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정권 연장과 정권 안보를 위한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26일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10일 발언이 폭로됐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봤[] … 공개하려고 했[]”고 말한 사실이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14일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대화록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기밀문서를 새누리당 민간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국정원 커넥션의 방증이다.


이 때 국정원장은 이명박에게 꾸준히 단독 보고를 했던 원세훈이었다. 권영세, 김무성 등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김무성이 예전에 발설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는데 말이다.


이번 대회록 공개를 다룬 <동아일보> 26일치 보도를 봐도,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회의록을 국민께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정원과] 같았다 … 우리가 자신감이 없었다면 공개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정부와 검·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셋째, 저들은 이런 총체적 사찰과 공작에 바탕한 종북 몰이 공안 탄압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우파 정권을 연장하고 장기 집권하려고,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그 일부가 대선 전 청와대의 사찰 의혹으로 드러났고, 또 다른 일부가 올해 국정원의 무상급식 등 공작 문건 폭로로 드러난 바 있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했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진보 운동 사찰과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도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전현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국정원―검·경―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색깔론, 우파 결집, 진보 분열이 이들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비상 계획


한편,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색깔론으로 반대파를 분열·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지난해 108일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박근혜가 곤경에 처해 있던 시점이었다.


박근혜는 9월 초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결국 고심 끝에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렸고 결국 107일 측근 실세 최경환이 후보 비서실장에서 사퇴해야 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는 애국과 반공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TV 3자 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에게 맹공을 당한 후 젊은층이 움직이면서 박근혜가 위기를 겪던 시점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미 이때부터 대화록은 국정원 선거 개입 물타기용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대화록 공개 여론에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색깔론 공세에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 … 피로 지킨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바로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이 원세훈을 비호하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원세훈이 불구속 처리되고 [심지어 제보자는 기소됐는데] 동원된 국정원 직원들이 전원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한 것이다.


620일부터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대학가에선 학생의 시국선언이 번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다표창원 씨가 주도한 국정조사 청원 인터넷 서명에는 며칠 만에 1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런 위기에서 세 번째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그러므로 국정원 게이트의 본질이 민주당의 매관매직 의혹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는 적반하장이다.


애국?


NLL 발언으로 종북 마녀사냥과 애국주의 구도로 가려는 것은 저들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배계급 주류의 성마른 위기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한데, ‘금도’를 넘어버린 투쟁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대선과는 달리 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실정의 책임을이명박이나 노무현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의 최고 책임자는 박근혜다.


그때와 달리, 경제 위기 조짐도 커져 왔고, 정치 양극화도 더 깊어져 왔다. 이 때문에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임기 초에 민영화 등 개악 의제를 밀어붙여야 할 박근혜에게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 회복이나 을의 분노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기업 사정을 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쇼는 지속될 수 없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 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올해도 국정원 몸통 의혹에 물타기하려고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하는 것이 명백한데도, 노무현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대화록 공개에 손을 들어줬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따라서 우리 운동은 시기를 집중해 대중 행동으로 왼쪽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운동의 요구는 이번 국정원 정치 개입과 대화록 공개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야 하고, 박근혜와 맞서야 하는 더 많은 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처럼] NLL 영토 논리와 색깔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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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우파적 공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는 우파 결집으로 임기 초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44일에는, 한때 대화 시도를 했던, 쌍용차 해고자 농성 천막을 폭력으로 철거해 버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38명이나 연행하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노동자가 죽든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다음날 홍준표는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은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종북 마녀사냥에 써먹고 있다. 새로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 조영곤도 “종북 엄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가정보원 권한을 강화할 사이버테러방지법도 발의했다.


주요 권력기관 인사에서도 ‘꼴통우파’ 인물들이 약진하고 있다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이 임명되면서 법무부장관과 헌재소장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최근 박근혜가 추가로 지명한 헌법재판관 조용호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보수파다. 5일 검찰 인사에선 전교조와 촛불시위 탄압 수사에 앞장섰던 자들이 대거 승진했다.


한편, <레프트21>이 예상한대로 박근혜는 통치력 회복을 위한 사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세무조사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미 한국GM, LG, GS, CJ 등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생명과 현대·롯데카드 등 재벌 금융사 조사를 3월말에 시작했다. 행정기관 감사도 곧 시작할 것이다.


