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가 막가파식 공안몰이에 몰두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국가기구 정화 운동’이라도 벌일 기세다.

5월말 “북한보다 남한의 종북 세력이 더 문제”라며 본심을 드러냈던 이명박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결국 이명박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인 대법관들이 퇴임하는 자리에 TK·고려대 출신 등 보수 성향 측근 인사들을 채우려 한다. 대법원을 우파의 확실한 진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직 군인이 SNS 매체에 이명박을 비판했다고 군당국의 수사를 받고 자살 시도를 한 사건도 벌어졌다.

박근혜는 이석기·김재연의 의원직 제명을 지지하며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는 국무총리 출신인 이해찬에게까지 “의원 자격 심사”를 하겠다고 들이댔다.

이명박근혜는 공안몰이로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우파적 정책도 밀어붙이려고 한다.

정부는 KTX 민영화를 임기 안에 강행하겠다고 선언했고, 박근혜는 민생법안 1호로 ‘사내하도급법’을 내놓았다. 이 법은 이미 대법원에서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두겠다는 법이다.

이런 법을 내놓은 박근혜는 최근 국회의장으로 하나회 출신 강창희를 내정했다. 강창희는 ‘7인회’의 성원인데, 7인회는 박정희와 전두환 등 군사 독재 정권에서 득세했던 원로 일곱으로 구성된 박근혜 후견 그룹으로 최근 그 정체가 드러난 바 있다.



매카시즘 선풍에 걸려 미국에서 쫓겨난 위대한 찰리 채플린. 위 사진은 나치를 풍자한 <독재자>에서 채플린이 검문당하는 장면. 그런데 바로 이 영화가 매카시즘이 문제삼은 작품이기도 하다.



‘국가관’ vs ‘민주주의관’


<레프트21>이 총선 직후 지적했듯이우파는 총선 후부터 집권당 지위와 국회 내 세력관계 우위를 이용해 사회 전반의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재편하려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이명박 일당의 권력형 비리가 줄줄이 터지고 최측근들이 구속되는 지경까지 되면서 별 효력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자체 선거 부정 등의 문제로 통합진보당이 내분과 위기에 빠지고1당 목표 달성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이 ‘중도화’ 간판으로 오른쪽을 기웃거리면서우파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집권 우파는 통합진보당 위기 뒤에 숨어서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길 바라고대선을 앞두고 야권을 분열시키며진보정치를 위축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저들의 의도가 그렇다는 것과 그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물론 정권의 치부를 가리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었다불법 사찰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사실도이명박 최측근들이 죄다 구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2007년에 이명박의 BBK 의혹을 덮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 된 편지가 한나라당이 만든 ‘가짜’라는 사실도 가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호기에서조차도 꾸준히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고 공개되고 있는 것은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부패가 가려진 것처럼 저들의 ‘위기’도 가려졌을 뿐이지 사라진 건 아닌 것이다.


매카시즘 


미국 위스콘신주(州)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J.R.매카시는 1950년 2월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연설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반미매국’의 공산주의자 적발이라는 매카시즘 반공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1949년부터 상원의 비미(非美)활동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한 매카시는 정부 내 의심세력부터 공격을 시작했지만, 이것은 곧 진보진영과 지식인, 문화계로까지 확산했다.

각종 블랙리스트가 돌고, 동료들을 고발하도록 만드는 마녀사냥의 광풍이 벌어졌다. 
매카시 선풍은 냉전 초기에 냉전 대결을 국내로 들여와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억압한 냉전 우익적 반공 선풍이었다. 이에 저항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954년 상원이 매카시를 비난하면서 사그라들었다. 당시 매카시를 요즘 우리말로 묘사하면 수구꼴통 또라이 정도 되겠다. 



‘명박산성’ & ‘유신공주’


무엇보다 집권 내내 권력형 비리와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섰던 부패하고 인기 없는 정권의 매카시즘 공세는 오히려 대중의 반우파 정서를 자극해 역효과를 낳고 있다.

존 매카시. 그의 영광은 잠시. 그의 퇴장은 쓸쓸했다. 긴 시야로 보면, 진실은 뜻밖에도 힘이 강하다.

사람들은 매카시즘 공세를 지켜보면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군사독재를 지지하는 우파의 국가관과 민주주의관부터 자격심사해야 한다’고 분노한다

집권당을 ‘박근혜 유일체제’로 만든 새 ‘권력자’ 박근혜까지 공안몰이의 선봉에 나섰으니 ‘독재로 회귀한다’는 불안감과 반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명박산성’과 ‘유신 공주’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도 구토나는 일이다.

사실 선거로 당선한 의원을 개인의 사상을 심사해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자기들이 만든 ‘자유민주주의 헌법’조차 부정하는 독재적 발상이다.

우파가 절차적 민주화조차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악당들이긴 하나, 87년 이후 25년간 대체로 진전돼 온 절차적 민주화를 그 정도로 되돌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는 구조화돼 대중의 의식과 조직, 심지어 주류 정치인들조차 적응해 온 제도와 관행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을 선제공격하자는 꼴통 우파인 <중앙일보> 김진마저 ‘사삼 검증으로 의원직 박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백한다. 사실 새누리당 스스로 ‘합헌적’ 법안을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박근혜와 대선 후보 경쟁 중인 정몽준은 “종북주의 등 사상 문제를 이유로 국회의원을 하지 말라는 입장은 안된다”고 박근혜를 비판했다. (물론 우파 재벌 정치인이 진심으로 매카시즘에 반대하리라 믿을 순 없다.) 

이처럼 우파의 필사적인 마녀사냥 공세는 아직까지는 도리어 사회 세력관계에서 우위에 서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보여 줄 뿐이다

우파 천국은 저들의 목표일 뿐이고, 그것은 저들 스스로 큰 정치적 희생을 치르는 도박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예 그런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저들에게 문제는 박근혜가 그런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식 권위주의는 우파들 안에서조차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의 지지 확장성의 한계는 우파 안에서 새로운 도전자들이 등장하게 만들 것이고, 이명박의 부패 천성은 계속해서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우파 정권의 집권당 새 지도자가 단기간에는 위기감을 자극해 매카시즘 공세에 우파를 동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 체제로 굳힐 정도로 갈 수 있냐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권력, 즉 이명박 문제가 미래 권력으로 박근혜가 서는 데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력관계는 그것을 굳힐 힘이 저들에게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이 존재한다면, 집권당이 유일체제로 갈수록 분열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경제 위기


5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참석자들은 “세계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은 금융보다 실물경제 타격이 클 것”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다.

경제 위기 재발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은 또다시 정당성의 위기와 기층의 저항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이 경제 위기 공포감이 저들이 매카시즘 무리수를 두도록 만든 위기감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참에 위기에 빠진 진보정치세력을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로 약화시켜 놓는 것이 저항의 섟을 미리 죽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쯤에서 동요하던 민주통합당도 태도를 바꿨다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우파의 눈치를 보며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협조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그러나 최근 당대표 경선 중인 이해찬과 김한길 등이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 정면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중의 반감이 성장하는 것에 영합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민주화 반동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실질적인 반감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 칼춤이 민주당의 일부에게까지 번졌으니 말이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공안탄압까지 진지하게 대응할 리는 없다고 본다. 이·김 제명 문제는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지렛대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물론 새누리당도 이런 협상에 응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는 양당 구조를 굳히려 할 수 있다.

필사적인 공세 속에서도 이미 대중의 반감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일정한 구조화 때문에 균열 조짐이 집권당과 정치권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우파의 필사적인 매카시즘 공세는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라 위기감의 발로이미 전세 굳히기가 아니라 전세 역전을 노린 도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언론 파업 등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투쟁도 공안 정국 조성 기도에도 굴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야권연대로 정권을 바꾸겠다는 단순한 전략만 가지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도박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본전 이상을 거둘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몇 가지를 유념하며, 광범위한 단결로 반우파 대중투쟁을 구축하려 해야 한다. 반우파 투쟁이 강해질수록 ‘이명박근혜당’은 오히려 분열할 것이고, 우파는 고립될 것이다. 

첫째이명박을 ‘죽은 권력’이라고 무시해선 안 되고, 애써 감추려는 치부를 철저히 폭로하고 맞서야 한다. 

이명박의 부패는 여전히 집권 우파의 아킬레스건이며분열의 씨앗이다무엇보다 국가 탄압과 우파 정책 집행자는 여전히 이명박이다.

둘째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해야 한다.

박근혜와 우파는 안보 공세로 정치 지형이 우경화할수록 거추장스런 복지 흉내를 벗어던질 것이다.

셋째, 민주당에 의존하면, 일관되게 대중의 반우파 정서를 대변하며 투쟁을 건설하기 힘들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는 총선 이후 민주당 중도화론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런 당이 지금은 또 ‘매카시즘’이라며 우파와 싸우고 있다

민주당에 의존하면 이런 좌우 오락가락하기에 투쟁의 중심이 흔들리게 된다.

넷째, 통합진보당의 내부 선거 부정 문제 해결 노력은 지속하되, 공안 탄압에 맞서서는 단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석기·김재연은 당권파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차원에서 사퇴가 제기된 것이다. 사퇴 요구 지지 여부를 떠나 그들이 사상 문제로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진보정치에게 강요된 후퇴다. 검찰이 선거 부정 수사한답시고 관계도 없는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훔쳐간 것을 봐도, 저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공안 탄압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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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되고도 의원 배지 받아간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퇴출돼야 한다.”

새누리당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내걸린 문구다. 새누리당으로 당선한 제수 씨 성폭행 미수 당선자와 논문 표절 당선자는 결코 의원직을 내놔라 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진보운동에 헌신해 온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역겹기만 하다.



숨 쉴 때마다 부패의 악취가 나는 저들이 이런 선동을 할 자격이 있는가.



문제는 새누리당이 막상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국회에서 제명하려는 것이 ‘종북 주사파는 국회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미 3월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통합진보당은 간첩 소굴’, ‘진보진영의 활동은 북한 지령에 따른 것’ 식의 황당무계한 저질 소설을 써대며 마녀사냥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런 색깔론 공격을 활용해 총선에서 우파 결집의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라’며 공격해 왔다. 

결국 5월 22일 검찰이 나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통째로 탈취해 갔다. 압수수색의 법적 요건도 채우지 않고 주먹과 방패로 “진보정당의 심장”을 강탈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ㆍ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무엇보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을 사상 검열로 제명하겠다거나, 합법 정당의 당원 명부를 폭력 탈취한 것은 주류 지배자들이 위기에 빠지면 자유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여긴다는 걸 보여 주는 사레다.

결국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은 진보정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사전 정지 작업인 것이고, 집권 우파의 ‘종북좌파 사냥’ 도발은 실제로는 진보진영과 반우파 투쟁 전체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23일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를 습격해 4명을 체포해 갔다. 또 경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기금 모금이 불법이라며 수사에 들어갔다. 24일에는 쌍용차 분향소를 덮쳐 추모 물품을 부수고 영정을 쓰레기차에 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것은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다. 정권 실세들의 중대 비리들이 잇따라 폭로됐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뒤에 숨어서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 본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저축은행 비리도 측근들 뿐아니라 이명박과 절친이라는 하나은행 회장 김승유까지 걸려들고 있는데도 화제의 중심에 서질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실무진의 핵심에 있던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진보정당 죽이기’에 몰두하는 것은 집권 우파가 정치·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는 몸부림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부동산 대출에 치중해 왔던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책이 실패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에서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뺀 나머지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등 지배계급 내부 갈등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집권당 내부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에 ‘박근혜 유일 체제’를 확립했지만, 이는 오히려 분열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정권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이명박과 대립·갈등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됐다. 

게다가 정권에 맞선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예고 뿐아니라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도 위협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부패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이런 투쟁들에 대한 지지로 모아진다면, 그것은 기름바다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배계급 전반의 위기감 속에서 민주통합당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연대를 주장하는 이해찬은 압도적 1위를 예상했으나, 문재인의 텃밭인 부산에서만 1등을 차지했다. 광주·전남에선 광주가 지역구인 강기정이 1위를 했다. 

후보들이 각자 자기 지역 기반에서 번갈아 1위를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층을 단결시킬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사실 경선 성적 상위권 후보들 모두 민주당의 중도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중에게 별 기대감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우파적 정책들에도 뚜렷한 행동이나 목소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이처럼 이명박을 일관되게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심지어 박근혜와도 차별화를 제대로 못하는 숙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패와 우파적 정책, 그리고 공안 탄압에 맞선 단결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공안탄압에 대한 범진보 공동대응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우리 편이 단결해서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 현안 투쟁들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킨다면, 집권우파의 위기와 분열도 커질 것이고 사회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는 저들의 음모도 박살낼 수 있다. 



□ 통합진보당 사태에 묻혀선 안 되는 불법 사찰의 몸통


청와대 불법 사찰의 몸통이 이명박임을 증명하는 관련 문건이 5월 15일 폭로됐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됐었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이 숨겨놓은 파일이 발각된 것이다.

이중 2008년 8월 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VIP[이명박]께 一心[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라고 돼 있다.

또 “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청와대]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 “기획 총괄하는 국과장 인사는 BH에서 직접 챙겨야” 등의 표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번에 두 번째로 구속된 진경락은 최근 교도소 면회에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현 정권이든 MB든 불살라 버리겠다”고 했다고 한 것도 중요한 정황 증거다.

