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대응 천명 결의안 발의와 전쟁 선동으로 국내 위기 모면 기도 ― 미치광이 정당 한나라당

국회 결의안 찬성, 국방예산 증가 요구 ― 호전적 본질 드러낸 민주당

침묵과 기권 ―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 올바른 표결 ― 진보 체면 지킨 진보신당


1125일 국회가 채택한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 규탄 결의안’은 매우 호전적이고 반평화적인 결의문이다.(☞ 호전적 대북 강경 대응은 긴장만 더 격화시킬 것이다)[각주:1] 나는 이 표결에서 오직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만 제대로 된 표결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의문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장한다. 사실상 추가 사태 발생시 ‘군사 보복’을 국회가 촉구한 것이다.

북한의 민간인 지구 폭격은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우익들의 호전주의를 지지할 순 없다.[각주:2]  

한반도에 존재하는 군사 긴장의 장기적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대북 압박이 있다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초대형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서해에 보낸다는데, 이것은 중국과 북한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최근 서해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미연합훈련, 이에 편승한 남한의 대북 압박이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낳으면서 항구적인 군사적 긴장 지대가 돼 왔다. 이와 관련해 남북간 긴장 원인의 한 축인 북한한계선(NLL)은 엄밀히 말해 국경으로서 국제법적 근거조차 없다.(☞ 관련 기사)

북방한계선 NLL은 미국 아이젠하위 정부가 이승만의 북진을 막으려고 그어놓은 북쪽으로 더는 올라가지 말라고 한 선이다. 이 선은 한미연합사의 묵인 말고는 국경으로서 어떤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 북한은 1956년부터 NLL을 국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넘어 왔다. 따라서 NLL을 국경으로 여겨 북한이 자기 영토라고 인정하는 곳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북한 선박을 공격하는 행위도 무력도발이긴 마찬가지다. 북한의 민간인 폭격과 남한의 도발적 군사훈련 모두 중단돼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평화’를 내세우며 이명박의 대북 정책 실패를 비난하던 민주당도 이 결의안에 당론으로 찬성했다.

결의안이 열리기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박지원은 “오늘 아침 비교적 우리 민주당의 주장[평화적 해결 노력]이 언론에 잘 보도가 됐다. … 국방위 통과안[최종 채택된 결의안]을 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했으면 좋겠다” 하고 밝혔다.

‘햇볕정책’이나 ‘평화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본질에서는 ‘언론용 선전’에 불과하다는 걸 실토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실천은 ‘안보 무능’론에 바탕한 우익적 의제로 완전히 기울어 있다. 햇볕이나 냉풍이나 나그네 옷 벗기려는 목표는 같은 것 아니겠나.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대표 손학규는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안보에 무능한 정권인지 똑똑히 봤다”고 했고, 박지원은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서해5도 복구 및 국방 강화를 더욱 튼튼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서울시청에서 열려던 ‘청와대 불법사찰 국정조사 요구 및 4대강 사업 반대 국민 집회’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 집회를 시기와 연계해 비난한 것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이었다. ‘안보’ 국면에서 ‘민생과 민주주의’보다 지배계급의 단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셈이다.

게다가 국방예산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대북강경책과 말로는 강력한 안보를 외쳤지만, 정작 국방예산은 증가율이 참여정부보다 줄어들었고 정부의 안보 무능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하고 주장했다.

사실 저들이 자랑처럼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계획이야말로 민주당의 햇볕정책이 진정한 평화 노선이 아니라는 방증일 뿐이다. 이른바 자주국방 노선군사력 대폭 증강 노선이었다. 국방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며 민생 복지 예산을 갉아 먹었다[각주:3].

민주당 정부는 10년 동안 서해에서 두 번이나 사상자를 내는 교전을 치렀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늘 동참해 왔다. 미국의침략전쟁에도 처음부터 파병했다.

