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균 노동시간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도] 2천1백 시간이 넘어 OECD 평균보다 4백 시간 많다. 사실 이것도 많이 준 것이고, 주당 40시간 일한다고 계산하면,OECD 평균보다 일 년에 석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전일제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각종 수당과 사내 복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이런 조건에서 시간제(파트타임) 일자리가 충분한 임금과 복지를 받는 정규직 일자리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4시간 일자리가 법정 하루 노동시간(8시간)의 절반을 일한다고 해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줄 사장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사장이 그러겠는가. 


게다가 공공부문 총액인건비제로 고용비용 한도를 정해놓은 정부가 공무원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말밖에는 더 되겠는가.


정부와 사장들은 직무급을 도입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할 수 있고, 임금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쌩 거짓이다. 경력 단절을 걱정하거나, 육아 등의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이용해 자기들 욕심을 채우려는 술책이라는 말이다.


우선, 시간제 일자리에 정규직 직무를 부여할 리 없다. 이미 직무급을 부분 도입한 기업들에서 사장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무를 분리해서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직무급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불가피한 쓴 약이 아니다. 그냥 정규직의 기존 임금을 낮추려는 개수작이다. 직무급 도입은 그 자체로  임금 안정성을 흔든다. 직무에 따라 임금이 임금을 들쭉날쭉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직무 배정 권한이 ‘인사권’이란 이름으로 사측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작업장 자율성은 크게 후퇴하고, 사측에 대한 종속성이 더 커진다. 이는 임금 유연화(불안정성 증대)와 더불어 노동의 권리를 위축시킬 무기가 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의 근속년수를 인정해 정규직 호봉 체계에 포함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1990년대 초반에도 이렇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임금 차별을 해소한 바 있다.


상시업무는 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런 식의 해결이 가능하다. 사장들이 이런 방식의 해결책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정규직 노조들이 부문주의적 시각으로 이런 해결책을 꺼리는데, 이를 약점 삼아 직무급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해법으로 사기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노조가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호봉제 임금 체계 편입을 추구한다면, 직무급에 관한 헛소리들을 날려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전일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의 절반은커녕 잘해야 3분의 1, 4분의 1을 받는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이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을 일하는 마당에 4시간 짜리에게 임금 절반을 줄까? 6시간 짜리에게 4분의 3을 줄까? 직무도 임금도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불안정 파트타임 노동인데, 임금도 여전히 쥐꼬리라면, 그 모든 환상적 [헛]소리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직무도, 대가도 허접하다면, 총액 뿐아니라 시간당 임금 자체가 낮을 가망이 높다. 


그렇다고 박근혜와 경총 방식으로 임금을 줄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정규직 여부를 떠나 전일제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하락하게 된다. 이런 식의 하향 평준화해서 이루는 임금 격차 해소는 사장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의 ‘로드맵’은 근로시간 감소가 2000년대 이후 다른 요인보다 “최근 고용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는 정부와 사장들은 임금 유연화와 연계해 노동시간을 줄이면 돈을 더 들이지 않고도 외형적 고용률 수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존 전일제와 시간제 노동자들이 일감을 놓고 다투게 만든다. 전일제 의 임금이 낮아지면 그들도 더한 장시간 노동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물론이고, 기존 전일제 비정규직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이다. 이들도 투잡으로 몰릴 수 있다. 


결국 박근혜의 고용률 70% 로드맵은 정규직 임금 하락과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을 통해 전반적인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노동 현장에서 세력관계를 자본에게 기울게 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려면, 기존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 없이 일하는 시간만 줄이는 것이 돼야 한다. 공공부문 총액인건비제도 없애야 한다. 박근혜의 고용률 헛소리 로드맵을 전면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법정 노동시간을 35시간까지 크게 단축해야 하고, 일정 시간 이상의 노동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임금 체계도 지금처럼 고정급이 낮은 구조에서 고정급이 높아서 추가 노동이 필요없는 구조라 바꿔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육아휴직에 대한 임금 보장 기간을 늘리는 등 더 많은 복지가 함께 결합돼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만 시간제 일자리가 노동자들 서로를 할퀴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대로 시행되면, 시간제 일자리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자리를 나누면, 양질의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 민주노총도 최근 주당 4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하면, 1백14만 개 일자리가 나온다는 분석을 인용했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정부의 ‘로드맵’조차 근로시간 감소가 취업을 늘리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정한 이상, 이런 요구들은 매우 정당하다.


[이런 요구를 현실에서 쟁취하려면 투쟁이 필요하다.이에 대해선 <레프트21>의 내 기사이 블로그 앞 글에서 간결하게 설명해 놓았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처럼 재벌과 부패 우파가 슈퍼 갑으로 행세하게 내버려 두고서 좋은 일자리와 희망있는 삶이 자동으로 보장되진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한 것이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투쟁은 그 일부인 것이다.

다만, 당장의 삶의 조건을 지키려는 투쟁조차도 그 투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할 희망과 용기, 확신을 줄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106호 관련 기사에 대한 내 개인의 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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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네덜란드의 고용 기적”을 되풀이하자고 말한다.


네덜란드에서 1970년대 중반 이후 25년 동안전체 고용의 5퍼센트이던 시간제 일자리가 35퍼센트로 늘어났다. 새 일자리의 3분의 2가 시간제였고, 그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의 몫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이 정부가 말하는 “바세나르 협약”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1970년대부터 늘어나고 있었다. 1970년대에 세계경제의 장기 호황 물결이 끝나면서 일자리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바세나르 협약은 이런 추세를 승인한 것으로서, 정규직 고용 보호를 사장들이 건드리지 않는 대신, 임금을 낮추고 신규 일자리를 유연화(단시간 비정규직화)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79년부터 1997년 사이에 취업자 수는 28퍼센트가 늘었는데, 고용량(고용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단 9퍼센트만 늘었다. 2000OECD 조사를 보면, 이렇게 고용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보호 수준이 크게 줄었다.


종합하면, 네덜란드 “기적”의 실체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쪼개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 것이다. 노동자들끼리 경제 위기 고통을 분담하게 된 것이다.

 

늘어나는 실업을 줄여서 실업수당 등 복지 지출을 줄이고, 일자리를 제공했으니 경제 위기 대가는 개인이 치러야 한다는 일자리 복지의 철학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이런 네덜란드의 길을 한국 노동자들이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박근혜 정부와 사장들은 네덜란드는 그나마 임금 차별이 적고, 복지제도가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을 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새로운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사장들이 먼저 “합의주의”를 깨려 한 것도 말하지 않는다. 결국 이 때, 일부 복지기금이 민영화되고 실업수당이 삭감됐다그나마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을 한 복지마저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 위기의 깊이와 폭이 훨씬 더 크고 깊은데다가, 박근혜 정부는 임금과 고용의 유연화를 동시에 이루려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동시에 공격하려 한다. 진지한 사회적 타협이 될 리 없고, 오히려 이른바 강성노조들을 하나씩 표적 삼아 두들겨 패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네덜란드 노조운동이 ‘사회적 합의주의’에 발목 잡혀 파업과 투쟁을 멀리하다가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노조가 묵인한 노동 유연화도 노동계급 단결과 투쟁의 힘을 약화시킨 요인이다. ‘유연안정성’ 논리가 허구인 까닭이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고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 박근혜와 사장들이 한통속으로 네덜란드 모델을 노동운동에게 강요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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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며 수많은 ‘을’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때로는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이 덕분에 항공사 승무원을 때린 포스코 ‘라면 상무’는 사직했고, 호텔 직원을 때린 ‘빵 회장’도 꼬리를 내렸다. 영세 대리점들에게 ‘갑질’ 하던 남양유업은 불매와 판매 거부의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대한통운을 합병하며 택배 노동자의 배달 단가를 깎으려던 CJ에서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 갑’들은 지금도 ‘갑질’을 멈추지 않는다. 법을 어겨도 보호받기 때문이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현대자동차는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고, 농성을 못 하게 본사 앞에 못을 심는 작태를 저질렀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피해자대다수는 산업재해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선 올해만 두 차례나 불산이 누출돼 노동자 한 명이 죽고, 세 명이 부상했다. 510일에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가스 누출로 노동자 다섯 명이 숨졌다. 대우조선 거제 조선소에서도 올해초 어린 하청노동자 셋이 사고로 죽었다.


그런데도 집권당이 기업의 산업안전 책임을 강화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의 ‘기업살인법’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비극적 사례는 더 많다.

 

이런 일들은 국가 자체가 슈퍼 갑들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렇다. 부당해고로 고통받는 조리사, 영전강 등 학교비정규직들이 대량해고 위협을 받는 따위의 일이다. 갑을에도 못 끼고 병정 놀이하는 불쌍한 대한민국 사병들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다.

그래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을 때, 이 사회의 99퍼센트인 ‘을’들의 반란이 터져 나온 것은 시사적이다.

 

앞서 간단히 살펴 봤듯이 ‘갑을’ 관계는 바로 자본주의 권력의 문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슈퍼 갑’들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99퍼센트 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리 없다. 기껏해야 기업 간 불공정 개선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성골 갑과 6두품 갑 사이의 관계개선 말이다.


‘갑질’의 본질이 국가와 자본의 횡포라는 점에서 노동자가 ‘을’들의 반란을 이끌어야 한다그나마 일부 대기업에서 ‘을’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나마 회사와 대등한 관계로 표현되는 것은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이라는 민주노총의 지적이 옳다


노동자와 수많은 ‘을’들에게는 국가와 자본에 단호하게 저항하는 정치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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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경제 위기 본격화를 앞두고한국판 대처가 되라는 지배자들의 바람을 안고 집권했다. 지배계급을 위한 계급전쟁 치르기가 박근혜의 임무인 것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수대연합을 이뤄 대선을 치렀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복지 열망 때문에복지경제 민주화로 자신을 위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의 핵심 지지 기반은 재벌과 보수적 국가관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책략 자체가 모순에 바탕한 것이었다. 대선 성공 후 보수대연합의 균열 문제도 잠재적 위기 요소였다.

