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은 9월 25일과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각주:1] 


그러나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발표는 국정원의 구속영장 내용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달에 걸친 구속 수사로도 밝혀낸 게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른바 ‘RO’ 조직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비밀 지하혁명 내란 조직이라고 했지만, 정작 ‘RO’를 반국가단체로 기소조차 하지 못 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구속, 기소, 압수수색을 한 모든 기준이 RO 모임 참석·가입 여부였는데 말이다.


새로 추가된 증거는 친북 표현물들인데, 이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적 사상 탄압의 성격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이런 것들은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이 왜곡·과장된 반공 국가주의 마녀사냥이고, 이 사건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우파 정권의 정치 재판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무리로 보이는 이 재판의 희생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란 조직의 실체도 제대로 못 밝혀내면서도 이런 억지 기소가 가능한 것은 형법의 내란죄 조항들이 국가보안법 못지 않은 악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26일 오후 2시에 한 것도 치사한 짓이다. 이날 오전 박근혜의 기초연금 공약 먹튀 뉴스의 비중을 줄여 보려는 꼼수다.


사건을 터뜨린 때부터 수사결과 발표 시점까지 죄다 각종 개악 등의 물타기에 써먹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보유가 정당하다고 시위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정견의 차이에도 함께 힘을 모아, 반공주의 마녀사냥에 반대하며, 정치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위해 일관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1.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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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의 약사와 본질



대한민국은 일반 형법보다도 국가보안법이 먼저 만들어진 나라다.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해서 행위가 아니라 사상을 처벌하는 악법이다. 


이 희대의 악법은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4·3 항쟁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여순항쟁 직후에 만들어졌다.(1948년 12월 1일) 


냉전반공주의를 뼈대로 한 우익독재국가 수립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그 본체에 아로새겨진 악법이다. 


[그 뒤, 이승만의 국가보안법과 박정희의 반공법을 전두환이 합쳐 놓은 게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주류 지배자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법무장관 황교안)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 독재 체제에 뿌리를 둔 정치 세력과 재벌들이 한사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온 이유다. 


반면, 좌파와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그나마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체제에 적대적인 사상에게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떠받치는 핵심 세력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이 이번에는 형법의 내란죄 혐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얻기 어려웠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상의 자유 탄압이라는 본질을 숨기고, “충격과 공포” 속에서 더 효과적으로 진보진영을 고립·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 적용은 역설이게도 도리어 형법의 내란죄 조항이 얼마나 굉장한 ‘악법’인지를 보여 줄 뿐이다.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는 1953년에서야 형법을 만들면서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려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그 기능을 그대로 알박기 해 놓으려고] 만든 조항이다. 


특히, 내란 선동·선전의 죄는 형법이 [법리상] 표방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처럼 사상을 처벌하는 독소 조항이다.(당시 국회에서 이런 이유로 이 조항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론 이승만과 반공주의 야당은 형법 안에 이같은 국가보안법 대체용 조항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다. 여하튼, 제정 과정을 보면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는 반공 국가주의의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법무장관 황교안도 4일 국회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에서 “[내란 음모죄는] 실행계획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 … [선동죄는]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이라고 말했다.고무줄 잣대라는 걸 자인한 것이다.


즉, 내란죄의 예비·음모·선전·선동의 죄로도 얼마든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노동계급 정치조직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의 내란죄도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냉전적 반공주의를 본질로 하는 반민주·반인권·반노동 악법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이승만이 만든 국가보안법을 계승·발전시키면서도 거듭 내란음모죄를 공안탄압에 이용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형법을 보완하면 된다고 했던 친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또 한 번 드러났다. 


게다가 한국 지배자들은 1991년에 이미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면서 친북과 관계 없는 좌파까지 탄압할 수 있도록 “국가 변란” 개념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런데 형법 내란죄의 “국헌 문란” 개념은, 공안검사 출신 법무장관 황교안조차, 국가보안법의 “국가 변란” 개념보다 더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국가 탄압이 성공을 거둔다면,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보완할 반공 국가주의의 새 ‘탄압 무기’를 33년 만에 다시 확보하는 셈이다. 


이들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정치로나 조직으로나 북한과 전혀 관련 없는 [또한 북한을 시장자본주의와 본질에서 차이가 없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보고 비판하는] 좌파들, 그리고 2008년 촛불항쟁 같은 운동까지 법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민주적 체제 단속의 폭이 더 넓고 쉬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의 위협,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빌미로 삼는 반공 국가주의의 형식논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든 형법 내란죄든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체제 내부 단속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공안 천국의 물꼬를 트려는 저들의 추악한 의도를 똑바로 봐야 한다.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남한 국가의 진정한 주인들이 노골적으로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지금, 내란죄 적용 시도가 되살아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마녀사냥에 맞서 우리가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넘어 단결해 싸워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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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녀사냥과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 ‘2중대와 같은 비열한 태도를 보였다심지어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도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몇 달을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에 항의하며 심지어 부분적으로 장외투쟁까지 벌이던 당들이 정작 국정원이 대놓고 정치 개입과 국내 수사권을 휘두른 사건에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대표 김한길은 “사실이라면 충격이라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 토론을 한 것만으로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사상과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이고 핵심인 가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검찰이 과연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는가국정원이나 검찰은 전혀 중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이 아니다


이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저지른 범죄만 봐도 알 수 있다. ‘떡검’, ‘섹검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검찰도 마찬가지다이들은 철저하게 특권 세력의 편에 서 왔다.


최금 검찰총장 채동욱이 사생활 문제로 공격을 당하는 것은 검찰의 정의로움이 아니라, 박근혜와 국정원이 검찰의 온건한 국정원 수사마저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보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국정원의 매카시즘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일 뿐이다.


국정원과 통합진보당둘 다 문제라는 양비론도 많다.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은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주장도 있다그러나 잡아 가두는 자와 끌려가 갇히는 자의 거리가 너무 멀다.


국정원은 직원 1만여 명에예산 1조 원을 쓰는 국가 기관이자, 1만 명 이상을 감청하고 불법 사찰하는 억압 기구다이런 무소불위의 국정원과 핍박받는 기층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진보진영의 일부가 서로를 돕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사실 우파에게 굴복하는 게 민주당의 특징이자 전통이긴 했다. ‘귀태’ 발언 때도 민주당은 대변인 홍익표를 스스로 쫓아냈다민주주의와 자유를 포기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이런 한심한 태도는 친자본주의 정치세력의 한계를 보여 준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 지도부가 마녀사냥 광풍에 기회주의적으로 굴복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찬성이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라는” 취지라고 했다무소불위의 국정원에게 끌려가 갇히는 것이 어떻게 “정치적 책임이라는 말인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헌법을 부정하는 진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노회찬 전 대표는 “혁명론과 같은 극단주의는 넘어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인정하는 사상만 허용하고 체제를 변혁하려는 사상의 자유를 부인한다면그것은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도 없다. 그것은 실질적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발언들은 정의당 지도부가 지배계급 주류에게 자신들이 현 정치·경제 기득권 질서에 진지하게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걸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이 과연 진보의 자세일 수 있겠는가


박정희도전두환도이건희도정몽구도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헌법 따위는 언제나 무시해왔다진보는 헌법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근본 분단선인 계급을 가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막아내려면 노동계급의 대중투쟁이 필요하다그러려면 기성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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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가 새롭게 밝혀낸 것이 많지 않다. 전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이 1215일에 청와대 앞에서 누구와 다섯 시간이나 식사를 했느냐가 새로운 의혹으로 제기된 정도다.


