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은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에 경제적·정신적으로 파산 상태에 몰린 ‘중간계급의 반동적 대중운동’이다.


이 반동적 운동의 강령적 모순과 반동적 광기의 특성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은 바로 그 운동의 핵심을 차지하는 계급 기반이다. 핵심 강령, 지도자들의 계급기반, 핵심 지지자들의 구성은 중간계급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하층 계급들에게 떠넘기는 대자본을 증오하고, 조직 노동자들의 힘과 조직력을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양대 계급 어느 쪽도 인구의 다수를 위기에서 희망으로 이끄는 데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득세한다.


그래서 파시스트들은 사회적 희생양(유태인, 이주민, 무슬림 등)을 공격하며 사기와 대오를 갖추고 노동계급 조직들을 테러하지만, 한편에선 대자본(특히 중간계급 소자산가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금융자본)을 증오하며 혁명과 노동의 가치를 말하기도 한다.(나치의 명칭은, 독일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 가끔은 광기를 주체 못해 국가와 충돌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에서 양대 계급 사이에 끼인 중간계급의 모순적 특성 때문에 반자본·반노동을 말한다. 그 강령은 대체로 소기업들로 이뤄진 민족 공동체 같은 유토피아적 모델이다. 


그러나 파시즘 운동의 본질은 애초부터 반노동·반좌파에 있다. 이들은 거리와 지역에서 노동운동가들을 테러하고 노동자조직을 파괴하면서 성장한다. 반노동·반자본 강령과 실제의 본질적 실천 사이의 모순야말로 이 운동의 중간계급적 성격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소자산가로서 피고용 노동자들을 더 낮춰 보는 습성에서 비롯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 요인이 있다. 중간계급은 자기 계급의 이름으로 사회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인구의 상대적 규모도 그렇지만, 자본과 노동이라는 양대 계급과 비교해 사회를 운영할 경제력이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따라서 그들 자신만의 힘으로는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중간계급 소자산가 집단은 극렬한 위기의 시대에 자본가들의 반동으로 쏠렸다가 노동자 운동의 저항에도 기대를 걸어 본다. 그러나 노동계급마저 희망을 보여 주지 못했을 때, 스스로 광기에 찬 반동적 몸부림으로 나가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들은 자본주의의 극심한 위기 속에서 노동자혁명의 전망이 실패한 뒤에 부흥했다. 


노동계급이 고통의 근원인 자본주의를 혁명적으로 재편할 힘을 보여 주지 못한 데서 나오는 절망적 상황이 파시즘 운동의 연료가 된다는 점을 봐야 한다. 


즉 반혁명적 절망의 몸부림, 도저히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고통을 노동계급이 혁명적 권력을 수립해 희망으로 바꿔주지 않는다면, 양대 계급에 대한 증오와 불신에 찬 중간계급의 반동과 광기가 인구의 상당수를 획득할 수 있다. 


파시즘은 이런 배경에서 자본가들의 반동적 일부, 이들과 긴밀히 묶여 있는 상층 중간계급들, 심지어 사기와 의식 수준이 매우 낮은 노동계급 후진 부위 일부의 지지를 모을 수 있다. 그런 단련된 조직 노동계급이 혁명에는 무능했어도 괘멸되지 않는 한, 자본가들에게는 반동의 도구가 필요하다.


결국 노동운동을 싹쓸이하는 모험을 통해서만 자본주의 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된 지배계급 일부가 이들을 권력으로 끌어올려줘야 한다. 위기 속에서 참을성을 잃어버린 지배자들이 동의의 방식을 활용하는 지배전략 대신 노동운을 제압할 용병으로 파시스트에게 권력을 주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험은 일정한 성공과 일정한 배신을 모두 포함한다. 독일 노동운동의 괴멸과 티센의 사례.)


이들에게 권력을 넘겨받을 환심을 사려고 파시스트들은 ‘거리의 반동’과 ‘선거 참여’라는 이중 책략(‘이중 전략’)을 쓴다. 부르주아 지배의 틀과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의 도구로서 유용함을 모두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계급은 생활 공간과 작업장에서 노동계급과 밀착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개개인이 반동의 구실을 하는 파시스트 운동으로 동원될 때, 외부자로서 억압하는 경찰보다 훨씬 더 유용한 노동운동 파괴자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파시스트 지도자들은 일차로 바로 이 점을 증명해야 하며, 이차로는 그럼에도 그런 공격성과 광기가 기존 지배자들의 권력과 질서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히틀러가 선거로 제1당이 되고 힌덴부르크의 도움으로 집권한 것, 무솔리니가 왕의 지명으로 총리가 된 것이 모두 그 사례다. 최근 유럽의 파시스트정당들도 선거적 규칙에 순응하는 척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금 다른 사례지만, 스페인 파시스트들은 군부와 왕당파, 카톨릭 등 지배자들과 군사연합으로 반혁명에 성공했다.)


파시스트 운동의 이런 속성 때문에 집권에 성공한 파시스트 운동이 강령에 충실하려는 내부 ‘혁명파’를 숙청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 SS(나치 친위대)와 SA(나치 돌격대) 간의 갈등. 룀과 돌격대를 숙청한 긴 칼의 밤 등. 


파시스트 ‘혁명’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중간계급은 파괴할 수 있을지언정, 창조하고 건설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는 오직 노동계급이 역사적 권능을 발휘할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파시스트 국가는 독특한 형태의 자본주의 국가를 재구성한다. 그것은 개별 자본에게조차 독재적이지만,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려는 국가이고, 나치 깡패들과 군부가 위태롭게 공존하는 국가다. 무엇보다 중간계급의 밀착된 생활조건을 노동계급 조직 파괴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적 독재보다 더 가혹하고 유능하다. 파시스트 국가에서 노동계급 조직은 훨씬 더 철저하게 파괴되고 노동자들은 원자화된다.


이런 파시즘의 성격에 비춰볼 때, 지배계급 주류가 국가기구의 권위주의적 잔재에 기대 국가를 통해 억압을 강화하는 박근혜 식의 반동을 파시즘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각주:1]


권위주의 통치형태를 곧장 ‘파시즘’으로 보는 것은 파시즘을 ‘대자본의 테러독재’로 규정한 스탈린주의 분석 개념의 잔재로 볼 수 있다. 상황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이 분석은 불필요한 공포감만 조장해 재앙적인 ‘인민전선’ 전략 정당화에 이용됐을 뿐이다.


그럼, 어버이연합이니 일베니 하는 것들이 반동적 ‘대중운동’일까. 이들은 국가적 반동의 그림자일 뿐이다. 기껏해야 국정원의 조종과 지원을 받으면서 우익 정부에 좌파 단속을 ‘청원’할 뿐인 우익 관변단체들을 파시스트로 볼 수는 없다. 성격이 다른 것이다.


과장된 분석은, 적과 타협할 수 없다는 정서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필요 이상의 공포를 자아내고, 우리 편을 오히려 위축시킨다. 그럼으로써 첫째, 시선을 엉뚱한 데로 돌려 (요즘의 경우엔 국가가 아니라 대중의 보수화로) 당면 투쟁의 진전을 가로막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둘째, 이 때문에 날카로운 계급 분단에 기초한 현실적 투쟁보다는 일부 선량한 부르주아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전선에 노동자 투쟁들(과 그 주도성)을 종속시켜 버린다. 이 경우, 소수 과두 지배자들에 대해서는 매우 강경한 듯 보이지만, 과두지배층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 화해와 화합(계급연합)을 추구함으로써 노동자투쟁의 예각을 꺾어 버린다.


문제는 바로 노동자 투쟁들에 파시즘의 모태인 자본주의에 맞설 유일한 힘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파시즘은 중간계급의 모순된 처지를 반영하므로, 오로지 노동계급이 그 역사적 권능을 현실에서 발휘해 중간계급을 자신의 미래로 끌어당길 때만, 이겨낼 수 있다.  


지금 국면은 세계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안보 위기의 심화 속에서 지배계급 주류를 대표한 박근혜의 통치스타일이 공안통치 성격을 강화하는, 그러나 쉽게 관철되고 있지는 않은 국면으로 보는 게 옳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박근혜는 공세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편 역시 만만치는 않다. 전교조의 함성에 이어, 철도노조가 주먹을 가다듬고 있다.