 

박근혜 당선 직후 기세가 오른 지배계급은 곧바로복지경제 민주화공약 철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연초부터 한국 경제는 위기 조짐이 커지고, 곧이어 안보 위기가 불거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복지 공약 먹튀는 취임도 하기 전에 박근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불러 왔고, 취임식 전후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무능·부패·극우 인사 임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지면서 장·차관급 내정자가 일곱 명이나 중도 사퇴했다.

 

계급전쟁을 치러야 할 정부가 집권 초 사령부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자, 집권당도 흔들렸다.  보수 언론끼리도 불협화음을 냈다. 인사 파동 속에서별장게이트가 터져 나와 검·경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박근혜는 꾸준히 우파 본색으로 기울어 왔다. 국가정보원 등 억압기구에 육군 장성 출신과 공안검사 출신들을 임명하면서 좌파 단속을 예고했고, ‘경제 민주화의 본질은 경제 살리기라며 각종 친재벌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운운하던 박근혜는 지난 두 달 동안한미동맹 무한신뢰프로세스만 가동해 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는 취임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첫 내각 구성을 마쳤다. 국가기관 기강 잡기를 시도하며 위기를 봉합하고 반격을 도무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재보선에서 본전치기를 한 집권당은 이런 반격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위기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박근혜는 국가기구를 반동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텐데, 사회적 세력관계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는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쇄 계획을 두고 모호하게도민의 뜻이 중요하다는 말했다. 사실상의 찬성 의사를 이토록 에둘러서 말한 것은 광범한 반대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군색한 처지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저항이 본격화하기 전에 사회적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고 한다. 우선, 국회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민주당을 각종 반동적 정책들에 끌어들이려 한다.

 

이를 위해 진보정당 의원들을 국회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다. 이미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고,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갖가지 소송과 자격심사로 발목 잡혀 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쉽게 위기를 해결할 순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의 은폐 추문은 새로운 위험성을 보여 줬다.

 

이명박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가 박근혜 당선의 정당성 위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연장을 위한 이명박근혜 동맹 탓에 자칫 전임 정부 흔적 털기가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별장게이트사건처럼 이 의혹들 수사 자체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런 식의 추문 덮기가 계속될수록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대외 환경도 여전히 모순을 낳고 있다. 중국과 소원해지더라도 전통적 한미동맹을 추수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번엔 일본 지배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총리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침략을 부인하는 망언을 한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 지배자들조차 일본 우경화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세 곳에서 치러진 4·24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두 곳을 차지했다. 박근혜의 임기 초 위기로 흔들렸던 집권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애초 두 곳 모두 보수정당 후보들이 20년 넘게 60~80퍼센트를 얻어 온 지역이다.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은 수준에 불과한 선거 결과다.

 

한편, 서울 노원병에서는 박근혜의 위기 요소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안철수가 당선한 서울 노원병에선 투표자가 지난해 총선보다 22천여 명 줄었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13쳔여 표가 새누리당 몫이다. 박근혜 대선 득표율에서도 15퍼센트나 모자란다. 수도권에서는 지지층 이탈과 대중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새누리당이본전을 유지한 데에는 민주통합당의 무능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곳 모두에서 크게 졌다.

 

박근혜가 복지 먹튀로 위기를 겪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공격하기는커녕 대선 때 내놓은진보적강령과 정책을 죄다 삭제하며 박근혜와 우경화, 공약 먹튀의 보조를 맞추려 한다.

 

보통 집권당의 위기 때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곤 하는데, 민주당의 삽질 덕분에 거꾸로 박근혜가 민주당 무능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안 정치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호한새 정치의 안철수가 득을 봤다.

안타깝게도 주류 양대 정당의 위기를 이용해 정치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무기력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의 반동 본색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 쌓이는 모순과 위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진보진영은 박근혜 당선 이후 의기소침해져 분열과 온건화 압력에 노출돼 있다.

 

박근혜에 대한 반감을 대중적 저항으로 조직하면서 작은 승리들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불신과 분열을 억지로 해소할 순 없으므로 당면한 단일 쟁점별로 뭉쳐 그렇게 해야 한다.

 

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며 노동운동의 사기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 동시에 지배자들의 반동에 맞서려면 단호하고 급진적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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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더니, 취임 한 달 만에 박근혜 정부의 꼴은 한 2년은 지난 정부 같다.


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임명장도 받기 전에 벌써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 정권 초 낙하산 인사가 활개쳐야 할 시기에 날개 없는 추락만 벌어지고 있다. 


<한국갤럽>가 최근 실시한 국정수행지지도는 44퍼센트로 취임 첫 1분기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임기 초 네 명이나 장관급 인사가 낙마하고, 그 결과 임기 초 지지율도 역대 최저였던 이명박 때보다도 못한 것이다.


법무차관 사퇴로까지 번진 별장게이트 의혹을 두고는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 불협화음을 내며 서로 책임 전가를 하기 바쁘다.


이처럼 지지층에는 금이 가고 있고, 집권당과 국가기구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며, 청와대에선 이를 두고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둥 이전투구 조짐도 보인다.


이러니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거물급 인사’를 전략 공천하지 못했다. 물론 안철수가 당선해 야권을 분열시키기 바라는 속셈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승산이 없다고 다들 출마를 기피한 탓이 더 크다. 정권 초기 선거에서 집권당의 이런 무기력함은 시사적이다.


결국 일곱 번째 낙마가 일어나자, 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친이계들도 곳곳에서 날선 비판을 날리고 있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 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 새누리당 안의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빗겨가고, 개별적 반발들에도 여전히 박근혜 거수기 노릇을 한다. 진보진영의 저항도 아직 두드러진 것이 없다.


이명박이 첫해에 레임덕 위기에 빠진 것을 지켜 봤던 박근혜는 임기 초 위기에 한층 더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은 더 강성우파들이 전면에 포진할 거라는 뜻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우파 기질로는 이동흡과 막상막하인 박한철을 내정했다.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했던 그는 필명 ‘미네르바’를 구속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퍼센트 변호 집단인 김앤장에도 몸담았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 그것도 방송 장악 음모라는 반발 때문에 한달이나 지연된 정부조직법이 가까스로 통과한 직후에 말이다. 박근혜 스스로 ‘어떠한 사심도 없다’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어버린 것이다. 비록 낙마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을 들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그런 케이스였다.


이제 박근혜는 국가기구를 단속해 손상된 국정장악력을 회복하고, 우파 결속을 강화하려 한다. ‘국가 기강 세우기’를 내세우는 까닭이다. 이것은 한편에선 사정 정국을, 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인 종북세력 마녀사냥 몰이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위기의 수준 때문에 봉합은 할 수 있지만, 위기의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위기의 주된 책임이 박근혜 본인에게 있다. 복지 공약 먹튀에 서민 증세 계획, ‘부패’·‘우파’ 코드 인사 등으로 신뢰의 위기, 즉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는 박근혜다.


또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이들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은 하나회와 재벌을 공격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


이 둘은 모두 임기 초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었다. 사정 정국을 포퓰리즘적으로 활용할 기반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지지율이 취약하지만, 무엇보다 사정 대상이 돼야 할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들이 자신의 핵심 기반이다. “걸레경연대회”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주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은 이들의 부패한 연결망을 얼핏 보여 준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정 정국은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에겐 우파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와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C 사장 김재철 해임처럼 말이다. 부패 척결은 애초 목적도 아니다. 4대강 공사 수사 가능성도 있다.


별장게이트만 해도 벌써 이 사건을 유야무야 덮어버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에 검찰, 경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국정원 등의 고위층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 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 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져 왔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자들조차도 지금의 대외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의 우경화는 대중의 반감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박근혜는 이런 위기들 때문에 지배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겨서, 자신의 통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좌파를 희생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엔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 심해지고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경우, 그 불만이 진보정치 세력들의 성장으로 수렴하는 것을 선제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민주통합당의 협조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강성우파로 육군 대장 출신인 새 국가정보원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3 26일 박근혜가 ‘사이버테러 위기 대응이 분산돼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마자, 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 운동의 저항 여부일 것이다. 아쉽게도 민주노총 선거에서 보듯, 노동운동의 지도력 위기가 진행중이다.진보정치 세력들도 각개약진 중이다그럼에도 진보진영은 특정 사안을 두고 협력할 수 있다. 


변혁 좌파는 과장도 회피도 하지 말고, 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며, 원칙있는 단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떠한 단결, 어떠한 혁신이 필요한지 등 올바른 투쟁의 과제와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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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빨리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현재 위기의 효과와 수준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여러모로 살펴 보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조직법 통과가 안 돼 취임 후 20일이 될 때까지 “식물정부 소리를 들었다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박근혜는 34일 대국민담화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었다.” 문제는 “부르르 담화”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는 우파 정부가, 그것도 경제와 안보 위기가 특히 두드러지는 시점에서, 경제부총리·미래창조과학부(신설국방장관·청와대 안보실장(신설) 등을 임명 못 하고 있는 것도 참 상징적이다.


북핵 위기를 띄우며 박근혜가 지하에서 “벙커 회의”를 하는데, 정작 국방부와 군 고위층은 골프장에서 “벙커샷”을 즐긴 일도 위기상의 한 단면이다.