물론 이렇게 된 책임의 90퍼센트는 새누리당의 방해와 원세훈과 김용판 등 진실을 은폐한 범죄자들에게 있다. 이 모든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주류 언론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래서 특별검사제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더 밝히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특검 자체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정치 검찰’에 못 맡기겠다는 불신에서 탄생한 제도다. 게다가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작 국정원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국회도, 검찰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특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말과 특검이 촛불운동의 핵심 요구가 돼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어차피 특검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므로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또다시 물타기와 시간끌기를 하며 이런 요구들을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운동이 오히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 공작에 말릴 수 있다.


민주당 박범계는 “특검이야말로 민주당의 장외투쟁 출구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검 요구로 민주당을 압박하는 게 두 길 보기를 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 포기에 이용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특검제 도입 이래 열 차례 시행된 특검이 속시원하게 권력 비리를 밝혀낸 바가 거의 없다. 1999년 대검 공안부장의 입에서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실이 폭로되서 시작한 최초의 특검은 조폐공사 사장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이명박 BBK 특검, 디도스 특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 심지어 일부 시국회의 지도자들이 좋은 사례로 언급하는 내곡동 특검조차 청와대 압수수색과 수사기간 연장 거부 등 방해 공작으로 이명박을 심판대에 세우지 못한 미완의 수사가 되고 말았다.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다, 인원과 시간의 한계 때문에 권력을 쥔 자들이 진실을 은폐하는 데 조직적으로 협조하면 그것을 파헤치기 어렵다. 그래서 특검제는 미국과 한국 말고는 채택한 나라도 없다. 그나마 미국도 상설특검은 1999년에 폐지한 상태다.

물론 아직 촛불의 확대를 위해 진상을 더 많이 밝혀내고 알리는 일은 필요하다. 일부에선 워터게이트로 중도 퇴진한 미국 대통령 닉슨의 사례를 들어 특검의 유용성을 뒷받침한다. 2년간 이어진 특검 때문에 닉슨이 사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닉슨을 궁지로 몬 도청 사건 은폐 공작의 실체는 수차례 교체된 특별검사가 밝혀낸 것이 아니다. FBI 간부가 <워싱턴포스트>에 제보한 것과 닉슨의 은폐 공작을 실행했던 백악관 참모들 일부가 변심해 진실을 밝혔다.


이런 내분이 벌어진 것은 당시 흑인 민권운동, 베트남전 반대운동 등 대중투쟁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 지배자들이 분열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베트남전쟁 개시 명분이 조작됐다는 ‘펜타곤 페이퍼’가 폭로된 것도 바로 이 즈음이었다.


워터게이트와 닉슨의 사례는 오히려 진실 규명에도 특검 같은 제도가 열쇠가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꽁꽁 감춰둔 지배자들의 비밀의 장막이 열리는 것은 지배자들이 분열할 정도로 대중적 압력이 클 때다. 이 압력을 극대화하는 건 바로 대중투쟁의 성장이다.


언론노조 KBS지부 위원장은 17일 촛불집회에서 “들불처럼 촛불이 번져나가기 시작하자, 저희 KBS 아주 미약하나마 조금씩 … 눈치보고 있[]”고 전했다. “촛불 시민들의 힘이 [내부에서 보도 통제와 싸우도록] 언론인들을 또 다시 각성시키고 있[]” 때문일 것이다.


<KBS>뉴스는 최근 국정원 도곡동 본원에서 댓글 작업이 이뤄졌고, 글 수백만 건을 조직적으로 퍼뜨린 사실을 연이어 폭로했다. 이는 국정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작지만 이런 사례야말로 진정한 진상 규명이 어떤 동력으로 가능한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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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위기 탈출을 위해 검찰과 감사원 등을 동원해 자기 편의 일부를 털었다. 검찰은 올 봄 CJ그룹을 뒤져 회장 이재현의 5백46억 원 탈세와 9백63억 원 횡령을 밝혀내 구속했다. 


7월 중순에는 불법정치자금의 추징을 거부해 온 전두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숨겨진 재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재산관리를 해 온 처남 이창석이 구속되고 아들들로 과녁이 옮겨지고 있다. 7월말에는 감사원이 이명박의 4대강이 대운하를 위한 위장 사기극이었다는 것을 폭로했다.


이들의 파렴치 행각을 보며 평범한 사람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첫째, 박근혜의 의도가 괘씸하다해도 이들의 범죄 자체는 반드시 단죄받아야 한다. 둘째, 이런 희생양 삼기는 정권의 반동적 본색을 가려 위기를 모면하려는 위기 탈출용 술책이다.


셋째, 아무리 술책이라도 자기 편 털기를 나선 것 자체는 대중의 압력을 두려워하고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는 분노한 촛불이 수만 명 규모로 확산하던 바로 그 시점에 개시됐다. 


박근혜는 CJ를 털면서 경제민주화 시늉마저 포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 한다. 전두환을 때리는 것도 반동적 우파 일색인 정권의 부담을 덜어보려는 계산일 것이다. 


사실 유신 적자 전두환은 쫓겨난 박근혜에게 현금과 살 집을 주고,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등을 넘겨주면서 호위호식하도록 배려해주었다. 대신 전두환은 박근혜가 주도한 박정희 추모 행사에 관심을 두지도 후원을 하지도 않았다. 정권 차원의 박정희 찬양도 없었다. 


박근혜가 전두환을 공격한 데에는 은인이자 쿠데타 스승을 저버린 이런 앙금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라 전체가 자기 재산인 듯 살다보니 전두환이 준 돈들도 성에 안 차고 푸대접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명박은 2007년 살벌한 대선 경선을 치룬 박근혜의 경쟁자였을 뿐아니라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 서로 공천을 주도하며 상대를 물먹인 사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정원게이트 등을 통해 정권연장에 서로 합의하고 추진해간 사이다. 


그러므로 어제의 공범을 오늘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박근혜의 시도는 모순적이다. 자기 편 해치기가 심하면 박근혜가 의존하는 우파 결집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보기와 달리, 전두환 수사는 이미 수사 개시를 알려주고 시작했다는 게 드러났고, CJ 회장 이재현은 ‘역시나’ 한 달 반 만에 엠블런스를 타고 풀려났다.


CJ와 갈등했던 삼성이나 조중동조차 재벌 회장이 정권의 희생양으로 구속되는 걸 반길 리 없다. 이명박과 전두환도 ‘우리도 박근혜 쪽 비리를 갖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은 “검찰이 팔 걷고 나선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환수고, 재벌 기업 때리는 일이고, 원전 등 전 정부 때 공기업 비리 캐는 일이다. 불법 집회나 시위 폭력 정치 등 인기 없거나, 종북 세력 척결 등 ‘골치 아픈’ 일들은 피해 다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정작 검찰은 정작 정권의 핵심부로 연결될 별장게이트, 국정원게이트 수사는 쥐꼬리 만큼 진실을 밝히고 중단했다. 이 수사들에서 밝혀진 것은 경찰이 애초에 부실 수사를 했다는 것 뿐이다. 


단죄돼야 할 과거가 흐지부지 안 되게 하려면 박근혜를 직접 겨냥하는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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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정부와 언론, 사장들은 “귀족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를 비난한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도 모두 대기업 정규직 “노동귀족”의 자기 몫 챙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주들과 그 나팔수들의 이런 “노동귀족론”은 첫째 진정한 계급 불평등을 가리고 왜곡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한다.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2011년 대기업 노동자 260여만 명의 평균 월급이 427만 원가량인데, 월급 120만 원도 안 되는 노동자가 420여만 명이다. 전체 노동자 절반 가량은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가 실개울이라면,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계급간)에는 심연이 놓여 있다.

