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노조 주최 11월 9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징벌적 매각명령 촉구 촛불집회(서울시청광장)에 금융노조 전 비정규직지부장이자 다함께 활동가(와 <레프트21> 기자)로 참가해 연대사를 했습니다. 주요 참가자들은 외환은행노조 조합원들이었습니다. 아래는 연대사 내용입니다. 기록 차원에서 올려 놓습니다. 입말투로 썼으니 감안해 주세요. 
집회를 늦게 시작하고 연대사가 많아 짧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아래 내용을 조금 줄여서 했습니다. 집회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늦게 연락받아 준비가 늦어서 걱정했는데] 제 연설도 기대보다는 호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우리가 더 힘이 있다면 강제몰수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상당수 조합원들이 환호를 보낸 걸 보면 자신감도 있어 보였습니다. 이명박 비판과 한미FTA와 연계해서 싸우자는 주장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좋은 분위기를 투쟁 수위 고조로 이어가 반드시 승리하길 바랍니다. 

☞ 관련 기사: 
외환은행 매각 저지 투쟁 ― ‘먹튀 자본’ 론스타의 지분을 몰수해야 한다
☞ 관련 포스트: 외환은행 파업 찬반 투표 ― MB/론스타/하나금융 공모에 맞서라 


  
이 나라 정부는 해외 투자만 유치하면 미국식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은행과 한국 경제가 선진화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정체불명의 투기자본 론스타가 지금껏 해 온 일은 무엇입니까.
불법 인수, 주가 조작, 특수영업팀으로 발령내 노동자를 말려 죽이기, 핸드폰 문자로 해고 통보하기, 막대한 배당금으로 소수의 뱃 속만 채웠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짓밟고 노동자를 죽이는 경영이 선진 경영입니까?
론스타의 폐해는 1퍼센트의 탐욕을 위한 시스템의 문제를 보여 줍니다. 한미FTA는 한마디로 모든 기업에게 론스타처럼 해도 된다, 론스타처럼 해라 하고 보장해 주는 협정입니다.
그래서 론스타에 반대하는 이곳의 집회와 지금 여의도에 모여 한미FTA를 반대하며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은 모두 하나의 적과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1퍼센트 탐욕 체제에 맞서 함께 싸우는 99퍼센트입니다.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과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난관에 봉착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입니다.

이명박은 퇴임 후가 두려워 내곡동에 쥐구멍을 파다가 들켜서 개망신(쥐망신)을 당했고, 서울시장 선거에선 검증 운운하다가 오히려 자기가 나마네기 별명을 얻으며 억대의 피부관리 비용만 날리고 낙선한 이도 있습니다.(주어가 없습니다!)

지금 론스타를 징계할 수도 있다고 하는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바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가한 김석동입니다. 도장값 운운하던 자가 이제 자기 잘못을 시인하는 일에 도장 찍게 생겼습니다.

우리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는데, 오죽 국민 말을 안 들으면 우리가 이렇게 밤에 모여 집회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1퍼센트에 맞서는 투쟁과 함께하는 우리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투쟁은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돌아봐도,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저항은 대세입니다.

세계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청년들이 시작한 99퍼센트의 월가 점거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사상 최대 총파업을 벌이며 긴축 정책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에서 벌써 1퍼센트 총리 두 놈이 날아갈 상황입니다.

긴축정책이 무엇입니까. 경제 위기 때 기업 살릴려고 쏟아부은 돈과 부자 감세 때문에 정부재정이 적자가 되니까 이제 와서 엉뚱하게 복지와 노동자 임금을 깎겠다는 것 아닙니까.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투자자들은 숨을 돌리자마자 보너스 잔치를 하고, 자기들 살리느라 빚진 정부들에게 오히려 긴축을 해 빚을 갚으라는 적반하장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퍼센트의 고통 전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저항의 벽을 만난 것입니다.
 