민주당은 호전적 본질을 드러내는 와중에도 햇볕정당이란 걸 부각하려고 연평도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특별법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이 법은 군사 긴장을 더 높일 “단호한 대응”과 “국방 예산 증가” 주장과 모순된다. 연평도 주민 다 이사시켜 놓고 맘껏 전투를 하자는 얘기인가.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민주당의 계급적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이들이 안보 정책 강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익은 포장된 지배자들의 이익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로 이득을 얻을 노동계급 대중은 없기 때문이다[각주:4].

그래서 그들이 안보를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 초당적 협력을 하려는 것은 경쟁하는 북한 지배계급과 대결 국면에서 남한 지배계급의 단결을 추구한 것이다.

그 단결의 결과는 당연히 추악하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자들이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세비는 5퍼센트(14224백만 원) 인상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이 호전적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각주:5].

호전적 보수 우파들의 선동으로 조성된 ‘여론’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워 온 한반도 평화 정책과 실천을 스스로 부끄럽게 만드는 결정이다[각주:6].

친북(종북)정당이란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을 거라 짐작하지만(이해가는 면도 있지만), 상황은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이므로 결단을 했어야 한다[각주:7]. 이 표결은 두고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짐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다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도 이런 잘못된 타협에 영향을 준 듯하다.

다행히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우파 미치광이들의 광풍 속에서도 용기있게 결의안 반대 발언을 하고 옳게도 반대표를 던졌다.



※ 이 글을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958
  1. 이 글은 민주당을 주로 다루는 글이다. 링크한 글은 사태에 더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집권당과 우익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링크한 글과 쌍으로 읽어야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다. [본문으로]
  2. 아마리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이 문제의 배경에 깔려 있다고 해도 민간인 폭격은 불가피한 선택이 전혀 아니다. 그 점에서 민간인을 희생양으로 국내외적 위기를 탈피해 보려는 북한 정권의 시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이런 발상 자체가 북한이 국가간 경쟁을 위해 평범한 노동계급을 희생양 삼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방증이다. [본문으로]
  3. 이번 희생자들도 장비 노후화로 사망한 게 아니다. 자주포 고장은 사후 대응에서 문제였던 거지 그 역순이 아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희생자 발생은 그게 무엇이든 군사기술과 장비 탓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탓이다. [본문으로]
  4. 그 점에서 연평도 주민들의 공포와 비극을 보면서도 보복 운운하는 애국주의 광풍은 우스운 광대 놀음이다. 남북 대결은 남북 지배자들끼리의 경쟁일 뿐이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표결에서 왜 찬성하지 않고 기권했는가만 대변인 논평으로 해명했는데, 진보진영에게 왜 반대하지 않았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할 말도 없겠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6. 이날 기권자들 가운데는 ‘규탄 결의안’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송영선 같은 미치광이들이 있다. 이런 자들과 구분되지 않은 표결을 한 일은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7. 결국 북한에 대한 정치적 태도 문제가 올바른 정치적 대응을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드러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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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정규직 의제로 가치 중심 야권 연대를 이루자는 주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도 보듯 비정규직 쟁점은 국민적 의제다. 실태도 매우 심각할 뿐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상당하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는 
1113일 “전태일 열사를 야권연대의 튼튼한 밧줄로 삼아야 한다”며 “야당 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상설협의체를 제안”했다[각주:1].

사실 이는 진보 양당의 지도부가 추진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당장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도 진보 양당은 민주당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려 울산 공장을 방문했다. 민주노동당은 야 4당의 의원 합동 총회를, 진보신당은 야 6당 공동대책기구를 제안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도 23일 민주당 대표 손학규를 만나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 관련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범국민본부’(이하 범국민본부)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각주:2]. 2012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제안이다.

심 전 대표의 “상설”협의체 제안은 6·2 지방선거 이후 주장해 온 ‘연합정치’의 새 버전인 듯도 하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을 지지하며 후보를 사퇴한 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일부를 포함하는 연합정당 건설을 주장해 왔다.

