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합을 넘어 미국 민주당식의 연합정당 모델을 …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야 5당이 민주당으로 뭉치자는 이른바 ‘빅 텐트’론이다. 

김 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이 오히려 진보정치를 유지ㆍ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텐트’론은 민주당 수혈론에 불과할 뿐 결코 진보정치 유지ㆍ강화의 전략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다름아닌 미국 민주당에 개입한 좌파의 경험과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미국 좌파의 정치적 존재감이 원래 미약했던 건 아니다. 1912년 유진 뎁스가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서 6퍼센트를 얻을 즈음, 이 당은 연방 하원의원 두 명과 시장 70명, 지방의원 1천여 명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때 민주당은 노예소유주들의 당에서 시작한 자본가 당이었다. 

그러나 사회당 좌파는 미국노동총동맹(AFL) 소속 백인 숙련 노동자 사이에 퍼진 인종차별 의식과 정치적 실리주의에 진지하게 도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회당 우파가 민주당 대통령 윌슨과 동맹 정책을 추구해 당이 분열할 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공산당으로 분리해 간) 일부 사회당 좌파를 포함해 좌파들이 민주당에 흡수되지는 않았기에 1930년대에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세계 대공황의 고통 속에서 노동자 투쟁이 부활한 것이다. 1932년에 ‘뉴딜’을 내세워 집권한 루스벨트가 복지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노조 결성권과 임금 인상을 허용한 것은 이런 투쟁에 밀려서였다. 

그러자, ‘신’이민ㆍ흑인ㆍ여성 노동자들도 자신감을 얻고 투쟁에 동참했다. 투쟁 속에서 노동계급의 폭넓은 단결이 이뤄졌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주들은 1936년 재선에 나선 루스벨트를 ‘친노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공산당은 루스벨트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공산당이 조직과 전략마저 민주당에 종속시킨 것이었다. AFL과 산업별조직회의(CIO)도 민주당 투표부대로 전락했다. 

그때 공산당은 스탈린의 인민전선 지침으로  루스벨트의 충실한 동맹자가 됐다. 민주당을 진보정당인 듯 분칠한 것도 모자라 충성을 증명하려고 1938년에는 기관지를 폐간했고 1944년엔 아예 공산당을 해산했다. 

공산당이 이렇게 정치ㆍ조직상으로 무장해제되자 루스벨트는 손쉽게 탄압으로 돌아서 본래 기반인 기업주들을 달랬고 제2차세계대전을 핑계로 그동안의 양보를 일부 거둬들였다.


신좌파 운동

그 뒤 민주당 정부는 한국전쟁을 벌이며 냉전 매카시즘을 일으켰고 곧이어 베트남전쟁을 시작해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미국 좌파와 노동운동은 대안적 진보정당을 만들지 않고 흑인 민권 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폭발한 1960~1970년대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 시기에 신좌파운동이 정치에서 한 일은 1972년 ‘반전’ 후보 맥거번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것뿐이다. 이에 민주당 주류는 사실상 공화당 닉슨을 지지했고 맥거번은 참패했다.

△“부시 복귀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 미국 반전운동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 낙선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을 못 이겨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를 지지했다.

이로부터 신좌파운동은 오히려 민주당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끌어냈다. 이들은 1984년 대선에서 AFL-CIO 지도부와 함께 민주당에서도 보수파인 먼데일을 지지했다. 레이건의 보수혁명에 맞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흑인운동 등은 무지개연합을 꾸리고 제시 잭슨 목사를 먼데일의 당내 경쟁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잭슨이 레이건 낙선을 위해 민주당의 ‘단결’에 이바지한 결과, 무지개연합의 좌파 개혁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은 후퇴했다.[각주:1] 

결국 잭슨은 당내 경선에서도 패하고는 먼데일의 당선을 돕는 보수적 선거 캠페인에 동원됐다. 

2004년에도 무브온 등 풀뿌리 단체들은 반전후보 하워드 딘을 지지했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실패하자 이라크 전쟁 지지자인 존 케리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요즘도 미국 노동조합의 정치기부금은 90퍼센트 넘게 민주당에게 가지만, 이는 민주당이 받은 기부금에서 10퍼센트를 조금 넘는다. 민주당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대기업주들에게 받는다. 민주당은 ‘연합정당’이 아니라 대기업주들의 당이었던 것이다. 

