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기업천국 도시 확산할 세종시 수정안  / 세종시 관련 MB의 말바꾸기와 이박투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세종시 수정안이 연초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연말 날치기 무효화 투쟁마저 묻히는 듯합니다. 이 상황에서 진보는 어떤 자세로 뭘 해야 할까요.

사실 세종시는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두 계획 모두 대규모 토목공사라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행정부처 이전'입니다.

그런데, 전 행정부처 이전으로 균형 발전하는 데 신도시 건설이 핵심일까요. 효율성으로 따지면 그냥 기존에 이미 개발된 도시로 이전하면 됩니다. 서울의 행정부를 분산하는 게 목표라면, 대전엔 이미 제2청사가 있는데, 그 근처에 신도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신도시를 만들면 수도권 인구가 그리 내려갈까요? 그리되면, 인구 이전이지 균형 발전은 아닐겁니다. 균형 발전하려면 현지 자영업을 활성화하고 현지 청년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럴 때 어느 측면에서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될까요? 공무원 몇 천 명 간다고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될 리 없잖아요~

세종시가 원안대로 세워져도 수도권 인구가 그리 내려가기 보단 인근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일겁니다. 새 구심 도시가 생기면 연기군과 인근 지역 인구가 집중되면서 새 소외 지역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 세종시 원안 역시 균형 발전 목표보다 신도시 '개발' 즉, 토목공사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건설로 경기 부양하고 기업과 부자들의 투기 지역 넓혀 주기 말입니다.

특히, 지역 토호들은 이런 방식의 균형 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토균형발전이 국토균형땅값올리기(그리고 전 국토의 투기대상화)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균형 발전 논리가 아파트 건설 광풍이 불어 지금 지방 도시들엔 미분양 아파트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이 어느 하나라도 좋게 봐줄 구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건 기업 특혜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분명히 수정안은 반대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점이 뒤섞여 애초 주류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다투는 문제였던 세종시 문제가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세종시 수정안 반대 쪽으로 반mb 진영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우습게도 이명박-민주당 구도로 가던 구도가 이제는 이명박-박근혜 구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애초에 이 세종시 의제 자체가 저들의 의제였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진보 쪽의 의견이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종시 블랙홀은 기업이 아니라 진보의 의제와 원칙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진보 쪽에서도 본말이 전도된 논리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mb 진영의 묻지마 연대 정서가 이런 본말전도를 가속화하고, 그 결과로 묻지마 연대가 더 강화되는 악순환입니다.

이쯤에서 주요 진보 단체들의 세종시 관련 주장을 살펴봅시다.

민주노동당

이명박 대통령은 원형지 공급을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민 세금을 재벌에게 퍼주는 특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며, 전국의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재벌행복도시 재벌특혜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1.13 대변인 논평)

강기갑

세종시 수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상최대규모의 대기업 인센티브를 통해 ‘재벌행복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재벌특혜는 형평성을 요구하는 다른 지역에 대한 특혜로 도미노처럼 번져 결국 나라 전체를 ‘재벌행복국가’로 망칠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나라 빚은 또 어찌할 것인가. 결국 서민들의 부담으로 가중되는 것이다. (1.11 의원단총회 모두발언)

고송자 전남도의원

세종시수정안이 확정 발표된다면 이미 전남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기업들 중에서도 투자유치 파기가 잇따를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 기업 및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한 나주혁신도시와 해남.영암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무안 기업도시 등은 세종시 때문에 사업추진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남도는 내다보고 있다. (1.11, <민중의소리> 기고)


진보신당 노회찬

세종시 문제는 원안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수정해버린 정부여당도 문제지만, 지금 국가적으로 세종시 문제가 핵심논란이 돼야하는가를 봐야 한다. (1.14 신년 기자회견)

심상정

지금 재벌들에게 온갖 특혜를 주면서 불러들이고 있지만 아마 차기 정권에 의해서 또 다시 뒤집힐 운명이라는 것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뭐 결국 말만 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1.15,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조승수

세종시가 기업경제중심도시로 가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돼버렸습니다. 지금 땅값뿐만 하더라도 세종시 같은 경우는 36만원에서 40만원, 울산은 지금 299만원 대입니다. ... 이런 조건에서 울산에 투자하기로 한 삼성이나 한화 같은 기업들이 투자 여력의 한계를 느껴 울산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1.13 울산 KBS <아침정보 울산> 라디오 인터뷰)


한국진보연대

정부의 세종시 수정은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전국의 모든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죽일 것이다.(...) 중앙부처 이전 백지화는 10개의 혁신도시, 8개의 기업도시 추진 동력을 정치적으로 완전히 소진시킬 것이며, 정부가 ‘파격적’으로 제시한 각종 특혜 때문에 그나마 지지부진 ‘추진’되던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경제적 추진력도 영영 사라질 것이다. (1.11 성명서)


수도권과밀반대전국연대[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YMCA 등]

수정안은 행정도시 백지화선언, 국가균형발전 포기 선언이며 지역균형발전 자체를 부정하고 수도권을 더욱 팽창시키고자 하는 의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계획. 문제점: 1)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 목적 자체의 폐기  2)혁신도시 정상 추진 불가능 3)세종시 빨대효과와 지방 특화도시 고사  4)정부 재정부담을 통한 기업 밀어주기 (1.11 기자회견)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진보연대의 성명입니다. 도시의 신자유주의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 과정부터 신자유주의화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의 온건 버전)인데, 세종시 수정안이 기업도시의 추진력을 망쳐서 문제라고 합니다. 한미FTA 등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에 앞장서 반대하며 헌신해 온 이 단체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성명서입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단체가 신자유주의 논리로 신자유주의 정부를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참 미스테리합니다)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이나 민주노동당의 전남도의원은 지역 토호들의 지역 개발 논리를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업 유치가 우리 삶의 조건 개선에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면, 도대체 기업권력을 강화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진보의 원칙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울산이나 나주의 혁신도시가 성공해도 정부 예산이 기업 유치를 위한 특혜 제공에 몽땅 쓰이고, 근로기준법이 개악돼 비정규직 채용이 보편화되고 해고가 쉬워지면, 중앙 정부의 복지예산이 줄고 공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건강보험을 무력화할 영리병원이 확산한다면, 그 혁신이 진보가 바라는 대중의 삶 개선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은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 조치 확산의 지리적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점에서 그나마 민주노동당과 강기갑 대표는 수정안 비판에선 나름 핵심을 짚었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늘 말이 아니라 실천이겠지요. 묻지마 반MB연대로 돌진하는. 물론, 더 자세히 보면, 기업도시와 기업특혜도시를 구분하는 도식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기업도시 자체가 기업특혜도시입니다. 한편, 다른 논평에선 원안을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얼추 균형잡힌 지적을 했고, 심 전 의원은 날카로운 지적이긴 한데, 핵심을 회피한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진보신당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승수 의원의 의견에 대한 두 진보신당 핵심 리더(노·심)의 생각입니다. 

주요 엔지오들이 결집한 수도권과밀호반대전국연대는 약간 공상적인 구상에 바탕해 수정안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기업도시'의 아류 버전인 '혁신도시' 추진에 적극 찬성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들의 공통 전제는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주요한 국가적 의제라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그건 공상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집적과 집중은 근본 속성입니다. 자본은 가상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 이 집중은 지리적 집중을 뜻하기도 합니다.

자본과 노동력이 도시로 집중하고 현대 산업 생산의 거점인 도시가 전근대 산업인 농업 지역인 농촌을 수탈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필연입니다. 그 결과로 도시 과밀화/농촌 공동화, 교통 혼잡, 환경 파괴, 대규모 슬럼, 주거 공간의 계급 분리, 농촌 수탈 등이 발생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도 지난 20년간 서울 인구 과밀화를 해결한다고 경기도에서 수도권 개발을 해왔지만, 결과는 서울과 경기 모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었습니다. 호남의 저발전과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발전은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자본주의와 운명을 함께 할 것입니다. 물론, 어떤 문제는 자본주의에서도 개혁적 해결을 위해 싸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 새 도시 건설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건 근본 문제의 형태 변경일 뿐입니다.