지지율 하락과 불통 행보 때문에 집권당 내부와 우파 사이에서 불협화음도 드러났다. 우파적 인물들인 국무총리 내정자 김용준과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이동흡을 낙마시키는 결정적 공헌을 것은 우파 신문 <동아일보>였다.


이런 사태가 민주당 탓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줄곧 후퇴하는 양보안을 낸 건 민주당이었다. 도리어 “협박근혜”의 ‘몽니’ 행보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법무장관 황교안 등 문제 인사들을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통과시켜줬다.


결국 박근혜의 초반 위기는 일차적으로 정치 양극화 속에서 우파 본색 드러내기가 자초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조직법 통과 후에도 위기 요소들이 곧바로 물밑으로 가라앉질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첫 내각 후보 명단은 “걸레 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패 비리 복마전 에 ‘박정희 유전자’로 채워진 인물들을 대거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선을 위한 책략으로 내놓은 ‘복지’와 ‘경제 민주화’ 구호가 취임도 하기 전에 하나씩 철회되고 뒤집혔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대선에서 반우파 정서로 뭉쳤고 반감을 풀지 않고 있던 ‘48퍼센트’(대선 반박근혜 득표율)를 자극했다. 심지어 박근혜 투표층에서도 이탈이 시작됐다.


박근혜가 아무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 좋은 일자리를 많이 … 만들겠다는 목적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사심도 담겨있지 않다”고 해도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 장악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이미 공중파 방송을 대선에 톡톡히 활용했고, 우파 언론들에게만 종편을 허가해 준 새누리당 정권 아닌가. 게다가 정보통신과 전자정부 업무 등을 통폐합하면서 국민 개인 정보들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집적돼 통제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NGO 단체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 유니온’ 등은 박근혜와 복지부장관 진영을 사기죄와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통치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거수기 취급을 한 것도 악수가 됐다. 대신 박근혜가 택한 것은 대국민 직접 호소 방식의 여론 몰이였다. ‘부르르 담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대선 투표층에서조차 ‘속았다’는 말이 오는 상황에서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없었다. 복지장관이 ‘복지 공약은 선거 캠페인용’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를 야당이 정략적으로 발목 잡고 있다’는 말이 먹히겠는가. 오히려 유신 선포식 같았다는 비아냥만 들었다.(물론 민주당은 겁을 먹었고, 인사청문회에서 모조리 양보하는 선물을 내줬다.)


오히려 국회를 완충지대로 이용하는 책략을 피하면서 도리어 새누리당만 무력해졌다. 오죽하면, 떠오르는 실세 측근인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마저 “직접 나서면 보좌하시는 분들이 타협을 하거나 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룸(공간)이 전혀 없어진다”고 한탄했을까.


결국 박근혜의 ‘몽니’ 행보는 민주당을 끌어들여 ‘국민적’(여야) 합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대신 날치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이번엔 ‘국회선진화법’이 발목을 잡았다.


이 법은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한 박근혜 새누리당이 ‘날치기와 몸싸움을 막자’며 18대 국회에서 만든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과반수가 되는 국회를 견제하려던 법이 박근혜의 날치기를 막고 있는 것이다결국 정부조직법 날치기를 하려면 국회선진화법 개정 날치기부터 해야 하는 신세다.


그래서 집권당 내분도 있다. 최고위원회는 “소수에 의한 국회 지배를 보장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경하게 말하는데, 일부에선 “자기가 낳은 자식이 좀 어눌하다고 해서 의사에게 내 자식인지 아닌지 판정을 해 달라고 하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지난 5년간 봤듯이 집권당의 당내 분열은 주요 변수가 못 될 것이다. 오히려 집권당과 행정관료, 또는 국가기구간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아직 그 정도까지 위기가 진척된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 부르주아 정당과 언론들 사이에는 임기 행정부에게 협조해 주는 불문율(“허니문) 있다. ‘그들만의 리그’다운 신사협정인 것이다. 또 임기 초에는 공약 이행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대체로 올라간한다.(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기대를 보내게 되므로) 박근혜는 역대 최강의 보수대연합이 밀어준 정부였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임기 초부터 지지율 하락과 집권당 이완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경제 위기와 동아시아 긴장 고조 상황이 있다. 이것은 박근혜가 선택한 환경이 아니다. 지금 객관적 정세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우선 경제 위기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낮은 1분기 성장률은 1998년이나 2009년처럼 큼지막한 경제 위기 때 말고는 기록한 적이 없다.


또 용산 개발 사업이단군 이래 최대 헛삽질 것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아니라 경기 폭락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북한 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됐다.


이런 상황들이 박근혜를 밀어줬던 반동적 지배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핵심 기반이 이런 상태니 박근혜도 취임 초에 이런저런 민심잡기 쇼를 벌일 정치적 수단이 줄어들었다.


결국 경제 위기 조짐, 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양극화가 깊어지는 정치 환경 속에서 박근혜 본인도 더욱 신속하게 측근과 핵심기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정당성의 위기가 커질수록 인사와 통치 방식의 우경화는 갈수록 선명해질 것이다.


벌써 안보 위기를 이용한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는4대악 근절 내세우며법과 질서 통한 권위주의 통치 방식을 강화하려.


물론 최근 이마트 압수수색과 재벌 세무조사 등으로 ‘경제 민주화’ 같은 포퓰리즘 언사도 다시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닌]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앞잡이 김앤장의 변호사 출신을 내정한 것이야말로 본심 아니겠는가.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앞날은 ‘반동’과 ‘동요’가 주요한 특징이 것이다. 대중의 불만이 조직된다면, 집권당은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분열할 있다.


세계경제 위기와 동아시아 군사 긴장 고조가 국내의 경제·정치 위기로 옮겨오고 있다.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반우파·노동자 투쟁이라는 기치 아래 주장과 행동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 노동운동의 사기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 줄기차게 폭로하고 활용하면서 싸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4·24 재보선과 안철수, 그리고 진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박근혜 위기 때문에 4 재보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박근혜의 임기 위기가 심해질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박근혜의 위기를 촉발한 구실을 했지만, 민주당의 ‘발목 잡기’는 여전히 어정쩡하고 수줍다결국 첨예한 정치 양극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새누리·비민주당 지대의 공백이 커졌다는 뜻)


이처럼 행정부와 국회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정치 앞세운 안철수가 4·24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반박근혜 비민주당 층에서 정치적 공백이 생기자 안철수가 이를 메우려 나온 것이다.


게다가 정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 양극화를 봉합하려는 경향도 생기게 마련이다. 안철수는 정부조직법 협상에서제발 빨리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 하라고 주문한다.


그럼에도 공식정치에 대한 거대한 불신과 반새누리 비민주당 진영의 공백 때문에 안철수가 부상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양극화 봉합노선이 대안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정부조직법에 관한 언급처럼 모호하기 그지 없다.


그는 기성 정치에 ‘비전과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고통 분담을 위한 제살 깎기로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말고는 별 다른 “새 정치 비전”을 내놓은 바도 없다오죽하면, ‘안철수의 새 정치는 안철수 본인의 당선 말고는 없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부당한 사법 탄압으로 이곳의 의석을 뺏긴 진보정의당과 노회찬 대표에 대한 진지한 배려도 없었다. 그가 진보정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


반새누리·비민주당 정서의 오른쪽 정도에서 양극화 봉합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런 행보들은 안철수 정계개편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비한 지배계급의 플랜B 구실을 수도 있다는 보여 준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으면서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한 번 해보려는 것처럼 움직인다”고 안철수를 직격 비판했다.


결국 4·24 재보선 국면은 진보정치 세력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새누리 비민주당 층에 정치적 공백이 있다는 것이고, 이 층의 왼쪽을 대변할 정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지금 이런 논의가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전에 조만간 문제가 제기될 거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흐름에서 원칙있는 단결과 급진적 대안을 대변할 축을 단단히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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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 http://enlucha.tistory.com/422


박근혜식 법치주의의 앞잡이가 되려는 황교안은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안보·사회질서 교란세력,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해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앞잡이 구실을 했던 황교안이 ‘서민 권익 침해 범죄에 엄중히 대처’할 거라는 말은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반성한다’는 말 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다.


황교안을 삼성X파일 수사를 맡아 삼성과 검찰의 고위 관련 인사들은 모두 불기소처분하고, 이 정경유착 비리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전 의원은 기소한 당사자다.[각주:1] 


검찰 퇴직 후에는 삼성, SK 최태원 부정 사건 따위를 맡는 [그 자체로 1퍼센트 수호 세력인] 대형포럼 태평양에서 월 1억 원씩 보수를 받으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왔다. 


황교안에게 법은 사회질서 교란세력을 척결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를 포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이란 담론은 모두 1퍼센트 특권세력의 기득권 질서 수호의 다른 말일 뿐이다.


황교안은 국가보안법, 집시법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면서 반동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온 자다.


《국가보안법》개정판(2011)에서는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법”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이적행위 요건이 성립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고찰>(2005)이란 논문에서는 노동조합 쟁의행위가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사항으로서 사용자가 처분가능한 범위 내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쉽게 풀이하면, 아무리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이라도 노동관련 입법과 관련한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직접적 사용자인 기업주가 처분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정당성이 없다. 그 파업은 사유재산 처분권에서 유래하는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법 해설》개정판(2009) 서문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본문에선 개정판 출간 당시 위헌 논란 중이던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합헌”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집시법이 4·19 혁명이 야기한 사회 혼란을 “5·16 혁명”이 바로 잡으려고 만든 법이라고 말하는데, 집회에서 폭력이 벌어지면 참가자 모두 공범이라는 공동정범 이론의 지지자다.