물론 열심히 뒤진다고 대기업주들이 처벌 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4ㆍ1부동산 대책’도 말은 서민을 위한 주택 대책이었지만, 실상은 처치 곤란의 집부자들을 돕는 조처일 뿐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의 본질도 채권자가 돈을 잘 받게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로 지배계급 안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가로막는] 단속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수습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게 된 데에는, 위기의 요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뿐아니라, 커지는 실망감과 반감이 옮겨 갈 대안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견제는커녕 대선 평가를 둘러싼 내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면서 아직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도 정작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서 예상보다는 고전하고 있다.


(※ 이번 4·24 재보선에는 재벌 특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출마한 김지선 후보나 한반도 평화와 박근혜 심판을 주장하는 민병렬 후보 등 진보정당 독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처럼 야당들이 무기력한 탓에 얼마 동안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가 봉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정부의 우파·친재벌 본색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놓고 [속내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복지부장관 진영,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것도 공공의료 후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경제·안보 위기 탓에 이런 반감을 달랠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사정 드라이브 과정에서 부패 추문이 폭로될 수도 있다.(최근 대기업 갈구기는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해 정권말에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우파적 일방통행은 오래 못 가 반발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본색은 박근혜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단결해 싸워 얻은 작은 승리가 정권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변혁적 좌파들은 노동운동이 그 중심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반도 긴장 고조가 박근혜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냉전적 대결 구도를 핑계 삼아 국내 억압을 강화해 왔다그 중에는 1996년 판문점 총격 사건처럼 남북 지배자들이 뒷돈을 주고 받으며 짜고 친 사건도 있었다.


그러므로 탄압의 속죄양이 되곤 했던 진보진영 일각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 지배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벌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이런 주장이 맞든 틀리든 진보진영은 국가적 위기를 빙자해 좌파를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지금의 위기가 우파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다는 관찰은 일면적이다이런 생각은 자칫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박근혜 정부의 약점을 보지 못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외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오히려 미―중 제국주의 간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곤혹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다수출의 4분의 1이 중국 대상이다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동북아 균형자론(미―중 간 양다리 외교론)이 한때 부각됐던 배경이다


이런 모순을 반영해 박근혜도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인수위 시절에는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친박 실세 김무성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위기 고조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 기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한국 주류 지배자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 하위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박근혜는 바로 그들의 대변자다


한편한미일 동맹 강화는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대중의 반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복지를 삭감해 군비를 늘리고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일부 지배자들은 이 틈을 타 핵무장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며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신창이가 됐다. 한편, 한반도 위기 고조 문제로 양극화로 박근혜의 [시늉 뿐인] ‘대화’ 제스쳐조차도 우파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낳고 있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모순을 더 키우고 있다.




※ 두 글은 http://left21.com/에 각각 축약하고 다듬어져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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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투표시간 연장에 결사반대하는가(11.1)



박근혜 대세론은 잘 먹히지 않는데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배계급 전반은 위기감이 커져가는 듯하다.


대세론에 금이 간 뒤 좌충우돌하던 박근혜가 이제 우파 결집으로 방향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던 자를 옹호하며 자신의 뿌리를 드러낸 것이다. 급기야 낡아 빠진 우익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5년을 끌어 온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강행 처리했다. 내곡동 특검으로 드러난 사실만이 아니라 지난 5년간 저지른 온갖 범죄적 행태와 악행 때문에 당장 구속수사 받아도 모자란 자가 죄목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박근혜는 유신 관련 과거사에 형식적인 사과를 하고서는, 바로 부산에 가서는 말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아무것도 사과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본질 규정에 계속 과거사 문제가 달라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를 절감하는 듯하다. 


<내일신문>의 10월 초 설문조사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1위로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대,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나 높았다.


그래서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박근혜 반대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견고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속에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진흙탕


NLL에 이어서 우파는 ‘성장’ 프레임도 꺼내들고 있다. ‘무상복지’를 ‘경제민주화’라는 모호한 구호로 물타기 해 놓은 것도 성에 차지 않던 우파들이 이제 ‘안보’와 ‘성장’ 프레임으로 이데올로기 지형을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인적으로도 김종인이 토사종팽 당하고 재벌 브레인 출신인 이한구와 김광두가 확고한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박근혜는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민주화와 성장,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그러나 성장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이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평소 ‘우파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선진당과의 통합도 결국 반발과 이탈이 심해 겨우 철새 이인제 하나 건진 것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면서도 혼란돼 있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


박근혜는 집권당 위기를 벗어나려는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지만,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적격이 아니다.


