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학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평소 떠오르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좀 두서 없이 정리함. 공학에 대한 것이지 공학은 아님. 공학 모름.



2012년 박근혜의 집권 전략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정치 양극화 상황에 대한 대응.

기본 기조: 강력한 우파 결집 + 이를 통한 중간계급/중도보수 견인

보조 기조: 경제민주화 같은 약팔기로 야권 후보들과의 차이 흐리고 물타기

그해 총선 과반 달성과 대선 승리로 성공을 거둠.


이후 박근혜 주도 여권의 선거 기조로 주욱 이어짐. 2014년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다수의 교육감 선거에서 패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으나, 각종 재/보선에서는 여전히 먹힘.


경제·안보 위기와 정치 양극화가 여전해 이번 총선에서도 기조 큰 변화 없음. 다만, 집권 후로서 복지 공약 파기, 노동개악 등 고통전가 공세로 보조 기조로 이용한 약팔기/물타기가 어려움. 이 때문에 지지층에 균열이 생김.

그래서 우파 결집을 더 강공으로 하려고 함. 다만, 야권이 약화돼 있는 것이 호재.


그럴수록 박근혜의 일방독주 스타일에 대한 반감과 정치 위기는 고착화됨. 심지어 세칭, 온건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적 보수층, 중도층, 강남우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에서 지지층의 상당한 이탈을 초래함. 


노동운동 투쟁 분위기 회복했으나 정치지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 다만 정의당 득표력이 소폭 상승.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중구난방 사태와 통합 논쟁

전반적으로 노동자 투쟁 등으로 박근혜 지지 놓고 양극화 현상 발견되나, 재/보선은 턱없이 야권이 져 왔음. 이는 야권이 기대치 충족을 못 시키기 때문.


야권 주도자들은 이를 중원 확보 문제로 여기는 듯함. 그래서 문재인 파와 안철수 파 모두 2012년 박근혜 집권전략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걸로 보임. 김종인/이상돈 영입 경쟁도 그 사례. 김종인 포지션의 모호함.(우파에겐 덜 우파, 좌파에겐 우파)이나, 노동운동 등과 일정한 선을 긋거나, 안철수가 경제는 진보지만, 안보는 보수다.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것.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양자 구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을 찍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을 잡겠다는 것.


그럼에도 양측의 구체 전략은 달라 보임.


문재인 파는 중원을 확보하는 2012 구도 어겐 전략인 듯. 즉, ‘보수 vs (약한) 진보’ 양자 구도 전략. 기존 정치양극화 추세에 안전하게 부합하겠다는 것. 기존 민주당 스탠스를 중심에 놓고 좌우로 벌려 하는 방식.(2012년과 비교하면 오른쪽으로 좀 더 강조함, 그때의 패배를 온건 보수 성향의 이른바 중원을 놓쳐서라고 평가하기 때문.) 그런데 이는 모순을 낳게 됨. 진보정당을 동맹으로 포섭하는 데 드는 정치비용이 오론쪽으로의 확장에 방해가 됨. 그러나 양자 구도를 만들려면 진보정당을 포섭해야 함. 그러나 흡수통합해 버리기에는 진보정당의 토대인 노동운동이 호락호락하지 않음. 그래서 늘 동요하고 기회주의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됨.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 더 왼쪽으로 갈 수도 없는 조건을 반영. 


안철수 파도 문제의식의 중심에는 정치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란 문제가 있음. 안철수는 양극화에 맞서 국민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의 기반으로 온건 보수(중원)를 삼으려는 것.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가 바로 그런 전략에서 나온 구호. 안철수는 양자 구도가 아니라 강성보수-중도-강성진보(좌파)의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세력이 의도했든 아니든 2002년 노무현의 승리시 대선 구도다.) 안철수는 이번 총선을 이 대선 구도를 위한 사전 포석 계기로 삼으려 함. 따라서 야권연대, 특히 야권통합은 총선에는 도움이 돼도 대선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임. 따라서 안철수에게는 강성진보와도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함.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데, 정치 양극화 추세에서 사실상의 봉합 전략이라 장기화될 수 없음. 지금의 더민주당도 중도화로 가려 하면서 허덕이는데 이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에 공백이 생김. 이를 만회하려면 이 공백보다 오른쪽에서 얻는 표가 더 많아야 됨. 이것은 새누리당의 강력한 우측 구심으로 쉽지 않음. 그래서 왼쪽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더 강한 우경적 제스쳐가 필요하게 됨. 안철수가 노동/진보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더민주당의 온건진보들에게도 더 신경질적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음.  


이런 야권 대선 구도 전략의 미묘한 변화는 정치 양극화 효과 때문.


-양극화는 양 극에서 또 2차 양극화를 낳음. 특히 왼쪽에서 더 급진적으로 양극화를 추구하는 것과 양극화에 대한 반동으로 양극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반동(역작용) 역시 발생하게 됨. 양극화 속의 양극화 발생. 이것이 강준만 등의 증오마케팅론, 싸가지진보론이 함축한 바이며, 노동운동 내에서 좌파가 지도부로 부상하는 동시에 야권 내에 강준만/조성주 류도 주목을 끈 이유.