이미 올해 초에는 오랫동안 미국의 식민 지배와 부패한 독재로 고통받던 아랍에서 민중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벌써 세 나라에서 30년, 40년 집권하던 독재자가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우리도 이집트 무바라크 타도처럼 MB라크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세계는 저항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노동자들은 투쟁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99퍼센트가 행동하고 있습니다.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짓밟는 한미FTA와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니라 99퍼센트 노동자과 청년들의 저항이 지금 이 시대의 진정한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99퍼센트입니다. 론스타가 51퍼센트 지분으로 은행의 주인이라는데, 우리는 99퍼센트입니다. 우리가 진짜 세상의 주인이고 우리가 진짜 은행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1퍼센트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서는 우리 노동자의 정의입니다.
저는 징벌적 매각을 지지합니다. 외환은행의 독자 생존도 지지합니다.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맘 같아서는 우리 힘이 더 세다면(투쟁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면), 저는 론스타의 지분을 강제 몰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외환은행 인수 과정이 불법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인수 과정의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근거도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외환카드 주가 조작 유죄 판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경제 관료와 김앤장, 론스타 같은 암흑 세력들이 결탁한 불법의 대가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없앤다 해도 애초에 강도질하고 도둑질로 강탈한 주식 팔고 돈 챙겨 나가는 것은 99퍼센트의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순 없습니다. 저들은 어둠이고 우리의 투쟁은 빛입니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은 깃들지 못합니다.

거꾸로 하면, 론스타 세상, FTA 세상, 부자천국 서민지옥은 우리가 빛이 싸우지 않을 때 찾아 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더 투쟁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약해졌지만 탐욕을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어둠을 끝내려면 태양처럼 큰 빛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저 1퍼센트 어둠의 세력들을 물리치려면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단결해야 합니다. 우리가 뭉쳐서 싸울 때 저들은 약해지고, 우리가 흩어지고 싸우지 않을 때 저들은 강해집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쳐야 하고, 여의도의 시민들과 여기 모인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뭉쳐야 합니다. 노동자와 청년실업과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함께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더 강력하게 싸워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세상의 주인 99퍼센트가 함께 승리하는 것입니다. 더 강력하게, 더 뭉쳐서 싸워야 이길 수 있습니다. 승리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 자동으로 승리를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99퍼센트의 연대는 너의 승리를 내가 돕는 게 아니라 함께 승리하는 겁니다. 99퍼센트의 단결은 승리로 가는 가장 강력한 보험입니다. 저희도 승리의 날까지 함께 싸우고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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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군요. 총원- 4,700명, 투표- 4,697명(99.9%), 찬성- 4,516명(96.2%).  (3.16)
   현재 매각 관련 쟁점에 관한 제 의견은 http://enlucha.tistory.com/106를 보시오.

1.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합병할 때, 의도적인 주가 조작을 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가 10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외환은행과 외환은행 대주주 LSF-KEB Holdings,SCA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죠. 이 사건은 그동안 1심 유죄 → 2심 무죄 → 3심 무죄 파기환송 순으로 엎치락뒤치락을 해 왔습니다.

명백한 사안인데도 재판 결과가 왔다갔다한 것은 거대 자본을 처벌하기가 참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003년 11월 론스타펀드 경영진들이 ‘Project Squire(시골 대지주)’라는 작전명[각주:1] 아래 고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을 앞두고 고의로 외환카드 거짓 감자설을 유포해서 주가를 폭락시키고 이득을 챙긴 사건입니다. 

론스타는 당시 단순한 주식 차익 따위가 아니라 합병 과정에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고 주가를 조작한 것이었죠. 당시 주가대로 합병하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이 50퍼센트 밑으로 떨어질 수 있어 감자설을 유포해서 주가를 폭락시키고, 외환은행의 계열사 지원을 끊어 외환카드를 경영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이 조작은 씨티그룹, 법률사무소 김앤장 등과 함께 공모해 이뤄졌습니다. 외환은행 불법 인수 작전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이때 작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당시 인수 허가의 담당 국장이 지금 금융위원장인 김석동이었죠.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과 기업이 유착한 권력이 더 강한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주식 합병 비율을 조작하고, 경영권 프리미엄(향후 주식을 팔 경우 시가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이득)을 갖는 대주주 자격을 유지한 것이죠.