즉, 이명박의 지시로 ‘영포라인’ 등 충성파 라인들로 비밀 조직을 만들어 이를 국무총리실로 ‘위장 전입’시킨 뒤, 이명박의 “하명”에 따라 정권 차원에서 반대자들을 사찰하고 탄압해 온 불법 사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분하게도 집권 우파와 조중동 등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돌리면서 이런 중대한 폭로가 낳은 위험에서 빠져 나가려 한다.

2010년 7월 청와대 불법 사찰 관련 압수수색 때는 미리 증거 인멸 시간을 주고는 압수수색 시늉만 했던 자들이 이번에는 기초 수사나 사전 협조 요청도 없이 군사 작전처럼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당시 [사찰 업무에 관여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지금 검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법무부장관 권재진이다. BBK 수사 때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던 자가 바로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 검찰총장 한상대다.

이처럼 내뱉는 숨마다 악취를 풍기는 자들이 공안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며 자기들 치부를 덮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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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올바른 개입을 위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여파로 지금껏 스물두 명이 죽었는데도 진짜 원인을 제공한 자들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무도한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며 온갖 폭력을 휘두르는데도 진보진영은 해군기지 무효화는커녕 건설 중단조차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최고위 실세들이 부당한 특혜를 기업들에게 주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정권을 차지하고, 특권과 부를 누려온 일이 폭로됐는데도 당장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이 지지리도 인기 없는 이 부패하고 추악한 정부가 아직도 살아남아 온갖 나쁜 정책을 아직도 밀붙이고 있다는 것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들을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사실 민주당이 이 문제들을 진지하게 해결할 것을 기대할 순 없다. 


오히려 민주당을 주도하는 세력은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시작했던 사람들이고,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정권 차원의 저항적 사회운동 사찰을 저질렀던 세력이다. 지금도 이런 악행들을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 점에서 진짜 문제는 통합진보당이나 민주노총을 주도하는 진보진영 내 다수파의 노선과 태도에 있다. 


지난해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비판과 경고를 무시하고, 친자본주의 정치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다. 


그 뒤에도 이들은 스탈린주의 전략과 개혁주의적 선거 실용주의의 맥락에서 인민전선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약점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못했고 독립적 진보 대안 건설이나 투쟁 태세 구축 대신 ‘묻지마’ 야권연대에 더 힘을 실어 왔다.  


이런 태도가 진보진영 안에 투쟁을 통한 쟁취와 심판보다 수동적 선거 심판론을 유포해 왔다. 투쟁 연대체 등에서 이런 약점들에 비판이 나올라치면 연대체 안의 친민주당 NGO 지도자들과 손잡고 비판들을 패권적으로 묵살하곤 한다.


따라서 급진좌파들이 민주당의 친자본주의 본성을 비판하며, 통합진보당의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해 온 것은 옳았다. 반MB를 넘어서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관점이 운동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원리상 옳다. 


그러나 원리상 옳은 입장을 가지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좌파가 구체적 현실 조건과 당시의 대중 정서를 면밀히 판단해 접점을 만들어 개입하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때 원칙이란 추상적 원칙일 수밖에 없다. 추상적이란 단어는 원리상 옳지만, 현실의 실천지침으로 크게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금 문제는 급진좌파들이 현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전술의 차이를 원칙의 차이로 과장하며 고립·주변화를 자초해 오히려 개입할 능력을 약화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우경화에 불만이 높은데도 좌파가 성장하기보다는 단순히 진보진영의 분열만 키우는 방식으로 사태가 흘러왔다. 


즉, 급진좌파들 일부의 문제점도 진보정치세력의 약점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운동의 우경화에 맞서 급진좌파들이 함께 개입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제약해 왔다. 


첫째, 종파주의 문제가 있다. 


마르크스는 “자기 존재의 정당성과 명예를 계급 운동과의 공통점이 아니라 운동과 자신을 구별짓는 특별한 표지에서 찾는” 태도를 종파라 불렀다. “사회주의적 종파주의의 발전과 진정한 노동계급 운동의 발전은 언제나 반비례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종파주의가 고립을 자처할 뿐만 아니라 주변화하고 고립되는 상황에서 싹트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종의 악순환인 것이다. 


우선 이들은 옛 민주노동당의 우경화와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투쟁에 기권해놓고는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종파적 규정을 남발한다. 


민주노총의 상급 지도자들 다수에 기반해 있고, 조합원 다수가 지지하는 통합진보당을 ‘진보도 아니다’ 라거나, ‘진보정당은 변혁에 걸림돌’이란 일면적 분석을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심지어 투표를 통한 지지조차 반대하며, 어떤 공동행동도 거부하려 해 왔다. 일부 급진좌파들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투쟁 대안을 제시해 단결을 추구하기보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를 막는 것에만 열을 올렸다. 


이들은 진보신당이 울산 북구와 경남 창원에서 통합진보당을 새누리당과 다름없다며 분열적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지 않았다. 


계급투쟁에서 부차적 지위를 갖는 선거에서의 차이를 과장해 결과적으로 정작 중요한 투쟁에서의 단결을 해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얼마든지 비판과 지지, 이데올로기적 경쟁과 운동의 단결을 결합할 수 있는데도, ‘차이와 분화’만 강조함으로써 민주노총 조합원 등 선진노동자들 다수와 거리감을 넓히고 스스로 고립과 주변화를 자초한 것이다. 


선진적 소수는 ‘선전과 선동’만으로도 정치의식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대중적 각성은 투쟁에 참여하고 승리하는 경험 속에서 낡은 사회적 편견과 소외감을 떨치며 더 급진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고 조직에 참가할 자신감을 얻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런 자신감과 각성의 깊이와 폭은 투쟁의 규모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좌파가 투쟁에 개입할 때나 주도할 때는 운동 지도부의 이데올로기만 보고 미리 재단하거나 선험적으로 참가의 폭을 제한하려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이명박의 집권과 2008년 총선으로 자칫하면 우파의 우위로 넘어갈 수 있었던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진보적 의제가 주도하는 세력관계로 유지되고 바뀐 것은 서울에서만 최대 1백만 명까지 참가했던 촛불항쟁 덕분이었다. 


참가 규모가 커지자, 참가자들의 사기도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미국산 소고기 수입 중단에서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 반대로 의제가 확장되고 정권 퇴진 같은 급진적 요구로 발전해 갔다. 이 운동은 개혁주의적 NGO 리더들이 주도했는데, 다함께는 이들의 견제 속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 과정에서 의제 확대와 정권 퇴진 요구를 제안해 많은 지지를 받고 영향력을 키워갔다. 


그러나 당시 급진좌파 일부는 ‘비정규직 문제는 배제됐다’거나 ‘가난한 노동자는 어차피 소고기는 못 사 먹으므로 이 투쟁은 중간계급의 투쟁’이라는 식으로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루되거나 개입하길 꺼렸다. 


그래서 이들은 운동 자체를 전진시키거나 운동 안에서 좌파의 영향력을 키우는 문제에서 완전히 무능했다. 이처럼 좌파 일부는 과거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듯하다. 심지어 지난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의 교훈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당시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었던 사회적 연대의 확산 과정에는 대단히 개방적인 태도가 큰 구실을 했다. 그래서 인기 연예인들도 지지하고 참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급진좌파 일부가 주도권을 틀어쥐고 주도한 올해 희망광장 투쟁은 안타깝게도 통합진보당까지 배척하면서 개방적 연대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들 중 일부는 그런 식의 ‘순수한’ 투쟁으로 통합진보당 식의 야권연대와 경쟁하는 별도의 구심을 만들려고 한 듯하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이 투쟁은 장기투쟁 작업장 조합원들의 품앗이처럼 비춰졌다. 


쌍용차 희망텐트 때도 일부 참가단체들이 통합진보당 지도부에게까지 야유를 보냈는데, 이런 행동은 자신들이 주도한 그 집회에서조차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둘째, 급진좌파 일부의 태도는 말로는 진보정당들의 선거주의를 비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설득력있는 투쟁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몇 가지 행동들을 보면, 선거주의를 비판하는 이들 자체가 엄청나게 선거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일례로, 노동운동 안의 급진좌파들은 올해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와 3월 임시 대의원대회,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공식 지지 정당으로 정하는 방침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심지어 3얼 22일 임시 대의원대회는 바로 이 방침을 막으려고 좌파들이 소집한 대회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계획을 보완하거나, 언론 파업을 엄호하는 하루 총파업 등 투쟁 건설을 위한 제안에는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투쟁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야권연대에 반대한다는 자신들의 주장과도 모순된다. 선거 전술에서의 차이를 결정적 차이로 보는 것은 선거에만 집중하는 개혁주의의 거울 이미지다. 


셋째, 이들이 통합진보당이나 민주노총 다수파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건 옳지만, 자신들이 주도하는 투쟁 등에서 보이는 소패권주의도 문제다. 


자신들이 주도한 희망텐트나 희망광장 등에서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세력의 제안이나 주장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따라서 진정으로 운동의 우경화를 막고 투쟁을 활성화하려면 급진좌파들은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야 한다. 


쌍용차, 한진, KEC와 유성기업, 그리고 언론사 들에서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우파 정권의 야비한 탄압을 받 왔고 지치지 않고 치열한 투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파편화된 투쟁으로 제대로 반격하는 데 애를 먹는 경험을 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는 광범한 단결의 정서가 커지고 잇다. 


무엇보다 각종 우파적 공격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격 능력은 얼마나 폭넓게 단결하느냐에 크게 달려 있다. 좌파라면 이런 단결 투쟁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정책이 올바르다는 것을 실천 과정에서 입증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야 한다. 


즉 지금 벌어지는 언론 파업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싸움, KTX 민영화 반대 파업, 금속 노동자들의 심야노동 철폐 투쟁 등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와 연결돼 폭넓은 정치투쟁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이 진정한 총파업이 될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하고 헌신하는 관점에서 실천과 비판적 지지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만의 고립된 섬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게 마련이고, 그것은 종파적 늪으로 더 자신을 밀어넣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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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직전까지 가던 집권당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기사회생해 반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입맛이 쓰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의 모습은 “이명박근혜”당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박근혜는 213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야당이야말로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새누리당은 노무현의 딸 노정연의 미국 주택 구입자금 출처 수사를 촉구했다. 27일 총선 공천 1차 명단에는 ‘친이 실세’ 이재오를 포함시켰다.

이런 움직임이 좀처럼 탈출구를 못찾던 이명박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은 22일 ‘315일 한미FTA 발효’를 발표했다. 25일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선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복지망국론’을 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대중의 복지 확대 요구에 어깃장만 놓은 것이다. KTX 민영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집권당의 우파적 반격을 배경으로 법원은 23일 왕재산 사건에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27일 노정연의 비자금 수사 개시를 선언했다.

이런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계 변화와 공격적 상황 대처가 새누리당의 기사회생을 뜻하는 것일까. 이들의 쇄신사기극이 성공한 것일까.

일단 2월 하순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하락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한겨레>의 최신 조사에서는 두 달 만에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민주통합당을 10퍼센트나 앞섰다. 정당 쇄신 신뢰도도 새누리당이 더 높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올해 총선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이 49.2퍼센트였고, 56.7퍼센트는 새누리당이 ‘기존 한나라당에서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떨어진 것이 일부 회복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이런 흐름에서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박근혜가 ‘좌클릭’ 시늉으로 노리던 산토끼들은 거의 쇄신사기극에 속지 않았다.

그들의 변할 수 없는 본질.


둘째, 따라서 와해와 추락 직전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숨 쉴 틈을 얻고 지지세를 부분 회복한 것은 새로운 지지층의 유입이 아니라 기존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옛 친박연대와 합당했고, 자유선진당과 박세일 신당에게는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박근혜는 웬만해서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드러나자, 일단 이명박 구하기를 통해보수의 분열을 막고 집토끼를 확실히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새누리당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조용환 헌법재판관을 부결시키고,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국회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다. 박희태 수사를 무마한 검찰이 난데 없이 노무현의 딸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것도 우파는 결집하고, 안그래도 친노와 구 민주계가 다투기 시작한 민주통합당은 분열시키겠다는 꼼수다.

셋째, 이렇게 새누리당이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최악의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묶인 손을 풀어줬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주류 양당 구조를 복원해야 반MB 반사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바람 등에서 명확히 나타난 것은 노동계급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였다. 한미FTA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도 거리의 여당은 옛 민주노동당, 즉 지금의 통합진보당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흡수하면서도 진보정당 지지로 발전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NGO와 한국노총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좌클릭’ 시늉을 하면서도, 디도스 사건으로 정권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을 때 오히려 FTA 반대 장외 투쟁을 접어 버렸다.

한나라당과 석패율제에 합의한 것도 주류 양당 구조 복원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27일 선거구 개편으로 피해보는 곳 중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이 두 명(강기갑·김선동)이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인 것은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이 민주당과의 공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 투쟁을 자제한 것은 좋은 기회만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을 떠받쳐주고, 그런 민주통합당을 진보진영이 도와주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위기가 근본에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사상 최대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일어난 유례 없는 정치 위기를 겪으며 한국 지배계급의 내분이 심화됐으므로 이 내분이 쉽게 가라앉을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이재오 공천을 둘러싸고 공천위원회와 비대위 간에 공개 갈등이 불거졌다. 결과에 불만을 품은 김종인 등은 “박근혜 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며 비대위 해산까지 언급했다또 검찰이 건드리다 만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집권당에서 이명박의 겉포장지라도 뜯어내는 시늉을 해야 한다. 지역구에서 승산 있는 이재오는 살려 줘도 이동관, 나경원 등도 공천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그다지 높지 않다.) 