-그런데 박근혜는 본인 자신이 우측 극(축)이므로 자기로 당기는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음. 그러므로 딜레마를 겪지는 않을 수 있음. 그 방향이 승리하냐를 떠나서. 그것은 투쟁의 힘이 강력/강경할 때만, 내부의 양극화를 촉발할 것임.

-반면, 더민주당은 양극화의 왼쪽 축이 아니므로 100% 능동변수가 못 되고 야권 전체 구역 안에서 좌우 압력에 시달리는 딜레마를 겪게 됨.(그래서 동요)

-노동운동이 더 부활해 노동/진보 정치 세력 내 좌파의 세력이 강해지면 더민당의 양자 구도 전략은 위협받게 됨. 

-이상의 요인들 때문에 더민당이든 국민당이든 포퓰리즘만으로 새누리를 고립시킬 수 없음. 그래서 안철수의 3자 구도나 문재인의 변형된 양자 구도 전략이 나오는 것이고, 두 전략 모두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해 자신들의 야권 내 헤게모니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함.

-더민주당의 양자 전략은 현재 중원화를 중심에 두고 있으므로 노동/진보 정치세력과는 앞으로 갈등할 소지가 더 큼. 물론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를 진행하기는 할 것임. 그러나 2012년처럼 적극적이거나 개방적이지 않을 것임. 

-안철수의 중원 전략이 단순한 우경화와 몰락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실은 전체 공식정치 판 자체가 좌경화해야 함. 그래야 안철수가 이전의 진보적 외양을 유지하면서도 중원 전략을 펼 수 있음.

-둘 모두의 상황을 보면, 노동/진보 정치세력의 전략적 야권연대는 선거공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음.

-더민주당이 양자 구도 전략을 고집하면, 아마도 내년에 가장 강력하게 부상할 인물은 박원순일 가능성이 높음. <한겨레> 등은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이른바 행정능력과 엔지오개혁주의로 좌우 모두 어필 가능하다고 부각시킬 것이고 이것은 상당히 어필할 것임.

-새누리당은 단기적으로 안철수의 총선 다자 구도 전략이 관철되는 게 유리하니 그것을 바랄 것, 그러나 길게 보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상징되는, 물론 안보는 평화, 경제는 보수일 수도 있음) 모순된 처지의 중간계급 기반을 치고 들어오는 안철수가 길게 보면 반가울리도 없음. 둘 다 분열된 (그래서 다투다 서로 약화되는) 상태를 관리하길 바랄 것임.


전략적 야권연대 방침은 대선에서 양자 구도를 전제한 것. 이를 이미 결정한 정의당이나 인민전선을 추구하는 구 통진당 계열들이 더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면서 안철수를 고립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취하는 이유. 단기적으로 야권을 우경화하는 효과를 낳는 안철수는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나, 노동/진보 정치의 방향도 지속해서 양자 구도 전략이어서는 곤란함.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모두 양극화의 통합, 봉합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에 호응하는 전략적 야권연대는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전략에 호응하라는 압력에 크게 노출됨.


노동계급 운동은 독자노선을 기본으로 놓고, 공식정치 지형을 흔들고 왼쪽으로 오게 할 힘이 있는 계급투쟁 활성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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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새로운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전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는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기성 친자본주의 정당의 누가 당선돼도 어떤 형태로든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유독 박근혜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는 18년간 독재 정치로 한국 정치를 피로 물들여 왔던 박정희의 딸이자 그 정치의 계승을 목표로 하는 반동적 우익이다.


박근혜는 유신체제에서 이미 정치활동에 참여해 독재 권력을 누렸던 자다. 박정희가 죽은 뒤에는 전두환 정권의 비호 아래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을 물려 받아 호위호식하며 살아온 자다.


그는 야당 시절,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같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 개혁조차 “국가정체성에 어긋난다”며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이명박이 추진한 부자 감세, 각종 사기업화, 기업의 공익적 규제 완화 정책 등은 박근혜가 2007년 내세운 ‘줄푸세’의 연장선이었다.


지금 박근혜 주변에는 군사독재 시절의 옛 영광을 그리며 사는 특권층 늙은이들과 1퍼센트 자본가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전두환과 김영삼, 이건희와 정몽구, 방일영 등이 박근혜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저항할 노동자운동을 단속할 권위주의적 우익 정부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바로 이것이 바로, 올라가진 못해도 내려가진 않는다는 박근혜 40퍼센트 지지율의 실체다. , 경제 위기와 저항에 대비해 똘똘 뭉친 1퍼센트 특권 우파들의 결집, 보수대연합이다.