정리하면, 세종시 정국에서 진보진영의 주요 단체나 지도자들 상당수가 친기업적 개발 논리나 신자유주의를 수용했습니다. 독자 의제로 정국을 주도할 수 없는 진보진영의 왜소함, 반MB 연대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기업 중심 성장 논리를 일부 받아들이는 개혁주의 사고방식이 이런 우스꽝스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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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추미애와 민주당 지도부 노동법 날치기 책임 공방 - 민주당, 참 별 볼 일 없다


야4당 의원들이 추미애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당내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고 합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 출입까지 막고 날치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는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을 날치기했다는 점에서 추미애가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국회 징계와 민주당 출당 정도는 돼야...) 그러나 통과된 개악 노조법의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 역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 구실을 했습니다. 진보 야당들과 반MB 언론들, 그리고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책임 문제를 간과하는 건 잘못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김상희 안'을 12월초 당론으로 정했고, '김상희 안'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도 노사 자율로 하도록 하는 상대적으로 나은 개정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이 안은 민주당의 최종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총까지 열어 확정해 전달했다는 민주당의 노조법 당론은 '감상희 안'이 아니라 사실상 한국노총-노동부-경총이 합의한 '야합안'의 나쁜 핵심을 그대로 인정하는 안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이 12월 26일 마지막 8자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를 보면, 참여 단위의 최종안이 다음처럼 정리돼 있습니다.

○ 각계 기본입장

<노동부>

- 교섭단위 분리문제는 노동위원회가 결정케 하는 현재의 한나라당안으로도 충분히 소화가능함

- 창구단일화 절차 관련, 당초 의도는 대통령령을 통해 3단계방안을 조합원 투표 방식이 아닌(즉, 반대) ▲연합과반수 인정, ▲노동위 관장 공동교섭단 구성(노조 규모 등 일정조건 검토 등)이었음. 이를 통해 소화가능함.

- 전임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부가에 대한 부노 조항은 너무 포괄적인 적용이 가능하므로 반대함.

- 시행시기 관련 전임자를 먼저, 복수노조를 후에 실시하는 시차 설정이 합리적임.

- 위원회 설치를 통한 타임오프 상한 방식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하겠음(유보)

- 통상적 노조활동관련해서는 좀더 명확히 하겠음.


<사측, 한나라당, 한국노총>

- 기존안에서 변함 없음.


<민주당 수정제안>

- 창구단일화 수용하되, 산별노조 및 조직대상 같이하는 노조는 제외

- 타임오프 수용하되, 단협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 내에서 활동가능 명기


<민주노총 의견>

- 복수노조 문제는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함.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서, 그리고 복수의 노조 설립에 따른 현장의 가능한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 산별교섭 제도화가 해법임. 산별교섭 제도화가 전제될 경우 창구단일화는 불필요함.

- ‘노사공동의 이해에 기초한 노조관리 업무’가 대단히 불명확할 수밖에 없으며, 사유와 시간 이중규제의 타임오프는 반대함.

- 민주노총은 24조 2항에, 현행 ‘전임자의 임금지급 수령불가’를 “사용자의 전임자 임금지급 의무 없음”으로 바꾸어 명기하고, 81조 4호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삭제할 것을 주장함. 또한 노조재정자립방안을 구체화한 후 일정기간 시행할 것을 주장함. 노조전임비용을 노조가 자체 충당하게끔 유도하되, 법적으로는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조항을 전체 삭제함을 주장함.


☞ 출처: 노조법 개정 다자간 협의체 최종 회의 결과, 민주노총, 12·28

한마디로, 노조법 '개악의 핵심'인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수용하는 안입니다.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과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간의 협상에서 제시된 민주당 최종안도 같은 내용입니다. 추미애 안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산별노조에겐 창구단일화 의무를 두지 않는 점 뿐입니다.[각주:1]

따라서 민주당이 노조법 개악을 막으려 했는데, 추미애가 당론과 다르게 행동해 막지 못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착각'이며 사실이 아닙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최종 당론'을 추미애가 수용했더라도 결과는 '개악 노조법'입니다. 결국, 추미애의 날치기가 역설적으로 노조법 개악의 들러리이자 예산 날치기를 무력하게 용인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을 가려준 셈입니다.

이런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대중적 반감이 크기 때문이고, 한편에서 민주당이 MB 독주에 브레이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감이 계속 유지되는 배경에는 진보진영이 제대로 싸움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현실이 크게 작용합니다.[각주:2]


민주당은 지난해 연초에 미디어법 협상에서 언론노조를 곤란하게 하는 협상 결과를 내놓고 투쟁을 교란했고, 피눈물을 흘린 쌍용차 투쟁을 외면했으며, 부자 감세 유예의 껍데기에 환호하면서 4대강 예산안 통과에 협조했습니다.(관련기사: 부자 감세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

그런데도 여름,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명박이 비정규직법을 더 개악하려 하자 민주당과 함께 (민주당이 만든) 현행 악법을 고수하는 주장을 펴 현행 악법에 반대하며 싸워 온 비정규직 투사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관련 기사: 악법 유예도 현행법 시행도 대안이 아니다 / 왜곡된 구도를 깨고 안정된 고용의 권리를 주장하자)

13년 전,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도 막지 못했던 김영삼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를 철회시킨 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한 달 가까이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규모 파업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김영삼을 산 송장으로 만든 대중투쟁)

민주당이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야당으로서 노동자를 위한 개혁이나 행동에서 별 볼 일 없는 건 민주당이 말과는 달리 기업주를 위한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집권당 시절의 과오는 결코 실수가 아닙니다. 그게 본모습입니다. 그들은 표를 주는 노동자는 좋아해도 스스로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자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미애 공방은 민주당을 향한 착시가 아직 크다는 점을 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점을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오히려 이런 착시를 조장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그래서 큰 문제입니다.(요즘 개콘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빌면, "말이 안 되잖아요~ 정말 미스테리합니다.")


 
  1. 창구 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한 타협안. 기업 내 복수 노조가 있을 때, 특정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다면 해당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 간접적으로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겁니다. 이 안은 사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산별노조 교섭권이야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현행 법에선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산별노조 기업지부에까지 복수노조 금지 조항 적용에 포함시키는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창구단일화 도입을 전제로 산별노조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항이 요구하는 바는 사실상 창구단일화 의무에서 자유로운 복수 노조를 설립하고 싶으면 산별노조에 가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결사의 자유"라는 복수 노조 허용 주장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 일찍 꼬리를 내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니다. 아울러, 창구단일화를 피하려고 어느 산별노조를 강제로 선택해야 한다면, 자생적인 신생 소수파 노조에겐, 경우에 따라서 창구단일화와 다를 바 없는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주적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힘에 부쳐 어쩔 수 없이 산별노조 교섭권이라도 보장받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제안은 불필요한 제안힙니다. 만약,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취지라면 산별 교섭의 제도화가 아니라 산별 단체협약의 확장 적용을 제도화하는 게 답입니다. [본문으로]
  2. 예를 들어, 이 글에서 인용한 회의 결과를 더 살펴 보면, 각주1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노총 임성규 지도부도 협상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노조법 개악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노조법 개악 저지 국면에서 진지하지 않았던 민주당과 불철저했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제가 많은 '창구 단일화시 산별노조 교섭권 인정' 문제로 접점을 찾았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반면, 추미애 중재안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의중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날치기 이후 두 노총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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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건강보험료 인상, 월급만 빼고 다 올리는 이명박 정부


21호 <레프트21>에선 영아 신종플루 접종 때문에 고생한 주부 독자의 편지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경기도 구리에 있는 병원에서 각각 전북 익산, 강원 춘천, 경기 수원에서 온 주부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마치 단편소설의 한 구절을 읽는 듯합니다.