10대그룹 총수들이 2012년초에 주식 배당으로 받은 돈만 2560억 원이다. 대기업 노동자 1만 명치 연봉을 단 열 명이 주식 한 주 처분 않고도 현금으로 챙긴 것이다.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가 최근 3년간 받은 주식배당액만 가지고도 현대차 공장의 비정규직 13천여 명을 모두 정규직화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기업의 이익률 증가 속도가 임금의 인상 속도보다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 이익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드는 동안, 기업의 자산은 늘어만 가고 있다. 올해 10대그룹이 가진 현금자산만 124조 원이다.


이런데도 기업주들은 올해도 최저임금 동결을 고집하며 생떼를 썼다. 2006년에 경총 회장을 맡아 최저임금 동결과 비정규직 악법 제정에 앞장섰던 이수영은 그 기간에 조세도피처에 큰 돈을 숨겨 놓고 있었다.


현대차·삼성전자 등에서 자기들이 만든 법조차 어기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건희와 정몽구다. 지지난해 경영 위기라며 4백 명을 정리해고하려던 한진중공업은 정작 그해 주주들에게 176억 원을 나눠줬고, 회장 조남호는 그중 34억 원을 챙겼다.


이처럼 진정한 불평등은 바로 기업주와 노동자들 사이에 있다. 노동계급의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내부의 차이를 강조할 게 아니라 노동계급이 단결해 자본가계급에 맞서야 하는 것이다.



△계급 불평등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총소득 중 기업소득의 비중(위 그래프의 검은선)은 꾸준히 늘고 있고 가계소득의 비중(아래 그래프의 검은선)은 반대로 계속 줄고 있다.(두 그래프 모두 회색선은 OECD 평균)



노동귀족론”은 이쯤에서 또 독사의 혓바닥을 내민다. ‘대기업 정규직 이기주의’ 때문에 노동계급 내부 격차가 너무 커져서 노동자들은 단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둘째 문제점이다.


사실 이런 생각에는 노동자는 배불러서는 안 된다는 지독한 엘리트주의가 깔려 있기도 하다. 노동자는 배고프고 불쌍해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자본의 시각도 있겠지만, 경제 위기 때문에 불안정해지는 조건에서 이들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중간계급의 시각도 깔려 있다. 


그런데 이 분리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상주의라는 것이다. 불안정노동층 자체가 단일하지 않다.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절반이 넘는 직종이 사실은 상시업무에 고용돼 있다. 2000년대 중반 시중은행 기간제 노동자들의 재계약율은 평균 90퍼센트였다. 현대차 공장 사내하청에도 현대차 공장 경력이 10년 되는 노동자들이 꽤 많다.


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졌다는 말은 노동자들끼리 경쟁을 시키는 자본의 이간질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이게 분리론의 둘째 문제점이다. 은행에서, 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공통의 노동조건 상승을 이뤄내는 데 진정한 이해관계가 있다. 


한편, 자본주의에서 산업간, 기업간 불균등성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는 불가피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특정 시점에서 내부 격차가 얼마인가보다도 동반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가 여부일 것이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0년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노동자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온다. 반면, 2011년에는 그 격차가 좁혀졌다. 그런데 임금 인상률로 보면, 2010년에는 양쪽 노동자 모두 평균보다 임금이 많이 올랐고, 2011년에는 둘 다 임금이 오히려 줄었다.


노동계급의 임금은 대체로 동반 상승하고,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그 이전 해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1987~1996년 사이에는 임금이 상승하며 내부 격차도 줄었다. 임금이 가장 낮았던 제조업에서 엄청난 임금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같은 중요한 운동들은 모두 상향 평준화를 이루자는 요구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더 나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낮춰야 한다는 것은 상향 평준화 요구의 기준점 자체를 낮추자는 기만에 불과하다.


※ 임금 인상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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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011

대기업

9.14

6.13

4.05

7.19

4.73

0.33

9.07

0.42

중소기업

6.14

6.69

5.79

6.26

2.76

2.57

5.55

0.89

출처: 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대기업(300인 이상), 중소기업(5~299)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계산.


대기업 자본가들만 이를 불편해 하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임금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중소기업에 오려는 인력도 적고, 어렵게 뽑아놔도 금방 대기업으로 가는 게 현실”(<한국경제>6.12. 재인용)이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올해 발표를 보면, 2011년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대기업의 29.1퍼센트다. 반면 임금은 대기업의 약 62퍼센트다


임금 격차보다 생산성 격차가 더 큰 것은, 첫째 대기업 노동자가 기업주들에게 더 많은 착취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둘째, 대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이 여전히 상향평준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노동귀족론은 이런 실제 현실을 가리는 구실을 한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본질적인 갑을 관계는 사장과 노동자의 고용―피고용 관계다. 노동력을 판매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사장들은 임금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킨다. 이런 잉여노동을 사장들이 집단적으로 가져가는 게 자본주의 착취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올해 현대차는 노동자들의 4~5월 주말특근 거부로 손실이 16천억 원 났다고 발표했다. 연봉 5천만 원 노동자 3만 명의 ‘1년치 임금’보다 많은 액수다. 노동의 결과물은 그것을 만들어낸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훨씬 더 크다.


노동귀족’ 정규직들도 엄청난 노동시간과 고용불안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차 공장에서 1년에 25백 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가 17천여 명이나 된다. 은행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572시간이다. 하루 8시간, 5일 노동을 기준으로 OECD 평균보다 넉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바로 그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착취당하는 몫을 줄이려고 투쟁하는 것이다. 임금을 깎지 말고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요구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투쟁한 결과인 것이다.


노동귀족론이 하는 셋째 구실은 바로 이런 조직된 행동을 매도·왜곡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정부와 사측에 협조한 대가로 기사 딸린 고급 세단이나 타고 다니며 온갖 특권을 누리는 일부 어용 노조 지도자들에게는 ‘노동귀족’이라는 비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측의 불법과 차별, 폭력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고 싸움에 나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노동귀족’이라고 비난한다. 저들은 잘 조직돼 투쟁으로 자신의 노동조건을 올리는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로 민주노총 소속인 이 노조들은 두 가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등 주력 수출 대기업, 또는 주요 공기업과 교사, 공무원 등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부문에 잘 조직돼 있다는 점과 여전히 전투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2008년 기준으로 조직 노동자 중 1천 명 이상 노조에 속한 노동자가 71.4퍼센트다. 최근 노동쟁의에서 대기업 노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다.


10퍼센트를 간신히 넘는 노조 조직률에도 한국의 노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온 것은 바로 이런 강점 때문이다. 정리해고 등을 도입하려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철회하려는 971월 파업에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며 앞장서 결국 승리를 불러 온 주역은 대기업 노조들이었다


이처럼 우월한 경제력을 대표한다는 근원적 잠재력을 배경으로 집단적 투쟁을 벌이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방어해 온 전통에서 자라나는 자부심, 용기, 집단주의, 자신감 등이 노동계급의 전진에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좌파 쪽의 노동귀족론은 투쟁으로 얻어낸 이런 성과를 마치 뇌물 먹은 부패 문제처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이면,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을 옹호하기 어려워진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싸우면서 의식을 발전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후퇴하는 정황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사례들을 보자. 20세기 초반 유럽에서도 금속산업 대공장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비난받곤 했다.(심지어 레닌도 이런 실수를 했다.)


