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 군부가 공중 폭격을 준비했다니!

진압 책임자 전두환 일당을 처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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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혁신”이 가리키는 방향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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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과 문재인 정부의 구 여권 비리 수사

‘또 하나의 가족’에서 곤경 치르는 “살모사” 패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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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언주는 의원직을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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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검찰 ‘개혁’을 지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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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의 정치적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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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문재인 내각


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 팀을 재소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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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인사대부분은 노동자 계급이 환영할 것이 못 된다


문재인 정부가 6월 11일 추가 내각 후보자로 발표한 명단을 두고 우파가 “코드 인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가당치도 않다. 국방부장관 후보자인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는 군부의 주류를 이뤄 온 육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구 여권의 호전적 인물들과 다를 게 전혀 없다. 그는 장관 후보 지명 후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놓고 “북괴”라는 표현을 썼다. 요즘은 국방백서에서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데 말이다.

송영무는 NLL(북방한계선) 사수를 강조하면서, 1999년 이른바 제1차 연평해전에서 전투전단장으로 북한에 대승을 거둔 지휘관이었음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심지어 아예 한국군이 사드를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문재인 인사에는 개혁 성향 인물들도 약간 섞여 있다. 교육부장관을 겸하는 사회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나 노동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그렇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아 첫 직선 진보교육감이 된 후 무상급식 등을 실시했다.


그렇다고 해도 다 진짜로 개혁적인 것은 아니다. 안경환은 검찰 출신이 아닌 법무부장관 후보로, 문재인이 민정수석 조국과 함께 검찰 개혁을 맡기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안경환은 국가인권위원장 시절인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촛불 시위 과격 진압에 늑장 대응해 진보진영과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받았다. 6월 말 촛불 집회에서는 인권위 직원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10월에 가서야 인권위의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명박의 인권위 약화 시도가 취임 전부터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안경환이 정권 눈치 보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창국)는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지지하며 파병하려 할 때 전쟁 반대 의견을 공식 채택·발표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인 한나라당까지 인권위를 비난했음은 물론이다. 한때 국가인권위는 스스로 “국가의 왼손”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런 과거를 감안할 때, 안경환의 당시 행동은 전혀 ‘인권스럽지’ 못하다.


안경환은 또한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가] 유신 이후 보인 행적은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그 전에는 그가 시대적으로 맡아서 한 소임이 있었다 … 박근혜로 인해 박정희라는 개인이 상징하는 그 시대의 모든 것이 다 무너진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은경도 환경운동가 출신이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 환경운동 경력보다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을 지낸 경력이 눈에 띈다. 그가 2010년 설립해 대표를 맡아 온 지속가능성센터 ‘지우’의 주요 활동은 진보적 환경운동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속가능 발전과 경영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 담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론처럼 실질적인 사회 변화보다는 정부와 기업 등 기성 체제에 진보적 외피를 씌우는 것으로 비판받아 왔다. 스타벅스가 일부 원료를 공정무역으로 구입해 공정무역 기업 소리를 듣는 것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조대엽은 우파로부터 음주운전 전력을 비판받고 있지만, 이 행위는 매우 사소한 실수여서 문제삼을 게 전혀 못 된다. 더구나 그는 실제로 고려대 출교생들의 항의 투쟁을 지지방문하고 귀가 길에 그 사소한 실수를 범했다.


조대엽이 박근혜의 성과연봉제에는 반대했지만, 그를 친노동 개혁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 “탈계급 민주주의”를 주장해 왔고, “‘노동계급’의 시대에서 ‘노동하는 시민’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가 원장인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대표 과정인 노사정최고지도자과정과 노사관계전문가 과정은 노조 상임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노동부 관료들과 기업의 노무 관리 임직원들이 수강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조대엽의 임무는 문재인이 지난 10일 6월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강조한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이 될 듯하다. 문재인은 그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그 해법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했다. 조대엽은 문재인의 일자리 공약 구상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구상이 참조했다고 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금총액도 줄인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조대엽 후보자 지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듯한 논평을 발표한 것은 성급하다.


문재인 인사 변호론 비판 ― 우파만 의식하지 말고 노동자와 피차별자의 이익도 의식하라

△1917년 러시아 2월 혁명 이후 집권한 자유주의자들은 급진적 노동자들과 반동적 왕당파 사이에서 끼어 좌우로 얻어터졌음을 그린 《만화로 보는 트로츠키》(책벌레)의 한 장면.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민중 운동과 자본가·친제국주의자들 사이에서 압착될 상황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가장 온건파들은 자유한국당 등 우파가 문재인 내각 후보자들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문재인의 인사를 변호하고 있다. 진보·좌파 지식인들이 김상조 임명을 위해 서명한 것이 대표 사례일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조대엽에게 기대감을 공식 표명했다. 여성운동 대부분은 반기문 지지자 강경화의 임명을 지지하고 있다.


문재인 인사를 변호하는 진보진영 온건파들은 대체로 구 여권인 자유당과 조중동 등 우파가 이들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우파가 반대하므로, 반(反) 우파 진영은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영 논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첫째, 그들은 진보·좌파가 방어할 수 없는 것들을 방어하려고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냐며 말이다. 강경화의 딸 위장 전입은 평범한 노동자와 민중은 언감생심인 특혜와 특권 문제이다. 그래서 강경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촛불의 요구인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입장도 분명치 않다.


김상조의 경우, 자기 논문 표절 의혹이야 아예 쟁점도 되지 못한다(좌파가 저작소유권 논리를 우파와 공유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러나 김상조의 재벌 개혁론이 전혀 노동계급 친화적이지도 시장 규제적이지도 않은데도 진보·좌파가 그를 편들 이유는 없다.[관련 기사: 김상조를 지지하지 않으면 재벌을 지지하는 셈인가?진보·좌파 학자들의 ‘김상조 일병 구하기’(개정판)]

우파가 무엇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 무엇이 자동으로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가령 노무현이 박근혜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은 꼼수라며 결사 반대했다. 그렇다고 진보·좌파가 대연정 제안에 찬성했어야 하나?


어떤 이는 2004년 초,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탄핵 때를 기억해야 한다며 우파의 최근 문재인 인사 반대가 당시의 반동과 비슷한 것인 양 혼동을 드러낸다. 완전히 추상적인 비교일 뿐이다.


2003년 내내 노무현 정부는 여당 의석수가 1백 석도 안 돼 공식정치에서는 세력이 약한 정부였다. 그런데도 우파는 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대중의 개혁 염원이 커지는 과정을 중단시키려고 했다. 문제는 노무현이 취약한 입지를 극복하려고 우파에게 구애하다가 우파의 지지도 못 받고 지지층만 떨어져 나가게 한 것이었다. 우파는 당시의 민주당과 함께 이것을 기회 삼아 국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노무현을 국회에서 탄핵했다.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대중이 퇴진까지는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반동적 우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거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반동적 결과를 낳을 것이었다. 그때 노무현 탄핵이 성공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앞당겨서 2004년부터 등장했을 것이다.


대중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봤기에 즉각적으로 대중적인 탄핵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탄핵 반대 여론(70~80퍼센트)은 당시 노무현 지지율의 갑절이었다.


지금의 정치 지형이 그런 상황인가? 문재인 정부는 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성공을 거둔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이 운동은 정치 지형을 (급격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좌경화시켰고, 역대 최대 표차로 문재인이 대선 1위를 하는 상황에서도 진보정당 후보(정의당 심상정)가 최초로 2백만 표 넘게 득표했다. 반면, 우파는 사분오열하고 절대 득표도 추락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높고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문재인 인사 문제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세력 관계를 따지지도 않고 노무현 탄핵 경험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기억상실증이다. 좌파라면 여론조사나 온라인 댓글들에 휘둘리지 말고, 우파의 위선을 폭로하면서도 친민주당계 언론들이 잘 보도하지 않는 반노동계급적·반민중적·친제국주의적 측면들을 보도해야 한다. 이낙연의 전두환 찬양 보도가 결코 민정당 사무총장의 발언 인용 보도만 있는 게 아닌데도, 그 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가짜 뉴스” 취급한 부정직함도 비판해야 한다.


특히, 좌파라면 친민주당계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개혁성”이라고 포장하는 것이 노동계급 친화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과 착취율을 높이려는 개혁(부르주아적 개혁)에 불과하다는 점을 노동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릴 책임과 의무가 있다.


좌파가 할 일은 자유주의적 개혁을 변호하는 게 아니라, 경제 위기 때문에 결국 다가올 공격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의 의식과 투쟁성을 강화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덧붙여, 그런 폭로와 비판이 반드시 우파를 이롭게 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이 그 자리를 ‘진보 인사’로 불리기에 합당한 인물로 대체하면 된다. 선택의 문제다. 


따라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없고 불충분한 개혁 행보에 있는 것이지, 좌파의 원칙적인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가 김상곤 비판은 자제하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하지만 그의 정책과 행동이 개혁 염원 대중의 기대에 못 미치고, 진보·좌파의 가치에 미흡하면 그때는 가차없이 폭로와 비판을 할 것이다.)