이명박은 제약회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진보적 보건·시민단체들이 요구한 강제실시(유행병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약회사가 보유한 특정 약품의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복제약을 만드는 일)를 거부했고, 확진을 위한 검사 비용 등의 국가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이 정부가 다시 제약회사와 병원들에 굴복해 건강보험료를 인상합니다. 보험료가 오르면 보장성이 확대되든 보장 대상이 확대되든 그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데, 총 보험료 수입의 5분의 1 수준의 보장성 확대가 끝입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수가는 병원들이 우기는대로 올려줬습니다.

이 정부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 건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별법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2002~2006년 사이에 정부가 법을 어기며 지급하지 않은 돈만 5년간 3조 7천억 원가량입니다.

특별법이 만료된 이후 바뀐 기준인 '예상 보험료 수입액의 20퍼센트' 기준도 채우지 못해 2007년부터 다시 약 7천6백94억 원을 미지급했고, 약값 거품 제거 약속도 제약회사 눈치 보느라 지키지 않아 2010년까지 2조 원이 넘는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더 지출되도록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영리병원을 만들겠다고 설치고 있습니다. 영리병원제를 도입하면 20퍼센트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전국민 의료비 부담이 1조5천억 원이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영리병원 도입하자고 정부가 용역을 맡긴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영리병원 도입 여파로 건강보험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더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겠죠.

정부가 증액했다는 복지예산의 상당액이 거의 건강보험 등 기금 예산인 점을 감안하면, 4대강 따위 예산이 다른 예산을 갉아 먹는 폐해가 어느 정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듣기엔 그럴싸한 신자유주의가 '시장'이라는 '신'만 자유롭게 해주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겐 안정적 삶을 유지하고 미래를 꿈꿀 자유를 모두 빼앗고 있습니다. '시장' 신을 숭배하는 기업주들과 국가들은 결탁해 제사장 노릇을 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건강, 삶의 질을 '기업이윤'을 위한 제단의 희생양으로 바치고 있습니다. 권력자들은 이 신자유주의 종교를 버릴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얼마전 친구와 대화 중에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돼지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인간 병이 돼지에게 전염되다니. 큰 일이다." 우습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한 본인도 곰곰이 생각하다 다시 놀랐다는데, 신종플루의 원래 이름이 '돼지독감'입니다. 돼지가 걸리는 게 정상이고, 사람이 걸리는 게 비정상입니다.

육류를 공장에서 철판 찍어내듯이 하며 돈을 벌려 한 다국적 식품기업들 탓에 이제 이런 신종 유행병들이 생겨나 사람들을 공포와 위험에 몰아넣고, 막상 그 원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자들은 다시 다국적 언론기업과 정부의 도움을 얻어 책임을 모면하고 불과 반 년 만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갑니다. (광우병과 이명박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도 중요한 사례입니다)

'기업 이윤'을 불가침의 신성한 권리로 떠받드는 이 우상숭배 체제에서 국가는 불가침의 권리를 지키는 임무에서만큼은 스스로 불가침의 권력을 선언합니다. 그것이 부패와 위법에 찌든 이명박이 저항하는 이들에게 "법과 질서"와 "무관용"을 뻔뻔하게 외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OECD 평균보다 40대 이후 사망률이 높고 20대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한국의 사회보장이 취약하고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인 현실과 무관치 않습니다. 이제 병 주는 것도 모자라 병을 만들어 내놓는 자들이 병을 치료할 비용도 더 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예를 들어, 금연 캠페인 등으로 중병에 걸리는 게 자제력 없는 '루저'들의 탓인 듯 사람들의 인식을 조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1등만 건강하고 1등만 행복한 (당연하다고 말하는) 더~러운 세상에선 아마 부처님이 와도 견디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진보의 대안은 더 근본적이어야 합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에서 수치 정도만 조정하는 수준의 민주당식 개혁으론 희망을 얻기 힘듭니다.

국가의 우선순위, 세상의 우선순위를 놓고 싸워야 합니다. 이 정부는 우리 정부가 아닙니다. 이건희는 수조 원을 챙기고도 10년 만에 겨우 집행유예, 게다가 판결 1백일 만에 사면 얘기가 나오는데, 50만 원 벌금을 못 내서 유치장에 가야 하는 이런 세상에 우리야말로 "무관용"으로 덤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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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MB 거꾸로 예산을 뒤집어야


지배와 통치에는 '강제'와 '동의' 두 요소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배합하고 있나요? '강제'의 요소는 확실히 두드러집니다. 국회에선 날치기, 의견 표현은 감시, 집회와 시위는 금지, 파업은 탄압으로 일관합니다. '불통' 정권이라 불리는 이 정부도 '동의'의 요소를 포기하진 않습니다. 대통령의 대화(국민과의 대화가 아니고)도 '보여주고', 정부시책 광고도 많이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무식하게도 '동의'를 '강제'로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 정부의 거짓말을 도통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4대강 예산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연히 날치기가 벌어졌습니다. 그 이면에선 4대강 죽이기 사업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에는 국가주요정책광고비가 81억 5천만 원으로 올해 집행 비용 33억 5천만 원보다 2백43퍼센트 증액됐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4대강 등 밀어붙이기 사업 홍보로 사람들이 강제로 동의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올해 국가주요시책 홍보예산 집행액(33억 3천5백만 원)의 38.5퍼센트가 미디어 악법 날치기 정당화와 4대강 사업 홍보에 쓰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이명박이 지방언론 편집국장들을 만나는 날 전국의 지방언론에 세종시 정부안을 홍보하는 광고가 실렸습니다.(재정이 어려운 지방언론에 떡고물 주는 효과도 노렸겠죠)

정부시책 홍보를 담당하는 문화부 홍보지원국의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약 47억 원(28.9퍼센트) 늘어난 209억여 원이나 됩니다.

이뿐인가요. 지난해에도 미국산 소고기 안전을 홍보하는데 정부 예산이 40억 원이나 들어갔는데 내년 예산에도 미국산 소고기 홍보 예산이 13억 원이나 들어 있습니다. 

20호 기사를 쓰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지면서 왜 "예산 전쟁"이 일어나는지 실감했습니다. 온 국민에게 조세 의무를 부과하는 건 징세와 정부 지출이 공동체 유지를 하라는 기본적인 '동의'에 바탕해 '강제'된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예산이 기업주들와 짝짝꿍한 정권, 부자들에 포위된 정권에 의해서 '사유화'돼 집행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정부가 아닌 서울시 예산이지만, 광화문광장에 한 달만에 철거할 스노보드 점프대를 17억 원이나 들여 설치하고, 이 때문에 6억 원이나 들인 꽃밭을 조성한 지 두어 달 만에 다 엎어버리는 것도 '예산 사유화'의 사례 아닐까요. 전시 행정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잖아요.


예산 전쟁은 전문가들의 정책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 싸움이고, 생존권 싸움입니다. 노동자와 서민, 빈민들이 사회에서, 국가에게서 존중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4대강 예산 삭감론은 식상한 정략적 투쟁이 아니라 복지 예산을 쟁취하려는 중요한 요구입니다.

민주당은 수질 관리와 수해 방지 예산과 대운하 관련성 예산을 구분해 심의에서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보 정당들은 예산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 빌미로 사업 시행중 예산이 전용되고 뻥튀기되고 결국 예고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4대강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겁니다.(민주노동당 브리핑) 이게 옳습니다.

조세 의무는 모든 사람엑 강제로 부과하면서 거둔 세금은 한줌도 안 되는 특권층들만 행복한 쪽으로 쓰겠다는 걸 더는 참고 봐주기 힘듭니다.


기타 낭비 예산 사례(20호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감사에서 영수증 첨부 안 해도 되는 정부부처들의 특수활동비 예산: 8천6백억 원
*케케묵은 보수우익 냉전주의 선전하려는 '6.25' 전쟁 기념 예산: 235억 원
*청와대 홍보 책자예산: 44억 4천5백만 원으로 4배 증액
*영부인 김윤옥이 위원장을 맡은 한식 세계화 예산: 1백억 원에서 239억 5천만 원으로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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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노사정 야합] 이명박의 흉물스런 노동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
관련 포스트: 한국노총의 대국민선언, 무엇이 문제인가

■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반대!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 자율 쟁취! 한국노총 본부 정면에 걸려 있던 현수막 문구입니다.