이명박에겐 이 위기의 원인을 해소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므로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 그는 위기 탈출을 위해 친북 마녀사냥, 학교폭력과의 전쟁, 핵안보정상회의와 키리졸브 훈련 등을 통한 대북 압박 등으로 보수적 분위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조직 노동자들을 대거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은 더는 선거심판론과 ‘묻지마 야권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대중투쟁이 민주통합당을 왼쪽으로 동요하게 만들어 새누리당 복원의 한 축을 무너뜨려야 진보적 반MB 실현의 기회가 온다.

당장 MBC 노동자들의 파업이 KBS, YTN 파업으로 발전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명백한 반MB 정치투쟁이 진보진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연결하고 일반화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KTX 민영화 반대 투쟁, 여성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 등 우리 편이 뭉쳐서 싸울 기회가 열리고 있다. 
투쟁으로 국면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정치는 기회를 놓치는 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여기저기 돌아서 원 출처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절묘한 아이디어였습니다.


□ ‘민누리통합당’의 정체성


정체성’을 공청 기준으로 삼겠다던 민주통합당은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이명박의] 한마디 한마디[] 동화 … 아버지의 음성”이라던 인물을 추천했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옮겨 국회의원이 됐던 철새 이상민도 복당했다.

사실 공천심사위원회에 노영민, 백원우 등 한미FTA 폐기 강불파(날치기 반대 때 강 건너 불구경했다고 붙여진 이름)들이 포함된 것부터 비판 대상이었다.

경제평론가 선대인이 대표적 토건 정치인으로 공천 반대 캠페인을 했던 박기춘도 공천됐다.

이쯤되면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을 만도 하다. 언론마저 비판적이다.

<미디어오늘>은 “민주통합당이 ‘여당놀이’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손석희도 민주당을 공개 비판할 정도다. 27일에는 당내 경선단을 불법 모집하던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겨레21> “민주통합당 ‘재벌의 X맨’ 기사에서는 “김진표를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당의 전반적인 체질과 인식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가 만연한 풍토는 민주당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으로서 민주통합당의 숙명이다기성 질서 ‘안에서’ 플랜A, 즉 주류 본당이 제 구실을 못 할 때 그 구실을 대신하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는 플랜B 정당에게는 주류 본당과 비교해 기층의 저항운동을 일부를 흡수해 외양을 포장할 수 있는 폭이 더 크고 그 역량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는 걸 뜻하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정권 교체가 주류 양당 구조 자체는 유지하면서 이뤄지는, 즉 지배계급 주류가 관리할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본성상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2중대 구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 자체도 핵심 기반은 지배계급 내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상대적 소수파, 비주류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민누리통합당이라는 비아냥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민심 이반의 깊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살아나면 분열 위기에 빠질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이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야권연대 협상이 아니라 기층의 분노를 동력으로 대중 저항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은 창당 초기 보수당에 맞서 자유당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했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이후 노동 대중의 급진화 과정에 노동당이 부응하자, 존재감을 잃은 건 [노동계급에게서 표를 얻지만 실제 기반은 자본가계급과 상층 중간계급에 둔] 자유당이었다.

그 이후로 노동당이 집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훗날 
영국 노동당이 플랜B 정당의 구실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집권이 늘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 지지 대중 다수의 염원을 감안하면 민주통합당의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들과 야권연대가 불가피하겠지만명분과 기준 없는 전면적 후보 단일화까지 수용할 순 없다. 
 

☞ 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레프트21> 기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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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승부수와 진보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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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두 달 만에 당 밖을 향해 수첩을 펼쳤다
. 한미FTA 반대 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야당들에게 공세를 편 것이다. “한미FTA 반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동안 두 달 가까이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면서 쇄신 사기극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지배계급 양당 구도를 복원하려는 조중동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등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숨돌릴 틈은 얻었지만 지지율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우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전원책은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집권당의 추락 속도가 잠시 늦춰진 상황을 이용해 한미FTA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듯하다.

사실 총선에서 자유선진당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 공천 탈락자를 채가려는 박세일 신당 ‘국민생각’이 창당한 것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당 안에서조차 친이계는 공천 학살 공포에 ‘혹시나’하며 떨고 있고, 친박계와 쇄신파는 친이계가 충분히 숙청되지 않아서 자기들 선거에도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을 보수적 의제를 내세운 대야 투쟁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한미FTA 입장 번복을 부각해 박근혜의 ‘원칙’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의 행보에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2007년에는 박근혜도 지금과 반대로 ‘줄푸세’를 말하며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도높은 신자유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사실 ‘경제 민주화’를 정강에 넣자마자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핏대 높이는 것만큼 정신분열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처럼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 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는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생존권 요구를 살인 진압한 허준영, 김석기 등도 영입하고 있다.

쇄신’도 없다. 박근혜가 당을 장악한 후 막상 부패 혐의로 당에서 쫓아낸 것은 최구식 하나 뿐이다. 그래서 정작 이재오, 이동관, 나경원, 김석기 같은 이명박 정권 실세 출신들이 뻔뻔하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버젓이 뛰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의 쇄신사기극은 모순적이다. 배경을 요약하면, 이명박을 두고 동맹과 분열의 상반된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B로 표현되는 反보수·反특권층·反신자유주의 정서가 워낙 단단해 박근혜는 이명박과 단절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이 분열해 정권을 뺏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차피 1퍼센트 본색과 뿌리는 서로 같기 때문이다. 정권재창출은 이들의 공동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몰락은 박근혜도 바라지 않는 바다. 그것은 집권당의 분열 압력을 키우고 기층의 분노가 행동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자극해 정권재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둘의 갈등은 1퍼센트 기반과 본색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벌이는 주도권 갈등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적당히 약화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그 세력의 주도권만 넘어 오기를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이 가진 딜레마의 실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일본 언론들마저 이명박이 “완전히 레임덕에 빠진 양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이상득, 최시중에 이어 박희태도 결국 물러났다. 김효재 사퇴로 반년새 청와대 실세 수석이 두 명이나 비리로 쫓겨났다. 사퇴가 끝이 아니다. 이들 모두 검찰 소환 대상이다.


희생양 찾기


최근에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 때문에 <조선일보>조차 이명박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UAE를 다시 찾아가 유전개발 참여권을 또 구걸해야 했다.

그래서 박근혜의 한미FTA를 쟁점으로 한 본색 드러내기와 보수층 결집 시도는 이명박 구하기가 그 본질이다. 이와 박이 아무리 갈등이 커도 박근혜 비대위의 목적이 집권당 레임덕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정신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은 전통적 우파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고교 졸업식을 경찰로 둘러싸는가 하면 일선 학교에 ‘일진’ 명단을 요구했다. 조현오는 ‘경찰청장 직을 걸겠다’고 사뭇 비장하게 나온다.

최근 왕재산 등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활용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 좌파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진보적 방향으로 결집되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이나 좌파 활동가, 범죄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며, 이를 이용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우파적 의제들을 선거 국면에서 부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도 기층의 운동을 잠재우지도,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지도 못하자 그해 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공안통치의 필연적 귀결로 이듬해 4월 시위하던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무술 유단자로 이뤄진 진압 전문 경찰)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써 이른바 91년 5월 투쟁이 벌어진다.

이 투쟁의 역풍을 맞고 당시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노재봉 내각이 도리어 붕괴했다
. 범죄와의 전쟁은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군복만 벗은 군부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전세값 폭등 등 생존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각주:1]   

이런 선례와 비교하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우파 공세는 지금 국면에서 기층의 반발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명박은 당시 보수대연합 정부였던 노태우보다 정치적 기반도 더 협소하고, 검찰, 경찰 등 국가기구 통제력도 더 취약하다.

대중의 분노도 못지 않다. 그때처럼 방송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희망텐트엔 금속노동자 2천여 명이 모여 상반기 투쟁을 결의했다.

문제는 이른바 반MB 진영의 무능과 안이함이다. 이런 기회를 얻고서도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새누리당 몰락에서 반사이익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주류 양당 구조 복원에만 충실해 왔다. 대중의 진보화를 의식해 이 과정은 일부 좌클릭을 동반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민주통합당의 모순되고 타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지도자들은 이런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공조를 최우선순위에 놓는 바람에 집권당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진보진영 주류가 민주당 비판을 삼가고 있을 때 박근혜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석패율제, 한미FTA 발효 등을 거래하며 진보적 의제들을 배제해 버렸고 그 덕분에 집권당이 한숨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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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공세를 민주통합당 주류가 일관되게 이겨낼 순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부패에 대한 분노와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인 항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국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적 의제와 정책 대안, 행동계획을 독자적으로 제출하고 조직해야 한다. 야권공조는 이런 투쟁 건설에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1. 1991년 9월 17일 서울대 진군식 후 투쟁하던 서울대생이 연행되자 동료학생들이 연행학우 석방을 요구하며 밤 10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시위를 벌이다 신림2동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졌고 5초 후 총소리와 함께 건너편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한국원씨가 신림2동 파출소 소장 조동부 경위(42)가 쏜 38구경 권총 1발을 왼쪽가슴에 맞고 관악성심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출처: http://archives.kdemo.or.kr/PhotoView?pPhotoId=007562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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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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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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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빨걸?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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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33명 가운데 21명이 재창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창당 과정에서 이명박을 탈당시켜 이명박 색깔을 지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창당의 폭과 범위, 그리고 주체를 놓고 이미 새로운 갈등이 번지고 있고 이것은 난파하는 배에서 쥐떼가 먼저 뛰어내리듯 탈당과 분당 위험을 몰고올 것이다. 박근혜의 反MB 재창당론은 수도권 위장 쇄신파들의 反MB反반박근혜 재창당 욕구와도 충돌할 것이다. 

돌아보면 정치 위기를 모면하려는 한나라당 주도세력의 재창당 역사는 늘 위장폐업과 거짓 신장개업의 역사였고, 중기적 실패와 새로운 갈등을 잉태한 역사였다

광주에서 학살극을 연출하고 집권한 군사 독재자 전두환과 노태우가 만든 민정당(민주정의당)이 한나라당의 전신이다.

광주항쟁의 학살과 위대한 저항의 기억은 청년세대를 급진화시켰고, 전투적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이 마침내 부활해 전두환 정권을 몰아붙였다. 결국, 전두환이 물러났으나 대선에선 겨우 노태우가 재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고 대중투쟁이 계속 되자,노태우는 결국 전임자 전두환을 유배보내야 했고, 지속적인 위기에 시달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90년초 3당 합당이었다. 민정당의 일당독재 체제는 보수대연합으로 
1980년대 후반 여대야소 정국과 활발한 노동자투쟁이 불러온 위기를 잠재우는 반동을 추진하려했다. 김영삼과 김종필과 내각제 개헌을 합의하고 3당 합당을 했다. 보수야당까지 끌어들여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민자당(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당시 이 당의 창당일이 바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창립일이기도 했다. 당시 운동권은 당시 당의 이름을 빗대 자민당의 내각제 장기집권 음모라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민자당 해체 투쟁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거대여당은 1991년 5월 투쟁과 경제 위기,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내부 암투 등으로 위기를 겪다가 2년 뒤 치러진 1992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도 실패했다.(149석)

초기에 인기를 끌던 김영삼 개혁이 무뎌지면서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서울시장을 포함 광역단체장 15곳 중 10곳에서 패배) 후 위기감을 느낀 민자당 정부는 1996년 4월 총선 패배를 막으려고 1995년 말부터 공작을 시작해 1996년초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며 재창당했다

당시 재창당 과정에서 영입된 이들이 이회창, 박찬종, 김문수, 이재오, 그리고 민주당을 기웃거리던 소장파 법조인 홍준표 안상수 등이었다.(홍준표가 재창당 모델로 신한국당 사례를 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신한국당이 이제 예전 민정당을 본류로 하는 당이 더는 아니라고 변명했다. 

신한국당도 1996년 총선에서 하락을 막지 못했다. 총 의석이 열 석이나 줄어 139석을 확보했다. 그런데도 신한국당은 환호했는데, 그나마 예상보다는 나은 성과였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집권당이 절반 넘는 의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정치적으로 잘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그나마도 야당이 분열해 있었고(김대중의 국민회의와 노무현 등의 민주당) 무엇보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벌인 총격 사건 덕분에 안정론이 득세한 것이다.

그 점에서 신한국당 성공 사례는 일종의 착시 효과다. 여전히 당시 한국정치는 반공적 일당국가체제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이 총격 사건은 남한 정부가 북한 군부에 돈을 주고 요청한 조작 사건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행어처럼, 신한국당은 독재정권을 노골적으로 연장하려 했던 민자당이 위장폐업한 ‘쉰한국당’에 불과했던 것이다. 


오히려 차별화해서 생존하려는 이회창과 김영삼의 갈등만 갈수록 커져갔다. 무엇보다 노동자투쟁이 결정타를 먹였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 대비하려고 정리해고 등 노동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김영삼(신한국당) 정권은 1996년말부터 1997년초까지 이어진 민주노총의 대중파업으로 결정타를 입고 ‘산 송장’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1997년 대선 직전 다시 ‘꼬마 민주당’과 합쳐 [이들에게 당권을 내 주면서까지] 한나라당으로 탈바꿈해야 했고, 그 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정권을 잃었다. 마침내 반공적 일당국가체제가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이때 꼬마 민주당 세력은 대부분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당적을 옮겨 갔다.)