좌파가 미국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파산했다. 좌파는 민주당 안에서 질식당했다. 독립적 진보정당 없이 대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두 개의 신자유주의ㆍ제국주의 정당만이 존재하는 미국의 암울한 정치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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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진보진영이 참조할 모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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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당 주류는 당선가능성을 위해 민주당이 좌파라는 공격을 받으면 안 되니 잭슨의 선거강령을 온건화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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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도 트위터 계정이 있습니다. 지난해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트위터가 부상할 때부터 팀을 꾸려서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초반부터 적응하려 한 셈입니다. 지금은 3천 명 가까이 팔로워가 생겼으니 대단한 건 아니지만 넷맹들 몇이 운영한 트위터치곤 그럭저럭 선방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관련 기술 팁은 안고딩 님에게 절대 의존)

기사 소개 글을 기사 주소를 링크해 꾸준히 내보내고 있고, 주기적으로 검색해 좋은 정보 등은 취재에 활용하기도 하고, 리트윗[각주:1]하는 등 소통의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 지난 3월 기후변화 토론회는 트윗으로 생중계해 관심있으나 물리적 조건상(지방 거주 등)으로 참가하지 못한 분들에게 서비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감 때가 되면 거의 못하긴 합니다)

요샌 <레프트21> 지면으로 소개하는 사회포럼과 맑시즘 행사를 트위터 홍보하는 것도 조금씩 늘리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하다 보면 재밌는 글이나 패러디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촌철살인으로 이명박 정부와 권력자들을 풍자하는 글들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합니다.


트위터 이용은 웹 상에서 레프트21이 조금더 알려지는데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 애용자들 가운데 넓은 의미에서 진보적이라고 하는 분들은 표현의 자유 등 민주적 권리 탄압 소식에 가장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금호타이어 사측의 노동자 농성장 탄압,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 연행, 천안함 관련 유인물 배포 학생 연행 등의 온라인 기사는 올리자마자 조회수가 폭등했는데, 아무래도 트위터 홍보 덕분인 걸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레프트21> 거리판매 독자들의 연행 사건이 트위터 상에서 엄청나게 리트윗되면서 신속하게 알려지고 많은 격려와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명 블로거 등이 직접 리트윗을 호소하기도 했죠. 그뒤 신문 기사 접속자가 일시에 크게 늘면서 정기구독과 후원 독자도 늘었습니다. 이 사건을 다룬 온라인 기사들의 조회수도 엄청 높았습니다.

그밖에도 4·19, 5·18과 한국전쟁을 다룬 기사를 추천한 트윗들이 한국현대사 복습하기 등으로 리트윗되면서 조회수가 높았습니다.

물론, 온라인 홍보 결과를 보면 대체로는 깊이있는 논쟁 글들이 트위터 상에서 인기가 높은 것 같진 않습니다. 앞서 든 사례들처럼 트위터라는 매체의 특성상 단발성 속보성 기사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 점에서 트위터 홍보는 홍보와 독자 조직에서 여전히 보조적 수단인 건 사실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확인하는 온라인 기사 인기도는 지금의 전반적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레프트21>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대중성을 지향하면서도 좀더 운동과 사상을 조직하는 데서 부딪히는 구체적 문제의식을 치밀하게 다뤄보려 하니까요.

최근에는 트위터 상으로 건의를 받거나 토론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몇달 꾸준히 하다 보니까, 이런 일들이 생기나 봅니다.

국내 진보언론들이 BP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을 별로 안 다룬다는 의견도 있었구요, 미국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맥크리스탈 해임 사건이 국내에 보도되자마자 이를 다룬 분석 글은 언제 나오냐는 문의도 트위터로 받았습니다.

다른 유명 트위터들을 흉내(고급 용어로 벤치마킹이라고 하죠)내서 여론 수렴을 하려 했는데, 첫째로 김상곤 교육감의 교사 경징계 조
치 여론을 물어봤습니다.


답을 주신 분들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직무정지를 당할 수도 있는 불가피한 조건에서 경징계로 처리한 것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전교조 교사 분도 있었고, 징계는 징계이므로 유감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의견이 반반 갈리는 걸 보면서 이 문제는 꽤 신중하고 치밀하게 다뤄야겠구나 하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은평 재선거에 출마한 사회당 금민 후보를 왜 안 다루냐는 항의도 받았습니다. 몇가지는 사실과 어긋나는 근거를 댔는데, 조금 억지스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당이 진보언론의 외면을 받는 건 정파적 이유도 있겠지만, 사회당이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큽니다. 최근 금민 후보 건도 마찬가지입니다[각주:2].(사실 제가 홍보담당 몇 년 해봤는데, 기자에게 기사 강요하면 대개는 역효과 나던데...)