진보신당 대표 선거 불출마 후 대외 활동을 자제하던 심 전 대표는 1117일 민주당의 이른바 486 의원 모임인 ‘진보행동’ 출범식에도 진보정당 인사로서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386세대”란 말 대신 “87세대”라는 표현을 쓰자며 이들과 공통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민주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야권연대를 요구하고 있다 … 진보정당도 과감한 변화를 해야 하고 틀에 안주하는 진보가 아닌 공동의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연합을 구성하자는 주장은 얼핏 진보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안 해결에서든 진보대연합에서든 민주당과 차이를 흐리는 방식의 연대는 비정규직 투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만 잡을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 연대고, 파업 연대다. 이 싸움은 서로 계급을 대표해 싸우는 것이므로 계급연합으론 제대로 된 진지를 구축할 수 없다. 사진은 11월 22일(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장소에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조합원들이 붙인 연대파업 지지 대자보.



무엇보다 민주당 자체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기간제법, 파견법 등 각종 비정규직 양산법을 만든 당사자다.

따라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려는 연합이 되려면 민주당이 최소한 기존의 악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폐지한다는 입장을 가져야 할 텐데, 지금껏 민주당은 이런 악법 도입을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임종석이 ‘진보행동’ 출범식에서 “노동”과 “복지국가”를 중심 가치로 삼아 연합하자고 주장했지만 공문구로 들리는 이유다. 지금 민주당의 누가 딱부러지게 “‘파업’을 지지한다. 정몽구와 기업주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는가. 없다.

현대자동차 투쟁에서 보듯 비정규직 차별의 주범은 바로 대기업들이고, 민주당은 바로 그런 기업주들에게 후원을 받아 활동을 하고 정권을 운영한 정당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 노동부는 현대차 울산공장에 불법 파견 판정을 해놓고도 현대차 사측을 징계하지 않았다. 검찰은 명백한 위법인 불법 파견을 처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1조 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양재동 본사 비밀금고에 보관하다가 구속된 정몽구를 금세 특별사면·복권해 줬다. 

지금 현대차 사측이 대법원 판결마저 거부하는 것은 ‘불법 파견’ 문제가 단사 문제가 아니라 다수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그 속성상 대기업과 우파 언론들의 압력에 동요하다가 배신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지금 현대차 자본에게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법질서 준수’을 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안전할 뿐만 아니라, 그 판결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문제 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야당 아닌가.

그러나 이들 말대로 “대화를 통한 해결” 방법을 믿고 투쟁을 자제했다가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우리 편이 옳고 세력을 늘려 보이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교섭의 성사를 위해 우리 쪽도 투쟁을 자제하라는 압력을 담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각주:3] 그래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도 야5당이니 야4당이니 하는 이름으로 진행될 중재 압력을 경계해야 한다.

얼마 전 KEC 점거 파업 때도 야5당은 민주당 대표 손학규를 앞세워 ‘대화를 통한 해결’을 말하며 중재를 자처했지만,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며 노동자들의 농성 해제를 종용해 결국 승리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KEC 부지회장의 관련 인터뷰)

당시 이 과정에서 손학규를 도와 중재자 구실을 한 홍영표는 이번 현대차 울산공장에도 진보 양당과 공동조사단으로 갔는데, 사실 민주당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라는 중립적 자격으로 간 것일 뿐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노동유연화를 더욱 촉진할 한미FTA 추진 실무를 맡은 바 있다.

그들이 와서 지지한다면 말릴 필요는 없지만, 그들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들을 믿거나 그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걸 도와주면,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노동자투쟁과 진보정치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중재의 이름으로 농성 해제와 교섭을 맞바꾸는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그 점에서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그들과 협력해 중재에 나서는 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중재가 아니라 연대투쟁을 조직하라. 앞서 인용한 심상정 전 대표의 “비정규직 해결 야권 상설 협의체”는 범야권 정치연합 추진에 진보적 당의정을 입히는 구실을 할 뿐이다. 김영훈 위원장의 “제287년 항쟁” 제안도 마찬가지다.

