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

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의 추악한 진실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4월 3일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선언)이 바로 그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항쟁이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강행하려고 ‘정권 차원의 사찰과 탄압 기획팀’을 운영한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를 잇는 우파 정권답게 이명박 정부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 등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보안 경찰과 행정 부처를 총동원해 도청ㆍ미행 등을 하며 정권 비판 세력을 감시ㆍ통제ㆍ탄압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인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창화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물이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아예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 “전파: 외부―청와대, 총리실, 경찰청”,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이처럼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들부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재벌 총수, 친야권 고위 인사 사찰은 곁가지인 것이다.

우선 사찰 담당부서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치 시점이 2008년 촛불항쟁이 한창인 7월초라는 것이 운동 탄압과 정부 내부 단속을 주요 업무로 삼은 증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는 점검 1팀의 구성이 노동부와 경찰청 보안수사 담당들로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등이 모두 이 팀의 소행이었다[각주:1].

노동조합 동향을 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원충연과 최영호가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김충곤과 김기현, 이기영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동운동 사찰은 단지 감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검1팀 김기현의 USB에서 나온 파일 중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이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이 보고와 대책 건의 사항 중에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안보


더 직접적인 연관도 찾을 수 있다. “2009년 기타 첩보 보고서(자체)”를 보면,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을 10월 6일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노조 활동과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각주:2]

심지어, 사찰 증거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장진수가 폭로한 통화 녹취록에서는 범죄 은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진수에게 준 돈에 관봉이 남아있었다면, 시중은행 내부 협조자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의 사찰과 ‘후속 처리’는 이처럼 여당 의원들과 행정부처, 사법부가 전방위적으로 총동원된 것이다.[각주:3]

군사독재의 권위적 통치 방식을 계승한 정권답게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 노조를 조종하거나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김제동, 김미화 같은 연예인까지 뒷조사하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등 온갖 공작도 벌였다.


ⓒ사진합성 시사IN 양한모


이런 자들이 ‘모든 정권이 다 하는 짓’이라며 응당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정부의 진보세력 감시ㆍ탄압으로 함께 득을 봤던 박근혜가 ‘나도 사찰 피해자’라며 위선을 떠는 것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만 바라는 의도이고, 또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총선 국면을 이전투구처럼 만들어 [정치 참여에 환멸을 자아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우파가 범죄 피의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물타기하는 것은 용서 못 할 일이고, 당면 투쟁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야 한다.


계급 지배


그러나 이명박의 물타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 동향을 사찰한 기록도 드러났다.

문재인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운동 사찰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사찰한 것이므로 이명박과는 다르다는 방식으로 변명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대체로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의 사찰 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권 모두에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노동운동은 투쟁 표적을 이명박으로 두되, 이명박만이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정권 사이에서 권위주의적 잔재의 차이는 있지만, 1퍼센트 세력의 계급 지배 기구인 국가의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을 동원해 99퍼센트 피억압 계급과 저항 세력을 감시하고 통제ㆍ억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억압적 국가기구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면 99퍼센트 대중의 운동이 체제와 국가의 통치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상으로 감시ㆍ통제ㆍ탄압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경찰청 ‘사직동팀’을 명목상 해체시켰어도, 노동운동 사찰은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노무현과 이명박은 다르다’는 식의 논리는 일면적이고 부차적 진실만을 담고 있다.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로 보아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이 분명한데, 새누리당의 특검으로 시간끌기와 민주통합당처럼 검찰 내 특수본 설치와 진상 규명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사건 폭로 직후 즉각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에 특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상을 요구한 것은 총선 투표를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이번 사건이 1퍼센트의 99퍼센트 저항 운동의 감시와 통제라면, 억압적 국가기구를 마땅히 해체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투쟁 요구를 재정비하자[각주:4]정권 퇴진·처벌 / 사찰기구 해체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검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이 검찰의 총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인 상황에서 검찰에 특수본을 설치해서 수사를 진행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에서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첫째,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만일 이영호가 ‘몸통’이라면, 이명박은 ‘머리통’이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더구나 레임덕과 엄청난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에서 보듯 이명박은 자신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1퍼센트만을 위한 정책을 한가지라도 더 추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범죄 정부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이자는 요구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은 우파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고 정치 지형을 99퍼센트 대중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청와대와 총리실 산하의 각종 소속기구들과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서 등 사찰기구들을 즉각 완전히 해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에서 드러나듯이 이런 사찰기구들의 목적은 진보적 사회운동 등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유지된다면 지금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을 규탄하고 물러나게 하는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을 규합해 이명박 퇴진과 사찰기구 해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진보진영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 이 글은 장호종 기자와 공동으로 써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 바로가기)를 약간 재구성한 것. 


  1. 이밖에도 문제단체 동향 보고, 국립의료원 민영화 관련 동향, 서울대병원노조의 MB 비판 대자보 관련 보고 등이 사찰 목록에 있다. [본문으로]
  2. 당시 뉴라이트 출신인 한나라당 신지호도 국회에서 권 부위원장의 행적을 추궁하고 공격했다. [본문으로]
  3. 합법적인 공직자 감찰이라는 것도 따져 보면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기업 경영진 압박하기’나 ‘4대강 공사 등에서 정부 문제점이 폭로됐을 때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기’ 같은 것이었다. [본문으로]
  4. 현재 비상행동 시국회의가 제기한 요구는, 사찰내역 공개, 대통령 사과와 진상고백, 검찰 수사 강화, 권재진 사퇴, 총선 후 국정조사/청문회 실시 등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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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ㆍ마녀사냥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했다. 또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시도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북풍’에 이용했다. 

천안함 사건 2주기를 이용해 “응징”, “보복” 등의 언사를 써 가며 ‘북풍 기원’에 여념 없던 국방부는, 한미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 위성 추진체를 “요격하겠다”고 위협했다[각주:1]

북한 위성 발사를 이용해 먹기에 바쁜 정부와 우파를 보면, 북한의 위성 발사 소식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중동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부정 사건을 이용해 색깔론 ‘소설’을 쓰며 ‘마녀사냥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 황당한 소설들의 공통된 줄거리는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괴물에게 영혼을 판 마녀인데, 괴물들의 본거지인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을 꾀어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김정은에게 헌납하려 한다’는 것이다.

(☞ 경기동부 소동과 관련해 진보가 진짜 다뤄야 할 문제점들은 여기를 참고하시오.)


역겨운 반동

이 조중동식 소설을 그대로 베껴 쓴 새누리당의 요즘 논평은 1980년대 ‘반공 웅변 대회’를 보는 듯하다. 3월 25일에는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 놓고 묵념하는 세력[이] … 민주통합당을 이용해 국회를 움켜쥐고, 12월 대선에서 소위 연합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거품을 물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색깔론 보도들은 기사끼리도 사실관계가 안 맞을 정도라서, 소설가 공지영조차 “이런 소설가들을 제가 어찌 따라갈지, 갈 길이 멉니다”라고 비꼴 정도다. 

이명박근혜를 풍자한 합성 사진.

이런 역겨운 반동은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을 위축시키며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총선을 앞두고 4월에 ‘일진회가 있는 학교 9천5백79곳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 의도다. 경찰청이 내려보낸 일진회 선정 기준을 보면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행위, 장기자랑 및 행사 시 앞에 나서는 행위, 학생들의 선망 대상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청소년 계엄령’이다.

이처럼 반동 공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우파 결집’이라는 일차 목적은 부분적으로 달성한 듯하다. 