황교안의 “법 질서”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하는 바로 그 법 질서다.


황교안은 지금 전관예우와 세금포탈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해명 못 하고 있다. 이런 황교안이 “법의 신뢰” 운운하는 걸 듣고 있자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1. 이런 자가 명문 경기고 동창이란 이유로 노회찬 전 의원에게 10만 원 후원금을 보냈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명문 학벌 인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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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를해적기지로 불렀다고 해군당국에게 고소당했던 김지윤 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4 “[해적기지]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 … 해군이라는 집단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씨는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불기소로 끝났다며 연대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검찰 결정으로해군당국의 고소가 정당성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명박은 37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다. 김지윤 씨는 트위터 항의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해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하고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해군 당국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김지윤 씨를 고소했던 것이다.


김지윤 씨 말처럼, 법으로 반대파를 침묵시키고 해군기지 강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정부와 해군 당국의 시도 중 하나가 열 달 만에 좌절된 것은 통쾌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 후 헌법재판소장에 꼴통 보수 인사를 임명하는 현실에서도 검찰 같은 보수적 국가기구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도 뜻깊다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호의적일리 없는 검찰조차 이런 무혐의·불기소 결론을 내린 것은 애시당초 강용석 따위를 앞세운 해군 당국의 고소가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보여 준다


이미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과 경찰, 건설 대기업들의 횡포를 직접 겪은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 통용되던 표현이었다.


그러므로주관적 평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말은 기지 반대 운동에게 허위 사실 같은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것으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의 정당성도 더욱 확보된 셈이다. 더 나아가 99퍼센트 저항 운동의표현의 자유에도 진전을 이룬 것이다. 최근 한동안 명예훼손죄·모욕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사실 당시 해군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며 고소를 한 것은 당시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우파 결집을 추진하는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연달아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2011년말부터 집권당은  큰 위기에 빠졌다. 여러 위장 쇼에도 지지 회복이 쉽지 않자 집권당은 안보 공세와 색깔론을 되살리며 우파 결집으로 나갔다


3월초 제주 구럼비 폭파 강행, 한미FTA 발효 등을 강행하며 보수는 결집시키면서 반대편에선 야권과 진보진영을 분열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총선에서 이기고, 나아가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면 제주 해군기지도 일사천지로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봤을 것이다.


따라서 결집한 우파의 공세였던해적기지발언 고소에 용기있고 단호하게 김지윤 씨가 대처한 것이 매우 중요했다.


김지윤 씨는 우파들이 언론에서 마녀사냥 공세를 시작하자 도리어 “주민 15백여 명 마을에서 고작 87명이 찬성한 게 주민 동의를 얻은 것이라 우기는 정부, … 폭력 경찰, … 보수언론들, …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이들이 하는 게해적질이 아니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 기어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여 동아시아 불안정을 높이고 평화의 섬을 파괴한다면해적질의 책임을 반드시 묻게 될 것이라고 단단한 투지를 내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유시민이나 <한겨레> 등이정치인으로서 적절한 얘기는 아니라거나 김지윤 씨가비난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대처해 우리 편 김을 빼고 우파 공세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엑스맨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은 망설임 없이 연대와 지지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강정주민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고, SNS에서는나도 고소하라릴레이 등이 이어졌다.


특히, 노암 촘스키 등 국제 진보 인사들도강제로 강정 주민들을 쫓아내고 해군기지를 건설해세계 평화의 섬에 전함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한 해적 행위라며 고소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므로 이번 불기소 결정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승리이자 진보진영 전체의 성과다. 특히 물러섬 없는 단호한 투쟁도 얼마든지 광범한 연대를 구축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사실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때문이었다는 것은 저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이번 승리는 제주 해군기지 싸움 전체의 일부다. 김지윤 씨도해군기지 건설 밀어붙이기를 위한 겁주기 효과는 여전하다고 보고 앞으로도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진보진영은 더욱 단단하게 뭉쳐서 제주 해군기지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친제국주의 정책과 반민주 탄압 등 우파 결집에 맞서는 우리 편의 ‘단결과 연대, 단호함’은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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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대선 결과로 가장 충격받은 건 1987년과 1992년 대선 때였을 것이다. 그때 나는 각각 중1과 고3이었다. 


87년이 ‘어떻게 군사정권의 정통 계승자인 노태우를 찍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 하는 순진한 충격이었다면, 92년은 ‘투표로는 정권을 바꿀 수 없겠구나!’ 하는 절망적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87년엔 그래도 반군부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과 김영삼이 받은 표가 노태우와 김종필이 받은 표보다는 많았다. 그러므로 순진하고 식견이 짧은 나로서는 3당 합당을 했으니 만큼 92년 대선에서는 87년에 김영삼을 찍었던 표가 대거 김대중에게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다.(그렇다고 내가 3당 합당을 종파적으로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3당 합당 당시에 엄청나게 증오하고 분노했다.) 


게다가, 보수 세력은 김영삼과 정주영으로 분열하지 않았던가. 반대로 민중운동의 대표체라는 전국연합은 김대중과 정책연합으로 지지를 몰아줬다. 그렇다고 백기완이 많은 표를 가져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대중은 87년보다 겨우 2백만 표 더 받았을 뿐이었다. 


87년 대선의 지역주의 투표는 각자 지역의 대표 정치인에게 쏠린 것이었으므로, 분개는 했지만 내 깜냥에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92년 대선의 지역주의는 반동적 성격이 누가 봐도 명백했고, 광주에 살던 내게는 충분히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지금 노태우 퇴임 이후 20년 만에 정통 군사독재정권 계승자가 선거로! 권좌에 돌아온 이 상황이 많은 사람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이명박 심판은커녕 더 악독한 우파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크게 절망감과 낭패감을 느끼는 듯하다. 


요즘 기분.


나도 속이 쓰리지만, 돌아보니 87년 대선의 당혹감과 92년 대선의 절망감보다는 견디는 데 덜 힘든 듯하다. 그때보다는 [이번에 그 실력 발휘를 못해 낭패를 겪었지만] 노동 대중의 조직과 계급의식, 정치적 자원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해 있기 때문이다. 


내가 92년 대선의 실망감을 딛고, ‘어리석은 대중’ 식의 환멸감에 빠지지 않은 것은 표피적 선거정치보다 더 깊고 넓은 정치적 전망과 분석을 제공하는 마르크스주의에 유혹당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누구나 실망스런 선거 결과를 보며 하기 쉬운 생각―대중은 미련하다―에 빠지지 않고, 노동 대중의 자기 해방이라는 전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진공 속에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이해관계를 놓고 그러듯이,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을 둘러싸고도 치열한 [계급간] 정치적 전투가 벌어진다. 선거는 그 과정의 한 점일 뿐이다. 그래서 진정한 세력관계가 왜곡돼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것이 당선한 우파 정부가 펼칠 반동을 우습게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가 선거 결과에 짓눌릴 때, 그 점은 우리의 한계를 설정하는 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점을 찍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여전히 다양한 그림의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의지와 선택이 영향을 미칠 영역은 여전히 미래에 남아 있다.


역사적 사례를 살펴 보는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제대로 단결해 대처하기만 하면 우파 정부가 쉽게 뜻을 이룰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 (늘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정권 앞날에 대한 내 대략적인 예상은 ☞ 바로가기)


아마 올해 한국 대선과 비슷한 사례가 2004년말 미국 대선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인기 없고 혐의의 대상이던 부시가 재선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좌절에 빠졌다.(지구적 규모로 멘붕이 온 것) 그러나 신디 시핸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훌륭한 새 투사들이 등장했고, 덕분에 미국의 반전운동은 고삐를 늦추지 않을 수 있었다


재선 임기 첫해인 2005년 9월 워싱턴에서 개최한 반전시위는 거의 1백만 명이 참가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더 많은 부문에서 반부시 운동들을 자극했다이런 압력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부시 탄핵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결국 2006년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은 참패를 하고 럼스펠드 같은 자들이 행정부에서 밀려났다. 


프랑스 사회당은 1981년 국유화와 복지 강화를 내걸고 집권했으나 자본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했다. 사회당을 지지했던 노동자들의 사기 저하와 환멸의 자리를 채운 것은 1995년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이긴 우파 공화국연합의 집권이었다


우파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그해 11월에 공공부문 민영화와 연금 삭감 등을 담은 복지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자들은 전면적 공격에 맞서서 단결하고 행동하는 길을 택했다. 12월 12일에 2백만 명이 참가한 행진을 했고공공부문 노동자들은 3주간 파리를 완전히 마비시킨 “뜨거운 겨울” 파업에 나섰다. 유럽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에 브레이크를 건 분기점 투쟁이었다. 


결국 우파 정부의 복지 삭감 계획은 완전히 철회됐고휘청거리던 우파 정부는 3년 뒤 다시 사회당에게 정권을 내줬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1964년 집권한 영국 노동당은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억누르고, 완전고용보다는 균형재정 유지 정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반발해 노동자 투표율이 뚝 떨어진 결과, 1970년 정권은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히스 내각이 더 강화하자,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엄청난 투쟁이 보수당 내각을 강타했다. 노동자들은 승전보를 울렸고 히스 내각은 4년 만에 노동당에게 자리를 내줬다. 


(문제는, 다시 집권한 노동당이 사회적 타협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도입해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이다. 이것이 대처 정부를 낳았다. 그럼에도 대처 정권 초기인 1984년 광부 파업 같은 거대한 투쟁이 일어났다. 노동당과 노조 지도자들의 의기소침과 나약함이 투쟁이 승리로 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막아 버렸지만 말이다.