부패가 여야 간 정도의 차이일 뿐임을 인정한 김진표 

문재인 정부의 정권 인수위 노릇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 김진표는 6월 11일 “꽤 괜찮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우리 사회에서 매도되는 현상”을 극복하자면서 인사청문회 이원화 방안을 제안했다. 정책 검증은 공개적으로 하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처음부터 꼬이는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스스로 개혁 인사로 꼽은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헌법재판소장) 등의 임명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강경화 임명에는 자유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반대하고 나섰고 국회 인준 절차를 겨우 통과한 국무총리 이낙연도 곤란을 겪었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미 공약 사항인 ‘인사원칙 5대 기준’을 하향 수정했다.

추가 내각 인선에서도 국방부장관 후보자 송영무의 위장 전입 등을 선제 공개해야 했다. 11일에 발표한 명단은 ‘탕평’과 함께 ‘개혁’ 인사 색채를 부각했는데도 그랬다.

사실 인사청문회 이원화를 위한 법 개정안은 이미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 내놓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자들마다 비리 사실이 너무 많아 청문회도 가기 전에 총리, 장관 후보들이 낙마하는 곤경을 겪어야 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불거지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김병준을 제외해도 박근혜 정부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6명 중 3명이 부패·비리 문제로 청문회도 못해 보고 후보자를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던 윤상현은 인사청문회 이원화를 주장하며 현 청문회 제도가 “정치공세, 망신주기[나 하는] … 구태 정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공개 청문회를 통한 꼼꼼한 검증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반대했다.

이런 전례를 봤을 때, 김진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가 내포하는 위선과 난처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깨끗한 (자유주의자) 인재 풀도 새누리당 때와 정도의 차이만 있다는 점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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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 드러난 문재인 정부 한 달대중의 개혁 염원에 못 미치다


부패 의혹 검증 때문에 정권 초 (인수위 과정이 없기에 더욱) 신속해야 할 내각 임명이 늦춰진다는 불평 때문에 문재인은 공약인 소위 5대 인사 원칙을 삭감해야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보실 제1차장으로 내정됐던 김기정을 추문을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시켜야 했다.

강경화는 “공직자로서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딸을 이화여고에 진학시키려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이 사실은 문제가 특권층의 부패 문제임을 보여 준다. 이화여고는 아마 고위층 자녀들을 유치해 학교 위상 등을 높이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강경화 ⓒ사진 제공 원명국

물론 부패로 말할 것 같으면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새누리당 계승 정당들과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이 딴지를 거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불과 한 달 전에 그들 중 다수는 돼지 발정제로 강간을 공모한 작자를 편들며 대통령으로 뽑자고 했던 자들이다. 그들 대부분이 바로 부패 때문에 집권 여당의 지위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야반도주하듯이 도망나온 자들이다. 한때 “아우라가 1백 개의 형광등이 켜진 것 같다”며 박근혜에게 듣기에도 민망한 아부를 떨다가 그가 권력 투쟁에 밀리자 폭로 보도로 돌아선 것도 그들이다. 이런 자들이 “민주공화국”의 국회의원과 공공 언론이라고 하는 건 너무나 역겨운 일이다.

따라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구 여권의 악취나는 위선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파의 방해가 이 정부의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다. 촛불 덕분에 집권한 정부가 가장 추진력이 있을 때인 정권 초에 촛불의 기대에 못 미치는 행태들을 슬금슬금 시작하는 것을 진보·좌파는 비판할 자격이 있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두드러진 노무현 정부 시즌2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를 보면 정말로 노무현 정부 시즌2 냄새가 난다. 특히, 한국 지배자들의 위기감이 큰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그런 듯하다.

경제 분야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 정책의 얼개를 세우고 주도했던 관료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경제부총리, 청와대(총무비서관),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장) 등은 노무현 정부에서 나란히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친 박봉흠·변양균의 경제기획원 라인들이다.

외교·안보 라인도 그렇다. 외교부장관 후보자 강경화는 김대중·노무현 시절 외교부에서 중용됐고, 노무현 정부가 당시 외교부장관 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 도전을 지원할 때, 외교부 간부로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후 반기문이 사무총장이 된 유엔으로 아예 자리를 옮겼다.

선택

유임된 외교부 제1차관 임성남, 새로 임명된 국방부 차관 서주석 등이 모두 노무현(과 문재인) 시절 청와대를 거쳤고, 서주석과 국민안전처 차관 류희인은 대통령 자문 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실무진이기도 했다.

이런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노선과 기조가 노무현 정부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즉, “자주”라는 포장지를 입힌 친제국주의, 복지와 친노동의 냄새는 피우지만 결국 기업주들을 위한 경제·노동 정책들 말이다. 노무현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지원 파병, 연금 개악, 비정규직 확대를 고착화한 법 개악, 한미FTA 추진 등을 민족주의적 언사와 모호한 진보적 미사여구와 함께 추진했다.

특히, 한미FTA의 전격적 추진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 지지에 올인하는 듯한) 온건 진보파들도 정권에 등돌리고 격하게 저항하게 만든 일이었다. 한미FTA는 대미 종속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 경제의 확대를 통한 국내 산업과 일자리의 친기업적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었다.

노무현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이런 선택을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화했다.(선택과 불가피성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는 그때 심지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노무현은 대연정 제안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충정”이라고 변명했으나, 그 ‘진정성’은 좌우의 모두에게 의심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지역주의 타파를 중시한 것은 여당의 재보선 참패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은 배신당한 지지층의 실망과 환멸이 낳은 결과였다. 오히려 문재인이 2006년 부산에서 “노무현 정부는 부산 정권”이라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노동자·민중은 자신의 삶이 지역주의 때문에 악화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노무현은 정권 초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여당을 만들려다가 첫해를 까 먹고는 또다시 집권 여당을 강화하려는 꼼수로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이번에는 더 큰 이반과 환멸에 직면했다.

이런 배신적인 선택의 결과로 자신감이 증대한 기업주들과 우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더해 노무현의 배신이 낳은 정치적 환멸이 이명박 정부, 더 길게는 새누리당 정권 9년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민주당 표 “개혁”의 상한선

민주적으로 선출된 최초의 ‘흙수저’ 대통령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노무현 정부의 존재가 지배계급의 차선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은 노무현과 민주당의 확고한 친자본주의적 성격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비록 지배계급의 전통적인 제1 선호 정당은 아니지만(그것은 단연 새누리당이었다), 제2 선호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도 필요하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가이드라인 삼아 충실히 따르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것에 늘 그 스스로 큰 두려움을 느꼈다. 가령 노무현은 퇴임 직후인 2008년 이명박에 반대한 촛불운동에 정권 퇴진은 지나친 요구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 점은 새누리당 정권을 중도 퇴진시킨 대중 운동 덕분에 운동의 후미 부위인 문재인과 민주당이 집권한 일과 관련해 꽤 시사적이다. 대중 운동의 뒷받침을 받아 집권했다는 사실은 정권 초기에 개혁 동력일 수도 있지만, 지배계급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는 압력과 충돌한다. 바로 이런 모순 때문에 문재인의 행보도 결국 어떤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의 실체가 드러나는 안보 문제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에 관한 허위 보고 색출 소동은 결국 국방부 정책실장이던 중장 위승호를 육군으로 돌려보내는 미봉책으로 끝났다. 이것도 위에서 말한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 청와대 안보실장 정의용은 사드 배치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미국 정부에 약속했고, 우파가 반발하는 사드 배치 관련 환경영향평가도 이미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가 계속 가동되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사드 배치는 한국 지배자들이 안보 위기를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돌파하겠다는 생각에서 강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파는 역사적으로 미국이 해 주던 구실을 중국이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미국이 한국을 핵심 동맹의 지위로 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박근혜가 탄핵돼 수감돼 있는 와중에도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가 진행됐던 것이다.

문재인의 “전략적 모호성” 발언 등은 지배계급 다수의 이해관계와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강경화가 청문회에서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가간 합의는 지키는 것이 국제 사회의 관행이라는 말도 덧붙여 모호하게 답변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모순적인 문재인 ‘애국 통합론’을 그냥 받아들이면 노동운동에 족쇄가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애국으로 좌우 통합?

문재인은 진보든 보수든 모두 “애국”의 반열에 올려 한국의 “이념 갈등”, “증오와 대립”, “세대 갈등”을 끝내고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자]”고 한다.

같은 날 오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정권 인수위 구실을 대신하는 기구)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비전 키워드로 ‘정의’와 ‘통합’을 설정하고, 조만간 그에 맞는 5대 목표를 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날카로운 갈등 속에 집권한 정부가 집권 초에 “국민 통합”을 강조한다. 새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적·국민적 단결을 하자는 것인데, 사실상 새 정부를 전폭 지지해 달라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초기 공약 집행에 힘을 실어 주기도 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표방하기 때문에, 지지층의 지지를 받은 정책을 일방으로 실행해선 안 된다는 자기제한성도 함축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처럼 강력한 대중 운동의 (썩 흡족하지 않은) 결과물로 등장한 정부의 ‘통합’론은 개혁(적폐 청산)이 그다지 날을 세우지 않을 것임을 구 여권에게 안심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럼에도 정권의 정당성 문제 때문에 적폐 청산과 정의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통합론은 과거 박근혜가 대선과 정권 초에 내세운 “1백 퍼센트 국민 대통합”과 다르다. 박근혜는 반대자들의 입을 틀어막고서 자기 정부 뜻대로 하는 걸 “국민 대통합”이라고 우겼다. 그래서 주류 언론을 장악해 비판 목소리가 안 나오게 하고 민주적 권리를 무시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반발을 억눌렀다. “1백 퍼센트 통합”은 권위주의적 사고의 발로였다. 당시 유행한 “1 vs. 99” 담론에 대항해 우파가 반박으로 내놓은 슬로건이었던 셈이다.