공천에 불복해 분열할 듯하던 친이계들은 일단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이명박의 설득으로 탈당을 멈추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 라고 했고 이상득을 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앉혔다.

이런 행보들이 우파 결집의 메시지를 준 결과,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 등이 바닥을 기는 대신 새누리당이 지지율을 회복했다. 박근혜는 “석달 전만 해도 선거도 치를 수 없을 것 같더니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안도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원기 회복에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하면서도 심판의 구체적 내용은 빼놓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애초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시작한 세력으로서 이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론 골치아픈 문제에서 이명박 손에 피를 묻혀, 선거에서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어정쩡한 자세는 반MB 대중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주류 지배자들로선 총선 전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에도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민주통합당 길들이기도 어는 정도는 만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 주류 지도자들이 총선 야권연대를 위해 이런 민주통합당과 다른 진보적이고 구별되는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정치적 양극화

한미FTA 발효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 우파 결집이라는 호재로 작용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우파는 총선 구도를 최대한 ‘더럽게’ 만들면서, 청년세대가 환멸과 냉소로 돌아서길 바랄  것이다. 또 민주통합당의 무능과 한계를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러나 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 변동의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이 우파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이명박근혜’ 공천을 보면서 정권 심판 정서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우파 결집을 위한 우파 공세가 반대편의 결집도 불러 왔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4%가 이번 총선을 정권심판 선거라 답했고, 경향신문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의 야권단일후보 지지 의사가 새누리당 지지의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정서가 청년세대 사이에서 “투표율 70퍼센트 운동”을 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1퍼센트의 탐욕를 지속하려고 풍과 색깔론과 마녀사냥에나 매달리는 자들이 정권을 연장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정권에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냈고, 취약해진 북한 체제를 보고 자란 이 세대에게 북풍 유도와 색깔론은 대체로 구태의연한 꼰대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4월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패배를 모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의 패배 정도에 따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 ‘지연된 분열’은 재개될 것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BBK 의혹도 ‘이명박근혜’당에게는 지뢰밭이 될 것이다.(관련한 최근 상황 정리는 여기로)

최근 일시적 봉합 국면을 보면, 친이계는 우파 분열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위험한 [분당과 독자 생존의 모색이라는] 길보다는 총선 이후를 도모하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무난한 결과를 얻으면 이명박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게 되니 살아날 구멍이 생기고, 패배하면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단 ‘분열은 필패’라는 생각으로 이명박과 손을 잡았을 박근혜로서도 정권 심판론 탓에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이명박 죽이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BBK는 여전히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놓인 지뢰밭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권력을 향한 탐욕스런 다툼도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 사찰은 그 자체로 탄핵·구속 감이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각종 반민중 정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민간 사찰과 조직적 은폐 사실의 폭로는 반동 공세가 레임덕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다.

진보진영은 어설픈 총선심판론에 안주하지 말고,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저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고 그 때문에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바로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주류의 최근 행태를 봐선 이들이 19대 국회를 주도한다고 해도 제대로 단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행동으로 광범한 대중의 불만을 결집하려 할 때만 집권당의 총선 참패 가능성도 커진다. 

새누리당의 총선 선전과 재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면, 그래서 총선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와 대학, 작업장에서 불붙는 정권퇴진 투쟁은 ‘이명박근혜’를 다시 분열시킬 것이고,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 것이다. 이들의 이전투구는 우리의 투지를 더 고무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 7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사실 한국군 자체로는 요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조선일보가 다른기사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발언은 정말 북한 자극용이거나, 아니면 MD 체제를 정당화하고, 추진체 요격 시스템을 갖춘 미군 구축함의 서해 진입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잇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평화보다 대결을 추구하는 호전적 발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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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정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몰래 감시하고, 심지어 이런 짓이 적발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아예 검찰과 재판부와 짜고 범죄를 숨기려 했다면 어떨까.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면, 정권은 즉시 물러나고 관련자들은 구속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사안들을 버티기로 넘겨 온 이 정부는 이번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민간인 사찰은 2008년 촛불항쟁에 대한 이명박식 보복이었다. 

들통난 사찰 수첩에는 민주노총 등의 동향 뿐만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한 다함께에 관한 메모도 쓰여 있었다. 촛불항쟁 당시 다함께 마녀사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불법 사찰이 꼬리를 잡히자 저들은 사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폐기하고, 입막음용으로 임태희 등이 구속자들에게 변호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인 장진수가 폭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양치기 소년’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시갅순을 대비해 정리하면, 

‘왕의 남자’ 박영준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에 국무총리실에 문제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생겼고, 박영준은 자기 밑의 행정관인 이창화 등을 이곳으로 파견 보내고, 이듬해 자신이 국무차장으로 국무총리실로 옮겨 갔다.

이상득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임태희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노동부장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증거 삭제가 벌어질 때, 청와대 내부의 총감독자였다. 사찰 건으로 구속된 자들의 가족에게 임태희는 금일봉을 줬다. 임태희가 노동부장관일 때, 보좌관이던 [그전부터 임태희와 유착관계였던]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도 이 때다. 

영포’라인으로 이상득, 박영준과 가깝고, 이명박의 경호·수행 등을 맡으며 측근이 된 친이 행동대장 이영호. 2008년부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 과정 등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들 면면과 직책, 인맥을 연결하면 이상득이나 이명박이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미 공개된 수첩에는 ‘BH(청와대=Blue House) 지시 사항’ 따위의 언급들이 수차례 나온다. 마침 사찰 보고서가 이명박 직보용으로 별도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꼴통’ 이영호가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지는 쇼를 했는데, 명진스님 말대로 ‘몸통’ 위에 ‘대갈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불법 사찰의 실무 총책이던 “이영호가 입을 열면 정권이 흔들흔들할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려 뿌린 수억 원의 출처도 의혹의 대상이다. 

여기에 BBK 관련 의혹도 끊이지 않고 폭로되고 있다. 

2007년 BBK 의혹이 근거없는 이명박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가 된 신경화의 당시 편지가 그 동생 신명이 쓴 ‘가짜 편지’라는 게 들통났다. 신명은 ‘가짜 편지’ 작성을 요구한 배후에 이상득과 최시중이 있다고 지목했다. 조만간 한국에 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BBK 재판을 하는 미국 법정에 이명박 스스로 BBK는 자기 회사의 계열사라고 증언한 진술서와 이명박의 BBK 명함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입만 열면 거짓말, 했다 하면 사기극, 그러다 들키면 주먹질인 이 정권을 응징하는 데서 선거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퇴진과 구속으로 심판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어리버리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만 의존 말고 진정성있게 강력한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진 ‘꼴통’ 이영호


※ <레프트21> 78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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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정면 돌파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은 37일 제주도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고, 그 다음날 KTX 민영화를 위한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315일엔 한미FTA가 발효된다.

이명박이 36일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직후에는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합참의장 등이 ‘응징’, ‘복수’ 등의 호전적 용어를 쓰며 ‘북풍’을 자극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호전적·냉전적 발언들이 “정권 차원의 공통된 인식과 계획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돌아보면, 집권당이 치명적 위기에 빠진 지난 몇 달 동안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도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반민주 정책과 부정부패에 분노한 대중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을 흉내내며 ‘좌클릭’을 해봤자 어차피 불리한 게임이라는 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 정권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와 KTX 민영화 등을 강행하며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송사 파업에도 초강경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안보 위기 선전과 색깔론을 되살리고 있다.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 탈북민, 이어도 문제를 ‘북풍 3종 세트’로 이용하고 있다.

