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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7.26 [맑시즘2018] 폭염보다 더 뜨거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의 토론 열기
  2. 2012.08.05 맑시즘 행사 강연료 논란이 부적절한 이유
  3. 2010.07.19 ‘맑시즘2010’ ― 왜 노동자운동이 희망인가? 2

[맑시즘2018] 폭염보다 더 뜨거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의 토론 열기

기사들 2018. 7. 26. 15:33


맑시즘2018 폐막

폭염보다 더 뜨거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의 토론 열기


  • 253호
  •  
  •  2018-07-22
  •  
| 주제: 
  • 좌파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기 속에 77개의 워크숍이 열린 맑시즘2018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매년 개최되는 맑시즘은 올해에는 7월 19일(목)부터 22일(일)까지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해외 연사인 로라 마일스가 “성폭력과 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연한 폐막 토론에는 250여 명이 참가했다. 청중 토론에서 발언들이 쉴 틈 없이 이어져 나흘간의 분위기가 어땠을지를 짐작케 했다. 

폐막 토론 후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하고 있다. [원본]ⓒ조승진

올해 맑시즘 등록자는 지난해보다 많았다. 낮 기온이 35도 이상 이틀 연속 이어질 때 발령되는 폭염경보를 뚫고서 수백 명이 마르크스주의와 운동의 전략·전술을 다루는 토론에 참가한 것이다. 주제가 77개나 되다 보니, 올해도 분강이 많아 참가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주최 단체인 노동자연대는  8월 공개 토론회, 대학 마르크스주의 포럼, 세미나 모임 ‘마르크스주의 ABC’ 등을 맑시즘2018의 후속 행사로 토론을 이어 갈 기획을 마련했다.

올해 맑시즘은 대학생과 조직 노동자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이론에서부터 실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골고루 관심을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노동자 운동과 여성 운동의 쟁점을 다룬 토론·강연들에 대한 관심이 좀더 두드러졌다. 난민, 심리학 등 여느 좌파 토론회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주제들도 관심을 끌었다. 촛불의 여파가 다양한 운동이 성장할 자양분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총 211개 단체가 후원했다. 그중에서도 노동조합 등 노동단체의 후원이 늘었다. 민주노총, 현대중공업지부, 철도노조, 공무원노조 등 174곳에 이른다. 노조의 지회, 분회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다.

[원본]ⓒ이미진
[원본]ⓒ이미진

적극성

올해도 20대 청년·대학생들의 참가가 가장 많았다. 마르크스주의 기초 이론에서부터 한국·세계 노동계급·민중 저항의 역사까지 다양한 주제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대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으로 승리한 경험을 해, 사회운동 참여에 우호적인 이 새 세대 참가자들은 노동운동 등 다양한 운동과 주제에도 관심을 보였고 또 적극적이었다. 맑시즘 기간 중에 열린 대학생 교류 행사들에도 대학생 50여 명이 참석해 소속 학교에 구애받지 않고 허물없이 토론하고 교류했다.

올해 맑시즘에는 노동자 운동의 쟁점들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많았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와 한국 노동계급의 상태 등 같은 일반적 주제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삼성전자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등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 경험과 방향 모색 등의 고민을 교류하는 주제까지 다양했는데, 거의 모두 인기 강연이었다.

[원본]ⓒ조승진
[원본]ⓒ이미진
맑시즘2018 참가자들이 파업중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보낸 지지 응원 메세지 [원본]

경영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 농성 중인 현대중공업 조합원 활동가의 워크숍도 생생하고 고무적이었다. 주최측은 현대중공업 파업 노동자들에게 보낼 지지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행사 중간에 급히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는데, 200명 이상이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조직 노동자 참가가 예년보다 대거 늘어 200명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과 노동운동 역사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해당 주제에서 선배 노동자들이 말한 경험담도 꽤 유익했을 것이다.