1987년 당시 이른바 ‘민주’ 야당 지도자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양보받자마자 6월항쟁을 멈추자고 했고 7~9월 노동자항쟁은 외면했다. 이들은 진정으로 노동자 투쟁과 함께한 적이 없다.

오히려 되살려야 할 기억은 1997년이다. 그해 1월 민주노총은 대중파업을 벌여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국회의원 1백 명이 막지 못한 김영삼의 날치기를 철회시켰다.

그때 파업 노동자들은 집회에 찾아 온 노동운동 출신 민주당 의원[각주:4]들을 야유하며 쫓아 보냈다. 국회의원들보다 자신들의 집단적 힘을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김영삼의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에 항의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 달 간 대중파업을 벌였다. 매일 파업 노동자들 수만 명은 서울 도심에 모여 집회를 하고 행진을 했다. 당시 한국 정치의 주인공은 이 파업 노동자들이었다. 한 달 동안 9시뉴스는 파업 보도로 시작했다. 결국 김영삼은 아들을 구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국회에서 날치기를 철회했다. 김영삼은 완전한 레임덕이 됐고, 산 권력의 중재를 받지 못한 신한국당은 대선에서 분열했다. 민주노총의 파업이 바꿔놓은 정치지형과 집권여당의 분열, 그리고 경제 위기는 5·16 쿠데타 이후 37년 만에 일당국가에서 벗어나는 배경이 됐다.


※ 이 글을 다듬고 축약한 글이 <레프트21>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953
  1. 전태일 40주기 추도식. [본문으로]
  2. 민주노총은 이를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영훈 위원장의 대회사를 통해 처음 공개 제안했다. 이것이 진보정당들의 비정규직 야권연대 구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본문으로]
  3.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주장은 중재의 목적을 교섭 성사에 둔다. 교섭 결과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교섭 성사를 위해 점거농성을 풀면 막상 교섭에서 사측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카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의 카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고와 징계, 고소고발, 경제적 압박 등. 이것이 어려운 투쟁을 할 때 중재자들이 당장 고마우면서도 위험한 이유다. [본문으로]
  4. 대표적으로 유신 시절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했던 원풍모방노조의 위원장 출신인 방용석이 발언도 못 해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밖에도 더 많은 의원들이 망신을 당했다. 노동자들이 그렇게 했던 배경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당시 국민회의가 말과 달리 노동자들을 위해 진정성 있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능한 야당 대신 스스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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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연합과 통합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누구’와 ‘어떻게’ 연합할 것인지 차이가 드러나다



11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보대연합과 통합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보교수연구자모임(이하 진보교연)이 주최한 정세 토론회가 열렸다.

진보교연 손호철 공동대표와 진보 양당의 지도부가 발제를 하고, 주요 정치ㆍ사회 단체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진보신당은 박용진 부대표가 발제를 했다.

이날 토론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였고, 또 하나는 정당 통합 방식과 전선체 연합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였다.

손호철 진보교연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진보대연합을 주장했다. “빅텐트론은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당 강령에서 선진통상국가를 추구하는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더 능동적인 신자유주의”라며 “FTA 당을 진보로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각주:1].

그러나 손 교수는 민주당과 조건부 선거연합은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야권단일정당론을 비판했으나 민주당을 포함한 선거연합은 찬성했다. 나아가 그는 이 진보대통합에 “국민참여당의 진보파와 창조한국당의 개혁파까지 견인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진보대통합이 잘 이뤄져야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대등한 협상을 통해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부대표는 “대중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증세를 해서라도 복지를 늘리자는 주장이 50퍼센트를 넘었다[각주:2]”며 “사회연대복지국가”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수권을 목표”로 뭉쳐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부대표는 6ㆍ2 지방선거 때 진보신당의 이중 행보를 비판하지 않고 진보대연합의 범위를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가치 통합을 명분으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일부도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각주:3].