아마 좀 더 복잡한 상황이 2000년대 중반 프랑스일 텐데, 2002년 집권한 우파 시라크 정부의 몇 가지 중요한 신자유주의 개악 조처가 번번인 대중투쟁에 밀려 실패했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이 선거에서 대처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또 우파 사르코지가 당선했다. 이번처럼 인기없는 우파가 재집권을 한 것이다! 좌파가 연합해 단일 후보를 내서 신뢰있는 대안을 승리한 운동의 참가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 운동의 승리는 폭넓은 단결 덕분이었는데 말이다. 


사르코지는 훨씬 더 냉혹하게 연금 축소 같은 개악을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2007년 이후 프랑스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대응했고 2010년에는 3백만 파업과 시위로 발전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투쟁은 개악 조처를 되돌리지 못했다. 대신 사르코지 정권이 올해 선거에서 임기만료 판정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달라진 조건에서 다시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7년 민중항쟁의 성과물로 실시된 직선제 선거에서 전두환 독재 정권이 낸 학살자 노태우가 당선했다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당혹감에 빠졌다.


그러나 민중항쟁이 열어놓은 공간 속에서 폭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민주노조운동과 학생운동빈민운동 등이 전투성을 유지하며 전진한 결과노태우는 5공비리와 광주학살 청문회를 생중계해야 했고자기 손으로 ‘베프’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배보내야 했다.


민주화 항쟁이 곧바로 자신을 대표할 정권을 세우지는 못했지만전국민 의료보험 도입노동시간 단축 등의 각종 개혁을 쟁취했고노동자들은 노태우 정부 초기 몇 년 간 해마다 20퍼센트를 상회하는 임금 인상을 쟁취해냈다.


소련 붕괴로 말미암은 이념적 혼란, 91년 5월 투쟁의 패배 등 민중운동 진영의 전반적 사기저하 속에서 치러진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어쩌면, 올해 대선과 비슷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대중운동은 김영삼 정권이 초기에 불러일으킨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이용하며 조금씩 성장했다. 


노동자들은 울산 현대그룹 투쟁, 지하철 파업 등에서 패배하면서도 조금씩 기운을 다시 차리기 시작했고, 95년 학생들이 먼저 시작한 전두환 노태우 투쟁은 엄청난 사회적 압력을 낳아 지배자들을 분열시키며 마침내 기소와 1심 사형 판결까지 이끌어낸다. 


그뒤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김영삼이 반동으로 기울었지만, 기운을 차린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결성하고 1년 만에 노동악법·안기부법 날치기 철회 총파업으로 대승리를 거두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초석도 놓았고 일당국가 해체도 앞당길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종류의 더 많고 풍부한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분들의 기여를 바란다.]


우리는 1분간 하는 투표에서 우파 집권당을 심판하고 연장을 막는 일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더 크고 결정적인 중요성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온 운동과 조직에서 패퇴를 당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백만 명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 분노가 새로운 힘으로 축적되고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단결력을 강화하며 참을성 있게 저항을 건설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파 정부의 연장이 꼭 반동의 미래를 뜻하지 않을 수 있다. 저항 운동의 정치적 표현체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다뤄야 한다.  


터미네이터2 엔딩신이었던가. 멋진 대사였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덧붙이는 말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관련 기사 바로가기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반동적 지배계급의 총단결로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그가 선거에서 표를 더 얻으려고 한 사탕발림은 공수표가 될 것이다. 지지층마저 배신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파 정부의 큰 위기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참을성있게 단결하며 저항을 구축해 가면, 기회를 잡고 이 모욕과 수치를 되갚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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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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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집권당은 대세론에 금이 쩍 간 뒤 한동안은 우파 본색에 충실해 왔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는 “6·25 전쟁 영웅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NLL이 공인된 국경선”이라는 말이 거짓이듯, ‘백선엽이 애국 영웅’이라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이다. 박정희처럼 백선엽도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다. 친일파 독재 부역자 옹호로 박근혜의 우파 본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9월에 ‘유신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맘에도 없는 사과성 발언까지 했던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는 법원도 인정한 강탈 사실마저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급기야 보수 야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은근슬쩍 통과시키는 등 다음 정권 전에 우파 정책 대못을 또 하나 박아 놓았다. 내곡동특검 수사 개기기는 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기만적인 양면 전략을 써온 것이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우파 결집에 치중한 것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우파가 강해져서 우파 결집으로 기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청년세대 중심으로 반우파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10월초에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항목에서 27.9퍼센트가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 높았다.


이 시점은 과거사 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해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반박근혜 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탄탄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덕을 보며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소선거구제의 도움도 받았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헤는 투표율 상승이 두렵다



대선에서도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재가동해 민주당과 안철수를 오른쪽에서 압박하며 선거 지형을 우경화하고 야권 분열 공작과 진흙탕 폭로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NLL 쟁점은 안보 이슈와 확인도 힘든 폭로전을 결합해서 공세로 삼았고, 이어 ‘성장’ 프레임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박근혜도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이젠 말에서조차 ‘분배’보다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으로도 정몽준, 김성주 같은 재벌2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한구, 김광두, 현명관 같은 재벌그룹 CEO나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이 세졌다. 


이런 방향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것이 부패하고 낡은 우파 일변도로 비춰지면 역풍이 불어 반우파층을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말 KBS가 한 여론조사에서 45퍼센트가 서해 NLL 논란을 ‘대선을 앞둔 색깔공세’로, 49.8퍼센트가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답변에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반우파 정서가 거의 절반인 셈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구태정치’라는 답변도 54.7퍼센트나 됐다.


NLL 공세도 사실 민주당을 단도리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여론을 우파 프레임으로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그러다보니 요즘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약간 멘붕 증세를 보이기는 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외연 확대 쇼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지지층 결집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집권을 위한 책략으로서]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우파 지지층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박은 다시 중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예컨대, 실효성 없지만 포퓰리즘적인 경제 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식으로. 그것은 분배와 복지 의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정경쟁’이나 ‘원칙있는 자본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구호와 배합될 수는 있다.


박근혜는 난데 없이 ‘우파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를 채택하고, 청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청년 행사에 나갔다. 성추행당 의원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어쩌고 하는 꼴이라니. (‘뇌 구조’ 발언은 또 어떤가.)


이한구 등 당내 성장론자들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가 김종인의 반발을 샀는데,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다 돌연 멈추거나,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봉합하는 식으로 혼란돼 있다. 그러다가 기대감이 다 빠진 상태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 효과를 못 거두고 다시 우향우하는 식도 반박됐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고통전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집권 우파가 분열 위기에 몰리면서 집권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파 결집에 기초한] ‘박근혜 대세론’은 [중도 외연 확장의 한계를 주목한] ‘박근혜 필패론’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던 것이다. 이는 외연 확대 실패가 우파 결집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향우하면서도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배계급 전반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듯하다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집권당의 위기와 모순을 들여다 본 것으로, 박근혜가 득표 논리 때문에 동요하면서도 우파 본색을 강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이 이슈가 되고, 학교 비정규직과 사회보험노조 하루 파업 등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내부에선 박근혜가 [비록 본심이 아닐지라도] 복지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모양새 자체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경총이 사회보험노조 등의 파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라.


바로 이 때문에 문재인과 안철수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 행보에 속시원하게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이 [지배계급 전반의 정서를 고려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박근혜 대세론 붕괴가 박근혜 필패론으로 가지 않는 까닭이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안철수가 먼저 성장 프레임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출마 선언 초기 특전사 경력을 내세우는 ‘애국마초’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진정한 진보 의제가 빠져 있는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우파 정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진영이 현재 노동자투쟁들을 엮어서 진정한 진보의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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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이 위기에 처하자, 온갖 처방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안에서도 신 친박의 2선 후퇴를 요구할 정도다.


이런 시점에서 박근혜가 이명박을 만나 직접 요구한 무상보육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키는 발표를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무상보육 후퇴를 비판하면서도 이제 민주당과 합의한 내곡동 특검 임명 문제에서 청와대 편을 들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과 20~40대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또 하락한 것은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에서 비롯한 것이다. 5·16과 유신이 “헌법의 가치를 훼손”이라고까지 양보했지만, 진정성을 의심 받아 여론조사 상의 우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박근혜는 인혁당 문제에 관해 사과를 한다면서도 정작 이 문제에 사과를 건의한 홍일표는 당 대변인 자리에서 잘라냈다


이른바 사과문이란 것의 표현이 진짜 사과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박근혜는 5·16을 늘 “혁명”이라고 해왔는데, 기존 헌정 질서를 중단하는 ‘혁명’이 헌법을 훼손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므로 사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혁명으로 세운 민주주의 질서를 뒤엎어 초착취 반동 체제를 만들었는데, 이를 두고 “정치 발전은 지연시켰다”고 한 것은 사실상 경제성장과 안보를 위해 5·16 쿠데타와 유신이 불가피했다는 우파의 평가에서 본질적 반성은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사과문의 맥락에서 박근혜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한 것은 문장 전개상은 사과의 문맥 상에 있었지만, 결국 아무리 욕을 해도 [박근혜의 평가가 후퇴해도] 박정희의 목적 만큼은 정당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놓고 구국의 영단”이라던 태도에서는 한발 물러선 것이니 반우파 여론의 성과인 것은 사실이다. 


그 점에서 내가 박근혜 사과 전에 “결코” 사과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들어맞지 않았다. 선거 정치라는 측면을 간과하고, 우파적 본질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교묘하게 말을 비트는 사과는 할 수 있다고 했고 실제 사과문은 그런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내 예상보다는 수위가 높았다.