■ 복수노조 2년 반 유예와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지급 금지 6개월 유예와 타임오프제 법제화. 한국노총이 노동부, 경총과 4일 합의한 내용입니다.

이 두 문구의 차이가 너무 커 4일 저녁 기자회견 직전 한국노총 조합원 수십 명이 한국노총 본부 건물에 모였습니다. 야합이 뻔한 노사정 합의안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되는 걸 막고 장석춘 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장석춘 위원장이 참여하는 걸 막자는 거였죠.

지도부가 수용한 노사정 합의안이 단지 민주노총만 배신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과 노조의 권리를 전반적으로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불만이 컸습니다. 

이들에게는 11월 30일 대국민선언문의 작성자가 누군지도 의혹의 대상입니다. 보통 위원장의 기자회견문이나 성명서, 연설문은 홍보 담당 실무자들이 쓰기 마련인데, 해당 실무라인에서는 누구도 이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선언문에 포함된 논리와 표현이 사용자 쪽의 것이라고도 지적합니다. 한나라당에서 써줬다는 말도 있습니다. 장석춘 위원장은 의혹과 논란을 의식했는지 자기가 썼다고 합니다. 노조 생리상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작성자 문제가 야합의 실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기 때문이죠.

한편,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반대라는 요구와 이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자는 것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고 15만 노동자대회와 총파업 찬반투표로 다수의 의사를 확인한 것입니다. 이를 뒤집은 것 역시 노조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거죠. 그래서 항의파들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논란과 항의 속에서 "재협상하겠다. 배신 이런 말 쓰지 마라"며 어렵사리 빠져나갔습니다. 그  뒤, 중집 회의가 열렸던 한국노총 본부 대회의실에서는 여전히 남아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백헌기 사무총장이 합의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타임오프제를 하되, 현재 우리 전임자 총량은 유지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노조 활동 범위가 공개 합의문에는 교섭과 고충처리 등만 나왔지만 현재 노조 활동을 다 포함하는 걸로 합의가 됐고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추가 협상으로 범위를 더 넓힐 거다."


"전임자 산출 근거를 2백 명당 한 명으로 할 수도 있다. 협상의 여지가 아직도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노총은 잃은 게 없다. 우리가 민주노총과 비교하면 전임자가 훨씬 적다. 양쪽을 포함해 실태조사를 한 후 평균을 기준으로 해 적용하면 우리는 더 유리해지는 거다.

"민주노총도 대기업노조 일부는 복수노조에 반대한다. 우리가 야합하고 했다는 건 다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복수노조 허용 방안에 대해선 창구단일화가 아니라 열어 놓고 2년 반 동안 협상하는 것이다."

백헌기 총장이 설득력 없는 논리로 변명하고 있는 동안, 노사정 기자회견이 YTN 9시뉴스에서 생중계됐습니다. 협상 여지가 있다던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가 합의됐고 전 사업장에서 노조 전임자가 금지된다는 것도 분명해 졌습니다. 열받은 조합원들이 "더 들어봐야 의미 없다"며 하나둘 자리를 떴습니다.

위 말들에서 굵은 표시를 한 두 문장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 문장입니다. 항의하는 임원들과 조합원 대상으로 한 말이므로 약간 '오버'한 면이 있다고 쳐도 '합의'란 표현을 썼으므로 해명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이 역시 한국노총 지도부가 벌인 야합의 실체를 구성하는 문제중 하나입니다.

이면 합의인지 암묵적 합의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시행령에서 합의대로 될 거라는 '순진한' 말에서 썩소가 나왔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 것도 순진하지만 아니라도 그 얘길 듣는 사람들이 그대로 믿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겁니다. 계급투쟁에서 '순진하면 지는거다.'

사실 기업별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민주파든 어용파든 기존 노조 집행부에겐 부담이 생깁니다. 그걸 피하려 기본권에 해당하는 단결권을 법으로 금지하는데 찬성하는 것은 노조관료적 이해관계라 부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통제하는 안정된 조직 기반' 즉 관료적 기득권에 안주해 노동운동의 대의-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저버리는 거니까요.

이런 관료주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 운영과 노동자 이익 증진에 큰 걸림돌입니다. 그 증거는 전임자 임금에서도 한국노총 지도부가 후퇴한 데서 잘 드러납니다.

경제 위기에 노심초사하는 기업주들이 완강하게 니오니 이명박 정부도 대결 국면으로 몰고 갔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와 충돌이 진짜 불가피하게 되자 속절없이 후퇴하다가 '관료적 기득권'이라는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이게 정부와 기업주가 노동법 개악을 주도하고, 장석춘 지도부가 조연으로 마름 구실을 한 사태의 본질적 진상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는 조합원 백수십만 명을 대표하는 노조 지도자들보다 한줌의 기업주들 편을 들었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공식 절차를 거쳐 결정한 조합원 다수의 뜻을 저버렸습니다. 그것이 이번 소동에서 드러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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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이것이 "MB 양극화 예산"이다


16일(월)부터 국회 예산 심의 기간입니다. 그래야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내년도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집권 여당에게는 밀어붙이기와 야당 달래기를 잘 섞어야 할 때입니다. 야당들이 이 때를 여당에게 양보를 얻어낼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죠. 지역구 의원들에겐 자기 지역구 관련 예산을 늘리느라 바쁠 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부의 총액 예산 안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예산을 늘리려 하니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예산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런 예산  다툼이 단지 협잡인 것만은 아닙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누구를 위한 예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레프트21>이 줄기차게 이명박 정부의 2010년도 예산안을 비판하고 폭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야당들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정부의 예산안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특히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에 열의가 높습니다.

이명박이 말을 뒤집은 탓에 세종시 문제가 한나라당 내분을 낳고 있고 4대강 반대 여론도 많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는 정략적인 면이 큽니다. 본질을 말하자면, 4대강이나 세종시 모두 대규모 토목 공사입니다. 세 당들은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토목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넣기 위해 싸우는 것일 뿐입니다.

세종시 원안대로 행정부처가 옮겨가봐야 현지민들에겐 집값 좀 오르고 서비스업이 조금 활성화되는 것 말고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기업도시로 바꾸면 현지민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특별히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FTA 실험 도시가 될 확률이 크죠.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 공장은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주 공장인 화성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장은 전원 비정규직 공장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서산에는 동희오토에 일 안 해 본 젊은이가 드물 정도지만  거꾸로 거기서 일하다 안 잘려본 젊은이도 드물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불황기에 이렇게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도시형 수정안도 별 볼 일 없긴 매한가지입니다. 송도형 기업도시라면 오히려 평범한 현지민들에겐 재앙입니다.

그래서 진짜 예산 싸움은 세종시냐 4대강이냐, 아니면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폭 추경예산을 늘렸던 지난해와 올해 예산과 달리 '작은 정부' 지향을 분명히 하며 예산 축소와 지출 통제를 표방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복지예산이 대폭 삭감됐죠) 진보 진영의 예산 싸움은 단순히 주어진 총액 안에서 우선순위를 다투는 문제로만 다룰 수 없습니다.


지출을 늘리라고 말해야 하고 지출을 줄이는 근본 배경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었습니다. 수입이 줄었는데 균형 예산을 하려면 지출을 줄여야죠. 정부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재벌과 부자에게 대규모 감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 그들에게 돈을 많이 쥐어줘야 투자가 활성화돼 경기가 살아나고 그러면 상품 판매와 고용이 늘어나 오히려 세금이 늘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실패한 레이거노믹스 플랜은 현실에서 복병을 만납니다. 정부 전망대로 하더라도 지난해 말과 올초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대가로 내년 늘어날 세금 수입은 정부의 감세 규모에 못 미칩니다.