토론자들 다수도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분명하게 민주대연합 방식의 선거연합을 지지했다. “진보대통합을 하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고, 좌파 자유주의[각주:4]의 지지까지 받으면 제1야당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중도 자유주의[각주:5]까지 지지를 받으면 공동 집권도 가능하다.”[각주:6] 

계급적 이해관계의 차이는 무시하고 단순히 산술적 계산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혁주의 성향 토론자들이 모두 계급연합 방식의 정치연합론을 수용하거나 여지를 열어 놓았다. 그런데 급진좌파 토론자들의 반응은 각자 달랐다.



급진 좌파

다함께 최일붕 운영위원은 “노동대중의 단결 염원을 받아 안는다는 점에서 진보대연합을 찬성”하지만 “계급연합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친자본주의 자본가계급 정당이다.” 따라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진보대연합이 이들까지 포함하면 “힘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다른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노동자투쟁이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또 가치 중심 연합이란 개념이 연합의 범위와 기준을 모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가치’를 강조한 것은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을 내세우면서 한 것인데, 이런 추상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한 계급 정책과 그에 관한 차이들을 모호하게 만든다.”[각주:7]

이와 달리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의 고민택 씨는 “진보대연합은 우리와 공통점이 없다.”고 밝혔다.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건설하는 것”이므로 자신들은 이 과제에 매진하고, 진보대연합은 하든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사회진보연대 이현대 씨는 진보대연합 논의가 “대중운동의 발전 전략 차원이 아니라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추상적으로는 맞는 지적이지만, 급진좌파가 공조해 진보진영의 단결을 추진하고 민주대연합 노선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입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태도였다.

연합의 방식에선 토론자 중에 다함께 최일붕 운영위원만 분명하게 전선체 방식을 지지했다.

최 운영위원은 “북한 세습 등 합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차이들이 있다. 단일 정당은 이런 차이가 있어도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 오히려 분열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과제들 10~20개, 즉 행동강령에 합의해 연합하고, 각 단체는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방식이 오히려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진보 양당 등 다수는 조직을 합치는 단일정당으로 가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박 부대표는 “차이를 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함께도 차이가 있으면 토론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 아니냐? 이름도 ‘다함께’인데, 차이만 보지 말고 단결하자”고 반론을 폈다.

이에 최 운영위원은 “박 부대표야말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 당원을 민주노동당에서 제명하자고 대의원대회에서 발언까지 한 당사자 아니냐[각주:8]. 그때 심상정 비대위를 지지하면서 탈당까지 했는데, 차이가 있다고 함께 할 수 없냐는 비판은 그대로 박 부대표에게 돌려주겠다[각주:9]”고 반박했다. 박 부대표가 ‘묻지마 단결’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신랄한 반박이었다.


장기하가 리쌍과 함께 부른 노래 가운데 ‘우리 지금 만나’가 있다. 바람 피다 걸려 헤어진 애인에게 만나자고 하는 노래인데, 그 ‘만나’를 ‘맛나’로 바꿔치기한 이 사진을 좋아한다. 맛나니까 만나자는 호소는 위선을 꼬집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후퇴

이날 토론회는 진보대연합 논의의 현실을 잘 보여 주었다. 진보진영의 다수가 진보대연합을 건설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명박의 고통 전가 정책에 맞서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는 대중의 염원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을 진보대연합의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는 견해가 논의의 다수를 차지하며 진보대연합의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들은 민주당이 “좌클릭”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G20 개최에 초당적 협력을 하고 4대강 죽이기도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는다. KEC 파업에 가서는 농성 해제를 종용해 투쟁의 기회를 망쳐 버렸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도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각주:10]

이런 민주당을 ‘진보’라고 포장해 주면서 연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청중 발언에서 <레프트21> 김인식 발행인이 지적한 것처럼 “일정한 정치적 후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당이 아닌 독립적인 좌파 대안을 추구하면서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대연합을 주장하는 쪽이 이런 중요한 차이를 흐리며 ‘묻지마 단결’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진보신당 박 부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정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진보라고 말한 적 없다”며 이견의 존재를 부인했다.