그만큼 당시 김영삼 정권이 처한 위기가 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 위기나 정치 위기 수준이 더 심각하다. 지금은 세계적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국내 정치 위기가 겹쳐 있다. 

박근혜가 염두에 두는 듯한 2004년 리모델링도 성공 사례라고 볼 순 없다. 이회창 대선자금 차떼기 비리와 노무현 탄핵 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박근혜는 비자금을 갚는다며 여의도 당사를 팔고 천막 당사에서 당무를 보는 쇼를 해야 했다. 그러고도 사상 처음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물론 박근혜의 리모델링은 더 큰 패배를 막는 구실은 했다그러나 2004년과 지금은 정치 상황과 처지가 다르다. 당시는 야당으로 잃을 게 없었고, 김대중과 노무현 집권기간 6년이 지지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환멸을 낳은 경험 때문에 견제 세력을 살려달라는 호소가 먹힐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권 말기로 성난 민심의 표적이 되고 있는 집권 여당이고, 경제 상황이나 정치 위기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위기가 커서 집권여당이 스스로 붕괴하며 핵심 권력기관들끼리 다투며 오히려 정권을 무장해제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정리하면, 한나라당 세력의 핵심이라 할 구 민정당 세력이 자신들만으론 위기를 막기 힘들 때, 심각한 정치 위기 상황에서 보수대연합, 개혁세력 영입 등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의 재창당을 해 왔지만, 매번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 효과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이런 역사를 돌아볼 때, 2007년의 한나라당의 집권 성공은 노무현 정부의 배신과 실패, 무능 그리고 진보정당의 취약함이라는 문제를 배제하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고립된 주류 우파 지배자들이 자신보다 덜 보수적 이미지의 세력 영입을 시도해 온 것인데, 그 점에서 박세일이 大중도신당을 만들자며 ‘민주당 일부 포함과 안철수 영입론’을 펴는 것도 이런 보수대연합을 추구한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 경우는 연성 보수대연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위기는 일시적 성공을 거둔 듯했던 그때보다도 위기가 크고 따라서 계급적 불만도 엄청 높은 수준이다. 다만 불만의 수위에 비하면 행동으로 표출되는 정도는 낮은 편이다. 민주당의 좌측 깜빡이 켜기와 의회 진보정당의 존재도 거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집권당이 추구하는 연성보수대연합이나 새인물 영입이 성공하기보다는 1997년처럼 지배계급 다수가 ‘플랜 B’ 당인 ‘통합’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단, 이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깊은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위기가 겹치면서 반백년 여당이던 자민당이 와해된 사례가 있다. 실권 전 자민당은 사회당과 연정을 꾸리기까지 했다.  

정치적 격변기에 노동운동이 만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진정한 진보대연합을 추구하는 대신 분열해 참여당 같은 세력과 통합한 것이 못내 아쉬운 까닭이다.

지금의 정치적 불안정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크게 보면, 내년 경제위기의 재발 여부와 계급투쟁의 부활 정도에 따라 주류 정치의 변동 폭도 결정될 것이다. 어쨌든 저들의 정치 위기는 쉽게 봉합되지 못할 것이고, 우리 편도 이로 말미암은 혼란과 기회를 모두 겪게 될 것이다.

좌파로 말하자면, 지금은 안이하게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보다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좌파 재편 논의를 포함 정치 논쟁에 깊숙이 개입해 특히 기존 진보정당의 우경화에 맞서는 논쟁과 실천을 통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려 노력하며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치적 구심을 단단히 형성하는 세력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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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이 이미 시작된 이명박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여러모로 중요했다.

최근 유로존 위기의 재발과 중국 경제의 정체 상황은 2008년 위기 이후 수출 중심의 성장 우선 정책으로 경제 위기에 대응해 왔던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치솟는 물가와 9백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도 뇌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한 해 대중의 복지 확대 요구는 커져 왔다. 바로 이 때문에 이런 요구를 거스르려던 서울시장 오세훈(과 나경원 등)이 하루아침에 정치무대에서 퇴출된 것이다. 한진중공업에서 거의 관철시켰던 정리해고를 ‘희망버스’ 운동으로 다시 되돌린 것도 기업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정치 위기의 이중고에 빠진 지배계급에게는 반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조직 노동자운동을 전면 공격하는 것은 절박성이 아직은 크지 않고, 지배계급의 자신감도 높지 않아 쉽지 않은옵션이었다. 외부(미국 중심의 자유시장 세계화=강대국의 정치적 압력과 다국적기업들의 공세)의 힘을 빌어 신자유주의 재편을 완수하려는 한미FTA 비준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래서 전경련은 반대 시위와 여론 때문에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1117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위축 등으로 내년도 우리 경제가 3퍼센트 중반의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 국회가 조속히 비준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이미 레임덕 위기에 빠진 이명박은 무리수를 둬서라도 한미FTA를 관철하면 훼손된 지배계급의 신임을 얻어 정치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임기 내내 야당 행세를 하던 박근혜도 계급 기반상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우파는 결집시키고, 한미FTA 원조 추진세력과 섞여 있는 반MB 야권은 분열시키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감히 말이다. 

그래서 날치기 후 거리에서 FTA 비준 무효 투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겁을 잔뜩 먹었으면서도 “옳은 일은 반대가 있어도 해야 한다”고 헛된 큰 소리를 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신뢰와 정당성을 잃은 레임덕 정부의 도박이 오히려 패가망신을 불렀다는 걸 깨닫는 데는 보름 남짓이면 충분했다. 거리의 저항은 더 확대됐고, 레임덕 위기는 도리어 심화됐다.

단결을 기대했던 집권당은 오히려 해체 위기로 몰렸고, 권력기관은 제멋대로 살 길을 찾기 시작했으며, 민주당은 운동의 구심력 때문에 아직도 등원을 못해 국회마저 마비됐다.

한나라당 홍준표는 “부자 증세”와 “복지 예산 확대” 등의 사탕발림으로 불만을 무마하고 민주당에게 등원 압력을 넣었으나 먹히지 않았고 그나마 박근혜의 어깃장으로 유야무야됐다.

무엇보다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두드러졌다. 보수적인 부장판사들마저 한미FTA가 사법주권을 팔아넘긴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항명에 나선 것이다.


정당성 위기


이런 혼란 속에서 수사권 문제로 정권에 불만을 품은 경찰은 10·26 재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테러”의 범인이 한나라당 의원 최구식의 공모 비서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역 먹으라고 주인을 문 것이다. 몇 가지 의혹은 숨기는 방식으로 말이다. 

Ddos 사건은 한나라당에 “피니시 블로”가 됐다. 집권당이 국가기관을 “테러”했다는 사실 때문에 여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후폭풍으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공중분해됐다. 집권당이 위에서부터 해체되면서 권력기관들끼리 충돌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사태가 너무 커져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제 경찰은 청와대 연루설을 감추며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무마하려 하지만, 유승민조차 단독범행설은 “한나라당 의원인 나로서도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
 

이제 청와대의 수사 상황 인지 여부와 연루설, 사건을 알고도 침묵한 국정원 등 의혹을 해명할 책임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검찰이 이제까지처럼 정권을 비호해 줄까.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정권을 말이다.

무엇보다 디도스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은 레임덕의 결정적 징후다. 청와대와 검찰을 견제하려고 디도스와 벤츠 검사 등을 터뜨린 경찰이 거래용으로 남겨 놓은 몇 가지 사실들을 검찰이 역공으로 터뜨리며 정권이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거나, 밝혀져야 할 핵심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사건 시각 국회의장 박희태의 전 비서와 다섯 차례나 통화했다는 사실
청와대 행정관과 실세 의원 전현직 비서들이 공모씨와 거사 전날 모였다는 점, 그리고 경찰이 이 사실을 숨겼고, 심지어 이들 간에 거액의 돈이 오간 사실도 알면서 감췄다는 점, 동네 건달 출신인 일개 비서가 수백 대의 좀비PC를 동원할 자금을 어디서 마련했느냐 등 이 사건은 의혹투성이다게다가 공모 씨가 고향 진주에서 친구들에게 ‘내가 한 게 아닌데 덮어쓰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아니라 투표소 검색 기능만 불통됐는데 공교롭게도 선관위는 바로 두 달 전에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투표소를 충분한 예고없이 교체했다. 특히 서대문구금천구 등 한나라당 득표율이 낮은 지역은 강남과 달리 거의 절반 가까이 교체했다이 때문에 선관위 내부 공모 의혹까지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의 선거 전략이 젊은 층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더러운 전략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사건 주범이라는 공모씨는 당시 나경원 선본의 홍보를 맡고 있던 의원 최구식의 비서였다.

 
아니나다를까
 이명박의 정적을 겨누던 검찰의 칼끝이 이제 이명박의 측근들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1210일 “상왕” 이상득의 측근 보좌관 박배수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돈의 ‘돈세탁’에 이상득 보좌관 5명이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이상득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검찰조사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12일에는 이명박 사촌처남인 KT&G 복지재단 이사장 김재홍에게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명박은 이제 검찰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 결과도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발작적 경련을 일으키던 말기 환자가 이제 전신마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애초 박근혜는 홍준표 체제를 총선까지 끌고 가며 자기 손에 피묻히지 않고 홍준표가 대신 쇄신 명목의 공천 물갈이를 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친박계 리더 유승민이 박근혜와 상의도 없이 최고위원을 사퇴하며 결국 지도부가 붕괴해 버렸다. 박근혜의 전면 등장을 촉구한 것이다. 박근혜는 사퇴한 유승민과 통화하며 “어휴, 일단 지켜보죠”라고 했다고 한다. 친박계도 아귀가 안 맞을 만큼 위기가 심각한 것이다.

이왕 조기 등판하게 된 처지이니 박근혜는 총선 때까지 전권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오나 정두언, 정몽준 등은 박근혜가 비상 국면에서 총알받이 구실을 해 주길 바라고 조기 등판을 촉구한 것이어서 박근혜에게 공천권까지는 줄 생각은 없다. 총선 준비까지만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친박 윤상현이 “박근혜 전 대표가 일회용 반창고인가” 하고 항변한 것이다.

1212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에게 비대위 전권을 주되, 비대위 운영 시기는 추후 논의하는 식으로 결정한 것은 이런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


플랜 B


누가 쇄신, 즉 공천 물갈이 대상이냐를 놓고 아귀다툼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재창당(쇄신파 등)이냐,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박근혜)이냐의 문제로도 번질 것이다. 이런 아귀다툼은 상호 폭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나라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패한 우익 독재자인 박정희를 계승한다는 박근혜가 한나라당 쇄신의 구세주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본질을 보여 준다. 아무리 씻고 닦고 분칠을 해도 한나라당의 뿌리와 기반은 1퍼센트의 부패한 친미·우파 특권층인 것이다.

박근혜의 실체는 <부산일보>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부산일보> 사주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5·16 쿠데타 직후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설립한 것이다. 박근혜는 강탈한 공익재단을 개인 소유처럼 운영해 왔을 뿐아니라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재단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평균 2억여 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아왔다. 지금 정수장학회는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짓밟으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바로 이런 본질 때문에 박근혜는 부패한 우익 이미지를 없애려고 그 동안 중도층에 구애를 하며 두 마리 토끼 전략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반MB 정서 확대와 정치 양극화 추세 속에서 산토끼인 중도 성향 대중은 뜻대로 잡히지 않는 대신 집토끼 우파들의 반발은 커져 왔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접수한 박근혜는 말은 중도적으로 하고, 행동은 우파적으로 하는 모순된 행보를 하게될 것이다. 여당 내 야당 행세를 해왔지만, 박근혜는 한미FTA 날치기에 협조했고, 최근 이명박이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를 감면하고서울 강남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부자 특혜 조처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변검’형 쇄신이 분노한 대중을 되돌릴 순 없다. 기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의 한계는 이미 10·26 재보선에서 드러났다. 그때 이미 한나라당의 대주주는 박근혜였고, 박근혜의 나경원 지지도 한나라당의 몰락을 막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둘은 기본적으로 계급 기반이 같기 때문에 그 차별화라는 게 이명박의 권력형 비리를 폭로해 쫓아내는 방식의 내부 권력투쟁일 것이다. 이것은 현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배계급 전반에 대한 불신을 더 높여 진보적 대중의 사기를 높여 오히려 박근혜식 포장이 더 먹히지 않는 조건을 만들 것이다. 

MB·반한나라당 정서의 본질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기 때문에 그렇다. 고로, 박근혜의 반MB는 오도가도 못 하빠져 나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태는 “지금 민심은 우리가 어떻게 바뀌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없어지라고 한다”고 탄식했는데, 사태를 정확히 본 탄식이다.

이런 한나라당에게조차 버림받는 이명박은 쓸 사람이 없어 또다시 ‘고소영’ 출신으로 청와대를 채웠다. 대신 임태희, 유인촌 등 기존 청와대 MB맨들이 총선에 나가겠다며 청와대를 나왔다. 이런 “구정물이 흘러들 판”을 ‘물갈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기만 하다.

그래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정치적 무기력 상태에서 발작적인 탄압과 포퓰리즘 언사를 조울증 환자처럼 왔다갔다할 것이다.