한편,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잘 먹히지 않는데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배계급 전반은 위기감이 커져가는 듯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역시 문제다. 이 둘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투쟁들을 엮어서 독립적으로 진정한 진보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레프트21>92호(11.5)에 실린 기사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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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집권당은 대세론에 금이 쩍 간 뒤 한동안은 우파 본색에 충실해 왔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는 “6·25 전쟁 영웅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NLL이 공인된 국경선”이라는 말이 거짓이듯, ‘백선엽이 애국 영웅’이라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이다. 박정희처럼 백선엽도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다. 친일파 독재 부역자 옹호로 박근혜의 우파 본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9월에 ‘유신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맘에도 없는 사과성 발언까지 했던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는 법원도 인정한 강탈 사실마저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급기야 보수 야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은근슬쩍 통과시키는 등 다음 정권 전에 우파 정책 대못을 또 하나 박아 놓았다. 내곡동특검 수사 개기기는 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기만적인 양면 전략을 써온 것이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우파 결집에 치중한 것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우파가 강해져서 우파 결집으로 기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청년세대 중심으로 반우파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10월초에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항목에서 27.9퍼센트가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 높았다.


이 시점은 과거사 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해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반박근혜 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탄탄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덕을 보며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소선거구제의 도움도 받았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헤는 투표율 상승이 두렵다



대선에서도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재가동해 민주당과 안철수를 오른쪽에서 압박하며 선거 지형을 우경화하고 야권 분열 공작과 진흙탕 폭로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NLL 쟁점은 안보 이슈와 확인도 힘든 폭로전을 결합해서 공세로 삼았고, 이어 ‘성장’ 프레임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박근혜도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이젠 말에서조차 ‘분배’보다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으로도 정몽준, 김성주 같은 재벌2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한구, 김광두, 현명관 같은 재벌그룹 CEO나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이 세졌다. 


이런 방향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것이 부패하고 낡은 우파 일변도로 비춰지면 역풍이 불어 반우파층을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말 KBS가 한 여론조사에서 45퍼센트가 서해 NLL 논란을 ‘대선을 앞둔 색깔공세’로, 49.8퍼센트가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답변에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반우파 정서가 거의 절반인 셈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구태정치’라는 답변도 54.7퍼센트나 됐다.


NLL 공세도 사실 민주당을 단도리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여론을 우파 프레임으로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그러다보니 요즘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약간 멘붕 증세를 보이기는 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외연 확대 쇼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지지층 결집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집권을 위한 책략으로서]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우파 지지층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박은 다시 중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예컨대, 실효성 없지만 포퓰리즘적인 경제 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식으로. 그것은 분배와 복지 의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정경쟁’이나 ‘원칙있는 자본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구호와 배합될 수는 있다.


박근혜는 난데 없이 ‘우파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를 채택하고, 청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청년 행사에 나갔다. 성추행당 의원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어쩌고 하는 꼴이라니. (‘뇌 구조’ 발언은 또 어떤가.)


이한구 등 당내 성장론자들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가 김종인의 반발을 샀는데,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다 돌연 멈추거나,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봉합하는 식으로 혼란돼 있다. 그러다가 기대감이 다 빠진 상태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 효과를 못 거두고 다시 우향우하는 식도 반박됐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고통전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집권 우파가 분열 위기에 몰리면서 집권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파 결집에 기초한] ‘박근혜 대세론’은 [중도 외연 확장의 한계를 주목한] ‘박근혜 필패론’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던 것이다. 이는 외연 확대 실패가 우파 결집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향우하면서도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배계급 전반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듯하다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집권당의 위기와 모순을 들여다 본 것으로, 박근혜가 득표 논리 때문에 동요하면서도 우파 본색을 강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이 이슈가 되고, 학교 비정규직과 사회보험노조 하루 파업 등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내부에선 박근혜가 [비록 본심이 아닐지라도] 복지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모양새 자체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경총이 사회보험노조 등의 파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라.