“1 vs. 99” 슬로건은 미국 뉴욕 등지에서 벌어진 광장 점거 운동에서 유행해 한국에서도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사회가 부와 권력에서 1퍼센트 특권층과 99퍼센트 민중으로 구분돼 있다며 이런 불평등에 맞선 투쟁을 호소했다. “1 vs. 99”는 포퓰리즘(피억압 민중의 계급 동맹)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계급 특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서도 “1 vs. 99” 구호는 거듭 인용됐다. 퇴진 운동에 참가한 대중이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크게 분노해 있다는 징표였다.

촛불 계승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은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정치의 기조에 반영해야 한다. 박근혜는 정권 반대파를 “반(反) 대한민국 세력”으로 취급했다.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 노동자들 모두 “애국자”라고 포용하자고 한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도 한다. 박근혜식 통치가 오히려 국민 분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이런 (포퓰리즘적) 언행은 ‘국가 발전(경제·안보 등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한 계급 화해’라는 통치 기조의 일단을 보여 준다. 박근혜의 대결적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방식으로 화해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 형식을 통해 노동계급에게 고통 분담(사실은 고통 전담)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포용의 형식을 띤 배제의 협박이다.

이는 친민주당계 지식인들이 특권층의 범주에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포함시키는 식으로 “정의”와 “불평등”을 말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 대표격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이다. 사실상 조직 노동계급이 임금 등의 조건을 양보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계급 통합이 실제로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담론 상으로도 그렇다. 한국전쟁의 “호국 용사”들의 행위가 애국이면, 그들에게 짓밟힌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 애국이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첫 선거였던 남한 단독 선거에 반대한 제주 4·3 항쟁의 정당성은 어떻게 인정될 수 있을까? 백남기 농민을 살인 진압한 경찰의 “애국”과 박근혜를 몰아내 나라를 바로잡자고 생각한 사람들의 “애국”은 공존할 수 있을까? 경제 위기 고통 분담을 명분으로 내세운 사회적 합의 강요를 노동자들이 거부하면 그것은 “비애국”일까?

‘국민 통합’은 “계급 화해”를 강요한다. 그러나 이병철과 전태일을 하나로 묶는 “국민”은 부와 권력의 불평등 때문에 일상적으로 분열해 있다. 적대적 계급 관계는 잠시 봉합되거나 폭력으로 그 갈등이 억제될 순 있어도 영구 화해하거나 통합될 수 없다. 그러니 계급 화해는 봉합과 억제를 일시적으로 뜻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서구의 복지국가 체제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장기 호황이 끝나고 1970년대 중엽 이후 위기로 가면서 지속적으로 해체와 공격의 대상이 돼 왔다. 바로 그런 시스템을 만든 한 당사자인 정부와 기업주들, 공식 정치를 지배하는 정당들에 의해서 말이다.)

실용주의자들에게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와 문재인 모두 “애국 vs 비애국”을 포용과 배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애국”은 평범한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국가와 체제에 ‘희생으로’ 충성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선 수백만 노동계급 대중이 바란 적폐 청산은 지배계급의 기득권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사실상 (약간일지라도) 계급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 통합”(“계급 화해”)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다. 자신의 계급 기반에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하고 참여(케 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뿐 아니라 파업권을 제약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두 정부에게는 지배계급을 위한 산업(노사관계) 평화와 ‘팍스아메리카나’라는 목적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에게 적폐 청산은 새누리당을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그 당과 대립하는 당에 투표하는 것) 이상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통합’은 퇴진 운동에서 분출된 박근혜 정권 청산(“적폐 청산”) 염원에 미칠 수가 없다. 아무리 촛불 혁명 계승 정부, 6월 항쟁 계승 세력을 자처하며 자신들을 포장해도 그 과제는 일관되게 구현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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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인사적폐청산 공약과 거리가 먼 인사


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개혁적’이라고 호평을 받은 인사들조차 특권형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재인은 대선 운동 기간에 ‘인사 배제 5대 기준(원칙)’으로 “논문표절·부동산투기·세금탈루·병역면탈·위장전입”을 제시하며 이를 저지른 인물은 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개혁 인사’라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상조, 외교부장관 후보자 강경화, “탕평 인사” 성격이었던 국무총리 후보자 이낙연 등이 모두 위장 전입 문제에 걸렸다.

이들이 받는 의혹은 모두 특권층형 부패 의혹이다 왼쪽부터 강경화, 김상조, 이낙연

물론 위장 전입을 불법으로 규정한 주민등록법은 국가 통제적 법이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해 볼 일이다. 하지만, 김상조와 강경화의 경우는 모두 자녀의 명문 학교 배정을 위한 특권형 위장 전입으로 보인다.

이낙연은 위장 전입 외에 뇌물 입법 의혹, 처(妻)의 그림 강매 의혹 등이 제기됐다.

강경화는 해명도 거짓이었다. 애초에 친척집으로 위장 전입했다고 했으나, 실제 위장 전입 주소지는 딸의 입학을 목표로 한 이화여고(강경화의 모교)의 재단 소유 아파트였다.

김상조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탈세를 위한 부동산 거래 허위 신고(다운계약서) 신고 의혹, 처(妻)의 부정 취업 의혹 등 다른 특혜 의혹도 번졌다. 재벌 개혁을 천명한 탓에 기업주들이 채근하는 ‘검증’ 시도가 혹독할 것임을 이해하더라도, 의혹의 성격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고 해명도 부실하다.

국가정보원장 후보 서훈은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스스로도 “반민주 악법”으로 규정했던 테러방지법을 “[현행 법이므로 국정원이]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문재인의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 폐지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와 관련된 수집 활동만 폐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조차도 국정원의 국내 대공수사권(사실상 국가보안법 수사) 폐지에는 반대했다. 그는 민주적 권리를 위협할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에도 긍정적이다.

사실상 새누리당 정권 9년의 국정원 적폐에서 무엇이 청산되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서훈이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 중 맨 먼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주류 언론들이 예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청와대의 반부패비서관실 이인걸 임명도 문제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측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노조 파괴 공작 박형철을 비롯해 반개혁적 인물들이 집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인사의 부패 행위들이나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진보진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미디어 오늘>은 <한겨레>의 이낙연 의혹 추가 취재가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취재 내용은 이낙연이 부패한 결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노인회의 간부에게 의료 사업도 지원했다는 의혹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들에 침묵할 뿐 아니라 심지어 덕담하기에 바쁜 일부 진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수년 전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자성과 전투성에 해를 끼쳤던 “전략적 야권연대”가 “전략적 여권연대”로 변신해 등장한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문재인 정부는 진보·좌파, 노동운동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동맹에 충성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출신자들은 입 닥쳐라

조중동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이낙연 총리 후보 등의 인준에 반대한다. 부패한 후보들이라는 것이다. 개도 웃을 일이다. 총체적 부패로 여당 지위를 뺏긴 지 겨우 두 달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내각 임명 당시를 돌아보면, 위장 전입은 기본이고 부동산 투기, 전관 예우 특혜, 탈세 등 “걸레 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자체 공금으로 향응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때는 총리 후보인 한승수와 환경부 장관 후보 박은경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복지부 김성이는 공금 유용 의혹, 통일부 남주홍은 부당공제 의혹이 터져나왔다.

해명도 뻔뻔했다. 박은경은 청문회에서 땅 투기 의혹에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고 했다. 결국 고려대 총장 시절부터 오물 덩어리였던 교육부장관 후보자 어윤대와 박은경, 남주홍 등이 임명 전에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도 못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낙마자가 너무 많아 인수위를 두 달 넘게 하고도 취임 한 달 후까지 내각 회의를 열 수가 없었다. 박근혜는 정권 4년 동안 총리를 3명밖에 기용하지 않았는데, 인사청문회를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관 예우 특혜, 탈세, 직위 이용 축재 등 이유도 전형적인 특권층형 부패였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은 CIA 요원(첩자) 의혹을 받고 낙마했다. 이때는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수 여당이었는데도 내각 임명이 뜻대로 안 된 것을 봐도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초대 총리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는 모양새로 물러났으나, 후임자가 낙마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완구는 성완종 리스트로 두 달 만에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에 진보 쪽 비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이런 썩어빠진 정권 출신자들이 정의의 대변인인 양 떠드는 가소로운 꼴을 보게 된다.


전두환 미화·찬양 이낙연은 총리 자격 없다

현직 전남도지사인 이낙연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우파와도 우호적으로 지내 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정부 때 중용됐다.

김대중 정부 때 민주당에 영입돼 국회의원이 됐고, 이후에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을 지냈다. 민주당이 쪼개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리될 때 민주당에 남았지만, 노무현 국회 탄핵에는 반대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무기명 투표).

호남 배려와 중도 성향, 노무현과의 인연으로 총리 후보가 됐다. 하지만 부패 의혹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두 차례나 발의했다. 그 기간에 대한노인회 간부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도 풀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낙연이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을 미화·찬양하는 보도들을 한 것이다. 하나만 예로 들자. 1981년 2월 5일 한미정상회담 등 전두환의 해외 순방을 평가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한미 관계의 정상 회복 선언 자체가 큰 결실 … [우방] 국가들이 그동안 한국에 대해 보여왔던 굴절된 태도들은 이제 적어도 침묵되거나 아니면 선회하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굴절된 태도”는 전두환이 쿠데타와 광주항쟁 진압이라는 위험을 무릅썼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두환 정부를 곧바로 한국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 강대국들의 위선이고, 금세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런 제스처 동참을 “전통 우방의 대한(對韓) 태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할 일인가?