‘내란음모’ 탄압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펼친 전교조 법외노조화 압박의 실패는 공안통치 스타일을 경계하면서도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과장된 공포 대신 앞으로 박근혜가 본격화할 고통전가 정책들에 맞설 노동자투쟁을 참을성 있게 건설하고 연대하며 기회를 노리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1.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지배질서 안에서 노동자민주주의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87년 이후 노동계급 운동의 성장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자유민주주의가 진척한 상황에서 박근혜의 유신스타일 통치가 곧바로 권위주의 독재인 유신체제 부활을 가져올 순 없다. 유신 회귀론은 과장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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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친북사상뿐 아니라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사상도 공격하는 무기다



국가보안법은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을 진압한 뒤 만든 악법이다.(1948년) 형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악법으로 ‘헌법 위의 법’으로 불려왔다.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는 1953년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놓은 조항이다. 둘 다 ‘행위’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사상’ 자체를 처벌하는 쌍둥이 악법이다. 


이것들은 냉전과 한국전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남한 지배자들의 정치ㆍ경제 지배질서를 수호하려고 만든 악법들이다. 처음부터 ‘체제 수호법’이었던 것이다. 근래의 심각한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 법들이 요란하게 전면에 나선 맥락이 여기에 있다. 일각의 ‘반통일 악법’이란 분석이 편협한 이유다.


이 악법들의 체제 수호법적 특성은 1991년 5월 국가보안법 개정 때 더 분명해졌다. 당시 “분신정국”으로 불린 대규모 항의운동 속에서, ‘소련 붕괴 등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있으니 냉전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정은 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이를 거꾸로 개악에 이용했다. 국가보안법의 단죄 대상에 북한을 가리키는 ‘정부 참칭 단체’ 말고도 ‘국가 변란 선전ㆍ선동 단체’를 추가한 것이다.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좌파들까지 쉽게 처벌할 수 있게 한 이 개악법을 민자당은 날치기 통과시켰다.


물론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삼는 반공주의 논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나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내부의 적” 단속이다. 최근 탄압에서 법무부가 ‘노동자ㆍ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통합진보당 해산과 내란음모죄 기소의 근거로 삼은 것은 결코 레토릭(수사)이 아니다. 


극소수 특권층이 다수 노동 대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 권력 사상을 토론하고 그에 따른 정치조직을 만들 자유는 노동계급에게 절대로 필요한 권리다. 


그것을 국가가 ‘이적’이라고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적이 노동계급이라는 걸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원세훈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을 일컬어 “내부의 적”이라고 한 것은 지배계급의 계급의식적 일원으로서 가진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 조항을 이용한 사상 탄압은 궁극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한 바, 즉 현실의 노동계급 운동과 과학적 사회주의가 만나는 것에 대한 지배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북한의 사이비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노동자 권력을 지지해 온 국제사회주의자들이나 사노련 등이 이 법의 제물이 돼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전혀 혁명적이지 않지만 노동운동에 상당한 기반이 있는 진보당이 희생양이 된 것도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의 만남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우익 정권의 전술인 것이다. 


이런 탄압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또한 본격적인 내핍 정책을 앞두고 좌파를 단속하며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저항에 나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반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급진적 좌파가 노동계급 운동 속에 뿌리내리도록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음험한 탄압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책일 것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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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②

헌법이 반박근혜 경전이 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올해 내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그 한계를 보여 왔다. 우파의 ‘종북’, ‘대선 불복’ 프레임에 말려 NLL 대화록 물타기,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등에 굴복해 왔다.


우파가 이런 공격들을 통해 각인시키려 해 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바로 반공주의적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 질서를 뜻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론 ‘전투적 민주주의’는 전투적 자본주의론이라 부를 만하다.


냉전 초기 독일 헌법에서 베낀 것이라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개념과 용어가 한국에서는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한 김기춘이 지금 정권의 실세라는 것도 시사적이다.


이 자본주의 지배 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이해관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최근 대선 불복론에 맞설 새 프레임이라고 들고 나온 ‘헌법 불복론’이 진보세력에게 그다지 쓸모 있는 것이 못 되는 까닭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우익이 ‘헌법’ 운운하며 방방 뜨고 있는 것을 보라.


헌법이란 그 나라 통치자들이 국가 운영과 관련해 서로 약속한 활동 규칙들의 총체다. 다만 그것을 만들고 개정할 때 당시의 계급 세력균형이 일부 반영될 뿐이다. 그래서 군사독재가 강력할 때 만든 유신헌법보다는 1987년 노동자ㆍ민중의 항쟁의 여파로 개정한 헌법이 조금 더 민주적인 것이다.


모순


그럼에도 그 계급적 본질 때문에 ‘87년 헌법’조차도 일관된 체제 수호 논리를 기초로 해, 노동자ㆍ민중의 민주적 권리에 대한 서로 모순된 규정들의 조합들로 이뤄져 있다.


어느 조항들은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와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또 다른 조항들은 ‘국가안보’란 명목으로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 제약을 가능하게 해 놓았다. 가령 국가보안법의 최악의 독소조항인 제7조는 헌법 제37조 2항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진보당 해산 청구 건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2백여만 명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여섯 명인 진보정당을 최고위 권력자들 몇 명이 없앨 수 있는 게 대한민국 헌법이기도 하다.


물론 헌법의 모순된 조항을 이용해 법적 투쟁에 활용하고, 저들 통치 논리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할 수는 있을 것이다.(사상의 자유 인정 않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식으로.)


그러나 진보와 노동운동의 정치적 정당성 자체를 헌법에서 찾거나 우파의 공격에 맞서는 방패로 삼는 것은 자기 모순을 잉태하는 것이다. 모순된 ‘헌법 가치’들로는 당장 공격받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진보당 등에게 진정한 [그리고 일관된] 변호 논리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기는커녕 민주당의 헌법수호론은 우파와 새누리당에게 자신들의 체제 수호적 ‘결백’을 인정받으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진보당 해산 심판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석기법’*이나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 논의에 새누리당과 발을 맞추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광범한 대중을 생각해 비판할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의 발로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의 발로이기도 한 헌법수호론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에게는 헌법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이익’이 민주적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근거가 돼야 한다. 


(※ 노동계급 전체에 이로운 것이 사회 전체에도 이롭다. 노동계급의 이익이 사회의 보편적 이익인 것이다. 물론 이 점은 노동계급 운동이 스스로 나머지 대중에게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한편, 우리 사회가 날카롭게 계급으로 분단된 사회라는 점에서 서로 적대하는 계급의 통일과 공동선을 말하는 헌법은 사회 변혁 운동에서 부차적인 문서일 뿐이다. )



* ‘이석기법’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면, 해당 의원의 수당과 자료제출 요구권을 박탈하겠다는 악법을 만들려 한다. 판결 확정 전 무죄추정의 원칙도 내다버리는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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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박근혜, 노동운동이 막아야 한다 ①

박근혜의 반격에 어떻게 맞설까 



박근혜는 10월 내내 불편한 한 달을 보냈다.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의 실체가 며칠에 한 건씩 드러났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정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정권 탄생의 절차적 정통성도 의심받는 판국에, 당선을 위해 급조해 내놨던 각종 복지 공약을 대놓고 파기하다 보니 60퍼센트가 넘던 지지율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 대한 박근혜의 답은 부패한 자들로 친정체제를 더 강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검찰총장에 김기춘 라인의 김진태, 감사원장에 김기춘과 동향인 판사 황찬현, 새 복지부 장관에는 국민연금 개악과 의료 민영화에 찬성하는 문형표를 내정했다.


인사청문회 시작도 전에 김진태는 부동산 투기, 로펌 고액 수수 의혹이 나왔고, 나머지 둘도 세금 체납과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가히 박근혜의 부름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자들이다.


박근혜는 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도 공안통으로 교체했다. 껄끄러운 수사 라인을 다 쳐내고는 이제 와서 의혹과 문책을 “수사 결과에 맡기고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놓고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모순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실제로는 더욱 강성우파적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마침 10ㆍ30 재보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여세를 이용해 공세를 강화하려고 한다. 재보선에 참패해 기가 죽은 민주당도 ‘이석기법’*에 합의하며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애초 승패가 뻔한 곳에서 이긴 선거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순 없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힘이 실렸을 때 공세의 고삐를 쥐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탄압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급하게 서둘렀다고 보는 이유다.


박근혜가 공무원노조를 문제 삼자 검찰은 곧바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총체적 우파 공작으로 집권한 정부답게 ‘물귀신’ 작전도 조직적으로 펼친 것이다.


