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박근혜 재판과 문재인 정부의 구 여권 비리 수사

‘또 하나의 가족’에서 곤경 치르는 “살모사” 패밀리로


| 주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다시 거리로!박근혜·황교안 둘 다 물러나라

후원하기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밴드 공유 기사 제목과 주소 공유  인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은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정치적 변화를 일궈 냈다. 무엇보다 운동의 핵심 목표인 박근혜 정권 퇴진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왔다. 박근혜는 지금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점차 현실화하는 크고 거센 대중 운동의 등장은 지배계급 전반에 당혹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지배자들은 한국의 경제·안보 위기 국면에서 자신들의 제1선호 정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정권을 통해 고통전가와 우파적 통치를 구현하려 해 왔다. 박근혜를 박정희 ‘신화’의 계승자로 포장하고 후원이나 동맹의 관계를 맺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한국 자본주의의 유력 기업인들이 대거 연루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운동이 승승장구하는 듯하면서도 정책 철회와 인적 청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이라는 대중의 염원에는 (정책과 제도, 인적 청산 모두) ‘박근혜 제거’를 넘어서는 급진성이 함축돼 있다.


한편, 박근혜 정권 아래서 경제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증가해 왔다. 이 두 요인 모두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업인들의 실망과 불만이 커질 만한 요인이다.


위기 대처 방식을 둘러싼 지배계급 내 불신과 암투는 은밀한 치부들의 ‘대폭로’로 이어졌다. 정권을 지지하며 단단하게 얽혀 있는 듯했던 지배계급이 분열한 것은 불만에 찬 대중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특히, 박근혜의 일방적 노동 개악에 맞서 9월 말부터 일련의 파업과 대중 시위를 이어가던 노동자 운동은 이런 정치 상황과 상호 작용하며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탄생 초기에 그 구심점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퇴진 운동은 6주 만에 박근혜의 국회 탄핵을 이끌어 냈다. 


강력한 ‘즉각 퇴진’ 염원은 자본주의 정치인들이(개혁파는 물론 다수의 수구파도) 탄핵 절차를 밟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울에서만 2백만 명 가까이, 전국으로는 2백30만 명이 넘게 시위에 참가한 12월 3일 다음 주에 결국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처럼, 어떻게든 ‘파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 보려던 자본주의 야당들이 탄핵안 가결을 선택한 것에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지배계급 다수가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결과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배계급의 다수는 가장 부패하고 증오받는 박근혜 일당을 제거해 체제 안정을 재구축하려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는 이 점이 더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

그리하여 기업주들과 유착 관계가 매우 밀접한 인물들을 포함해 집권 여당이 분열했다. 새누리당 잔류파가 더 많기는 하지만, 이것이 친박의 건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잔류파의 적어도 3분의 1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특검도 전례를 깨고 검찰의 협조를 받았으며, 꽤 강한 수사를 펼쳐 왔다.(물론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유화적이 될지 두고봐야 하지만 말이다.) 보수 언론과 종편들은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에 대한 폭로를 여전히 지속한다.


무엇보다 재판관 구성이 보수 일색이던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탄핵심판 심리를 서둘러 진행한다. 탄핵 결정 지연 작전을 펴는 박근혜 측 대리인단에 이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황교안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인 박한철이 헌재소장 퇴임사에서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핵심 기반이 오래도록 체제의 권력층과 수혜자층을 이뤄 온 세력이기 때문에 박근혜 제거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종기를 제거하려면 불가피하게 생살을 파 내고 피를 봐야 하는 것이다. 