물론 박근혜가 이긴다고 해서 박정희·전두환 체제를 곧바로 되살릴 순 없다. 그런 일을 허용할 만큼 노동자운동의 조직과 의식이 후퇴하거나 훼손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수 대결집과 낮은 투표율 덕분에 당선한 정권은 오히려 취약한 기반 속에서 반동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모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근혜가 집권하면, 당분간 우익들이 더 자신감을 얻어 더 반동적 목소리를 높일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우파 정책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우기면서, 반민주·반노동 공세에 더 성마르게 나서고 싶어할 것이다. 저들은 이명박 정부 5년을 그런 기회로 삼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박근혜의 집권에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박근혜 집권을 저지하고 싶어하는 수백만 대중과 수십만 노동자들의 염원에 공감한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 후 반동적 우익들의 환호성을 듣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런 정치 양극화 때문에 1퍼센트 특권층과 보수 세력이 박근혜로 집결하는 만큼, 그 반대편에서도 그런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선거에서 박근혜에 맞선 결집은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에게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염원이 뒤틀리고 굴절돼 정치 양극화가 부분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현재 선거 구도에서 문재인이 유일하게 박근혜를 낙선시킬 후보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박근혜의 확장성 한계가 불러온 위기가 여러 차례 왔는데도, 박근혜 대세론이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은 민주당의 한계와 진보정치세력의 분열과 약화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이전 10년 동안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미FTA를 추진했고, 명분없는 미국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


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기 시작한 것도, 새만금 등 각종 환경파괴 개발 정책을 대규모로 추진한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제주 해군기지에서 삽을 뜬 것도 그들이었다.


문재인은 딱부러지고 선명하게 이런 과거와 내용에서 단절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면서도 새누리당과 합의해 진보정당을 국회 운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달리 민중운동과도 어느 정도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뿌리는 명백히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약점과 과거의 기억 때문에 그들은 반박근혜 정서를 가진 젊은 세대에서 충분한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진보정치세력이 분열·약화하면서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선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도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조직 노동운동이 분열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진보 후보들은 많아야 1퍼센트대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불가피하게 떨떠름한 심정으로 문재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에게서 어떤 희망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최선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를 보고 싶지 않아서,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심정인 것이다.


미국 역사가 하워드 진은, 주류 양 당 사이의 사소한 차이가 노동자·민중에게 의미있는 차이가 되는 경우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진정한 압력을 권력자들에게 행사했을 때라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설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기와 방식은 다르더라도 친자본주의 정당의 후보들이 집권하면 내핍 정책과 공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복지를 삭감한 긴축 예산으로 짜 놨고, 레임덕 속에서도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 정책을 추진할 기반을 닦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마 박근혜가 집권하면 좀더 빨리 더 노골적으로 공공부문 공격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자신감있고 강력한 것은 아닐 거라는 것과 그들의 계급적 처지 때문에 반동적 공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은 자신이 어떤 사회적 염원 속에서 집권했는지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워 하며 사회적 협약을 맺자는 방식으로 [사실상은 고통전가인]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낙선한 우파의 신경질적이고 반동적 압박에 얼마나 일관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박빙의 상황 속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둘 다 99퍼센트 대중을 위한 시늉뿐인 개혁에 대해서조차 점점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탑 농성과 경고 파업, 쌍용차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은 이처럼 대선에서 주류 후보들이 진정한 진보 의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방어하는 후보보다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거나 이의제기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더 좋은 일일 수 있다. 실제로도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는 지금 훌륭하고 통쾌하게 노동운동의 대의와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나는 진보 독자 후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이들에 대한 투표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분열한 탓에, 선거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 현대차,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광범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런 지지를 1퍼센트도 안 되는 득표로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1997년과 비교해도 당시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이었고, 연초에 정권을 강타한 대중파업의 지도자였다. 자신감을 갖고 민주노총은 독자 후보 출마를 공식 결의했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3분의1 가량이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고, 여기에 상대적 소수의 진보 대중의 표가 합쳐진 것이 30만여 표였다.


이 표는 충분하지도 않았지만, 누가 돼도 독자 정치세력화를 가겠다는 일종의 종자돈이 됐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는 분열돼 출마한 탓에 어떤 후보도 그런 득표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표로 분열하기보다 투쟁에서 단결하는 입장을 채택하는 것이 더 낫다. 우리 모두 다음 정권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함께할 사람들이다. 진보 후보들은 선거 영역과 달리 투쟁을 조직하고 건설하는 데서는 훨씬 더 큰 능력과 영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대비한 ‘투쟁 태세 갖추기’를 투표의 주요 목적으로 해야만, 박근혜가 당선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다소 더디더라도 우리가 향후 투쟁 건설을 위한 영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 노동자들 다수가 문재인이 내키지는 않지만, 박근혜가 되는 꼴은 보기 싫다고 말한다. 노동자를 구속하고 해고한 민주당 정권이지만, 문제는 그 반대편에 노동자를 고문하고 학살한 정권의 후계세력들이 모여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되건 문재인이 되건 똑같다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전개하는 데서 노동자들의 의식, 계급의식에 어떤 상황이 유리한가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으로 반동적 우익과 자본가들이 기뻐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할 것이고, 이는 투쟁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2012년 대선에서는 “아무런 환상 없이 문재인에게 박근혜 반대 투표를 하자, 그리고 누가 되든 투쟁을 준비하자!”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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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한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는 우파

99퍼센트의 입을 막으려 하지 마라




“지지율 0.7퍼센트 후보에 휘둘린 TV 토론”(<동아일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퍼센트 후보”(<조선일보>)

“이정희가 다망쳤다” (<한국경제>)


12월 4일 18대 대선 TV 토론회를 마치고 난 뒤, 우익들이 광분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우익들의 지도자인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가 되도록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 박선규는 “소중한 자리를 실망의 자리, 어쩔 수 없는 탄식의 자리로 만들어 놓았다”고 불평했는데, 실망과 탄식의 주인공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도자가 속절없이 모욕당하는 걸 지켜 본] 1퍼센트 부패 우파들이라면,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파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까지 해가며 감추려 했던 지배계급의 추악한 실체와 가려왔던 악행들이 너무도 속시원하게 똑똑히 폭로됐기 때문이다.  