곧이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박근혜가 이런 사법 탄압으로 노리는 목표는 명백하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내핍 강요 본격화를 앞두고 저항의 섟을 죽여 반동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안전을 위해 강성우파식 법질서 통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헌법재판소 구성이 아무리 우파적이라도 노동ㆍ민중 운동에 강력한 기반이 있고 자력으로 국회의원도 만들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행정 절차와 판결만으로 해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진보단체들이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탄압을 지속해도 박근혜가 반동의 본편을 시작하려 할 때가 오히려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절차적 정통성에 불신을 받는 정권이 대중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 즉 고통전가와 내핍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이 축적되는 불만에 저항의 불씨를 당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연금 삭감, 고용 ‘유연화’ 등 내핍과 고통전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조직 노동자들의 운동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게 국가 정체성과 헌법에 대한 충성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각종 내핍과 반동 조처들을 변변치 않으나마 ‘국민적 합의’로 포장할 수단, 즉 국회에서의 처리라는 모양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편, 국가정보원이 유일한 깃털인 줄 알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갈수록 다채로운 깃털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에 이어 행정안전부와 노동부의 대선 개입도 드러났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공작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됐고, 국정원과의 연계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이쯤 되면 이 총체적 부패 행위들의 꼭대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통 사람들이 볼 만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원 개입 여부에도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이후 마녀사냥으로 선관위노조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고 사실상 와해시켰다.


이런 의구심들이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가 갈등 끝에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찍어낸 것도 더욱 의문을 증폭시킨다.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미약하나마 진실의 일부를 캐냈던 검찰 수사라인이 정권의 쳐내기로 붕괴한 마당에 특검 요구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박근혜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언급한 것도 이런 특검론을 경계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특검에 대한 바람이 커진 것은 박근혜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검찰을 못 믿게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할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했던 박근혜가 특검 요구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특검 요구에 동의하지 않던 정의당은 특검 요구로 선회하며 야당들이 공동으로 특검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안철수와 민주당이 연이어 특검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정의당과 안철수 쪽은 국정원 개혁 법안도 공동으로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태흠이 안철수의 특검 요구 기자회견을 두고 ‘3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발언이다.


새누리당이야말로 최근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무죄 판결 등을 두고 ‘종북 판사’ 운운했던 자들이다. 또한 특검은 법을 만들어 하는 것이므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 3권 분립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진실을 밝히기는 힘들다. 검찰도 쳐내는 마당에 제대로 된 특별검사를 박근혜가 임명해 줄 리도 없다.


이런 약점들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검이 정치ㆍ경제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파헤친 사례가 없다.


국가권력이 동원된 음모와 공작은 국가기구가 분열해 내부 제보자가 생길 때 가장 효과적으로 폭로되곤 한다. 국가기관의 내분이 밖으로 표출되도록 하는 것은 주로 대중운동의 힘이다.


국회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벌이는 운동, 특히 조직 노동운동이 중심이 돼 박근혜 정부와 우파 단결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때만 저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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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정치공작 실체와 우파 균열 

총체적 反박 전선이란 이름에 감춰진 문제점 



□ 반박근혜 계급연합이 필요한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범국민야권연대”를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NGO들이 연합하자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를 환영했다.


물론 강성 우파 정부 아래서 제한된 조건부 전술 연대가 불가피하게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 연대라면 다르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이들과 맺는 계급연합은 오히려 우리 편(노동계급과 진보운동)의 요구를 삭감하게 하고 투쟁을 자제하게 만들어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이미 이명박 정부 아래서 연립정부까지 염두에 둔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대를 추구하다가 독자적 투쟁과 요구마저 종속되는 실패를 겪었다. 


당시 진보운동 지도자 다수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노동운동의 요구 삭감하고 계급투쟁 방식을 회피했다. 결국에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진보를 분열시키기까지 했다.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진정으로 왼쪽의 목소리를 대변할 세력이 약해지면서 박근혜의 우파 결집을 뒤흔들 수도, 복지·경제민주화라는 거짓 사탕발림도 폭로할 수 없었다. 투쟁마저 종속시킨 계급연합 ‘전략’은 선거에서마저 실패한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게다가 ‘MB만 아니면 된다’는 논리로 김종인, 이상돈 등 MB 비판적 보수주의자들을 띄워주다가, 이들이 박근혜 캠프로 가면서 박근혜만 포장해주는 미련한 짓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이 기회를 놓친 것도 민주당에 의존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작 민주당은 장외투쟁 시늉만 하다가 얻은 것도 없이 국회로 들어가버렸고, 지금은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 성명까지 만류할 정도로 못난이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열과 온건화로 약화된 진보정치 세력은 박근혜의 약점과 민주당의 무능을 전혀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야권연대에서 배제된 통합진보당도 나름의 “총체적 반박근혜 전선”론을 내놨다. <민중의 소리>는 사설에서 “민중의 대오가 결합하고, 야당과 종교계가 힘을 합치게 된다면 1987년의 국본을 능가하는 한층 위력적인 민주수호 범국민연대가 건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구실을 더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민주당과의 계급연합 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듯이 계급연합, 즉 계급 화해 방식으로는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1퍼센트 부패우파의 계급 이익을 지키려고 등장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 


<민중의 소리>가 예로 든 1987년 당시에도 보수 야당들은 거리 항쟁의 급진성과 애써 거리를 두려 했었다. 개헌 등을 다룬 정치협상에서 당시 민중항쟁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노동운동은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런 투쟁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민주주의 유린, 경제 위기 고통 전가의 몸통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광범한 민중의 불만을 대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총체적 정치 공작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동력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균형있는 관점에 서야 민주주의 투쟁, 복지 확대 등의 염원과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투쟁, 고용안정 등 노동자 투쟁이 결합될 수 있다. 그래야 박근혜를 내세운 1퍼센트 통치자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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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정치공작 실체와 우파 균열 
반동의 칼춤 속에 드러난 약점 


□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 없다


박근혜가 쳐낸 국정원 게이트 특별수사팀장 윤석열은 새로 발견된 트윗 5만 5천여 건을 두고 “사상 유례 없는 중대한 선거 사범”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제 단순 댓글 의혹이 국가기관 전반에 걸친 정권 차원의 조직적 공작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은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통계 결과를 은폐했다. 국가보훈처는 대선을 앞두고 극우반공주의적 대국민 선전·교육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행정안전부도 나섰다. 경찰과 국정원은 긴급 통화를 해 가며 관련 수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이제는 국방부의 정치 개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 경찰, 국방부, 새누리당까지 행정부와 집권당이 총출동했고, 이들 모두 국정원을 매개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과 국정원 심리전단을 이끈 이종명 모두 합동참모본부(합참) 소속 민군심리전부 소속이었다. 국가보훈처의 반공 특강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강사로 나섰다. 


또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5만 5천여 건이 새로 확인됐는데, 수사팀장 윤석열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도 활동 흔적이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오빤 MB스타일’ 같은 시각적 환경오염물을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 십알단 등이 서로 추천하며 수백만 건으로 확산해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선거 개입 자체가 충격적이다. 명백한 군의 정치 개입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정권 탄핵감이다! 


그런데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2011년에 국방장관 직할부대로 삼은 장본인이 지금 국방장관인 김관진이고, 이 부대 사령관이던 연제욱은 박근혜의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됐다. 이 두 사람 밑에서 이 부대는 대대적으로 인력과 활동을 늘렸다. 


이 사례들은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총체적 정치공작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박근혜의 검찰에서도 ‘윗선’의 조직적 수사 방해가 사실로 확인됐다. 18일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검사 윤석열은 법무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을 넣어왔다고 폭로했다. 


정치공작의 실행 뿐아니라 은폐와 물타기도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수록 거대한 진실이 폭로되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제는 대통령 사과로 끝낸 때가 지나버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거짓말해 가면서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낡은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사라져야 할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 계속되는 반동 공세와 우파 균열 


사실 ‘국정원 게이트’ 자체가 박근혜를 당선시킨 1퍼센트 부패우파 총단결의 한 단면이다. 


이 보수대연합의 목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확실히 밀어붙이고, 동아시아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와 사회를 더욱 단속하려는 것이었다. 최근 복지·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뒤엎고 공안 마녀사냥을 벌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존재 이유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정치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도 박근혜는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의 정통성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꼬리자르기 하다가는 우파결집이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사이가 좋지도 않았던 이명박의 사람 원세훈과 김용판을 감싸는 이유고,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걸 한사코 막으려 했던 이유며, 이를 따르지 않은 채동욱에게 끝내 보복한 이유다. 


그런데 역설이게도 우파 결집을 유지하려는 이런 무리수가 도리어 국가기관 내부에 균열을 냈다. 특히 가장 중앙집권적인 특권우파 집단 검찰에서 균열이 일부 일어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근혜의 법외노조화 협박이 전교조 조합원들에게서 역풍을 맞자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던 국가인권위원회가 갑자기 전교조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시사적이다.  