조직 노동자의 관심이 꽤 높으리라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맑시즘2018 후원 현황에서도 미리 볼 수 있었다. 노동조합들의 후원 중에 지회와 분회의 후원이 많았는데, 직접적인 연대 경험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맑시즘이 노동자 연대의 장이자 계기가 되고 있는 것도 같다. 가령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의 연대 메시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2017년 [맑시즘]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문제점과 예상되는 향후 상황들에 대해서 듣고 배웠습니다. 그때 그 문제들과 예견된 상황들은 고스란히 현실이 되어서 … 80일간의 서울역 농성으로 화답해야 했고, 이젠 더 강고한 투쟁을 준비해야 할 입장이어서 맑시즘 2018[이]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원본]ⓒ이미진
[원본]ⓒ조승진

해외 연사인 로라 마일스의 강연도 모두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1975년부터 사회주의 운동을 시작한 로라 마일스는 영국 대학노조(UCU) 트렌스젠더로서는 최초의 전국집행위원이고, 대학노조 내 좌파모임의 사무국장도 지냈다. 이 경력이 웅변하듯이, 마일스는 성소수자 차별부터 교육, 심리학, 노동조합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소화하며 귀한 경험들을 들려 줬다.

한편, 맑시즘 개최 장소인 고려대학교의 총학생회, 문과대학생회, 정경대학생회, 자유전공학부학생회, 미디어학부학생회 등 학생단체들과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이하 서경지부 고대분회) 등 13곳이 후원해 행사가 안정적이고 쾌적하게 진행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 단체들은 정성이 담긴 연대 메시지도 보내 줘서 참가자들을 환영했는데, 특히 연초에 투쟁을 벌여 승리한 서경지부 고대분회가 보낸 정성 어린 메시지는 참가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맑시즘의 인기 장소인 맑시즘 책방에서는 올해에도 마르크스주의 서적이 600여 권 팔렸다고 한다. 국내에서 25년 이상 마르크스주의 해설서로 스테디셀러였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책갈피)가 전면 개역판으로 새로 나와 주목받았고,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도 관심을 끌었다.

[원본]ⓒ조승진
[원본]ⓒ조승진
[원본]ⓒ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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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 행사 강연료 논란이 부적절한 이유

주고받는 생각들 2012. 8. 5. 22:59


<경향신문>에서 노동자연대다함께의 ‘맑시즘’ 행사 강연료 방침을 문제 삼았던 <웹場> 구성원들이 맑시즘 기획팀의 입장에 반박 성명 비슷한 걸 냈다. 


핵심 입장은 이것으로 보인다[각주:1]. (맑시즘 행사 기간에 인턴 기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쓴 허접한 기사보다는 ‘솔직하다’는 점에서 낫다.)


200개 단체의 후원과 1,500명에 달하는 참가자의 참가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사에게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맑시즘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저희에겐 ‘맑시즘 포럼’이 ... ‘한국 사회 변혁 운동을 전진시키기 위한 토론과 논의를 하는 장’ 혹은 ‘진보적 사회 변화 운동의 일부’인가 아닌가는 중요치 않습니다. 


핵심은 웹장의 구성원들이 맑시즘 토론회를 단순한 수익 사업(즉 이윤 추구 행위)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마치 ‘노동의 가치’를 대변하는 듯 말하는데, 사실 이론적으로 따져 보면 좀 유치하다. 


맑시즘 토론회가 수익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라면, 주최측이 참가 티켓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려고 티켓 판매에 유리한 ‘연사’를 고용한 셈이 된다. 참가자는 티켓 형태로 된 행사 참가 상품을 사는 것이 될 것이다. 티켓 비용은 예상 비용이 아니라 목표 수익을 근거로 책정될 테다.

 

이때 연사는 연사료를 받더라도 착취받는 임금노동자인 것이다. 이 경우엔 강연료를 주지 않으면 착취 정도가 아니라 고용주의 강탈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맑시즘은 변혁(or 99%의 저항) 운동을 건설하려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토론하는 행사다. 