법원이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혹한의 날씨에도 집회 참가자가 다시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 뒤 법원은 대신 김기춘과 조윤선을 구속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변명하는 전 청와대 수석들에게 핀잔을 줬고, 특검 수사는 우병우에게 접근하고 있다. 특검은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이 끝날 때까지 유효한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내 2월 3일부터 영장 집행 시도를 했다. 예상대로 박근혜가 거부하자 황교안에게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퇴진 운동에 참가한 대중의 정서 밑바탕에는 불평등과 부당함 등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깔려 있다. 지배계급으로서는 박근혜를 제거하면서도 이런 불만이 표면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 즉, 박근혜는 제거해도, 박근혜가 추진하던 정책들은 계속 수행하고자 한다. 기업 경쟁력 보호·강화를 우선순위로 하고 고통전가를 국민적 담론으로 삼는 정치 말이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황교안 대행 체제의 안정은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를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황교안과 국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누리당과 개헌 협의체를 구성하려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요인들 때문에,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밑거름이 됐던 운동들 중 말끔하게 요구가 해결된 투쟁은 아직 없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세월호 참사, 노동 개악, 사드 배치, 백남기 농민 사망, 국정교과서, 언론 장악 등을 6대 긴급 해결 과제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요구들은 야당들이 다수파인 국회에서도 전혀 긴급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등에서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말이 아예 후퇴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지배계급이 노동자·민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 ‘박근혜 일파 처벌 말고는 바뀌는 것이 없다’일 것이다. 제물을 던져 줄 테니 곧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최근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지지율이 더 높은 반기문이 낙마하고 대신 황교안이 보수 우파의 대표 주자가 되는 듯한 모양새에서 지배계급 내의 혼란스러우면서도 일정한 동향을 엿볼 수 있다.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에 부응해 주류 야당들도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 체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주류 야당들은 전통적인 양날개 전략을 펴면서도 최근 중도 보수층 포섭에 골몰해 왔다. 사실, 중도 보수층 확보 경쟁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기까지 했었다.

정권 교체

지배계급의 안정 희구는 또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년 병장처럼 처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과 안희정은 노무현 정부의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에 한몫했던 당시 실세들이었다.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요인을 정권이 지지층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지지층의 기대가 ‘과했던 것’에서 찾는다.


이런 전도된 관점의 실천적 결론은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보다 문재인의 복지 공약이 별볼일없어 보였던 이유이고, 그래서 패인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2012년에도 너무 진보적으로 보였다고 후회한다.


운동의 성장 덕분에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거리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고, 문재인도 운동 때문에 지지층의 기대가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 그저 운동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용은 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당이 분당해 나간 이후 확연히 ‘문재인당’(친노당)으로 굳어져 온 민주당 안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벽에 부딪힌 배경으로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친노 출신도 아니고, 민주당 주류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으로 엔지오와 노동운동 일부에서 기반을 구축하려 노력해 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 박원순과 이재명의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점차 하락한 것은 앞서 말한 공식정치의 흐름과 민주당 내 세력 관계와도 관계 있을 것이다.


박원순은 1월 초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득권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촛불 민심의 청산 대상이지 주체는 될 수 없다”고 했다가 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박원순에게 불리한 당내 경선 룰을 밀어붙였다.


이는 운동이 그 근저에는 체제의 적폐에 대한 불만을 깔고 있지만, 지도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이데올로기는 주류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층에 혁명적 좌파가 단단히 자리 잡고 대중을 조직하는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 운동이 강력하면서도 헤게모니는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퇴진 운동 내 온건파가 퇴진 운동의 목표를 단계론적으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한정하고, 운동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지우려고 해 온 것은 운동의 정치적 한계가 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보다 선거를 중심에 놓게 되면, 대중은 정치적으로 수동화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당선에 도움되도록(광범위한 득표에 방해되지 않도록) 아래로부터의 행동과 요구를 일정 수준 아래로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근시안적 효과에 정신 팔려 운동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면 금세 세력관계가 동요하는 것을 볼 것이다. 이제는 운동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와 우파 세력이 설 연휴 직전에 준동했다. 운동 내 약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석달 넉달을 싸운 대가가 겨우 노무현 정부의 재탕이라면 그중 상당수는 허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원은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을 시작으로, 이화여대 총장 최경희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한일 간 화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할 때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사모들은 집회 동원을 강화했고, 같은 날 박근혜와 최순실이 특검을 비난했다. 헌재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은 대리인단 사퇴설을 흘리며 지연 작전을 펴려 했다.


헌재 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도 임기 만료(3월 13일)로 사퇴해 재판관이 7명만 남으면 탄핵 기각 가능성도 조금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조기 탄핵 인정을 촉구하는 요구가 강하다.


그러나 이에 반대해 우파 일부는 헌재소장 박한철 후임(대통령 몫)을 황교안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꼭 친박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이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우파들도 있을 것이다.