△언론인이 대량 해직될 때, 자리를 지키며 출세길을 열려고 한 이낙연의 전두환 미화·찬양 기사(1981.2.5)와 광주항쟁 당시 〈전남매일〉 기자들의 항의 선언문(1980.5.20)(사진의 비석은 광주의 광주항쟁 기념 묘역에 있다.)

또한 이런 “전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전 대통령의 방미가 대외적으로 얻은 수확들이 국내에 투영했을 때 그 결과는 승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보면 전 대통령 방미의 결산은 대외 계정보다 오히려 대내 계정에 더 큰 수치를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생업이 즐거워졌다」는 일부 성급한 보도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이 같은 계산 방식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체제 동포의 모국 방문을 보장하겠다”, “나는 군사 정부에 명백히 반대하는 사람이다” 등 재미교포들 앞에서 전두환이 내뱉은 흰소리들도 미화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 재미 교민들이 모국에 대해 갖고 있는 거리를 좁혀 「민족 대화합」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주류 언론들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파 언론과 친민주당 포퓰리즘 언론들이 모두 나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실을 외면하는 듯하다. 오히려 일부 언론과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를 찾아내어 따지는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 이낙연의 이런 경력은 거대한 촛불 운동 뒤에 등장한 정부의 첫 총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인물을 호남 총리라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5월 광주 정신에 대한 모독이다.


공약 뒤집기

주요 인선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문재인의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자, 26일 비서실장 임종석이 사과했다.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29일 문재인도 “양해를 당부[했다.]”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 … [물론]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 될 것 …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말 모두 개혁적 공약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함축한다. 그래서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해 시간이 부족했다는 문재인의 해명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급히 마련한 새 인사 기준은 가령 위장 전입과 관련해 이렇다.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는 위장 전입자를 후보자에서 원천 배제한다. 그 이전은 부동산 투기 건만 배제한다. 문제가 된 딱 세 명을 구제하는 내용이다. 세 명 모두 2005년 이전 건이고 자녀 교육 목적이었다. 애초 위장 전입이 주민등록법 위반 문제라면, 2005년 7월이 기준이 될 논리적 근거가 없다. 일반인들은 위장 전입이 들통나면 지금도 처벌받는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이런 약점들은 이 당의 기반이 구 여권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제1선호 정당인 구 여권에 비해 제2선호 정당이므로, 정도는 좀 덜해도 지배계급의 부패한 네트워크 속에 포함된 인물들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의 표를 얻으려고 낸 포퓰리즘적 공약들도 ‘국정 운영은 다르다’며 뒤집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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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개혁 ‘선물’을 기다리지 말자


5월 23일 아침 박근혜가 수갑을 차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는 장면을 보고 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통쾌해 했을 것이다.

△마침내 수갑 차고 재판에 나온 박근혜. ⓒ사진 노동자연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현 정부는 민중이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구속시킨 결과로 등장한 정부인 것이다. 이는 문재인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민중의 자신감과 열망은 그에게 부담스런 압력이기도 하고, 잘만 수렴하면 공식 정치 내 경쟁자들을 제압할 동력일 수도 있다. 이 둘 사이에서 문재인은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은 일단 취임 2주 만에 세월호 참사 재조사, 국정교과서 폐지, 4대강 사업 정책감사 등을 지시했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을 서울지검장으로 기용하고,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추가로 밝히고 왜곡을 차단하겠다고 하고, 아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권 9년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기치로 대중의 열기를 정권의 동력으로 수렴하려는 것이다.


이런 조처들 덕분에 문재인의 초기 국정수행 지지율은 80퍼센트가 넘어 역대 정권 중 상위권에 속한다.(1987년 이후 취임 초 지지율이 가장 낮은 건 당연히 박근혜였다.)


그런데 높은 기대치는 정권 초기에 민중이 다양한 개혁 요구들을 저마다 내놓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참가자의 다수가 미조직 노동자들이었고, 운동을 이끈 주요한 축이 노동운동 지도자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경제·안보 위기에 처한 한국 자본주의를 더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박근혜가 대내외적으로 떨어뜨린 국가적 위신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가령 윤석열의 서울지검장 기용은 박근혜 게이트 수사와 재판 때문인데, 이 문제는 지배자들의 위신과 관련 있을 뿐 아니라, 정권의 입지와 더 관계 있다.


계급 문제

노동계급에게 박근혜 적폐 청산은 그 이상을 뜻한다. 그런데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철회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마자, 문재인 청와대는 그럴 계획을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국무총리 내정자인 이낙연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러나 법학자이기도 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노동부의 행정처분만 취소하면 될 일이므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 인정은 대단한 개혁도 아니고 소위 ‘시민권 회복’에 관한 것이다. 전교조는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 요구를 하고서 해직 등 징계 위협에 맞서 싸워 왔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박근혜 촛불의 알맹이인데, 새 정부 아래서 단순한 기본권 회복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언급했던 문재인이 일본에 특사로 보낸 문희상은 위안부 합의 해결의 “제3의 길”을 언급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민주당의 10대 공약에서는 ‘재협상’이라고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홍석현 등을 통해 한미동맹을 기본 기조로 천명한 이상, 일본과의 선린 관계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미동맹의 연장선이 동북아의 한미일 동맹이기 때문이다.


불법적 노조 탄압을 자행한 사측의 대리인을 한 박형철을 반(反)부패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와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적폐 청산’(부패 척결 또는 사회 정의)의 정치·사회적 의미가 다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지지자들이 노동운동과 그와 연계된 좌파들에게 신경질적 공격을 퍼붓는 것은 이런 문재인 개혁의 (본질적) 성격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대중의 합격점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기보다는 합격선을 낮춰 버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개혁을 대하는 태도는 개혁의 양적 차이나 시간에 대한 인내심 문제가 아니라, 목표와 지향의 차이 문제다. 그리고 계급 문제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개혁을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고 힘을 발휘해 행동해야 한다. ⓒ사진 조승진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적 개혁

5월 21일 발표된 경제·외교 인사도 문재인 개혁의 성격을 보여 주는 듯하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한겨레〉 비판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인사의 약점을 거론하는 주류 언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경제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이 아무리 ‘흙수저’ 출신이라 해도 그가 한 행적들을 노동계급 운동이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


그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의 지휘 아래 참여한 ‘비전 2030’ 문서는 개방형 선진통상국가를 지향하며 선제적 FTA 체결을 핵심 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그 결과는 약화될 대로 약화된 노무현 정부의 남은 지지층마저 등돌리게 만든 한미FTA 추진이었다. ‘비전 2030’은 한미FTA 추진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대화와 토론을 중시했다는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를 전격적으로 추진했고, 그에 대한 저항에는 물대포로 답했다. 나중에 문재인은 자서전에서 그때 등용한 김현종을 참여정부가 발탁한 고급 인재라고 칭찬했다.


이 ‘비전2030’ 문서의 50대 핵심 과제에는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악, 박근혜 정부가 실행한 공무원연금 개악 계획도 담겨 있다. 이는 이 문서를 주도한 ‘변양균 라인’의 관료들이 전통적으로 국가 예산을 다뤄 온 이른바 ‘경제기획원’ 출신인 점과 관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라인의 주요 관료들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경제 부처 요직에 배치된 것이다(경제부총리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 이정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의 소액주주 운동도 결국 기업 경영이 주주들의 이익에 맞춰지고 감시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20년 동안 주주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당해 온 노동자들에게는 뭐가 개혁인지 모를 인사로 썩 반기기 힘든 것이다. 그는 고려대 경영대 학장 시절에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두 배 올려야 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결국 학생들의 항의로 말을 거둬들였다.)


비겁한 거짓말, ‘친노 왕따론’

그동안 민주당과 유시민, 문재인 등 친노 정치인들은 우파의 압력뿐 아니라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의 투쟁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스스로 자초했다. 노무현 정부에 좌우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던 그 때에, 노무현 정부는 의식적으로 우파와 기업주들과 한편이 되기로 선택했다.


가령 2004년 노무현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의해 국회에서 탄핵됐을 때, 탄핵 반대 여론은 노무현의 지지율보다 훨씬 높았다. 〈노동자 연대〉 같은 급진 좌파도 탄핵을 우파의 반동 공세로 보아 탄핵에 단호히 반대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이 실패하자, 더 분명히 우경화했다. 그해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강행하고,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악안을 마련했으며, 비정규직 관련 법 개악, 평택 미군기지 합의 등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노무현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고, 2006년 한미FTA 추진, 국민연금 개악, 비정규직 개악 입법 등을 끝내 추진했다. 바로 이런 노무현 자신의 선택 때문에 대선자금 차떼기 수사와 탄핵 역풍으로 찌그러졌던 우파가 사기와 지지를 회복한 것이다.