<한겨레> 만평.



이정희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기성 정당 후보들이 외면하는 진정한 노동계급의 의제들을 거론했다. 쌍용차 해고자 투쟁,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용산 철거민 참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 한미FTA 폐기 등.


특히, 발끈한 ‘행동하는 앙심’ 박근혜가 ‘애국가’ 논란으로 역겨운 색깔론 공격을 폈을 때, 이정희 후보의 반론이 압권이었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각주:1],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 뿌리는 숨길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고서 애국가만 부르면 용서가 되는가.”[각주:2]


또,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가 쓰던 돈이라며 6억 원[각주:3] 줬다고 스스로 받았다고 했지 않은가,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 아니냐”고 일갈한 것도 훌륭한 폭로였다. 연타를 맞고 멘붕에 빠진 박근혜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해야 할 정도였다.


이정희 후보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며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 장악했다는 말 있다. 삼성장학생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고위직에서 제외시킨다는 약속을 하라”고 문재인도 압박했다. 


이런 이정희 후보의 활약은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 “한나라당은 IMF당,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입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입니다” 하면서 지지를 얻었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당황과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또 종북 색깔론을 펼쳤는데,  자신들도 지난해 6월 2일치 사설에서 “남쪽 정부”란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한 것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내려야 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우파의 광분은 “첫 대선 TV토론의 주인공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라는 <PD저널>의 긍정적 평가를 거꾸로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이정희 후보가 대변한 진보 의제와 통쾌한 폭로는 사실 왜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이 필요한지 보여 준 훌륭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진보세력이 의회나 선거 연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범 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날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없었다면 쌍용차, 현대차, 강정의 억울함과 분노를 누가 대변할 수 있었겠는가? 억눌리고 빼앗겨 온 99퍼센트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었겠는가!


다카기 마사오


토론회 직후에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 6억”이 검색어 1,2위에 오른 것은 이런 폭로와 비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겨레> 정영무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당연히 모든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옳게 지적한다. 정 위원의 평가대로 “점령군에 장악된 방송의 마이크를 잠시 탈취한 잔 다르크 … 이정희 후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바보상자와 그 배후세력에 진실의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에 충실하면서 명실상부한 보수대연합 후보로 서고, 안철수의 압박으로 문재인이 오른쪽을 기웃거리면서, 밋밋하고 재미 없는 선거로 가던 대선 국면에 새로운 활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주류 후보들이 제대로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냉소 속에서 대선에 흥미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가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우파 정서의 청년 세대가 “여자 1호는 여자 2호가 무섭다”, “6억씩이나 받고는 오빠가 다 늙어서 29만 원으로 산다는 데 돌봐주지 않나?”는 식으로 박근혜를 비꼬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라.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15퍼센트 후보만 TV 토론에 나오게 하자는 속칭 “이정희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역겨운 제안을 전광석화처럼 하고 있다. 2차 TV토론에서는 ‘환경’ 주제를 슬쩍 빼버렸다. 4대강과 핵발전으로 공격받을까 봐 선수를 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대형마트 규제 법안 등에 굼뜨기 그지 없고 가로막기 급급했던 것과 천양지차다. 날치기 속도전이라도 펼치려는 것인가. 자기 지도자를 보위하려고. 쓴소리 막으려고 법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 마인드야말로 ‘유신 마인드’ 아니겠는가.(오죽하면 3자 출연 TV 토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우파 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예컨대, <한겨레> 사설은 “이 후보의 거친 토론 방식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효과를 거두었다”며,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 대선토론회를 …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진보 후보의 TV 토론 배제 압력에 호응하고 있다. 


유시민은 “거친 표현”이 “정상적이진 않았다“며 “이런 방식이 과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나 떨어뜨릴지 의심스럽다”며 <조선일보>가 기특하게 여길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각주:4]


이미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이 보수대연합의 결과로 형성돼 있는데, 새삼 보수층 결집을 걱정하는 것은 우습다. ‘박근혜 쪽이 사실은 몰래 좋아하고 있을 것’이란 것도 말이 안 된다.


눈이 있다면 지금 우파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지금 보수 대결집으로 형성된 박근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반우파 청년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우파와 박근혜에 대한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이 문재인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우습다.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지는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면, 자기 탓을 해야지, 누구 탓을 하나. 


사실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과 대안이 별 새롭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덕담이나 주고 받다가 이정희를 오른쪽에서 압박하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 <리서치뷰>와 <오마이뉴스> 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30.8퍼센트가 이정희 후보가 가장 토론을 잘 했다고 지목했다. 문재인이 자기 지지자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공격으로 박근혜가 이기기 쉽던 대선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들이 강요한 명망성과 엘리트주의적 품격론의 룰 따위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이다.) 


이정희 후보도 유시민 세력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주도하는 등 진보의 정체성을 훼손하던 때가 아니라 독립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때,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새겼으면 한다. 


이정희 후보가 다음 토론 때는 이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고 있는 쌍용차, 현대차, 용산, 강정의 절절한 목소리와 피눈물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며, 박근혜를 또 한 번 ‘멘붕’시키기를 기대한다.