‘분노의 산’

박근혜와 우파 일부는 2월 말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황교안이 거부해야 한다고도 강변할 듯하다. 박근혜가 <한국경제> 주필 정규재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방향을 암시한다. 사실, 정치적 유폐 상태에 있던 박근혜가 난데없이 박정희 참배를 할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이런 수작을 통해 박근혜는 일말의 탄핵 기각 가능성을 붙잡으려 함과 동시에, 탄핵되더라도 특검과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인정 않고 정치적으로 불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장차 우파의 재기를 위한 발판을 놓으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황교안으로 대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정치적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 차기 대선과 총선을 대비한 정치적 구심점을 형성하려 한다. 경제·안보 위기가 심해져 차기 정권도 오래 못 가 정치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교안은 트럼프와 단독 통화를 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한미동맹 유지·강화라는 전통적 우파 의제를 부각하는 등 우파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황교안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따라서 대중 정서의 꽁무니를 좇느라 황교안 사퇴 요구나 황교안과의 대결에 소극적이었던 운동 내 온건파는 최근 황교안의 부상에 일부 책임이 있다.


이렇게 보면, 탄핵안 가결 이후, 특히 1월에 운동의 성장세가 멈춘 듯한 지금, 예전의 세력 균형을 공식정치에서 야금야금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퇴진 운동의 정치적 한계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우파의 반격 시도가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거리 시위 규모는 줄었지만, 대중의 분노와 자신감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 거리의 운동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으로 집중해 중앙 국가에 대한 압박을 다시 높여야 한다. 우파의 압력이 집중되는 헌재에도 대규모 행진과 포위로 2월 내 탄핵 인정 결정을 촉구해야 한다.


2월 집회들이 크고 분노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만방자한 박근혜와 그 잔당들에게 ‘거대한 분노의 산’이 건재함을 보여 주자. 지금부터 투쟁을 강화해 2월 25일 민중총궐기도 성대하게 치르고 일격을 날리자.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


박근혜 즉각 퇴진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2월 11일(토)


독자·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

1,000원 후원 정기구독전국 곳곳 거리와 대학에서 <노동자 연대>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헌재는 주저 말고 탄핵을 결정하라

후원하기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밴드 공유 기사 제목과 주소 공유  인쇄

이재용 구속을 둘러싼 정치 갈등은 역설이게도 지배계급에게 박근혜 제거의 시급성을 일깨워줬을 것이다. 특검이 빠르게 박근혜를 조여든 것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심리를 초고속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지배계급 다수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대중에게 가장 증오받는 자를 제거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빨리 식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중의 박근혜 퇴진·구속 염원을 보여 주는 상징물. ⓒ사진 이미진

노무현 탄핵 때와 비교하면, 헌재의 7차 변론까지 걸린 시간이 절반이다. 6, 7차 변론기일에는 박근혜 변호인단이 문제 삼은 증거들을 상당히 빼고도 많은 증거들을 채택했다.


이는 박근혜 측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심리를 빨리 진행하겠다는 헌재의 의사 표시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채택된 증거만으로도 탄핵 결정을 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 행위들이 추가로 폭로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압박, 세월호 참사 등 여론 조작용 우파 집회 등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 청와대였다. 우파 집회 동원 자금은 전경련에서 나왔다.


박근혜의 지시 아래, 김기춘이 기획하고 조윤선(정무수석)이나 우병우(민정수석) 등이 연출의 일부를 맡은 공작 정치 작태였다. 조윤선은 청와대에서 초기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와서 그 실행도 맡은 것이다.


박근혜의 ‘유신 DNA’를 보건대, 문화예술계 단속에 사용한 블랙리스트 작업이 노동계나 사회운동에 적용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구속, 세월호 유가족 탄압, 진보당 해산, 진보당 관련자들과 ‘노동자의 책’ 대표의 국가보안법 구속 등이 그런 사례들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권에서도 총리실 산하로 위장한 청와대·국정원 주도의 민간인 사찰이 벌어졌다.


따라서 이런 가증스런 정권은 하루빨리 끝장나야 한다. 황교안이 우파 전열 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조처의 하나로, 퇴진 운동이 헌재에 더 강하게 탄핵 결정을 압박하는 것도 포함된다.