박근혜의 ‘유신스타일’이 ‘유신체제’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민주화 이후 각 국가기구의 ‘관료적 독립성’도 커져 왔다. 


무엇보다 이런 내부 균열이 암투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 드러난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국가를 외부에서 압박했기 때문이다. 촛불운동이 그런 구실을 어느 정도 해냈다. 10월 23일 문재인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 …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대선불복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기층의 압력에 영향 받은 탓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결코 ‘한국의 대처’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세력관계가 결코 박근혜와 우파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는 전교조에 한방 먹었다. 전교조 조합원 다수가 법외노조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전교조는 약 1만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진보 대중을 고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13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한 것이나, 6년 만에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도 힘이 나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들은 박근혜 반동이 일방통행이기보단 역동적 대결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물론 박근혜는 이를 만회하려 보복의 책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지체없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러나 9월 하순 이후 한달 가까이 박근혜 지지율이 비록 50퍼센트 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소폭의 하락 추세를 보여 온 것도 눈여결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긍정적 평가가 늘어난 측면보다는 부정적 평가 답변이 늘고 있다는 게 시사적이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을 파기한 여파다. 이런 조짐을 보고 복지장관 진영이 박근혜와 선을 긋고 내각에서 도망나온 것이다.


전교조처럼 우파 공세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민중이 늘어날수록 우향우 정책이 지배계급 안에서도 무리수로 비춰지고 균열이 더 깊숙한 분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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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취임 반 년 만에 ‘존재의 이유’를 확실히 과시하고 있다. 박근혜는 917일 반박근혜 진영에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도 협박했다.


재벌과 부자들, 국정원과 검·, 조중동 따위들만 “국민”이자 “국정동반자”로 여기는 박근혜의 이 말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926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심지어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하다.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15년간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저항에 밀려 몇 달 미뤘던 밀양 송전탑도 10월부터 강행하겠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을 징계하려 한다.


심지어 국정원게이트 진실의 10분의 1이나 캤을까말까 한 수사조차 못마땅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찍어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괘씸죄’ 탓일 게다.


이런 정치적 반동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만 원 기초연금 공약을 철회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개악안을 내놨다. 반값등록금, 고교의무교육, 무상보육이 모두 같은 운명이 될 처지다.


이런 복지 후퇴를 재정 부족 때문이라며 호시탐탐 노동자 증세를 노리면서도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는 것이 박근혜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을 합법이라고 판정해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철도 민영화, 노동자 증세,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 각종 개악 조처들이 줄줄이 발사대에 올라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린 828일에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과 만나 “국정 동반자”라며 손을 잡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근혜는 권위주의 체제의 통치 이념이던 “반공”과 “성장”을 국가적 기치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이는 반공 국가주의를 앞세워 ‘보수대연합’을 공고히 하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북핵 위협론 등을 활용하며 쇼비니즘적 애국주의도 조장하려 한다.(간만에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치러지는 것도 시사적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집권당 실세 김무성이 “역사전쟁”을 선포하고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며 우파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역사·경제 교과서의 ‘좌편향’을 10년 전부터 문제 삼아온 선구자는 바로 재벌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이다교육부에 시정 요청을 줄기차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2006년에는 ‘경제교과서’를 자체 발행했다. 교학사 책의 베타 버전 격인 2008년 ‘대안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사람들을 ‘세뇌’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만들고 지배해 온 방식, , 친일과 독재, 부패와 초착취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사를 새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책을 교과서로 인정해준 것도 모자라 뉴라이트 역사왜곡 대장격인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위안부=해외 취업’이라고 말하는 자다.


요컨대,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은 보수화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쟁취한 민주적 권리들을 공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런 반동의 진정한 의도와 함께 그 약점과 모순도 봐야 한다.


노동운동의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복지 먹튀와 노동자 증세 사기극은 광범한 불만을 낳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보듯 저들 내부에서도 반동의 속도와 강도를 놓고 갈등이 있다. 측근이라던 진영이 제발로 친박 진영을 이탈한 건 박근혜에겐 불길한 징조다.


반공주의의 부활이 반공국가의 부활은 아니라는 것이고, 지나친 낙관과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차이를 넘어 함께 힘을 모아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복지 후퇴, 노동자 증세, 밀양 공사 강행 등에 밎선 분노들이 한 데 모이도록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 백기투항하듯이 국회로 복귀해 박근혜 돕는 결과만 내고 있는 허약한 민주당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바로 이 과제들에서 운동이 약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려면 우리 편의 분열과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태세가 돼 있는 좌파들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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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의 약사와 본질



대한민국은 일반 형법보다도 국가보안법이 먼저 만들어진 나라다.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해서 행위가 아니라 사상을 처벌하는 악법이다. 


이 희대의 악법은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4·3 항쟁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여순항쟁 직후에 만들어졌다.(1948년 12월 1일) 


냉전반공주의를 뼈대로 한 우익독재국가 수립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정치체제가 시작할 때부터 그 본체에 아로새겨진 악법이다. 


[그 뒤, 이승만의 국가보안법과 박정희의 반공법을 전두환이 합쳐 놓은 게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주류 지배자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그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법”(법무장관 황교안)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 독재 체제에 뿌리를 둔 정치 세력과 재벌들이 한사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온 이유다. 


반면, 좌파와 많은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그나마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체제에 적대적인 사상에게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체제에는 사상의 자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떠받치는 핵심 세력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이 이번에는 형법의 내란죄 혐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얻기 어려웠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상의 자유 탄압이라는 본질을 숨기고, “충격과 공포” 속에서 더 효과적으로 진보진영을 고립·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 적용은 역설이게도 도리어 형법의 내란죄 조항이 얼마나 굉장한 ‘악법’인지를 보여 줄 뿐이다. 


내란의 ‘예비·음모·선동·선전’의 죄는 1953년에서야 형법을 만들면서 특별법인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려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그 기능을 그대로 알박기 해 놓으려고] 만든 조항이다. 


특히, 내란 선동·선전의 죄는 형법이 [법리상] 표방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처럼 사상을 처벌하는 독소 조항이다.(당시 국회에서 이런 이유로 이 조항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론 이승만과 반공주의 야당은 형법 안에 이같은 국가보안법 대체용 조항을 만들어 놓고도 정작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다. 여하튼, 제정 과정을 보면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는 반공 국가주의의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법무장관 황교안도 4일 국회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에서 “[내란 음모죄는] 실행계획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 … [선동죄는]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이라고 말했다.고무줄 잣대라는 걸 자인한 것이다.


즉, 내란죄의 예비·음모·선전·선동의 죄로도 얼마든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노동계급 정치조직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의 내란죄도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냉전적 반공주의를 본질로 하는 반민주·반인권·반노동 악법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이승만이 만든 국가보안법을 계승·발전시키면서도 거듭 내란음모죄를 공안탄압에 이용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로써 그동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형법을 보완하면 된다고 했던 친민주당 자유주의자들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또 한 번 드러났다. 


게다가 한국 지배자들은 1991년에 이미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면서 친북과 관계 없는 좌파까지 탄압할 수 있도록 “국가 변란” 개념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런데 형법 내란죄의 “국헌 문란” 개념은, 공안검사 출신 법무장관 황교안조차, 국가보안법의 “국가 변란” 개념보다 더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국가 탄압이 성공을 거둔다면, 저들은 국가보안법을 보완할 반공 국가주의의 새 ‘탄압 무기’를 33년 만에 다시 확보하는 셈이다. 


이들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정치로나 조직으로나 북한과 전혀 관련 없는 [또한 북한을 시장자본주의와 본질에서 차이가 없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보고 비판하는] 좌파들, 그리고 2008년 촛불항쟁 같은 운동까지 법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민주적 체제 단속의 폭이 더 넓고 쉬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의 위협,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빌미로 삼는 반공 국가주의의 형식논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든 형법 내란죄든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체제 내부 단속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내란죄 조항을 되살려 공안 천국의 물꼬를 트려는 저들의 추악한 의도를 똑바로 봐야 한다.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남한 국가의 진정한 주인들이 노골적으로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는 지금, 내란죄 적용 시도가 되살아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파 권위주의 정권의 마녀사냥에 맞서 우리가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넘어 단결해 싸워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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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석 달여의 과정은 국정원 규탄 촛불운동의 가능성과 더불어 한계와 약점도 보여 줬다.


우선, 강성 우파인 박근혜 정부를 임기 첫 해부터 궁지로 몰기에는 운동의 규모와 폭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 박근혜 지지율도 크게 낮아지진 않고 있다. 이명박은 2008년 촛불항쟁이 1백만 명 규모로 성장하면서 지지율이 7퍼센트 대로 급락한 바 있다.