※ <레프트21> 온라인 기사로 살짝 축약해 실렸습니다. 추가 박스 기사도 있으니 방문해서 보세요. 

바로가기 


  1. 박정희에겐 일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육사로 편입할 때, 더 일본식인 오카모토 미노루라는 새 일본 이름을 썼다. [본문으로]
  2. 솔직히 한국은 국민의례가 지나치다. 웬 스포츠경기를 보러가서도 국민의례를 해야 하는 건지, 아는 사람 손 들어보시라. [본문으로]
  3. 박정희의 비밀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4. 유시민은 본인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점잔 빼다가 김문수에게 졌다. 유시민이 사실상 지휘한 노무현 고향 김해을 재선거서도 김태호에게 졌다. 1997년엔 김대중필패론을 책으로까지 내며 조순을 밀었다. 이미지와 달리 유시민의 판세 분석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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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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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집권당은 대세론에 금이 쩍 간 뒤 한동안은 우파 본색에 충실해 왔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는 “6·25 전쟁 영웅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NLL이 공인된 국경선”이라는 말이 거짓이듯, ‘백선엽이 애국 영웅’이라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이다. 박정희처럼 백선엽도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다. 친일파 독재 부역자 옹호로 박근혜의 우파 본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9월에 ‘유신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맘에도 없는 사과성 발언까지 했던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는 법원도 인정한 강탈 사실마저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급기야 보수 야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은근슬쩍 통과시키는 등 다음 정권 전에 우파 정책 대못을 또 하나 박아 놓았다. 내곡동특검 수사 개기기는 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기만적인 양면 전략을 써온 것이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우파 결집에 치중한 것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우파가 강해져서 우파 결집으로 기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청년세대 중심으로 반우파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10월초에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항목에서 27.9퍼센트가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 높았다.


이 시점은 과거사 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해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반박근혜 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탄탄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덕을 보며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소선거구제의 도움도 받았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헤는 투표율 상승이 두렵다



대선에서도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재가동해 민주당과 안철수를 오른쪽에서 압박하며 선거 지형을 우경화하고 야권 분열 공작과 진흙탕 폭로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NLL 쟁점은 안보 이슈와 확인도 힘든 폭로전을 결합해서 공세로 삼았고, 이어 ‘성장’ 프레임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박근혜도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이젠 말에서조차 ‘분배’보다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으로도 정몽준, 김성주 같은 재벌2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한구, 김광두, 현명관 같은 재벌그룹 CEO나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이 세졌다. 


이런 방향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것이 부패하고 낡은 우파 일변도로 비춰지면 역풍이 불어 반우파층을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말 KBS가 한 여론조사에서 45퍼센트가 서해 NLL 논란을 ‘대선을 앞둔 색깔공세’로, 49.8퍼센트가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답변에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반우파 정서가 거의 절반인 셈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구태정치’라는 답변도 54.7퍼센트나 됐다.


NLL 공세도 사실 민주당을 단도리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여론을 우파 프레임으로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그러다보니 요즘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약간 멘붕 증세를 보이기는 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외연 확대 쇼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지지층 결집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집권을 위한 책략으로서]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우파 지지층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박은 다시 중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예컨대, 실효성 없지만 포퓰리즘적인 경제 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식으로. 그것은 분배와 복지 의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정경쟁’이나 ‘원칙있는 자본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구호와 배합될 수는 있다.


박근혜는 난데 없이 ‘우파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를 채택하고, 청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청년 행사에 나갔다. 성추행당 의원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어쩌고 하는 꼴이라니. (‘뇌 구조’ 발언은 또 어떤가.)


이한구 등 당내 성장론자들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가 김종인의 반발을 샀는데,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다 돌연 멈추거나,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봉합하는 식으로 혼란돼 있다. 그러다가 기대감이 다 빠진 상태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 효과를 못 거두고 다시 우향우하는 식도 반박됐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고통전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집권 우파가 분열 위기에 몰리면서 집권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파 결집에 기초한] ‘박근혜 대세론’은 [중도 외연 확장의 한계를 주목한] ‘박근혜 필패론’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던 것이다. 이는 외연 확대 실패가 우파 결집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향우하면서도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배계급 전반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듯하다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집권당의 위기와 모순을 들여다 본 것으로, 박근혜가 득표 논리 때문에 동요하면서도 우파 본색을 강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이 이슈가 되고, 학교 비정규직과 사회보험노조 하루 파업 등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내부에선 박근혜가 [비록 본심이 아닐지라도] 복지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모양새 자체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경총이 사회보험노조 등의 파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라.


바로 이 때문에 문재인과 안철수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 행보에 속시원하게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이 [지배계급 전반의 정서를 고려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박근혜 대세론 붕괴가 박근혜 필패론으로 가지 않는 까닭이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안철수가 먼저 성장 프레임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출마 선언 초기 특전사 경력을 내세우는 ‘애국마초’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진정한 진보 의제가 빠져 있는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우파 정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진영이 현재 노동자투쟁들을 엮어서 진정한 진보의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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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에 대해서도 …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박근혜가 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박근혜는 30여 년 전 일기에서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 … 혼란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당 앞에 수백만이 죽어 갔다면 그 흐리멍텅한 소위 민주주의가 더 잔학한 것이었다고 말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하고 민주주의 혐오증을 드러낸 바 있다.