이번에 대법원 재판부는 “성실히 감자 여부를 검토,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자검토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는 주가하락을 통해 론스타 펀드 등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감자발표 감행을 공모한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각주:2].

이 판결의 파장이 큰 것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패턴 하나가 단죄를 받게 됐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던 노동자들이 탄압당하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됐습니다. 그런데 합병 자체가 부도덕한 기업주의 손으로 이뤄진 불법이기 때문에  당시 합병에 반대한 노동자들의 정당성을 다시 인정해야 하고,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원직 복직시켜야 합니다.


2. 이 판결로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물로 넘기고 수조 원의 돈을 챙겨 나가려던 계획에 큰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의혹투성이인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과정이 사실상 불법이라면, 외환카드를 인수한 외환은행도 장물이 됩니다. 도둑이 장물을 제값 다 받고도 프리미엄까지 챙겨 가는 거죠. 

아무리 한국 자본주의가 이익공유 같은 개념도 모르는 개판이라지만,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외환은행 노동자들도 론스타의 인수 후 인력 감축을 당했습니다. 지금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가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감당 못해 국제 사채=투기자본에게서 돈을 꿔왔습니다. 인수합병후 기본적인 인력감축 말고도 경영 부실로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몇 달째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며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2월 28일에도 서울시청 광장에서 외환은행 노동자 4천여 명이 촛불집회를 했었습니다. 거의 전 직원이 다 왔다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닐 텐데, 분위기도 매우 뜨거웠습니다. 

그날 한국노총,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등 몇몇 분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대체로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결론 내릴 의사가 크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석자 모두 자신감은 있어 보였습니다. 

그날 인상적인 연사는 민주노총 소속인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의 연설이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몇 년 전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자체가 부실 위기에 빠졌습니다.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은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이라, 당시에도 금융권에선 이 인수합병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인수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처음엔 인수합병의 기본 수순인 피인수 합병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감축)이 진행됐는데, 인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쓴 대가로 결국 인수한 모(母) 그룹 소속 기업들도 부실해져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했습니다. (관련 기사 ☞금호타이어 1천3백77명 대량해고 계획 철회하라 금호타이어는 대량해고를 중단하라)

권수정 위원장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인수되는 기업의 노동자 뿐아니라 인수하는 기업의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인수합병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노동자가 함께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이 현실적 사례인 것이죠.

그것은 합병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일 뿐아니라 하나은행의 노동자들에게도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무리하게 투기자본(사실상 국제 사채)을 끌어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하나금융지주회사에게 ‘승자의 저주’를 경고하는 것이 외환은행 노동자들만은 아닙니다. 하나은행의 인수자금에서 절반이 빚입니다. 반대로 론스타는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막대한 돈을 챙겨 유유히 한국을 떠납니다.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론스타는 돈 벌어 떠나고 또 새로운 투기자본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아쉽게도 하나은행노조는 공식적으로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입니다. 같은 은행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켜 함께 살자는데, 응당 지지와 연대로 답해야 합니다.


3. 김대중 정부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 대형화 전쟁이 계속돼 왔습니다. 지금 대형 시중은행 4강권에 있는 은행들은 모두인수합병으로 그 자리에 올라 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은행 대형화로 각 은행들은 서로 영업 분야가 똑같아졌습니다. 경쟁 심화는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인수합병으로 인력 감축이 반복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줄었고, 그 결과는 다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두세 사람이 하던 일은 이제는 한 사람이 하면서, 더 많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그러니 은행권 고임금이란 건 어쩌면 허상일 수 있습니다. 일이 는 만큼 임금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노동자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시적인 인력 감축 압박에도 시달리게 됐습니다. 

은행간 경쟁의 심화는 돈 되는 영업으로 은행들을 몰리게 했는데, 그것이 서민금융의 위축과 가계대출 시장의 비대화를 낳았습니다. 가계대출 확대와 카드/부동산 거품은 이 결과이기도 했는데, 이쪽으로 돈이 쏠린 이유는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이 불충분하게 이뤄지고, 1997년 이후 한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한 배경 속에서 기업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금융정책은 한국의 저축률을 심하게 떨어뜨렸는데, 이는 지금의 숫자 상의 경기회복이 빚더미 위에서 이뤄진 것이란 뜻입니다. 