한편, 이익공유제를 논의하려 했던 1213일 정부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 전경련이 불참했는데, 이는 재벌들이 속된 말로 개무시를 한 것인데, 이제 이명박과 더는 파트너십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자당 최고위원들조차 “한나라당 해체 운동을 벌이겠다”며 떠나는 판국에 기업주들이 뭐가 아쉬워 다 죽어가는 집권당에 매달리겠는가. 지배계급은 이제 자신들의 “플랜
B” 정당인 민주당을 통해 들끓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며 상황을 단속하려 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한미FTA 반대 운동과 국회 등원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펼치는 것은 지배계급의 “플랜 B” 정당으로서 대중의 불만을 달래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배계급에게 입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나라당의 해체 위기를 민주당 의존이 아니라 독자적인 투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위기에서 민주당이 좀처럼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직 진보진영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집권당의 분열과 상호 폭로전, 그리고 권력기관 통제력 상실은 사람들에게 저항에 나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등 강력한 정치투쟁을 건설하며 진정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인물과 세력이 지금의 기회를 가로채 수혜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 한나라당 재창당 역사를 돌아본다도 읽어보세요.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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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보선을 서울시장 선거 중심으로 나름 정리해 봤다. 종합해서 보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새로운 흐름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1. 한나라당의 참패,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

자신들이 내리 세 번을 이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것도 불과 출마 선언 두 달 밖에 안 된 정치 신인 후보에게 보수층이 총결집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생각할수록 통쾌한 일이다.

땅을 파면 파란 흙이 나온다는 강원도 인제에서조차 민주당에 73표차로 겨우 이겼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11퍼센트를 득표했다. 민심 이반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마네기 후보가 보여 준 짜증나기 그지 없는 인신공격은 부메랑 도술을 부리며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수첩공주의 수첩도 소용없었다.  
홍준표의 사실상 무승부 발언은 자기 자존심상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보수의 분열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

박원순 진영이 이런저런 허술함을 보였는데도, 우파의 막강한 네트워크 ― 행정, 언론, 교회 등 ― 를 동원했는데도,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정치 불신의 핵심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게다가 20~40대의 젊은 노동자·대학생 사이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고, 박근혜 대세론도 수도권에서 붕괴한 마당에 한나라당은 혁신과 보수화(오히려 더 반동적으로 가는) 사이에서 분열하고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갖가지 폭로가 자기들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1퍼센트 정부와 체제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각주:1] 그러나 다음 선거가 필패라는 계산이 나온 세력은 오히려 악행을 더 밀어붙이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압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투쟁이다. 



2. 은폐된 민주당의 실패 

민주당은 자신이 지지하고 사실상 캠프를 주도한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승리의 한 축에 끼여있지만, 실상은 엄청난 내상을 입은 선거였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못 냈고, 기초단체장 선거는 전북 두 곳 빼고 모두 패배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가 앞선 곳이고, 진보신당 후보가 2퍼센트 대 득표에 머물렀는데도 10퍼센트 넘게 패했다. 박원순을 찍은 유권자가 10퍼센트 넘게 민주당 후보를 외면한 것이다[각주:2].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구에선 그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참여정부 인사를 후보로 내고 문재인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한나라당을 이기지 못했다. 협상 실패로 민주노동당과 따로 나온 곳에서는 부천 한 곳을 빼고 모두 낙선했고, 민주노동당은 10~20퍼센트 득표를 했다.  

야권연대의 주도력에도 손상을 입은 것이고, 자력으로 내년 총선·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내고 말았다. 단독으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은 10년이나 집권했던 제1야당에게는 큰 타격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 개인을 향한 대중적 추모 열기와 달리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2010년 이후 주요 선거를 돌아봐도, 민주당 후보든, 참여당 후보든 노무현 정부 적자를 자임하는 후보는 야권의 전폭 지원을 받아도 당선하기 힘들었다. 한명숙이 그랬고, 유시민이 그랬다. 올해 김해 선거와 이번 재보선(부산)도 그렇다.

반한나라당 만큼이나 비민주당 정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 박원순 선거운동의 문제점은 선거 기간 중에 쓴 글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여기서는 덧붙이지 않는다. ☞ 바로 가기


3. 위기와 기회, 진보정당

그래서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에게 기회가 있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와 강원 인제군수, 부천 시의원 선거, 제주 등에서 민주당과 경합했는데도 민주노동당 후보는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서울시장 선거 야권 후보 경선에서 존재감을 못 느낄 수준이었는데도 반MB 정서가 지배한 선거에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강력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한 켠에 무시 못 할 진보정치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대한 불만이 대체로는 계급적 불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이런 불만을 대변하는 데 갈수록 취약해 지고 있다. 진보 양당 통합에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겨우 기초의원 한 명 후보 내서 8퍼센트 얻은 참여당과 통합 못 한 게 이번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면 맞는 평가도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한·민 양당 구도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자기비하인 것이다[각주:3]

자기 당 후보가 애초에 당선가능성 없던 선거에서 10~20퍼센트 득표로 선전했는데도 이를 높게 평가히기보다 야권이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부터 끌어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평가[각주:4]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잘못된 노선을 그대로 보여 줄 뿐아니라 최근 진보정당의 무기력도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자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어찌 발전시킬지 성찰해야지, 야권연대 협상의 지렛대로만 사용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정체성이 취약해 지는 것은 자기 중심이 없다는 것이고, 스스로 야권연대의 부속물을 자처하는 것은 정세의 종속 변수를 자처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아무리 야권연대의 주도력(박원순과 안철수 바람)이 민주당 바깥에서 불어도 야권 연대/통합시 지분은 민주당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부차적 지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자본가정당이므로 노동자 진보정당에게 부차적 지위는 정치적 부속물의 지위를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고수한다면 진보정치세력의 분열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험난한 내부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보인 가능성은 참여당 문제로 진보대통합이 실패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보여 준다.(정치는 그래서 ‘타이밍’이다.)  



4. 세대 투표? 계급 투표?

박원순 후보가 노동의 가치를 앞세우지도 않았고, 노동운동이나 노동자 진보정당 출신이 아니므로 계급투표를 잣대로 대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일 수 있다. 비교적 진보·개혁적인 색채가 짙지만, 신자유주의 등 진보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책과 가치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역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20~40대/대졸 이상/직장인에서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나경원은 반대)은 이것이 계급 투표 성격을 띠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깔린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 밑바탕에 노동계급 청년층의 계급적 불만이 놓여 있다는 우리 분석(☞ 관련 글 보기)을 간접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KDI의 한 연구원은 ILO 기준으로 하면 현재 한국의 잠재적 청년실업률이 21.2퍼센트나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일자리와 복지를 악화시키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미래 희망 상실)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노동계급 청년층이다.

초임 삭감,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교육비, 비싼 물가와 양육비 부담 등이 모두 [그 이름도 기막힌]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 불리는 이들에게 집중된 문제다.


그동안 특권층 후보들이 여러 의혹으로 꼬꾸라질 때는 대체로 부정한 방법에 대한 분노가 많았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 같은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나경원의 피부관리 1억 원 지출 의혹은 정치인이 특권층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미움과 분노를 산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1퍼센트 부자 정부의 계급 차별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깊어졌지만, 정치적으로도 계급 분단선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집권 이전에도, 집권 시절에도, 야당인 지금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친자본주의 당인 참여당이 새로운 바람의 능동적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겨레>처럼 이를 세대 투표라 보는 것은 피상적인 단견이다. 

10월 22일(토)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이들의 문제는 노동계급 청년층 다수의 삶과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들을 함께 대변할 진보 정치가 필요하다.




5. 탈정치? 탈이념?

탈정치가 정당정치를 뜻하든 탈이념을 뜻하든 세대론자들과 마찬가지로 피상적이다. 

사람들이 의식하든 못 하든 1퍼센트 부자 정권의 부정의한 정책에 반대해, 그 정권 자체를 몰아내고 싶어하는 것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그것은 반복하지만 계급적 정서이고,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정권 심판론이 어떻게 탈정치이겠는가. 그것도 ‘부자’ 정권 심판론이었다. 매우 계급적이다. 자유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념적이다. 지금 대중은 의식했든 못 했든 매우 ‘이념’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올곧게 이런 계급분단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새 세대에 걸맞는 용어법으로 이를 대변하며 앞장서 실천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급진화는 양식있는 ‘강남’ 좌파 지지에 머물러 있다

안철수나 박원순이 비록 ‘강남’좌파라 불리긴 하나, 그래도 그들은 실제로 특권층 정치와 거리를 둬 왔고, 그들이 대중에게 제시한 삶의 가치들이 특권층만을 위한 삶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사람들은 본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부자와 가난한 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 설명한 안철수 교수의 평가는 잘못됐다. 이것이 안 교수의 본심이라면 이는 안철수 현상의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모순은 다시 정리하면, 진보정치를 바라는 정서가 진보적 대중운동이나 진보정당 지지로 조직화하지 못하는 것이고, 오히려 진보정당의 분열과 무기력 때문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데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6. 야권 통합론의 부상

이렇게 봤을 때,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민주당은 일단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약의 전력을 갖춘 민주당은 진로를 놓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당내 혼란이 수습하기 어려운 것은 단순한 내부 알력이 아니라 당 바깥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밖에서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혁신과 통합’도 동력의 한 축인 문재인의 실패로 의기소침한(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노무현 그림자를 미래지향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들이 어쨌든 주도력을 행사하려 하는 한 참여당은 당분간 화제도 되지 못할 것이다.[각주:5]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지 민주당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닌 점도 드러났으므로 야권통합론 자체가 가장 선거적 지분이 많은 민주당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다. 그래서 야권통합을 형식적이나마 추구해 왔던 손학규 체제가 당장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만으로 한나라당 심판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야권통합을 지지하는 정서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엔지오 출신들도 꽤 유입될 텐데 그 포지션상 통합 정당론을 지지할 것이고 한 흐름으로 모아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주도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변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여유가 있으니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진보정당도 이 흐름을 이겨낼 배포가 없다.

이처럼 주축 세력들이 취약한데 야권통합론이 거세지는 것은 반MB 진영 안에서 논쟁과 모순을 키울 것이다[각주:6]. 그것은 각기 다른 계급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의 연합이 지닌 본질적인 모순이기도 하다. 

그것은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드러났다. 박원순 선본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노동운동 쪽에서 요구한 정책 협약 체결을 회피했다. 한미FTA 반대 표명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식이니 평범한 다수 지지자들이 박원순 선거운동 방식에 실망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계급의] 욕구들이 반MB 연대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박원순 후보 선거의 정책 총괄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교수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알다시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 폭등으로 문제를 심화시킨 당사자다. 

야권통합론이 연합정당 건설로 가려면 노동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텐데, [그리고 이것이 한 관건이 될 텐데] 통합론의 한 축인 조국 교수 같은 경우는 노동이 정당정치에서 대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노동정치 노선은 애초에 노동운동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사민주의 정당의 성격상 불가피하게 정치와 운동 영역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겠지만, 최장집 교수나 조국 교수 등이 말하는 기존 개혁 엘리트 정치인의 대리주의와는 결이 다른 면이 아직은 크다. 

그러므로 야권통합론 부상은 선거 평가와 마래 전망을 놓고 진보정당 안팎에서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야권통합론의 계급연합 모순은 대선 이후 집권 전망에서도 논쟁꺼리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눈앞에 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 흐름은 단기적으론 선거 연대가 유리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론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 줬다. 문제는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가 현실에서 구현될 땐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7.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상을 종합하면,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정책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노동계급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 사이에서 정치적 급진화가 수 년간 진행돼 왔다. 이것이 안철수·박원순 현상의 진앙지다. 지금은 이 급진화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로 수렴되고 있다. 대체로 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최근 99퍼센트 점거 운동처럼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는데,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들을 대변할 마땅한 정치세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당선 후 행태가 실망스러울 경우 직접행동주의로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들을 대변할 자격 조건은 되는데, 규모와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시야가 매우 협소하다. 지금의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중단하고 진보정치의 급진적 혁신과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 정서를 행동으로 끌어내야 계급 의식의 전진과 노동자 진보정치의 주도력을 되살릴 수 있다. 당장은 노동계급 청년들의 분노가 선거를 계기로 표출된 것인 만큼 당선한 후보와 세력에게 초좌파적 냉소와 반감을 보내기보다 그 기대감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와 행동으로 발전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각주:7].

박원순 후보가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이런 요구들 수용을 회피하며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면 집권 초기에 지지층과 먼저 갈등하기 시작해 그나마 있던 개혁 동력마저 상실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조직 노동운동은 이런 불만을 노동운동의 의제로 받아 안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대중투쟁을 회피하는 선거 방식이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희망버스2.0’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급진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 좌파는 유연하되, 충분히 급진적이어야 한다



  
  1. 그 점에서 박원순 진영의 약점을 이유로 기권주의 태도를 취한 사노위, 사회진보연대 등 일부 좌파들의 결정은 아쉽다. [본문으로]
  2. 이것이야말로 창피한 일일 텐데, 양천구청장에 당선한 한나라당 추재엽은 보안사에 근무한 독재정권 출신이며, 그 시절 고문 가담 의혹이 터진 반민주 인사다. [본문으로]
  3. 민주노동당은 존재감이 약해진 정도지만, 참여당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민주당의 아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 참여당 통합론자들은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본문으로]
  4.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 물론 이는 민주당과의 총선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에게 경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이 통합하자고 불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문으로]
  6. 안철수의 행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겠다. [본문으로]
  7. 당장은 박원순 후보의 집회으 자유 보장과 광장 개방 약속이 눈에 띈다. 이 약속 이행을 통해 한미FTA, 한진, 비정규직, 등록금, 유성, 강정 등을 모아 한국판 99퍼센트 점거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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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여유있는 분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전 글을 먼저 보시오. ☞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보며 ―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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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보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강원 인제군수 후보와 진보신당의 민동원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등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꾸러뜨리길 진심으로 바란다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조건과 1퍼센트 대변 정권 심판 정서를 전제로 했을 때, 박 후보는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민권리선언”에서 박원순 후보는 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각주:1]라고 밝혔다. “주거권 보장과 강제퇴거 방지”,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 “친환경 무상급식” 같은 대중의 요구도 “[서울]시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후반부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아바타,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했고, “나경원이 노동자 편입니까? 박원순이 노동자 편입니까?” 라고 노동자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과 색깔론은 역겨워서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 어느 트위터리안의 말마따나, 그들의 인신공격은 시궁창물이 수돗물에게 비위생적이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전반부에 박원순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정체하는 듯한 것에는 이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초반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첫째,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거절한 대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민주당에게 줬다. ‘야권연대’에 충실해 왔던 민주노동당마저 반발해 철수할 정도였다[각주:2].