이것이 “바뀌네” 쇼를 하며 전태일과 ‘국민대통합’ 하겠다던 박근혜의 실체다. 



△“아버지보다 더한 딸이다” 9월 12일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오열하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 ⓒ사진 고은이



이런 본색 때문에 수도권 청장년 세대와 중도층에서 ‘박근혜 거부’ 정서는 꽤 강력하다. 이들이 연말 대선 때 박근혜 반대표를 찍으려고 투표장으로 몰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박근혜는 갖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외연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끌어내면서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겠다는 식의 추잡한 연극은 처음부터 오래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추악한 본색은 웬만한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고 있다. 아니, 가려질 수도 없다. ‘광폭’ 행보는 이제 독재정권의 ‘광기 어린 폭력’을 옹호하는 행보가 되고 있다. 


박근혜는 박정희 독재를 사과하거나 반성하거나 하는 일을 결코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의 현재가 유신체제의 유산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으로 만든 육영재단, 영남학원(영남대), 정수장학회, 한국문화재단 등이 박근혜가 1퍼센트 특권층의 삶을 유지하며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왔다.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에게 전두환은 청와대에서 발견한 박정희의 비밀 자금 6억여 원(현재 가치로는 수백억 원)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가 활동을 재개한 첫 기반은 육영재단과 영남대재단이었다. 1995년부터는 11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다.



1979년 강남은마아파트 전단지. 평당 68만 원으로 계산하면, 박근혜가 받은 6억 원의 현재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를 지금 시세로 하면???



지금도 <부산일보>의 실질적 소유주인 정수장학회는 아바타 사장을 심어 놓고 박근혜 비판 보도를 한 기자들을 징계ㆍ해고하며 편집권을 통제하고 있다.


박정희 일가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이런 강탈 ‘재단’들을 박정희가 죽은 뒤에도 박근혜 일족이 소유하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유신 적자’ 전두환의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전두환은 비자금을 종자돈으로 줬을 뿐아니라, 문제의 재단들을 국가가 환수하지 않고 박근혜가 운영하도록 했다.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자 모임인 상청회는 박근혜의 대선 사조직 기반이다. 7인회 소속인 김기춘과 현경대가 이 모임의 1,2대 회장 출신으로 상청회 두 축이라 불린다.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재학생들 모임인 청오회도 2007년 이후로 정치적 동원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시사인>은 출결 관리를 하며 행사에 동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도 있다.


또한 최근 폭로된 자료를 보면, 박근혜와 그 친지, 측근들 스물두 명이 문제의 재단 네 곳 중 최소 두 곳 이상의 이사를 순환하며 맡아 왔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 공대위 주최로 "정수장학회 해체 촉구와 고(故) 김지태 유족 입장발표 및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상경 농성 돌입"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 박재광


박근혜는 박정희의 반동적 이데올로기와 정책도 고스란히 상속 받았다.


5ㆍ16 쿠데타, 유신, 장준하 의문사, 인혁당 사형 등에 대한 박근혜의 반동적 입장과 생각은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져 있어서 쉽게 가려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것이다. 


올해 초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부상하자, 박근혜는 “제주를 [해군기지가 있는] 미국의 하와이처럼 만들자”고 말했는데, 사실 제주도에 미군이 사용할 해군기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 자가 바로 박정희였다. (실제 공군기지로 사용한 건 일본 제국주의였다. 그 알뜨르 비행장은 강정 해군기지 완공시 부속 공군 기지/활주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는 1969년 6월 1일 <워싱턴포스트>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주도의 미 해군기지 제공 의사를 밝혔다. 막 취임한 미 닉슨 행정부에게 잘 보여 지지와 지원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당시 미국은 해군기지가 있던 오키나와를 일본 영토로 반환하는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최근 김종인과 이한구 등이 대선 캠프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데, 사실 2인자들을 여럿 두고 경쟁시키며 일인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도 박정희의 것이다. 


박근혜가 철두철미하게 박정희의 ‘아바타’처럼 구는 것은 정치·재정적 ‘유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스스로 유신체제 권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1974년부터 공식적 퍼스트레이디로 청와대에서 공식으로 예산과 비서관을 두고 정치 활동을 했고, 유신 말년에 새마음운동 총재로 행사를 열 때는 장관, 서울시장, 정주영 같은 재벌들이 ‘수행’으로 나서는 등 위세도 대단했다. 그는 구국여성봉사단으로 1백만 명이 넘게 사람들을 모아 ‘거느렸다.’ 


박근혜가 최근 ‘1975년 인혁당 사건 판결은 고문과 허위 자백에 바탕한 조작이었다’는 2007년 법원의 재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도 이 범죄의 책임자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때 이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처럼 뼛속까지 독재 DNA로 충만한 박근혜에게서 ‘과거사 반성’이니 ‘경제 민주화’와 ‘복지’ 따위를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사실 박근혜가 내건 “100퍼센트 국민대통합”이란 구호도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 같은 [계급투쟁을 상징하는 구호가 유행하는 등] 급진화에 맞불을 놓는 우파적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박근혜의 핵심 기반인 1퍼센트 지배자들은 ‘경제민주화’ 같은 사기성 구호들조차 불편해 한다. 이는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게다가 우파 집권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경제 민주화”나 “복지국가” 같은 구호들을 내세우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감을 자극해 오히려 부메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박근혜 본인도 ‘경제민주화’와 ‘줄푸세’는 다를 게 없고, 감세를 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이명박이 감세를 잘 해서라며, 복지를 위한 재정 확대(증세)에는 반대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며 뒷걸음치고 있다.