그러나 러시아 페트로그라드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전쟁을 끝내는 혁명에 앞장선 것은 잘 조직되고 투쟁의 경험이 탄탄한 이 “귀족” 노동자들이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의 붉은 2, 영국의 전후 반란 모두 이런 대공장 노동자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진정으로 자본주의의 패악을 끝장내고 싶다면 노동계급 대중의 힘에 기대야 한다. 노동계급은 자본주의 권력의 원천인 이윤 창출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바로 이 힘 때문에 노동계급은 새로운 사회를 주도해서 조직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한 유일한 집단이다.


이들은 “배제”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럴 만한 ‘힘’과 ‘경험(투쟁과 조직화의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국 자본가들이 주요 부문에 잘 조직된 대기업 노동자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증오하는 것이다. 노동귀족론이 나온 배경이다.


지금 한국 노동운동의 진짜 약점은 이 혁명적 잠재력이 약화된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을 지키는 투쟁에서 잘 조직된 이 노동자들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이런 맥락에서 진보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노동중심성 패러다임과 대기업 정규직 정당에 치우친 것이 문제’라고 ‘반성’한 것은 것은 번짓수를 잘못 찾은 해법이다. (이는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급진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노동귀족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노동운동의 약점에 진정한 책임이 있는 노조운동 상층 지도자들의 관료주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귀족론의 넷째 문제점이다.


1998년 [현재 고용불안 문제의 법적 뿌리라 할 수 있는] 정리해고, 파견법에 합의해 준 것은 민주노총 온건파 지도부였고, 이들을 대의원대회에서 탄핵하고 새로 뽑은 단병호 비대위는 ‘합의 파기와 총파업’ 계획을 접어버렸다. 


이 때문에 등장한 좌파 이갑용 집행부도 그해 여름 총파업을 취소해버리며 사태를 뒤바꿀 제대로 된 노력(현장 조합원의 힘을 극대화해 싸우는 일)을 회피했다. 


그래도 민주노총보다 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한 집단은 없다. 문제는 이 지도자들이 평조합원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000년대 이후에도 비정규직 악법에 맞서 파업을 진지하게 조직하지 않았다이들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태도 때문에 2008년 촛불운동 때도 파업 등으로 산지유주의 정권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좌우를 가리지 않은 민주노총 최상층 지도부의 이런 투쟁회피적, 부문주의적 관료주의가 진짜 문제다. 조합원 대중이 체제의 포로가 된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귀족론은 노동운동 안의 기층과 상층의 분리 현상을 은폐하고, 조직 노동자들 전체가 이기주의 때문에 더는 사회 변화의 중심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노동운동 좌파 지도자들에게 의존하던 일부 좌파들도 상층 지도자들의 배신이니 노동 대중의 일시적인 전투성 후퇴를 두고 도덕적 실망에 빠지곤 한다. 그 좌절감과 조급함이 일부에서 조직 노동운동과 거리 두기나 노동중심성 포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노동조합이 하는 모순적 구실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애초에 자본주의가 낳은 온갖 나쁜 ‘결과’와 싸우는 단체이므로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자리를 잡을수록 오히려 협상과 타협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개혁주의 구조와 관행 탓에 상층 지도자들은 부문주의적 시야와 교섭 구조에 안주하게 된다. 실질적 투쟁을 회피하며 불필요한 타협을 추구하는 노조 관료주의가 구조화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생산에 뿌리내린 조직에 기초해 노동자들을 강력하게 단결시키지만, 관료를 통해 구현되는 개혁주의로 그 잠재력을 제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째, 노동운동 내부에서 비정규직 차별 등에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은 평조합원 대중이 아니라 상층의 관료적 지도부들이다. 둘째,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는 전망과 정치로 기층 노동자를 조직하는 집단적·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우리가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려면, 노동운동에는 대중의 잠재력을 현실화할 전략과 정치가 필요하다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는 적극 지지하면서 이 투쟁이 더 넓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개입하는 정치 말이다. 


그럴려면 노동귀족론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이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집단은 조직된 사회주의자들일 것이다. 이들은 현장 노동자들의 연결망을 구축하며 그들이 협소한 부문주의와 개혁주의를 뛰어넘도록 고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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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http://www.left21.com/article/13261

박근혜가 몸통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월 10일 발언이 폭로된 것이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대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 봤[다] … 공개하려고 했[다]”고 말한 사실도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박근혜와 함께한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대화록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이것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을 입증한다.

이 당시 국정원장은 이명박과 꾸준히 독대했던 원세훈이었다.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을 리도 없다. 자기 허락 없이는 측근들이 말 한마디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니 말이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ㆍ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검ㆍ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이 대표적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한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이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 국정원, 검ㆍ경, 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비상 계획

이번에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분열ㆍ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지난해 10월 8일이었다.

당시 박근혜는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발언의 역풍에 몰려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리고 있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를 안보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월 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또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맹공으로 박근혜가 ‘멘붕’을 겪던 시점이었다.

이제 와서,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박근혜는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검찰 내부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원세훈을 대놓고 비호했다.

지금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고 종교계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도 아니면 모”라고 본 저들은 세 번째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도 아니면 모”

따라서 이것은 저들의 자신감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까지 훼손했기 때문이다.

저들의 무리수는 지금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지금 경제 위기 조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이미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한다.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는 지리멸렬한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 안정을 위해 자제”하고 있는 게 민주당이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경찰이 26일 범민련 사무실과 활동가 아홉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두 명을 체포한 것도 이런 공세의 일부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로부터 대중행동들이 더 확대되며 성과 속에서 고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유린과 각종 반동적 공격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서 공세 수위를 높여 가야 한다.

ⓒ<레프트21> 107호 | online 입력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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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들의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노동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자는 생각 자체는 일리가 있다. 사실 한국의 전일제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엄청나다. OECD 평균보다 일 년에 석 달을 더 일한다.


장시간 노동이 줄지 않는 이유에는 고정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탓이 크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연간 25백 시간을 넘게 일하는 노동자가 17천여 명이나 된다. 노동의 양으로 낮은 고정급을 만회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 “임금 감소와 노동조건 후퇴 없이” 법정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일정 노동시간 이상의 노동을 규제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얼마 전 주 48시간으로만 노동시간을 규제해도 114만 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인용한 바 있다. 정부의 ‘로드맵’조차 2000년대 이후 취업자 증가에는 근로시간 감소가 “최근 고용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상시 업무를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고정급 비중을 늘리도록 임금 구조도 바꿔야 한다. 출산·육아 휴직 때 유급 기간을 늘리는 등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갖춰져야, 원하지 않는데도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말을 써도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처지가 더 나빠지거나, 현재의 어려움을 고착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둘째, 복지를 큰 폭으로 확대하면 복지 혜택도 늘리면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자리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 공립 병원과 보건소를 곳곳에 더 늘려서 더 많은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등을 고용하자. 


영유아 교육도 의무교육으로 지정해 국공립 시설과 교직원을 늘리자. 교사와 직원 모두 더 큰 책임으로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돼서, 교직원과 학부모, 아이들 모두 더 행복해질 수 있다. 


99퍼센트 대중에게는 꿩 먹고 알 먹는 이 좋은 일을 정부와 사장들은 한사코 거부한다. 올해에만 사회복지 공무원 4명이 과로를 못 견뎌 자살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셋째, 재생 에너지 생산에 국가 지출을 늘리면 모두에게 이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주요 조선업체들은 이미 풍력발전 설비를 수출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 공장들을 대거 풍력발전 생산기지로 전환하면, 핵발전을 줄이면서도 전력 대란에 대비할 수도 있고, 양질의 일자리도 늘리면서 밀양 송전탑 사태 같은 비극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이런 대안은 고용조건과 산업간 차이를 넘어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요구가 될 수 있다.