바로 이 때문에 문재인과 안철수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 행보에 속시원하게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이 [지배계급 전반의 정서를 고려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박근혜 대세론 붕괴가 박근혜 필패론으로 가지 않는 까닭이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안철수가 먼저 성장 프레임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출마 선언 초기 특전사 경력을 내세우는 ‘애국마초’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진정한 진보 의제가 빠져 있는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우파 정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진영이 현재 노동자투쟁들을 엮어서 진정한 진보의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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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특히 민주당)에선 최근의 MB 측근 수사가 레임덕의 징후라기보다는 박근혜 대권가도에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검찰 수사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 것이니 기대할 것도 더 압박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냉소적 관측은 박근혜가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와 연동돼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보인 우파 결집을 과장해서 보는 것. 이젠 이명박을 공격해도 크게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불법사찰 등을 다루는 최근 여러 연합체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을 회피하는 발상도 부분적으로 이런 시각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런 시각이 우세한 것을 보면, 우파 지배자들의 민주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시도가 박근혜의 대권가도 다지기 성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것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의 공분을 산다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숙청) 과정에서 우파가 분열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건은 부정 문제 뿐아니라 피해자 대책, 부동산 정책, 가계대출 정책 등 경제 향방을 놓고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만약에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일부에게나마 먹혔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반MB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즉 사람들은 더 급진적인 정권 심판을 바라는 데 야권연대를 대표한 민주당은 도리어 거기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오히려 강력한 정권심판론, 반우파 투쟁이야말로 박근혜의 말뿐인 쇄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 것이고, 제주해적기지와 한미FTA, 이명박근혜 공천 등에서 드러난 우파 동맹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리 될수록 박근혜는 더 날카로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압력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패배적·음모론적 시각은 오히려 우파를 돕는다. 저들이 한 몸이라면서도, 둘 다를 공격 못 하는 것은 총선 패배감과 민주당의 집권 과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반MB 진영’의 이런 무기력과 유약함 속에서 우파들은 다시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을 소재로 진보진영에 대한 포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물론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사태는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별개의 자기 정화 과정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소재로 야권연대 분열 공작을 펼치면 민주당에서도 야권연대는 유지하되, 무게중심은 중도화에 두는 쪽으로 가려는 힘이 강화될 수 있다. 최근 국회선진화법의 합의 통과는 이런 징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은 소수파 진보정당을 배제하며 원내 교섭단체들인 기성 양당의 합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무현 비자금을 다시 터뜨릴 수도 있는데, 민주당 왼쪽에서 야권연대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을 더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이것은 우파가 바라는 바다. 정치지형을 전반적으로 우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적이 이명박이냐 박근혜냐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거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문제이고, 우리 편이 물렁하게 나올수록 우파의 분열 위기가 진보 마녀사냥 속에서 봉합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진보가 적전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선거 부정 문제 해법과 별개로 당권파를 비롯한 당내 주요 세력이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문제가 내가 지적한 정치적 약점들을 진보진영이 극복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등을 모두 공격하려면 [민주당을 의식하는] 야권연대의 관점이 아니라 일관된 진보적 관점에 서야 한다. 특정인을 넘어서 반우파 정치투쟁을 벌여야 하고, 그 방식은 거리 시위와 노동자 파업들을 연결하는[각주:1] 투쟁적 방식이어야 한다. 



단결 그 자체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림처럼 효과적인 단결이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이 선거심판론으로 단결하는 것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달라 효과적인 단결이 될 수 없다. 이번 총선이 맛보기로 보여 준 결과이기도 하다.



  1. 도심 거점 농성을 결합해도 좋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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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선거의 특징은 새누리당과 야권연대로 표의 좌우 양극화 현상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선거와 달리 무소속 당선자가 거의 없는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새누리당이 선전한 결과 이면에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희생이 있었다. 야권연대에 참여하지 않았던 진보신당도 몰락했다. 
실제 전국 범위에서 정당비례나 지역구 득표수를 따져 보면,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표가 얼추 비슷하거나 야권연대 득표 총합이 살짝 앞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지역별로는 편차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는 민주당의 말바꾸기, 진보적인 듯하나 속내는 그렇지 않은 점을 이용해 과거 민주당 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되살린 것이다. 또 통합진보당을 색깔론으로 공격해 反새누리 표를 분열시키려 줄기차게 시도했다. 

결국 민주통합당의 약점이 박근혜의 술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선거판이 더러워지고, 민주당의 대안적 매력을 못 주고 노무현 향수에만 의존하는 듯하자, 진보 성향 유권자 일부의 투표 참가 의지가 약해진 듯하다. 