그럼에도 내가 경제 위기 조짐 때문에 지배계급 주류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점, 박근혜 외 대안부재론 때문에 우파가 박근혜 지지로 뭉쳐 있는 점 등에 주목한 것 자체는 앞으로 추세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한편, 우파 논객 조갑제이 박근혜에게 “자신의 양심을 버리고 지지 세력을 배신하고 아버지와 조국을 깎아내림으로써 표를 구걸한 이가 당선된 예는 없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렇다고 박근혜마저 중도로 보이려고 애쓰는 대선 지형에서 대안 부재론인 우파들이 당장 산산조각날리는 없다. 그러나 중도층 외연 확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조금의 균열이라도 박근혜에게 상징적 타격이 될 수는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그동안 우파 결집과 외연 확대 사이에서 동요해 왔다. 지금도 동요는 계속되고 있다.


보수대연합을 주장하는 김무성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앉혀 놓고는 ‘박정희와 김대중의 역사적 화해’가 필요하다며 한광옥, 김경재 등 김대중 비서실장 출신들을 영입하려는 것도 그런 사례다.


수도권과 청년세대 사이에서 반우파 정서가 결집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가까스로 묶어 놓은 보수층 결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히려 박근혜의 ‘과거사’ 후퇴는 역설이게도 박근혜의 권력욕이 얼마나 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2005년에 노무현이 대연정 제안을 해서 만난 단독 회담에서 박근혜는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며 노무현의 초당적 내각 구성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바 있다.


정계 복귀 후 박근혜의 정치 궤적을 살펴 보면, 그녀는 반동적 본색을 우파 포퓰리즘으로 위장하며 숱하게 말과 태도를 바꿔 왔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은 거짓 신화에 불과하다.


대세론이 필패론으로 바뀌면서 박근혜는 자질론을 내세우려는 듯한데, 사실 정계 복귀 초기부터 본인이 누린 높은 인기는 언론을 장악한 독재 정권 시절에 쌓은 인지도 덕분이지 자질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독재 성향이 어디에 쓸모 있는 자질이겠는가.



※ <레프트21> 90호 기사를 참조하세요. ☞ 바로가기 


(다음에는 박근혜 행적 돌아보기 글을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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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독자 대선 후보 운동을 ‘사회연대를 위한 2012년 대선운동’이란 이름으로 제안했다. 나는 기사에서 이미 이 제안의 의의를 [그 약점과 함께] 인정한 바 있다. 


어제(8.21) 진보신당 기자회견문은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는 하나다”는 말을 거대 조직노동이 자신들이 버린 ‘배제된 노동’을 향해 외칠 때 그것은 허위이다. 노조가입조차 배제된 버림받은 노동이 조직노동자들을 향해 그렇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진보좌파운동의 시작이라 부를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미 하나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진보정치의 파탄에 근원적 책임이 있는 관료화된 조직노동은 새로운 진보좌파운동을 주도하는 주체가 결코 될 수 없다[각주:1]

 




조직 노동이 먼저 ‘노동자는 하나이므로, 단결하자’는 말을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홍세화 대표는 자본이 그동안 노동자들을 “포섭과 배제”로 분열시켰는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포함된 자들’에 속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배제된 노동”을 노동 진보 정치의 주체로 세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좋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과 태도에 담긴 약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진보신당 창당파(지금의 독자파 다수) 리더들은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당”이라고 비난하면서 탈당해 새 당을 만들었다. 2010년 조승수 의원이 대표가 될 때도 조직 노동운동을 비판하면서 ‘비정규직당’을 추구한 바 있다. 사실은 그 점 때문에 막상 실천에서는 모순과 혼란, 분열을 겪어 왔다. 


홍세화 대표는 조직 노동을 포섭된 노동으로 구분하며, 진보정치의 실패 책임이 자본에 포섭된 조직 노동에 있다고 말한다. 장석준 의장도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을 쓴 앙드레 고르즈를 인용하며] “현실의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적 생산력 ‘때문에’ … 그 수인(囚人)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인즉슨, 노동자들 생활 수준이 올라가서 체제에 안주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런 진단의 결론은 “‘불안정한 보조직, 기간직, 구 기술의 노동직, 대체직, 파트타임 직을 수행하는, 지위와 계급 없는 사람들’[에게] 노동 운동의 미래가 … 달려 있다”는 것이다.


금민 옛 사회당 대표가 “좌파는 신자유주의가 생산한 ‘위험한 계급’인 불안정 노동자를 대중적 힘의 원천으로 삼고 정치적 주체로 세운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슷한 실천적 함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노동자는 배부르고 잘 살면 안 되는가?)


그러나 “배제된 노동”이란 존재 조건만으로 급진성이 보장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 못 한 대학생이 정규직 노조 파괴를 위한 폭력에 용역으로 동원되는 현실을 보라. 정부와 기업주의 반노동 테러 공세에 고통받으며 저항했던 쌍용차, 한진중공업, 유성, KEC, 에스제이엠 등 정규직 노동자들을 “포섭된 노동”으로 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조직 노동을 포섭된 노동으로 규정하고 배제된 노동과 구분하는 논리는 조직 노동운동을 ‘노동귀족’이나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국민의 눈높이’ ― 사실은 여론을 지배하는 자본의 눈높이[각주:2] ― 와 구분되기 힘들 수 있다. 


‘포섭된 노동’의 욕망이 문제라는 관점에서는, ‘배제된 노동’의 욕망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면, 포섭된 노동의 욕망이란 것도 결국 장기 불황 자본주의가 가하는 고통에서 자신의 삶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질에서 ‘배제된 노동’의 욕망과 다를 리 없다. 많은 경우, ‘배제된 노동’의 욕망은 ‘포섭된 노동’의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는 것(정규직화)이다. 


그래서 이들 방식의 구분은 그래서 오히려 억압적일 수 있다. 이타적 주체가 되지 않으면 포섭됐다고 간주해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도덕론이지 정치학이 아니다. 변혁 전략으로 낙제점인 이유다. 정확한 분석도 아니다. 포섭(=도덕적 타락) 자체가 사실은  배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부채로 유지되는 자산 거품 호황은, 노동자들의 임금 소득의 실질적 구매력을 훼손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빚 내서 집 사고, 주식 투자에 나서서 임금 소득의 구매력을 보호하려고 하는 일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 비난해야 할까.


나는 그 욕망들을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노동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대안이 개인적인 것이냐, 집단적인 것이냐라고 보는 것이다. 그 점에서 포섭과 배제를 가르며 노동계급 내부의 차이를 과장하는 방식의 개념이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다.


집단적 해결책은 단결을 전제로 한다. 단결은 차이를 강조할 때가 아니라 공통점을 강조할 때 강화될 수 있다. 오늘날 노동과 자본의 사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어디에 사회를 분열시키는 근본적 분단선이 있는가. 잘못된 구분선 긋기가 노동의 분열을 과장하고 조장할 수 있다.  


오히려 바로 그 분단선 때문에 현실에서 투쟁으로 권리를 쟁취하려는 “배제된 노동”에게 부족하나마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는 것은 “조직 노동”, 그 중에서도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다.(2005년 순천 현대하이스코 투쟁이나, 2007년 이랜드 투쟁이 그 사례다.) 


미조직된 많은 노동 대중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투표하는 동안, 조직 노동이 노동계급 내 소수파지만 진보정당의 지지 기반이 돼 온 것을 봐야 한다. (사실 “조직 노동”에 대한 강력한 원망은 강력한 기대감의 반영물이기도 하다.) 


물론, 상층 노조 지도자들은 흔히 운동의 대의를 위해 투쟁을 건설하기보다 협상과 실리를 외치며 보수적 행태를 보이곤 하는 게 사실이다. 2005년 현대차의 류기혁 열사 투쟁을 외면한 것이나, 일부 정규직노조들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노사 합의를 하는 등으로.


이것은 개혁주의 노동조합 운동이 체제의 결과물과만 싸우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들과 관계가 있다. 부문주의, 협상이 최종 해결 수단이 되는 것 등. 이것이 노조 상층을 협상 전문가들로 만들고, 이들은 웬만한 경우 기층 노동자들이 전투적 투쟁에 나서기보다 협상에 적당한 압력 수단 정도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관행과 태도가 자라난다. 


또, 일상적 시기에 노동조합의 원천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기층 조합원들은 부문주의적 의식에 머물곤 하기도 한다. 노동 대중이 총체적 인식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개혁주의의 근원적 배경이다. 여기에 노조 상층 지도자들이 부추기는 협상 우선 관행, 부문주의가 이런 개혁주의 의식 형성에 한몫한다.  


사실, 오늘날 현대자본주의 안에서 모든 계급투쟁 사상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칼 마르크스는 결코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구속되지 않는 존재라고 신비화, 이상화시킨 적이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지배당할 일도 없으리라. 


마르크스는 [독일 철학의 용어를 빌어] 노동계급의 객관적 착취 관계에서 형성되는 ‘즉자적 계급 단계’와 스스로 계급 적대를 인식하며 해방의 주체로 나서는 ‘대자적 계급 단계’를 구분했다. 노동자들의 객관적 힘은 이미 즉자적 단계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둘 사이 어디 쯤에 현실의 조직 노동운동은 존재하는 것이고, 좌파들의 과제는 노동계급 대중이 이 힘을 자각하고, 능동적이고 집단적으로 발휘하도록 [옛 표현으로는, 대자적 계급이 되는 일] 돕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집단은 혁명가들일 것이고, 그 점에서 이들의 독자 당을 건설하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에 피상적으로 접근하거나, 노동운동의 좌파 지도자들에게 의존하던 일부 좌파들은 일부 상층 지도자들의 배신, 일부 노동자들의 후진성, 또는 일시적 사기 저하로 말미암은 전투성의 후퇴를 두고 도덕적 실망에 빠지곤 한다. 그 그 도덕적 분노와 좌절, 조급함이 조직 노동운동 자체와 거리 두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패악을 끝장내려면 노동계급의 힘에 기대야 한다. 자본주의 권력의 원천인 이윤 창출을 봉쇄할 수 있는 객관적 능력이야말로 진보적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따라서 상층 지도부와 기층의 분리 현상을 분석하고, 기층의 잠재력을 현실화할 이론과 전략이 중요한 것이다. 이 잠재력은 계급 단결로만 구현될 수 있다. 