다함께 김하영 씨는 “명백히 의견에 차이가 있는데 없다고 하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 생산적인 논쟁을 하려면 차이가 있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대연합으로 진보진영이 기우는 흐름은 진보진영 다수가 진보대연합을 실용적 관점에서 선거 대응 기구로만 여기는 것과도 관계 있는 듯하다[각주:11].

그러나 진보진영이 민주대연합과 선거적 실용주의로 후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이날 손 교수가 지적했듯이 6ㆍ2 지방선거에서도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선가능한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에게 표를 던졌다.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처럼 전투적인 기층 투쟁도 존재한다. 이 파업은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다.

진보대연합은 이런 투쟁과 지지자들을 단결시키는 과제에 충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온라인 기사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883   각주 형태로 기사 해설을 담았음.
  1. 손 교수는 친노 세력을 친노 대중과 친노 주류, 친노 좌파를 구분하고, 이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대중은 배척하면 안 된다고 했고, 친노 좌파는 이정우 교수 등을 예로 들면서 함께 해 볼 만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본문으로]
  2. 4~5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더 낮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본문으로]
  3. 박 부 대표의 구상은 조승수 현 대표보다는 노회찬 전 대표나 심상정 전 대표의 구상과 유사한데, 민주당을 분열시켜 진보·개혁 블록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러려면 왼쪽에서 강력한 압력이 가야 하는데, 민주당을 분열시킬 정도의 압력은 결국 대중투쟁의 압력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주대연합을 염두에 두는 정책으로 이런 대중투쟁을 촉발하고 조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일부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5. 사실상 민주당 전체와 선거연합을 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6. 손석춘 선생이나 사회당 안효상 대표도 민주당과 선을 긋진 않았다.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발표한 손석춘 씨는 박석운 대표와 거의 다르지 않은 의견이었다. 진보대통합 시민회의도 조건부 (선거)민주대연합을 배제하지않으면서 선 진보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선통합 대상에서 배제했으나, 국민참여당에 관해선 내부 이견이 있다. [본문으로]
  7. 가치 중심의 대통합은 표면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가치보다는 세력의 재구성에 있다. 이 주장에서 가치는 상수기 때문이다.(복지국가, 반신자유주의 등) 민주대연합과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사람들이 가치 중심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가치가 부각되는 것은 좌파 정치가 아직 주변화돼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 유럽에선 급진좌파 정치가 후퇴하면서 가치와 도덕이 정치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는데,(제3의 길이 그렇게 했는데) 한국은 좌파가 정치 영역에서 주변부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아직 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정의가 요구되는 사회는 계급불평등이 극대화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계급투쟁적 좌파 정치가 복원돼야지, 가치와 도덕 담론이 유행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의 담론을 배척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본문으로]
  8. 2008년 2월 임시 대의원대회를 말한다. 이날 심 비대위가 최기영·이정훈 당원 징계 안을 올렸고, 이 안은 격론 끝에 부결됐다. 그때 박용진 씨는 발언권을 얻어 징계를 해서 분당을 막자는 주장을 했다. [본문으로]
  9. 박 부대표 본인이 선도탈당파는 아니었지만, 그러나 선도탈당파보다 한 달 뒤인 2월에 탈당해 4월 총선에 출마해 민주노동당 비난하며 선거운동을 했으니(물론 민주노동당 자주파도 보복으로 같은 선거구에 경쟁자를 출마시켰다-이게 뭔 꼴인가) 결과적으로 선도탈당파와 그닥 다르지 않게 행동한 셈이다. [본문으로]
  10. 새만금 비리나 KBS 수신료 인상도 별 볼 일 없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 준다. KBS는 광고를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해서 그냥 공짜로 수신료만 올린 셈이다. 하는 짓이 늘 이렇다. [본문으로]
  11. 이 점과 관련해 손호철 교수는 토론 말미에서 핵심은 유시민은 우리 대선 후보군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아니냐고 내질렀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진보대연합 문제를 대선 후보 연합 문제로만 한정한 아쉬움은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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