그러니 주최측도 연사도 [나같은 연사를 포함해] 수익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더 좋은 토론을 하려고 행사를 주최하거나 참가하는 것이다. 토론회 청중들의 참가 목적도 대체로 같기 때문에 이들이 내는 참가비도 소정의 행사 준비와 원활하고 쾌적한 토론 참여를 위해 행사 비용을 분담하고 후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시민단체나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언론들이 주최하는 다른 강연 행사와 비교해도 현격히 저렴한 참가비를 설명할 수가 없다. 또,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때론 적자도 감수하며 12년째 토론회를 개최해 온 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이 주최하는 ‘청소년저널리즘캠프’ 같은 행사는 2박 3일 참가비가 숙박비 포함 1인당 49만 5천 원이나 된다. 참여연대가 주관하는 강연 행사는 수익 사업이 목표가 아니겠지만, 강연 1회당 1만 원을 받는다. 반면 맑시즘은 나흘간 강연 17개를 듣는데 4만 원이고, 학교측이 에어콘 등을 끄면, 적자 감수하고 동력기와 에어콘 대여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많을 때는 1백여 명에 이르는 진행팀들의 자원 활동과 단 한 푼의 추가 비용도 없이 제공되는 진보진영 최고 수준의 탁아방 서비스도 그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강연회들과 달리 참가자들에게 공평하고 자유로운 발언 시간을 주는 것도 낯설 것이다.


지금껏 수백 명의 연사들이 연사료 없이도 기꺼이 참가해 즐거운 마음으로 한 사람에게라도 더 운동의 대의를 알리려고 애를 쓰며 수준 높은 연설을 자발적으로 해 준 것도 바로 이런 행사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사료는 객관적 관계이자 사용자의 의무인 임금 문제가 아니라 주최측이 주최측과 참가자들을 대표해 감사의 표시를 하는 주관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연사료가 없다’면서도 매번 강연 후에 감사의 선물을 하는 것이고, 지방의 연사들에게는 차비를 지원하는 것이고, 일부 연사는 그런 차비조차도 사양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 관계와 전혀 다른 연대와 공감의 관계로 맺어지는 관계들과 행사의 목적에 전혀 공감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웹장의 구성원들은 ‘운동의 일부’인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고, 임금이 지급되는 것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웹장의 기사와 입장이 불쾌한 까닭은 자신들의 이런 무지를 성찰하기보다 오히려 상대와 독자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의 연장선에서 어떤 공개 의무도 없는 주최측에게 수익 내역을 밝히라는 무례한 요구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강연료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이런 토론회 자체가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 분들이 맑시즘 연사들을 문제 삼을 수는 없고 또 그 역도 마찬가지다. 물론, 서로 필요가 일치하면 그 분들도 맑시즘 연사로 올 수 있다. 그건 순전히 주최측과 본인들의 선택 문제다. 


한편, 모여서 함께 토론하는 일, 조직하는 일, 집단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포함한 조직 그 자체의 중요성을 이해 못 한다면 이런 노력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주욱 살펴 봤듯이 너무 기본적인 판단의 문제 아닌가. 수익을 위한 자본의 노동력 고용(그리고 착취) 관계가 아닌데, 어찌 연사료 지급 여부가 ‘노동의 가치’를 담보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는가. 


맑시즘 행사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노동의 가치’가 있다면, 쌍용차 등 노동 투사들의 연대 호소에 참가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연대를 확산할지, 왜 정리해고가 나쁜지 등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토론에 참가하는 일일 것이다.


어떻게 불안정 노동과 청년 실업, 소수자 차별, 제국주의의 전쟁과 핵 위협, 기후 재앙 같은 문제들이 노동 중심의 변혁 전략과 결합돼서 해결 가능한지를 머리맞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진지한 노력일 것이고, 그러한 결론에 공감하는 참가자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건설할 것인지에서 명쾌한 공감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변혁 운동의 토론 행사를 수익 사업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웹장의 성원들이 말하는 ‘노동의 가치’가 교환가치로서 노동력의 가치만을 말한다면, 맑시즘 주최측과 참가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노동의 가치’는 단지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노동의 가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체제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가치’이고, 억압과 착취에 저항하는 인간들 사이의 ‘연대의 가치’다. 