물론 박근혜의 복지와 경제 민주화 공약 철회, 노동자 지갑에서 돈 꺼내 부자와 재벌을 도우려는 세제개편 사기극, 전월세 대책 사기극에 대한 분노가 물밑에서 자라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만을 더 키우고 거리로 끌어내려면 촛불 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의 결집점이 돼야 했다. 실제로 철도 민영화, 쌍용차 해고, 비정규직, 진주의료원, 공무원노조 등 다양한 의제들이 촛불 속에서 환영 받았다.


그런데 이 촛불운동을 이끌어 온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이런 과제 수행을 한사코 꺼려왔다.


운동에 참가하는 대중의 자발성도 아직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통제력을 넘어설 정도가 아니다. 이런 한계 때문 속에서 시국회의 내 NGO 지도자들은 촛불운동이 민주당이 설정한 한계와 틀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하려 해 왔다.


문제는 이런 방향을 통합진보당이나 한국진보연대 등 시국회의 내 주요 노동·민중운동 단체들도 묵인·동조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 역시 최근 수 년간 스탈린주의 인민전선 전략에 기초한 야권연대 노선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NGO지도자들을 뒤따르며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데 중점을 둬 왔다.


이런 한계와 약점들 때문에 촛불운동은 국정조사 마무리 이후에 방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란음모 사건’을 국정원이 터트린 것이다.


개혁•해체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정원을 전면에 내세워 탄압을 벌이는 것은 이 정권의 뼛 속 깊은 반동 DNA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촛불운동의 약점과 틈을 겨냥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운동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박근혜의 반동적 도발에 반대해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탄압에 대한 대응 문제에서 촛불운동은 분열해 있다.


많은 이들이 ‘범죄집단 국정원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올바른 입장이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진보당 때문에 우리까지 종북•내란 동조 세력으로 매도당하게 생겼다’며 진보당을 촛불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시국회의 지도자들이다. NGO 지도자들은 이 사건과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한다. 시국회의가 공안탄압 반대 입장을 채택하는 것마저 부담스러워했다. 


‘통합진보당 탄압 건과 촛불운동의 국정원 개혁 요구는 별개’라며 이와 무관하게 촛불을 계속 들자는 주장도 편다. 


이처럼 공안탄압 반대를 회피하는 논리는 의도가 무엇이든 스스로 운동의 정당성을 허물고 자기 발등을 찍게 된다. 


국정원의 공안탄압에 침묵하거나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을 폐지하라고 요구해 온 그동안의 주장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공작이 “정당한 대북심리전”이라는 저들도 억지도 제대로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이런 탄압에 맞서길 회피해버리면 ‘어떤 사상·단체는 안 된다’는 자기 검열이 운동 안에 자리잡게 된다. 그러면 운동은 더 사분오열할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밀어불이려는 저들은 진보당과의 연관을 빌미로 철도노조, 전교조 등으로 탄압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다른 진보정당들과 박원순  등으로도 마녀사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국회의가 진정으로 촛불의 단결을 바란다면, 논쟁을 각오하고 국정원의 공안 탄압에 반대하며 촛불운동을 마녀사냥에 분명하게 반대하도록 이끌려고 해야 한다.

 

국정원이 중심이 된 저들의 총체적 정치 공작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므로 국정원 게이트를 규탄해 온 촛불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운동의 애초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나와 다르고 잘못된 사상이더라도 그 자유는 옹호돼야 한다. 


더불어 촛불운동은 쟁점을 확대해 박근혜의 온갖 반동적 정책에 맞서는 더 많은 사회세력과 함께하려고 해서 저들의 고립·분열·약화 시도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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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투자하는 분은 업어드려야 한다”고 나서자,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새만금에 가서 진짜로 사장 한 명을 업어주는 ‘어부바’ 쇼를 벌였다. 


그리고는 일주일 만에 ‘부자 감세 노동자 증세’ 세금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3 세법개정안’은 “소득·소비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재산과세는 성장친화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늘려 과세기반을 확대하겠다고도 한다.(간접세는 역진적이라 간접세를 늘리는 것은 조세불평등이 커지는 것이다.) 심지어 “상속증여세는 … 높은 누진세율 체계 등으로 인해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이 큼”이라는 헛소리까지 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전체 세금 수입중 소득세 비중이 낮고 법인세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 소득이 높거나 세금을 적게 내서가 아니다.


재벌들이 체불한 통상임금만 최소 20조 원이 넘고, 마땅히 정규직 임금을 받아야 할 현대차 비정규직 수천 명이 방치되는 현실 때문이다. 이건희가 안 낸 상속세만 2조 원인데, 이는 이번 개악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걷겠다는 1년치 돈보다 크다.


2000년대 이후 전체 국민소득에서 기업소득 비중은 늘어왔고, 노동소득분배율은 낮아져 왔다. 그런데도 지난해와 올해 소득세로 걷은 돈은 계속 늘어왔다. 법인세를 그동안 얼마나 깎아줬기 때문일까.



노동자는 등쳐먹고, 기업주만 업어주는 재벌 어부바 쇼.



사실 소득세만 놓고 보면, 누진성이 부족한 게 진짜 문제다.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많이 걷으려면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많이 매겨야 돈이 나오는 법이다. 아니면, 노동자들 월급을 대폭 올리든지! 지금도 5백여만 명이 소득이 적어 세금을 안내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은 노동자들에게 십시일반해서 재벌과 부자들에게 퍼주겠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상반기에만 10조 원이나 세금이 덜 걷혔다면서도, 정부는 7월에 총 6조 원이 넘는 기업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국방부도 5년간 70조 원의 최신 무기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낸 바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설명을 보면, 이번 세제 개악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걷어가려는 돈은 총 1조 3천억 원가량 된다. 이걸 5년 간 누적으로 하면, 10조 원이 넘는다. 연봉이 3천4백50만 원을 넘는 노동자 4백34만 명(전체 노동자의 28퍼센트, 세금 내는 노동자의 43.7퍼센트)가 1년에 16만 원에서 1백만 원가량 더 내야 한다.[각주:1]


청와대 경제수석 조원동은 “이 정도는 …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 … 그동안 봉급 생활자는 특혜를 받아 왔다”며 염장을 질렀다.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나성린은 ‘연소득 1억5천 이상 사회주도층에게 증세는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자백했다. 이쯤 되면 사회주도층이 아니라 사회강도층이라 부를 만하다. 


이번 안은 전형적인 경제 위기 고통전가며, 유리지갑 노동자들에게 벌이는 강도짓이다. 결국 ‘증세 없이 복지한다’던 박근혜의 허황된 약속은 결국 ‘복지 먹튀, 노동자 증세, 재벌 퍼주기’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계급 불평등 성격을 감추려고 소득공제를 폐지해 세액공제를 늘리는 것이 대략 연봉 3천만 원 이하 노동자들에게는 유리하다고 말한다. (또, 연봉 3천만 원 이상 노동자층을 굳이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다.) 그러나 이런 말은 연봉 3천만 원 이하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영원히 오르지 말라고 주문을 거는 것밖엔 안 된다. 


무엇보다 소득공제 축소의 목표는 ‘과세 기반 확대’지 ’복지 확대’가 아니다[각주:2]‘과세 기반 확대’란, 세금 안 내던 노동자들도 세금 내라는 말이다. 부자감세로 줄어든 재정을 노동자 증세로 채우겠다는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단어인 것이다[각주:3]. 상위 노동자의 세금으로 하위 노동자의 복지를 늘린다는 말이 감언이설에 불과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일부 보편증세론자들의 주장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 그들은 대기업 과세가 빠진 게 아쉬운 거지, 노동자 증세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한다. 


구체적 노동자 삶의 현실에서 복지 확대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자신들의 관념에서 사람들의 삶을 재단하니, 이런 전도된 분석이 나온다. 복지를 위한 증세는 필요하지만, 보편 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가 돼야 조세·복지·소득의 거대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노동자 유리지갑에 빨대 꽂기와 대기업 봐주기는 한 몸통이다. 저들의 의도는 대기업 과세를 피하면서 재정을 늘리려고 노동자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첨단 무기 구입이나 국정원 댓글 알바 고용 따위에 쓰겠다는 것이다.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이라는 저들의 기반과 본성을 똑바로 파악한다면, 감언이설에 속을 이유가 없다. 조세 불평등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옳고, 이를 조세저항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쪽이 틀렸다. 왜 유리지갑 구실을 하면서도 변변한 복지 혜택을 못 받아왔던 노동자들이 저들의 책임을 대신해야 하는가. 


