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더니취임 한 달 동안 박근혜 정부의 꼴은 마치 한 2년은 지난 정부 같았다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임명장도 받기 전에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일곱 번째 낙마 직후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선 국정수행지지도가 40퍼센트 초반으로 취임 초기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장관급 인사 네 명이 낙마하고임기 초 지지율도 당시까지 역대 최저였던 이명박보다도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필승을 위한 인사’를 전략 공천하지 못했다물론 안철수가 당선해 야권을 분열시키기 바라는 속셈도 있긴 할 것이다그러나 승산이 없다고 다들 출마를 기피한 탓이 더 크다정권 초 선거에서 집권당의 무기력함은 시사적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새누리당 안의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빗겨가고 있다개별적 반발들은 있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박근혜 국회 거수기 구실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이 첫해에 레임덕 위기에 빠진 것을 기억하는 박근혜는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고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이것은 강성우파들이 지금보다 더 전면에 포진할 거라는 뜻이다. 위기 속에서 우파적 공세 전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우파 기질로는 뒤지지 않을 박한철을 내정했다.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했고김앤장에서 ‘전관예우’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그것도 방송 장악 음모라는 의혹에 스스로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비록 낙마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을 들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그런 사례였다.


강성 우파 육군 대장 출신이 국방장관 뿐아니라 청와대 안보실장(신설),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을 꿰찼는데, 시사적인 건 이들 중 가장 선임이 새 국정원장 남재준이란 점이다. 국정원장에 무게중심을 더 얹었다는 것이다. 당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3월 26일 박근혜가 ‘사이버테러 위기 대응이 분산돼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마자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국세청, 감사원을 동원한 사정 정국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기구를 단속하고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손상된 국정장악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국가 기강 세우기’를 내세우는 이유다이것은 한편에선 사정 정국을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이라고 좌파를 마녀사냥하는 ‘종북 몰이’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위기의 성숙도가 아직 낮아 가까스로 봉합은 할 수 있어도 위기의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복지 공약 먹튀에 서민 증세 계획, ‘부패’·‘우파’ 코드 인사 등으로 통치의 정당성즉 신뢰의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는 박근혜다우파 본색 강화는 이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사실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 뿐이다[각주:1]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이들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은 하나회와 재벌을 공격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김영삼은 임기 초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었는데[각주:2] 이런 내부 숙정으로 지지도가 더 크게 올랐다. 물론 김영삼은 진정한 개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조건 때문에 포퓰리즘적 활용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사정 대상이 돼야 할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들이 자신의 핵심 기반이다

걸레경연대회”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이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주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은 이들의 부패한 연결망을 얼핏 보여 준 것 뿐이다.


따라서 검찰, 감사원국세청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정 정국은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 있다그런데 지금 박근혜에겐 우파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그래서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를 통한 전 정권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C 사장 김재철 해임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 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져 왔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자들조차도 미·중 갈등이 커져 가는 지금의 대외 환경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도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대중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위기 요소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일시적으로 위기를 봉합하더라도 위기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박근혜는 정치 위기 재발과 통치 기반 약화를 피하려고 더 신경질적이고 더 필사적이다좌파를 희생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4대악 범죄와 무질서 때문에 사회 혼란과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고, ‘법과 질서’를 강화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와의 전쟁” 따위가 유행할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명분으로 동원될 것이다.


이처럼 “법과 질서”강조·강화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만회하려는 맥락에서 노동계 진보세력을 “반헌법”·“종북” 세력으로 몰면서 속죄양 삼으려 할 것이다. 검경 등 권력기관들의 사회통제 권한을 전반적으로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데,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우파 정부의 흉악한 발톱이 드러나는 조짐을 경고하는 것도 필요한 때다.


박근혜의 진보정치 솎아내기는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 심해지고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경우그 불만이 진보정치 세력들의 성장으로 수렴하는 것을 선제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박근혜의 위기 시기에 진보진영도 분열과 위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복지 먹튀를 폭로하며 박근혜의 위기를 활용해 진보의 독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는 공격에 매우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있다오히려 무기력·무대안으로 힘겨워하고 있다진보정의당 의원 3명이 정부조직법에 찬성하고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안철수가 이 틈을 비집고 4·24 재보선에 출마해 “새 정치”라는 모호한 구호로 반새누리·비민주당 층을 가로채 가려는 것이다.