즉, 좌파가 우파와 함께 노무현 정부를 왕따시킨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기업주·우파와 손잡고 노동계급 대중을 공격한 것이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지지층이 정권에 등을 돌리고 그 중 일부가 저항에 나선 것이다. 또한 같은 이유로 다수가 2007년 대선에서 투표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환멸로 2007년 대선은 1987년 이후 대선 투표율이 가장 낮은 해였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대량 해고 위협에 처해 저항에 나선 이랜드 노동자들 ⓒ사진 노동자 연대

노무현 정부의 의식적 선택으로 자신감이 오른 우파와 기업주들은 정부에 더 많은 우경화를 재촉했다. 노무현 정부가 이에 타협할수록 지지자의 이반과 왼쪽에서의 반감은 더 강경해졌다. 오죽하면, 이명박 집권 초기 ‘노명박’이라는 평가까지 나왔겠는가.(이런 강경함은 이명박의 우익적 정책에 맞서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세력, 자유주의 야당이 연합해야 한다는 포퓰리즘 전략(전략적 “야권연대”)이 유행하면서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과거를 반복할까 봐 하는 걱정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최근 〈시사인〉 천관율 기자의 기사다.(“‘새 시대의 첫차’가 출발했다”, 505호, 5월 18일)


그는 이 기사에서 우파의 “적폐 청산이냐, 국민 통합이냐” 하는 “가짜 질문”에 넘어가면 안 된다면서 “합의 기반이 넓은 이슈를 다루는 전장에서는, 과감한 공세가 통합을 오히려 촉진한다”고 정부에 조언한다. 그러면서 “반대로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이슈도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 문제 … 조세 개혁, 복지 자원 배분, 연금 개혁 등도 속성이 비슷하다”며 이런 쟁점에서 “적폐 청산하듯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쟁점들의 개혁은 뒤로 미룰 것을 조언한다. 이 쟁점들을 섣불리 건들면, 우파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다다르는 논리적인 결론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좌파와 노동운동도 이런 문제를 초기에 제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지지 세력이 정권 초부터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같은 전통적인 친민주당 언론까지 겨냥해 비판하는 것은 이 친민주당 포퓰리스트 언론들이 좌파와 노동운동에게도 가끔 우호적으로 지면을 할애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진영 일부가 반새누리 연합정치의 향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반면, 영악한 친노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은 재빠르게 정권 방어 태세로 전환한 셈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난처함을 겪을 수 있는 쟁점들에서 선제적으로 비판을 차단하는 공세를 벌이는 것이다.


누구보다 박근혜 퇴진을 바랐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이 홍준표 지지율이 지역에서 50퍼센트 넘게 나왔다는 이유로 대선 직후 비난을 받은 것이나, 민주노총과 정의당, 노동계급 중심성을 표방한 좌파들이 비난의 초점이 된 것은 시사적이다.


그러나 대체로 인기가 높은 정권 초기에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그나마 진정한 개혁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대중은 경험으로 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의 “기다리라”는 말은 개혁의 지체가 아니라 대중의 기대와 다른 종류의 개혁 추진임이 곧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노동자들 스스로 개혁을 쟁취해야 한다

“촛불 혁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진정한 방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데도 진보정치 지도자들 일부가 마치 ‘정신적 여당’이나 된 듯이 덕담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안타깝다.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나 추혜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행태와 인사에 칭송 일변도로 계속 논평하는 것은 특히 우려스럽다.


물론 노동자들이 지금 당장 행동할 태세는 아닌 듯하다. 끔찍한 9년이 이제 막 끝났고, 부수적이지만 퇴진 운동의 결과물로 탄생한 정권이니 지금 당장은 기다려 보자는 생각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인식하는 것과,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자며 요구를 삭감하고 행동을 자제시키는 것은 다르다. 후자의 주장들은 노동계급 스스로 자기 요구를 위해 행동하며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을 지체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스스로 싸우지 않으면 진정한 개혁을 얻을 수 없다. 최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자회사 고용 방안이 ‘정규직화’라고 불리는 것은 명백한 후퇴다. 이런 유순한 태도는, 기껏해야 노동운동의 목표 달성 실패로 끝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의 사회적 대타협주의의 재현으로 발전할 공산이 크다.


좌파는 영국 노동당 개혁주의의 1백 년 역사를 돌아보고 내린 영국 사회주의자 고(故) 토니 클리프의 다음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아래로부터 쟁취한 개혁은 계급 조직을 강화하고, 그리하여 미래의 진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위에서 선사한 개혁은 수동성을 부추기고, 노동자들을 체제 내로 포섭시키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을 억제할 수 있다.”



맑시즘2017: 17년 전통의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 7월 20일(목) ~ 23일(일) / 장소: 서울 / 주최: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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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변호론들


문재인의 초기 조처들은 전혀 흡족하지 않다. 이 점에서, 정의당이나 노동당이 문재인 정부의 일부 개혁 조처들을 지지하는 듯한 대변인 논평은 내놓은 것은 유감스럽다.

“문재인은 취임 초기부터 … 속 시원한 개혁 추진을 보여주고 있다”(‘문재인 정부에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역할’ 〈미디어 오늘〉 5월 15일치)는 주장도 피상적이기 짝이 없다. 이 기사의 필자인 전지윤은 “[좌파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착각하지 마라. 이것은 기뻐할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좌파의 반응을 앞질러 비판한다. 그조차 반가운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한다는 이유로, 그런 처지를 악용해 기만하는 조처들을 환영하라고 말하는 게 좌파가 할 일인가? 이런 훈계는 비정규직에 공감하는 면보다는 오히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아첨하는 것으로 들린다.

실제로 전지윤은 이렇게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연말 여론조사에서 촛불 참가자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었고, … [촛불] 대열 속에서 수많은 민주당 깃발과 지지자들을 볼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문재인의 당선과 그의 개혁을 촛불의 연속으로 치장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을 왜곡해 가며 아부하기보다는 현실을 정직하게 보고 말하기를 택해야 한다.

촛불 초기에 민주당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기는커녕 박근혜와의 뒷거래를 계속 시도했고, 국회 탄핵 추진 선언 뒤에도 좌고우면했다. 그래서 광장에서 민주당은 별 인기가 없었다. 박근혜 지지율이 추락하며 차기 정권의 대안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올랐을 때도 문재인 지지율은 따라 오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야당 구실을 제대로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퇴진 염원에도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1백90만 명이 모인 12월 3일, 곳곳의 자유발언에서 중고등학생들조차 민주당을 규탄했고, 큰 환호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와도 청계천에서 집회를 하고 광화문광장 복판에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12월 하순경, 국회 탄핵과 철도 파업 중단 등으로 민주당의 헤게모니가 부분 회복되고 촛불의 기세가 초기보다 누그러지면서 문재인의 지지율이 1위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가 촛불의 (부차적) 성과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당선을 촛불 염원의 온전한 구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은 당시에 지배계급 다수의 여론이 박근혜를 포기하기를 기다린 것이고, 그 대체재로 자기가 부상하도록 태도를 조율한 것이다.(그러므로 그의 내각은 어정쩡한 협치 내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현실을 보지 않는 것은 전지윤이 기회주의적으로 온건 개혁파 다수에게 아첨하려 하기 때문이다.

적반하장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개혁(적폐 청산) 염원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오히려 친문(친노) 인사들이 더 잘 아는 듯하다. 유시민은 대선 직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정의당 평당원이기는 하지만, 범진보 정부의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당내 지도적 정치인의 이런 발언에 정의당 내부에서 징계 요구가 나오기는커녕 비판조차 눈에 안 띄는 게 유감이다.)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때 대중의 경험을 왜곡해 어용 지식인론을 정당화했다. “[선거 때] 편들어 줬던 여러 세력들이 … 10개의 사안에서 9개를 지지하더라도 1개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 있으면 다 때린다 … 그 악몽이 또 되풀이 되면 거의 99% 망한다 … 참여정부에 있을 때, 또 여당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지식인·언론인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마치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의 무리한 비판 때문에 부당하게 곤경에 처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등장해 유시민·문재인 등이 자신들의 저서 등에서 반복한 주장이다. 좌파와 노동운동의 정부 비판과 행동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에서 개발된 적반하장 논리다.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도 최근 자기 저서에서, 마치 노무현이 모종의 좌우 합작으로 왕따를 당했다는 듯이 얘기한다. 그러나 그 근거를 그의 책에서 찾기는 힘들다. 노무현 비판이 나쁘고 노무현은 억울하다는 억지만 반복할 뿐이다. 가령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악법 입법에 대한 비판에 조기숙은 이렇게 대꾸한다. “참여정부에서 통과시킨 건 ‘비정규직법’이 아니라 ‘비정규직보호법’[이다!]”

그 법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이다.

이런 변호론자들의 결론은 문재인이 왕따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보위하자는 것이다. 앞뒤 안 가리고 일체의 비판으로부터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것이 노무현이 강조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의 임무라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전지윤이 아첨하고자 하는 대상은 이런 세력일 텐데, 아마도 그가 일체의 비판적 언급을 포기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친노 인사들의 억지와 달리, 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에 겪은 곤경과 불안정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초기만 살펴보겠다.

탄핵 역풍으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여당이 됐지만, 고(故) 김선일 씨 참사는 총선 후 지지층의 부푼 개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 <노동자 연대>

노무현 정부가 처음 곤경을 겪은 것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때문이었다. 한나라당과 우파는 현대그룹의 비자금 일부가 북한으로 간 것을 찾아내어, 이를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보낸 돈이라며 주장하고 특검을 요구했다. 남북 화해 기조에 흠집을 내고 여권 내 분열을 노린 것이다.