탈북민 북송 문제로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부각한 데 이어, ‘이어도는 중국의 경제수역과도 겹친다’는 중국 외교부의 발언도 부각하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제주 해적기지’ 발언 마녀사냥도 하고 있다.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추진해 온 이명박 정부가 ‘중풍’으로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산토끼 잡기에 한계를 느낀 박근혜도 정부의 우경화에 발맞춰 우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는 2005년 농민 시위를 살인 진압한 책임자이자 KTX 민영화를 추진했던 허준영 등 부패한 우파들을 ‘전략’ 공천하고, 한미FTA와 제주 문제 등으로 민주당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5·184·3 항쟁을 ‘폭동’이라고 부른 이영조를 서울 강남을에 공천했다가 취소했는데, 이 해프닝은 박근혜의 반동적 역사관을 보여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박근혜는 공천 과정에서 ‘일부’ 친이계 솎아내기를 했지만, 빈 자리를 메운 친박계들은 더 부패하고, 더 우파적이며, 더 철두철미하게 1퍼센트를 대변하는 자들일 뿐이다.

이명박은 이런 박근혜를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추켜세웠다. 낙천한 친박계 이탈파 김무성, 친이계 이동관 등도 ‘종북좌파 저지와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잔류를 선언했고, 박근혜는 청와대 전 정무수석 출신인 정진석 등을 공천하며 화답했다.

‘이명박근혜’당이 본색을 강화하면서 안보 위기론의 ‘샴쌍둥이’인 ‘종북 색깔론’도 등장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반대 여론을 매도했다. 통합진보당 김지윤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 마녀사냥 소동도 이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이런 반동을 통해서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는 저축은행 로비 의혹, 이상득 차명계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다시 불거진 BBK 등 각종 권력형 부패들을 감추고 입막음하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이 바로 민주당 정부 때 추진돼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반MB 야권을 분열시키려고도 한다.


보수층 결집


근본에서 이 프로젝트들은 한국 지배자들이 오래 전부터 합심해 추진해 왔던 것들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를 받으며 이 사안들이 추진됐던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주류 지배자들은 혹시라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자신감을 얻은 대중의 압력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이런 핵심 의제들에서 후퇴할까 봐 우려할 것이다.

우선 이명박과 박근혜의 흉물스런 우파 동맹은 불안정한 동맹이다.

이명박은 퇴임 후를 대비하려고, 박근혜는 대선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각자 사리사욕을 위해 맺은 동맹이므로 총선에서 참패하는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등을 돌릴 수 있다. 박근혜가 2007년에 김경준을 기획 입국시켰다는 최근의 폭로도 잠재적 갈등 소재다.

(이와 관련한 박근혜의 모순된 처지에 관해서는 여러 차례 반복했으므로 이 블로그의 관련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람)

최근 한미FTA 폐기와 제주 해군 기지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 모습. 투쟁하는 진보정치를 추구해야만 이런 열망을 받아 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낡은 냉전 우파적 공세가 오히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반MB(정권 심판) 정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천안함’을 이용한 안보 색깔론을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은 것, 무상급식에 우파적 돌격을 시도하다가 서울시장 자리만 야당에 헌납한 것이 바로 그런 사례다.

그래서 최근의 우파 공세는 최대한 총선 전에 우파적 정책들을 해치우고 ‘대못’을 박아 두려고 ‘돌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류 지배자들은 만일을 대비해 진보정당을 배제하고 민주통합당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런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가 없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한계는 그 계급 기반과 친자본주의 성격에서 비롯한 것이다.

결국 주류 지배자들은 민주통합당이 허둥대는 걸 보며 반MB 대중이 정치적 냉소에 빠지기 바랄 것이다.

벌써 길들이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야권연대 협상에서 민주통합당은 한미FTA ‘폐기’로 합의하길 끝내 거부했고,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은 “안보적 측면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한발 뺐다. 최고위원 김부겸은 ‘해적기지’ 발언을 두고 “해군에게 모욕감을 주고 … 색깔론의 빌미를 줄 뿐”이라며 한나라당 출신다운 본색을 드러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강철규는 “[정체성의] 내용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한미FTA 찬반과 같은 것으로 정체성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선대인 같은 친민주당 인사들조차 실망할 정도로 민주통합당 공천에 대한 진보 대중의 실망도 크다. 이 때문에 이해찬 탈당설이 나올 정도로 파열음도 컸다.

이렇게 난리법석을 떠는데도 민주통합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겠다며 들어갔던 NGO 출신 인사들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김기식, 이학영, 박용진 등은 당 지도부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공개적 비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난처한 우파적 의제들을 이명박이 강행하고 자신들은 그로 말미암은 선거적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새누리당도 아니고 민주통합당도 아닌 진정한 진보의 대안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명박이 부패와 분열 위기를 덮고 총선 전에 각종 개악들을 완료하려고 돌진하고 있는데, 총선심판론에만 안주하다가 분노한 진보 대중의 섟만 죽이고 말 수 있다. 진보진영은 제주와 방송사 파업, 한미FTA 폐기 투쟁 등을 한데 엮으며 앞장서 이명박의 우파적 정면돌파에 투쟁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


※ 이 글은 일부 축약해 <레프트21> 77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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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직전까지 갔던 이명박 정부와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기사회생과 역겨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쇄신 사기극에 매달려 온 박근혜가 2월 13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조중동부터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한미FTA 폐기냐 유지냐 정면승부하라’며 바람잡이에 나섰고, 이명박 정부도 곧 ‘3월 15일 한미FTA 발효’를 발표했다. 

이어서 기획재정부는 ‘여야가 내놓은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 5년간 3백40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복지망국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우파 반격의 한 고비는 2월 25일 이명박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이었다. 원래는 이 자리에서 레임덕과 비리 의혹의 수렁에 빠진 이명박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돼 왔다. 

그러나 일말의 염치도 없는 이명박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은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해 사과 한마디하지 않았고,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대중의 복지 확대 열망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리고 한미FTA 발효,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핵발전 확대 등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에도 우파의 반격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그토록 요란하던 돈봉투 사건을 고작 3백만 원짜리 돈봉투 하나만 밝히고 덮어 버렸다! KTX 민영화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법원은 23일 왕재산 사건 피의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고, 검찰은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을 겨냥해 노무현 비자금 수사 재개를 선언했다. 위선적인 탈북민 방어 캠페인도 시작했다. 이런 우파 결집 시도가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다시 민주통합당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것은 첫째, 이명박 정부와 우파들은 숨통이 끊어지기 전까진 개악과 반동 시도를 중단하지 않을 자들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 정치세력이라는 본질 때문에 이들은 아무리 99퍼센트의 비판을 받아도 개악 추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근혜’는 한미FTA와 제주도 미군기지 등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는 민주당의 약점을 파고들며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고 우파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둘째, 민주당이 이들 우파 세력의 기사회생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대중은 민주당을 이용해서라도 이명박을 심판하고 싶어 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위기에 처한 이명박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던져 줬다. 