우파 정부의 위기가 자동으로 진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 때의 교훈이다임기 첫 해 지지율 10퍼센트로 추락해 내내 허덕였지만결국 새누리당은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진보가 분열해 독자 대안을 내놓고 행동을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결국 중요한 것은 진보적 노동운동의 대응 여부일 것이다. 발톱을 드러내는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선 단결된 투쟁 건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당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운동의 과제를 내놓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제들, 즉 원칙에 기초한 단결, 단호한 대중투쟁 건설을 바라는 사람들을 묶어 세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급진좌파가 해야 할 임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에 사회적 연대 건설과 함께 보건 노동자들의 연대파업 같은 단호한 전술을 주장하고 건설하려 해야 한다. 진보의 독자 대안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복지 먹튀에 대응하는 부자 증세와 부실 기업 공기업화를 통한 고용 보장 요구 같은 것 말이다. 


유연하고 개방적 태도도 필요하다. 각자도생 상황 속에서도 특정 사안에 대한 협력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런 최소한의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관료적 투쟁회피주의, 패권주의, 종파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장도 회피도 하지 말고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면서노동계급 운동의 정치적 지도력 재건 방향이 더 좌파적이고 급진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단결과 운동의 지도력 회복이 더디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이런 방향에 동의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주변에 건설하려 해야 한다. 


  1. 일당국가 해체기였던 김대중 집권 초기도 내부 숙정이 이런 비슷한 효과를 냈다. 게다가 경제공황 상황이라서 취약해진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적었다. 그러나 소심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만큼 과감하게 사정 정국을 활용하지 못 했고, 그래서 더 기대가 컸던 김대중의 사정 정국은 무난하게 활용됐으나, 김영삼 때만큼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본문으로]
  2. 임기 첫 1분기 지지율이 70퍼센트를 넘긴 것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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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를해적기지로 불렀다고 해군당국에게 고소당했던 김지윤 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4 “[해적기지]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 … 해군이라는 집단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씨는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불기소로 끝났다며 연대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검찰 결정으로해군당국의 고소가 정당성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명박은 37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다. 김지윤 씨는 트위터 항의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해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하고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해군 당국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김지윤 씨를 고소했던 것이다.


김지윤 씨 말처럼, 법으로 반대파를 침묵시키고 해군기지 강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정부와 해군 당국의 시도 중 하나가 열 달 만에 좌절된 것은 통쾌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 후 헌법재판소장에 꼴통 보수 인사를 임명하는 현실에서도 검찰 같은 보수적 국가기구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도 뜻깊다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호의적일리 없는 검찰조차 이런 무혐의·불기소 결론을 내린 것은 애시당초 강용석 따위를 앞세운 해군 당국의 고소가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보여 준다


이미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과 경찰, 건설 대기업들의 횡포를 직접 겪은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 통용되던 표현이었다.


그러므로주관적 평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말은 기지 반대 운동에게 허위 사실 같은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것으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의 정당성도 더욱 확보된 셈이다. 더 나아가 99퍼센트 저항 운동의표현의 자유에도 진전을 이룬 것이다. 최근 한동안 명예훼손죄·모욕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사실 당시 해군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며 고소를 한 것은 당시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우파 결집을 추진하는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연달아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2011년말부터 집권당은  큰 위기에 빠졌다. 여러 위장 쇼에도 지지 회복이 쉽지 않자 집권당은 안보 공세와 색깔론을 되살리며 우파 결집으로 나갔다


3월초 제주 구럼비 폭파 강행, 한미FTA 발효 등을 강행하며 보수는 결집시키면서 반대편에선 야권과 진보진영을 분열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총선에서 이기고, 나아가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면 제주 해군기지도 일사천지로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봤을 것이다.


따라서 결집한 우파의 공세였던해적기지발언 고소에 용기있고 단호하게 김지윤 씨가 대처한 것이 매우 중요했다.