그렇지 않겠는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명박근혜의 당이 싫어서 투표하려는 것인데, 별다른 비전을 못 보여주니 말이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까지 몰렸을 때 거리의 한미FTA 반대운동과 통합진보당을 배제하면서 양당 구도를 복원해 주고, 양당 구도 아래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멍청한 전술을 썼다. 

정권심판론의 진정한 동력은 거리에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反우파 투쟁이었는데, 이 투쟁의 섟을 죽이니 우파의 사기만 올려줘 우파 결집을 막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민주당 관점에서 보면 자업자득이다

야권연대 덕분에 18대의 참패를 상당히 만회했는데도,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사실상 진 선거라고 보는 이유다. 

야권연대의 일부였던 통합진보당은 역대 최대 의석을 얻고 제3당으로 부상했는데, 反새누리 야권연대 지지 세력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정당의 지지가 성장세에 있다는 걸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색깔론 공격을 이겨내고 말이다.
양극화 추세 속에서 야권연대에포함된 진보정당이 약진하고, 새누리당이 약진한 상황은 이전부터 유력한 구도였던 反새누리非민주 정서의 오른쪽 정서에 공백을 만들었다. 친노가 밀던 문재인의 파괴력도 단기적으로 약화했다. 민주당 보수파는 대선을 위해서 다시 우클릭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만도 하다. 이 점이 내가 선거 직후 제기한 안철수 조기 등판 가능성의 전제다. 


※ 전국과 서울 득표 비교는 선거 직후 쓴 내 글의 표를 참고하시오. (바로가기)


2. 박근혜당의 과반 확보는 중도층 흡수나 민주당 지지율을 뺏어온 결과가 아니다.  

사회 전반이 보수화해 우파 지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우파가 위기감 속에서 색깔론, 안보 위기론, 지역주의 등을 동원하며 결집한 결과다. 즉 이전 선거들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다른 우파 정당들을 잡아먹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우파 정당들의 득표 추이를 살펴 보면 드러난다. 

우파가 완전히 찌그러든 채 선거를 치렀던 17대 총선(2004)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정당 득표를 더하면, 820만여 표가 나온다. 우파가 득세했던 17대 대선(2007)에서 이명박 혼자만 1천149만 표를 얻었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642만여 표를 얻었고,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더한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85만 표였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당이 얻은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9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우파 2당의 득표 합계는 981만 표다. 

새로운 표의 확장은 전혀 없었고, 우파를 초결집한 결과인 것이다. 반대로 야권연대 두 정당들의 정당비례 합계는 997만여 표다. 지역구 득표수도 야권연대가 전국적으로 더 많다. 

이 점에서 박근혜의 승리는 지역주의 등을 자극하고, 민주당의 자체 삽질로 얻을 걸 못 얻은 결과로 생긴 불안정한 어부지리다. 

박근혜가 잘 한 것은 우파 결집+민주당 약점잡기였다. 박근혜의 비MB 차별화는 이명박에 실망해 사기저하한 우파와 보수적 대중을 다잡았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선거 승리로 이명박 책임론을 통한 이명박 제거 기회가 유보되면서, 여전히 이명박과의 단절 문제라는 아킬레스 건을 지니고 가게 됐다. 또 박근혜 개인으로나,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으로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지금 박근혜는 이명박과 차별화도 해야 하지만, 우파 결집도 유지해야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3. 서울을 보자. 2007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인 이명박(약 269만 표)과 이회창이 서울에서 얻은 표는 무려 330만여 표다. 

그것이 이듬해 총선에서 우파 정당들이 얻은 정당비례 득표는 203만여 표로 추락했는데, 여기에는 투표율 저하와 함께 ‘고소영’ 등으로 반감을 사기 시작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을 주무대로 벌어진 3개월 간의 촛불시위의 조짐을 보였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야당의 득표율이 더 추락해서 서울에서 의석 다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2당이 얻은 정당비례 득표도 203만여 표다. 그럼에도 의석 분포가 역전된 것은 그 반대편 정당들의 득표가 4년 전과 비교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나라당과 야권연대 후보로 표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첫 전국 선거인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은 208만 표를 얻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지상욱 표를 더하면 214만 표가 된다. 당시 두 당의 서울광역 정당비례는 195만여 표(44%)였다. 