신당 창당에 몰입하던 노무현이 이 요구를 수용해, 취임 직후 3월에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하면서 당시 여권 내부가 첨예한 갈등에 빠졌다. 이 특검으로 권노갑과 박지원 등 DJ계 실세들이 구속됐다. 또한 김대중의 업적이 훼손된 것 때문에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 갈등은 결국 그 해 말, 노무현을 지지한 여권 내 신주류가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잔류 민주당이 이듬해 초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탄핵을 시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노무현이 추진한 대북송금 특검을 옹호하는 친노 인사들은 진보 언론들이 너무 결벽적이어서 오히려 개혁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궁지로 내몬다고 비판하는 것이 자가당착임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아래로부터의 무리한 요구나 반발이 아니라 정국 주도권을 두고 여권 내 권력 투쟁을 벌이다가 시작부터 일이 꼬여 버린 것이다. 이 갈등은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결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던 이낙연을 문재인이 총리로 지명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조처로 보인다.

지지층과의 충돌도 노무현 정부가 먼저 자초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전쟁 개시 당일(3월 20일)에 지지하고 파병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비판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한 노무현을 지지하던 많은 청년 지지자들이 실망한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당시 파병 반대 집회를 주도한 진보 단체들은 노무현을 규탄하기보다는, 장외 반대 집회가 노무현 정부의 파병 거부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주장을 많이 폈다. 노무현이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파병 반대 운동 연합체에서는 노무현 비판이나 퇴진 구호를 하지 말라는 압력이 컸다. 그러니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진보·좌파가 노무현 정부를 초기부터 무리하게 비판하고 궁지에 몰았다는 것은 진실과 다른 얘기다.

노무현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전북 부안군에 핵폐기장을 설치하려고 저지른 폭력도 충격이었다. 핵 폐기장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을 무시하고 민주당 소속 군수가 정부 방침에 따라 핵 폐기장 유치를 신청했다. 마치 성주군의 사드 배치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시위를 벌이자, 인구 2만 5천 명의 부안읍에 전경 8천 명을 투입해 준계엄 상태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도 모자라 부안의 저항을 핑계로 ‘폭력 시위’를 막을 집시법 개악을 주문해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통과시켰다. 핵심 내용은 소음 규제 등 경찰의 집회 개입 권한을 늘린 것이었다. 여권 분열로 여당이 국회에서 더 소수로 전락하던 때였다. 임기 첫해 의석이 소수라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 핑계임을 보여 준 사례이자, 형식적인 민주적 권리를 늘리는 것에조차 진지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추가 파병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이듬해인 2004년 탄핵 역풍으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고 지지층을 다시 결속시킨 듯한 때에도 노무현은 또다시 파병으로 지지층을 분노케 했다.

당시 청년 김선일 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게 납치되는 일이 생겼다. 납치 단체는 한국군 철수를 공개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김선일 씨를 처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협상을 시도하기는커녕 파병 철회는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철군을 거부하고 오히려 추가 파병 방침을 확정 발표해 결국 김선일 씨가 죽도록 만들었다. 당시 김선일 씨의 무사 귀환과 한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는 평일 저녁에도 수천 명이 모였다.

거듭된 뒤통수치기

노동운동은 어땠을까? 2003년 상반기에 꽤 인상적인 투쟁을 벌인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조흥은행, 철도 노동자들이었다. 각각 노동자성 인정과 처우 개선, 구조조정을 동반한 강제 합병 반대,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했다. 그들의 요구 자체는 방어적 성격이었고 고용 등 생존권 문제에 가까운 요구였다.

노무현 정부는 5월 화물연대 파업의 요구를 들어 줬다. 문재인은 자서전에서 그때 정부가 양보했는데도 노동자들이 2차 파업에 나선 것은 심한 처사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의 양보로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을 끝냈는데, 정부가 뒤통수를 치고 약속을 번복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오히려 탄압이 집중됐고 화물연대의 2차 파업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한 정부는 혹독한 탄압으로 답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바람과 다르게 파업을 일방으로 철회해 버렸다.

정부는 5월 조흥은행 파업에도 양보했지만, 파업이 끝난 이후 노조 집행부를 집중 탄압했고, 결국 합의안과 달리 조흥은행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되는 식으로 은행이 합병돼 버렸다.

철도노조의 6월 파업 때도 정부는 노동자들이 집결한 연세대에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강제 해산을 당했지만, 직장에 복귀하기는 거부하고 있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복귀를 명령한 건 노조 지도부였다. 수천 명이 징계를 받았고, 정부는 노조에 손배 가압류를 걸었다.

2003년 상반기 투쟁들이 정부의 배신과 탄압 속에서 사그라지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기대가 컸던 탓에 배신감도 커서 노무현 정부의 1년차 하반기는 노동자들의 자살 정국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항의의 형식으로 (분신) 자살을 택하는 것은 절망의 표현이다. 가령 박근혜 당선 직후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이 안타깝게도 그런 사례다. 당시 한 노동자는 이명박 5년도 힘들었는데, 또다시 박근혜 5년을 버틸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배부른 노동자들이 이기적으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해서 개혁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왜곡이다.

2003년 10월 노무현 개인과 연계가 컸던 한진중공업노조의 김주익 지회장은 파업 중 정부가 보인 태도와 사측의 손배 가압류에 절망해 자결했다. 이를 보며 괴로워한 같은 작업장의 곽재규 조합원도 투신 자살했다. 그 하루 뒤에는 근로복지공단의 비정규직 이용석 조합원이 서울 종묘공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분신 자살했다. 세 명의 죽음이 모두 10월 한 달에 일어났다. 그리고 11월 17일 세원테크의 이해남 조합원도 정부와 사측의 탄압에 절망해 분신 자살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 ⓒ임수현

당시 노무현은 “이제는 죽음으로 싸우는 시기는 끝났다”며 냉소했다. 오히려 “노동귀족론”을 꺼내 들어 노동운동을 이간질하고 정규직 노조를 고립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용석 열사에 이어 2004년 2월에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박일수 열사가 자살했다.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빼돌리려 한 네이스 계획에 반대한 전교조의 투쟁도 정당했다. 다 막아 내진 못했지만, 연가 투쟁까지 불사한 투쟁으로 정부의 계획을 약화시켰다. 친노 인사들은 정보 인권을 지키려 했던 이 운동도 비난한다.

역대 가장 민주적인 정부라던 노무현 정부가 기본권인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들의 정보 인권을 무시한 것에 반대한 것이, 배부른 노동자들이 이기적으로 정부를 괴롭힌 일인가?

지속 불가능

선거 때는 “반미면 어떠냐?”,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지배계급 주류와 손을 잡고 자본주의 국가의 수장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취한 조처들이야말로 환멸과 분노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 때 구속된 노동자들은 1천 명이 넘는다. 김영삼이나 김대중 정부 때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당시 조직 노동운동 상층 지도자들은 노조 운동과 오래 연계를 맺었던 노무현 정부에 기대를 갖고 사회적 합의로 친노동 개혁을 얻어 내려고 했는데, 그런 헛수고가 현장 노동자들의 전투성을 희석시켰다.

이런 온건함과 소심함 때문에 투쟁을 건설할 시간을 놓쳐 2004년부터 추진된 비정규직법 개악을 사실상 막지 못했다. 그 개악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양산됐고, 그것이 2007년 7월 이랜드·뉴코아 파업의 배경이 됐다.

썩어빠진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에 견줘 당장에는 유리한 면이 많다. 당연한 일만 실행해도 개혁적 조처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상징적 제스처만으로 감격해 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 첫해의 경험은 개혁을 표방하는 민주당 정부가 결코 노동자의 벗이 아님을 보여 줬다. 언론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고 광고하면서, 정작 비정규직 당사자들에게는 기업 부담 운운하며 기다리라거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에서 이미 그 조짐을 볼 수 있다.

정권 초기에 친노 인사들뿐 아니라, 착시 효과로 인한 정부의 초기 인기에 편승해 노동자, 청년들의 절실한 요구를 삭감하는 쪽으로 유도하려는 기회주의적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좌파는 이에 대항해 대중의 개혁 염원을 진정으로 대변하며 계급 정치를 굳건히 추구해야 한다.



맑시즘2017: 17년 전통의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 7월 20일(목) ~ 23일(일) / 장소: 서울 / 주최: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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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일주일개혁 염원 대중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역시나 불충분한


문재인 정부 취임 일주일 동안, 직원 식당에서 줄 서서 밥 먹고, 함께 커피 마시는 당연한 일상이 화제가 됐다. 전임 새누리당 정부와 대통령들이 워낙 권위적(심지어 비밀주의)이고 특권층 지향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스처 정치가 새로움과 개혁을 표상하는 건 오래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퇴진 촛불 덕에 집권한 정부가 대중의 개혁 염원(적폐 청산)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일 것이다.

일주일 동안 문재인의 인사·행정 조처들을 보면, 그 점을 의식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약속했다. 같은 날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15일에는 세월호 희생 교사들을 순직으로 인정하라고 지시했다.