그래서 부자 증세와 공공·복지 지출 증대가 우리의 구호가 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요 진보적 엔지오들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MB예산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빚더미 예산"이라 표현했고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연구원은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빚"이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늘어나는 국가채무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고 4대강은 낭비 예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판엔 나름 합리성도 있지만 균형 재정 기조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적 발상입니다. 바탕에 수익성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이런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서 4대강과 세종시 사업을 모두 진행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그런 논리로 늘 복지예산 축소를 정당화했습니다.

마침 투기자본감시센터 활동으로 친분이 있는 송종운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발표한 적이 있어 이런저런 자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송 연구원은 복지예산 확충 같은 예산 각론과 더불어 정부 재정 정책의 기조로서 "수익성 vs 공공성"이라는 거대담론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도 "재정건전성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다 지출이 아니라 과소 세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저는 지금 채무 수준에선 재정건전성이 화두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봅니다. 오 실장님과 약간 생각이 다른거죠.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해도  '필요'가 먼저고 여기에 수입을 맞춰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OECD 평균보다 GDP 대비 국가재정 비율이 10퍼센트 넘게 낮습니다. 건전성이 문제가 아닌 거죠.

당연히 부자 증세가 '필요'를 맞춰야 합니다.(자칫 통화량 증가로 지출 확대를 실행하려단 인플레이션으로 '시망'할 겁니다) 우리는 부자 감세를 철회해 삭감된 복지 예산을 원상복구하고 오히려 부자 증세로 공공·복지 지출을 더 늘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살리기에만 특단의 대책을 추구할 게 아니라 평범한 다수를 살리는 데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노동당이 이정희 의원의 대표 발의로 소득세-고용안정세-자본이득세 등 부자증세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합니다.

숫자만 나오면 당황하는 제가 몇 번의 기사로 부끄럽게도 마치 예산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일이지만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묻고 또 묻는 길밖엔 없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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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20만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다


주말 양 노총 노동자대회를 모두 다녀왔습니다. 이틀 연속 여의도공원을 누비고 다녔더니 주초엔 몸살이 나서 이번 주 개인 연구와 집필(?) 계획이 모두 늦춰졌습니다.ㅋ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아는 이들이 좀 있는 편이라 인사하느라 입구 쪽에 서 있었는데, 끝도 없이 밀려드는 조합원들을 보며 '인파(人波)'라는 단어가 처음엔 얼마나 신선하고 적절하며 놀라운 표현이었을지 생각했습니다.

아프간 파병 반대 서명하는 부스의 아는 분, <레프트21> 판매 부스의 동료들이 아는 사람 만나면 서명과 신문을 권하라고 압박을 넣는데 밀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악수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러질 못했습니다.


여의도공원이 노동자 집회로 그렇게 꽉꽉 들어차고도 사람이 넘친 건 제가 지금껏 본 중엔 처음입니다. 대단했습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꽤 큰 규모였는데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물론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열기 있었고 규모가 컸습니다. 특히 언론, 공무원, 전교조 등 이명박 정부와 최전방에서 대치하는 노조들이 적극적인 투지를 밝혀 많은 참가자들을 고무했습니다.

바로 이틀 전 대규모 집회를 한 탓에 이날 공공부문 노조들의 참가가 적었던 게 조금 아쉬웠죠. 그 날 1만5천여 명이나 왔었다는 데요. 전야제 주점에선 옆 테이블의 기아차 조합원들 표정이 지난 여름과 달리 환하고 생기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철도노조는 분위기는 고조돼 있는데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부담이 아직 있는 듯합니다. 조합원 개인들에게 손배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한국노총과 인연이 있다보니 저한테 왜 이렇게 한국노총 집회에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노선을 펴면서 정부와 갈등을 될수록 피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땐 이날 인파는 이명박의 노동정책에 불만의 저변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기업 부문에선 단협 해지와 비정규직 해고, 임금 삭감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사기업 부문에서도 해고와 임금 삭감, 노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도 2년 만에 가장 많은 동원을 했습니다. 양 노총 모두 '간만에' '많이' 20만 명이나 모였고 사기가 이전보다 높았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여당의 내분이나 양 노총의 공동투쟁 선언도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그 점에서 공동투쟁을 약속한 양 노총 위원장이 서로 상대 집회에 참가해 연대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좌파 일각의 습관적 '어용' 지칭과 달리 한국노총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인지라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과 분노가 점점 자라는 데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구요. 이날도 집행부는 행진 거리가 너무 짧아 조합원들이 불만을 제기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노동계는 대체로 한국노총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더 큰 피해를 볼 거라고 봅니다. 중소기업 노조들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수가 3백 명 언저리로 겨우 상근간부 한두 명 두는 곳에서는 노조 상근자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한국노총 소속 작업장들에선 평소에 노조 활동에서 집행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날 만난 분들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노조 말살 정책"이라고 보는 정서가 강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집행부의 동원 의지도 진지했고 조합원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열의있게 참가한 것입니다. 한국노총 대박 동원의 교훈은 민주노총도 진지하게 조직하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대형노조는 9년 전 파업 후 최초로 조합원 10분의 1을 동원했습니다. 늘 노조의 주요 쟁점이 '혹사 노동 완화'이고 전국에 조합원이 산개한 조건에서 주말 집회에 조합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전국에서 올라오는 차비와 식대, 기념품까지 일체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날 하루 집회 참가를 위해 1억 원이나 썼다고 합니다.

평소 집회 동원이 잦은 민주노총 노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나 집회 참가 기회가 적기 때문에 집행부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긴 합니다만, 불만의 강도와 쟁점의 성격, 집행부의 의지라는 주요 조건이 잘 맞으면 한국노총의 동원력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김태환 열사가 죽음을 당했던 4년 전엔 평일 4만 명 파업 집회를 연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다른 진보 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조합원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고 주장을 해야죠. <레프트21>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반전평화연대(준), 다함께 등만 눈에 띄었습니다.

오히려 쌍용차노조 동지들이 여러 명 참가해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파업에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양 노총 집회에 모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스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편,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는 또하나의 쟁점인 복수노조 문제가 크게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노총 지도부의 일부는 복수노조 허용도 계속 유예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노동법 개악 야합에서는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 조합원이나 현장 간부들도 복수노조 허용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더군요. 이날 대회 주요 연사들은 복수노조 허용시 창구 단일화만 언급하면서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지 않은 점에서 다행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묶여서 얘기되니 헷갈리는 분들도 계시던데 복수노조 허용은 애초 노동계가 요구해 입법한 것입니다. 그래놓곤 일방적으로 유예해서 지금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기업 내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강제로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복수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헌재 판결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군요. 복수노조는 허용하지만 복수 교섭은 안 된다니??? 이건 복수노조를 허용한 것도 아니고, 허용 안 한 것도 아니여~ 얼쑤~

노조는 단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각자 자유로운 결사권을 가질 때 그 단결이 공고해 질 수 있는 겁니다. 복수노조를 금지해 단결을 유지하자는 건 관료적 형식적 단결에 불과합니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 금지로 고통 받는 건 주로 비정규직노조들이거나 집행부가 정말 우파적인 곳들입니다. 반면 노조 와해 목적으로 복수노조를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노조 자체를 없애려는 데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죠. 복수노조 설립으로 기존 노조 와해가 가능하다면 탄압을 해 집행부를 장악하는 게 더 빠른 길일 겁니다.

<레프트21>은 주말 노동자대회에 '풀(full)'로 참여했습니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레프트21>의 주요 독자층이기 때문입니다.


정기구독 홍보물을 나눠주며 신문 판매도 했는데, 1천1백27부가 이틀 동안 판매됐습니다. 저도 홍보물 나눠주기를 잠깐 했었구요, 간만에 만난 지인들(노동자대회 아니면 만나기 힘든)에게 한 부씩 권해 열 부 가까이 저도 기여했네요.ㅋ

참가자 2백명 당 1부씩 구입한 건데요. 고무적인 결과지만 만족하기엔 부족하네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언론, 더 많은 곳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문, 더 많은 사람들이 기고와 판매까지 참여하는 언론으로 발전하려면 더 빡세게 굴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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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부자 감세와 4대강 관련 예산을 노동자 서민 복지로 돌려야 한다


이번 호 기사는 이명박이 2일(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복지 예산이 늘었다고 자랑한 사실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를 슬로건을 내민 것은 이명박 정부가 빈곤이 커지는 문제와 양극화로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중산층이 아니라 부자층을 두텁게 하고(부자 되세요!) 부자들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많은 진보 단체와 연구자들이 실질 복지예산은 삭감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합니다.