무리한 주민투표 실패와 후보의 각종 부패 혐의로 패색이 짙던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선 나경원이 186만여 표를 얻었다. 참고로 16대 대선(2002)에서 이회창이 얻은 서울 표가 244만 표였다. 우파가 찌그러진 17대 총선(2004)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얻은 정당 득표는 175만 표였다. 

결국 이번 서울에서 박근혜당이 얻은 것은 나경원 선거 때 사기저하로 분산된 우파 표를 재결집해 2008년 수준으로 복원한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통합진보당은 [사전 여론조사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을 이기고 올라가거나, 민주당 탈당파와 겨뤄] 최초로 지역구 두 석을 얻었고, 서울에서 정당비례득표 48만여 표(10.56%)를 얻었다. 여기에 진보신당 정당비례를 더하면, 55만여 표(12%)가 된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 서울에서 정당비례로 175만여 표를 얻었다. 이는 2010년 지방선거 서울광역 정당비례보다 4만여 표 줄어든 결과다. 

당시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을 모두 더한 표가 55만 표였다. 이중 참여당 지지표가 분산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성적표는 단일 진보정당으로 출마한 17대 총선(2004)의 민주노동당이 얻은 역대 최대치 60만 표에 근접하는 수치다. 18대 총선의 민주노동당 13만여 표, 진보신당의 14만여 표와 비교하면 완연한 회복과 성장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통합진보당 지지표를 계급투표와 무관하게만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이렇게 봤을 때, 서울에서는 2010년 이후 야권연대 소속 정당과 후보가 전반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다는 특징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더 성장했다. 지역구에선 지지표 결집과 야권연대의 도움으로 지역구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4. 노동자 도시라는 울산을 보면 어떨까. [창원 성산구(옛 창원을 선거구로 권영길 의원의 지역구)는 명백히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 합계가 새누리 후보보다 높았으므로 진보정당 간의 반목과 분열 때문에 낙선한 것인데, 이를 통합진보당의 노동자성 후퇴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아전인수 해석이다.) 

특히 진보정당이 구청장과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당선 경력이 있는 울산 북구와 동구를 보자. 

이 두 곳에서 통합진보당은 애석한 패배를 했다. 그런데 이곳들은 2008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했던 곳들이므로 당시의 민주노동당 후보 득표수와 비교하면, 좀더 선명한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북구에서 2만 5천여 명, 동구에서 1만5천여 명의 투표자가 늘었다. 

동구의 이은주 후보는 늘어난 투표자를 모두 흡수했다. 북구에선 늘어난 투표자의 80%인 2만여 표를 흡수했다. 이것은 야권연대의 효과이기도 할 테고, 계급투표의 성장이기도 할 것이다. 

아쉽게도 북구에선 늘어난 약 5천 표가 양당 구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가는 바람에 석패했고, 동구에선 새누리당 표가 18대 수준을 유지하는 바람에 석패했다. 

양 구에서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동구에선 우파 정당들의 총 득표 합계가 새누리당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북구에선 오히려 늘어난 투표자의 5분의 1인 5천여 표를 추가했다. 

울산 전체 정당비례로 가면, 18대보다 진보정당 합계는 1만 9천여 표가 늘어 8만 7천여 표(18.3%)었다. 통합진보당이 2만 5천여 표 늘었고, 진보신당이 6천여 표 줄었다. 득표율은 양당을 합치면 0.4% 줄었다.

2010년 지방선거와는 직접 비교하기 힘든데, 당시에 민주당이 울산에서 광역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광역비례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의 정당득표를 더하면, 이번 선거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울산 북구로 보면, 18대 총선의 진보 양당 득표(1만 2천여 표+3천여 표)보다 통합진보당 득표만 4천여 표 늘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을 더하면 18대 양당 합계보다 6천여 표 성장한 것이다. 득표율로 하면, 2% 하락했다. 예외로 볼 수 있는  2004년과 비슷한 수치다.

동구에선 18대 총선에서 약 9천 표+5천여 표이던 것이, 약 1만 6천 표+약 1천5백 표로 늘었다. 득표율로 하면, 그대로다. 2004년 2만 1천여 표보단 적다. 