김지윤 씨는 우파들이 언론에서 마녀사냥 공세를 시작하자 도리어 “주민 15백여 명 마을에서 고작 87명이 찬성한 게 주민 동의를 얻은 것이라 우기는 정부, … 폭력 경찰, … 보수언론들, …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이들이 하는 게해적질이 아니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 기어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여 동아시아 불안정을 높이고 평화의 섬을 파괴한다면해적질의 책임을 반드시 묻게 될 것이라고 단단한 투지를 내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유시민이나 <한겨레> 등이정치인으로서 적절한 얘기는 아니라거나 김지윤 씨가비난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대처해 우리 편 김을 빼고 우파 공세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엑스맨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은 망설임 없이 연대와 지지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강정주민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고, SNS에서는나도 고소하라릴레이 등이 이어졌다.


특히, 노암 촘스키 등 국제 진보 인사들도강제로 강정 주민들을 쫓아내고 해군기지를 건설해세계 평화의 섬에 전함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한 해적 행위라며 고소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므로 이번 불기소 결정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승리이자 진보진영 전체의 성과다. 특히 물러섬 없는 단호한 투쟁도 얼마든지 광범한 연대를 구축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사실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때문이었다는 것은 저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이번 승리는 제주 해군기지 싸움 전체의 일부다. 김지윤 씨도해군기지 건설 밀어붙이기를 위한 겁주기 효과는 여전하다고 보고 앞으로도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진보진영은 더욱 단단하게 뭉쳐서 제주 해군기지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친제국주의 정책과 반민주 탄압 등 우파 결집에 맞서는 우리 편의 ‘단결과 연대, 단호함’은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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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는 박근혜다. 심지어 기성 언론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될 후보’ 1위로 박근혜를 꼽았는데도 그렇다. 


왜 반MB 정서가 팽배하고, 심지어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조차 집권당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일까?


첫째 요인은 정치•경제 위기감 속에서 우파의 지지가 결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로는 아무래도 박근혜와 경쟁하는 야당과 그 후보들이 부실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점이 진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과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싸움판을 벌일 때조차 지지율에서 저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역량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패배하고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나와 ‘중원’을 선점한 것이 민주당의 패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야권연대에 목을 매다가 박근혜가 반MB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사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민주당이 얼마나 별 볼 일 없고 신뢰를 주지 못 했으면 우파 집권당의 후보가 박근혜가 ‘우파 정권과의 차별화’와 ‘복지’를 선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경제 민주화는 기껏해야 재벌 소유 구조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경제 민주화’를 말할 때, 실제로 그것이 뜻하는 바람들 ―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며, 떼돈을 버는 만큼 세금도 올려 복지 재원을 늘리는 일 ― 따위와는 별 상관 관계가 없다. 


가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같은 솔깃한 공약도 내놓지만 이런 경우에도 실현 의지와 능력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쌍용차 대량해고, 각종 민영화 등은 민주당이 집권 시절 씨앗을 뿌린 일들이다. 


불길한 꿈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려면 새로운 진보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반MB조차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 해왔다. 지금도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를 놓고 이명박이 아니라 총리해임안을 내놓으며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타격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반MB 정서의 밑바탕인 반보수 정서와 어긋나게 거듭 재벌과 우파와도 거듭 타협해 왔다. 쌍용차 특위를 만들었지만, 사장들 눈치를 보며 해고자 복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색깔론 마녀사냥인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에도 협조하고 있고, 심지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검찰이 박지원 수사 등으로 민주당을 협박하자 검찰 곳 대법관 후보인 김병화는 반대하겠다고 하지만, 김신, 고영한 같은 반노동 판결을 한 후보들의 대법관 임명은 허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는 물론이고 문재인이나 김두관 등 친노 후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의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기보다 과거를 미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는 교활하게도 이런 약점을 이용해 반MB 정서를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 따위로 그 의미를 축소·왜곡해 왔다. 