조국, 하승창 등을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기용한 것도 ‘개혁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려는 인사다. 새 민정수석 조국은 임명 직후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산하 반(反)부패 비서관에 공안검사 출신 박형철을 임명한 것은 반(反)개혁적이다. 그는 검사를 그만둔 후, 변호사 시절에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등 야비한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인 갑을오토텍 사측의 소송 대리인(노조 상대)을 했다. 그 불법적 탄압 때문에 갑을 사장이 구속까지 됐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박형철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때문에 눈밖에 나 결국 검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밉보인 것이 만능 면죄부가 되고 정의를 표상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의 치부를 폭로했다고 TV조선이 민주 언론인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노동계급의 처지에서 보면, 기업주의 가장 부패한 행위를 의식적으로 변호한 인물이 반(反)부패의 칼날이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는 ‘반(反)부패’가 지배계급도 얼마든지 채택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과제도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박근혜 효과 때문에 신선해 보이지만, 문재인의 기조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관리에 맞춰져 있다.  ⓒ출처 코리아넷

과대 포장된 ‘노동 개혁’

단원고 고(故) 이지혜·김초원 교사를 순직 인정토록 지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줄기찬 투쟁이 박근혜 퇴진의 주된 요인의 하나가 됐다는 점이 반영된 조처다. 두 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가 희생됐지만, 박근혜 정부는 기간제(비정규직)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애초에 비정규직 교사를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못하게 만든 독소 규정들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역시나 확실한 게 없다. 12일 방문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문재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사장 정일영이 문재인에게 보고한 것이다. 비정규직을 늘려 온 당사자인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서는 노동자들이 줄곧 요구해 왔고 민주당도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관여해 온 점을 고려해 알아서 긴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구체적 정규직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당일 면담에서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노사정 협상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기업 부담”을 언급하며 “노사정 고통 분담”으로 천천히 해결하자고 답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준비한 원래 내용은 자회사 신규 채용 방식으로 지금보다 임금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정권 초기의 일자리 정책 기조가 될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자회사를 통한 채용도 ‘정규직화’라고 부르고 있다.(이 문건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도 2022년까지로 수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이라도 일단 보장되길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불충분한 대책을 ‘정규직화’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마치 2007년 초 우리은행이 ‘정규직화’라며 비정규직들을 분리직군제로 돌려 형식상 고용을 보장하면서 사실상 차별을 고착시킨 일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거론되는 자회사 채용 방식은 자회사의 정규직이지, 모회사에서는 여전히 ‘간접고용’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한 KTX (여)승무원 채용 방식이었다. 사실상 불법 파견에 가까워 당시 KTX 승무원들은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워야 했다. 지금도 그들은 대법원의 편향적 판결로 고통받고 있다.

이처럼 포장과 내용물이 차이나는 ‘노동 개혁’은 문재인 정부도 경제 위기 조건에서 기업주들의 이해(이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임금비용 삭감)를 거스르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노동 문제에서는 다른 분야보다도 더 보잘것없는 조처들이 ‘개혁’으로 불릴 공산이 크다.

성과연봉제 철회나 노동개악 행정지침,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으로 보는 노동부의 행정해석 등도 대통령 지시로 즉각 폐기 가능하지만, 곧바로 시행할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고통 분담을 위한 노사정(사회적) 타협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불평등 해소’는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이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정규직이 양보하는 것을 뜻할 것이다.

△2006년 KTX 승무원 노동자들의 투쟁 ⓒ출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제스처 정치의 신선함만으론 오래 못 간다

정부 취임 일주일도 안 돼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IRBM)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안 그래도 안보 위기가 지배계급 내 날카로운 충돌을 일으킨 상황에서 문재인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전통적인 한미동맹 강화를 기조로 하려 할 것이다.

노무현은 집권 전에 “반미면 어떠냐?” 해서 2002년 말 대선 시기에 벌어진 여중생 사망 항의 촛불 시위(주한미군이 여중생 둘을 죽인 사건에 대해 처벌을 요구한 시위)의 덕을 보았다. 그런 노무현 정부도 집권해서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지지해,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문재인이 주변 강대국에 외교 특사를 보내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고 삼성가의 핵심 일원인 홍석현을 대미 특사로 보낸 것도 시사적이다. 그럼에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으니, 여권 내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을 대중 특사로 보냈다.

이런 한미동맹 중시 기조와 망설임이 새 안보 라인을 확정하지 못하고 박근혜의 안보실장 김관진과 국방장관 한민구가 계속 사드 배치 등을 추진하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청와대 앞 통행을 자유롭게 허용한 듯 홍보했으나, 16일 청와대 앞 사드 배치 철회 기자회견을 신경질적으로 막은 것도 이런 상황과 관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캠프에는 주요 후보들 중 보수적인 군장성 출신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는데, 이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24년 전 김영삼 정부도 32년 만의 문민 정부라고 해서 초기에 인사와 몇몇 정책에서 신선함을 줬다. 하나회 해산은 대중의 기대를 설레게도 했다. 그러나 그 정부도 노동과 안보에선 다를 바가 없었다. 현대그룹 연대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일시 금지한 것이 바로 임기 첫해였다. 김영삼은 민족보다 우선하는 동맹은 없다더니 1년 만에 미국과 손잡고 북한과 전쟁 위기 국면으로까지 내달렸다. 임기 한 해 전에는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을 허용하는 노동 악법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랬다가 민주노총의 파업으로 굴욕적으로 완화시켰지만 말이다.

따라서 진보계와 노동단체들은 섣부른 기대에 바탕해 섣불리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구하거나 목표한 투쟁 일정들을 지연시키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미련 때문에, 싸워야 할 때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가 주저한 것 때문에, 비정규직 악법 등을 막지 못하고 낭패를 겪은 과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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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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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미래의 어머니?박근혜 4년 동안 입으로만 반대해 온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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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됐다.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기습이었다. 어김없이 경찰 폭력도 벌어졌다. 박근혜 4년 동안 자주 보던 모습이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노동 개악 지침,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전교조 법외노조화, 진보당 해산 등등.

그저 반대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생각만 한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가 없어도 악행을 이어갈 것이었다. 박근혜 파면 뒤에도 방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이 신문의 경고가 옳았던 이유다.

올해 1월 11일 성주·김천 주민들의 민주당사 점거 농성 ⓒ조승진

황교안은 주류 야당들이 진지하게 그 악행들에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안철수는 아예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고, 문재인은 소극적으로 차기 정권에 넘기라는 말만 해 왔다. 민주당은 집권 전에 골치 아픈 일이 처리돼 내심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이 당들도 자본주의 수호를 굳게 다짐해 왔으므로 심각한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미국의 군국주의 정책에 이해관계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촛불 운동이 박근혜를 중도 퇴진시켜 치러지는 대선인데도 문재인·안철수는 우파의 의제를 수용해 안보를 강조해 우파의 기를 살려 주고 있다.

퇴진 운동을 승리로 이끈 대중은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기대할 자격이 있는데, 차기 정권이 그에 부합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진주의료원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별 도움이 안 됐다. 그해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려 해 반대 운동이 일어났을 때 홍준표는 적자와 강성 노조 탓을 하며 억지를 부렸다.

가난한 중환자들을 위한 의료시설을 폐쇄하기도 전에 대책도 없이 그들을 퇴원시켜 버리는 상황을 막으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 노동자들은 집요한 압박에 못 이겨 수십 명이 스스로 그만두고 임금 체불을 감수했다. 진짜 강성으로 나온 것은 홍준표였다. 따라서 필요했던 건 공공서비스를 지켜 낼 강성노조였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한다면서도, 우파가 공공 병원 재정적자나 강성노조를 문제 삼는 논리를 받아들였다. 여론을 설득하지도 못했고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지도 못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친박계 인사였던 진영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홍준표의 조처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뒤 진영은 박근혜에 밉보여 탈당한 뒤, 환영을 받으며 민주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됐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 소속으로 전북도지사를 하던 김완주도 홍준표처럼 적자 경영과 노조를 문제 삼으며 남원의료원과 군산의료원을 폐쇄하려 했다.

당시 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지부 이용길 부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진주의료원 폐쇄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지만, 전라도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더 악질입니다.”

지역 내 반발이 커 겨우 유지된 두 의료원은 메르스 확산 때 전북 내 대처에 큰 구실을 해, 공공의료가 내는 ‘착한 적자’의 중요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자들을 위해서 증세는 웬만하면 피하고 공공부문 임금을 포함해 적자는 축소하려 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견해가 같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것에도 불철저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지방정부에서는 공공부문 축소를 추진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안철수와 문재인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참사 초기에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책임을 둘 다 피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라는 운동의 요구를 민주당이 나서서 운동 내부를 설득해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협상을 위해서는 양보가 불가피하다고 말이다.

다행히도 운동은 이럭저럭 유지돼 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는 박근혜 퇴진에도,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에도, 지금 민주당이 우세한 대선 상황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소야대였는데도 손도 못 쓰고 특조위가 해체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2012년 대선 직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물론 국가기관들이 총체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박근혜 당선을 도운 공작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단지 폭로만 하고 말았다. 자신들도 국가를 운영해 봤고, 또 차기 정권을 운영할 수도 있음을 의식해, 기껏해야 상부 물갈이 정도에 만족하며 국가 기구들의 본질적 기능에 손대지 않으려 한 것이다. 국가 기관은 정권 안보뿐만 아니라 체제 안보도 관리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주당은 박근혜의 온갖 나쁜 정책들의 동력을 약화시킬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기업주들의 전폭 지지를 받고 집권한 박근혜의 중점 기조에 민주당도 반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진보당 탄압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명백히 반(反)자유주의적 조처였는데도,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편을 들었다. 민주주의 권리 문제에서조차 일관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것도 노동계급 조직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표 도둑’ 여소야대를 만들어 줬지만 약속을 안 지킨 민주당. 지난해 8월 25일 민주당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던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대책위 ⓒ이미진

진짜 친구와 말로만 친구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맞서 직접·간접 탄압을 감수하며 저항을 지속해 온 것은 노동자 운동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아래서는 조직 노동자 운동이 그 선두에 서 왔다.