많은 문제들에서 <레프트21>이 늘 정답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최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선거 기사도 뼈아픈 실수입니다. 제가 맡은 기사가 아니다보니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입장이고 정치 기사니까 저도 책임이 큽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독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 합니다. 트위터 운영도 그런 취지입니다.
사실 공식 트위터 관리는 대화의 내용과 폭에서 이런저런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개인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더 밀착된 정보를 얻고 피드백 수단을 늘리는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문사에선 김인식 발행인과 장호종 기자, 김용욱 기자, 이미진 기자(사진)가 선구적으로 트위터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수단이든 피드백을 잘 하는 거겠죠. <레프트21>은 단순히 글좀 쓴다는 좌파 활동가들의 매체에 머물면 안 됩니다. <레프트21>은 좌파적 견해 표출보다 더 큰 꿈이 있습니다.

<레프트21>은 운동과 사람, 사상을 조직하려 합니다.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자와 민중들이 세상을 바꾸는데 쓰이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려 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그래서 <레프트21>의 운영 재정과 필진 모두 지금보다 더 넓은 기반 위에 서야 합니다.

기자는 자기 글 취재하고 글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기고와 제보, 후원을 조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능동적인 <레프트21> 독자들도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협력해 진보언론이 운동과 사상의 구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독자편지 많이 보내주시고, 트위터에서 아는 체도 해 주시고, 블로그 댓글도 많이 남겨주셔요~~)

△ 조기 교육의 힘! 정답 처리한 선생님도 멋져요~


  1. 자신이 팔로우('친구'로 등록)한 트위터 사용자가 보낸 글을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다시 보내는 걸 말합니다. 한마디로 널리 알려달라고 퍼뜨리는 행위(일종의 추천)인 거죠. [본문으로]
  2. 물론 금민 후보도 지지받을 자격이 충분한 진보 후보입니다. 진보 단일 후보로 합의된다면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오류와 진보신당의 혼란을 빌미로 타 당에게 출마를 자진 포기하고 자신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선빵날리기 식) 요구를 하는 것은 연대연합에 진지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불신을 걷어내고 협력과 설득이 중요한 시점인데요. 그나마 은평재선거 공동대응 공문도 진보신당에게만 보냈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진보연합을 하자는 건지, 깨자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방침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것이 이런 서투른 제안을 정당화해 줄 순 없습니다. 그동안 사회당은 진보진영의 정치적 단결보다 진보진영 안에서의 독자성을 더 고집하다 선거 득표도 계속 줄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주변화됐습니다. 충심으로 고언하건대, 외향적 시각으로 자신들의 전략을 재검토할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2002년에 민주노동당과 통합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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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올해 상반기에 꾸준히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부동산 전문가인 선대인 씨가 이 기사를 보고 낮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고점 대비 20~30%씩 집값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고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부터 무너지면서 은행 연체율도 급등하게 됩니다.” [중소기업]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8년 말부터 부실단계에 들어가 있지만,금융기관들이 추가 대출을 일으켜 연체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출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블로그 <불량사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bubble100705)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가격 하락으로 빚내서 부동산에 돈을 쓴 사람들과 은행들이 함께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덧붙여,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놈은 사기꾼이라는 말도.


부실 연체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인 듯합니다. 오늘자 <한국일보>에서 가져 온 위 표가 비록 부실자산 정리 전이라서 연체율 증가폭이 그리 높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으나 1분기와 2분기에 은행들이 정리한 부실자산 규모가 2조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입니다. 그러고도 몇 은행은 정부 권고 연체율 수치를 못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시중은행들의 고정이하 여신이 준 대신, 요주의 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각주:1].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는 고정 단계의 바로 전 단계로, 잠재 부실이 커진다는 것이죠.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고, 가격도 떨어져 신규 미분양도 많습니다. 대출 받고 산 아파트가 가격도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는다면, 그 대출은 매우 위험한 잠재부실이 됩니다. 신규 미분양은건설사들에게 엄청난 자금난을 안겨 줍니다.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요주의 분류 여신은 전년 대비 35.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고정이하 여신도 29.8퍼센트 늘었습니다. 국민은행은 고정이하가 14퍼센트 줄었지만, 요주의 여신이 36.3퍼센트 늘었습니다. 신한과 외환은행도 고정이하가 2.1퍼센트, 14.2퍼센트 주는 동안 요주의 여신이 27.8퍼센트, 30.9퍼센트 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2조 원이 넘게, 국민은행이 거의 2조 원 수준의 대손충당금[각주:2]을 적립했는데도 잠재 부실이 늘어난 사실이 중요합니다. 신한은행도 1조 3천억 원이나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정도면 예년과 비교해도 매우 큰 편에 속합니다.