아쉬움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메시지가 민주당의 포지션에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선본에서 잘 들리지 않는 효과를 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신당 후보를 빼고 민주당 후보와만 정책 협약식을 해 진보신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親부자 反노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심판할 주체가 못 된다. 새롭고 진보적인 세력이 나와서 이명박을 심판해 달라. 이것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민심이다. 물론 여기서 안철수 교수가 이 과제에 적합한 세력이냐는 별개 문제다.

 

박원순 선본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연대’가 제안한 교육개혁 정책 협약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 부문의 정책 협약 체결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지금,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각주:3].

박원순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금기시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며 전면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라고 자처하거나 “저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우파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수세적으로 비춰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심은 기성정당을 외면하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박 후보가 자꾸 엉뚱하게 민주당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평했겠는가.[각주:4] 

박원순 후보가 부상한 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서뿐만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이 문제에 관한 기초 논의는 ☞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둘째, 박원순 후보는 이 선거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의 장으로 삼지 못했다.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거나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논법도 부적절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가 추구해 온 대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재벌 기부와 사회적 기업 등 정부ㆍ기업과 협력ㆍ보완 관계로 일하는 “협치(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지원 같은 청년 실업 대안은 나경원과 별 차별성도 없었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착한 시장 뽑기”에 나왔냐는 불만도 나왔다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덕담으로 “원순씨가 참 온순하십니다. 좋죠?”라고 했던 말이 사람들에게는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지층에서 비판이 일고 지지율도 답보하자, 박원순 후보는 다행히 16일부터 “더이상 온순 원순 아닙니다” 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앞서 지적한 아바타 발언이나, 시민권리선언도 이때부터 공약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단체들의 요구도 공약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를 실망시킨 선거운동과 지지율 정체 기간과 선거운동 변화와 지지율 반등이 얼추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1백 퍼센트 신뢰할 순 없지만, 그 추이는 내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이제라도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선명하고 과감하게 이명박 정권과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거티브(무엇에 반대한다) 없는 포지티브(무엇을 추구한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자들이 바란 건 1퍼센트 정부와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민주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보 활동가들은 박원순 투표로 1퍼센트 정치세력 거부 흐름과 함께하며, 재보선 이후에도 한미FTA 반대 투쟁과 ‘99퍼센트 행동’ 등 아래로부터 운동을 지속하며 독립적인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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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애초 10월 18일에 쓴 글이다.  

  1. 집회를 위한 광장 개방이 “시의 의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선거 막판이 되자 다시 선대위로 복귀했다. [본문으로]
  3. 한국에서 2007년 이후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이 돼 왔다는 점, 그 이유가 FTA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가로막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신중론은 큰 유감이다. [본문으로]
  4. 이 인터뷰는 오늘 오후에 추가한 것이다. 출처는 내일신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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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원안 부결을 호소했던 대의원으로서 개인 의견을 짧게 남긴다. 어제 당원토론방에 올린 글을 바뀐 상황을 반영해 수정했다. 

나는 당게시판의 저주 글 난무 그 자체는 사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부끄러워 익명으로 올리는 글, 급조된 아이디로 쏟아붓는 막말이 도도한 진보의 길에 걸림돌이 된 적은 없다[각주:1]

그럼에도 아무리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 해도, 유시민을 못 끌어 안아서 전직 대표들과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게시판 막말을 쏟는 것은 불쾌하고 모욕적이다. 이 해법은 당 지도부가 당대회 결정의 참뜻을 서둘러 방침화해서 발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김선동 의원처럼 반대파 저주를 선동하거나, 정성희 최고처럼 당대회 결정에 어긋나는 언론 기고를 하는 것이야말로 이 어둠의 막말 행진을 조장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런 것은 이런 잠깐 동안의 혼선을 기회 삼아 불순한 의도로 여론몰이하려는 세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이 누구든 이런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으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사실 애초에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안건으로 하는 당대회가 이런 분열을 조장할 것을 우려해 당대회 개최를 반대한 것을 참여당과의 통합 반대파였다. 
 
권영길·천영세·강기갑 세 전 대표는 22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표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 … 가결이 되던, 부결이 되던, 그 결과는 당의 단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도 당대회 이틀 전 ‘정치방침 때문에 분열해서는 안 된다’며 ‘참여당은 선통합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했다.
 
그런데도 이런 경고들을 무시하고 당대회를 강행해 분열을 조장하고 문제를 키운 것은 당권파 지도부 자신이었다. 지도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당권파 지도부는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당대회 결정의 본뜻을 이행하는 방침을 서둘러 논의하고 발표해 혼란과 분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책임있는 행동일 것이다.  

일부의 왜곡과 달리 6.19 당대회부터 이번 9.25 당대회까지 여러 만장일치와 안건 철회 사태, 부결 사태 등을 통해 걸러진 민주노동당 결정의 참뜻은 어떤 이견이 있어도 ‘흩어진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을 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각주:2] 

또 나는 이번 당대회에서 역설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당이 민주노총이 만든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라는 것이다. 찬반 양쪽 모두 노동 현장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기본 성격은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시 명심해야 할 제일 원칙이라고 본다. 

당대회장에서 안타깝게도 금속의 비정규직 투사들과 금호타이어의 노조 투사들이 서로 다른 팻말을 들고 있게 만든 건 바로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였다. 이 문제가 현장에서 분열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생생한 현실로 우리 눈 앞에 드러난 것이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진보신당이 통합 대상이라고 할 때는 언제나 만장일치 통과였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 권영길 전 대표의 호소에 설득력이 있었다면 바로 이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원칙적 반대파가 소수임에도 의미 있는 규모로 지지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주체를 분열시키는 외연 확대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가 진보진영의 분열을 낳는 까닭은 참여당이 진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김주익이 목 매 죽고, 농민 전용철, 홍덕표가 맞아 죽고, 허세욱이 불타 죽는 일이 언제였습니까? 누구 책임입니까?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권영길 의원의 호소가 당대회장에서 울림을 가졌던 것이다.  

분열과 혼란은 당권파가 자초한 것이다. 이제 와서 책임 전가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다.




그러므로 당 지도부는 더는 일부의 분풀이 뒤에 숨지 말고 이런 당대회 결정의 참뜻을 받아 안아 서둘러 분명한 입장 발표를 해야 한다. 최고위 회의를 못해서인지 대변인 성명은 모호하고 불충분하다. 

최고위 무산은 이정희 대표의 불참 때문인데, 그 뒤 행동은 좀 어이없다. 혼란을 방치한 최고위 출석은 아팠다니 뭐라 말하기 뭐하지만, 겨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엉뚱한 이들에게 사과한 것이나, 중상비방 중단이나 최고위 무산에 대한 사과, 조속한 당대회 결정 이행 같은 입장이 전혀 없이 당대표 직을 이어가겠다는 말뿐이니 말이다. 

지도부 사퇴론에 관해 덧붙이면, 사실 반대파가 바로 이런 상황을 예상해 소집을 반대한 당대회를 강행해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므로 현 지도부가 마땅히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지만 3분의 2 가까운 지지를 받은 지도부를 소수파가 대놓고 물러나라 하는 것도 그리 슬기롭진 않을 것이다. 당권파가 당대회 부결 운동을 당권투쟁으로 격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혀 책임지는 일 없이 넘어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대신 수임기관이든 새로운 기구든 진보대통합 추진기구의 인적 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 묘한 인터뷰를 한 장원섭 사무총장 등 미련을 못 버리는 당권파 리더들은 모두 배제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책임을 지려면 당대회 결정의 참뜻을 받들어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중단하고, 진보 통합에 매진하겠다고 밝히고, 시급히 새통추 회의를 열자고 호소해야 한다.(통합연대가 새통추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새 협상에서는 서로 상처줬던 과거를 묻지 말고, 민주노총에 젖줄을 대고 있는 모든 진보정치세력을 단결시키는 데, 진보 운동의 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가는 길에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의 맏형으로서 아교 구실을 하겠다고 말이다. 

이것을 늦추는 것은 당 지도부의 뒤집기에 대한 의심을 키울 것이고, 실제로 조금씩 포착되는 그런 경향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진다면, 경고하건대, 당권파 지도부는 당대회 부결에 이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 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생각을 바꾸게 할 것이고, 잠복해 있는 지도부 사퇴론이 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형식 논리로 당대회 결정에 복종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다. 다만, 참여당이 통합 대상이라는 안에 찬성했던 세력이 본래 의미의 진보대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이 아닐 것이라는 전제에서 원래 우리 모두 만장일치로 하려던 일을 다시 정비해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여러 차례의 당대회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고, 이번 당대회 때 나온 지도부의 답변을 이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충격이 크다 해도 진보신당 당대회 부결 때보다도 충격이 더 크겠는가. 

이를 부정하고 책임을 미룬다면 지금 당 지도부는 스스로 진보대통합에는 실질적 열의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하는 당권파 지도부가 그 모든 의심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공직 예비 후보들이 참여당 표를 의식해 동지를 파는 일은 더는 없길 바란다.  

8.28 당대회에서 원안을 철회했던 그런 태도를 당 지도부가 다시금 보여 주길 마지막으로 바란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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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로 진보신당 통합파는 더 미루지 말고, 통합연대 이름으로 새통추 가입과 진보대통합 추진 시작을 선언하기 바란다. 상황이 당신들 이해관계 재느라고 시간 보낼 만큼 녹록치 않다. 대중이 더는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8.28 당대회에서 진보신당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숟가락까지 쥐어줬는데도 떠먹질 못해, 결국 민주노동당 안에서 참여당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더 미루다가 또다시 차려준 밥상을 걷어차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민중의소리에서는 관심이 있을 수 있겠다. [본문으로]
  2. 6월 19일 정기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고 결정해 놓았다. 당시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부결될 경우에도] 우리는 진보대통합을 한다는 것이고, 민주노동당 재창당 방식, 대통합당을 함께 만들고 거기로 들어가는 방식” 등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월 28일 당대회에서도 이정희 대표는 “만일 진보신당이 안 되면 어쩔 것이냐고 질문 주셨는데 … 지난 정책당대회에서 신설합당이 안 되면 다른 방식으로 한다고 이미 열어 놓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9월 25일 당대회에서도 장원섭 사무총장은 질의에 답하며 “오늘 부결돼도 그 조건에서 진보대통합 추진되는 것 … 참여당 제외하고 나머지 세력을 전체로 모아서 하는 것이겠다”며 중단 없는 진보대통합 추진을 확인한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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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수임기관이 7199시간 회의 끝에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를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 된 후, 최종 결정한다”고 결정했다.

권영길 의원, 이병수 대구시당 위원장 등 국민참여당 합류 반대파들은 소수파였다. 이정희 대표와 장원섭 사무총장,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 등은 “당장 통합을 추진한다”를 원안으로 제시했고, 우위영 대변인 등은 표결로 원안을 통과시키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 서울 지역 위원장들이 비공개 회의장 밖에서 지도부의 의도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당내 서명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일부 지역에서 노동자 당원들의 집단 탈당 경고가 나오는 등 당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서서히 결집한 효과로 당권파 지도부는 수임 기관 안에서 다수인데도 원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국민참여당과도 통합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혀 왔고 심지어 유시민에게 경기도지사 단일 후보 자리까지 양보했던 진보신당 심상정 전 의원이나 6월말 국민참여당도 통합 대상이라고 밝혔던 노회찬 전 의원이 최근 다시 말을 바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718일 민주노총, 진보 양당, 사회단체, 진보학계를 망라한 인사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이를 염두에 두고 진보정당의 강령과 실천이 우경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친자본주의 정당인 국민참여당을 무원칙하게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진보정당 일부 지도자들의 행태에 비판적인 압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대통합을 앞두고 진보정치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효과적으로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낸다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국민참여당은 공식 논평에서 “대통합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 준다. 국민참여당은 … 민주노동당의 고뇌와 고충을 이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결정은 당장 통합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막았지만, 민주노동당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는 시도를 공식화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진보의 자격


첫째, 수임 기관 회의의 결정문은 “국민참여당이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하고 참여정부의 오류와 한계를 일정하게 성찰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둘째, 국민참여당의 참여 문제를 놓고 “당원 및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이미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가 613일 “진보정당의 통합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국민참여당과 관련된 논란은 부적절한 것임을 확인”했는데도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제는 민주노총의 결의마저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셋째,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후, 최종 결정한다”고 한 것도 문제다.