1. 이명박 정부가 복지 예산 항목에 넣은 보금자리주택 예산은 복지예산으로 볼 수 없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내년도 유형별 공급 계획이 분양주택 8만5천

호,(2조 2천여억 원) 공공임대(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으로 전환)3만3천 호(2조 3천여억 원), 국민임대(30년 이상 임대) 5만 호, 영구임대(기초생활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영구임대) 1만2천 호 등 18만호입니다.

짓는데 들어간 예산을 집값으로 다 돌려 받는 분양주택 건설 예산이 복지 예산이 아닌 것은 분명하구요, 공공임대 역시임대료와 차후 분양으로 들어간 건설 예산을 모두 회수합니다. 게다가 내년 보금자리 예산 증가분은 분양분 5만 호 증가(애초 13만 호 공급 계획)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런데 실질 증감을 보려면 내년도 보금자리주택 예산 8조 8천여억 원이 아니라  올해 보금자리 예산 6조 2천여억 원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보금자리 예산이 복지 지출이 아니라는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에서도 복지 지출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금자리 예산 증가분 2조6천억 원은 복지 지출 증가분에서 빼야 합니다.

2. 제도적 자연증가분도 빼야 합니다.

복지예산에 포함된 국민연금 같은 기금들은 법적으로 지출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을 내던 사람이 수급연령이 되면 자동적으로 국민연금기금에서 연금이 나가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걸 제도적 자연증가분이라고 합니다.

기금 등 제도적 자연증가분이 복지 예산인 것은 맞지만 복지지출이 늘었다고 하려면 이 자연증가분은 빼고 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합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분석처럼 이 자연증가분보다 전체 복지예산 증가분이 적다면 실제로는 현금 지불성 복지 예산 중 어느 항목들은 삭감됐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등 예산들이 줄어든 것입니다.

복지예산이 올해 본 예산 대비 6조 4천억 원이 늘었고 추경예산 대비론6천억 원 정도 늘었습니다. 이중에 각종 기금들이 자체 법 기준에 따라 자연증가한 몫이 3조 원이라는 거죠. 이게 비율로 따지면17.2퍼센트이니 정부가 자랑하는 복지예산 증가율은 사실상 다 여기에서 나온 셈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직접 집행하는 예산은 3천55억 원 줄었습니다. 복지예산에서 가장 유력한 지출 주체는 복지부이므로복지부의 예산 축소 역시 복지 축소를 증명하는 한 사례입니다(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

3. 기타 가짜 복지예산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자금 취업 후 상환제는 4년 후부터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것이니 이런 대출 예산을 복지 예산에 포함시키면 안 되겠죠.

그렇게 해서 총 5조 원이 넘는 돈이 복지예산에서 실질적으로 삭감됐습니다.(인쇄 지면에 나간 9조 원은 제 실수입니다. 덧셈뺄셈에서 실수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다음은 줄어든 복지예산들의 일부 목록입니다.(분량상 기사에서 인용하지 않은 목록 중심)

· 사회적 일자리창출 지원금 : 325억 원 삭감
· 장애아 무상보육 지원금: 50억 원 삭감
· 보육시설 확충비용: 104억 원 삭감
· 장애인차량 지원비 : 116억 원 삭감
· 건강보험 가입자지원금 : 568억 원 삭감
·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액 : 1천억 원 삭감
· 연탄 보조금 전액 삭감
· 서울시 독거노인 주말 도시락 보조금 - 전액 삭감
·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의료비지원 540억 원 삭감
· 희망근로사업 2009년 26만 명에서 2010년 10만 명으로 축소
·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대부사업 3000억 원 삭감
· 한시생계구호사업 4181억 원 삭감
· 긴급복지예산 1553억 원에서 529억원으로 축소
·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연 450만 원의 무상장학금  200만 원으로 삭감
· 차상위계층 장학금 연 105만원 폐지.
· 일자리대책예산 추경예산안 12조 1199억 원에서 8조 8407억 원으로 축소
· 결식아동급식 한시적 지원금 541억 원 삭감
·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금 902억 원 삭감
· 저소득층 월세 지원예산 60억 원 전액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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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쥐꼬리만한 시급마저 훔쳐간 은행들


시중은행이 임금을 체불한다면 사람들이 믿을까요. 지난 주말에 시급제 소송을 시작한 은행 계약직 모임에 갔었습니다. 모임 구성원이기도 하면서 후속 취재 같은 것이기도 하죠.

시급제 소송을 시작한 하나은행 시급제 해직자 분들과 올초 전원 해고돼 역시 소송 중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점검자 분들이 오셨습니다. 

조 단위로 수익 내는 은행이 임금 체불?

하나은행의 유급 휴일 문제는 기사에 썼습니다만, 이날 새로 알게 된 내용은 월 중식대 22만 5천 원도 시급제 노동자들에겐 적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1년으로 치면 2백70만 원에 해당 하는 큰 돈입니다. 


시급제로 1년만 근무했어도 휴일 관련 체불액이 5백만 원 가까이 되므로 총 7백만 원 가까운 돈을 규정을 어기고 지급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날은 그밖에도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규정 이상의 실적 압박하기, 재계약 부담을 이용해 성희롱하기 등 은행 쪽 관리자들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날 하나은행에서 오신 분들은 돈 주며 하라 해도 부당해고 소송(복직)은 하기 '싫다'고 했을까요.

시급제 해직자들 다수는 이밖에도 승산이 없다는 생각으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거의 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인지 이날 분노 만큼이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로 비정규직 관련한 소송의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더라는 정보 때문입니다. 

국민은행 해고자 분들은 명백한 사유인데도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차별시정만 인정받고 부당해고 판정을 받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을 하는 것도 참 부담입니다. 재직자는 회사 눈치를 봐야 하고 퇴직자는 1인당 60만 원 하는 소송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물론 이기기만 하면 비용은 문제가 안 되지만) 대상자가 1천 명 가까울 거라고 보는데 시급제 소송 참여자는 재직자가 거의 없고 해직자(최근 계약해지)로만 스무 명을 조금 넘습니다. 

제가 예전에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하면서 방문한 브라질에선 부당노동행위의 입증 책임이 신고한 노동자가 아니라 신고 당한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부당노동행위가 생기면 한국은 노동자들이 돈 들여 증거 찾고 브라질은 사장들이 돈 들여 증거를 찾아 해명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한 변호사 고용 등 소송 비용과 정신적 부담을 사용자가 진다는 겁니다. 

관련 노동법에서 이 점만 개정돼도 노동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겁니다.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개별 근로 관계라 해도 소송 자격을 노조에게 개방한다면 개인들의 부담은 매우 줄어들 겁니다.

국민은행에선 해고가...

한편, 국민은행 건은 은행이 내부통제점검 직무에 있던 계약직 4백여 명을 일괄 계약해지한 사건입니다. 직무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해당 직무 전원을 계약해지한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입니다. 

이들의 대량해고는 정규직 임금피크제 도입이 명분입니다. 임금피크제란 고용이 불안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는 대신 마지막 몇 년 간의 임금을 대폭 깎는 제도입니다. 한마디로 은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놓고 서로 싸우게 만든 것입니다. 

금융노조 안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던 국민은행지부는 이 난처함 때문에 이 문제에서 거의 침묵하고 있습니다. 둘 다 일할 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할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다 구제될 방안을 만들어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몇 년 간 이뤄놓은 성과를 앞으로 지키기 힘들어 질 것입니다.