노동자의 단결이 중요한 이유는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리는 재원이 바로 기업주들에게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인데도 사내 유보금이 수백조 원이나 된다.(20123분기 현재 상장회사 1644곳의 내부유보금은 832조 원) 최근 조세도피처를 통해 빼돌려진 한국 자금이 8백조 원이 넘는다는 것도 드러났다


통상임금을 수십조 원 체불한 건 애교로 보일 정도다. 그뿐인가. 아끼고 아껴서 복지를 이루겠다는 박근혜 예산 가계부엔 버젓이 군비 확대 예산이 수십조 원이나 자리잡고 있다. 


노동자들을 쥐어짜 만든 돈이니 당연히 이 돈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한다. 내부 양보 정책이 아니라 노동계급 모두를 위해 자본가계급의 특권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내놔야 계급적 단결이 가능하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와 정치단체를 조직할 수 있는 권리를 크게 늘려야 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가장 높고, 노동계급 내부의 소득 격차가 가장 적었던 때는 바로 노동운동이 강력했던 1987년부터 1996년 시기였다.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도, 사장들의 공격에 맞서 그나마 있는 권리를 지키는 데도 노동조합을 통한 조직적 단결과 투쟁이 결정적 구실을 한다. 물론 노동조합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계급 정당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를 결합하며 전국적 차원에서 노동계급을 단결시킬 변혁적 단체와 매체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조직 노동운동을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정부와 사장들의 분열 책략에 넘어갈 것이 아니라 조직 노동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 그리고 청년과 학생들이 단결해야 한다. 조직 노동자들이 부문주의를 뛰어넘어 이런 단결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힘으로만 정부와 사장들에게서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노동계급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노조 조직률 1백 퍼센트 로드맵’이고, ‘승리율 1백 퍼센트’를 향한 노동자 연대의 건설이다. 올바른 요구와 단호한 단결 투쟁은 저질의 일자리를 강요하며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박근혜와 사장들에게 가장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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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65일 ‘창조경제 실현 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의성에 기반한 성장”과 “벤처·중소기업의 육성”을 매우 강조했다.


이는 ‘로드맵’의 목표가 “기존 고용창출시스템(남성, 장시간 노동, 제조업, 대기업)의 중심축을 여성·창조경제(서비스업·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시간 감축과 고용 유연화, 신자유주의적 임금 개편으로, 생산성(착취율)을 높이고 일자리는 늘리면서도 기업주의 부담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비중이 더 높은 내수·서비스 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벤처 창업을 부추겨 고용률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모델을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모델의 특징은 단연 적은 노동시간과 전제 고용의 3분의 1이 넘는 시간제 일자리다. 1970년대 중반 이후 25년 동안 새로 생겨난 일자리의 3분의 2가 시간제였다.


이런 추세가 정부가 말하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1970년대부터 늘어나고 있었다. 사실은 경제 위기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없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도 아니다.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갠 결과였다. 그래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도 고용량(피고용 노동자의 노동시간 양)은 거의 늘지 않았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고, 노동계급 내부에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네덜란드 자본가들은 정규직 고용 보호를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임금 비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해 1970년 대 위기에서 수익률을 일시 회복하고 실업률을 낮춰 복지 지출 상승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의 깊이와 규모가 다르다. 게다가 당시 네덜란드는 임금 차별이 적고 복지제도가 탄탄했다


그런 나라조차 1990년대 경제 위기 때는 다급해진 사장들이 먼저 “합의주의”를 깼고 복지 삭감을 밀어붙였다결국 네덜란드는 일부 복지기금이 민영화되고 실업수당이 삭감됐다.


그런데 박근혜는 지금 경제 위기 때문에 고용 유연화와 임금 유연화, 정규직 노동조건 공격을 동시에 하려 한다.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노사정 협약 체결 당사자인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금융노조, 공공연맹 등 주요 노조가 반발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마저 폭력으로 짓밟을 만큼 성마른 상태에 있는 한국의 자본가들이 노사정 ‘타협’을 실제로 이뤄낼 가능성은 없다


결국은 양대 노총 사이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서 분열을 부추기며 노조 탄압을 강화하는 길로 갈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 모델에서 노동운동이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노조운동이 ‘사회적 합의주의’에 발목 잡혀 파업과 투쟁을 멀리하다가, 고용 유연화를 묵인하다가,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힘만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고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 박근혜와 사장들이 마음에도 없는 네덜란드 모델을 한통속으로 추켜세우는 이유다.


유연안정성’을 ‘사회적 합의’로 도입해 노동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뜬 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한 까닭이다. 노동자끼리 고통을 분담하라는 정규직 양보론도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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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과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닙니까. … 한이 맺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내 목숨을 빼앗아 간다니 이 서러움이 한이 맺힙니다.”


520일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막으려고 저항하다 실신한 이금자 할머니가 지난해 법원에 낸 탄원서의 일부다.


이날 아침,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경찰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공사 강행을 시도했다. 이금자 할머니를 포함해 평밭마을 주민들은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마음으로 이들을 막아섰다.


마을 입구 나무에 목을 맬 밧줄을 걸어 놓고는 웃통을 벗고 오물을 뿌리며 저항했다. 대형 전기톱 앞에서 나무를 감싸며 싸웠다. ‘내가 죽으면 시신을 청와대로 옮겨 달라’면서 말이다.


수십 년 살아 온 삶터를 폭력에 내주고 싶지는 않아서, 수년 동안 한전과 경찰에게 당한 모욕에서 자존을 지키려고, 그렇게 70~80세가 넘는 할머니들이 몸을 던졌고 병원에 실려 갔다.


경찰과 한전 직원들은 이런 할머니들을 밀어 쓰러뜨리고 밟고 때렸다. “횃불을 밝히며 야간 공사를 해서라도” 송전탑을 조기에 건설하겠다는 한전 사장의 협박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사실 한전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 한 지난 몇 년 동안 폭력과 모욕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엔 故 이치우 할아버지가 폭력에 항거하다가 분신해 사망했다쓰러진 할머니에게 ‘불 질러 버리겠다’고 조롱하고, 맞아서 입원한 여스님에게 “네 년을 반드시 찾아서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경남 밀양에서 벌어지는 이 야만적 폭력의 배후에는 핵발전소를 늘리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야욕이 자리잡고 있다. 이 시커먼 속을 감추려고 정부와 한전은 거짓말을 일삼아 왔다.


2009년에 지식경제부와 한전은 이 송전선로가 신고리핵발전소 1~6호기의 전력을 영남 지역에 공급하려고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을 두고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 쪽이 ‘과잉 공급’이라고 비판하자, 이제는 이 송전선로가 중부권에도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한 입으로 두 말하며 송전탑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경남 고리에 새로 짓는 핵발전소들을 정당화하려는 수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한진현은 “UAE 원전수주하면서 같은 모델인 신고리 3호기 운영 모습을 UAE측에 보여주기로 한 상황”이라며 송전탑 공사를 서두르는 속내를 드러냈다.


핵무장’을 꿈꾸는 한국 지배자들에겐 플루토늄을 [잠재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핵발전소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겨울철 전력대란을 공사 강행 명분으로 대는 건 역겨운 위선이고,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려는 수작일 뿐이다.


지금 당장 송전탑 공사가 시작돼도 내년 1월말에나 완료된다. 올 겨울 전력과는 상관 없는 것이다. 신고리 3호 핵발전소가 전체 전력에서 차지할 비율도 1.7퍼센트 뿐이다.


한편,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의 건강 안전도 심각한 문제다. 이 송전탑은 765천 볼트나 되는 초고압 선로로 엄청난 전자기파를 내뿜는다.