이것이 ‘통합한 후’에 최종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국민참여당의 합류를 반대하지만 진보대통합은 찬성하는 진보 대중과 진보정당 당원들의 참여를 막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런데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후”라는 문구는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진보신당과 당대당 통합을 포기하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진보대통합을 진보대분열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결정인 것이다.

그래서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당혹스럽다”며 “논란의 불씨를 계속 남겨 놓았”다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당대회 등 당내 공식 대의체계 안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의혹 제기와 비판이 나올 때마다 ‘당은 공식 결정한 바 없다’며 대답을 회피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 지도부가 장악한 수임 기관의 비공개회의에서 [친자본주의인] 자유주의 정당과 통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보대통합의 원칙을 훼손한 당 지도부가 진보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마저 완전히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당대회와 중앙위원회는 “진보대통합”을 결정하고 추진하기로 해 왔지 진보정당이 아닌 정당과 통합은 결의한 바가 없다.[각주:1]

당권파는 당대회에서 새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할 안건을 자신들이 장악한 비공개 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한 것이다. 형식 논리로만 봐도 수임기구의 결정 시도 자체가 월권 행위이고, 당론 위배인데도 말이다.

이 역시 당의 우경화와 무관하지 않다. 친자본가적 정당일수록 상층 지도자들 몇몇이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비민주적


한편, 국민참여당이 진보진영 연석회의 합의문의 내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시킨 까닭을 유시민은 당시 자기 당 중앙위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 동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형식에 불과하고, 일단 논의 자리에 들어가서 우리의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겠다.”

유시민에게 합의문 승인은 쉽게 말해 진보대통합 논의 안에 들어와서 헤집어 놓겠다는 ‘트로이의 목마’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고려해 노동”계급”과 사회주의 “이념”을 강령에서 폐기해 버린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달리 국민참여당 지도자들은 진보진영 연석회의 합의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자신들의 강령은 ―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하고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강령과 태도에서 참여당이 노동운동에 기반한 진보정당들과는 완전히 다른 계급 기반을 대변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당은 [평당원 구성과 일부의 지향과 관계없이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의 고위 관료 출신 정치인들(과 이들과 연계된 상층 중간계급 인사들)이 지배하는 당이다. 

유시민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할 자격이 나에게 없다”면서 “주관적으로는 둘 다 피해자”라거나 “민노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망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의구심이 있다”는 궤변까지 늘어 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적반하장을 논박하며 참여정부의 과거와 그 주축 인사들에게 “우리는 노동자·민중을 대신해 너희들을 용서할 자격이 없다”고 꾸짖어야 할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오히려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주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수임기관의 결정은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와 이로 말미암은 진보정치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다양한 세력들에게 가능성과 경고를 동시에 줬다.

이제 진보대통합을 우경화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은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와 울산) 당권파의 행보에 일단 제동을 건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더 힘을 모아 강력한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1. (※ 6월 19일 정기 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 中 2번 항, “민주노동당은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 (※ 6월 19일 정기 당대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합의문’ 中 2번 항, “‘진보정치대통합으로 설립될 새로운 진보정당’이 보수세력, 자유주의 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발전과 승리를 위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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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로 치닫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 의견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이면서 원칙적인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모임을 꾸려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모임에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임원들부터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김혜영 민주노동당 전 충남도당 위원장,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박노자 교수,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진보 양당과 사회단체, 학계까지 포함하는 열아홉 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적 소유 제한,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등을 담은 기존의 좌파적 강령을 자본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으로 후퇴시키고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비판적인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제안했다.

그 첫 토론회가 718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통합 진보 정당, 어떻게 건설돼야 하는가? ―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와 강령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렸다.

발제자로는 토론회 제안자들인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정종권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나섰고, 그밖에 민주노동당 김성진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세 시간을 훌쩍 넘는 토론 시간 동안 김성진 최고위원을 빼고는 발제자들과 청중석 발언에서 국민참여당과 통합 움직임,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강령 후퇴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는 통합 진보 정당의 목표가 “[자본주의 극복을 담보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의 기본 모순은 자본주의 모순이고, 주요 모순은 신자유주의 공세와 이 공세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모습”이므로 진보대통합은 “주요 모순 해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반성은 안 하고 변명만 하는” 국민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동의하는 세력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강령에 관해서는 “사회주의 이상의 계승을 넣느냐 마느냐는 … 부차적 문제”지만 국민참여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든다면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의 계승’은 강령에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통합 진보 정당의 방향의 핵심은 노동 중심성의 강화 … 무엇보다 노동자의 당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행태들에 대해서는 “정세도 비관적이지 않은 데 왜 진보정당은 지금 거꾸로 가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통합 진보 정당의 노동 중심성 강화를 위해 “새 정당의 토대는 아래로부터 조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경험에서 보듯 “투표와 세액공제만 하고 아래로부터 참여가 없는 제도만으로는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고 입증됐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 갑자기 유시민하고 손잡는다고 하니까 헷갈려서 모르겠다 … 뒤에서 입이 찢어지는 사람들만 몇 사람 있고, 나머지는 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백설기에 밀가루를 섞으면 이도저도 아닌 음식이 된다며, “밀가루를 붓는 게 바로 국민참여당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령 개정에 관해서도 “사회주의는 … 전 인류가 해 보지도 못한 것은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순덩어리인 자본주의를 바꿔내거나, 아니면 자본주의를 극복해 새로운세상으로 가기 위한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진보의 첫번째” 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 중심성 훼손도 비판했다. “임금 노동자는 노동부 통계로만도 16백만 명이다. 그 부양가족까지 2.9명을 곱해 거의 48백만 명이 다 된다. 자본가들은 한줌도 안 된다. 노동자들이 무시받는 진보정당[] … 진보의 탈을 쓴정당일 뿐이다.”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했을 때 크게 분노했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20년 동안 노동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깨지고 당하고 하다 보니까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간을 비인간적인 구조로 내모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자본주의를 뛰어넘자고 하는데,그 대안이 사회주의 아닌가?”

차 전 위원장은 국민참여당 통합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참여당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전해투 투쟁할 때, 대우정밀 노동자들이 단식하면서 쓰러져 나갈 때, 운동권 출신이라는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우리 앞에 코빼기도 안 비쳤다.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우리와의 차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집토끼, 들토끼 다 놓치는 것밖에 안 된다. … 노동운동 해 왔던 상황에서 볼 때, 이건 길이아니고 오히려 노동운동을 말아 먹을수 있다.”

그래서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이 잘 싸우고 제대로 할 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선다. 민주노총은 투쟁조직이다. 각오하고 제대로 싸워야 한다.”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도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를 비판하며 국민참여당과 통합에 반대하고 통합 진보 정당에 친사회주의 강령이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조했다.

참여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진보 독자노선을 포기하고 폐기하자는 것 … 미국식 양당구도로 가자는 것 … 그들은 한국을 통상국가로 본다. 진보와 통상국가론자가 함께할 수 없다.

참여당은 어떤 수식을 붙이든지 간에 진보가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이다. 그래서 통합 진보정당에선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성과 친화성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반면,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가 비판의 초점이 되는 게 거북스럽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내가 왜 왔지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 민주노동당이 공식적으로 참여당 문제에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할수있는 이야기는 없다.

꿩먹고 알먹고 하려고 했는데, 꿩도 놓치게 생겼다. 꿩을 먼저 잡고 알은 나중에 먹으면 된다.

참여당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고, 이런 토론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문제로 진보진영이 분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분열을 야기한 것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참여시키려 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분열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청중석에서도 두 가지 쟁점을 놓고 비판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 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이자 불성실한 발제를 한 김성진 최고위원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

민주노동당 노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서 볼 때, 진보정당의 통합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통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고 주장했다.

노동계급이 탄생했을 때부터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 새세상연구소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관철하고 설득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노동계급에게 설득되고 관철될 수 없다. 이것은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김성진 최고위원은 참여당 문제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 토론회도 그렇다고 얘기했는데,이것은 부적절한 접근법이다.

이정희 대표 자신이 대표이고, 공인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런 분이 유시민하고 계속해서 정치적 밀월 의혹을 자아냈고, 공동 출판을 했다. 모든 언론이 다 얘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비판도 않고 공식적인 결정을 한바 없다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시간상 옳지 않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만으로 접근하는것도 충분하지 않다. 참여당의 기반을 보면, 진보 양당은 조직 노동자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유기적이다. 그러나 참여당은 전혀 유기적이지 않다. 선거 때나 찍는다.

참여당의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자본가들로부터 나온다. 자본주의 정부의 공직에 있었거나 지금 있는 자들에게서 나온다. 조직 기반도 민주노동당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뛰는 것이 조직 기반인 반면에, 참여당의 조직기반은 참여정부의 공직에 있던 자들이거나 자본가들이다.

물론, 이 당의 평당원들 중에는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후에 이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 그 당과 통합해선 안 되고, 노동계급이 힘을 길러서 점점 자본가들보다 강화되는 것을 통해 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김어진 서초구위원장은 당원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소개하며 김성진 최고위원이 당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지역 당원모임을 했는데 당원들이 ‘탈당 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탈당 절차를 물은 한 당원은 한미FTA 문제가 논쟁될 때 노무현을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불편해 하셨던 분이다그 분이 참여당은 민주당의 아류 정당이라고 했다그분은 정체성을 말했다이런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바로 국민참여당 문제 때문에 강령 문제가 그토록 중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진 최고가 내일 수임위에서 … 적어도 정체성이라는 단어와 참여당이 민주당의 아류라고 말한 당원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귀를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를 전달하기를 촉구한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민주노총 건설 조합원도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와서 ‘아빠는 좌빨’이라고 하는 얘기 들으면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는데. 왜 윗대가리들이 모여서 사회주의 강령을 없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회주의 강령을 없애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한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 때 포항에서 건설노조 집회할 때 [경찰 진압으로] 죽은 하중근 열사랑 집회 할 때 같이 있었다.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이 뭔가. 공장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사회주의다. 이상한 말 붙이지 말고. 우리는 노동자 정당으로 사회주의 정당으로 남아야 한다.”


다른 참가자도 참여당에 비판적이었다.

진보대통합 하자고 하다가 왜 갑자기 참여당 통합이 나오나. 민주당은 바로 김주익 열사를 죽였던 당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김진숙 씨를 죽이려고 한다. 참여당이 변했다지만,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변한 것 같다. 이정희 대표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한진투쟁 승리, 유성 투쟁 연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투쟁 연대하기 위해 진보대통합 하자고 한 것이다. 따라서 진보 정파들이 투쟁 속에서 협력하기 위한 통합이어야 하고, 이명박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집권 전략을 제시하는 진보대통합이 돼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할 때 참여당의 지지자들 마저도 진보대통합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참여당과 통합에 있어서 민주노총 중집 등에서 현실적으로 그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는 게 가능한가? 그런 것만 있다면, 국참당과 통합도 상당히 막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석회의가 참여당과 통합으로 갈 때, 우리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의 정용건 위원장이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확인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참여당과 통합을 고집하면] 민주노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참여당과 통합하는 문제를 고집하면, 결국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가면 된다. 우리가 소수파처럼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청중 토론이 끝나자 발제자들 몇 명이 답변을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성진 최고위원은 청중 토론에서 비판의 초점이 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 불러다 놓고 이러시면 안 된다 싶다. 현재 지형에서 봤을 때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이에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가 민주노동당의 비공식 주장을 폭로하며 비판했다.

78일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비공식적 자리에서 참여당과 같이 해야겠다고 요청을 했다.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얘기를 듣고보니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참여당과 연합하는 문제는 … 당대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이 문제도 강력하게 주장해 주길 바란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김인식 민주노동당 서울 중구위원장은 “지역 수준에서도 이런 토론회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준 데가 있다. 앞으로 이런 토론이 더 확산돼야 한다. 오늘은 입장을 내는데 집중했다면, 어떻게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80여 명의 참가자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연합정치 행보를 비판하는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참가자들이 비판적 의견을 많이 낸 것은 원칙있는 진보대통합,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도움이 되는 진보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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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보대중의 단결투쟁 염원에 복무해야(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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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새벽,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사회당을 뺀) 참가 단체들이 최종 합의문에 합의했다.

진보 대중 다수가 진보세력의 단결을 바랐던 만큼 연석회의의 통합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

최종합의문은 ‘새로운 진보정당’이 “세계 변혁운동의 이상과 역사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 노동자·민중이 …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치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진보적 대중정당”이라고 밝혔다. 

새 진보정당이 진보세력의 단결에 기초해 이런 지향대로 행동한다면 노동자와 진보적 학생들의 투쟁의지를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합파인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 등이 최종합의문에 반발하는 것은 진보대통합이 단일정당론으로 포장된 민주당으로의 흡수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만 봐도 진보대통합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보루를 지키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전국적으로 이뤄진 이랜드투쟁을 지원한 핵심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여성,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었는데 분당 후 지원대책위 체계가 무너졌다”며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속합의문으로 채택한 ‘20대 주요 정책과제’도 진보세력이 쟁취할 실천 과제로 손색이 없다. 비정규직 해소,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기자본 규제, 핵발전 폐기, 국가보안법 철폐, 해외 파병 반대, FTA 반대 등.

연석회의는 또 앞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더 많은 진보 대중과 단체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실질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제발 손에 손잡고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단결 염원

 
한편, 일부에선 결렬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쟁점들이 모호한 문구로 절충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2012년 대선은 “완주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 선거연대는 … 신자유주의 극복과 관련된 주요정책들에 대한 가치를 확고한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앞뒤가 서로 안 맞는 절충을 시도했다. 연립정부 문제는 아예 합의문에서 빠졌다.