4월 총선에서도 바로 이 방법으로 ‘그 놈이 그 놈’ 이란 식으로 이명박 심판 정서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오는 것을 피해 갈 수 있었고 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청와대 불법 사찰 문제에서 ‘나는 두 정권 모두에서 피해자’라며 교활하게 비켜갔다. 


그러나 실제로 진보진영 불법 사찰을 실제로 했던 민주당은 이런 대응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박근혜는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의 불철저함과 불철저할 수밖에 없는 원죄 때문에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근혜의 우파적 과거와 비리들을 줄기차게 폭로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진 않는다. 박근혜도 최근 ‘민주당 후보들은 박근혜 때리기말고 뭐가 있나’라며 비웃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편에서 섰지만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온 안철수가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4월 총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안철수일지도 모르겠다. 승리한 박근혜는 레임덕인 이명박과 국정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러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모순] 민주당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던 선거에서 졌으니 말이다.)


안철수 식 기성 정치 거리두기는 안철수식 성공과 분배 철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 그리고 대중적 인기와 모호한 컨텐츠의 묘한 조합 속에서 지금까지 높은 지지를 꾸려 왔다.


그러나 며칠 전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며 공개한 정책 구상이 민주당 수준과 질적 차이 없이 각론적 차이나 구체성 정도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게 드러났으니, 그가 앞으로 (박근혜를 제치려면 민주당의 좌우 양 편을 모두 흡수해야 할 텐데)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의 위기 탓에 진보진영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돼 상황을 진보적 대안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약화는 ‘보편 복지’가 정치 화두를 지배했던 지난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 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살아나 정치 지형과 선거판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오로지 우파 결집에만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을 붕괴시킬 수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이명박을 공격하고 박근혜에 맞서면서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선명한 진보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긴축 정책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등을 분명히 하면서 99퍼센트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대선에도 처음부터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를 내놓는 것은 안 그래도 위축된 존재감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진보정당의 위축은 정치 지형, 선거 판도를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물론 아직 안팎에서 찾아 온 위기를 아직 수습 못 한 통합진보당이 이런 구실을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물연대, 언론사 파업 등이 연 돌파구를 이용해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투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더 발전시키면서 진보의 정치 대안 건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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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지난해 말 공중분해 위기로 몰렸던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후 온갖 사탕발림을 했었다. 당 강령에 경제 민주화를 삽입하고 보편 복지를 공약했다. 수구꼴통 이미지를 벗으려고 이준석ㆍ손수조 같은 20대 청년을 앞세웠다. 


물론 친기업 부패 우파 정권 4년을 지긋지긋하게 겪은 사람들은 쉽사리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에 속질 않았다. 그래서 박근혜는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과 공조하며 우파 결집에 전력을 다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FTA 발효 바람잡이로 나섰고, 제주 해군기지 강행도 나서서 찬성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꾀죄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우파 결집으로 총선을 돌파한 박근혜는 그 뒤 새누리당을 ‘박근혜 유일체제’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제 박근혜는 잠시 가려져 있던 ‘수구꼴통적’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박근혜는 이석기ㆍ김재연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며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선거로 당선한 의원도 개인 사상을 빌미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향수’를 넘어서 아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박근혜는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 때 창당대회를 5월 17일로 잡았는데, 올해 새누리당 전당대회 날짜도 5월 15일이었다. ‘아버지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5월 16일을 어떻게든 출발점으로 삼으려고 애써 노력한 흔적이다.


한편, 민생법안 1호로 내놓은 ‘사내하도급법’도 박근혜의 계급적 본색을 드러낸다. 이미 대법원에서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두겠다는 철두철미하게 1퍼센트만을 위한 법인 것이다. 


이런 법이 원활하게 통과되도록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에 하나회 출신 강창희를 내정했다. 



골수 우파


이 강창희를 비롯해 김용갑, 김기춘, 최병렬, 김용환 등 박정희ㆍ전두환 독재정권에서 권세를 부리던 늙고 추한 자들의 모임인 ‘7인회’가 바로 박근혜 후견 그룹인 것도 최근 드러났다. 