집권 직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기업과 부자 감세도 기업 투자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근본에서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만 쌓아 놓은 거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경기부양 정책은 이런 패턴으로 오히려 돌아간 것이었고, 이것은 폭락 위기에 있던 한국 부동산 시장을 빚으로 되살린 것이고, 이것이 한쪽에선 전월세 대란을 낳고, 한쪽에선 저축은행 파산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 지배자들의 신자유주의 경제(금융) 정책은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4.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내일(15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합니다. 12일 전 직원 집회에서 결의한 것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예상대로 16일 하나금융의 인수계약을 승인하면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찬반투표는 정부에 대한 마지막 압박이자 경고입니다. 

사실 이 시점에선 지금 때를 놓치면 승리는 물 건너 갑니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인수합병을 막기 힘들 것입니다. 이명박과 하나금융 회장 김승유의 관계 때문에 하나금융이 능력도 안 되는데 인수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죠. 

이 투쟁은 사실상 청와대를 향한 싸움입니다. 

은행 대형화 정책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재경부 모피아들, 대형 금융자본(투기자본을 포함한)과 합작해 추진해 온 것이라는 점, 이명박 정부가 은행 대형화의 한 줄기로서 하나은행에 특혜를 주려는 합병이라는 점, 그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은행 부실과 노동자 인력 감축,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고, 더 길게는 대형 은행들이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내달려 금융의 서민 배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나쁜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합니다. 이 싸움이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2003년에 론스타에 맞선 싸움을 석연찮게 접었던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랍니다. 이제는 여론전이 아니라 노동자 고유의 힘을 동원한 힘 대결의 국면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외환은행 국내 임원들이 한 편인듯 하지만, 그들이 어느 경우든 자리를 잘 보전하려면 정부와 하나은행에 밉보여선 안 됩니다. 그들은 파업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내부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는데, 이에 맞설 주체는 노동자와 노조 뿐입니다. 

하나금융의 부실 문제, 론스타의 먹튀와 불법 주가 조작 문제 등으로 정부와 금융위원회도 쉬운 결정이 아닐 겁니다. 1백만 명이나 외환은행 합병 반대 서명에서 보듯 국민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나은행보다 재정 상태가 더 좋은 국민은행도 3년 전 비싼 가격과 (부차적이지만) 여론을 이유로 합병 직전에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해도 론스타가 먹튀하고, 인수 승인을 하지 않아도 론스타가 또 고배당으로 먹튀한다고 딜레마라고 합니다. 사실 이는 핑계입니다. 

하지만, 온 좋게도 대법원이 답을 줬습니다. 론스타는 금융 불법 행위자입니다. 이들에게서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주식 거래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외환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독자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

파업 찬반 투표는 아마도 압도적으로 가결될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승인 심사를 다시 유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수록 하나금융지주는 무리한 계약조건 때문에 불리해지겠죠.

그럼에도 정부가 이 마지막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명박은 그토록 경계했던 민주노총이 아니라 점잖은(?) 은행 노동자들에게서 한방 먹고 레임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려면, 외환은행 노동자들이 스스로 칼자루를 쥐어야 합니다. 저들의 일정에 맞춰 파업 경고만 하지 말고 유리한 기회를 잡았을 때 밀어붙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2월 28일 집회 같은 대규모 도심 집회로 말이죠.



※이 주제 관련한 최근 기사 ☞ 외환은행 매각 저지 투쟁 ― ‘먹튀 자본’ 론스타의 지분을 몰수해야 한다


  1. “이 작전의 실체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가 2006년 9월 씨티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러났다. 씨티그룹증권(옛 살로먼스미스바니)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자문을 맡았던 자문회사였는데, 검찰이 이 회사와 론스타 관계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관계자들이 주가조작을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주도로 열린 론스타 처벌 요구 기자회견문 가운데서 인용. [본문으로]
  2. 2008년 1심 재판부도 "실제 감자 의사가 없으면서 감자계획 검토를 언론에 발표해 외환카드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인정해 유회원에게 징역 5년을, 외환은행과 대주주인 LSF-KEB Holdings, SCA에 각각 벌금 250억 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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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동자들이 투기자본 배불리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인수합병 시도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각주:1]는 1인 시위 등 대국민 홍보, 금융위 앞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인수 반대 1백만 인 서명운동에는 (12월 31일 현재) 8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각주:2].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가 지금 외환은행의 소유주인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도울 뿐이라는 금융노조와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대가로 론스타에게 약 4조 7천억 원을 주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허위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론스타가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내주고, 연말 배당액을 보장해 주는 등 실제 가격은 6조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각주:3]