북한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 등을 적극 추진”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사실상 ‘새 진보정당의 주류’는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 운영 문제는 “패권주의와 분파주의 극복”으로 “당 조직을 공동 운영”하자고 절충했다.

사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자신들이 정한 합의 시한을 계속 어겨왔다. 3차 합의문은 4월을 넘겼고, 최종합의문 시한인 5월 26일도 넘겼다. 쟁점간 이견이 워낙 첨예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난항을 겪은 책임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주류인 ‘경기동부’파에 있냐, 진보신당의 독자파와 사회당에 있냐에 분석의 초점을 두기도 한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2012년 대선 선거연대에 찬성하는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진보대통합시민회의 등 연석회의 주도 세력들이 “독자 완주”를 주장한 진보신당을 압박하고 사회당은 배제하는 모양새였던 듯하다. 결과도 그렇게 됐다.

사실 연석회의 난항의 근본적 배경은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여기면서 연석회의 논의 구도 자체가 우경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 전 민주노동당에게 대선 독자 완주는 당연한 ‘전제’였다. 2007년 대선에서 기대보다 낮은 득표 때문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책임 공방이 일고 분열로 이어졌지만, 논쟁 당사자 누구도 ‘독자 완주’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연석회의 주도세력은 ‘독자 완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문구를 “양보”라고 부른다. 일부는 민주당과 공동정부도 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경화


연석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 논의를 미루고 4·27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추구했다. 이런 태도들이 연석회의 안팎에서 좌파적 반발을 낳았다.

현대차 비정규직과 KEC에서 ‘민주대연합’ 의원단이 투쟁을 망친 것에 대한 비판도 늘었다.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손학규 낙선운동을 경고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합했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패권적으로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좌파들과 현장 투사들의 반발을 피하려고 최종 협상은 밀실 협상으로 진행됐고, 이런 우경화와 패권주의를 비판한 ‘다함께’는 ‘반자본주의 단체라는 이유’로 연석회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제외한 세력들이 사실상 담합해 두 당을 압박했다.

밀실협상은 불신을 더 증폭시켰다. 민주노총의  민주노총 임성규 전 위원장조차 “이탈자를 가속화하고 고립화하는 과정이 되고 있어 매우 불쾌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최종합의문이 연석회의 주도세력 입맛대로만 되지 않고 절충 형태를 띤 것은 바깥의 비판과 압력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극복” 문구가 4차 대표자회의에서 빠졌다가 최종합의문에서 “자본주의 한계와 폐해 극복”으로 다소 완화돼 되살아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의 참여가 봉쇄됐기 때문에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좌파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었다. 오히려 애초의 원칙적 견해를 쉽게 포기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지분을 보장받는데 더 관심있는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은 그동안 야권 선거연대에는 거의 반대한 적이 없고, 주요 점거 파업을 방해한 야권 중재단에 진보신당 지도부가 참여한 것은 비판하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독자파 부대표들이 야권단일정당론자인 박용진 부대표와 함께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반대 성명을 낸 것도 독자파의 일관성 부족을 보여 준다.[각주:1] 이래서 안타깝게도 독자파와 사회당의 민주대연합 반대 주장은 자주파에 대한 종파적 태도와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반북주의?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3대 세습을 비판하자는 견해를 ‘반북주의’라며 우파적 동기에서만 비롯한 것처럼 주장해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 일부와 대통합파(복지파) 등이 북한 쟁점에서 우파 논리에 기대는 것은 사실이다. 최종합의문 발표 후 독자파 리더 중 한 명인 이근선은 우파 매체 <브레이크뉴스>의 칼럼 “진보신당은 종북정당에 연연하지 말라”를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 대통합파인 최병천은 이를 지지했다.

김준수, 심재옥 등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 위원 넷도 합의문 비판 성명을 내고 “미국과 남한의 가중되는 압박”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문제삼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합의문에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를 포함하자고 한 것은 이런 압력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로 비판·반대하는 것은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친북으로 비치는 걸 피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대안사회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노동계급이 민주적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사회주의와 관계가 없다. 3대 세습은 바로 그런 비민주성과 억압성의 한 표현이다. 새 진보정당은 남북 양 체제 모두 반자본주의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은 새 진보정당의 지향을 다루는 것이므로 2008년 “종북 소동”과도 다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등은 6·15 선언을 근거로 북한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6·15 선언은 남북 통치자들 간의 합의다. 각자 나라에서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자들이 서로의 통치 질서를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거꾸로 말해 북한 정권이 남한 체제를 인정했으니 우리도 남한 자본주의를 대안사회로 인정해야 할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진보정당은 달라야 한다. 이번 합의문은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극복”하겠다고 한 민주노동당의 기존 강령에서도 후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일부(경기동부)와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 자체를 모두 싸잡아 반북주의·반공주의 취급하는 것은 왜곡이다.

 

공동전선
 
결국 최종합의문은 핵심 쟁점에서 좌파와 현장 투사들에겐 불만족스럽게 절충됐다. 그래서 연립정부 반대와 북한 정권 비판을 요구했던 진보신당은 내분에 빠지는 듯하다.

다함께와 <레프트21>은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받아 안으면서도 첨예한 쟁점이 오히려 분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각 단체의 독자성을 보전하며 합의가능한 행동강령 중심으로 뭉치는 공동전선 형태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단일정당 형태를 취하더라도 운영 원리를 이를 반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새 진보정당을 우경화로 이끌어 가려는 상황에서 급진좌파가 개입하는 것에 더 유리한 것은 공동전선적 당 운영일 것이다.

연석회의가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는데, 연석회의는 그다양한 진보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급진좌파도 이 기회를 이용해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추락하지 않도록 개입해야 한다.

성공회대 서영표 연구교수의 지적처럼 “진보대통합이 정치적 과정이라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정치적 주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그 성격과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도 민주대연합 따위를 일방적으로 추구하거나 추진위 개방을 국민참여당을 위한 장치로 만들려 하면 애써 마련한 진보대통합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진보 대중이라면 누구나 한나라당 정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정권교체 자체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의 진정한 동력은 언제나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힘이었다.

정권 교체는 대중투쟁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주와 관료, 사법부와 군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양보하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수단을 목적으로 여기는 것은 개혁주의의 고전적 사고방식이다.

또 민주당은 반MB 야권연대하자면서 한EU FTA 통과에 합의하는 등 이중성을 보여 온 것은 민주당이 대중의 표를 얻어야 하는 의회주의 정당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가계급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당과 연립정부로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몽상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과제는 진정한 사회 변화를 목표로 단결된 대중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대연합 등 선거주의 압력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회 변화에 헌신하며 진보정치의 독자성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6.1)
  1. 이들은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민주노동당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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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정한 최종 합의 시한이 오늘입니다. 쉽게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듯합니다.

핵심 쟁점은 대선 독자 완주와 연립정부 참여 문제, 대북 태도 문제입니다.

많은 단위들이 대선에서 독자 완주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조건부로 해서 선거연대와 연립정부 참여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기 때문에 실제로는 핵심 쟁점입니다.

참가 단위 다수가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찬성하고, 연립정부 반대 같은 의견을 배척하려 합니다. 심지어 민주노총 지도부는 독자 완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조차 합의하길 꺼려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등의 신자유주의 세력과는 공동정부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는 의견을 낸 곳은 사회당 뿐인 듯합니다. 진보신당은 복지와 선거제도 개편 등으로 조건부 공동정부가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eu FTA 합의 과정에서 보듯, 민주당은 결정적일 때 늘 기업주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입니다. 이런 당과 선거연대를 당연시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이니,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당장은 반MB 정서에 부합하고 선거적 실리도 일부 보장받는 듯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들과 함께할수록 진보세력의 정치적 신용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반MB 정서가 야권연대 수준에 머문 것은 진보세력들 스스로 야권연대 수준으로 자신의 정강과 실천을 제약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진보세력이 2004년 대선에서 ‘부시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며 이라크 전쟁 지지자 존 케리를 밀었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 위기와 우파에 반대해 민주당과 뉴딜 동맹을 맺었다가 아예 진보정당의 씨가 마른 미국 진보정치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관련 글 보기)

영국 노동당은 20세기 초반에 선거적 실리를 위해 자유당과 연합해 자유당의 정치적 부속물처럼 됐고 지지율도 떨어졌었죠. 그러다가 1차대전 말미부터 노동자 투쟁이 활발해지고 이 압력을 받아 국유화 당헌을 도입하는 등 당의 독자성을 높이면서 오히려 당세가 커졌죠.[각주:1]

그런데도 합의를 강행하려는 것은 이에 반대하는 좌파와 일부 독자파를 배제하고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북한 쟁점은 핵 개발과 3대 권력 세습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담백하게 두 사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진보신당 의견이 옳아 보입니다.

나머지 단위들은 남북 두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수준에서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려 하거나, 아예 민주노동당 지도부처럼 이 쟁점들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군요.

반제국주의가 반드시 핵 개발이어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고 일본발 핵공포 때문에 핵 반대가 진보진영의 대세가 되는 상황입니다. 3대 권력 승계는 진보의 관점에서 명백히 비민주적인 것인데 이를 비판 못 하겠고, 반대 의견을 반북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명백히 패권적 태도입니다.

사회당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북한 핵 폐기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과도합니다. 한반도 군사 위기에 미국과 북한이 같은 비중으로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인 듯한데, (그 자체도 잘못된 판단이지만)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주장과 실천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구분되기 힘들 것입니다.[각주:2] 

북한 체제와 정권을 향한 태도는 비판적이되,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북한 민중이고, 그들 스스로 투쟁해 쟁취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친자본주의 정당들과 선거 연대/공동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은 연석회의 안에서 소수입니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의 우월론이 아니라 급진적 관점에서 북한 정권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세력도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진보대통합을 지지하는 좌파들을 연석회의가 배제한 것은 아쉬운 일이고, 오늘 막판 논쟁 구도를 보면 그것이 연석회의 다수파의 의도였다는 게 더 분명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대표자연석회의 협상장.(출처: 진보신당 당게시판 http://www.newjinbo.org/xe/?mid=bd_member_gossip&search_target=user_name&search_keyword=%EB%B0%B0%EC%84%B1%EC%9A%A9&page=2&document_srl=1442013)




연석회의 다수파의 좌파 배제

연석회의는 지난 5월초 다함께의 참가 신청을 가로막으며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의 성격이 강하다는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보낸 바 있습니다.[각주:3]

다함께는 최근 이것을 반박하는 답변서를 보냈습니다. “다함께의 일부 회원들이 민주노동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곧 다함께가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이란 “민주노동당의 틀 안에서 의견만 개진한다”는 뜻인데, 다함께의 정치, 조직, 활동은 전혀 그렇지 않죠.

우선, “정치적으로 … 민주노동당과 완전히 독립적 … 정치 원칙과 강령은 물론이고 전략도 다르다. … 연석회의 내 뜨거운 쟁점들 ― 북한 문제, 선거연합 문제 등 ― 에 대해서도 다함께의 입장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

조직적으로도 “자체의 간행물(신문과 저널, 소책자 등)을 발간해 독자적인 선전과 선동(정치적 독자성)을 하며 … 자체의 의결기구를 통해 단체의 정책 등을 결정”한다.

특히 그동안 다함께가 참여해 온 [새로운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민중의 힘(준)’이나 반전평화연대, 용산범대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각종 연대체에서 “단 한 번도 민주노동당의 의견그룹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사실 이 점은 연석회의의 집행책임자회의에 참여하는 성원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에 폭넓게 참여를 개방하겠다는 연석회의가 다함께의 참가신청을 보류하면서 이런 이유를 내놓은 것에 관해 다함께는 “뜻밖”이라고 반문했습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다함께는 “참여 유보 결정의 진정한 쟁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연석회의의 주도자들이 다함께는 “반자본주의 단체라서 안 된다”며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진정한 이유라고 봅니다.

현재 연석회의 안팎에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와 연립정부 노선 문제로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고, 오늘 논의에서 드러났듯이 연석회의를 다수를 이루는 세력은 민주당과 총선과 대선에서 계급연합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연석회의 주도자들이 다함께의 참가를 막는 것은 바로 이 쟁점들에서 다함께가 좌파와 현장 투사들의 견해를 대변해 자신들의 우경적 진보대통합 노선을 반대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겠죠.

연석회의 다수파가 진정으로 진보세력의 단결과 투쟁을 만들려 한다면 패권적인 우경화 시도를 중단하고 급진좌파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 이 글의 일부는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9718
  1. 흔히 말하는 수권정당으로 발전하게 됐는데, 사실 집권 후 성적은 엉망이었습니다. [본문으로]
  2. 제3세계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주의는 제국주의에게 유용한 도구입니다. 북한 내부에 민주화 저항이 있다면 그 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개입 목표를 실행하려면 현실적으로 강대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으로]
  3. 애초 8자 대표회의로 시작했던 연석회의는 새 진보정당의 폭을 넓힌다며 참가를 개방했고, 4월에 공개적으로 참가신청을 받았습니다. 국민참여당이 참가신청을 한 것도 이때입니다. 다함께도 이때 했죠. 자주파에 속한 단체들은 모두 무리없이 참가신청이 받아들여졌고, 다함께와 국민참여당의 참가신청만 보류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진보연대도 거부됐지만, 이는 연대체로 그 핵심 구성 단체들이 개별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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