물론 참가자 중 일부에게 티켓 구입이라는 형식 때문에 이 관계가 상품 판매 관계로 보일 수도 있다. 현실이 자본주의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참가자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할 수밖에 없고, 게다가 그 형식이 티켓 판매 형식으로 드러나니, 그 형식만 놓고 보면, 주최측과 참가자가 맺는 관계가 이윤을 위한 상품 판매 관계와 구분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사 전체의 목적, 그리고 [형식과 대비한] 내용을 보면, 주최측과 연사나 참가자들이 맺는 관계는 교환가치로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교환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웹장의 구성원들은 변혁 운동의 대의와 문화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한 자유주의 관점을 보여줄 뿐이다[각주:2]. 이런 한계는 자유주의가 인간의 모든 관계를 상품 판매로 맺어지는 관계로‘만’ 보기 때문이다.(상품물신주의[각주:3]) 21세기에 자칭 ‘진화’했다는 자유주의의 수준이 겨우 이 모양이다.


그러므로 자칭 오리지날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개인들이 이런 문제제기에 [때로는 유치하게] 적극 동조하는 것은 이 나라 변혁 운동 일각에서 그 이론과 지향점 수준이 훼손된 상황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이 많은 투사들과 참가자들을 주최측의 수익을 위한 마케팅으로 동원된 사람들로 취급한다면, 너무 서글프지 아니한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이는 모욕으로 들릴 것이다.



  1. http://baram.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208052047502&code=810404 [본문으로]
  2. 나는 이 기자들이 무급 인턴이라고 해서 자기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기사로 올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본문으로]
  3. 이렇게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관계가 상품 판매 관계로 보이는 것을 상품물신주의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보지 않고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을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물신숭배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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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2010’ ― 왜 노동자운동이 희망인가?

생각 좀 해볼까 2010. 7. 19. 17:10


고대하던 ‘맑시즘2010’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주엔 <한겨레>에 단신으로 행사 개최 소식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행사 참가를 권유하거나 후원을 받으려 소개할 때, “맑시즘이 도대체 뭐냐”, “왜 맑시즘이라고 이름을 바꿨냐” 하고 물어보십니다. 아마도 한국에선 아직도 법적으로 껄끄러운 문제를 안고 있는 ‘맑시즘’을 행사 명칭으로 쓰는 게 신기하신가 봅니다.

워낙 유명한 연사들과 솔깃한 주제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오래 된 행사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순전히 행사 이름 때문에 참가하기 싫다는 분은 보질 못했습니다.

올해는 2년 만에 잘 아는 한 노조에 찾아가 후원과 참가를 권유했는데요, 예전에는 그냥 후원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찾아가서인지 이것저것 물으시다가 “맑시즘을 한마디로 설명해 봐라” 하고 반농담 반진담으로 대답을 강요하시더군요.

저는 맑시즘=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 힘으로 스스로 해방하자는 사상이라고 답했습니다.(그래서 진짜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소련과 북한을 사회주의로 볼 수 없다는 양념을 덧붙여서요)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를 분석해 위기의 메카니즘을 밝혀내려 노력하는 것은 단지 학술적(학문적 호기심) 동기에서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노동계급의 집단적 자기해방이라는 이 근원적 목표을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정치·경제적 잠재력을 파악해 이를 현실로 옮길 전략과 전술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실천에 깔린 근원적 동기입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늘 ‘실천에 도움이 되는 이론’, ‘이론에 바탕한 실천’을 추구하고, 그 이론은 수백 년 계급투쟁의 역사(경험을 일반화한 이론)와 오늘날 노동계급의 의식과 투쟁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쟁점을 다루는 생생하며 풍부한 사상과 실천의 전통입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자들은 누구일까요.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계급을 가장 넓게 정의할 때 기준은  ‘생계를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쉽게 말해 인구 전체를 구분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가족까지 모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압도다수를 차지합니다.
노동계급 가족의 일부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학생과 실업자), 다양한 이유로 노동력을 판매하는 게 어려운 사람(전업 주부와 아동, 노인, 일부 장애인, 차별 받는 소수자들 등)도 포함하니까요.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1천5백만여 명으로 추산하는데, 이들에 가구당 평균 가족수 2.8명을 곱하면 4천2백만 명에 이릅니다. 물론, 이보다는 조금 못 미치겠죠, 부모자식이 모두 노동자인데, 자식이 아직 가구 독립을 하지 않았다면 중복계산이 될테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넓은 범위의 노동계급이 한국 같은 산업화된 사회에서 압도다수라는 건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보려면 좀더 좁혀 봐야 합니다. 실제 경제 활동에서 계급으로서 대립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마르크스가 분석한 계급투쟁의 실질적인 행위주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인 이건희의 손자가 직접 노동과정을 통제하고, 노조 탄압을 지휘하며, 정치권 로비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간단하게 이들의 구성을 경제활동인구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데, 통계청 자료를 보면 그 수가 2천5백만 명 정도 됩니다. 이중 고위임직원이 30여만 명이고, 전문가로 분류되는 일부 상층 전문직을 제외하면, 1천5백만 명 정도가 임금노동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자영업자가 4백만여 명, 농민이 2백만 명이 조금 못 되는 걸로 나타납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의 경제적 힘은 자본주의의 시작이자 끝인 기업 이윤 활동(생산과 판매, 유통)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나옵니다. 이들이 이윤 활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 발전은 자본을 독점시키므로 노동자들도 집단으로 모여서 노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그 힘에 있지만, 암튼 산업국가들에선 인구상으로도 다수파라는 거죠.(마르크스주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매우 민주적인 사상인 겁니다~) 