초고압 전선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어린이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와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엄청난 고압 탓에 전선이 지나는 곳에선 24시간 기계음이 나온다. 한마디로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는 곳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기 힘든 곳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송전탑 건설의 법적 근거가 되는 전원개발촉진법은 박정희가 만든 악법이다. 한전이 지도 위에 송전선로 선을 긋고 송전탑을 짓기로 하면, 반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복합적 요인들 때문에 주민들은 공사 예정지 지정 후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 논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초고압 송전탑 근처라고 땅값이 떨어져 대출도 안 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전이 밀양 주민들에게 ‘님비’(지역이기주의를 일컫는 말)라고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오히려 밀양 송전탑 강행과 반대 투쟁이야말로 결정적 진실을 보여 준다. 핵발전이 인류에게 재앙적인 존재기 때문에 그 건설 과정도 거짓과 폭력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고리 핵발전소 증설을 포기하는 것이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해결책이다. 더 나아가 이런 폭력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증설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지역마다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력 부족도 막을 수 있고 초고압 송전탑 따위도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해결책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새누리당 안에서 공사 일시 중단 목소리가 나오는 건 저항이 워낙 강렬해서다. 정부도 ‘지원법’을 만들어 보상을 충분히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송전탑은 끝내 짓겠다는 뜻이다. 보상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꼼수다.


이런 탄압과 꼼수에도 주민들은 여전히 송전탑 건설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하고 있다. 녹색당, 나눔문화 등 여러 단체들도 탈핵희망버스 등을 조직하며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노조가 사측의 만행에 침묵하는 것은 유감이다. 전력 관련 노조 활동가들은 정부의 핵발전 증설 야욕과 폭력에 반대하며 주민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천대받는 피억압 대중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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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사실 이 판결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체불임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현대자동차삼성중공업, GM대우 등 60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노동수당 연차수당 등의 산정 기준 ‘통상임금’으로 하고 있다.

 

즉,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은 여러 수당의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부당하게 빼서 임금 차익을 챙겨온 체불임금 문제가 그 본질인 것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엉터리 해석으로 이런 도둑질을 도와 왔다. 

 

그러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 판결 때문에 최소 38559억 원을 써야 한다며 ‘기업 망하게 할 판결’이라고 저주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38조여 원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떼 간 체불임금이고, 그나마 임금채권 소멸 시효 때문에 3년치 적용 밖에 안 된 액수다.(3년 체불 24조 8천억 원) 이것은 기업주들이 적게 주고 더 많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을 시키면서 도둑질한 노동의 댓가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말이다.


기업주들의 경영 능력이 아니고, 체불임금 떼먹고 오리발 내민 게 기업 성장의 최고 비결이었다는 말이다. 이 체불임금을 돌려주면 기업이 망한다는 말은 그동안 기업주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여했다는 말이 완전 개소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판결을 새로 해라, 법을 바꿔라’ 하며 국회와 사법부 등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뻔뻔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에서 박근혜를 만난 GM 회장 댄 애커슨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협박했다.

 

문제는 정부다. 박근혜는 통상임금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며 재벌들에게 해결을 약속했다. 4대악 척결한다더니 성추행 대변인 도피시킨 의혹을 받는 정부가 체불임금 떼 먹는 걸 기업 살리기로 포장할 기세다.

 

그러나 사실 대법 판결을 바꾸는 것은 삼권 분립을 허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사법권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쉽지 않다. 그래서 집권당 차원에선 법 개악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슬슬 근로기준법 개악의 군불을 떼고 있다.

 

체불임금 떼먹어 기업 수익을 올리는 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인가. 헛소리와 추잡한 짓은 윤창중과 전동수 따위로도 충분하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은 역겨운 헛소리들 집어 치우고 당장 훔쳐 간 통상임금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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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우파적 공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는 우파 결집으로 임기 초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44일에는, 한때 대화 시도를 했던, 쌍용차 해고자 농성 천막을 폭력으로 철거해 버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38명이나 연행하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노동자가 죽든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다음날 홍준표는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은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종북 마녀사냥에 써먹고 있다. 새로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 조영곤도 “종북 엄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가정보원 권한을 강화할 사이버테러방지법도 발의했다.


주요 권력기관 인사에서도 ‘꼴통우파’ 인물들이 약진하고 있다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이 임명되면서 법무부장관과 헌재소장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최근 박근혜가 추가로 지명한 헌법재판관 조용호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보수파다. 5일 검찰 인사에선 전교조와 촛불시위 탄압 수사에 앞장섰던 자들이 대거 승진했다.


한편, <레프트21>이 예상한대로 박근혜는 통치력 회복을 위한 사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세무조사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미 한국GM, LG, GS, CJ 등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생명과 현대·롯데카드 등 재벌 금융사 조사를 3월말에 시작했다. 행정기관 감사도 곧 시작할 것이다.


물론 열심히 뒤진다고 대기업주들이 처벌 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4ㆍ1부동산 대책’도 말은 서민을 위한 주택 대책이었지만, 실상은 처치 곤란의 집부자들을 돕는 조처일 뿐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의 본질도 채권자가 돈을 잘 받게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로 지배계급 안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가로막는] 단속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수습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게 된 데에는, 위기의 요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뿐아니라, 커지는 실망감과 반감이 옮겨 갈 대안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견제는커녕 대선 평가를 둘러싼 내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면서 아직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도 정작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서 예상보다는 고전하고 있다.


(※ 이번 4·24 재보선에는 재벌 특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출마한 김지선 후보나 한반도 평화와 박근혜 심판을 주장하는 민병렬 후보 등 진보정당 독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처럼 야당들이 무기력한 탓에 얼마 동안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가 봉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정부의 우파·친재벌 본색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놓고 [속내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복지부장관 진영,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것도 공공의료 후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경제·안보 위기 탓에 이런 반감을 달랠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사정 드라이브 과정에서 부패 추문이 폭로될 수도 있다.(최근 대기업 갈구기는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해 정권말에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우파적 일방통행은 오래 못 가 반발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본색은 박근혜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단결해 싸워 얻은 작은 승리가 정권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변혁적 좌파들은 노동운동이 그 중심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반도 긴장 고조가 박근혜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냉전적 대결 구도를 핑계 삼아 국내 억압을 강화해 왔다그 중에는 1996년 판문점 총격 사건처럼 남북 지배자들이 뒷돈을 주고 받으며 짜고 친 사건도 있었다.


그러므로 탄압의 속죄양이 되곤 했던 진보진영 일각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 지배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벌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이런 주장이 맞든 틀리든 진보진영은 국가적 위기를 빙자해 좌파를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지금의 위기가 우파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다는 관찰은 일면적이다이런 생각은 자칫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박근혜 정부의 약점을 보지 못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외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오히려 미―중 제국주의 간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곤혹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다수출의 4분의 1이 중국 대상이다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동북아 균형자론(미―중 간 양다리 외교론)이 한때 부각됐던 배경이다


이런 모순을 반영해 박근혜도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인수위 시절에는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친박 실세 김무성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위기 고조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 기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한국 주류 지배자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 하위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박근혜는 바로 그들의 대변자다


한편한미일 동맹 강화는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대중의 반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복지를 삭감해 군비를 늘리고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일부 지배자들은 이 틈을 타 핵무장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며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신창이가 됐다. 한편, 한반도 위기 고조 문제로 양극화로 박근혜의 [시늉 뿐인] ‘대화’ 제스쳐조차도 우파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낳고 있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모순을 더 키우고 있다.