정치적 재판

국회의 탄핵소추안 압도적 가결이 거대한 민중 운동의 압력 때문이었듯이, 헌재의 탄핵 결정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헌법 재판 자체가 형사재판과 달리 정치적 재판이기 때문이다.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3권분립론자들의 한가한 소리처럼 사법권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절차 안으로 대중 투쟁의 잠재력을 가두는 문제도 아니다.


포악무도한 정권에게 민중이 투쟁으로 내린 정치적 심판을 국가기관이 수행하라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활력 있는 대중 운동이 자기 힘에 바탕해 헌재와 특검을 압박하는 것은, 주류 정치인들이 주도해서 운동을 제도권으로 수렴시키는 것과 다르다. 매우 상이한 운동의 동학이다.


퇴진 운동 초기에 주류 야당들이 운동을 지지하는 시늉을 하며 탄핵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에는 명백하게 운동의 활력을 국회로 수렴해 주류 정당들 간의 협상 문제로 바꿔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럴 때에는 운동이 국회 주도 탄핵을 지향해서는 안 되고, 거리 운동에 참여하는 진보정당이 이에 찬성하는 것은 야합이라고 비판한 것은 옳았다.


거리의 독립적인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겠다는 수단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투쟁 방식이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민중의 힘을 올곧게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선 많은 사람들은, 새누리당 정권 9년 동안 별 쓸모도 없게 행동한 주류 야당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도 했다.(물론 차기 대선에서는 대중적으로 검증된 진보·좌파적 정치 대안이 없다고 대중이 판단해 차선론(또는 차악론)에 근거한 선거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실제 벌어진 일은 주류 야당들이 운동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분노와 힘에 제도정치권이 떠밀리고 심지어 집권당은 둘로 쪼개지며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이었다.(그 이후로도 주류 야당들은 운동에 한 발 걸치고는 자신들 지지율 향상에 운동을 이용하려고만 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니, 탄핵 가결로 결과가 돌아 온 셈인데, 이는 혁명과 개혁의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한데, 한 국면의 이런 귀결은 운동이 제도적 수단을 이용해야만 강제 퇴진을 시킬 수 있는 수준에 아직은 머물렀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 투쟁의 힘 덕분에, 헌법재판관 인적 구성이 보수 일색이라는 문제도 부차화되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된 정치적 맥락이 운동 초기 주류 야당들의 의도와 달라진 것이다. 퇴진 운동이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었지만, 일단 시작된 특검이 기층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는 독립적으로 이재용·김기춘 등의 구속 기소 촉구 등 압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과 같다. 물론 이는 특검을 응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헌재의 탄핵 결정도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금 헌재에 꾸물대지 말고 탄핵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려는 황교안 내각과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우파에 맞서는 정치 투쟁의 성격을 띤다. 좌파는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려낸 지형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파와 쟁투가 벌어지는 곳에 개입해야 한다.


이런 사회세력 간 쟁투에서 형성되는 세력균형이 이후 정국, 가령 대선과 차기 정권의 초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사람들은 일터를 비롯해 삶의 터전 곳곳에서 스스로 행동에 나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 다이어리


박근혜 하야 매일 촛불

매일 7시 광화문 광장(이순신 동상 앞)


박근혜 즉각 퇴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2월 4일(토)


박근혜 퇴진 전국 촛불 집회 일정

독자·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

1,000원 후원 정기구독전국 곳곳 거리와 대학에서 <노동자 연대>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세월호 참사 반년

수사권·기소권 포함 특별법 요구를 접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36호 | 발행 2014-10-20 | 입력 2014-10-18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특별법 야합 이후 세월호 항의 운동은 일시적 소강 상태다.


그동안 고비마다 원칙 있게 분투했던 가족대책위가 안타깝게도 애초의 특별법 요구 기조에서 후퇴했다. 유가족을 무시하고 배신하며 저질러진 두 주류 정당의 야합에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듯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온건파 리더들이 이를 추수하며 투쟁의 정당성과 목표를 손상시키는 것이 진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으므로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은 단시간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또 격랑의 정국 속에서, 사람들의 원성을 살 사실들이 새롭게 폭로되거나 정권이 무리수를 두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기회를 잡으려면 세월호 항의 운동은 몇 가지 쟁점에서 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수사기구를 요구해 온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반드시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내심을 갖고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의 동력을 유지하고 되살리는 길이다.