정리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첫째, 부자증세(=누진세 강화)가 아니라 ‘과세 기반 확대’(=노동자 증세)를 하려는 것이다. 둘째, ‘복지 확대’가 아니라 ‘정부 재정 벌충’을 위한 것이다. 셋째, 이렇게 해서 채워진 재정은 저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박근혜 세제개편안을 통째로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한국 돈이 9백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뉴스타파>의 폭로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국세청이 뇌물 받고 깎아준 재벌 세금도 어마어마하다. 대기업 현금보유액만 1백조 원을 넘는다. 노동자들이 뭉쳐서 이런 돈으로 복지를 늘리라고 싸워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109호에 실린 기사에 살을 붙인 것이다.  


  1. 일부에서 이 노동자층을 굳이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다. 연봉 3천5백이면 주요 대기업 대졸 초봉도 안 된다. [본문으로]
  2. 세금 걷는 입장에서 사안을 보는 정책 기술자들에게는 중요한 대안인지 모르겠으나, 세금 내는 노동자들 처지에선 본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본문으로]
  3. 이런 용어법은 많다. 역대 정부와 재벌들은 사기업화를 민영화로, 민영화를 선진화로 포장했다. 정리해고와 노동자 쥐어짜기를 구조조정과 선진시스템 배우기로 포장해 왔다. 성적 차별 교육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우수 인재 선발로 포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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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기 짝이 없는 박근혜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김기춘으로 교체했다


박근혜 후원 원로그룹 7인회의 일원인 이 자는 중앙정보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거치면서 공안수사의 총지휘자 구실을 하던 자다.


유신헌법의 기초 작업 실무를 관장해 박정희의 이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래서 젊은 나이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직을 맡아 출세가도를 달렸다.(당시 그의 직속 상관인 중정부장도 정치검사 출신인 신직수) 그 시절, 각종 간첩단 조작 사건과 고문 수사가 판을 쳤다. 그가 87년 이후 공안검사들의 원조 격 취급을 받는 이유, 공작정치, 공안통치의 대가로 취급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정희와 표면상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전두환 때 요직에는 진출하지 못했으나, 노태우 때 초대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1989년 공안정국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공안정국은 일선 경찰에 시위 대비용으로 총기가 지급될 정도였다.


김기춘이 주도한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이란 것도그 본질은 부산 지역의 시장경찰검찰안기부교육감기무사기업주 등이 모여 반동적 정치 공작을 음모한 것이다.


국정원이 선봉에 선 총체적 탄압 공작이 분노의 초점이 된 상황에서 총체적 공안 공작의 전문가를 정권의 컨트럴타워로 영입한 것이다. 유신 시절 대통령 휴양지로 지정한 저도에 가서 질낮은 저도의 추억억을 되새기더니 남들 다 하는 말로 유신의 추억을 되새기고 온 듯하다.


김기춘은 국무총리 정홍원과 법무장관 황교안의 검찰 내 고위 상관 출신이다. 이는 박근혜의 반동적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애초 정홍원을 총리로 추천한 자도 김기춘이라는 설도 있다.)


특히, 새로 임명한 민정수석 홍경식도 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김기춘과 마찬가지로] 법무부장관 황교안과 검찰총장 채동욱의 상관 출신이다. 검찰을 확실히 장악해 정권의 위기 탈출 수단으로 더 효과적으로 써먹겠다는 뜻이다


아니나다를까, 7일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 엄정처리지침'을 발표해 ‘악의’만 있으면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을 적용하고 사이버 명예훼손도 구속 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상호 기자는 이를 두고 ‘박근혜식 긴급조치 1호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악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검찰이 판단하니 말이다. 



<한겨레> 8.1. 장봉군 만평.



박근혜는 임기 초 부패·유신 코드 인사로 위기를 겪었는데, 취임 다섯 달만에 더 노골적인 반동적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나이 80이 다 된 배후세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강성우익의 본색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큰 압력은 대중의 분노가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7월말에만 전국 50곳에서 촛불이 타올랐다. 6월에 3백여 명으로 시작한 촛불이 지금은 매주 수만 명이 결집하는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춘이 등장한 것을 보면서, 1989년 공안정국을 떠올려 보는 것도 도움은 될 듯하다. 


노태우는 당선은 했지만, 1987년 이후 고양된 대중운동, 특히 노동운동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88년 말에는 쿠데타 베프인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배보내야 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군부 내 강경보수파들이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여전히 경제호황의 여파가 있었지만, 좋은 시절은 정점을 찍고 끝나가고 있었다. 


1989년 3월 현대중공업 점거파업과 서울지하철 파업이 벌어지고, 문익환 목사가 방북을 했다. 이를 빌미로 체제 위협론을 들먹이며 노태우는 공안관계장관대책회의를 주재해 공안정국을 개시했다. 


곧바로 공안정국 아래서 일선 경찰에 총기가 지급됐다. 현대중공업에 경찰 병력을 쏟아부어 폭력 진압을 실행했다. 


이때 공안정국을 주도할 주체로 공안합동수사본부(공안합수부)라는 게 구성됐다. 안전기획부(중앙정보부의 바뀐 이름)와 검찰, 경찰, 보안사 등을 모아 만든 이 기구를 사실상 주도한 것이 당시 검찰총장 김기춘이다


구성을 보면, 공안합수부는 이번 국정원게이트처럼 안기부가 정치와 탄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것도 공개·합법적으로 말이다.(지금은 해도 몰래 해야 하는 처지다.)


이 공안합수부의 명목상 본부장이 김기춘의 직속 부하인 대검 공안부장 이건개였다. 이건개는 김기춘과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총애를 받던 극우 공안검사 출신이다.(이건개의 아버지가 박정희의 군 선배로 친하게 지내던 장군 이용문이다. 이건개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다가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김기춘은 공안정국을 시작하면서 평검사들을 모아 놓고 “좌경세력은 무좀과 같아서 약을 바르면 치유된 듯하다가도 다시 나타난다. 체제 수호에 검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라.고 강조했다. 준 군사정권의 수호를 위해, 재벌 독재화의 유지를 위해, 민주화 반동을 위해 진보세력을 ‘박멸’하라는 것이다.


공안합수부는 결성되자마자 신문 1면을 연일 장식하며 당시 전민련 간부들(이재오, 김근태 등)과 리영희 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들을 체포·구속하는 탄압 선풍을 일으켰다. 


전교조 대량 해직 사태 등 노조 탄압, 민주화 활동가 대량 구속, 노동·학생 운동가들의 의문사가 연이어 벌어졌다. 심지어 보안사령부는 계엄령을 검토하며 민간인을 사찰하며 체포 명단을 작성했다.(‘청명계획’)


이런 총체적 탄압과 공작은 보수대연합을 구성해 정권의 기반을 확대하는 정계개편으로 이어졌다.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런 반동은 전노협 결성과 연대 투쟁, 19915월 투쟁 등으로 우리 운동이 치열하게 맞선 결과, 반동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합당시 3분의 2에 이르는 의석을 가졌던 민자당은 1992년 총선에서 과반수에 한 석 미달하는 수준의 결과만 얻었다. 


김기춘은 1991년 5월 투쟁 중에 이번에는 (승진해서) 법무장관으로 긴급 투입돼 유서대필 사건 조작 등을 배후에서 지휘하며 투쟁의 찬물 끼얹기에 한몫했다. 법무장관에서 물러나 뒤 1992년 12월에 부산에 가서 공작을 진행하다 사단이 난 것이 그 유명한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1997년에는 민주노총 총력 파업 후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평가받던 김영삼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거 선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해 대선에서 일당국가 해체를 막을 순 없었다.


이런 역사적 사례로 알 수 있는 것, 첫째, 박근혜는 집권 반 년만에 반동 본색을 드러낼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둘째, 반동적 우파 정책을 수행하려면 박근혜는 지금 물러설 수 없다. 셋째, 그래서 신경질적으로 반동적 태도를 더욱 노골화할 수 있다. 넷째, 그러나 운동이 위축된 수세적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다. 