(※ 그래서 노동계급 중심 전략 포기는 사실 총체적 반자본주의 전략을 포기하는 것, 많은 경우 모종의 혁명적 전략에서 개혁주의 전략으로 후퇴하는 것을 뜻한다.)


개혁주의적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으로 반영되지만, 노동계급 운동이라는 강력한 진지가 없이 사회운동에 의존하겠다는 전략은 2008년 촛불항쟁처럼 ‘로켓처럼 솟아 올랐다가 나무 토막처럼 떨어지곤 하는’ 사회운동의 특성 때문에 늘 불안정하고 낙관과 비관을 오락가락하는 형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촛불이 꺼지고 그 열기 상당수가 급속도로 야권연대 선거주의로 빨려들어간 것도 그 방증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노동계급 운동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는 인내심 있는 전략과 실천을 오히려 경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운동이 침체할 땐 우경화로 기울기 쉽다. 왜냐하면, 그런 분석이 명시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제기하는 문제, 즉 변혁의 주체 문제 때문이다. 


자본주의 이윤의 생산기지에 진지를 치고 있지 않은 운동은 국가의 집요한 탄압에 지속적으로 맞서거나 활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더 열악한 조건의 불안정성은 체제의 협박 뿐아니라 유혹에도 더 취약하다. 그래서 유동적 미조직 대중을 주체로 사회운동에 의존하는 정치(전략)는 정세가 좌파에게 불리하게 될 때는 부문주의와 선거 정치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 의장이 우호적으로 인용하는 유럽과 미국의 신좌파 전통이 그랬다. 1960년대 신좌파는 환경 등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대변했으나 노동계급 운동을 불신했기 때문에 그에 기반한 총체적 사회변혁 전략을 채택하기 힘들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막상 흔히 ‘68혁명’이라 부르는 격변의 시기에 주요한 구실을 할 수 없었다. 1968년 프랑스의 ‘5월 반란’ 직전인 1월 <소셜리스트 리지스터>에서 앙드레 고르즈는 [체제의 안락에 물든] 노동자 대중이 총파업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칠레 등지에서 체제를 뒤흔든 건 신좌파가 ‘일차원적 인간’으로 전락했다고 무시했던 노동계급의 총파업 등 집단적 저항이었다.


결국 서유럽과 미국에서 신좌파 전통은 1970년대 사회적 격변이 총체적 변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도 안 됐고, 오히려 이 열광이 가라앉자 비관에 빠져 엘리트주의나 부문주의, 선거주의로 후퇴했다. 


이런 주체의 딜레마가 바로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신좌파 전통의 딜레마다. 선거정당으로서 노조의 돈과 인력 기반이 필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진보신당도 이런 조직노동과 거리두기를 고수하려 하면, 말과 말 사이, 말과 실천 사이에서 모순만 커질 것이다[각주:3].


노동자들의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



따라서 개혁을 위해서라도, 좌파는 노동계급 전반의 힘을 동원하려 해야 하고, 계급 단결을 추구해야 하며, 그러려면 그 내부의 차이보다 공통점을 강조해야 한다. 보자. 정몽구·이건희와 노동자 사이에 있는 차이와 노동자들 사이의 차이, 어떤 차이가 더 크고,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적대를 품고 있는지를. 


장 의장이 급진적으로 “금융 규제 강화나 복지국가 강화는 … [대안 사회를 위한] 필수적 구성 요소들[의] … 일부분일 뿐이다. 핵심은 … 전 지구적 수준에서 사회 세력 관계를 뒤집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현실로 되려면, 사회 세력 관계를 뒤집을 만한 힘이 있는 세력을 기반으로 하려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은 포섭된 노동이라고 배척하며 도덕적 비난을 가하거나, 아니면 노동자들 사이에 차이를 [지적하되] 부각해선 안 된다. 조직 노동이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표하도록 그들의 현재 의식과 실천에 어렵고 더디더라도 개입하려고 해야 한다. 


이런 방향은 공통점을 강조하며 단결을 강조하는 것, 조직 노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나야 한다. 단순히 계급 내부 차이를 덮고서 모른 척 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이를 솔직하게 드러내되, 이를 어떻게 단결해서 해결할 것이냐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자는 뜻이다.


진정한 노동 중심성은, 천박한 노동자주의 같은 게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만악의 근원을 겨누는 강령에 기초해 노동의 힘에 전략적 중심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나서게 하는 다양한 개입과 전술로 구현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자본주의가 거대한 위기에 직면한 지금 좌파가 추구해야 할 전략은 “변혁적 노동계급 정치”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말을 단지 교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긴축 반대 투쟁과 아랍의 혁명에서 결정적 진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이처럼 진정한 의미의 ‘선도 투쟁’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배제”됐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럴 ‘힘’과 ‘경험(투쟁과 조직화의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해서만 진지전의 기동전 전환은 가능할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87호에 실린 내 기사에서 조직 노동과 배제된 노동 부분에 대한 내 나름의 보론이다. 87호 기사의 축약 전 내용은 여기를 보라.



  1. 이런 주장을 해놓고는 기자회견문의 말미에서, 자신들이 조직 노동을 배제하려 한다는 것은 모함이라고 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본문으로]
  2. 컨택터스의 해명문을 보라. [본문으로]
  3. 그동안 조직노동운동을 비판하며 비정규직당을 표방했지만, 막상 선거에선 조직노동의 비자주파 부문에 기대려 했던 것이 말과 실천 사이의 이율배반이라면, 문제의 기자회견문 말미에서는 자신들이 조직 노동을 배제하려 한다는 말은 모함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나 기자회견 후 조직노동 배제가 본뜻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은 말과 말 사이의 모순이라 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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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는 박근혜다. 심지어 기성 언론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될 후보’ 1위로 박근혜를 꼽았는데도 그렇다. 


왜 반MB 정서가 팽배하고, 심지어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조차 집권당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일까?


첫째 요인은 정치•경제 위기감 속에서 우파의 지지가 결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로는 아무래도 박근혜와 경쟁하는 야당과 그 후보들이 부실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점이 진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과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싸움판을 벌일 때조차 지지율에서 저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역량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패배하고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나와 ‘중원’을 선점한 것이 민주당의 패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야권연대에 목을 매다가 박근혜가 반MB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사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민주당이 얼마나 별 볼 일 없고 신뢰를 주지 못 했으면 우파 집권당의 후보가 박근혜가 ‘우파 정권과의 차별화’와 ‘복지’를 선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경제 민주화는 기껏해야 재벌 소유 구조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경제 민주화’를 말할 때, 실제로 그것이 뜻하는 바람들 ―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며, 떼돈을 버는 만큼 세금도 올려 복지 재원을 늘리는 일 ― 따위와는 별 상관 관계가 없다. 


가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같은 솔깃한 공약도 내놓지만 이런 경우에도 실현 의지와 능력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쌍용차 대량해고, 각종 민영화 등은 민주당이 집권 시절 씨앗을 뿌린 일들이다. 


불길한 꿈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려면 새로운 진보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반MB조차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 해왔다. 지금도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를 놓고 이명박이 아니라 총리해임안을 내놓으며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타격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반MB 정서의 밑바탕인 반보수 정서와 어긋나게 거듭 재벌과 우파와도 거듭 타협해 왔다. 쌍용차 특위를 만들었지만, 사장들 눈치를 보며 해고자 복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색깔론 마녀사냥인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에도 협조하고 있고, 심지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검찰이 박지원 수사 등으로 민주당을 협박하자 검찰 곳 대법관 후보인 김병화는 반대하겠다고 하지만, 김신, 고영한 같은 반노동 판결을 한 후보들의 대법관 임명은 허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는 물론이고 문재인이나 김두관 등 친노 후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의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기보다 과거를 미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는 교활하게도 이런 약점을 이용해 반MB 정서를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 따위로 그 의미를 축소·왜곡해 왔다. 


4월 총선에서도 바로 이 방법으로 ‘그 놈이 그 놈’ 이란 식으로 이명박 심판 정서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오는 것을 피해 갈 수 있었고 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청와대 불법 사찰 문제에서 ‘나는 두 정권 모두에서 피해자’라며 교활하게 비켜갔다. 


그러나 실제로 진보진영 불법 사찰을 실제로 했던 민주당은 이런 대응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박근혜는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의 불철저함과 불철저할 수밖에 없는 원죄 때문에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근혜의 우파적 과거와 비리들을 줄기차게 폭로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진 않는다. 박근혜도 최근 ‘민주당 후보들은 박근혜 때리기말고 뭐가 있나’라며 비웃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편에서 섰지만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온 안철수가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4월 총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안철수일지도 모르겠다. 승리한 박근혜는 레임덕인 이명박과 국정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러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모순] 민주당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던 선거에서 졌으니 말이다.)


안철수 식 기성 정치 거리두기는 안철수식 성공과 분배 철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 그리고 대중적 인기와 모호한 컨텐츠의 묘한 조합 속에서 지금까지 높은 지지를 꾸려 왔다.