우파 결집
 
이명박의 공격에 ‘좋은 FTA’ 운운하며 허둥대고 횡설수설하던 민주당은 공천에서도 한심한 본색만 드러냈다. 비리 혐의자, 검찰ㆍ한나라당ㆍ자유선진당 출신 철새 등을 잔뜩 공천한 것이다. 아버지 지역구를 상속받은 아들도 있다. 대표적인 새누리당 ‘X맨’ 김진표도 공천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 경선단을 불법 모집하던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서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한겨레>마저 “정체성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명숙 지도부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래서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 추락하고 새누리당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는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주요 사안마다 새누리당과 타협하는 민주당을 두고 ‘민누리통합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비아냥거리고 있다. 김진표가 민주당의 구멍이라면 민주당이야말로 반이명박 진영의 구멍이었던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우파의 위기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올해 총선은 정부 여당 심판 선거’라는 응답과 ‘새누리당은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응답이 높다. 이것은 박근혜 ‘쇄신’ 사기극이 산토끼(중도층)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흩어지던 집토끼(보수층)를 가까스로 다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우파 결집 시도는 급진화하는 2030세대의 반우파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고, 우파의 분열도 막기 힘들다. 당장 이재오 공천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공천위와 비대위 간에 갈등이 불거졌고 비대위 해체 위기가 나타났다.  양파 껍질 같은 이상득 비리 의혹도 하나 더 밝혀졌다. 정수장학회는 이미 ‘박근혜의 BBK’가 돼 버렸다. 
 

투쟁의 봄을 앞당겨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한계와 약점을 이용해 우파가 다시 득세하려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대처가 중요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바람 등에서 나타난 것은 노동계급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였다. 한미FTA 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도 거리의 여당은 민주노동당, 즉 지금의 통합진보당이었다. 

진보진영이 단결과 투쟁을 중심에 두면서 민주당과도 차별되는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면 이런 기회는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민주당을 추수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야합해 양당 구도 복원에 치중하면서 기회의 창은 작아져 버렸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은 더는 선거심판론과 ‘묻지마 야권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기회는 여전하다. ‘좌클릭’ 바람과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등이 보여 주듯이 여전히 우파는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으로 열세다. 당장 MBC 노동자들의 파업도 KBSㆍYTN 파업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이런 투쟁이 진보진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연결하고 일반화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선거를 둘러싸고 대립ㆍ분열하기보다 이런 투쟁 속에서 단결해야 한다. 이런 투쟁이 승리하고 전진할 때 선거에서도 진보정당과 후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물론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하려면 ‘야권연대’, 즉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진보적 대중이 지지할 만한 민주당 후보가 나와서 진보정당 후보와 힘을 합치면 새누리당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주의자들은 투쟁보다는 부차적인 영역인 선거에서 하나의 전술로서 야권연대를 지지할 수 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투쟁을 희생ㆍ종속시키거나 민주당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될 것이다. (투쟁을 종속시키고 비판을 삼가하며 민주당과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것은 인민전선 전략이며, 사회주의자가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경우에 진보적 대중과 소통하며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채택하는 전술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미덕이 아니다. 예컨대 김진표 같은 민주당 후보하고는 야권연대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민주당 공천자 명단을 보면 이런 자들이 상당수인데 이런 자들과 야권연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곳에서는 진보정당 후보가 끝까지 투쟁의 대의를 주장하고 진보의 씨앗을 뿌리는 게 옳은 전술이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빼앗겼던 것을 되찾으려는 투쟁의 봄을 불러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편집자 전지윤 씨와 공동으로 집필한 글이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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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일 북미 합의가 발표됐다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영양 지원(영양강화제와 옥수수) 24만 톤을 지원하는 것이 합의의 핵심이다.

이번 합의 불과 며칠 전까지 한미연합군이 키 리졸브 훈련 강행 의사를 밝히고, 북한이 이를 ‘전쟁 위협’이라고 반발하며 긴장이 형성됐던 것에 대면 북미합의와 공동 발표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던 미 해군 원자력항공모함 칼빈슨 호. 출처: 국방부 블로그.


이란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혹시라도 북한을 계속 무시·압박하다가 김정은 체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북한으로서도 내부 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각주:1].(물론 북미 관계에서 상황 규정력은 압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 미국이 외면하면 긴장이고, 미국이 받아주면 대화 국면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안정적일지는 알 수 없다. 합의에 대한 북미의 해석과 강조점이 다소 다르다. 북한은 식량 지원 약속을, 미국은 핵실험 중단을 성과로 강조했다[각주:2].

결국 이번 북미합의는 합의가 6자 회담 재개로 순탄하게 이어질 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이것은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포위 전략에 바탕한 한미 연합군의 키 리졸브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한··일 군사동맹 구축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

당장 이명박 정부는 229일 “안보에는 타협이 없다”며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 강행 의사를 밝혔다. 설계도 부실 의혹이 드러났고, 올해 기지 건설 예산이 전액 삭감됐는데도 정부는 1조 원 넘는 돈을 써서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탄압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은 ‘관광 미항 개발’ 운운하며 물타기를 하지만, 실제로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 압박과 포위 전략의 일부가 될 것이 뻔하다.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미국의 저명 인사들마저도 제주 강정 기지 건설에 적극 반대하는 이유다.

정부가 제시한 조감도. 아름답던 해변이 모두 사라진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로버트 레드포드는 23일 “이지스 탄도미사일 시스템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따위가 드나들 대형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한국 정부의 야욕”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타이완을 두고 중미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건설중인] 제주 해군기지를 그 전쟁에 동원할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은 한국을 다시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명박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발표는 한미동맹 강화로 평화를 파괴하면서 우파적 지배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 ‘너네가 먼저 시작했던 옳은 사업 아니냐’며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약점을 노리고도 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주도적으로 조직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한 것도 이런 우파적 반동의 일부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반동에 맞선 행동을 거리에서 불붙여야 한다


2009년 여행 중에 강정마을에 갔을 때 사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동네 담벼락에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들을 남겼다. 집집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붙어 있었다.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찍어 다른 정경은 사진이 엉망이다.ㅠㅠ


 

  1. 물론 대외 갈등을 크게 만들어 내부 단속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대외 갈등의 쌓인 피로감이 너무 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본문으로]
  2. 쌀 등 제대로 된 식량 지원이 아니라 영양 지원이란 이름으로 지원 품목을 옥수수 등으로 낮춘 것은 문제다. 식량은 기본적 인도주의 아닌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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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이름과 사진도 함부로 쓸 수 없다?
FTA 반대 집회에서 신종 검열 자행한 선관위
 

2월 25일 오후 열린 “MB 4년 이제 그만! 한미 FTA 폐기! 범국민대회”에서는 정부의 신종 검열이 집회 참가자들을 괴롭혔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장 전역에 40~50명이나 배치돼 참가자들과 집회 주최측을 검열한 것이다.

이들은 집회를 주최한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게도 집회 명칭 앞에 붙은 “MB, 박근혜, 새누리당 vs 99퍼센트 싸움이 시작된다” 문구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집회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팻말 등을 뒤지려고 하며 시비를 걸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결국 10여 명이 몰려와서 ‘다함께’의 사진 팻말에서 박근혜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이 팻말은 “돈 봉투와 디도스, 쌍용차 죽음의 행진, 한미FTA와 KTX 민영화, 등록금 쥐꼬리 인하 ― 몸통은 이들이다”라는 문구로 이명박과 박근혜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있었다.

강병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김재학 계장은 항의하는 참가자들에게 공직선거법 254조를 들이밀며 “간행물 표현은 자유롭게 해도 되는데, 무상으로 배포하는 리플릿이나 표현물은 안 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총선에도 안 나가서 법적 후보도 아닌데, 무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유력한 대통령 예비 후보 아니냐”고 재차 삭제를 강요했다.

