권연대 만들어 내야한다”며 또다시 반MB 야권 단일화에 매달리고 있다.

반MB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살신성인”까지 하겠다면서 동시에 “이제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고 매달리는 것은 구차하게 보이기도 한다[각주:4]. 정책과 정치 노선을 우선해야 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다.

이 같은 ‘민주당 양보론’을 두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시장에서 … 흥정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행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또다시 민주당과 단일화를 추진하려 하면 진보진영 전체로부터 흔쾌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이고 진보대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수도권에서 진보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과제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회당도 “민주노동당의 [6ㆍ2 지방선거 방침에 관한] 책임 있는 평가와 성찰”을 후보 단일화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거나 자당 중심의 단일화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각주:5]. 협력적 논의를 거부하는 것 같은 이런 태도는 진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아닐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36호에 실린 내 기사를 거의 원문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원문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391  
관련 기사: 김세균 서울대 교수의 진보대연합론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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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결국 이 모임은 결렬됐다. 민주노동당 선본 관계자는 중앙 시민단체가 주도한 협상도 실패했는데, 지역 단체들이 요구한다고 되겠느냐고 논평했다. 쟁점이 민주당의 양보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 이말의 뜻은 전국 단위 조정도 거부하는 민주당이 은평 하나에서 그냥 양보하라는 말을 수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여기에는 좀더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후보를 바랐던 사람들의 불만과 해당 지역 위원장의 출마를 바라던 내부 불만(그 흔한 공천 파동)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하는 연합을 정당화할 때, 자신들의 모순을 감추려고 민주당이 변화가능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 사기극이 사실이 되는 길은 민주당에게 아주 작은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민주당을 견인하겠다는 진보진영의 말문만 막히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앞뒤도 안 맞아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살신성인은 자기가 죽겠다는 뜻인데, 민주당에게 양보하라는 말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본문으로]
  5. 이와 같은 내용의 질문에 사회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요구한다고 민주노동당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입 다물 수는 없지 않냐고 답했다. 약간 동문서답인데, 비판하지 말하는 게 아니라 단일화 협상의 '조건'인 것이 실효성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 동문서답에서 사회당이 연대연합(공동전선) 전략전술에서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조건을 걸면, 연합의 필요성 호소보다도 연합 상대를 불신한다는 것부터 드러내는 셈이 되고, 사실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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