이를 통해서 울산에선 투표의 좌우 양극화가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으로 표현됐다. 두 구에서 통합진보당은 상당한 득표수 성장을 기록했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무장한 우파 결집도 상당했던 데다가, 진보정당이 분열해 지지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석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울산에서 통합진보다의 정당비례 득표수가 최대치인 2004년과 비교해 준 것은 주로 남구와 중구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예외적 최대치였던 2004년과 비교해도 울산 북구와 동구의 정당 득표는 거의 줄지 않았고, 이곳에서 진보정당 득표율 하락의 주요 양상은 진보신당의 지지율 대폭 하락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울산에서 진보정당을 향한 계급투표는 여전히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울산의 선진노동자들은 두 선거정당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보고, 다수 속에선 통합진보당으로 쏠림 투표가 일어났고, 일부에서는 분열상에 실망해 기권한 듯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부는 통합진보당의 예비 후보로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이경훈이 나왔던 것 등을 이유로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듯하다. 

사실적 근거를 놓고 봤을 때, 일각의 주장처럼 진보정당을 지지하던 울산 노동자들 사이에서 계급투표 현상이 사라졌다거나, 크게 후퇴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찾기 힘들다. 

한편, 김창현 후보에 대한 상당한 우파적 색깔론 공격이 울산 북구에선 당선으로 가는데 큰 걸림돌이 됐을 거라고 본다. 후보가 조승수였다면? 그건 확답할 수 없다. 





5.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묻지마’ 야권연대는 문제가 있었다. 통합진보당으로선 어느 정도 우클릭을 감수해야 했다. 야권연대에 정신적으로 종속된 나머지 야권연대가 원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자, 의기소침해져 민주당 일부 보수파의 진보정당과의 야권연대 무용론을 제대로 비판하지도 못하는 모순도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패퇴시키려면 어느 정도 진보적 후보들끼리의 선택적·제한적 야권연대의 불가피성은 인정할 필요도 있다.

또 묻지마 전면 야권연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과 선거에서 실리가 있었느냐 하는 것은 별개다. 전자는 가치판단 문제지만, 후자는 실증의 문제다. 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에게 야권연대는 확실한 선거적 실리가 있었다.

그리고 전면적·전략적 야권연대 즉 인민전선 전략의 약점은 계급 연합 때문에 노동계급의 투쟁이 발목 잡히는 데 있지, 선거 부진에 있지 않다. 이 둘을 구분 못 하고 비판하는 좌파는 오히려 ‘내 안의 선거주의’를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점에선 나도 선거 직후 불명료했는데, 득표 결과를 실증적으로 살펴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야권연대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얻은 표는 단순히 민주당 표를 거저 먹은 것이라고 볼 수 있나.

이 질문의 경우, 한국사회 전체의 정치지형에서 진보정당의 입지를 판단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친북와 민주노총 꼬리를 약화시키려고 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으로 탄생한 당이지만, 다수 사람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의 확장판으로 비춰졌다. 게다가 우익들은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로 줄기차게 공격했다.

그런 조건에서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 과정에서도 독자적 성장을 했다. 급진화 수준이 ‘민주당 왼쪽, 그러나 진보정당은 아직 아닌’ 수준이므로 야권연대로 反새누리 표가 결집하는 속에서도 진보정당이 성장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게다가 울산과 창원 등에서 절대 득표수가 성장한 것은 계급투표에 기반해 야권연대의 실리를 챙겼다고 볼 수 있게 한다.

일부에서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이 단일 후보라 할지라도 통합진보당 지지를 곳곳에서 거부하고 이탈한 마당에 통합진보당의 지역구 성적이 민주당과 직접 겨룬 호남에서조차 고루 올라간 것은 그런 해석이 무리라는 것을 보여 준다



6. 그럼에도 진보정당간 분열 때문에 창원과 거제처럼 당선이 유력한 선거구에서 패배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고 이는 앞으로 노동운동의 단결, 진보정치의 단결이란 과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이를 야권연대 탓에 계급투표가 실종된 결과라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통합진보당의 득표수 성장이나 진보신당의 몰락에서 보듯 사실이 이런 가설을 전혀 뒷받침하지 않는다.

게다가 부르주아 의회 선거란 어차피 주어진 선택지에서 고르기다. 통합진보당의 일부 우경화 행태나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감이 있더라도 노동계급 운동의 다수를 대표하는 정당에 소극적으로나마 투표해서 전체의 이익 증진을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 진보정당들’이 선거에서 분열하는 것은 바라지는 않는 것이다. 그게 투표와 관련한 노동 대중의 정서이기도 했다.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득표수 성장과 진보신당 득표수의 추락으로 뒷받침된다.