물론 박근혜의 본색이 이렇다고 해서 당장 쿠데타가 일어나고 유신 체제가 복귀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조짐들 속에서 박근혜의 당선은 지배계급 내에서도 각별히 구시대적인 우파들이 득세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박근혜는 진흙탕 선거전으로 판 자체를 더럽게 만들어 노동계급 청년세대가 냉소적으로 투표에 기권하도록 만드는 한편, 우파를 단단히 결집시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하다. 진보진영의 자중지란과 민주당의 지리멸렬 덕분에 이런 책략이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것이다.(건질 게 별로 없던 문재인의 오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보라.)


그러나 2002년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거셌지만, 미군의 여중생 살해 사건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최대 40만 명까지 참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결국 이회창은 집권에 실패했다. 


당시 거대한 대중투쟁은 노동자ㆍ청년 들 속에서 냉소를 걷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러한 반우파 대중투쟁과 진보 대안 건설 노력을 결합시키는 것을 통해서 진보의 가치와 요구를 의제화하고 우리 편의 사기를 높인다면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대선 이후 (누가 당선하더라도) 불의한 반민주ㆍ반노동 정책들을 쉽게 추진 못 하게 할 힘을 축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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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는 박근혜다. 심지어 기성 언론 일선 정치부 기자들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될 후보’ 1위로 박근혜를 꼽았는데도 그렇다. 


왜 반MB 정서가 팽배하고, 심지어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조차 집권당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일까?


첫째 요인은 정치•경제 위기감 속에서 우파의 지지가 결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로는 아무래도 박근혜와 경쟁하는 야당과 그 후보들이 부실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점이 진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과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싸움판을 벌일 때조차 지지율에서 저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민주당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역량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패배하고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나와 ‘중원’을 선점한 것이 민주당의 패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이 진보정당과 야권연대에 목을 매다가 박근혜가 반MB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사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민주당이 얼마나 별 볼 일 없고 신뢰를 주지 못 했으면 우파 집권당의 후보가 박근혜가 ‘우파 정권과의 차별화’와 ‘복지’를 선점할 수 있겠는가. 


사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기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경제 민주화는 기껏해야 재벌 소유 구조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경제 민주화’를 말할 때, 실제로 그것이 뜻하는 바람들 ―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며, 떼돈을 버는 만큼 세금도 올려 복지 재원을 늘리는 일 ― 따위와는 별 상관 관계가 없다. 


가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같은 솔깃한 공약도 내놓지만 이런 경우에도 실현 의지와 능력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쌍용차 대량해고, 각종 민영화 등은 민주당이 집권 시절 씨앗을 뿌린 일들이다. 


불길한 꿈을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려면 새로운 진보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반MB조차도 일관되게 수행하지 못 해왔다. 지금도 한일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를 놓고 이명박이 아니라 총리해임안을 내놓으며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타격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반MB 정서의 밑바탕인 반보수 정서와 어긋나게 거듭 재벌과 우파와도 거듭 타협해 왔다. 쌍용차 특위를 만들었지만, 사장들 눈치를 보며 해고자 복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색깔론 마녀사냥인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에도 협조하고 있고, 심지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검찰이 박지원 수사 등으로 민주당을 협박하자 검찰 곳 대법관 후보인 김병화는 반대하겠다고 하지만, 김신, 고영한 같은 반노동 판결을 한 후보들의 대법관 임명은 허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는 물론이고 문재인이나 김두관 등 친노 후보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 추진의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기보다 과거를 미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근혜는 교활하게도 이런 약점을 이용해 반MB 정서를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 따위로 그 의미를 축소·왜곡해 왔다. 


4월 총선에서도 바로 이 방법으로 ‘그 놈이 그 놈’ 이란 식으로 이명박 심판 정서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오는 것을 피해 갈 수 있었고 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청와대 불법 사찰 문제에서 ‘나는 두 정권 모두에서 피해자’라며 교활하게 비켜갔다. 


그러나 실제로 진보진영 불법 사찰을 실제로 했던 민주당은 이런 대응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박근혜는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의 불철저함과 불철저할 수밖에 없는 원죄 때문에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근혜의 우파적 과거와 비리들을 줄기차게 폭로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진 않는다. 박근혜도 최근 ‘민주당 후보들은 박근혜 때리기말고 뭐가 있나’라며 비웃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편에서 섰지만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온 안철수가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4월 총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안철수일지도 모르겠다. 승리한 박근혜는 레임덕인 이명박과 국정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러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모순] 민주당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던 선거에서 졌으니 말이다.)


안철수 식 기성 정치 거리두기는 안철수식 성공과 분배 철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 그리고 대중적 인기와 모호한 컨텐츠의 묘한 조합 속에서 지금까지 높은 지지를 꾸려 왔다.