참가자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선거에, 아직 등록하지도 않은 후보를 위해 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야 하느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주최측도 하는 수 없이 ‘박근혜’와 ‘새누리당’ 용어를 삭제하며 집회를 시작했고, 문제의 팻말도 선관위가 가져 온 하얀 스프레이로 박근혜의 얼굴을 지웠다. 선관위 직원은 박근혜 얼굴을 지우면서 이명박 얼굴은 써도 된다고 선심 쓰듯이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보인 선관위의 행태는 집권당의 쇄신이 얼마나 사기극인지 보여 줬다.

정치적 비판은커녕 이름과 사진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하는가. 평범한 시민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금지된다면, 1퍼센트 특권층과 박근혜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은, 정말 사람들의 말대로, 간판만 바꿔서 또 5년을 ‘새로 누리려는’ 독재의 후예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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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쇄신’이 사기극이었고, 새누리당의 본색이 “완전 극우”(강금실)라는 게 거듭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야당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용환 후보 인준을 부결시켰다. 진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천안함도 ‘북한의 공격이 맞다’는 사람인데도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또 박근혜는 “이번 총선이 [FTA 폐기를 막을]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1퍼센트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자신들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어리석게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쇄신쇼를 너무 믿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는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은 처음부터 집권당 붕괴 위기를 수습하려는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은 이명박과 박근혜 공동의 목표다.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 분열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를 얻으려면 이명박과 단절한 모양새를 내야 한다. 쇄신을 하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애원해 온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바꾸면서 ‘좌클릭’ 시늉도 했다. 우익 변호사 전원책은 이런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잠깐의 사기극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비대위는 조용환 부결과 한미FTA 공세를 통해 친이계를 포함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자기들이 보기에도 수구 부패라고 내친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와 합당을 했고, 이제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총선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은 영입 1순위다.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 농민 시위 살인진압과 철도노조 탄압 주범인 허준영도 버젓이 새누리당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최근 이명박의 반동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이주자, 범죄자, 좌파 활동가 등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를 정당화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기층의 불만과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듬해 강경대 열사 사망 후 ‘5월 투쟁’의 역풍을 맞고 도리어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지금 타협적이고 모순된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야권공조로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힘들다. 일부 NGO 개혁 인사 영입과 정책(실천은 아직 아니다) 일부 좌클릭으로 지지도는 일시 올랐지만, 당장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논리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진보진영만이 FTA를 두고 우파에 맞서 분명하고 일관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의 주도성과 대중투쟁 건설에 종속돼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주도 속에 부패, 빈부 격차, 노동 탄압에 대한 분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 항의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요구를 쟁취하는 길이고,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의 보충 설명은 여기로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지난해 말에 만든 인포그래픽인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을 이미 지적하고 있죠. ㅋ


모든 비리와 의혹은 이명박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은 “싱가포르를 주목하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BBK 실소유주 기업으로 의심받는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스는 이명박의 형 이상은이 대주주고, 아들 이시형이 근무한다.

이제 다스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즉 도곡동 땅과 BBK를 잇는 다스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득의 맏아들 이지형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형 부패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MB 일가가 의혹의 핵심 근거지들을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지금 이지형이 일하는 BRIM이란 회사는 이상득 연루설이 나오는 CNK1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 발각 후 <조선일보>조차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오고간 돈들과 이상득의 괴자금의 연관성도 의혹의대상이다.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은 모두 이 정권의 최고 실세그룹인 옛 ‘6인회’ 멤버들이다. 이들이 특권을 위한 입법과 부당거래를 위해 받아 챙기고 돌린 돈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 사건에서 온통 비서와 보좌관들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수사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정점에는 바로 이명박이 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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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내핍정책) 추진 정부를 무너뜨린 루마니아 민중


루마니아 민중의 긴축 반대 시위가 신자유주의 정부를 무너뜨렸다.

2월 6일 루마니아 총리 에밀 보크는 1월 12일부터 시작한 긴축 반대 시위에 밀려 결국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2백억 유로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 구제금융의 조건은 강도높은 긴축 정책을 국내에서 펴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문 임금을 25퍼센트 삭감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수만 개를 없앴다. 이런 조처는 대중의 큰 불만을 샀다. 루마니아 민중은 2010년 10월에도 강력한 반정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올해 1월 저항이 폭발한 것은 보크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던 것 때문이었다.

정부는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의료개혁법을 철회하고 시위대를 모욕한 외무장관을 경질했지만, 쌓인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는 신속한 양보로도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자 폭력 진압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수십 명이 구속되고 부상을 입었지만 투쟁은 도리어 루마니아 전역에서 정권 퇴진 시위로 발전했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까지 들고 진압에 맞섰다.

결국 경제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다수에게 전가하려던 보크 정부는 저항에 무릎을 꿇었다.

신임 총리로 지명된 미하일 라즈반 운그레아누는 “국민들의 구매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청렴한 이미지를 이용해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으니 루마니아 민중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새 내각이 완전히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계속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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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이하 노건투)는 통합진보당을 “노동자 정치세력화 열망을 버리고 … 노동자 탄압에 앞장섰던 자들과 야합해서 만든” “‘야합퇴보당’”이라고 규정한다.

노건투는 통합진보당이 “브라질 노동당,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과 마찬가지인 “자본가정당”이 됐으므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민주노총의] 현장에서부터 차단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노건투는 통합진보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며 개입하자는 다함께의 주장을 “기회주의”라고 낙인 찍고는, 다함께가 혁명적 사회주의의 ‘원칙’을 벗어났다고 비판한다[각주:1].

“‘야합퇴보당’에서 다함께가 과연 일부라도 빠져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다함께의 목표가 “좌파 개량주의 당”을 만드는 것인양 왜곡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건투의 주장은 차이점을 잘못 그으면서 진정한 논점과 건설적 논쟁을 방해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물론 잘못된 차이점 긋기는 잘못된 분석에서 출발한다.

통합진보당은 노건투의 주장처럼 ‘자본가 정당’인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개혁주의 정당이다. 이런 사회민주주의 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의 상층 관료층에 기반하고 있다. 이 관료층은 자본의 타도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중재를 본업으로 하는 집단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이처럼 노동운동에 기반했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당을 “자본주의적 노동자당”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 때문에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등은 집권하면서 기존의 강령이나 약속을 뒤엎고 자본주의 옹호의 편에 서서 노동계급의 삶을 공격해 온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구 사민주의 당들은 지지 기반과 당원 구성에서도 그동안 노동계급 비중이 약화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당들마저 단순히 ‘자본가당’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서구 사민당과 달리 아직 노동자들을 직접 배신하고 탄압하는 집권당 위치에 서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부르주아 양당 구조에서 배제되고 가끔은 탄압 받는 소수파 야당 신세다. 아직 대중에게 검증되지 않은 개혁주의 당을 단순하게 서구 사민당과 똑같다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한술 더 떠 노건투가 통합진보당을 명백히 대자본가들에 기반한 미국 민주당과 똑같다고 치부하는 것은 ‘원칙’적이라기보다는 ‘억지’이고 ‘비약’이다.


구체적


통합진보당의 계급 기반 문제를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관계와 비유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의 성격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와 부차적 요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한국노총과 일부 NGO 지도자들을 영입했지만, 이 당의 주요 재정적·인적 기반은 여전히 기업주와 부자들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비록 계급연합적 요소가 포함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 당의 핵심 구성요소는 노동운동 관료층이다.