민주당은 저항이 일어나면 적당히 정권 반대편에 섰다가 ‘정치적 해결’(여야 협상)이라는 명분으로 운동을 무마하고 관리하려 하고, 그런 시도가 통하면 그것을 지렛대 삼아 집권당과 적당히 주고받는 식으로 행동했다.

기업주들이 강력히 요구한 문제들에서는 현실론을 앞세우며 오히려 노동운동이 개악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데에 앞장섰다.

노조 상층 지도자들은 소심함과 전투적 투쟁 회피주의 때문에 흔히 공식 정치권에서의 우군 형성을 중시한다. 대중의 투지를 고양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당 측의 지지와 민주당이 대리하는 여당과의 협상에 자주 의존하려 한다. 그러나 언론 파업, 철도 파업,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에 맞선 투쟁 등에서 보았듯이 번번이 기층 대중의 투쟁 잠재력만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2009년 말 이명박 정부가 노동법을 개악할 때, 국회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듯하다가 결국 앞장서 개악 통과에 협조하며 노동자들의 뒷통수를 친 자가 지금의 민주당 대표인 추미애다.

민주당은 자신도 보수 언론의 피해자라고 말하지만, 이명박의 언론 장악에 맞서 MBC, YTN 등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을 때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2012년 4월 MBC 파업 때는 총선에서 보수 유권자의 표를 얻지 못할까 봐 여러 경로로 파업 종료를 종용했다. 그래 놓고도 총선에서 패배하자 민주당은 ‘좌클릭이 패인’이었다며 약속들을 저버렸다. 그렇게 흐지부지 투쟁을 접고 사기가 떨어진 결과가 지금의 MBC다.

결국 운동이 ‘차기 정권에서 해결하자, 선거 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주장을 받아들여 민주당에의존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억제할수록 노동계급의 의식과 조직이 성장하는 것이 방해받는다. 진정한 개혁 동력이 약화된다.

2016년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막무가내 불법 도입이 쟁점이 됐을 때, 민주당은 공공·금융기관 8곳을 현장 조사해 실태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 말고 실질적으로 한 일은 없다. 여소야대인데도 노동부장관 물러나라는 소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도노조가 불법적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껄끄러워하다가 파업을 종료시키는 데 더 애를 썼다. 정권 퇴진 운동의 물꼬를 튼 철도 파업은 노조 지도자들과 민주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현장 노동자들이 두 차례 저항을 했지만) 결국 종료됐다. 민주당은, 박근혜 퇴진 운동과 조직 노동자들의 대중 파업이 결합할까 봐 우려한 기업주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것을 더 중시한 것이다. (당시 정의당이 이에 동참했던 것은 크게 유감이다.)

요컨대, 노동자 파업에 민주당은 ‘말리는 시누이’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 이런 ‘입 지지’야말로 민주당 식 적폐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때는 지지한다고 다가와서는 개악 수용을 종용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정권에 맡기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결국 박근혜를 쫓아낸 힘은 대중이 스스로 투쟁을 이어간 것임을 두고두고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노동자들이 대(對) 정부 투쟁을 벌이고 개혁 정부를 약화시켜서 이명박·박근혜 9년을 낳았다고 말한다. 노동운동과 좌파가 새누리의 ‘부역자’라는 뜻이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정권이 기업주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우파에 굴복하는 정책들을 펴며 지지층을 배신했기 때문에, 개혁 염원 대중이 지지를 철회했다. 그리고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선동이 사기가 낮은 부분의 민중에게 먹힌 것이다.

필요한 것은 노동자 투쟁이 더 투쟁적으로, 더 좌파적으로 전진해 세력균형을 바꾸고 진보·좌파의 정치적 대안의 흡인력을 높이는 일이다.


맑시즘2017: 17년 전통의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 7월 20일(목) ~ 23일(일) / 장소: 서울 / 주최: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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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 안철수촛불에서 빌려간 돈으로 우익에게 선심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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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인 4월 16일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바로 전날이었다. 이날 3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의 압박 없이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애도 물결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억식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만 빼고 원내 정당 4곳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자신이 집권하면 유가족들의 요구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몇 시간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하자 네 후보가 모두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섯 달 동안 정권 퇴진 운동에 참여해 매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속에서 정치의식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은 주류 대선 후보들의 겉모습이 다가 아님을 잘 안다.


문재인은 17일 첫 방문지로 대구를 찾아 중도보수층에 대한 구애를 지속했다. 투정 끝에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한 박영선은 문재인이 이제 통합정부를 강조할 것이고, 적폐 청산 얘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는 인천VTS 방문 뒤, 바로 인근 해군부대로 가서 안보를 강조했다. 안철수는 “튼튼한 자강안보”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고 전략무기 대폭 증강을 내세웠다.


유승민은 인천상륙작전 기념 공원을 찾았다. 보수의 정치적 위기 돌파 시도를 유혈낭자했던 전쟁에 비유한 것이다. 참으로 유치하면서도 끔찍한 발상이다.


유일하게 세월호 추모를 거부한 홍준표가 서민 코스프레 한다고 가락시장에 가서 바닷가재 들고 사진 찍은 건 코미디이면서도 모욕이었다.홍준표는 기업이 잘 돼야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다며 낡은 낙수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 기업과 기업주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노동강도를 높여 수익성을 회복하는 걸 경제 불황 완화책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회복 몸부림이야말로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계급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근원이다.

ⓒ출처 문재인 선거 캠프

ⓒ출처 안철수 선거 캠프

체제 수호 행보를 강화하라는 주문

한국 지배계급은 경제 불황이 깊어지고 동아시아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조건에서 우경화 기조를 펼쳐 왔다. 그래서 세운 것이 박근혜 정권이었다. 이 정권이 대중 투쟁으로 속절없이 날아간 것이 몹시 언짢을 것이다. 그러나 구 여권 후보들을 곧바로 다시 미는 건 가망이 없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주류 야당 후보들에게 체제 수호 행보를 더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이나 안철수 누가 당선해도 여소야대 정권이 된다. 기반과 전통에 비춰 볼 때, 누가 돼도 두 당의 연정이 먼저 거론될 것이다. 물론 우익이 대기업 기업주인 안철수에게 더 호감이 있는 건 명백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야당의 대선 후보들로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협치를 해야 하는 점도 잘 이해한다.

둘의 대결에 촛불의 염원이 반영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리고 선진 노동자들 사이에서 안철수의 상승세에 반감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안철수의 상승세가 일단 멈춘 것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경계심이 커진 것과도 관계있을 것이다.

촛불 덕분에 양강 구도로 떠오른 자들이 촛불의 염원은 사실상 개무시하고, 성장과 보수를 강조하며 군부나 보수 언론 같은 우익의 눈에 들려고 하는 게 꼴사납다. 빌려간 돈으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생색내는 격인데, 문제는 돈 갚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개될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대선 지지율도 하루 이틀이 멀다 하며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체제 수호적으로 기울면서 둘 중 누가 돼도 박근혜를 퇴진시킨 사람들에게 흡족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의 조직과 의식이 발전해야 한다. 물론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노동계급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



미국 지배자들에게 

무난한 파트너임을 보여 주려는 문&안


4월 16일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한국에 올 때 동행한 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드 조기 배치 여부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다. 요즘 유력 대선 후보들, 특히 문재인과 안철수의 안보 행보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차기 한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 맞는 것 같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문 & 안 둘 다 말을 뒤집었다

안철수는 일찌감치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보를 제일 공약으로 꼽으며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 순환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안보 문제에서 ‘우클릭’ 하는 건 문재인도 오십보백보다. “북이 핵 도발을 계속하면 사드를 강행”하겠다면서, 10대 공약 최종본에서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추진’ 공약을 빼 버렸다. 기존 공약집에 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 여부 검토’도 최종본에서 사라졌다.

심지어 문재인의 공약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쏙 빠지고 없다. 박근혜의 적폐 중 사드 배치, 한일군사협정, ‘위안부’ 합의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들인데, “적폐 청산” 대통령이 될 것임을 자임해 온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그 모든 청산 약속을 헌신짝 던지듯 내버리고 있다. 문재인은 군 장성을 대거 영입해 “별만 100개 이상”이라는 자랑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계 후보들이 목소리를 내서 왼쪽의 압력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안보 쟁점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약점을 보인다. 물론 사드 배치 철회와 ‘위안부’ 합의 무효와 재협의, 당사자간 다각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점은 차별점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반대와 평화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튼튼한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보 문제에서 일관된 비판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볼품없는 적폐 청산에서도 뒷걸음질치는 문재인 기업주 출신답게 시장주의자 면모 강화하는 안철수

청년·학생 모여라! 분노의 촛불 세대를 위한 토론 광장 | 4월 29일(토) ~ 4월 30일(일) |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신세계관(연세대세브란스병원 맞은편) |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독자·지지자들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노동자 정치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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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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