※ 두 글은 http://left21.com/에 각각 축약하고 다듬어져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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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더니취임 한 달 동안 박근혜 정부의 꼴은 마치 한 2년은 지난 정부 같았다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임명장도 받기 전에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일곱 번째 낙마 직후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선 국정수행지지도가 40퍼센트 초반으로 취임 초기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장관급 인사 네 명이 낙마하고임기 초 지지율도 당시까지 역대 최저였던 이명박보다도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필승을 위한 인사’를 전략 공천하지 못했다물론 안철수가 당선해 야권을 분열시키기 바라는 속셈도 있긴 할 것이다그러나 승산이 없다고 다들 출마를 기피한 탓이 더 크다정권 초 선거에서 집권당의 무기력함은 시사적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새누리당 안의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빗겨가고 있다개별적 반발들은 있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박근혜 국회 거수기 구실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이 첫해에 레임덕 위기에 빠진 것을 기억하는 박근혜는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고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이것은 강성우파들이 지금보다 더 전면에 포진할 거라는 뜻이다. 위기 속에서 우파적 공세 전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우파 기질로는 뒤지지 않을 박한철을 내정했다.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했고김앤장에서 ‘전관예우’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그것도 방송 장악 음모라는 의혹에 스스로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비록 낙마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을 들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그런 사례였다.


강성 우파 육군 대장 출신이 국방장관 뿐아니라 청와대 안보실장(신설),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을 꿰찼는데, 시사적인 건 이들 중 가장 선임이 새 국정원장 남재준이란 점이다. 국정원장에 무게중심을 더 얹었다는 것이다. 당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3월 26일 박근혜가 ‘사이버테러 위기 대응이 분산돼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마자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국세청, 감사원을 동원한 사정 정국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기구를 단속하고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손상된 국정장악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국가 기강 세우기’를 내세우는 이유다이것은 한편에선 사정 정국을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이라고 좌파를 마녀사냥하는 ‘종북 몰이’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위기의 성숙도가 아직 낮아 가까스로 봉합은 할 수 있어도 위기의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복지 공약 먹튀에 서민 증세 계획, ‘부패’·‘우파’ 코드 인사 등으로 통치의 정당성즉 신뢰의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는 박근혜다우파 본색 강화는 이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사실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 뿐이다[각주:1]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이들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은 하나회와 재벌을 공격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김영삼은 임기 초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었는데[각주:2] 이런 내부 숙정으로 지지도가 더 크게 올랐다. 물론 김영삼은 진정한 개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조건 때문에 포퓰리즘적 활용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사정 대상이 돼야 할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들이 자신의 핵심 기반이다

걸레경연대회”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이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주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은 이들의 부패한 연결망을 얼핏 보여 준 것 뿐이다.


따라서 검찰, 감사원국세청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정 정국은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 있다그런데 지금 박근혜에겐 우파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그래서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를 통한 전 정권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C 사장 김재철 해임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 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져 왔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자들조차도 미·중 갈등이 커져 가는 지금의 대외 환경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도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대중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위기 요소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일시적으로 위기를 봉합하더라도 위기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박근혜는 정치 위기 재발과 통치 기반 약화를 피하려고 더 신경질적이고 더 필사적이다좌파를 희생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4대악 범죄와 무질서 때문에 사회 혼란과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고, ‘법과 질서’를 강화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와의 전쟁” 따위가 유행할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명분으로 동원될 것이다.


이처럼 “법과 질서”강조·강화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만회하려는 맥락에서 노동계 진보세력을 “반헌법”·“종북” 세력으로 몰면서 속죄양 삼으려 할 것이다. 검경 등 권력기관들의 사회통제 권한을 전반적으로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데,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우파 정부의 흉악한 발톱이 드러나는 조짐을 경고하는 것도 필요한 때다.


박근혜의 진보정치 솎아내기는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 심해지고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경우그 불만이 진보정치 세력들의 성장으로 수렴하는 것을 선제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박근혜의 위기 시기에 진보진영도 분열과 위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복지 먹튀를 폭로하며 박근혜의 위기를 활용해 진보의 독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는 공격에 매우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있다오히려 무기력·무대안으로 힘겨워하고 있다진보정의당 의원 3명이 정부조직법에 찬성하고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안철수가 이 틈을 비집고 4·24 재보선에 출마해 “새 정치”라는 모호한 구호로 반새누리·비민주당 층을 가로채 가려는 것이다.


우파 정부의 위기가 자동으로 진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 때의 교훈이다임기 첫 해 지지율 10퍼센트로 추락해 내내 허덕였지만결국 새누리당은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진보가 분열해 독자 대안을 내놓고 행동을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결국 중요한 것은 진보적 노동운동의 대응 여부일 것이다. 발톱을 드러내는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선 단결된 투쟁 건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당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운동의 과제를 내놓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제들, 즉 원칙에 기초한 단결, 단호한 대중투쟁 건설을 바라는 사람들을 묶어 세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급진좌파가 해야 할 임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에 사회적 연대 건설과 함께 보건 노동자들의 연대파업 같은 단호한 전술을 주장하고 건설하려 해야 한다. 진보의 독자 대안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복지 먹튀에 대응하는 부자 증세와 부실 기업 공기업화를 통한 고용 보장 요구 같은 것 말이다. 


유연하고 개방적 태도도 필요하다. 각자도생 상황 속에서도 특정 사안에 대한 협력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런 최소한의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관료적 투쟁회피주의, 패권주의, 종파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장도 회피도 하지 말고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면서노동계급 운동의 정치적 지도력 재건 방향이 더 좌파적이고 급진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단결과 운동의 지도력 회복이 더디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이런 방향에 동의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주변에 건설하려 해야 한다. 


  1. 일당국가 해체기였던 김대중 집권 초기도 내부 숙정이 이런 비슷한 효과를 냈다. 게다가 경제공황 상황이라서 취약해진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적었다. 그러나 소심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만큼 과감하게 사정 정국을 활용하지 못 했고, 그래서 더 기대가 컸던 김대중의 사정 정국은 무난하게 활용됐으나, 김영삼 때만큼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본문으로]
  2. 임기 첫 1분기 지지율이 70퍼센트를 넘긴 것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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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별장게이트’ 의혹 제기 며칠 만에 새 법무차관 김학의가 옷을 벗었다. 이 때만 해도 ‘별장게이트’가 정국의 뇌관이 될 듯했다.


그러나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의 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자 수사가 뒷걸음치고 있다. 사건 초기에 서로 뒤질세라 선정적으로 ‘난교 파티’를 보도하던 조중동과 그 종편 방송들도 돌연 침묵으로 돌아섰다.


사건의 본질은 고위층과 기업이 ‘로비와 특혜’로 ‘유착’했다는 의혹이이다. ‘난교파티’ 묘사를 보면, 마치 박정희가 유신 시절 밤마다 벌였다는 술잔치가 떠오른다. ‘박정희 스타일’이 여전히 이 사회 최상층부의 부패 문화로 남아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박정희 시대 이후 이 사회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자들이 얼마나 그물망처럼 유착돼 특권을 주고 받으며 부패한 사생활을 공유하고 있는지 일부나마 드러났다.


이런 문화가 저들 사이에 얼마나 흔한 것이면, 새누리당 최고위원 심재철이 국회 본회의 도중에 누드사진을 검색해 들여다 보고 있었겠는가. 집권당의 성추행 의원들 누구도 자격심사를 당하지 않았던 일도 떠오른다.


뜬 소문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것도 박근혜가 [지금까지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학의를 법무차관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김학의의 아버지는 박정희 시절, 육군 대령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정희 시대를 재연하려다 박정희식 밤문화를 재연했다는 추문의 주인공을 끌여 들였고, 이것이 의도치 않게 조중동 종편의 특종 경쟁 대상이 되면서 사건이 확대돼 버린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관할 문제로 말미암은 묵은 갈등도 한몫했다.