이처럼 이날 모임도 비정규직 싸움에서 흔히 보는 특징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정규직노조가 외면하면 매우 어렵고 외롭게 싸워야 한다, 당연한 권리인데도 (소송조차) 참여하기 힘들다 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자기 확신과 사회적 연대

이런 고립감 때문에 분노를 발산하기도 하지만 정규직노조와 사측의 차이를 못 보기도 하고, 열악한 조건 때문에 오히려 손쉬운 타협이나 포기의 유혹을 더 쉽게 느끼기도 합니다.

워낙 주눅들고 살아서 자신의 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노하고 행동하려 해도 '투쟁' '연대' 이런 것들에 확신이 없고 스스로 믿지 않는 게 흔한 경우입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고, 연대에 소홀한 정규직노조 지도부가 강력하게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날 참석한 두 모임 모두 정규직노조의 도움을 못 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평소 정책과 태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하나은행 해직자 분들은 노조 집행부 뿐 아니라 일반 정규직 직원에 대한 불만도 더 크더군요. 

정규직노조 집행부의 태도가 집행부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해당 작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방증이라 보면 비약일까요.

참고로 굳이 비교하자면 최근 수 년 동안 노조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훨씬 더 적극적이었던 국민은행에서 정규직 처우도 상대적으로 더 나아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행노조가 소극적 대응만 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성과를 갉아먹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비정규직들에겐 서러운 시절입니다. 별다른 비법이 우리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하늘이 아니라 세상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은행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들썩이고 조직률도 높아졌던 때는 2007년 비정규 악법 시행과 발맞춘 이랜드 투쟁 때였습니다. 이 투쟁을 보고 은행 경영자들도 한발한발 양보하기 시작했고 굼뜨던 정규직노조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조직화와 연대 확산 같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감에서 나옵니다. 그 자신감이 조금 아쉬운 요즘입니다. 앞으로도 자신감을 북돋워 줄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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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 복지 삭감과 서민 증세가 ‘친서민’인가


'눈 감으면 코베어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 '눈 뜬 사람 코도 베어간다'고 배웠지요.

그만큼 세상이 험악하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어리숙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지요.

이번에 공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복지 예산을 사실상 줄여 놓고도 늘였다고 '구라'를 치고 있습니다.

우선, 복지 예산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예산 초안이 깎였습니다.

또 국민연금 등 국가가 의지와 관계 없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각종 연기금 예산을 제외하면 보건복지부의 예산도 3천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교육과 복지가 크게 피해를 봤는데 기사에서 정리한 것 말고도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백억 원 등이 모두 없어졌죠.

정규직 전환 기업 지원용 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소득공제 혜택은 줄어들게 됩니다. 신용카드 소득 공제 한도도 연간 5백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축소됐습니다.

이 와중에도 4대강 죽이기만 아니라 국방부 예산도 6천억 원이 늘었지요. 차후 4대강만 말할 게 아니라 국방 예산 증가도 반대해야 합니다.

정말 어이 없는 것은 일자리 예산입니다.

노동부는 10월초에 보도자료를 내고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로 대학생 취업률이 늘고 정규직 전환율도 높다며 자화자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확정된 예산에서는 해당 예산을 수백억 원이나 삭감한 것입니다.

또 줄어든 것은 희망근로 예산입니다. 저소득층 노인을 중심으로 실업 상태인 사람들에게 사회 서비스에 해당하는 일을 주고 80만 원 가량 월급을 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7월 올 2분기까지 실업률을 계산한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개선된 이유로 희망근로 정책 시행을 꼽았습니다.

그리곤 막상 내년도 예산에선 올 희망근로 규모인 25만 명에서 60퍼센트나 줄어든 10만 명 예산만 살려 놨습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 따르면 최근에 약속한 6개월도 되지 않아서 희망근로 사업을 일방 중단하는 자치단체들도 있다고 합니다.

희망근로나 청년인턴제가 실업률 지표를 낮추는 데 이용되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생계 유지할 기회는 줬습니다만, 한시적 저임금 일자리로는 지금의 소득 위기 상태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지표상 회복)가 아니라 '떡이 든 쟁반'(현금 및 현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막상 서민들 먹고 살 예산은 없애고 줄이면서 '친서민' '복지예산 최대 증가'를 말하는 이 정부는 참 '숭악'한 정부입니다.

정말 우리가 감시의 '눈'을 조금만 감고 있어도 코 베어갈 정권입니다. 어리숙하게 살피면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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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축약)
관련 글: '친서민' 위장전입? 이명박의 ‘친서민’ 정책을 살펴보다  (수정·보완)


1. 비즈니스프렌들리의 한 길로 내달려온 이명박 정부라서 '친서민' 정책 표방은 역주행이라 부를만 합니다. 정권의 기조와 성격, 대중적 인식과도 다를 뿐 아니라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도·실용'적으로 진보정당 정책을 베껴 쓴 이명박의 국정 지지도는 올라가고 원 저작자 지지율은 답보 상태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한 활동가는 "등록금 후불제는 민주노동당이 요구해 된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며 낭패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친서민' 표방이 이명박의 선제 공격이 아니라 저항과 비판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는 방어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단지 기만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反MB 진영이 성과를 거두고 더 다그칠 조건이 됐는데도 오히려 난처해 지는 건 첫째, 민주당이 집권시 그 정도 정책도 거부해 왔던 당이기 때문이고, 둘째, 진보 정당들은 그동안 '당장 실현가능해야 한다'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기 실용주의에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단기 실용책에 집착하다 그걸 정부가 덜컥수용하니 방향감을 상실하는 겁니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급진적 목소리를 내야 이명박의 베껴쓰기와 지지율 단기 반등에 상관 없이 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단기 해결책만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인하가 쌍을 맞춰 제시될 공약입니다.

정당에게 가장 좋은 정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책입니다. 왜 나인지, 왜 나를 지지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죠. 한국 상황에선 무상(공공)의료, 무상교육, 부자증세, 기본소득, 공공주택, 대학 평준화 등이 그런 요구 아닐까요.

그 점에서 진보 정당의 노회한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전남대 학생들이 붙였다는 대자보가 더 날카롭게 보입니다. "(등록금) 깎아 달랬더니 꿔준다고?"

기대감은 만족을 낳지만 더 큰 기대감을 낳기도 합니다. 이명박이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켜야 난처한 처지입니다. 이명박의 '친서민' '역주행'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2. 한편, 이명박 지지율 반등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놓여 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이 경우도 지난해엔 반토막까지 갔던 펀드들이 원금 이상을 회복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놀라운데, 예를 들어, 잠실 리센츠(옛 주공2단지)는 전세가만 3~4억 원씩 뛰었습니다. 현재 5억 원이 넘는 32평의 올봄 전세가가 2억 아래였습니다. 이런 곳은 웃돈을 얹어주며 이전 전세 계약자들에게 나가달라고 한다죠. 

그런 점에서 보면 임기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60만 호 중 28만 호가 임대주택이고 이중 20퍼센트가 생애 첫 주택이 될 거라는 정부의 홍보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듭니다. 제 기사에선 서초구 평당 1천1백50만 원이 비싸다고 했는데, 시세와 비교하면 사실 싼 거죠. 다만,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것 자체가 거품이라고 보는지라.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은 시프트와 마찬가지로 시세와 연동돼 있습니다. 분양이든 임대든 '주변 시세의 몇 퍼센트' 이런 식이죠. 이미 서초구 우면지구 등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구 주변 땅값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 되면 분양주택은커녕  임대주택 입주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형성됩니다. 파주 신도시처럼 말입니다.

2006년 부동산 거품 정점 언저리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산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거품 유지 정책에 안도의 한숨과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문제는 이 거품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겠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제 위기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 세금으로 적자 기업을 억지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품이 이 과정에서 지표상 경기 회복의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부자 감세, 기업 감세는 조만간 지금의 재정 정책과 충돌할 것입니다. 출구 전략을 놓고 정부와 주류 엘리트층 안에서 의견 차가 커질 겁니다. 대한통운 사장 체포영장 발부한 것을 보면 하반기에 부실 기업 정리(구조조정)를 시작할 모양인데, 저금리 거품(건설기업 부양) 정책과 충돌합니다.