지금 박근혜는 겨냥하는 운동의 속도를 늦추거나 국정조사 따위에 운동의 잠재력을 한정하며 박근혜에게 시간벌기를 허용하는 것이 잘못인 이유다. (사실 이 글이 김기춘을 소재로 했지만, 김기춘만이 주인공인 글은 아니다. 왜 그런 내력의 인물을 전면에 세웠는지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고 경계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저들이 그토록 애를 쓰며 정권을 쥐려한 것은 그냥 청와대에서 근무 한 번 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살았던 집에 다시 들어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권을 잡고 그 권력을 이용해 하려고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민주주의 유린이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들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대중적 불만과 시위가 박근혜의 반동에 맞서는 총체적 분노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스런 게 아니다. 이를 위해선 거리와 1퍼센트 지배자들의 눈치를 보며 두길보기 하는 민주당에게서 독립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거리의 촛불은 쟁점을 확대해 진정으로 힘을 가진 노동운동과 만나야 한다. 그 방향으로 전진해야 박근혜의 신경질적인 반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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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서야 한다






724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권성동은 “[종북세력이] 국정원 직원 … 공무원이 댓글 단다는 생각을 못하게 교묘하게 댓글을 다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뻔뻔하고 낯짝 두껍기가 이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범죄자들의 적반하장은 이뿐 아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장 남재준은 집단 불참으로 아예 26일 국정조사 국가정보원 기관보고를 무산시켜 버렸다. 도대체 누가 죄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경찰청 수사팀끼리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데 잠이 오냐?”며 나눈 대화를 두고 경찰청장 이성한은 국정조사에 나와 “농담일 것”이라고 변호했다. 


조직적으로 반동적 정치 공작을 했던 자들이 이제 진실을 은폐하고 쟁점을 물타기하는 데서도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조직적 역주행 범죄의 꼭대기에 박근혜가 있다. 7월 들어 촛불집회가 커질 듯하자, “귀태” 발언을 뒤늦게 문제 삼으며 우파 결집용 막말 소동을 벌였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정원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 “스스로 개혁하면 된다”며 이 범죄집단을 감싼 것도 박근혜다. 급기야는 ‘사이버테러 총괄’이란 명분으로 방송사 전산망까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대놓고 주려 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야말로 ‘도둑질하다 들키니 강도로 돌변’하는 전형적인 범죄집단인 것이다! 지금 이 범죄집단이 심각한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 편인지 본색을 분명히 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는 그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제 민주화를 “일단락”한다고 선언하고는 현대차 희망버스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정권이 불법 재벌들을 비호하지 않는다면, 대법원 판결도 어긴 현대차 사측이 그토록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다


돈이 없어 간접세 인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서민증세를 해야 한다면서, 정작 복지 공약은 먹튀하고, 5년간 70조 원을 들여 미국에서 무기를 사오려 하고 있다. 물타기용으로 뭐 하나 내놓을 수도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이런 우파 본색 행각은 새누리당도 ‘국정원게이트’의 공범 집단이라는 의심과 1퍼센트 가진 자들의 부패한 정권이라는 분노에 기름을 더 부을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본질과 상관없는 말꼬투리 잡기로 막말 소동을 일으켰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식의 환멸을 자아내 분노의 표적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와 분노가 커져서 이런 추접스런 우파적 책략도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다


정당성 위기는 박근혜를 매우 모순된 처지로 내몰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원세훈 구속, 감사원의 4대강 사기극 발표 등의 꼼수를 부렸고,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을 공개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희생양 만들기는 애써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우파 결집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당장 감사원 발표에 이명박 쪽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박근혜가 기득권세력 일부를 속죄양 삼는 것은 반우파 대중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박정희 비밀 자금 6억 원을 전두환에게 지원받았던 박근혜다.


결국 자기 편 털기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고, 이는 박근혜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사실 이것이 노태우, 김영삼 등 새누리당의 이전 정권들이 반복해 왔던 전철이다.


그런데 이처럼 흔들리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을 유지하며 버티는 것은 민주당이 어리석게도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에 갇혀 대중의 분노를 모아내는데 별 구실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NLL 문제, 국정조사 위원 교체 등 말도 안 되는 수모를 당하다가 이제 와서 “NLL을 사수하는 데 목숨 걸고 앞장설 것”이라고 새누리당에게 무릎 꿇었다.


애초 새누리당의 민주당 길들이기는 민주당에게 가해지는 기층 사회운동의 압력을 차단해 장외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층의 저항이 커지지 못하도록 막고, 또 정권과 국회 등에서 자신들의 유리한 세력관계를 사회적 세력관계에도 옮겨 놓겠다는 의도다.


그러므로 이런 시도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무릎 꿇고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친자본주의 정당인(즉 말은 친서민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친기득권이라는 뜻) 민주당은 기층에서 저항과 대중행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 


국정조사에서 개별 의원들의 몇몇 폭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정조사 일정에 촛불의 일정과 힘을 종속시켰다간 또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촛불이 박근혜 범죄집단을 위협하는 운동으로 성장하려면, 오히려 총체적 반동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모든 이들이 결합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의제를 박근혜 정부 전반의 악행에 맞서는 것들로 확대해야 한다. 총체적 반동 공작의 피해자였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 투쟁을 촛불로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저 반동의 범죄집단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를 짓밟으려 하는 지금, 우리 편도 더 폭넓은 참여로 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이런 정치 행동에 앞장서서 국민적 지도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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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게이트 새누리당 정권의 총체적 정치 공작에 관한이명박근혜 게이트 발전하고 있다.


애초 박근혜는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해서 선거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과정에서 대화록 공개 자체가 이명박의 국정원과 짜고 박근혜 일당이 대선 전부터 검토해 비밀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결국 몸통은 이명박과 박근혜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검찰, 경찰, 조중동, 방송이 총동원된 반동적 정치 공작이 지금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총체적 비밀 정치 공작의 목표는, 2008년 촛불운동과 세계경제 위기 이후 위기와 공포감에서 탈출하려는 우파 지배자들이 노동자·민중 운동을 단속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어갈 우파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명박은 촛불운동 진압을 총지휘한 행정안전부 장관 원세훈을 이듬해 초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이 원세훈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를내부의 ”으로 규정하고는 이상 우리 땅에 붙이고 없도록 만들어야한다고 한 것이야말로 진짜 목표였던 것이.


그래서 그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서 “종북좌파 척결 … 방법으로는 내부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비열한 프락치·분열 공작도 암시했다.


이런 본질야말로 반동적 “심리전”이 단지 선거용만이 아니었던 이유다. 사실 심리전 개념 자체가 흑색선전을 통해 적을 고립시키고 은밀하지만 물리적인 공격으로 적의 저항 의지를 꺾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저들은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국가의 억압기구와 비밀경찰들을총동원’했. 마치 노태우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옛 이름)와 검찰, 경찰을 모아 ‘공안합동수사본부’를 꾸렸던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 물갈이, 노동조합과 PD수첩 등의 탄압과 해고, 마녀사냥, 조중동 종편 허가 등으로 반동적 심리전을 위한 매체 수단도 끝내 확보했다.





이런 공작의 결과, 이명박 집권 후 국가보안법 탄압이 꾸준히 늘어서 지난해에는 112건으로 첫해보다 2.4배나 입건이 늘었다.(통계청) 뿐만 아니라 탄압도 입체적으로 벌어졌다.


2009년에 경찰은 쌍용차 파업을 살인 진압하고, 검찰과 법원은 여러 항의 시위 참가자들에게 벌금을 남발하고 있을 , 국정원에선불법집회나 불법노조 정상화 강조되고 있었다


시국선언 교사들과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검찰 기소, 유죄 판결이 전국에서 벌어지던 2011 초에도 원세훈의지시 말씀[전교조의]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라]” 것이었다.


원세훈은 2011 한미FTA 국회 날치기 통과 나흘 전에여론 악화되고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한미FTA에 관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 지시했다. 또 ‘반값등록금 차단’도 지시했다.


지난해 총선 직후에는 조중동이 ‘통진당 주사파 장악설’ 소설을 쓰며 진격의 북을 울리고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를 운운했고 검찰은 당원 서버를 탈취했다. 이 때도 같은 시기에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 …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라]”는 원세훈의 지시가 하달되고 있었다.


절라디언들은 죽여 버려야 한다”, “빨갱이 ×레” 같은 일베충급 막말의 배후에도 국정원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반동적 조처를 할 때마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조중동 종편과 우익들이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에만 ‘MBC 2580’ 불방 사태, YTN 보도 통제와 보도국 회의 사찰, 시국선언 학생회 사찰 등이 밝혀졌다. 지금도 국정원 내부에선 “표창원 제압”이나 “촛불 차단” 대책 문건이 작성돼 시행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이미 원세훈을 능가하는 대담함을 보여 줬다. 남재준은 710일에 대화록의 노무현 발언이 “휴전선 포기”라며 다시 도발했다.


남재준은 노무현의 국방장관 제의도 뿌리치고 나와 2007년부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 왔던 자다. 육군참모총장 출신들로 채워진 안보 라인(남재준―김장수―김관진)에서도 최고참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애초에 국민도 국회도 아닌 대통령에게 책임지도록 돼 있는 기관이다.