반동적이고 낡은 인물들 중에서 특별히 더 골수 우파적인 자들을 고른 것처럼 보일 정도다. 천주교 순교 막말을 한 장군 출신 한기호도 친박계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의 정치 기반은 가장 반민주적이고 부패했으며 영남 지역주의에 물든 세력인데, 박근혜의 우파적 본색은 이런 태생적 기반과 관계 있다. 


게다가 경제 위기 재발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정권이 레임덕 위기로 휘청대고 있으니 집권당은 우파 결집을 위한 우경화 드라이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도 KTX 민영화 강행을 선언했고, 대법관 후임 인사를 모조리 자신과 가까운 보수 인사들로 채웠다. 검·경은 정권을 감싸고 있고, 군부는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활용하겠다고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경쟁하듯이 번갈아 강경 우파 발언을 내뱉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청년층에게 인기가 없는 박근혜가 이처럼 우파 본색을 드러낼수록 과거 회귀에 대한 불안감과 대중의 반우파 정서도 커질 것이다. 이미 젊은층에서 ‘군사독재를 지지하는 우파의 국가관과 민주주의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록 도를 넘는 우파적 공세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불안정성(특히 세계적 경제 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을 보여 주긴 하지만, 절차적 민주화를 되돌리는 반동으로 당장 귀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절차적 민주화가 나름 1987년 이후 정치체제 안에 나름 구조화됐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도를 넘은 행태는 도리어 공식 정치권 안에서 갈등을 첨예하게 할 수 있고 집권당 안에서도 불만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공격의 진도를 더 나갔다간 조직 노동운동이 중심이 된 진보 운동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화에서 그 사회적 내용의 핵심은 노동계급 조직들(진보정당과 노동조합, 그리고 각종 단체들)이다.] 반동이 성공하려면 이들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그런 세력관계상 우위를 우파가 확보한 것이 아니다. ‘오버’하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사상누각일 수 있다. 중도층이나 수도권 청년들 속에서 지지가 늘어난 [즉, 지지층 범위가 커져서 지지도가 높은] 게 아니라, 우파가 똘똘 뭉쳐서 [나머지 새누리당 후보들을 잠룡이 아니라 잡룡으로 만들면서]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과 2002년에 오만방자하던 이회창도 압도적 격차로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으나 결국 반우파 정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자동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저들도 위기감 속에서 나름 필사적이므로 지금처럼 진보진영이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면,  


따라서 진보진영은 광범한 단결을 추구하면서 반우파 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박근혜의 우파 본색과 이명박의 부패를 모두 공격해야 한다. 매카시즘 공세에 아랑곳 않고 기지개를 펴는 노동자투쟁들이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우파 투쟁이 커질수록 ‘이명박근혜’는 분열할 것이고 우파는 고립될 것이다.



발단은 선거 부정인데, 사건의 귀결은 공안 탄압으로 가고 있다. 저들의 도박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진보진영은 혁신과 구분해서 단결해 싸워야 한다.



□ 떠들썩하지만 보잘것없는 민주당 경선



엎치락뒤치락하는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과정은 민주당이 처한 모순된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대주주들인 ‘친노’ 이해찬과 ‘호남’ 박지원이 당내 반발 속에서 ‘이박 담합’을 강행했지만 결과는 혼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이박 담합’이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 다양한 세력들이 태클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경선이 대선 후보 대리전처럼 진행되면서, 손학규 등 ‘비노’ 진영 대선 주자들이 문재인을 견제하려고 김한길을 지지했다. ‘비전’도 ‘감동’도 없이 이해득실만 난무하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각자 자기 출신 지역에서 1위를 하는 등 퇴행적 현상도 계속됐다.   


사실 총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자들은 모두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중시하며 지나치게 ‘좌편향’한 것이 문제라는 ‘중도강화론’을 받아들였다. 껍데기뿐이던 ‘진보 시늉’조차 문제 삼은 것이다. 


경선에 참여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이런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보니, 경선에서 정치적 쟁점도 형성되지 않았다. 국가관을 핑계로 한 새누리당의 이석기ㆍ김재연 사상 검증과 제명 시도에도 민주당의 입장은 오락가락하기만 했다. 