암
튼, 노동자들의 경제적 힘은 주요 작업장이 파업을 할 때 잘 나타납니다. 현대차 공장에서 파업을 하면, 파업 참가자들의 파업기간 동안 임금 총액보다 수십수백 배 많은 돈이 손실을 봅니다[각주:1]. 철도 같은 운수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원료와 출근 노동자들 수송까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파업 때 흔한 경제 손실 비난은 거꾸로 그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서 얼마나 큰 구실을 하는지 또 평소에 얼마나 많은 잉여노동을 기업주들에게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노동자들은 조중동이나 정부가 이런 비난을 하면 앞으로 억울해 할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 해야 합니다. 그런 중요한 사람들에게 이따위 대접을 하냐고 큰소리 칠 일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개인으로는 이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노동과정의 집단성 때문에 집단으로만 이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계급으로서 이들이 정치권력을 잡고 경제질서를 바꿀 때 자본주의의 사적 성격을 분쇄하면서도 사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힘이 있는 겁니다.

그 결과, 노동계급은 자기 자신을 해방할 뿐 아니라 다른 피억압대중들을 해방시킵니다. 노동계급이 진지하게 자본주의 체제를 해체하는 데 도전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을 “보편적” 계급이라고 불렀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자본가들은 실제로 세상을 창조하는 일은 노동자들에게 다 시키면서 그 힘을 이용한 세상의 운영과 지배는 자신들이 독점합니다. 물론, 노동계급의 힘이 센 곳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 형태로 조금 권력을 개방하기도 합니다. 물론 비혁명적 노동계급 진보정당들은 그 과정에서 많이 순하게 변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법과 제도, 군대와 경찰을 통한 억압과 함께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기 때문입니다.[각주:2] 그래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계급(과 피억압대중)을 분열시켜 약화키는 각종 차별과 천대, 억압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분열 시도에 맞서 노동계급을 단결시켜 혁명적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 투쟁과 실패한 투쟁의 경험(조직과 이념)이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에는 녹아들어 있습니다.(노동계급을 억압하는 데 이용된 스탈린주의나 노동계급을 대신하려는 마오주의에서는 이런 교훈을 찾기 힘듭니다) 

추상적 가치나 원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피와 땀이 얼룩진 역사 속에서 역사 발전의 일반적 경향을 찾아내려 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역사적’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이론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주의의 돌아보기는 그래서 이론(분석과 일반화)을 경시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 점에서 ‘맑시즘2010’의 많은 주제들이 당장 노동운동과 연관이 없어 보여도 사실은 노동계급이 삶과 투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가 이럴진대, 맑시즘2010이 노동계급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들을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회 변화의 주역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진보포럼 맑시즘은 단순 학술행사가 아니므로 조직 노동운동과 그 안의 선진 활동가들이 하는 실천적 고민을 다루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진보포럼 맑시즘에서는 노동운동의 쟁점 토론은 물론이고, 늘 당시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참가해 강연도 하고 연대의 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때는 비정규직 투쟁 사례 발표 토론이 인기를 끌었고, 행사 마지막 날엔 문화공연과 후원주점을 결합해 대형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개막식에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가 눈물 쏙 빼는 연설을 해 주셨고, 참가자 가운데 신청을 받아 쌍용차 지원 집회를 다녀오기도 했구요, 2006년 개막식에는 KTX 비정규직 위원장이 감동적인 연설을 하셨습니다. 하종강, 김진숙 선생님들도 단골 인기 연사이십니다.