그러나 며칠 전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며 공개한 정책 구상이 민주당 수준과 질적 차이 없이 각론적 차이나 구체성 정도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게 드러났으니, 그가 앞으로 (박근혜를 제치려면 민주당의 좌우 양 편을 모두 흡수해야 할 텐데)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의 위기 탓에 진보진영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돼 상황을 진보적 대안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약화는 ‘보편 복지’가 정치 화두를 지배했던 지난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 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살아나 정치 지형과 선거판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오로지 우파 결집에만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을 붕괴시킬 수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이명박을 공격하고 박근혜에 맞서면서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선명한 진보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긴축 정책에 맞서 부자 증세와 군축을 통한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등을 분명히 하면서 99퍼센트의 단결과 투쟁을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대선에도 처음부터 사퇴를 염두에 둔 후보를 내놓는 것은 안 그래도 위축된 존재감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진보정당의 위축은 정치 지형, 선거 판도를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물론 아직 안팎에서 찾아 온 위기를 아직 수습 못 한 통합진보당이 이런 구실을 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물연대, 언론사 파업 등이 연 돌파구를 이용해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투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투쟁들을 더 발전시키면서 진보의 정치 대안 건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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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다운로드 수는 이미 국내 1위를 넘어섰고[각주:1] 진행자인 김어준의 저서 《닥치고 정치》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20여 분 만에 매진된다고 한다. 

이 방송의 매력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1퍼센트’ 특권층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깨알같이 ‘꼼꼼한’ 폭로와 신랄한 야유다. 

<나꼼수>는 이명박의 BBK 의혹 총정리로 첫 회를 시작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나경원의 고가 피부 관리도 이 방송에서 폭로됐다. 이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특권층은 머리 속에 ‘자기 먹을 것’밖에 없는 “순결한 동물”이고 그 점에서 이명박은 “뇌가 완전 청순”하다고 야유한다. 

이런 속 시원한 폭로와 입담은 특권층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과 반민주 행태(와 보수 언론)에 질린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과 반보수 정서에 부합한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하는 진행자들의 말은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의 벽 앞에서 위축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도 하다.[각주:2]

김어준은 이명박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은 국가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투표로 나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각성과 맞아 떨어진다.

이들의 폭로가 풍자적 음모론의 형태를 띠는 것도 흥미롭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공식정치와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와 접속하기 

진행자들의 친노 성향이 듣는 이에게 크게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니다. 어차피 1퍼센트 특권층에 대한 반감은 그와 관계 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그 점에서 진중권이 폭로 저널리즘의 형식을 문제 삼아 “너절리즘”이라고 비판한 건 지나쳤다. 오히려 문제는 대안이다. 그것이 이 ‘나꼼수’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 지지자들의 진정한 기대에 그 대안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각주:4]에서 민주당이 “욕심만 많고 … 멍청한 큰 형”이라고 하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와 자기들을 분리해 내겠다는 나홀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중은] 진보 보수도 헷갈리고 …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엘리트적 관점에서 김어준은 문재인의 “타고난 애티튜드”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개혁적’ 엘리트가 주도하는 범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는 것이다.[각주:5]

그런데 “문재인은 노 정권[의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강준만)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거의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

그는 올해 나온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미FTA 체결 결과와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김현종을 극찬한다. 그 김현종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FTA를 하려고 애썼다는 게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됐고, 지금은 FTA로 가장 덕을 볼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사장으로 가 있다. 

그래서 최근 <나꼼수> 26회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이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을 겨냥해 “엉뚱하게 타협[해] … 진보라는 가치를 망쳐” 버렸다고 직설로 비판했을 때 ‘이빨’과 ‘깔때기’를 자처하는 진행자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못 했다.  

물론 이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는 것이 사실  <나꼼수>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표방하지 않는 언론매체로,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해결의 단초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청년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주체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세력화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이 <나꼼수>로 모아지는 불만의 급류를 어떻게 포용해 진보적 대안으로 흐르게 할 수 있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나꼼수>에 호응하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제안하고, 그 안에서 급진적 대안을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연대에 매달리고 한미FTA 체결 주역들의 일부가 만든 참여당과 통합하는 등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미 이 청년들은 최근 희망버스와 계급투표, FTA 반대 운동, 99퍼센트 행동 등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일부는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회고적 대안을 뛰어넘을 급진적 잠재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진적인 것이, 저들에 대한 도발과 저항이, ‘입담’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매회 청취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음모론도 이들 논리 전개의 특성인데, 이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과정이긴하다. BBK 같은 것은 설득력도 무지 높다. 이런 음모론의 배경은 정부와 특권층의 비밀주의와 보수언론의 보도 독점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무현이 빈농의 상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도 1퍼센트 특권층에게서 처음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친노가 아닌 내게도 매우 역겨운 현실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가 이 책 제목을 본따 10·26 재보선에서 닥치고 투표를 SNS 등에서 구호로 내세웠는데, 심정을 공감하는데, 현명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 구호라고 하는 것도 오버다. 닥치고 ~하라는 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구호에서 적절할 듯하다. 닥치고 해고 철회, 닥치고 정규직화, 닥치고 FTA 폐기 등으로 말이다. [본문으로]
  5. 김어준은 자신이 친노라서 문재인을 미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반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는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무의식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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