그러나 며칠 전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며 공개한 정책 구상이 민주당 수준과 질적 차이 없이 각론적 차이나 구체성 정도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게 드러났으니, 그가 앞으로 (박근혜를 제치려면 민주당의 좌우 양 편을 모두 흡수해야 할 텐데)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의 위기 탓에 진보진영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돼 상황을 진보적 대안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약화는 ‘보편 복지’가 정치 화두를 지배했던 지난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 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살아나 정치 지형과 선거판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오로지 우파 결집에만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을 붕괴시킬 수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이명박을 공격하고 박근혜에 맞서면서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선명한 진보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긴축 정책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등을 분명히 하면서 99퍼센트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대선에도 처음부터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를 내놓는 것은 안 그래도 위축된 존재감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진보정당의 위축은 정치 지형, 선거 판도를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물론 아직 안팎에서 찾아 온 위기를 아직 수습 못 한 통합진보당이 이런 구실을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물연대, 언론사 파업 등이 연 돌파구를 이용해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투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더 발전시키면서 진보의 정치 대안 건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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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이 본격 시작하자마자박근혜 대세론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가 716 “5·16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뒤, 지지율이 순식간에 7퍼센트나 떨어졌다. 지지율 30퍼센트 대는 넉 달 만인데, 반대 급부로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올랐다.


여기에는 11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도 한몫 했을 것이다.


사실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등 특권을 버리는 쇄신은 박근혜가 지난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연 첫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만큼 자기 브랜드로 강조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6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소속 의원들의 세비를 반납케 했다.


그런데 비리 의원 감싸기에 새누리당 의원이 적어도 63명이나 연루된 것이다. 정두언의 보복성 폭로가 두려워서 묵계 속에서 벌인 의도적 부결이든, ‘박근혜 유일 체제에 대한 내부 반발이든, 이미지와 지도력에 흠집을 낸 것 만큼은 명백하다.


당황한 원내대표 이한구가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못 가서 가 이를 번복하는 등 친박 진영 전체가 우왕좌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이한구 사퇴 번복과 5·16 발언 등으로 박근혜의원칙이라는 것이 결국부패한 우파 감싸기독재의 과거로 돌아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ㅂㄱㅎ의 꿈이 박정희 군사 혁명의 꿈? 네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내 꿈이 미뤄지는 나라.

사실 박근혜가 우파를 대표하는 단단한 지지 기반을 형성한 것은 바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혁에 결사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선두에 서면서부터다. 박근혜는 그때 이 투쟁을국가정체성 투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영남과 보수층을 토대로 하는 지지 기반의 우파적 성격이 워낙 두드러져 박근혜는 수도권과 중도층, 청년세대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지 못해 왔다.


그래서 박근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중도층에서 표를 얻었고 지지 기반이 일부 살아있는 이명박과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7<문화일보> 박민은 당시 여론조사를 토대로친이[명박반박[근혜]’ 층을 흡수할 수 있느냐가 박근혜 집권 성공의 관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지지율은 이명박과 갈등을 일으킬 때 떨어졌고, 이명박과 협조할 때 상승했다.


이런 충고를 따라서인지 박근혜는 한나라당 비대위를 맡아쇄신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인적 쇄신을 거부하고 이명박근혜공천을 하며 협조해 왔다.


한편에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색깔론, 등으로 우파를 결집하며 4월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그러나 총선 승리 후 박근혜에게 힘이 쏠리면서 역설이게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더 악화됐다.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계속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는 이상득마저 구속되면서 레임덕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손 잡아온이명박근혜'가 동반 추락의 위험을 맞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우파 결집만으로는 정국을 장악하거나  새누리당 정권 연장을 자신할 수 없는 박근혜와 우파들의 고질적인 딜레마가 더욱 부각되고 있.


이명박과 협조 체제로 대세론을 안착시키려던 박근혜로선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결코 달갑지 않다


안 그래도 대선 후보 당내 경선 규칙 문제로 이재오정몽준 등과 갈등해 온 박근혜로선 동반 추락을 피하려고 이명박과 선을 긋고 단절하는 것이 자칫 우파의 분열을 초래해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대선 후보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오직 상대가 안 교수일 때에만 박[근혜] 위원장 지지자들 중에서 절반 정도가 빠져나와서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마도 이런 유동층의 상당수가 2007년에부패해도 경제는 살리겠지하는 허망한 기대감으로 이명박에게 투표했던 수도권 중도층일 것이다박근혜가 우파 본색을 드러내자 바로 이런 일부 무당파층이 떨어져 나가며 대세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오세훈의 셀프 탄핵을 배경으로 안철수가 부상하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 열혈 어르신들은 영도자의 5.5미터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 줏대있으신 영도자님이여~


당시에는 한미FTA 반대 투쟁 국면을 등지고 국회에 등원한 민주당의 헛발질과 은폐된 이명박근혜 체제 구축 속에서 잠시 위기를 벗어나고,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취약함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모순과 취약함의 요소들이 근본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안철수가 자신의 정국 구상을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이런 대세론 균열 위험은 더욱 커졌다. 물론 안철수는 새누리당 비판 뿐아니라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오면서 이런 무당파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정책 구상이 민주당과 질적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그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근 과거 회귀 현상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반우파 정서도 만만치 않게 자라나고 있다.(물론 진보진영이 통합진보당 사태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민주당이 이를 잘 대변·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즉,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만 놓고서 곧 우파의 집권 연장 저지로 귀결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출마 선언을 하며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세웠지만, 별로 새로운 지지층 유입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는 것도 이런 방증일 것이다.


하반기 국회에서 추경예산 등을 놓고 복지 예산과 재원 문제가 논쟁이 될 텐데, 박근혜가 일부 포퓰리즘 공약과 언사에도 친기업적이고 우파적인줄푸세본질을 끝까지 감출 순 없다. 최근 달궈지는 노동자투쟁이 부상하면 우파적 본질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패 의혹도 여전하다. 육영재단의 과거 뿐아니라 정수장학회 강탈 문제와 부산일보 문제는 명백한 박정희 독재의 현재적 유산이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의 로비 의혹 사건에는 친동생 박지만 연루 의혹도 있다. 최근 박지원 소환 시도는 박지원이 박지만 연루설을 흘린 것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박지원의 입을 막으려는 거래용 수사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위기감과 군색한 처지 때문에 이명박 레임덕과 박근혜 대세론은 함께 위기를 맞으며 한일군사협정이나 KTX 민영화 등 우파 정책들이 연기·유보되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는 속마음이 다르지 않을 텐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갈등하는 모양새를 연출해야 했다.


따라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반우파 정서의 고양을 앞에 두고 박근혜가 우파의 집권 연장에 성공하려면, 결국 종북 마녀사냥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우파 주도의 정국을 만드는 방향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다.


이는 박근혜와 우파들이 색깔론 마녀사냥을 지속하며 진보진영과 야당 세력의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적 권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뜻이다들은 호시탐탐 우파적 공세를 취할 기회를 노릴 것이고 경제 위기를 염두에 둔 고통전가 정책을 야금야금 개시할 것이다.


진보진영이 정권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반우파 공세를 개시하는 것이 당면한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나 우파 집권 연장 저지를 위해서나 필요한 이유다. 이미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항으하며장외에서 전투 의욕을 다지고 있다


□ ‘도둑적으로 완벽’했던 정권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MB는 멘붕의 줄임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심해지고 있다. ‘레임덕’이 이젠 ‘블러드( Blood)덕’을 지나 ‘데드(Dead)덕’으로 간다는 말도 나올 지경이다.  

이명박 일당은 터져 나오는 치부를 감추려고 색깔론 마녀사냥 뒤에도 숨어 봤다. ‘원숭이보다도 못 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검찰이 각종 의혹들을 덮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뼛속까지 부패한’ 본성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7월 10일  이상득 ‘형님 먼저’ 구속됐다. 대선자금, 당선축하금, 저축은행 구명 로비자금, ‘용돈’ 등 돈받은 명목도 다양하다. 신한은행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도 돈이 흘러간 것이 금세 드러났다.

이 와중에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희중이 돌연 사퇴했다. 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중이었다. 최시중은 파이시티 관련해 받은 돈을 이명박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자백했다.

부패 의혹들이 대선자금으로 향하면서 점점 의혹의 초점이 이명박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런 군색한 처지에 몰리다 보니 ‘정권 말기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밀어붙이던 각종 우파 정책들도 따라서 좌절되고 있다.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던 국토해양부는 7월 18일 “정치권이 반대하면 행정부가 추진할 방법이 없다. 자체 동력을 상실했다”며 민영화 포기 선언을 했다. (물론 이들의 포기 선언을 완전 포기 선언으로 믿어선 곤란하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준이 없어도 되는데도 현병철 연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임 대법관 중 김병화도 임명이 불가능할 듯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자동으로 우파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리는 없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이전 정권들에서부터 정치자금 금고 구실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박지원 뿐아니라 박지만도 저축은행 로비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이 모든 비리를 까발릴 거라고 믿을 순 없지 않은가. 검찰은 레임덕 때문에 이런저런 수사를 하면서도 우파 정권의 연장에 도움 되는 수준에서만 수사를 끝내고 진실을 덮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명박은 뻔뻔하게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고 금속노조와 금융노조를 비난했다가 너나 잘 하라는 욕만 처 먹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앞돈 뒷돈 가리지 않고 해 먹은 자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루빨리 이 부패한 정권을 날려 버리고, 이 자의 더러운 입을 꿰매 버려야 한다.
진보진영과 노동자 투쟁은 이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고, 지금 정권의 레임덕과 대중의 분노는 지금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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