결국,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는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입니다. '천서민' 위장 전입이 오래가지 못하고 들통날 거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3. 문제는 10.28 재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떠오를 反MB 연합 결성 논란에서 한 축이 될 민주당의 경제·복지 정책이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애써 이 점을 외면하고 민주당에게 손 내밀기를 계속할 경우, 오히려 이명박 지지율의 몰락은 늦춰질 것입니다. 

민주당과 별개의 새로운 진보 동맹이 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낡은 것은 가고 있는데, 새 것의 등장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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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들의 삶은 더 곤궁한가

거품과 함께 커지는 서민들의 고통


관련 기사: <레프트21>14호
"경기 회복? 친서민? ─ 거품과 함께 서민 고통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보도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뿌린 수백조 원의 돈이 ‘수요를 늘려 인플레이션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말도 들려 온다.

정부가 그렇게 많은 돈을 풀었다면, 우리 같은 갑남을녀의 주머니도 좀 풍족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 경제, 바닥을 쳤는가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이들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고, 가장 빨리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데 고무돼 있다. 올 2/4분기엔 자동차, 철강 등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이제 올해 안에 출구 전략을 써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경기가 회복되는데,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한 부류도 있다. 전 경제부총리 김진표는 “회복 국면으로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지적한다. 실업률이 오르고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주들의 인식을 조사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5백 개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자사가 저점을 찍기 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경기 회복은 정부 재정 지출에 의존하는 매우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완성차 판매 회복은 5월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책(차량 교체시 세금 감면) 덕택이다. 5~7월 총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23퍼센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월별 판매량은 7월부터 다시 하락하고 있다. 세금 감면 혜택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다.

주요한 경기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7월 기계 수주액이나 건설 수주액 역시 공공부문의 발주가 늘어 다시 증가할 수 있었다. 민간부문의 발주는 큰 폭으로 줄었다.

그 결과, 지금 정부는 올해 쓸 수 있는 예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1백85조 원을 7월까지 다 소진했다. 현재 남은 예산 여력은 87조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렇게 풀린 돈이 자산 거품 조성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다시 늘린 것도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2천년 대 이후 장기 침체 속에서 기업들은 차입을 줄여 왔다. 세계적 위기인 요즘, 이 패턴이 더욱 고착화됐다.

현재 가계저축률은 4퍼센트 대인 반면, 기업 저축률은 16퍼센트 대에 달한다. 대기업 사내 유보금이 1백조 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설사 돈을 빌려도 이를 다시 재무적 투자, 즉 금융과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고 있다.

 

출구 전략 딜레마

 

무역수지 흑자 역시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고환율, 저유가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환율이 1천2백 원대로 내려오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이 효과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푼 4조 위안 넘는 돈이 사실상 원자재 투기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수출 시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이 돈을 원료 사재기에 쏟아 붓고 있다. 이 탓에 무역 회복 없이 원자재 값만 폭등하고 있다.

기업 지원과 법인세 인하로 투자 유인을 늘리자는 정부 대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그 래서 국내외에서 지배자들은 출구 전략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은 거품만 키우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간다. 그렇다고 출구 전략을 개시해 거품이 터지면 지난해처럼 추락할 위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도 딜레마다. 정부 지출은 늘었는데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들은 지배자들 사이에 출구 전략(금리 인상 등)의 시기와 강도 등 경제 위기 해법을 둘러싼 정치적 내분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인플레이션(물기 인상)은 임금 인상에 대한 압력을 낳을 수 있다. 소득 저하는 소비를 줄여 경기 회복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대체로 신중한 태세인 노동운동이 거품 호황의 고통을 더 참지 않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저항에 나선다면 지배자들의 내분도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이런 내분을 봉합해 기득권을 유지하며 자신들 앞에 놓인 딜레마들을 해결하는 길은 저항을 억누르고 평범한 다수에게 위기의 대가를 전가하는 길 뿐이다. 그리고 소심한 이명박 정부는 내년 초까지 출구 전략 사용을 피할 것이다.

 

거품이 커지는 만큼 그늘도 커지고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올리고 세율을 낮췄다. 버블세븐 해제,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DTI) 제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규제 해제는 곧바로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 1년 전 부동산 몰락의 공포가 역전돼 “돈 버는 투자는 결국 부동산”이라는 신화가 재연됐다.

위기가 심각했지만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꾸준히 올라 6월말 현재 2백66조 원에 달한다. 그 결과, 현재 서울 아파트 1백21만 가구의 시가 총액은 사상 최초로 7백조 원을 돌파했다.

이것이 전월세 대란의 주범이다. 집값이 뛰니 전월세 임대료도 뛰었다. 이젠 아파트는 물론이고 서민 밀집 지구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조차 전세가가 1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타운 동시 재개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대학가 자취방도 전세값이 천만 원 단위로, 월세 보증금과 사글세가 갑절 가까이 뛰었다.

대규모 뉴타운 재개발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이 대거 늘어나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이제 1층에서 반지하로,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옮겨야 한다. 그도 아니면 아예 직장과 학교에서 더 먼 도심 외곽으로 떠나야 한다.

거품 호황에서 배제된 이들의 밥상은 더 초라해졌다. 설탕, 밀가루 등은 물론이고 계란, 두부, 닭고기, 유제품, 어묵 등 서민 식품의 가격이 날개를 달았다. 갈치는 그 빛깔 답게 귀족 생선이 됐다. 요샌 반찬거리 두세 개 사면 만 원에서 동전 몇 푼 겨우 남는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동네 골목까지 파고드는 대형 마트(SSM)들도 물가 인상을 막지 못한 셈이다.

올해 식료품의 소비자가격 상승률이 평균 9.5퍼센트로, 지난해의 갑절이다.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OECD 평균의 열 한 곱이다.

생필품과 전월세가 올라도 소득이 함께 오르면 버텨 볼 용기라도 낼 텐데. 문제는 소득마저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올 상반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백2조여 원인 반면, 가계대출 총규모는 6백97조 원이 넘는다. 소득 증가율은 사상 최저이고 부채 증가율은 사상 최고다.

그래서 소득 대비 부채 비율 역시 1.39곱절로 사상 최고치다. 돈이 없다고 안 먹고 안 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게 올려(2.7퍼센트) 실질적으론 삭감해 버렸다.

만 2년 된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데 앞장서고, 최우선 정책기조로 고용유연화를 내세우고 있다. 고용이 불안해 지면 소득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건 더 힘들어진다.

반면, 강부자 정권답게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특별소비세를 모두 인하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 정책에도 부자 감세를 고집하더니 내년 민생 예산은 10조 원이나 삭감됐다.

결국, 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상위 10퍼센트 소득은 하위 10퍼센트의 4.7곱절로 OECD 평균인 4.2곱절보다 더 높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요구들”

 

요컨대 경기 회복은 멀었고 그나마 정부의 재정 투자도 부자와 대기업에 몰리고 있다. 경제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 정책은 서민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벌이는 친서민 유화책도 사태의 본질을 역전시킬 정도는 못 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이런 유화책조차 우익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를 역전시키려면 경제 위기에 대한 좌파적 대안과 행동이 절실하다.  (<레프트21>이 제시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의 빈곤 대책이 단순히 현금지급식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금 지급식 복지는 오히려 더 늘어야 한다.

조건 없는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최저 임금과 최저 생계비 기준을 대폭 인상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규제를 강화해 물가를 통제해야 한다.

강력한 부동산 보유 규제로 주거권을 보장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영구 임대 주택을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시장이 조만간 스스로 회복할 전망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물가 인상과 실질 임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동운동 없이, 거품 회복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 없이, 그래서 저항에 직면한 지배자들이 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분열해 약화되는 일 없이, 지금의 정부 아래서 이런 개혁들이 실행될 것 같지 않다.

자본주의의 위기 시대에 더 나은 삶을 위해 대중적인 저항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찬성해야 하는 이유다.

 


출구전략(Exit Strategy)

경제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비상 대책’으로 쏟아 부은 유동성 자금을 회수하는 것. 주로 정부 지출을 줄이고, 낮췄던 금리를 다시 인상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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