둘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서 공범임이 드러난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 박영선은 기소권을 요구할 수 없다고 7월부터 말했지만, 대책회의는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셋째,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노동계급 사람들의 구조를 외면한 계급 차별 문제이기도 하므로 조직 노동계급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 각종 민영화, 규제 완화 반대 등 안전과 생명을 의제로 한 투쟁들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을 손톱 만큼도 지지 않겠다는 박근혜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겹다는 말은 마세요. 어떻게 자식이 지겨울 수 있습니까?”
―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 합의안 재평가? 정직해야 한다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 요구에 5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으로 죄를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검찰 등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 ‘국가가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광범한 분노를 집약해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책회의의 리더들 다수는 이참에 수사권ㆍ기소권을 포함하는 특별법 요구를 정리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추가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 시 유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해, 10월 안에 ‘특별법’을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기저하와 조급함을 드러내는 단견이다.


이런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일부 활동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자료제출 요구권, 청문회권, 동행명령권 등을 매우 큰 성과라고 부풀린다. 


반면에 운동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협소한’ 법 조항에 매몰된 것이 한계였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여우가 못 먹게 된 포도를 신 포도일 거라며 자기 위안하는 이야기)’처럼 후퇴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 들린다.


그러나 실용주의적인 후퇴를 정당화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평가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동행명령권’이 발동됐는데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권한들이 어찌어찌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쳐도, 그 권한을 행사할 특별검사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임명된다는 보장도 거의 없다.(새누리당은 그런 방식의 합의를 어떻게든 거부할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그런 입장을 추수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대한변협마저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험담했다. 특별법 합의에 대비한 포석인 것이다.



왜 기존의 진상규명 특별법 요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첫째, 여야는 물론 박근혜 정부까지 진상 규명의 적들끼리 합의한 특별법으로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운동은 철저한 진상 규명 요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설사 훗날 정권이 바뀐 뒤에라도 밝혀질 수 있다. 끈질긴 싸움 끝에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1980년 광주 학살 등의 진실이 수십 년 뒤에 확인됐듯이 말이다.


둘째, 지금 세월호 참사 국면, 특히 진상규명 국면이 빨리 끝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다. 최종 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서 기만적 특별법이 통과되면 유가족과 세월호 운동 지지자들에게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라, 결과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어라’ 하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이 끝났다는 인식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정권의 국면 전환을 수용하는것처럼 비쳐 동력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애초에 특별법 요구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였다. 검찰과 국회,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야합 과정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해 준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정당할 뿐 아니라 필요한 요구를 포기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일은 안전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통치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 기조를 지켜 원칙 있게 싸우는 것이 의제를 협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윤지상주의) 체제의 비정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일각에선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대중 스스로 진상 규명 운동에 나서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 강제권이 없으면 이 참사에 연루된 사회 상층부 인사들을 강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의도치 않게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는 주장이 될 수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①

박근혜의 반격에 어떻게 맞설까 



박근혜는 10월 내내 불편한 한 달을 보냈다.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의 실체가 며칠에 한 건씩 드러났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정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정권 탄생의 절차적 정통성도 의심받는 판국에, 당선을 위해 급조해 내놨던 각종 복지 공약을 대놓고 파기하다 보니 60퍼센트가 넘던 지지율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박근혜의 답은 부패한 자들로 친정체제를 더 강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검찰총장에 김기춘 라인의 김진태, 감사원장에 김기춘과 동향인 판사 황찬현, 새 복지부 장관에는 국민연금 개악과 의료 민영화에 찬성하는 문형표를 내정했다.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김진태는 부동산 투기, 로펌 고액 수수 의혹이 나왔고, 나머지 둘도 세금 체납과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가히 박근혜의 부름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박근혜는 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도 공안통으로 교체했다. 껄끄러운 수사 라인을 다 쳐내고는 이제 와서 의혹과 문책을 “수사 결과에 맡기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놓고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모순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실제로는 더욱 강성우파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침 10ㆍ30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여세를 이용해 공세를 강화하려고 한다. 재보선에 참패해 기가 죽은 민주당도 ‘이석기법’*에 합의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애초 승패가 뻔한 곳에서 이긴 선거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순 없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힘이 실렸을 때 공세의 고삐를 쥐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탄압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급하게 서둘렀다고 보는 이유다.