물론, 요주의 여신이 부실화가 안 될 수도 있죠. 그러나 맨처음 인용한 올해 상반기 기록에서 보듯 실질연체율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나 지표상으로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명백해 보이구요, 호가를 안 내리고 버티면 지표상 가격 하락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는 현실을 막을 순 없습니다.

은행 수익구조를 봐도, 올해 수익 향상이란 건 큰 규모의 예대금리차(2.76퍼센트) 때문인데,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7백조 원이 넘어 이젠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에 예대마진 그 자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봅니다.

지금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높일 수도 없고, 예금금리는 더 낮출 게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각주:3].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가 아닙니다.

지난 3년간 한국 경제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부양 정책 덕을 좀 봤습니다. 수출경제인 한국에게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수출시장이 열리는 행운으로 침체 속도를 늦추고 심지어 지표상으론 생산과 고용 등에서 소폭 반등을 낳았습니다.

문제는 이 쥐꼬리만한 회복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낳고, 이는 다시 출구전략을 써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압력을 낳습니다. 그러나 경제회복이 아직도 ‘지표상 회복’ 수준인데, 출구전략 잘못 쓰면 더 크게 경제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망(시원하게 망한다)'하는 거죠.

특히, 금리 인상은 부실해지는 개인(중소기업) 대출을 부실 핵폭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거래량과 가격하락,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 금리인상을 함부로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은행장을 경질해 가며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겁니다. [각주:4]

게다가 한국경제의 숨통을 틔어준 중국경제도 막대한 부양 자금 문제로 과열이 일어나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시원찮으니 정부가 기업들에게 지급한 부양자금이 생산 투자로 가질 못하고, 다시 원자재 사재기(=투기)로 흘러들어가 국제적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러온다는 게 지난해 말 소식이었습니다.


결국 질질 끌다 대출 부실화가 금융 위기(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까 봐 각 정부들이 지급보증 등의 형식으로 이 손실을 막아줍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거품 호황을 지탱해 준 개인(기업)대출의 부실이 금융사 위기를 거쳐 정부 재정의 부실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게 최근 유럽 재정 위기의 패턴입니다.

지난달 한국 정부도 저축은행들의 PF[각주:5] 손실을 막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실해진 채권을 사 주겠다는 건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벌써 2조 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최근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재정적자 문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이 상황에서도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는 정신나간 정부들 탓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경제를 내버려 두면 이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정상 상태로 보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다른 거품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기업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선 경기 회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장 한국도 중국 정부의 부양책 덕을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럴때 진취성 경쟁력 어쩌고 하면서 경제분석하는 놈들은 십중팔구 사기꾼입니다.

결국 출구전략이든 부양책이든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는 방식으론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오바마식 ‘부자 사회주의’나 EU 방식의 어정쩡한 국가개입과 후퇴는 재정적자만 키워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게 됩니다.

단지 시장의 원활한 작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는 게 진정한 경제 회복의 목표라고 본다면, 강력한 자본 통제와 투자의 사회화, 소득과 자산(주택)의 재분배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안정시키고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진보적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결국, 그리스처럼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오직 시장주의가 아닌 다른 해결책, 특단의 위기에 걸맞는 특단의 대안을 내놓고 대중을 조직하는 진보세력에게만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1. 은행 여신(대출)의 우량·불량 상태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불량 단계를 "고정이하 여신"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은행이 보유한 채권(대출=여신) 가운데 회수가 불분명한 채권을 순이익에서 빼 별도로 적립하는 것을 말함. [본문으로]
  3. 사실은 요즘 예금 금리는 물가인상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이자소득이란 게 무의미한 지경입니다. 그래서 자산가들이 자산투자에 더 목맸던 것이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4. 그래서 한국은행이 혹시나 금리를 올리더라도 0.25퍼센트 수준의 소폭 인상을 넘을 순 없을 겁니다. [본문으로]
  5.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약자. 담보 없이 금융회사가 사업계획만 보고 수익성을 판단해 대출함. 요즘 광고에서 정주영이 울산 앞바다 모래밭 사진만 들고 영국에서대출받은 일 자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게 PF임. 문제는 부동산 거품 때 건설사들의 PF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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