그 점에서 야권연대 때문에 계급투표가 부진했고,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영남에서 몰락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통합진보당의 영남 노동벨트 당선 실패는 진보진영의 분열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진위를 가리려고 더 살펴 본 울산의 선거 결과를 통해 통합진보당을 향한 계급투표가 여전히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필자들이 득표율을 놓고 대폭 지지 감소 얘기하는데, 선거마다 투표율이 다르므로 득표‘율’만 놓고 증감을 말하는 건 상황을 잘못 볼 수 있다. 득표‘수’와 득표율을 동시에 놓고 비교해야 한다. 전국 범위나 광역 단위로 볼 땐 정당비례도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통합진보당 지역구 후보들은 역대 최고의 득표를 기록했다.

민주당 표를 일부 흡수했다 해도, 이것은 상대적으로 지역구 지지세가 민주당보다 더 센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이어진 계급투표가 지속됐다는 전제를 하지 않고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세에 따른 증감이 그동안 있었는데, 실제로 역대 최고치이던 2004년의 정당비례와 비교해도 정당비례에서도 질적인 후퇴를 찾긴 힘들다.

총선 결과를 이렇게 해석하면, 우리는 여러 아쉬움과 조짐에도 진보정치의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일부 초좌파적·종파적 선거 결과 분석은 오히려 이런 긍정적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보수화 같은 잘못된 신화의 유포를 의도치 않게 도울 수 있다.

해적기지 발언이 문제가 됐다는 우파들의 해석도 우습다. 정치적으로 문제는 많았지만 어쨌든 해군기지 강행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이 제주에서 모두 지역구 당선했고, 제주기지 전면 반대를 내세운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후보 하나 안 내고도 정당비례에서 자신의 정당득표 전국 평균보다 높은 12%를 득표했다.(여러 후보를 내고 선전한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줄었는데도 당시 민주노동당의 정당비례 득표 규모를 유지하면서 득표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득표수가 크게 하락했고, 참여당 지지표는 분산된 듯하다. 2008년과 비교하면, 통합진보당 득표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더한 것보다 많다. 이곳에서도 역대 최대치인 2004년 결과보다는 4천여 표 적다.)


7. 선거 결과는 좌우 양극화를 보여 줬고, 그 왼쪽 극의 다수당 실패는 민주통합당 중심으로 反우파 정권심판론을 다수화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진보정당 성적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을 일부 보여 준 것이고, 이 잠재력은 제대로 된 투쟁을 건설할 때 현실적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정체성과 노동 중심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선거는 실제 계급투쟁의 한 시점과 한 단면만을 보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선거 결과가 통합진보당의 오류를 다 덮어주는 것으로 봐선 곤란하다. 단지 객관적 조건이 비관적이지 않다는 걸 밝혀낸 것 뿐이다. 앞으로 야권연대로 얻을 민주당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해 진보정치의 날을 무디게 하는 것은 패착이 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영남 진보벨트(또는 노동벨트)라 불리는 지역에서조차 당선 안정권을 고정표로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울산 북구에서조차 2000년 이후 구청장 포함 아홉 번 선거에서 4번을 이겼을 뿐이다. 충성도가 아직 다져지지 못한 지지층은 영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지역주의, 색깔론에 흔들릴 수 있고, 정당의 실수, 후보의 선호도 등에 따라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진보진영의 단단한 결속과 노동중심성에 기반한 진보적 대안 추구, 투쟁 건설에 실천적으로 진지하게 임하기 등으로 정치지형 자체를 왼쪽으로 이동시키려 노력해야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박근혜의 딜레마를 극대화하는 길은 이명박에 줄기차게 맞서며, 이들의 1% 정책에 도전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전략을 다하는 길이다. 이런 투쟁이 국민적 지지를 얻을 때, 우파는 분열하게 돼 있다

이것 없이 선거공학적 야권연대에 매달리면, 이번처럼 오히려 보수대연합에 포위될 수 있다. 1988년 총선 이후 야권 주도력을 쟁취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이 당시 전투적 학생운동과 민주노조운동과 거리를 두며 이 운동들의 섟을 죽이고 이 에너지를 의회로 흡수해 자파의 입지 강화에만 이용하려 했고 진보진영이 독립적이지 못한 결과, 민자당이라는 보수대연합에 포위됐다가 결국 19915월 투쟁의 덕으로 간신히 숨통을 확보했던 역사가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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