박근혜가 공무원노조를 문제 삼자 검찰은 곧바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총체적 우파 공작으로 집권한 정부답게 ‘물귀신’ 작전도 조직적으로 펼친 것이다.


곧이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박근혜가 이런 사법 탄압으로 노리는 목표는 명백하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내핍 강요 본격화를 앞두고 저항의 섟을 죽여 반동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안전을 위해 강성우파식 법질서 통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헌법재판소 구성이 아무리 우파적이라도 노동ㆍ민중 운동에 강력한 기반이 있고 자력으로 국회의원도 만들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행정 절차와 판결만으로 해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진보단체들이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탄압을 지속해도 박근혜가 반동의 본편을 시작하려 할 때가 오히려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절차적 정통성에 불신을 받는 정권이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 즉 고통전가와 내핍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 축적되는 불만에 저항의 불씨를 당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연금 삭감, 고용 ‘유연화’ 등 내핍과 고통전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조직 노동자들의 운동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게 국가 정체성과 헌법에 대한 충성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각종 내핍과 반동 조처들을 변변치 않으나마 ‘국민적 합의’로 포장할 수단, 즉 국회에서의 처리라는 모양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 국가정보원이 유일한 깃털인 줄 알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갈수록 다채로운 깃털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에 이어 행정안전부와 노동부의 대선 개입도 드러났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공작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됐고, 국정원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이 총체적 부패 행위들의 꼭대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통 사람들이 볼 만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원 개입 여부에도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이후 마녀사냥으로 선관위노조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고 사실상 와해시켰다.


이런 의구심들이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가 갈등 끝에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찍어낸 것도 더욱 의문을 증폭시킨다.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미약하나마 진실의 일부를 캐냈던 검찰 수사라인이 정권의 쳐내기로 붕괴한 마당에 특검 요구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박근혜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언급한 것도 이런 특검론을 경계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특검에 대한 바람이 커진 것은 박근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할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했던 박근혜가 특검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특검 요구에 동의하지 않던 정의당은 특검 요구로 선회하며 야당들이 공동으로 특검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안철수와 민주당이 연이어 특검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당과 안철수 쪽은 국정원 개혁 법안도 공동으로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태흠이 안철수의 특검 요구 기자회견을 두고 ‘3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발언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최근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무죄 판결 등을 두고 ‘종북 판사’ 운운했던 자들이다. 또한 특검은 법을 만들어 하는 것이므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 3권 분립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진실을 밝히기는 힘들다. 검찰도 쳐내는 마당에 제대로 된 특별검사를 박근혜가 임명해 줄 리도 없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검이 정치ㆍ경제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헤친 사례가 없다.


국가권력이 동원된 음모와 공작은 국가기구가 분열해 내부 제보자가 생길 때 가장 효과적으로 폭로되곤 한다. 국가기관의 내분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하는 것은 주로 대중운동의 힘이다.


국회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벌이는 운동, 특히 조직 노동운동이 중심이 돼 박근혜 정부와 우파 단결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때만 저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 레프트21 115호.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

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의 추악한 진실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4월 3일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선언)이 바로 그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항쟁이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강행하려고 ‘정권 차원의 사찰과 탄압 기획팀’을 운영한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를 잇는 우파 정권답게 이명박 정부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 등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보안 경찰과 행정 부처를 총동원해 도청ㆍ미행 등을 하며 정권 비판 세력을 감시ㆍ통제ㆍ탄압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인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창화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물이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아예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 “전파: 외부―청와대, 총리실, 경찰청”,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이처럼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들부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재벌 총수, 친야권 고위 인사 사찰은 곁가지인 것이다.

우선 사찰 담당부서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치 시점이 2008년 촛불항쟁이 한창인 7월초라는 것이 운동 탄압과 정부 내부 단속을 주요 업무로 삼은 증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는 점검 1팀의 구성이 노동부와 경찰청 보안수사 담당들로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등이 모두 이 팀의 소행이었다[각주:1].