그런데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부터 불법과 특혜 의혹을 받아 왔다.

최근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석동은 당시 론스타의 인수 자격 심사를 날림으로 하고 “생각보다 빨리 처리돼서 ‘도장값’이 비싸야 될 텐데” 하고 말한 바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게 해 줬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더러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각주:4]. 

하나금융이 무리한 차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론스타만 배불리는 반면, 자칫 두 은행이 모두 부실해져 죄없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이라는 덤터기를 쓸 우려가 크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에 하나금융의 인수 허가 신청을 반려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한다[각주:5].


우리는 이를 지지한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면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는 일단 무산될 것이다.

그러나 ‘먹고 튀려는’ 론스타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론스타는 이미 대량 해고와 주각 조작 등으로 주가를 올려 주식 배당액 약 1조 원을 챙겼고, 보유 주식은 제값 받고 팔면 그만이다[각주:6]. 오히려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또 다른 투기자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전히 론스타 지분을 몰수하자는 주장이 필요하다[각주:7]. 대법원이 외환은행 매각 책임자인 변양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론스타 자체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각주:8]. 무엇보다 비리 공직자에게 “선의의 정책적 판단” 운운하는 엉터리 판결을 순순히 인정해선 안 된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론스타게이트, 그 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정리해고[각주:9], 탈세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모든 악행들을 다시 조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론스타의 ‘먹튀’ 단죄와 외환은행의 국유화[각주:10]를 요구하면서 싸워야 한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48호에 실렸습니다. 여기에는 각주 형식으로 기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담았습니다. 기사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9090





  1. 정확하게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본문으로]
  2. 이명박의 동기 김승유가 회장으로 있는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도 특혜 시비가 일고 있고, 론스타가 6조 원을 더 받아 먹튀에 성공한다는 것도 공분의 대상이다. 이것은 확실히 우리 사회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이처럼 큰 규모로 빠르게 서명이 확산한 것은 지난 해 부각된 ‘정의’ 신드롬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막대한 빚을 지려고 한다. 여기에는 칼라일 같은 국제 투기자본들도 돈을 대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부실하다는 소문이 난 하나은행에 우려의 시선이 더 커지는 이유다. [본문으로]
  4. 당시 의혹의 핵심은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주려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론스타와 재경부 관료, 검찰, 김&장 등이 검은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본문으로]
  5. 심사만이 아니라 박탈하라고 직접 요구하는 것이 더 분명할 것이다. [본문으로]
  6. 금융위원회의 적격 심사로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강제지분매각명령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6개월 안에 보유한 주식을 팔라는 명령이다. 이때 대주주 자격이 없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진 못하겠지만 시가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본문으로]
  7. 론스타게이트를 밝혀내 애초의 인수 과정을 원인 무효로 하면 몰수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중심이 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바다. [본문으로]
  8. 황당하게도 론스타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외환은행지부는 그래서 론스타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본문으로]
  9. 최근 국민은행 사측이 노사 합의를 깨고 성과본부라는 걸 만들어 인력 구조조정 수단으로 만들려 하는데, 이 방식의 원조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이다. 외환카드는 외환은행 주가를 높이려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 합병했는데, 그 뒤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해 악랄한 탄압을 했다. [본문으로]
  10. 론스타 지분의 국가 몰수는 자동으로 국유화를 뜻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노동자들을 워낙 갈구는데다가, 관치금융의 기억이 있어서 은행 노동자들로선 껄끄럽겠지만 어차피 투기자본을 등에 업은 다른 은행에 매각되면 고용불안의 위험은 국유화로 가는 것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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