따라서 구체성이 전혀 없는 노건투의 분석은 개혁주의에 대한 비개입주의적·종파적 태도를 뒷받침하려는 억지로 보인다. 노건투의 분석대로라면 통합진보당이 없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선거에서 겨루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개혁주의는 일상적 시기 노동자 투쟁의 자기제한성에서 비롯하고, 개혁주의 당은 이런 자기제한성을 직업적으로 표현하는 노동 관료들에 기반하므로 혁명가들은 개혁주의를 단순히 “자본가당과 다를 바 없다!” 하고 폭로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심지어 서구 사민당들조차 노동운동 기반 때문에 야당이 되면 운동을 대변하며 어느 정도는 지지를 회복하곤 했다.

20세기 초 영국 사회민주연맹(SDF)은 ‘개량’이라며 신노조운동이 [비록 의회주의 방식이었지만] 정치적으로 각성한 결과로 시작한 노동당 창당에 관여하길 거부했다. 그러나 좌파의 이런 종파적 기권주의 때문에 창당 후 노동당의 개혁주의는 오히려 강화됐고, SDF는 주변화돼 영향력 없는 종파로 전락해 버렸다.

노건투의 태도는 바로 이런 SDF의 사례를 좇는 듯하다.

그래서 노건투가 다함께가 혁명적 원칙을 버린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 다함께는 노건투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수술’이 아니라 자본주의 폐지를 목표로 하고, 혁명가들의 독립적 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실천해 왔다. 다함께는 옛 민주노동당에 가맹 단체로 활동했지만 독자적 주장과 조직, 기관지를 포기한 적이 없다.

따라서 진정한 차이는 혁명가들의 당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하는 전술 문제다.

그런데 원칙만 내세운 노건투의 추상적인 통합진보당 반대 전술은 실제로는 개혁주의의 우경화 압력과 맞서 싸우기보다 그 힘을 과장하며 그 싸움에서 도피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노건투 등의 좌파들은 옛 민주노동당도 전혀 지지하거나 우경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캠페인에도 구체적으로 개입한 바가 없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우경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논평적 반대만 한다고 진보정당의 우경화에 실망한 대중이 그들에게 갈 일은 거의 없다.

 

노건투처럼 통합진보당 전체를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규정하면, 통합진보당 당원이거나 선거에서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정치적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노동 대중의 계급적 각성과 혁명적 변화는 자신의 집단적 경험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말라고 혁명가들이 선포한다고 대중이 자동적으로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레닌은 “대중이 있는 곳”에서 혁명가들이 작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그것은 “노동계급 다수의 견해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는 혁명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변화는 대중들 [자신의정치적 경험으로써 창출되는 것이지 선전만으로 생겨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레닌《공산주의에서의 좌익소아병》)

그러므로 모순된 의식을 가진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그 경험을 공유하고 논쟁하며 개입해야 한다. 최근에도 투쟁 중인 풍산마이크로텍, 건설플랜트, 새롭게 조직화된 학교비정규직 등의 노조에서 조합원들이 통합진보당에 집단 가입했다. 사측의 현장 통제에 항거해 분신한 현대차지부 신승훈 조합원도 통합진보당 당원이었다. 

투쟁하거나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르주아 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런 노동자들을 배척해 버릴 것인가.


개입


그런데 노건투의 방식은 이런 개입 자체를 거부하고 포기한다. 심지어 통합진보당 당명으로 ‘노동’을 선택한 사람이 당내에 “24퍼센트밖에 안 된다”며 간단히 무시해 버린다.

이런 노건투 방식으로는, 3자 통합은 찬성했어도 노동중심성 후퇴에는 비판적인, 모순된 노동자들의 의식에 개입하기 힘들다. 이런 태도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영향력에 무방비 상태로 대중을 내주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주요 혁명을 살펴 보며 개혁과 혁명의 문제를 다룬 책《혁명의 현실성》에서 영국 사회주의자 이언 버철은 레닌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지적했다.

개혁주의의 강점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약점 또한 운동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 이해한다면 이들을 단순히 비웃어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레닌이 말했듯이 ‘전위의 항상적인 임무를 잊어버리는 것이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고 우리 임무의 무한함에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며 이러한 임무를 제한하는 것이다.’”

우경화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파적 반대로 반사이익을 얻고 성장하겠다는 생각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을 기회로 여기고 가동됐던 사노위 플랜의 실패에서 이미 그 한계가 증명됐다.

사실 노건투는 소그룹 몇 개가 모여 모호하고 절충된 강령을 선포하는 식으로 당을 건설하겠다는 식의 사노위 플랜에 합류하지 않았다. 혁명적 원칙을 중심으로 당을 만들겠다는 타당한 문제의식이었는데, 지금 보니 종파주의 때문에 대중속에 개입하여 혁명적 원칙을 유연한 전술로 적용시키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노동자들이 경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듯이 혁명가들도 실천에서 배워야 한다. 혁명가들은 개혁주의 지도자들과 협력해 공동 행동을 건설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주장하고 조직하는 기예를 익혀야 한다. 고립을 감수하겠다는 식으로 대중에게 최후통첩식 설교를 하고마는 것은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과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1. 타락한 개량적 기회주의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그랬는지, 노건투는 노동자세상 23호에서 다함께 비판 기사를 이경훈 비판 기사의 꼭지로 넣었다. 그런 의도였다면, 솔직히 치사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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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조직에 NGO 출신 인사들이 대거 결합한 민주통합당은 통합 특수를 어느 정도 누린 듯 보인다.

이 당은 지난해 말부터 2년 반 만에 정당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226일부터 열흘간 모집한 최고위원 본선 시민경선인단 모집에는 무려 80만 명이나 몰렸다.

경선인단 모집 기간에 SNS에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더 개혁적인 후보를 뽑는 데 개입해서 민주통합당을 변화시키자며 경선인단 신청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혁적인 대안 정당을 성장시켜 한나라당과 그 아류세력의 집권이나 의회 지배를 끝내고 싶은 열망이 민주통합당 개입론과 개혁적 후보 지지로 표출된 것이다. 김진표 같은 X맨들을 제거하고 민주통합당을 개조해서라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대중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진보정당의 잘못이긴 했으나 진보정당의 협조로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해 온 민주당은 계급적 본성 때문에 FTA 같은 핵심적인 친기업 정책에서는 늘 배신과 뒤통수를 날려 왔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초장부터 벽에 부딪혔다.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돈봉투 의혹 이후 ‘혹시나’ 하는 의혹의 눈빛이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가자마자, 당대표 후보가 영남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버린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두고 “당대표도 돈으로 사는 ‘만사돈통당’”이라고 비난했는데, 민주당 관계자가 언론에 한 말을 보면 민주당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돈을 넣으면 표가 나온다 해서 일명 ‘자판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민주당의 오랜 선거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들도 이런 폭로가 사실이라고 뒷받침하고 있다. 유시민은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털어놨고, 유인태도 “김대중 정부 시절 공천의 3분의 1은 돈을 받고 팔지 않았느냐”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NGO 등 시민통합당 출신과 구 민주당 출신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성근, 이학영 등은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새로운 혁신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갈등이 오래갈까? 못 미더운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 구조에 NGO 출신 명망가들이 얹힌 모양새다. 실질 세력관계로 보면, 통합보다는 영입에 가까운 조직 구성인 것이다. 그래선지 무엇보다 문제는 개혁적 NGO 출신 세력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한나라당 2중대 행위를 전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미FTA 반대 운동을 팽개치고 국회에 등원해 한나라당의 숨통을 열어주더니, FTA 발효에 사실상 협조하고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안 같은 악법들을 소리소문 없이 통과시켜 줬다. 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약속도,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자유 관련 법 개정 약속도 뒤집었다
조중동 종편을 위한 미디어렙도 야합했다. 