색깔론 마녀사냥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이해찬과 김한길이 ‘매카시즘 공세에 정면 대응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사실 지금으로선 누가 민주당 대표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대여 투쟁 지향적인 사람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이 글은 당대표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 씌여졌다.) 


그러나 선두 그룹인 이해찬ㆍ김한길은 물론이고 3위 그룹인 추미애ㆍ강기정 모두 친기업 정책을 표방해 왔던 전력이 있고, 민주당의 중도 강화론에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누가 대표가 돼도 포퓰리즘적 성격 때문에 오락가락하면서도 친자본주의 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다만, 새누리당과의 여야관계는 좀더 전투 지향적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이 와중에도 박지원은 저격수 주특기를 되살려 박근혜 폭로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지지율을 낮추지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박근혜가 싫지만 민주당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려면 폭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루빨리 자체 위기를 해결하고 민주당과 차별되는 대안 건설에 나서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주에 쓴 글이며, <레프트21> 83호에 축약해 두 꼭지로 나뉘어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박근혜의 쌩얼 / 민주당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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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정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몰래 감시하고, 심지어 이런 짓이 적발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아예 검찰과 재판부와 짜고 범죄를 숨기려 했다면 어떨까.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면, 정권은 즉시 물러나고 관련자들은 구속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사안들을 버티기로 넘겨 온 이 정부는 이번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민간인 사찰은 2008년 촛불항쟁에 대한 이명박식 보복이었다. 

들통난 사찰 수첩에는 민주노총 등의 동향 뿐만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한 다함께에 관한 메모도 쓰여 있었다. 촛불항쟁 당시 다함께 마녀사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불법 사찰이 꼬리를 잡히자 저들은 사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폐기하고, 입막음용으로 임태희 등이 구속자들에게 변호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인 장진수가 폭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양치기 소년’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시갅순을 대비해 정리하면, 

‘왕의 남자’ 박영준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에 국무총리실에 문제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생겼고, 박영준은 자기 밑의 행정관인 이창화 등을 이곳으로 파견 보내고, 이듬해 자신이 국무차장으로 국무총리실로 옮겨 갔다.

이상득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임태희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노동부장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증거 삭제가 벌어질 때, 청와대 내부의 총감독자였다. 사찰 건으로 구속된 자들의 가족에게 임태희는 금일봉을 줬다. 임태희가 노동부장관일 때, 보좌관이던 [그전부터 임태희와 유착관계였던]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도 이 때다. 

영포’라인으로 이상득, 박영준과 가깝고, 이명박의 경호·수행 등을 맡으며 측근이 된 친이 행동대장 이영호. 2008년부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 과정 등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들 면면과 직책, 인맥을 연결하면 이상득이나 이명박이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미 공개된 수첩에는 ‘BH(청와대=Blue House) 지시 사항’ 따위의 언급들이 수차례 나온다. 마침 사찰 보고서가 이명박 직보용으로 별도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꼴통’ 이영호가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지는 쇼를 했는데, 명진스님 말대로 ‘몸통’ 위에 ‘대갈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불법 사찰의 실무 총책이던 “이영호가 입을 열면 정권이 흔들흔들할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려 뿌린 수억 원의 출처도 의혹의 대상이다. 

여기에 BBK 관련 의혹도 끊이지 않고 폭로되고 있다. 

2007년 BBK 의혹이 근거없는 이명박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가 된 신경화의 당시 편지가 그 동생 신명이 쓴 ‘가짜 편지’라는 게 들통났다. 신명은 ‘가짜 편지’ 작성을 요구한 배후에 이상득과 최시중이 있다고 지목했다. 조만간 한국에 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BBK 재판을 하는 미국 법정에 이명박 스스로 BBK는 자기 회사의 계열사라고 증언한 진술서와 이명박의 BBK 명함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입만 열면 거짓말, 했다 하면 사기극, 그러다 들키면 주먹질인 이 정권을 응징하는 데서 선거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퇴진과 구속으로 심판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어리버리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만 의존 말고 진정성있게 강력한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진 ‘꼴통’ 이영호


※ <레프트21> 78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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