올해 맑시즘 2010도 다섯 개의 강연이 ‘노동계급과 투쟁’ 항목으로 준비돼 있습니다.(맑시즘2010 웹사이트의 연사/주제/시간표 메뉴에서 주제 소개로 들어가시오.)


김진숙·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저도 여러번 강연을 들었는데요. 특히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은 초심자 분들께 특강추(특별강력추천)요. 다루는 대상에 애정이 넘치면 쓴소리도 달게 느껴집니다. 그게 생생함과 분명함과 더불어 두 분 강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슴을 열고 들으면 이 분들이 알아서 웃기고 울리고 합니다. 그래서 눈물콧물 흘리면서 듣다 보면 가슴에 묵직한 희망과 열정이 남습니다. 

정병호 씨가 다루는 주제도 마르크스의 계급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께는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앞에서 제가 수박겉핥기로 다룬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어조가 강약 변화가 적어 조금 졸리게 할 때도 있지만, 찬찬히 듣고 있으면 말 하나하나가 다 교과서입니다[각주:3]. 아주 가끔 섞어주는 농담과 그때 씨익 날리는 웃음이 매력적인 연사입니다.

나머지 두 주제는 좀더 전문적입니다. 당면 전략 과제들을 다루는 건데요[각주:4]. 패널 토론이라는 게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노동운동의 전략 논쟁은 노동운동 안의 대표적인 급진좌파들이 모여서 하는 토론이라 흥미로울 듯합니다.

사노위를 대표하는 박성인 씨는 메이데이 출판사 대표도 했고 옛 <현장에서 미래를> 잡지에서 이론과 정세분석 글을 주로 쓰던 노련한 활동가이며, 박준형 씨는 공공노조의 활동가로 수년간 활동하고 계십니다. 전지윤 '님'은 무조건 추천[각주:5]입니다. 제가 볼 때 명료한 단어 선택이 정말 최곱니다.

다함께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동안 정치적 노조운동을 당면 노동운동의 상(想)으로 제시해 왔는데, 이것이 사회진보연대의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운동론이나 사노위의 변혁적 노동운동론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들어보는 게 토론의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공공부문 선진화 관련 토론은 제목만 봐서는 따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위기에 긴급 재정 투입으로 각국 정부들이 대응했기 때문에 재정 뒷받침으로 일어난 경기 회복과 정부의 재정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재정위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시대 매우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와 노동운동을 결합해 고민하는 분들은 아마 피해가기 힘든 주제일 겁니다. 

조상수 씨와 정종남 씨는 공공부문 주제로 맑시즘에서 이미 패널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조상수 씨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베테랑 활동가입니다. 정종남 씨는 쌍용차 파업 등에서 노동운동단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으며 활동해 왔기 때문에 이론과 결부된 깊이있는 주제를 현장감 있고 흥미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이 글을 흥미롭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맑시즘2010에서 새로운 만족을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맑시즘2010에 관심과 기대를 품고 오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그 장소에서 얼굴만 스쳐도 정겨운 동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이것이 마르크스가 말한 바,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주장의 한 증거입니다. [본문으로]
  2. 사실 사병들과 말단 경찰은 대부분 노동계급 청년들에서 충원하므로 그 존재 자체가 노동계급의 분열을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한편에선 노동계급이 굴종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품물신성 효과도 있다고 마르크스가 지적했는데,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너무 방대한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그냥 패스~ [본문으로]
  3. 그래서 졸린가? [본문으로]
  4. 이 주제는 초심자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을 듯하고, 초심자가 아닌 분들은 제가 뭐라 하든 신경 안 쓸테니 추천 글 쓰기가 좀 난처하군요. [본문으로]
  5. 사이에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넣어서 읽으시오. [본문으로]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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