완두콩 

심지어 김진표는 이런 야합에 항의해 원내대표실을 점거한 전교조와 금융노조 노동자들을 국회 경위를 동원해 끌어내기까지 했다. 끌려나온 이들 중엔 한국노총 몫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도 있었다. 자당 최고위원까지 끌어내는 당에서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런 한계는 민주당의 기업주 기반에서 비롯한다. 민주당은 두 번이나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친제국주의 정책에 충실해 왔다.

그래서 진보신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간 박용진조차 자신의 최고위원 컷오프 통과를 “자장면 새까만 것 위에 완두콩 두세 개 얹자”는 구색 맞추기 차원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변신을 실제로 개혁을 제공하려는 정치적 책임감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봤듯, 민주통합당의 간판과 얼굴, 말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 당의 실천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라서 기껏해야 맛도 없는 장식용 완두콩이 되려고 민주당의 새까만 본색에 눈을 감기보다 민주당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말하며 진정한 진보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진실로 노동 대중에게 책임지는 정치다.

정권과 거대여당이 권력형 부패 추문으로 휘청거리고 민주통합당도 돈봉투 의혹으로 자중지란이 된 상황을 진보정치세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 이 글은 조금 줄여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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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이 한나라당을 최종 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 정두언의 탄식이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폭로는 풍전등화의 한나라당을 ‘올킬’하는 태풍이 되고 있다. 차떼기당·성나라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깊은 한숨이 전염병처럼 방을 돌았다”는 1월 초 한나라당 의원 오찬 풍경은 이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난파선의 침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도 거론된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권 실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도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득을 캐던 검찰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상득·강만수 못지 않은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수백 억 규모의 비리 의혹이다. 게다가 ‘상왕’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부인과 아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한편, 검찰은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과 박희태의 비서 둘이 공모해 ‘공을 세워 윗선에 더 잘 보이려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을 세우려고 범행을 기획·실행했다는 비서관들이 범행 전 또는 범행 성공 뒤 ‘의원님’들께 ‘전과’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상득과 최시중을 건드린 검찰의 이런 허술함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을 두고 “실비를 보전해 주는 관행까지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면, 여야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어리석게 돈 살포를 두둔해 제 무덤을 파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으로선 레임덕을 넘어 자칫 데드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데드덕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주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집권당의 부패와 정치 위기’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바로 그 때문에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분열과 해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비대위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에게도 치명타다. (박근혜의 전력과 본질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한 기사를 참조하시오. ☞ 바로 가기

우선 강경 친이계 일부(와 비리 혐의자들)이 박근혜 음모론을 믿고 보복 폭로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부패 폭로 아귀다툼 복마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라인도 한나라당 부패한 우파 정치의 중심에 서 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로 치면, 박정희 독재의 정치적 복권을 추구하고, 박정희가 부정축재한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또 박근혜는 2002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한나라당에서 분열한 전력이 있다.[각주:1] 누가 누굴 몰아세울 처지가 모두 못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적 부패 정치를 청산하려면 자기 살점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전 분열은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도 치명타다. 
그래서 박근혜는 인적 쇄신론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정책 쇄신론에 비중을 둬 온 것[각주:2]이다. 대선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명박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퇴임 후 안전 보장 등을 놓고 밀약이 있다는 설까지 나온 바 있다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은 ‘논의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현정권 실세 자진 용퇴론’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돈봉투 의혹 등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의 바람과 달리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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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의 자칭 중도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예전 같으면 한나라당 공천 후보로 줄을 섰을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창당을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보수낡은당’인 이 당은 한나라당을 대체하기보다 보수대분열의 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사돈통당


그것은 쓰나미 같은 반한나라당 태풍의 뿌리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최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04년과 비교해 자신이 보수 지향이라는 답변이 8.5퍼센트나 줄었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는 답변이 11퍼센트 남짓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경 우파들이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해 ‘보수대분열’만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식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상황이 워낙 더러워서 이름값 있는 누구라도 이런 시궁창에 오길 꺼릴 것이 분명한 데다, 백번 양보해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붓는다 해도 시궁창에 부은 물이 1급 청정도를 유지할 순 없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와 ‘따먹문수’, 사법 정의를 지키는 소신 개혁 검사로 이름 날리던 ‘보온상수’와 ‘막말준표’, 이들 모두 1996년 신한국당 창당시에는 성공적인 개혁 공천으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낸 뒤에는 그 때처럼 쌈박한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이 주도한 2008년에조차 조전혁과 강용석 따위가 세대교체 영입파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역겨운 쇼를 하며 일부를 달래 불만을 무마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다시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를 통해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총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뿌리부터 썩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지금부터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유사 전례로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 대안 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정권을 총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2002년은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고 복당했고, 2008년엔 자신만 남고 공천탈락한 친박계들을 탈당시켜 친박연대로 선거에 임했다. [본문으로]
  2. 박근혜 비대위는 정책적으로 완고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두고 완전한 중도화라거나 커다란 차별화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민한 정국에서는 미묘한 정책적 차이가 훨씬 더 큰 정치적 균열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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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찰과 검찰 출입 기자들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이명박 가계도 챙겨주느라 바쁘다고 한다. 친인척 중에 비리 연루 의혹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명박 일가의 탐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에게 위협인 것은, 권력형 비리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폭로되고 있고, 이를 파헤치는 주체가 그동안 이 정권을 떠받쳐 온 검찰과 경찰이라는 데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이명박의 통제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0월에 폭로된 내곡동 사저 의혹은 청와대 인사가 소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신동아》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상득 보좌관들이 차명계좌로 거액을 돈세탁한 사실을 들춰냈다. 

일가 비리가 터져 나온 시점도 역대 정권과 견줘 훨씬 빠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아들들의 비리는 집권 5년차에 가서야 드러났다.  

권력기관들 사이의 암투 때문에 이 과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디도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바로 그랬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것이다.

경찰은 충성의 대가로 바랐던 수사권을 얻지 못하자 디도스 사건을 터뜨렸지만[각주:1], 이명박을 위해 [그리고 협상용으로] 몇가지[각주:2]를 감추려한 듯 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 부분까지 밝히며 [경찰과 결과적으로] 이명박을 물먹였다. 

권력기관끼리 기습과 역공을 하는 과정에서 이제 청와대 몸통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탈당을 강요당한 한나라당 최구식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 사건은 갈수록 워터게이트를 닮아가는데, 워터게이트에서 결정타는 닉슨의 거짓말이었다. 이명박의 거짓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도저히 형광등 1백 개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는 면면들.

 

물론 이명박은 김정일 사망 정국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나고도 마냥 이 정국이 유지될 수는 없다. 12월 26일 서울대 학생회 대표자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디도스 사건의 청와대 몸통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수 있고 이것은 권력기관의 마비와 암투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김영삼 정부도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5조 원이나 되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미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기력을 잃은 김영삼은 상황을 무마하려고 5월에 아들 김현철을 구속해야 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5월 내내 서울 도심에서 강력한 거리 시위를 벌였다.