지배계급의 추악한 삶의 단편이 공개됐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을 들추던 조중동도, 경찰도 뒷걸음을 치고 있다. 지뢰밭이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계급적 진실을 앞에 두고, 정권, 경찰, 지배계급의 언론 등이 모두 한통속인 셈이다.


이것은 아직 집권당의 정치 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진은 남아 출국금지 문제 등으로 검경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1퍼센트 특권층들이 엮여 있는 이 단단하기 그지 없는 부패의 그물망 때문에 [이들에 기반한] 박근혜 정부 시대에 부패 추문은 끊임 없이 정치 위기와 저항의 뇌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터지냐 마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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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법과 질서”가 사회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갖 편법·불법으로 권력과 부를 쌓아 온 특권층 인물들을 총리·장관 후보자로 내정해 곤경에 빠지자, 박근혜는 ‘그렇게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일하느냐”며 도리어 역정을 냈다.


박근혜정부 첫 법무부장관 내정자인 황교안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법은 언제나 지켜진다는 신뢰”를 강조한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황교안 본인이야말로 그 신뢰를 앞장서 깬 당사자 아닌가.


그래서 첫째, 박근혜의 법과 질서는 무엇보다 매우 위선적일 것이다.


‘불법파견 자행, 대법원 판결 이행 거부’로 법질서 위반 2관왕인 현대차 정몽구는 박근혜 취임식에 초대돼 귀빈석에 앉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노동자들은 경찰에게 밀려났다.


최시중 등 권력형 비리 사범이 사면될 때, 권력형 비리를 폭로했던 노회찬은 의원직을 잃었다.


오히려 박근혜는 취임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방문해 “극단적인 불법투쟁,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 …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이 말이 박근혜식 법치주의의 둘째 특징이 될 것이다. 물론 일부 기업주에게도 처벌 시늉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신세계·이마트 압수수색처럼 말이다. 그러나 ‘특권 세력엔 솜방망이, 저항운동에는 쇠방망이’라는 본질이 뒤바뀔 순 없다.


이런 본심은 박근혜의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육법당(군사정권 시절 육사·법관 출신 중용을 일컫는 말)”이 부활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법관 출신을 중용했지만, 하나같이 특권층의 이익 수호에만 앞장서 온 강성 우파들이다.


법무장관 내정자 황교안은 국가보안법, 집시법 해설서를 개정판까지 내면서 반동적 해석을 매뉴얼화해 온 자다.


그는 2009년 용산참사 강제진압의 주원인이 “농성자들의 … 불법·폭력성 때문”이고, 국가보안법이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으뜸이나 본바탕이라는 뜻)이라고 말한 자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불법이라는 소신파 공안통이다.


권력기관 감찰을 담당할 청와대 민정수석에는 일명 “강기훈 사건” 수사를 맡았던 곽상도가 임명됐다. 조작 혐의로 재심 과정 중인 이 수사에 연루된 검사들 중 안대희, 남기춘 등이 박근혜 선대위에 중용됐다. 당시 이들을 총지휘한 법무장관이 박근혜 후견그룹 7인회의 김기춘이다.



사실, 이런 억압적 “법치주의”는 신자유주의 우파 정권의 전형적 특징이기도 하다. “법과 질서”는 영국 전 총리 대처의 간판 슬로건이기도 했다. 미국의 레이건도 마찬가지였다.


신자유주의는 말로는 국가가 경제에서 물러나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에 ‘자유시장의 기강(질서)’를 바로 세우는 주체는 결국 국가다.


그래서 대처는 “자유는 법이 만든다”고까지 했다. 그는 경찰력 강화와 형량 강화, 사법 행정 개악을 밀어붙였고, 노동자가 파업을 하기 매우 어렵게 법을 점차 뜯어 고쳤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이들은 범죄 통계를 비틀어 흉악범죄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다. 소련의 안보 위협도 크게 써먹었다.



신자유주의


당시 대처 정부는 극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권했다. 늘어나는 실업과 복지 삭감, 반민주 개악에 대한 저항운동을 제압하려는 “법과 질서”였으므로 이들의 의제는 각별히 반동적이었다.


지금 박근혜정부도 경제 위기 조짐이 커지는 상황에서 들어섰다. 지배계급이 똘똘 뭉쳐 박근혜를 민 것은 위기 상황에서 “강한 우파 정부”를 바라기 때문이다(박근혜는 경찰력 증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도리어 박근혜정부는 취임초부터 불안정과 위기를 겪고 있다. 복지 공약 뒤집기와 비리 인사 내정 등으로 벌써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밑으로 떨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내각을 단 한 명도 임명 못 한 채 “나홀로 취임”을 해야 했다.


박근혜가 임기 첫 해부터 삐걱거리면, 박근혜 정부는 예상보다도 빨리 우파 본색을 강하게 드러낼 것이다. 이것은 지지층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의미심장하게도 경찰청 소속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2013》에서 역대 정부의 임기 첫 해 집회와 시위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결론은 1998년 이후 절반 넘게 줄어든 보안경찰을 다시 늘리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억압적 법치주의는 민주적 과정보다 법 집행의 효율성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국회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법 개정 방식이 어려울 땐 행정부가 처리할 수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악 등으로 각종 개악을 시도할 것이다.


최근 철도 민영화나 의료민영화 도입 시도가 바로 이런 시행령 개정 방식에 의존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성공해 사회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해지면 각종 법 개악을 본격 추진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이나 보안경찰을 동원한 진보진영 사찰도 늘어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일들을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핵실험으로 조성된 긴장과 북한 위협론을 부추겨 좌파를 ‘종북’으로 몰아칠 것이다이주자 연계 테러 위협 등 각종 범죄 공포도 조장할 것이다지난해 이미 학교폭력과 주폭 등을 그렇게 활용했다‘안전’행정부로의 명칭 변경도 이런 ‘안전 담론’의 맥락이다


《치안전망2013》은 국가기관과 시민사회가 ‘전 사회적으로’ “치안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그렇게 강화된 민생치안 ‘역량’을 ‘시국치안’으로 돌릴 것은 뻔한 일이다


범죄 공포를 부추기는 방식의 효과에 관해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존 몰리뉴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이웃과 직장 동료들을 두려워할수록 지배자들에 맞서 단결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우리가 더 원자화되고 고립될수록 우리의 저항력은 약해진다. … 흉악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일반적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지배자들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쉽게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부패 내각과 최근의 위선적인 법 적용 따위는그 자체로 ‘법치[의 이름으로 벌이는 우파적 강압통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저들의 전망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좌파는 위축되지 말고, [집요하고 단호하게] “법과 질서 쇼”의 위선과 허구, 진정한 목적을 폭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법 조항과 절차를 활용할 수 있지만, 법 내용에 스스로를 제한하거나 판결, 의회 절체에만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현행 법 준수에 사고를 얽매지 말고, 대중의 즉각적 필요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각종 개악과 복지 삭감에 맞서 과감하고 실질적 대중투쟁을 건설하는데 애를 써야 한다. 법의 제정뿐만 아니라 적용 과정에서도 ‘[계급간] 힘의 균형’은 영향을 미친다. 


법치주의를 빙자한 저항운동 탄압에 노동운동이 단결해 맞서야 한다이를 통해 진정한 ‘국민 안전’은 경찰력 강화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실업 따위를 없애는 사회 개혁과 ‘99퍼센트의 저항 연대’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저들의 “법과 질서 쇼”가 사회적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만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글은 <레프트21>99호에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http://www.left21.com/article/1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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