노동조합 동향을 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원충연과 최영호가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김충곤과 김기현, 이기영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동운동 사찰은 단지 감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검1팀 김기현의 USB에서 나온 파일 중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이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이 보고와 대책 건의 사항 중에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안보


더 직접적인 연관도 찾을 수 있다. “2009년 기타 첩보 보고서(자체)”를 보면,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을 10월 6일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노조 활동과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각주:2]

심지어, 사찰 증거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장진수가 폭로한 통화 녹취록에서는 범죄 은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진수에게 준 돈에 관봉이 남아있었다면, 시중은행 내부 협조자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의 사찰과 ‘후속 처리’는 이처럼 여당 의원들과 행정부처, 사법부가 전방위적으로 총동원된 것이다.[각주:3]

군사독재의 권위적 통치 방식을 계승한 정권답게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 노조를 조종하거나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김제동, 김미화 같은 연예인까지 뒷조사하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등 온갖 공작도 벌였다.


ⓒ사진합성 시사IN 양한모


이런 자들이 ‘모든 정권이 다 하는 짓’이라며 응당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정부의 진보세력 감시ㆍ탄압으로 함께 득을 봤던 박근혜가 ‘나도 사찰 피해자’라며 위선을 떠는 것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만 바라는 의도이고, 또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총선 국면을 이전투구처럼 만들어 [정치 참여에 환멸을 자아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우파가 범죄 피의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물타기하는 것은 용서 못 할 일이고, 당면 투쟁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야 한다.


계급 지배


그러나 이명박의 물타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 동향을 사찰한 기록도 드러났다.

문재인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운동 사찰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사찰한 것이므로 이명박과는 다르다는 방식으로 변명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대체로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의 사찰 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권 모두에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노동운동은 투쟁 표적을 이명박으로 두되, 이명박만이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정권 사이에서 권위주의적 잔재의 차이는 있지만, 1퍼센트 세력의 계급 지배 기구인 국가의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을 동원해 99퍼센트 피억압 계급과 저항 세력을 감시하고 통제ㆍ억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억압적 국가기구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면 99퍼센트 대중의 운동이 체제와 국가의 통치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상으로 감시ㆍ통제ㆍ탄압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경찰청 ‘사직동팀’을 명목상 해체시켰어도, 노동운동 사찰은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노무현과 이명박은 다르다’는 식의 논리는 일면적이고 부차적 진실만을 담고 있다.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로 보아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이 분명한데, 새누리당의 특검으로 시간끌기와 민주통합당처럼 검찰 내 특수본 설치와 진상 규명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사건 폭로 직후 즉각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에 특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상을 요구한 것은 총선 투표를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이번 사건이 1퍼센트의 99퍼센트 저항 운동의 감시와 통제라면, 억압적 국가기구를 마땅히 해체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투쟁 요구를 재정비하자[각주:4]정권 퇴진·처벌 / 사찰기구 해체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검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이 검찰의 총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인 상황에서 검찰에 특수본을 설치해서 수사를 진행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에서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첫째,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만일 이영호가 ‘몸통’이라면, 이명박은 ‘머리통’이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더구나 레임덕과 엄청난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에서 보듯 이명박은 자신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1퍼센트만을 위한 정책을 한가지라도 더 추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범죄 정부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이자는 요구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은 우파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고 정치 지형을 99퍼센트 대중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청와대와 총리실 산하의 각종 소속기구들과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서 등 사찰기구들을 즉각 완전히 해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에서 드러나듯이 이런 사찰기구들의 목적은 진보적 사회운동 등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유지된다면 지금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을 규탄하고 물러나게 하는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을 규합해 이명박 퇴진과 사찰기구 해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진보진영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 이 글은 장호종 기자와 공동으로 써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 바로가기)를 약간 재구성한 것. 


  1. 이밖에도 문제단체 동향 보고, 국립의료원 민영화 관련 동향, 서울대병원노조의 MB 비판 대자보 관련 보고 등이 사찰 목록에 있다. [본문으로]
  2. 당시 뉴라이트 출신인 한나라당 신지호도 국회에서 권 부위원장의 행적을 추궁하고 공격했다. [본문으로]
  3. 합법적인 공직자 감찰이라는 것도 따져 보면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기업 경영진 압박하기’나 ‘4대강 공사 등에서 정부 문제점이 폭로됐을 때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기’ 같은 것이었다. [본문으로]
  4. 현재 비상행동 시국회의가 제기한 요구는, 사찰내역 공개, 대통령 사과와 진상고백, 검찰 수사 강화, 권재진 사퇴, 총선 후 국정조사/청문회 실시 등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