결국 당시 대권 후보였던 이회창은 김영삼을 신한국당에서 쫓아내고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꿨지만 대선 패배와 정권 상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다음 정권을 놓고 지배자들끼리 벌이는 암투가 극에 달해 권력형 비리가 폭로되고 레임덕이 심화되면서 대중투쟁을 자극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이 모두 권력형 비리 폭로와 집권당 분열, 대중 불만의 고조 속에서 집권 4~5년차에 자신이 만든 집권당에서 쫓겨났다.
 

정권 재창출
 
박근혜의 처지도 1997년 이회창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이명박과 선을 긋고 중도층 대중을 흡수해야 하는데, 이는 보수층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 이인제와 갈라서 꼬마민주당과 합당하자, 이인제가 박정희 흉내를 내고 다니며 보수층 표를 노린 것도 이런 효과였다.  

그렇다고 보수층 결집에 치중하느라 이명박 정부를 감싸면 박근혜도 함께 가라앉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의 특징은 ‘좌충우돌’과 ‘동요’가 될 것이다. 

박근혜는 보수층부터 잡자고 부자 증세에 반대하며 이명박과 타협하고, 국회 차원의 김정일 조문단 구성에 반대하며 우익들을 기쁘게 했지만, 막상 한나라당 비대위 구성은 ‘비MB’ 보수 인사들로 구성했다. 한미FTA에 반대표를 던졌던 황영철을 대변인으로, 4년 동안 이명박의 정책을 줄곧 비판해 왔던 김종인과 이상돈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 날치기에 동조하는 등 본질에서 이명박과 다를 바 없는 박근혜호에 들러리로 승선한 이들이 눈속임 이상의 ‘쇄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비대위의 면면을 들춰 보면 박정희와 연관 있는 인물이거나 그런 가문 출신들이 꽤 있다.(김종인, 이양희, 김세연 등) 

그래서 박근혜가 최근 당정청회의에 불참하며 날을 세웠지만 이명박과의 관계를 놓고 지금처럼 동요를 거듭할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쇄신은 정책쇄신이 먼저”라는 말도 인적 쇄신, 이명박과의 결별이 가져올 위험을 우회해서 차별화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BBK 의혹 폭로 장본인인 박근혜로서도 BBK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런 일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돌고 있다.  
결국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 비리의 뒷수습을 하는 ‘비리’대책위가 될 듯하다. 오죽하면 친박 윤상현은 “박근혜 대표가 철거 전문 업체냐?”고 한탄했겠는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수록 박근혜 비대위는 점점 이명박과 척을 지는 방향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것은 다시금 정권의 마비 상태와 집권당의 분열, 해체 위기를 한층 가속할 것이다. 정치 위기와 경제 위기 모두 너무 심각해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미래가 밝지 않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이명박과 박근혜 비대위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던져 준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비판해야 한다. 

지배자들의 암투가 치열하고, 권력기관들이 이완되는 틈을 이용해 이명박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과 각종 부패 추문에 맞서는 대중투쟁을 조직하며 독립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 투쟁의 분출이 이명박의 위기와 분열을 더 앞당겼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글은 약간 줄여 <레프트21>72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1. [공교롭게도 최구식의 친형이 대검 부장검사이고, 이 사건과 동시에 터뜨린 사건이 벤츠 여검사 건이다.] [본문으로]
  2. 사건 전날, 공 씨 등 사건 주도 보좌관들 모임에 홍준표 비서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 이 보좌관들과 사건 결행한 팀들 사이에 거액의 돈이 오간 사실 등이 그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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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서울대 학생회 대표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디도스 사건의 청와대 몸통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농단됐다. … 이명박 대통령은 … 사건의 실체를 전 국민 앞에 직접 밝혀라! …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정부는 지난 1960년 3월 15일의 선거 부정이 정권의 퇴진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하라! … 흐지부지 덮인다면 … 국민적 분노는 다시금 거리를 뒤덮을 것 … 서울대학교 학생들 또한 분연히 일어나 민주 수호의 길로 달려 나갈 것이다.”

방학 중인데도 온라인에서만 하루 만에 2천6백 명 넘게 이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서명자는 계속 늘고 있고, 신문 광고를 위한 모금도 28일 오후 4시 반 현재 1천만 원이 넘었다. 

△시국선언을 거리 투쟁으로 ― 대학생들이 불의와 부패에 맞서 투쟁에 나선다면 이명박의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다. (사진은 2007년 대선 때 BBK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



서울대 학생들의 반정부 시국선언은 정권에 또 다른 흉터를 남길 것이다. 옳게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고려대, 숙명여대 등의 학생회들도 디도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하려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최근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민주주의 수호를 호소하는 광고를 낸 바 있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디도스 사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사건들”이라며 다른 대학 총학생회들과 공동 선언도 고민한다고 밝혔다.  

시국선언에 나서는 학생들이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층 비리가 묻히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옳다. 정권과 1퍼센트 특권층의 불의와 비리에 대학생들의 불만이 이토록 높은 것은 비싼 등록금과 높은 청년실업 등 청년세대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권력기관도 제대로 통제 안 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 1997년처럼 ‘정권 퇴진’을 외친다면 이것은 다른 피억압 민중의 투쟁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에게 악몽일 것이다.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 이글은 약간 줄여 <레프트21>72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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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일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의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들이 서울시의회 1층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올해 9만여 명이 서명해 발의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그동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온건한 개혁 조처조차 극렬하게 반대해왔던 우익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된 뒤 입법을 막으려 온갖 저주와 협박을 퍼부어 왔다“성적 지향”과 “임신과 출산”은 특히 표적이 돼 왔다.

보수 우익들의 논리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무식하기 짝이 없어서 반박하기도 민망하다.

HIV 감염과 동성애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은 보건복지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만약 동성애가 감염이라면, 저 호모포비아 우익들은 ‘이성애 모태 감염자’들로 불러야 할 것이다.

또 임신과 출산을 한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도 말고 인권도 보호받을 수 없는 범죄자란 말인가?

농성까지 해서 도움을 받아야 할 민주당을 곤란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 점거 참가자들은 “절박감 때문”이라고 답한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런 우파적 압력에 흔들려 가장 민감한 “성적 지향”과 “임신과 출산”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하고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16일로 예정된 정기 회기에 맞춰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혐오, 폭력에 피해를 받고 목숨을 잃어왔지만 성소수자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왜 학생인권조례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시의회와 이 사회는 너무나 무감하기 때문입니다.”


우파의 테러성 협박이 학생인권조례의 후퇴 명분이 될 순 없다. 앞으로 우파가 협박하면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생각인가. 어디 우익단체 무서워서 정권교체 해 달라는 말이나 하겠는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우파의 테러 협박이 별 것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인권 보호라는 것이 그런 폭력 위협을 이겨내 성취하는 것이고, 그 점에서 미온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는 바로 당사자들의 의지 부족이 우파 협박과 별개로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의 호소처럼 “성적 지향과 임신 또는 출산을 삭제하라는 일부의 압력은 이러한 사유로 차별이 일어났을 때 더욱 차별로 인정받고 피해를 구제받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 조항 삭제는 오히려 “‘어떤 사람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것을 학생인권조례에 명시하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미 신혜수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 이양희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도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의 주장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점거자들의 호소처럼 “차별 받아도 되는 학생은 없다.” 체제가 평범한 다수를 분열시키려고 만든 편견과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호소를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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