이런 자의 도발이 박근혜와 무관하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나 박근혜는, 법무장관을 통해 원세훈의 선거법 기소를 막으려 했고, 대화록 공개 때는 “NLL은 피로 지킨 곳”이라며 편을 들었고, 지금은 “자체 개혁을 하면 된다”며 국정원을 감싸고 있다.


박근혜는 도리어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는 기능을 국정원에 맡기려 한다. 새누리당도 생떼를 부리며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겠다는 것이고 강도질로 강도질을 덮겠다는 것이다. 색깔론 공세로 우파를 결집해 정당성 위기를 덮어 버리며, 철도 민영화 등 각종 개악 조처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는 사건을 축소·왜곡하고 그나마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주류 우파 집권세력의 심리전 매체가 된 방송과 종편들이 보도 외면색깔론으로 박근혜를 엄호하고 있다.


국정원 공작을 인터넷 댓글 문제로 축소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검찰은 710일 원세훈을 개인 비리로 구속했다. 같은 날 감사원은 이명박의 4대강이 ‘국민사기극’이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는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슬쩍 올라탔다.


그러나 이미 ‘이명박근혜’ 게이트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일당만 희생양 삼으려다가는 우파 분열과 추가 폭로 등 더 큰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 이미 원세훈이 ‘내가 다치면 친박 X파일을 까겠다’고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이번 뻔뻔한 도발과 꼬리 자르기는 일관될 수 없다. 박근혜의 향후 행보는 우파를 결집하며 직진하는 듯하다가 멈추고 물타기로 우회하다가 다시 우파색으로 돌변하는 식의 동요가 특징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기본 축은 우파 결집에 있다.


지금 난 데 없는 ‘귀태’ 소동도 감사원 결과에 이명박 쪽이 반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또 귀태 소동은 우파 결집용일 뿐아니라 ‘그 놈이 그 놈’ 식의 더러운 판 만들기 책략이다. 조중동과 방송들은 또 정치권 막말 공방 등 물타기 식 양비론을 쏟아낼 것이다.


대중의 분노 때문에 일관된 행보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런 책략들이 성공하려면 국회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을 압박, 회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대화록 열람에 새누리당과 합의하며 자신들이 ‘NLL 영토선’을 지킨 애국 세력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 더 치중하고 실효도 없을 국정조사에 안주하는 것이 한심한 까닭이다.


(직후에 귀태 발언을 한 홍익표 대변인이 사퇴했다. 귀태를 귀태라 못 부르는 민주당! 민주당의 이런 불철저함은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노동계급이 진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운동이 그것의 방어와 확장에서 핵심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박근혜의 기본축은 정치적 반동이므로 이런 대응들은 정치 불안정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검찰 수사가 별 볼 일 없고 국정조사가 무력해질수록 국회가 아니라 거리에서 싸우자는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촛불은 서울에서만 1만 명 규모를 넘어섰고, 진주의료원, 철도 민영화 등에 맞선 노동자 저항과 만나고 있다. 대학생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와 종교계, 법조계, 언론계, 노동계 등으로 번지고 있다.


안철수가 얼마 전까지 이 문제를 여야간 ‘정쟁’이라며 거리를 두다가 화들짝 놀라 남재준 해임 요구에 뒤늦게 편승한 것도 이런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박근혜 반동을 파탄낼 열쇠는 진보세력과 노동운동이 국회 절차에 의존하지 않는 대중투쟁을 얼마나 강력하게 건설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민주주의와 민영화 등 노동자 투쟁과 사회·경제적 쟁점들을 결합해 ‘이명박근혜’를 겨냥하는 총체적 반우파 투쟁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2008년 촛불이 그렇게해서 성장했듯이 말이다


아울러 종북 마녀사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종북을 골라내 차별하는 말이 아니다. 반우파 세력을 총칭하는 저들의 코드네임이다



※ 이 글을 축약해 <레프트21> 108호에 실었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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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정권 연장과 정권 안보를 위한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26일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10일 발언이 폭로됐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봤[] … 공개하려고 했[]”고 말한 사실이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14일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대화록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기밀문서를 새누리당 민간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국정원 커넥션의 방증이다.


이 때 국정원장은 이명박에게 꾸준히 단독 보고를 했던 원세훈이었다. 권영세, 김무성 등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김무성이 예전에 발설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는데 말이다.


이번 대회록 공개를 다룬 <동아일보> 26일치 보도를 봐도,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회의록을 국민께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정원과] 같았다 … 우리가 자신감이 없었다면 공개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정부와 검·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셋째, 저들은 이런 총체적 사찰과 공작에 바탕한 종북 몰이 공안 탄압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우파 정권을 연장하고 장기 집권하려고,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그 일부가 대선 전 청와대의 사찰 의혹으로 드러났고, 또 다른 일부가 올해 국정원의 무상급식 등 공작 문건 폭로로 드러난 바 있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했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진보 운동 사찰과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도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전현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국정원―검·경―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색깔론, 우파 결집, 진보 분열이 이들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비상 계획


한편,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색깔론으로 반대파를 분열·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지난해 108일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박근혜가 곤경에 처해 있던 시점이었다.


박근혜는 9월 초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결국 고심 끝에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렸고 결국 107일 측근 실세 최경환이 후보 비서실장에서 사퇴해야 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는 애국과 반공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TV 3자 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에게 맹공을 당한 후 젊은층이 움직이면서 박근혜가 위기를 겪던 시점이었다.


이렇게 보면, 이미 이때부터 대화록은 국정원 선거 개입 물타기용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대화록 공개 여론에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색깔론 공세에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 … 피로 지킨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바로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이 원세훈을 비호하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원세훈이 불구속 처리되고 [심지어 제보자는 기소됐는데] 동원된 국정원 직원들이 전원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한 것이다.


620일부터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대학가에선 학생의 시국선언이 번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다표창원 씨가 주도한 국정조사 청원 인터넷 서명에는 며칠 만에 1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런 위기에서 세 번째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그러므로 국정원 게이트의 본질이 민주당의 매관매직 의혹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는 적반하장이다.


애국?


NLL 발언으로 종북 마녀사냥과 애국주의 구도로 가려는 것은 저들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배계급 주류의 성마른 위기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한데, ‘금도’를 넘어버린 투쟁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대선과는 달리 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실정의 책임을이명박이나 노무현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의 최고 책임자는 박근혜다.


그때와 달리, 경제 위기 조짐도 커져 왔고, 정치 양극화도 더 깊어져 왔다. 이 때문에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임기 초에 민영화 등 개악 의제를 밀어붙여야 할 박근혜에게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 회복이나 을의 분노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기업 사정을 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쇼는 지속될 수 없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 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올해도 국정원 몸통 의혹에 물타기하려고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하는 것이 명백한데도, 노무현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며 대화록 공개에 손을 들어줬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따라서 우리 운동은 시기를 집중해 대중 행동으로 왼쪽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운동의 요구는 이번 국정원 정치 개입과 대화록 공개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야 하고, 박근혜와 맞서야 하는 더 많은 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처럼] NLL 영토 논리와 색깔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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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http://www.left21.com/article/13261

박근혜가 몸통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월 10일 발언이 폭로된 것이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대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 봤[다] … 공개하려고 했[다]”고 말한 사실도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박근혜와 함께한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대화록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이것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을 입증한다.

이 당시 국정원장은 이명박과 꾸준히 독대했던 원세훈이었다.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을 리도 없다. 자기 허락 없이는 측근들이 말 한마디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니 말이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ㆍ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검ㆍ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이 대표적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한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이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 국정원, 검ㆍ경, 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비상 계획

이번에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분열ㆍ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지난해 10월 8일이었다.

당시 박근혜는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발언의 역풍에 몰려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리고 있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를 안보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월 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또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맹공으로 박근혜가 ‘멘붕’을 겪던 시점이었다.

이제 와서,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박근혜는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검찰 내부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원세훈을 대놓고 비호했다.

지금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고 종교계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도 아니면 모”라고 본 저들은 세 번째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도 아니면 모”

따라서 이것은 저들의 자신감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까지 훼손했기 때문이다.

저들의 무리수는 지금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지금 경제 위기 조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이미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한다.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는 지리멸렬한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 안정을 위해 자제”하고 있는 게 민주당이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경찰이 26일 범민련 사무실과 활동가 아홉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두 명을 체포한 것도 이런 공세의 일부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로부터 대중행동들이 더 확대되며 성과 속에서 고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유린과 각종 반동적 공격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서 공세 수위를 높여 가야 한다.

ⓒ<레프트21> 107호 | online 입력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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